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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7화

Author: 유애
위왕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혹시 복수하려는 것이냐?”

“복수가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

안왕은 그에게 책임을 떠넘겨 혼자 감당하게 한 위왕을 보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위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어찌 다섯째에게 설명할지 생각해 보거라. 보책은 아직 네 손안에 있잖냐.”

안왕은 여전히 두꺼운 보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잃어버릴 수 없는 귀한 것이지만, 가만히 들고 있기도 거슬렸다.

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면 차라리 꾀병을 부리고 위왕 혼자 오게 한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각자 방으로 돌아가 목욕을 한 후, 막 침대에 누웠을 때 택란이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바로 택란을 만나러 나갔다.

안왕은 보책을 가지려 했으나, 택란에게 넘겨받으면 곧 금나라 황후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므로, 절대 넘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어린 황제는 아직 그들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택란은 두 분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린 후 자리에 앉아 말했다.

“큰아버지, 오늘 일은 아바마마께 절대 말하지 마십시오.”

안왕도 원하던 바였기에 다급히 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네 아버지한테 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예. 저도 그것이 걱정입니다.”

택란의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버지였다.

“어린 황제도 참, 어린 시절의 약속마저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설령 너와 혼사를 약속했다 해도, 네가 승낙하지 않을 것 아니더냐.”

안왕이 말하자 택란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때 이미 동의했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그저 그를 달래, 그의 상처가 심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뿐이었다.

“승낙했다니?”

안왕과 위왕은 서로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면 이 일은 전적으로 어린 황제의 탓도 아니다.

“하지만 넌 그때 겨우 여덟, 아홉 살이었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일 뿐일 테니, 동의했다고 해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

위왕이 재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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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218화

    “이득을 취할 수는 있지만, 약속은 해줄 수 없다.”위왕이 웃으며 말하자, 택란또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하하하. 참 현명하십니다!”“그럼! 국사는 국사, 개인적인 일과 섞여서는 안 된다.”택란도 동의했다.“그럼 저도 오늘 밤 장관에 머물겠습니다. 내일 저와 함께 궁으로 들어가시지요.”“그래, 걱정하지 마라. 내가 함께 가마.”안왕이 말했다.택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물러나, 주 아가씨와 냉명여를 데리고 나갔다.다음 날 그녀는 두 친왕과 함께 동행하였고, 궁에 도착하자마자 삼 태감이 직접 그들을 어서방으로 모셨다.경천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안색이 다소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택란을 보자 눈동자, 그의 눈망울은 여전히 빛이 났다.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러 왔기에, 안왕과 위왕도 편견을 내려놓았다. 경천이 택란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두사람은 못내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그들 역시 젊었었고 사랑에 빠졌던 적이 있었기에, 그 사람을 위해 유치하고 때로는 무서운 짓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경천이 한 일도 그저 좋아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비록 책략이 다소 대담하긴 했지만, 혈기 왕성한 나이니 이해할 만했다.경천은 상석에서 내려와 직접 두 친왕에게 사과를 올렸다.“어젯밤 내내 생각해 보니, 어제 일로 두 분께 큰 불편을 가져다주었을 것이오. 부디 용서해 주시오!”위왕은 급히 일어나 예를 올리며 말했다. “폐하,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어젯밤 일은 저희도 이해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두 나라가 자주 오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작은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경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는 말이오. 앞으로도 자주 오가며 지낼 것이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택란을 힐끗 쳐다보았다. 택란은 계획서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뜨거운 시선을 느낀듯 고개를 들었다.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고, 하얀 볼도 살짝 불그스레해졌다.두 나라 모두 광물 채굴

  • 명의 왕비   제3219화

    위왕이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는 돕지 않습니다. 택란이 폐하를 사모한다고 말하거나, 혼인을 하고 싶다고 하지 않는 한, 꿈도 꾸지 마십시오!”“그럼 난 기다리겠소!”경천이 답했다.위왕은 그의 눈빛에서 보이는 익숙하고도 강한 결단력을 보며 말했다.“정말 고집이 세시군요. 대체 어찌 말해야 할까요? 세상엔 수많은 여인이 있습니다. 택란보다 더 뛰어난 여인도 있을 텐데, 어찌 택란만 붙잡고 이러십니까?”경천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확고하게 느껴졌다.“나는 오로지 하나만 바라볼 뿐이네. 내 생애 다른 여인을 얻을 생각도, 후궁을 들일 생각도 없소. 택란만 있으면, 나는 그 누구도 마음속에 두지 않네.”위왕과 안왕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경천의 말에 다소 감동하였다.그러나 약속을 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스무살, 서른이 되어서도 오늘 한 말을 기억하길 바랍니다.”위왕이 말했다.그러자 경천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택란이 돌아오자, 다시 입을 열었다.“어제 내가 한 일은 조금 어처구니없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전부 없던 일로 생각해라.”“예!”택란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그는 여전히 시선을 마주하기도 힘들 정도로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우리는 이제 좋은 벗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 나를 벗으로 생각해 줄 것이냐?”경천이 미소를 지으며 택란을 바라보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럼요. 저희는 벗이니깐요.”위왕은 그제야 경천이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는 택란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두 나라가 협력하는 상황이니, 요구를 제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들이 궁을 떠나려 하자, 경천은 말리지 않고 두둑한 선물을 준비해 그들을 궁 밖으로 모시도록 했다.그들이 떠난 후, 경천은 통천각에 올라가 그들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천천

