지금 어화원에 아이들로 북적거렸다.조금 늦은 시간에 3대 조상은 숙왕부의 노인들까지 모시고 한 끼를 먹으러 왔다.원경릉은 그럴 줄 알고 어르신들 몫까지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했다.또한 숙왕부의 적성루에는 고기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 불고기까지 준비했다.적성루의 노인들은 하나같이 이상했다.여러 명이나 왔지만 투명 인간처럼 전혀 존재감이 없다가 먹을 때만 모습을 드러냈다.적성루에서 안풍 친왕인 우문소 외에 누구도 장가를 가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그들의 집과 뿌리가 숙왕부에 있었다.연회에 또 노래와 춤, 연국, 불꽃놀이 등등 다양한 절목을 준비하여 마치 명절을 보내는 것 같았다.이런 절목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다.경천도 불꽃놀이를 보고 싶었지만 황제의 신분이라 멋대로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어쨌든 이곳에 우상과 북당의 신하들이 있으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그때 원경릉이 눈치를 채고 만두에게 지시했다.“네가 경천제를 모시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만두가 자리를 떠나더니 경천제의 옆에 다가가 공수하며 청했다.경천제가 눈빛으로 원경릉에게 고마움을 전했다.두 사람은 나가서 택란 일행과 합류하여 불꽃놀이를 감상했다.황성의 가장 높은 누각에서 하늘로 치솟던 불꽃이 밤하늘에서 빛을 발산하는 것으로 한 왕조의 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경천은 시선을 돌려 택란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불꽃이 하늘로 올라갈 때마다 그녀는 놀라운 탄성을 자아냈다.옆에서 경단 황자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있었다.그때 택란이 고개를 돌려 경천과 눈을 마주쳤는데 마침 그녀의 눈동자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순간 가슴이 벅차오른 경천이 그녀에게 매료된 듯 쳐다보았다.마음속에 억눌렸던 희망이 조금씩 불타오르기 시작했다.한편, 궁에서 넷째가 우문호에게 바짝 다가가 소곤거렸다.“금나라 황제가 놀 때는 아이 같은데 중요한 얘기를 할 때면 진지하고 단호한 게 훌륭한 인재네요.”“그건 그래요.”우문호는 부인하지 않았다.“그래서 공주를 금나라 황제
광원시 성화사립고등학교.“방 선생님, 제가 싫다는 게 아니라, 저희 반에 이미 악당들이 많아요.”장 선생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또 저희 반에 안배하면 저 진짜 감당하지 못해요. 여기 흰머리 난 거 보이죠? 잡초처럼 미친듯이 자라고 있어요. 혈압도 계속 올라가는데…”장 선생은 풍유정까지 이마에 바르면서 젊은 나이에 곧 죽을 것처럼 행동했다.지금은 새 학기 4월이다.그는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진급하면서 8개 반을 맡고 있었다. 그중에서 6반은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아예 수명을 단촉시키는 바이러스 같았다.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여러 해 동안 담임을 맡으면서 별의별 학생들을 다 접해 봤지만, 이번 기수 학생들은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선생은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니 차마 자신의 입으로 인간 쓰레기라고 말할 수 없었다.완곡하게 말해서 녀석들은 낮은 점수만 연구하는 천재들이었다.방 선생이 둥글둥글한 얼굴에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장 선생님, 힘든 거 알아요. 하지만 6반이 이미 그 모양인데 학생이 한 명 늘든 줄든 달라질 게 없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다고 다른 반에 보낼 수도 없고요. 실은 학교에서 올해는 명문대에 합격할 학생들을 기대하고 있어요.”방 선생이 장 선생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것은 교장선생님의 뜻이에요. 우문황 학생이 입학 수속을 마치고 내일이면 등교할 거예요. 걱정 마세요. 제가 만나 봤는데 얼마나 얌전하던지. 생각해 보세요. 고3 학생들보다 나이가 어린데 바로 3학년에 다니는 걸 보면 평범한 인재가 아니에요.”장 선생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우문황의 성적표를 들어서 살펴보았다.왠지 흰머리가 또 비집고 나오는 것 같았다.“그러네요. 평범한 인재가 아니네요. 모든 과목 성적이 한 자리 숫자네요. 한 자릿수 점수를 맞는 것도 특기긴 하죠.”방 선생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학생들 교육하면서 점수에 너무 신경 쓰면 안 되죠. 덕지체미를 중시하고 음…지혜도 너무