  • 명의 왕비   제3220화

    “괜찮소. 나도 왜 갑자기 재채기를 하는지 모르겠소.”우문호가 코를 문지르고는 머쩍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마도 우리 딸이 나를 그리워해서 그런 것 같소. 원 선생, 이제는 경성으로 부를 때도 되지 않았소?”“간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나. 오가는 길에서 지칠까 걱정하지 않는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우문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루라도 보지 않으니, 격세지감이네. 딸을 낳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네. 늘 걱정되는 마음 뿐이지 않나? 아들들은 훨씬 안심되네.”“아들들이 듣지 않도록 하시오. 편애한다고 하지 않겠소?”원경릉이 말을 덧붙였다.“난 가식적인 사람이라, 아들 앞에서는 말하지 않소!”원경릉은 그의 가식적인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이만 어서방으로 가시오. 냉수보가 조급할 테니, 어서 가보시오. 나는 돌아가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을 테니.”원경릉이 말했다.“알겠소. 내일 함께 숙왕부에 가서 가져온 선물을 나눠야겠네.”그쪽 물건을 유난히 좋아하는 삼대 거두가 얼마나 즐거워할지 떠올리며 우문호는 눈웃음을 지었다.“아, 금나라 황제가 보내온 편지를 주시오.”“어서방에 있네. 곧 사람을 시켜 가져다 오라 하겠소. 왜 갑자기 찾는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그저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네.”한편, 어서방 안에서 냉정언과 이리 나리는 한참 동안 우문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무 빤히 바라보는 그들의 모습에 우문호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그는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경성을 떠나 병을 치료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보라 했더니. 어찌 그렇게 쳐다보는 것입니까?”“이상합니다. 대체 얼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 훨씬 젊어 보이십니다. 대체 어디서 병을 치료했고 무슨 약을 먹은 것입니까?”냉정언이 물었다.“단약, 단약을 먹었습니다.”다섯째가 불만스럽게 대답했다.“무슨 단약입니까? 공주에게 드리려 하니, 하나만 주십시오.”이리 나리가 답했다.여자들은 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 명의 왕비   제3221화

    원경릉은 그 편지를 들고 바로 실험실로 향했는데, 실험실에는 전에 가져온 현미경이 놓여 있었다.편지를 현미경 아래에 두고 자세히 보긴 했지만, 양여혜가 말한 얼음 벌레는 발견되지 않았다.양여혜는 얼음 벌레가 강한 세균이라, 정상적인 환경에 처해있으면 많이 번식할 것이라 했었다. 하지만 왜 보이지 않는가?발견되지 않으니, 그녀는 조사할 길이 없었다. 얼음 벌레를 찾아내려면 아마도 금나라 황실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만약 이 얼음 벌레의 번식력이 약하다면, 편지에 조금 묻었을 뿐인데 수천 리를 오가며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다섯째의 상처로 파고들었다는 것이었다. 대체 얼마나 불운해야 감염이 된다는 말인가?정말 금나라로 가야 하는 것인가?다음 날, 우문호 부부는 무상황을 뵙고 선물을 나눠주러 숙왕부로 향했다.이번에도 그는 무상황을 위해 담배를 가져갔지만, 무상황은 한 번 맡아보기만 한 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는 이미 끊었다.”우문호와 원경릉은 서로를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무상황은 전부터 끊겠다고 말을 해왔지만 늘 몰래 한 모금씩 피우곤 했었다. 이번에 진짜 끊을 수 있을까?“나이가 들었으니, 너희 얼굴을 좀 더 보고 싶구나. 택란이 시집가는 모습도 보고, 운이 좋다면 택란이가 아이를 낳는 것도 봤으면 좋겠구나.”무상황이 감탄하며 말하자, 원경릉이 그의 곁에 앉았다. “어찌 갑자기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꺼내십니까? 분명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무상황이 답했다. “추 할머니 사건 이후로,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난 십여 년 전부터 죽은 목숨 아니더냐?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지난 십여 년을 훔쳐 온 것처럼 마음이 늘 불안했다. 계속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언제 이 늙은이가 떠날지 모를 일 아니더냐?”그는 원경릉을 바라보며 자애로운 눈빛을 띠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식사에도 신경 쓰고 너희의 감시를 받으며, 최대한 오래 너희 곁에 남을 것이다.”“좋습니다!”원경릉은 겉으로는 웃어 보였지만