얼마 전에 원 교수는 성화고등학교와 거리가 아주 가까운 푸지오파크에서 가장 높은 복층집에 이사했다.원 교수가 여기에 이사 오겠다고 고집한 이유는, 손자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보다 나이가 어린데, 성적 쓰레기들 집합소이자 학교 폭력도 끊기지 않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걱정되어서 가까이서 지켜보려고 했었다.“난 정말 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요.”원 교수의 부인은 못마땅해서 한숨을 쉬었다.원씨 가문의 자식 원경주와 원경릉은 어릴 대부터 에이스 반을 다녔으니 기분이 안 좋은 것은 당연했다.”“외할머니, 저는 꽤 마음에 들어요. 형이 다니는 학교와 가깝잖아요.”칠성이 웃으면서 말했다.본인이 선택한 학교에서 얼마 안 가면 화진사립고등학교가 있었다.이 학교의 합격선은 600점이라 돈이 있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화진고등학교의 이과가 유명하여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이 50%에 달했다.이것은 사립고등학교에 있어 대단한 숫자였다.콜라가 항공과로 발전하려면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하고, 칠성은 감독이 되고 싶어서 성화고등학교의 예술반에 지원하게 되었다.그런데 실험반만 자리가 나서 어쩔 수 없었다.솔직히 실험반은 대부분 학년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반이라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쳤기에 괜찮았다.“망했어!”그때 모니터를 보던 원경주가 미간을 찡그렸다.“칠성의 성적표를 잘못 작성했어요. 전부 한 자릿수로 입력되었어요.”“설마? 한 자릿수로 입학도 못할 텐데.”원 교수가 다가가 확인했더니 확실히 한 자릿수였고 뒤에 소수점까지 적혀 있었다.“무슨 일을 이따위로 처리해?”“내가 한 게 아니에요. 비서한테 맡겨서 수정하라고 했다고요.”원경주는 종이 한 장을 꺼내 확인했다.거기에 ‘86,75’ 숫자 사이에 확실히 소수점으로 보이는 부호가 있었다.그것은 소수점이 아니라 심전도 자료에서 사용하는 심전도의 점이었다.“회사에 가면 잘라야겠어요. 일을 너무 대충하네.”“그나저나 로 국장도 참 대단해. 이런 성적도 들여보냈어?”원 교수의 부인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
장 선생은 겨드랑이에 교재를 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 수업 시간이 되었으니까 따라와. 학급 친구들을 소개해줄게.”“감사합니다.”우문황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장 선생은 고개를 들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어이쿠, 키가 180은 되겠는데? 반반한 얼굴로 연애나 하지 마라.’그는 속으로 생각하다 한숨을 내쉬었다.3학년에 연애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실연하면 분명 문제가 발생했다.며칠 전에도 큰일이 날 뻔했는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3학년 6반은 6층에 있었다.4월의 날씨는 따뜻하지만 남쪽에 위치한 광원시는 벌써 여름이 된 것처럼 더웠다.6층에 도착한 장 선생은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그가 돌아서서 우문황을 힐끗 쳐다보았다.옥처럼 맑은 얼굴에 땀도 나지 않고 심지어 가쁜 숨도 쉬지 않았다.6층에 올라서자 벌써 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수업 종이 울려도 학생들은 스스로 제자리에 가지 않고 여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화장품에 대해 열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남학생들은 또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흥분된 목소리로 떠들었다.장 선생이 문을 팡팡 치면서 목청을 높였다.“조용해. 수업이야!”학생들은 저마다 짜증을 부리며 제자리도 돌아갔다.그 장면을 본 우문황은 경악하고 말았다.‘실험반 아니었어? 규칙도 지키지 못하면서 실험반이라고?’“자, 전학생을 소개하겠다.”장 선생은 강단에 서서 우문황을 가리켰다.“이름은 우문황이고 수업이 끝나면 서로 인사들 나눠라!”갑자기 51명의 눈동자가 전학생에 쏠리더니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와. 개잘생겼어.”“기준 오빠보다 더 잘 생겼잖아.”“다리 길이를 봐. 연예인 뺨치는데?”여학생들과 상반되게 남학생들은 차가운 눈으로 쏘아보았다.“잘생기면 다야? 한 주먹거리도 안 되겠네.”그때 장 선생이 나서서 분위기를 완화시켰다.“우문황 학생, 맨 뒷줄에 가서 앉아.”우문황은 장 선생이 시키는 대로 뒤로 걸어가자 후문 옆에 책상이
수업이 마쳤다는 종이가 울렸는데 장 선생은 나가지 않고 새 학생에게 우르르 몰려가는 여학생들을 보았다.“내 이름은 강소영이야.”“내 이름은 윤가혜.”“내 이름은 서연이야.”여학생들은 시키지도 않는 자기소개를 하더니 우문황에게 물었다.“너 어느 학교에서 전학 왔어?”“이름이 너무 멋지다. 너 복성 맞지?”“평소 취미가 뭐야? 주말에 내가 밀크티 사줄까?”그때 우문황은 머리 위에서 책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손을 뻗어 책을 움켜쥐고는 벌떡 일어섰다.“이건휘, 너무해! 전학생을 괴롭히지 마!”윤가혜라 부르는 여학생이 우문황의 편을 들어 책을 던진 남학생을 혼냈다.“손이 미끌어졌어. 불만이야?”이건휘는 콧방귀를 뀌며 우문황의 손에서 책을 빼앗아가더니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넣었다.“나 오줌 싸러 간다. 금사빠들과 말 섞기도 싫어.”“우문황, 저 녀석 무시해. 아주 나쁜 놈이야.”윤가혜가 다정하게 설명했다.“맞아. 우리 반에서 꼴찌야. 번마다 십 몇 점을 맞아도 창피한 줄 몰라.”“그럼 너희들 성적은 높아? 너희들도 20점 아니면 30점이잖아.”