  • 명의 왕비   제3222화

    모두 아주 소박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우문호 부부는 마차를 타고 달빛 아래 궁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러다 문득 금나라 어린 황제의 혼사가 떠올라 우문화가 입을 열었다.“위왕, 안왕에게 금나라 황제의 혼례에 참석하라고 시켰는데, 아직도 보고할 소식을 전하지 않았더군.”“아마 별다른 일이 없어서 보고하지 않았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했다.“택란은 금나라와 함께 광물 채굴을 진행하기를 원했으니, 혼례 참석뿐만 아니라 그 일을 도와달라고도 시켰네. 그러니 보고해야지 않겠소.”그러자 원경릉이 조용히 우문호 곁에 기대며 말했다. “택란? 자네가 딸 이름을 부르는 걸 들으니, 왠지 익숙하지 않소.”“아이가 이제 컸으니, 늘 애칭으로 부르면 사람들이 웃을 것이오.”우문호는 딸의 체면을 지켜줘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찌 아직도 만두나 경단이라 부르는 것이오? 아들이 체면을 잃는 것이 걱정되지 않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모르는 소리. 남자는 체면을 잃는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뻔뻔하게 굴 필요가 있소.”우문호는 머리를 숙여 원경릉에게 입맞춤을 하고는 활짝 웃어 보였다. “그래야 좋은 부인을 얻을 수 있소.”“정말 갈수록 뻔뻔해지오.”원경릉은 그의 목덜미를 감싸 안으며, 그의 이마 위에 가볍게 입맞춤했다. 다섯째의 모습을 보자, 그녀는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또한 다섯째가 참 잘생겼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왜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원 선생, 아이들이 보고 싶소. 내일은 만두한테 군영에서 돌아와 함께 밥이라도 먹자고 해야겠소.”우문호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좋소.”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그들의 곁에는 이제 만두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멀리 떨어진 도성에서 각자 바쁘게 지내고 있다.비록 그들이 안전하다는 걸 알지만, 늘 마음 한쪽에서는 걱정이 되었다.궁으로 돌아온 후, 우문호는 서일에게 내일 군영에 가서 만두를 데려오라고 하였다.남영은 경성

  • 명의 왕비   제3223화

    만두와 우문예는 여전히 변경 도성에 머물고 있었고, 형제들과 함께 금나라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이번 금나라 황제의 대혼이 다소 수상쩍다고 여겨, 그들은 몰래 금나라에 잠입하여 상황을 살펴보았다.금나라 황제가 계란이를 황후로 책봉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은 몹시 화가 났었다. 그러나 통천각 지붕에서 황제와 금나라 금군 수장의 대화를 엿듣고 나서야, 그 속에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따지지 않기로 했다.계란이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형제들은 먼저 약도성에서 그녀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 일은 아버지가 알면 안 되는 문제였다. 지금은 아버지가 모르는 상황이니, 장남이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적어도 계란의 생각이 어떠한지부터는 제대로 확인해야 했다.우문예는 여전히 화가 났다. 단순한 분노를 넘어서, 애지중지 키운 보물이 누군가에게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여동생이 언젠가는 시집을 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여동생이 적어도 서른 살이 되어서야 결혼하길 바랐다. 계란이가 충분히 즐기고, 세상을 경험한 후,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시집을 가야 앞으로 혼인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제 겨우 열한 살인데, 벌써 이런 걱정을 해야 한다니 말이다. "형, 어마마마가 찾으세요?"경단이 물었다."맞아. 아바마마께서 내가 군영에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돌아가면 불려 가서 이야기해야할 것이다."그러자 우문예가 말했다."그럼, 먼저 경성으로 돌아가십시오. 우리가 남아서 계란이를 기다릴 테니.""괜찮다. 돌아가서 아바마마께 직접 설명하마.""설마 아바마마까지 속이려는 것입니까?"찰떡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들은 앞으로 아버지께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를 속이는 것은 권력을 남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었다.우문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아바마마를 속이는 건 안 된다. 하지만 이 일을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그럼, 아바마마께 뭐라고 말할 셈입니까?"우