우문호의 건너편 짝궁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 소리에 우문황은 더 이상 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여기 학생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20점, 30점을 맞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애들아. 내가 알아봤어.”그때 한 남학생이 교실로 뛰어오면서 싱글벙글 웃었다.“전학생 우문황 있잖아. 과목에서 최고인 수학 점수가 9,5점이래. 우리 반 꼴지 이건휘보다 더 꼴통이야.”“하하하, 진짜야?”남학생들이 갑자기 폭소를 터트렸다.“완전 쓰레기잖아.”그 바람에 다들 우문황에게 비웃는 시선을 보냈다.심지어 방금 그의 편을 들던 여학생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문황은 그들을 뒤로하고 복도에 있는 온수기에 물을 따르러 갔다.그때 화장실에 다녀온 이건휘가 일부러 그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는 비아냥거렸다.“9점짜리였어? 퉷!”우문황이 얼굴에 묻은 물을 닦으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거
장 선생은 잘생긴 그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예쁘게 생긴 아이들은 항상 그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어차피 반에서 꼴찌인데 성적이 형편없다면 한동안 웃고 지나면 될 일이었다.“알았어. 내일 시험 봐. 대신 점수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아직 일년이 있는데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면 얼마든지 따라올 수 있어.”장 선생이 그를 격려해 주었다.“선생님, 걱정 마세요. 제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우문황의 단호한 말에 장 선생은 웃음이 나왔다.“그래. 그럼 됐어. 돌아가.”이보다 더 실망할지 모르겠지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생각하기로 했다.“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우문황은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장 선생은 적어도 예의는 있는 아이라고 여겼다.저녁 자습시간이 끝나고 우문황은 기숙사로 돌아갔다.기숙사 입구에 있는 공용전화기로 집에 전화를 했더니 원 교수가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선생님이 저를 엄청 이뻐하세요. 친구들도요. 오늘 저녁에 기숙사에서 환영 파티를 해준대요. 애들이 잘해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우문황은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둘러댔다.“그럼 됐어.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전화기 옆에서 안심하는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손자의 성적은 걱정되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은근 걱정이었다.그런데 친구들이 다 좋아한다니 이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넷째 형이 전화 왔었어요?”우문황이 물었다.“방금 전화 왔었어. 말로는 친구들이 공부하느라 바빠서 자기한테 신경도 쓰지 않는대. 아주 그냥 밤 늦게까지 공부하나 보더라.”우문황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넷째 형은 엘리트 반에 들어갔다.엘리트 반의 학생들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할 것이다.그는 돌아서서 기숙사로 들어갔다.한 기숙사에 여섯 명이 있는데 앙숙인 이건휘과 함께 살게 되었다.게다가 짝꿍인 이지혁도 있고 나머지 셋은 이건휘와 관계가 좋아 보였다.그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고 별명을 불렀다.이건휘는 ‘대장’, 이지혁은 ‘
시끄러운 소리에 기숙사에 있던 남학생들이 모두 우르르 달려 나왔다.그런데 이건휘가 벽에 붙어서 다리를 올린 자세가 마치 강아지가 오줌을 싸는 자세와 똑같아 다들 보자마자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평소 이건휘는 성적은 꼴지면서 태도는 제일 오만했기에, 지금까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런 창피를 당한 적이 없었다.그는 온힘을 다해 움직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서 너무 당황스럽고 분하며 부끄러웠다.바로 그때, 사감이 복도에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인파를 뚫고 나왔다.이건휘를 발견한 사감은 두통이 밀려왔다.“너 또 무슨 장난질을 하는 것이야?!”사감이 다가가 그의 어깨를 당기고 나서야, 그는 드디어 움직일 수 있었다.이건휘는 이제 사지가 멀쩡해졌는지 한참을 움직이다가 사감을 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말썽꾸러기인 그가 우는 것을 처음 본 사감은 괜히 마음이 약해졌다.예전에 그가 말썽을 피울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직은 아이이기에 참았던 것이었다.“됐어. 그만 장난치고. 얼른 돌아가서 씻고 자.”짐승돌이 재빨리 다가와 이건휘를 부축하면서 기숙사로 돌아갔다.그 사이 우문황은 샴푸가 잔뜩 묻은 이불을 이건휘의 이불과 바꾸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이건휘가 기숙사로 들어오자 구두쇠가 다가가 속닥거렸다.“9점짜리가 이불을 바꿨어. 우린 건드리지 못하겠어.”이건휘는 샴푸가 묻은 이불을 보다가 눈을 감고도 여전히 잘생긴 우문황을 쳐다보았다.방금 몸이 움직이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내려 앉았다.그는 말없이 이불을 말고는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이건휘는 기숙사의 대장이라 그가 제압당한 이상 다른 룸메이트들은 감히 우문황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지금 우문황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실험반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다들 미쳤는 게 분명했다. 3학년인데도 유치한 장난을 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수능은 유일한 출로는 아니지만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출발점인데 자신의 앞날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다들 꿈
다음 날 학교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사직서를 작성했다. 이틀 동안의 모의고사가 끝난 후 교장에게 제출할 생각이었다.고3의 첫 번째 모의고사는 학교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1반을 더욱 신경 썼는데, 1반이야말로 진정한 실험 반이자 특별반이었기 때문이다.1반에는 성적이 시 전체에서 1000등 이내에 드는 학생이 두 명이나 있었는데, 이는 성화고등학교의 입장에서는 매우 뛰어난 성과였다.학교는 그런 그들을 더욱 집중적으로 육성하였기에, 이번 모의고사가 시 단위의 성적에 반영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교장까지 직접 나서서1반 학생들을 격려하며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시험은 이틀 동안 진행되었고, 시험 감독은 여섯 개 반의 선생님들이 섞여 배정되었다.장불운, 장 선생은 운 좋게도 1반의 수학 시험 감독을 맡았다. 1반 학생들이 문제를 풀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자, 그는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가장 우수한 두 학생의 섬세한 풀이 과정을 보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이틀간의 시험이 끝난 후, 선생님들은 함께 식사하러 갔다. 식사 자리에서는 시험 감독을 맡은 선생님들이 각 반의 시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2반 담임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황 학생은 시험 시작하고 30분 정도만 풀고 그냥 멈췄더라고요. 이번 시험 문제가 좀 어려웠던 모양이에요.""정말요? 저도 봤는데, 30분 정도 쓰다가 멈추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국어 시험 문제가 꽤 쉬운 편이었어요. 다만 작문이 좀 어려웠죠."수학 담당 선생님이 말을 덧붙이지자, 이에 방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그만, 그 학생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합시다! 전학생이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죠."그러고는 장 선생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이번 시험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어차피 고3은 시험이 많으니까요. 앞으로도 따라잡을 기회는 충분하니 힘내세요!"장 선생은 가방 속에 사직서를 넣으며, 방 선생에게 이일을 먼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가 허리를 곧
술기운이 잔뜩 오르자, 그녀들은 이제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다들 어떻게 힘들게 함께하게 되었는지를 잊은 듯 보였다. 평범했던 그녀들은 지금 이 순간이 왠지 특별하게 느껴졌다.그 중 취하지 않은 원경릉은 평소에 하지 않던 말을 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놀다 지친 택란이 원경릉에게 다가와 기대었다. 원경릉은 아예 그녀를 무릎에 눕혀 베개 삼아 쉬게 해주었다.다들 그 모습에 목소리를 낮추고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계란이를 바라보았다.어릴 적부터 멀리 보내져 부모 곁에서 오래 지내지 못한 계란이는 늘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다행히도 모녀의 정은 여전히 깊었다.아직 어린 탓에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택란은 잠에 들지 않았다. 피곤해서라기보다, 그저 어머니의 곁에 있고 싶을 뿐이었다.잠시 후, 문가에서 냉명여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님, 불꽃놀이 시작했습니다."그 소리에 택란은 벌떡 일어나 냉명여와 함께 미친 듯이 뛰어나갔다.