  • 명의 왕비   제3224화

    우문예는 택란의 책을 정리하며 준수한 얼굴로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계란이는 남들의 사랑을 받을 필요도, 동정받을 필요도 없다. 계란이는 다섯 명의 오라버니가 있으니.”"예. 우리 계란이가 어찌 타인의 안쓰러움과 사모를 받아야 하겠습니까?"환타도 곧이어 맞장구쳤고, 다섯 형제는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다음 날, 택란 일행이 돌아왔다. 마침 위왕과 안왕도 약도성에서 이틀 정도 머물 계획이었다.조카들이 다 모였으니,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택란은 오라버니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자마자, 자기가 황후로 책봉된 일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역시나 묻기도 전부터, 그들은 그녀를 방으로 끌고 갔다.택란은 그들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어마어마한 적을 만난 듯한 모습입니다.""넌 무슨 생각인 것이냐? 그 어린 황제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는 것이냐?"환타가 먼저 묻자, 택란이 피식 웃었다. "오라버니, 어린 황제라니요. 오라버니보다 나이가 많습니다.""편을 듣는 것이냐? 듣기 거북하구나."우문예가 인상을 찌푸렸다."그냥 어린 황제라고 부르거라."택란은 혀를 살짝 내밀었다."예.""자, 네 사형이 한 질문을 대답하거라. 그... 어린 황제가 황후로 책봉했다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우문예는 사실 여동생이 안쓰러웠지만, 장남으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그러자 택란이 턱을 괴고 앉으며 천천히 말했다."딱히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그럼, 화가 나진 않았느냐?"칠성이 묻자, 택란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화날 이유가 있습니까?"다섯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화가 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좋아한다는 뜻인가? 그럴 수는 없었다!"계란아, 어린 황제한테 어떤 감정이 있느냐? 혹시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는 느낌이라도 있었냐?"경단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평소 소설을 많이 읽기에 남녀 간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나름 이해하고 있었다. 마음이 흔들리면, 가

  • 명의 왕비   제3225화

    칠성이 입을 삐쭉거렸다."그 어린 황제 생김새도 별로입니다! 나이가 큰형이랑 비슷한데도 큰형보다 훨씬 늙어 보입니다."그러자 택란이 깜짝 놀랐다."정말 그를 본 적 있습니까? 아, 오라버니들도 간 것입니까? 어찌 저를 만나러 오지 않은 것입니까? 숨어 있었던 것입니까?"우문예는 칠성을 힐긋 쳐다보았다."어찌 그렇게 말이 많은 것이냐?""다들 갔으면서 저를 찾지도 않았습니까?"택란도 입을 삐쭉 내밀었다.우문예는 여동생의 입이 삐죽 나온 걸 보자,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다정하게 말했다."그 혼례가 너무 수상해서 확인하러 갔다. 막상 가고 나니, 네가 황후로 책봉된 걸 알게 됐지. 그래서 그 대담한 어린 황제를 직접 만나려 했던 것이지, 일부러 너를 피한 게 아니다. 그저 약도성에서 너를 기다리려 했다."택란은 사실 진짜로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오라버니들이 금나라까지 와놓고도 자신과 함께 놀지 않은 게 아쉬웠다. 금나라에서 함께 놀았다면 얼마나 신났을까?다들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고, 택란이 다시 웃음을 되찾자 비로소 안심했다.찰떡이 우문예를 보며 물었다."큰형,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금나라에 있을 때 왜 어린 황제를 혼내지 못하게 한 것입니까? 그 녀석이 얼마나 얄미웠는데요. 우리의 허락도 없이 계란을 부인으로 맞겠다고 하다니."우문예는 옷자락을 날리며 택란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찰떡이와 나머지 동생들의 의아한 눈빛을 보며 답했다."신분 때문이다.""그가 황제라서 우리가 손을 못 댄다는 뜻입니까?"찰떡은 불만을 터뜨렸다. 그 녀석이 높은 신분이라 겁먹고 못 건드리는 셈이다. 형이 언제부터 이렇게 소심했단 말인가?우문예는 손을 뻗어 찰떡의 귀를 잡아당겼다."우리의 신분 때문이기도 하고, 그의 신분 때문이기도 해. 나라 간의 우호 관계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찌 홧김에 그런 일을 저지른다는 말이냐? 우리가 금나라에서 황제를 붙잡고 두들겨 팼다면, 두 나라는 소란이 일 것이다."찰떡은 귀를 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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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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