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다가, 못내 탄식을 내뱉었다.비록 자유로운 시절을 겪긴 했지만, 그들처럼 마음껏 누리지는 못했기 때문이다.한편, 우문호는 사내들과 함께 본청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주량은 부러움을 살 정도로 뛰어났는데, 그중에서도 위왕의 질투가 제일 심했다.주량이 가장 셌었던 그였는데, 다섯째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만 것이었다.우문호는 아무리 마셔도 도통 취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남자들은 입을 열면 언제나 국사를 이야기를 하기 마련인데, 우문호와 수보도 역시나 강북부에 관한 일에 관심이 많았다. 북당의 국경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조정의 관심을 독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아홉째는 사내들의 이야기에 끼지 않고, 여덟째와 함께 밖에서 불꽃놀이를 보았다. 그는 아름답지만 금세 사라져버리고, 잡을 수 없는 불꽃놀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덟째가 좋아하기에, 가만히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여덟째가 동생의 어깨에 고개를
다섯째는 오늘 밤 술을 꽤 많이 마셨다.그는 이들 중 가장 기쁜 사람이었다. 다들 밖으로 자유로이 나갈 수 있었지만, 그는 계속 궁에 갇혀 있어야 했고, 가끔 가족을 만나러 가고,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힘들어, 괴로웠었기 때문이다.이리 나리도 술에 취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공주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잠깐 마주쳤고, 공주가 조용히 한마디 했다.“술… 좀 줄이시오!”그 말에 이리 나리는 바로 술잔을 내려놓았다.안왕과 안왕비 또한 오랜만에 만나 더욱 애틋한듯 술을 많이 마셨다. 살짝 그을린 피부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안왕은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우문호에게 술잔을 건네며 말했다.“폐하, 술 한잔 올립니다!”그 말에 모두가 놀랐다.안왕이 폐하라고 부르는 것은 이상하지 않지만, 존칭을 사용했다는 점은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심히 취한 듯, 일어나서 비틀거려 술잔의 술이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취기가 오른 눈빛으로 우문호를 바라보았다.단번에 술잔 속 술을 다 마신 후, 술잔을 내려놓고 자기 뺨을 세게 내리쳤다.“예전에 저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살고 싶습니다.”모두가 넋을 잃고 말았다.왜 갑자기 오늘 밤에 이런 말을 하게 된 걸까? 아무도 그의 과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흥겹고 기쁜 날에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싶었다.우문호도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용히 원경릉의 귀에 대고 말했다.“그의 말이 참 운율이 맞네.”원경릉이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운율이라니? 그냥 같은 말일 뿐인데.’“좋습니다. 그럼 나도 한 잔 마시겠습니다!”우문호도 일어나며 말했다. 비록 이미 술을 많이 마시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과 다른 상태라, 아무리 많이 마셔도 끄떡없었다. 다만 너무 급하게 마시면 소화가 잘 안되었다.두 사람은 오랜만에 옛 감정을 버리고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원경릉은 그 모습을 보고 내심 감동했다.안왕에게 감동한 것이 아닌, 우문호
요부인과 훼천은 설날 만찬 시간이 되어서야 궁에 도착했다.갓 태어난 아이도 함께 온 덕분에 어른들의 복주머니를 가득 받을 수 있었다.희열과 희성은 뒤늦게 얻은 동생을 아주 아꼈고, 아버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래서 동생이 오자, 둘 다 아이를 안고 놀아주기 바빴다.설 식사 시간.이전처럼 자리를 나누지는 않고, 몇 개의 큰 탁자들만 마련하여 열 명씩 앉게 했다. 다들 자리에 앉고 나니, 그제야 정말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정화와 위왕은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위왕은 궁으로 오자마자, 본능적으로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았기에, 그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정화는 아이들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정화의 아이가 워낙 많다 보니, 아이들만 해도 여러 상을 차지할 정도였다.그러고는 아무도 앉지 못하게 옆자리를 비워 두었다. 원래 우문호와 함께 앉아 있었던 위왕은 그녀의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갔다.“자리가 빈 것이오?”위왕이 정화에게 물었다.정화는 옆 아이의 목도리를 묶어주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예. 아무도 없습니다.”“그럼 내가 앉아도 되오?”위왕이 다시 묻자, 정화는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위왕은 그녀가 혹시라도 다시 마음을 바꿀까 봐 황급히 자리에 앉았다.정화는 아이를 모두 챙긴 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경성으로 돌아오느라 힘들었지요?”위왕은 정화가 먼저 말을 걸어올 줄 몰랐던 터라 잠시 멈칫한 뒤,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소.”정화가 부드럽게 말했다.“눈빛이 어두워 보이십니다. 술을 조금 줄이시지요.”마음속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낀 위왕이 큰 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술은 입에도 대지 않겠네, 금주하겠네!”그 말에 정화는 저도 모르게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강북은 날씨가 춥고 쌀쌀하니, 적당히 술을 마시는 건 괜찮습니다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십시오.”위왕이 그녀를
다들 안풍친왕의 말을 믿었지만 왜 적여우의 황족이 황야에 떠돌며 이렇게 심한 상처를 입고 거의 죽어 가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만두는 적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도 황족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 것이었다. 택란도 적동이 마음에 들었지만, 적동에게 다가가기만 하면 질투를 느낀 꼬마 봉황이 가로막았다. 봉황은 주인에게 그를 제외한 다른 애완동물이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적동에 대해 연구한 후, 우문호는 딸과 대화를 나누었다.그는 딸에게 약도성에 관해 물으며, 호명과 주 아가씨가 혼사를 치른 후 여전히 화목한지도 물었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화목하지 않을 리 있습니까? 매일 꼭 붙어 있습니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우문호는 초왕부의 옛사람인 호명이 잘되기를 바랐다.원경릉이 다가와 물었다."명여는 너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느냐?""돌아왔습니다. 일단 집으로 갔으니, 설날 때 두 아버지와 함께 궁에 올 것입니다."택란이 말했다.우문호가 물었다."그 아이의 무공은 어떠냐?""좋은 편입니다!"택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냉명여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능력이 뛰어나기에, 조금만 크면 홀로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이다.설날이 되자, 궁은 정말로 시끌벅적해졌다.모두 일찍 궁에 돌아왔고, 정화의 아이들까지 함께 궁에 들어와서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비록 대부분은 다 큰 애이긴 했지만, 그래도 장난기가 많은 터라 함께 어울려서 잘 놀았다. 냉명여도 홍엽과 수보를 따라 궁으로 갔다. 그는 먼저 황후와 황제를 만나 예를 올린 후, 택란의 옆에 얌전히 섰다.열 살 정도의 아이였지만, 택란보다 훨씬 키가 컸다.그리고 항상 굳은 표정으로 칼을 안고 있었는데, 그의 깊은 눈동자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그는 말도 잘 하지 않았고, 웃지도 않았으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는 그저 한쪽에 외롭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놀며,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올해는 명원제도 호비와
무상황은 길게 답하지 않고, 단호하게 한 마디만 덧붙였다."그래!"얼어붙은 원경릉이 다시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 무상황이 다시 말을 덧붙였다."올해에 가지 않으면, 연을 끊고 앞으로 숙왕부에 오지 말거라."원경릉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숨을 내쉬며 억지로 웃었다."농입니다. 그냥 장난이었습니다."무상황을 설득할 수 없으니, 결국 돌아가야 했다.그럼, 만두가 동물들과의 재회를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만두는 잘 이해해 줬지만, 사실 원경릉과 우문호는 아이가 처음으로 계획한 설날 행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우문호는 갈등했다. 만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당연히 어린 만두가 어른을 배려해야 했다.만두에게 말하자, 만두는 그다지 실망한 티를 내지 않았다."예. 그럼, 그곳으로 가시지요."만두는 돌아서면서 조금 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그들이 모두 떠나면, 설에 그들을 홀로 남겨두는 것과 같았다.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애완동물을 위해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않는다.다들 사람의 감정이 동물의 감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만두는 이미 대보에게 동생들도 각자 애완 동물에게 함께 떠들썩한 설을 보낼 수 있다고 약속했었다.미안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한다고 전해야 했다.꼬마 봉황은 작은 새로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계란이와 함께 그곳으로 갈 수 있었다.하지만 설랑과 호랑이는 갈 수 없었다.주인들은 각각 동물들에게 소식을 전했는데, 그들은 모두 우울해 보였다.특히 칠성과 환타의 호랑이는 더욱 우울해했다. 주인들이 현대에서 공부하느라 그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설을 앞두고 다시 돌아올 수 없다니, 정말 속상했다.소식을 들은 호랑이들은 식사까지 거부하고, 하루 종일 주인의 집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세쌍둥이의 설랑도 형제였지만, 그동안 주인을 따라 떨어져 지냈었다. 다들 설을 손꼽아 기다리며, 함께 놀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이
그가 적동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적동이 이렇게 그를 의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장난꾸러기인 적동을 깊은 산속에 두었지만, 떠나려 하지 않고 그가 떠난 자리에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니.“돌아가고 싶으냐? 나랑 같이 돌아가고 싶으냐?”만두는 적동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털 속에 떨어진 풀잎 하나를 떼어냈다.적동은 작은 발톱을 꼭 쥐고 그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적동은 만두에게 떠나지 말라고,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만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가자. 이제 커서, 산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다시 데려다주마.”대보가 앞서가며 힘차게 걸어갔다.군영으로 돌아가자, 적동은 물 한 그릇을 마시고, 고기 한 덩이를 먹고는 만족스럽게 바닥에 누웠다.만두는 적동에게 작은 우리를 가져다주었지만, 적동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만두에게 계속 달라붙을 뿐이었다.만두가 적동이 올라갈 수 없는 침대에 눕자, 적동은 침대 발치에 누워 잠을 잤다.며칠 동안이나, 만두가 어디를 가든 적동은 항상 따라갔다.만두가 아침 훈련을 할 때도 적동은 멀리서 따라 뛰었고, 훈련할 때는 가까운 곳에 누워 만두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연말이 다가오자, 군영도 휴가를 주었고,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만두는 동생들이 집에 돌아오니, 설날 동안 휴가를 신청했다.칠성과 환타는 8일의 짧은 휴가만 주어져, 섣달그믐 무렵에나 돌아올 수 있었다.그래서 그들이 함께 모이는 시간은 오직 8일뿐이었다.만두는 8일 동안의 계획을 세우고 부모님에게 알렸다.우문호는 난감했다. 올해 설에는 이미 그곳에 가기로 황조부와 약속했기 때문이다.조정은 섣달그믐부터 업무를 중단하기에, 그들은 짐을 챙겨 그곳으로 갈 시간이 있었다. 그럼, 환타와 칠성이 바삐 움직일 필요 없으니, 그곳에서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하지만 철저하게 계획을 짜놓은 만두에게 이곳에서 설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 서운해할 수도 있었다.그동
만두는 눈여우든, 설랑이든, 불여우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저 적동일 뿐이었으니 말이다.궁 안에서 적동은 무척 신난 듯 이리저리 누비며 뛰놀았다. 사식이의 막내아들이 유난히 적동을 좋아했다. 하지만 적동은 다른 남자아이들이 안으려고 하면 귀엽게 화를 내며 싫어했다.그런데 우문호가 안아주면 얌전하게 굴었다.며칠간 궁에서 놀다가 휴가가 끝나자, 셋은 다시 군영으로 돌아갔다.적동은 이제 젖을 떼고, 만두와 함께 고기를 먹었다.하지만 살이 잘 붙지 않아서 여전히 작고 말랑한 모습이었다.털끝은 점점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는데, 눈의 색과 비슷하게 붉었다. 그 반면, 속 털은 여전히 새하얘서 혼혈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요즘 만두는 훈련이 많아 아침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오느라 방생할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그렇게 두 달쯤이 지나 적동도 제법 튼튼해졌을 무렵, 만두는 대보와 상의한 후, 적동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대보는 아쉬워하며 끝까지 적동을 보내지 않으려 했다.결국 만두는 적동을 버리거나, 대보를 버리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대보가 결국 포기하고 발을 놓았다.만두는 적동을 데리고 깊은 산으로 향했고, 같이 놀아주었다. 적동은 곧 버려질 줄도 모르고 한껏 신이 나 있었다. 적동은 잠깐 놀다가 만두 손에 머리를 비비고는 또 신나게 뛰어다녔다.적동의 붉은 털은 예전보다 더 진해져 마치 불꽃처럼 예뻐 보였다.만두는 적동을 안아 올려 입을 맞추고 말했다.“이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네 부모를 찾아야지.”만두는 그렇게 말하고 적동을 내려놓은 뒤, 손을 흔들었다.“가서 놀아! 더 놀거라!”적동은 신나게 다시 뛰어갔다.하지만 이리저리 뛰놀다 지쳐 다시 돌아왔을 땐, 만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적동은 몹시 당황해서,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풀숲에 웅크려 머리만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주인님이 돌아왔는데 자신을 못 찾을까 봐 걱정된 것이었다.한참 동안 기다려도, 심지어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
적동을 거둔지 열흘째 되는 날, 상처는 마치 씻은 듯이 깔끔하게 나았다.상처가 완전히 낫자마자, 만두는 적동에게 목욕을 시켜주었다.몸에 묻어 있던 피는 이미 말라 있었고, 물에 담그자 금방 사라졌다.물 밖으로 나오자, 적동은 털을 흔들어 물방울을 튀기며 햇볕 아래에서 비틀거리고는, 또 한 바퀴 달렸다가 다시 만두의 발밑으로 돌아와 애교를 부렸다.온몸의 털은 눈처럼 하얬고, 분홍빛 입술과, 먹물처럼 검고 작은 코, 그리고 더욱 뚜렷해진 붉은 눈동자는 마치 두 개의 찬란한 루비 같았다.게다가 살짝 쳐든 꼬리도 큰 부채처럼 예뻤다. 털이 북슬북슬하고, 몸통보다도 더 크게 보였다. 정말 보물 같은 작은 설랑이었다.적동에게 푹 빠진 만두의 모습에, 군의 장병들은 하나같이 대보에게 총애를 잃었다며 농을 던졌다.하지만 대보는 화를 내지 않고, 여유롭게 옆에 누워 주인과 어린 설랑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늑대의 나이로 치면 대보는 이미 노년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대보는 보통 늑대와는 달리 수명이 더 길어, 주인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었다.대보는 긴 수명을 갖고 있는 주인에게 수많은 이들이 스쳐 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자신처럼 주인이 태어날 때부터 곁을 지킨 존재는 없을 것이다.나중에 생길 태자비든 황후든, 결국은 나중에 다시 나타나는 존재일 뿐, 자신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다.어린 설랑은 대보를 잘 따랐다. 주인이 바쁠 때는 거의 대보가 아이를 돌보듯 어린 설랑을 돌봤다.휴가가 시작되자, 태자는 두 마리 늑대를 궁으로 데려왔다.우문호와 원경릉은 이토록 예쁜 설랑은 처음 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우문호는 설랑을 들어 안고 살펴보다가 말했다.“이건 설랑이 아닌 것 같구나. 눈여우처럼 생겼어.”원경릉은 눈여우를 본 적이 없기에, 다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하지만 붉은 눈을 가지지 않았소? 여우 눈은 파랑이나 갈색이지, 빨간색은 없잖소? 게다가 이 붉은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군.
피투성이긴 했지만, 몸이 너무 작고 다친 상태라, 만두는 감히 목욕을 시키지도 못했다. 그는 자기 옷으로 작은 둥지를 만들어 어린 설랑을 그 안에 눕혀 재웠다.대보는 매우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 그가 구한 늑대는 그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대보는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어린 설랑을 지켜주었다.만두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좀 크면 네 신부를 시켜주마.”대보는 설랑이 아닌 신부는 필요 없다고, 싫다고 으르릉댔다.“설랑이가 아니면 무엇이냐? 딱 봐도 설랑이다!”만두가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그렇게 다음 날, 군영에는 태자가 어린 설랑을 구했다고 소문이 퍼졌다. 점심이 되기 전, 모두가 그 늑대를 보러 몰려왔다.하지만 어린 설랑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는데, 부드럽게 작은 둥지에 누워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설랑이 맞는 것이오? 너무 작소.”“대보와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소.”“다르다고? 둘 다 흰색이잖소, 나는 비슷해 보이는 것 같소.”“너무 작소. 게다가 엎드려 자고 있으니, 제대로 보이질 않소.”“근데 이 산에 설랑이라니? 설랑은 눈늑대봉에서만 사는 거 아니오?”만두는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걸 보고 그도 다가가서 한 번 들여다보았다.“아직 안 깬 것이오? 혹시 죽은 건 아니겠지?”“살아 있습니다. 숨 쉬고 있어요.”병사가 답했다.“양젖 좀 구해봐야겠소, 딱 보니까 새끼 늑대인 것 같네.”만두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갔다. 군 안에서는 양젖을 구하기 쉽지 않아, 그는 말을 타고 십 리 밖의 목축장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는 양가죽 물통에 가득 채운 양젖을 들고 돌아와, 그릇에 조금 따르고, 나머지는 대보에게 주었다. 양젖은 오래 보관이 안 되기에, 안 먹으면 바로 버려야 한다.어린 설랑은 깨어나자마자 젖 냄새를 맡고는 고개를 살짝 앞으로 내밀었지만, 제대로 마시지는 못했다.만두는 그 모습을 보고, 그냥 바닥에 앉아 어린 설랑을 품에 안고, 작은 숟가락으로 한입 떠먹여 주었다. 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