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부인과 훼천은 어울리지 않아“잘 지내긴 잘 지내시죠, 하지만 군주 두 분이다 다 시집간 뒤에는 독수공방으로 어떻게 지내시게요?” 미색이 말했다.“지금 어떻게든 지내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지내지겠지.” 요 부인이 중얼거렸다.지난 번 일이 있고 사람들 마음에 사실 훼천이 요 부인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고, 손 왕비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원용의와 원경릉, 미색 등은 손 왕비와 의견이 달랐다.원용의와 미색은 모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빠른 사람들이라 구구절절이 법도를 따지겠냐고?원경릉은 자신을 배신하고 자기를 죽이려 한 사람, 은혜를 원수로 갚는 남자를 위해 평생을 수절하는 건 그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요 부인은 겨우 서른 남짓으로 7~80까지 산다면 적어도 수십 년은 독수공방 해야 한다는 거 아냐?“훼천은 어때요?” 미색이 잘 알면서 일부러 물었다.요 부인이 눈을 들어, “좋아.”“아쉽게도 거친 남자라 마음에 안 드시죠?”“무슨 헛소리야?” 요 부인이 불안한 눈으로 정신없이 사람들을 보더니, “헛소리 하면 안 되지. 이 말이 세 나가면 추할 수 있어. 희열이 몇 년 안에 혼담 오갈 텐데.”손 왕비가 요 부인이 난감해하자 미간을 찡그리며, “됐어, 여섯째 동서, 그런 거 묻지 마. 그 훼천이라는 사람을 한번 본 적이 있는데 공포스럽고 힘이 세고 포악하게 생겼더라고. 여자를 때릴지도 모르고. 요 부인이 남자를 찾겠다고 쳐도 아무렇게나 강호의 거친 사내를 찾아 줄 수는 없어.”“훼천은 여자를 때릴 리 없어!” 요 부인이 손 왕비를 보고 소리쳤다.“그건 단정 짓기 어렵지.” “훼천은 그럴 리 없어.” 요 부인은 다시 한 번 단정하는데 마치 훼천을 방어하는 것 같다. 요 부인은 훼천과 같이 있지 않아도 누군가 훼천의 인품을 비방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손 왕비가 놀라서 요 부인을 보며, “세상에. 설마 훼천한데 마음 준 건 아니죠? 요 부인 몸으론 훼천이 한 대만 쳐도 못 버틸 거예요!”“내가 그랬지, 훼천
우문령과 이리 나리의 방문동서들끼리 대화가 이렇게 험악하고 기분 나쁜 분위기로 가득한 적이 거의 없었다. 손 왕비는 말을 마치고 조금 뉘우치는 마음이 들어서 변명하며 말했다. “난 요 부인이 행복하길 바라지 않는 게 아니라 그저 군주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는 거지.”원경릉이 정리했다. “됐어요, 그만하죠. 요 부인도 갔어요.”다들 순간 잠자코 있다가 영 기분이 안 나는지 손 왕비와 원용의도 갔다.두 사람이 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리 나리와 공주가 오셨다는 소리가 들렸다.이거야말로 흔치 않은 일로 이리 나리는 원래 외출할 때 누구를 달고 다니지 않는데, 어째서 오늘은 뜻밖에도 공주와 같이 왔을까?원래는 태자비와 회왕비란 신분은 달려나가 손님을 맞을 필요가 없으나 온 사람이 이리 나리로 원경릉의 사부이자 미색의 지도자인지라 두 사람은 나란히 마당으로 가서 이리 나리가 공주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맞이했다.이리 나리는 하늘색 옷을 한 벌로 입었는데 전처럼 오직 흰색만 입었던 것과 달리 관을 쓰고 자세히 보니 소매에 두 마리의 나비가 수놓아져 있어 이리 나리가 움직일 때 나비가 보일 듯 말듯 날개를 펼치고 높이 날아가는 듯하더니 또 갑자기 손을 흔드는 사이로 숨어버렸다.한결같은 절대 미모!공주 우문령은 오늘 검붉은 옷을 입고 매미 날개처럼 얇은 망사 망토를 걸치고 머리는 말아 올렸다. 아름답고 고운 자태에 앞섶과 옷깃에 역시 두 마리의 나비를 수놓았다. 이리 나리의 뒤를 천천히 따르며 발에 진주가 박힌 비단신이 치마사이로 얼핏 보였다.“이리 나리!”두 사람이 다가와 예를 취했다.“새언니!” 우문령도 앞으로 나와 예를 취했다.오직 이리 나리만 우뚝 솟은 나무처럼 서서 예를 받은 후 손을 흔들며 큰 걸음으로 본관 안에 들어가는 게 마치 제일 연장자 어르신 같다.원경릉은 시누이를 생각하니 불평을 참지 못하고 우문령의 소매를 잡아끌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이리 나리 안색이 좋지 않으시네.”우문령이 어리둥절해하
미색과 우문령미색이 감히 승복하지 않을 수 없어 다시 주섬주섬 앉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리 나리와 공주님께서는 어인 행차십니까, 무슨 일 있으세요?”“넌 상관할 필요 없어, 난 초왕부에 온 거니 넌 어서 썩 꺼지지 못해!” 이리 나리가 찬바람이 쌩쌩 불게 고개를 홱 돌려 원경릉에게 말했다. “너에게 할 말이 있으니 쓸데없는 사람은 전부 내보내. 여긴 네 공간이야.”원경릉이 난처해 져서 미색에게 말했다. “직접 갈래 아님 내가 쫓아낼까?”미색이 씩씩거리며 일어나 말했다. “안 들으면 안 듣는 거지, 뭐 아쉬운 것도 없는데.”말을 마치고 쌩하고 돌아서 갔다.미색이 가고 나자 이리 나리 얼굴이 드디어 좀 풀어지더니 원경릉에게 넌지시 얘기했다. “너한테 상의할 일이 있어서 왔어, 공주가 여기 며칠 있어야 할 것 같은 게 나 수도권에 일을 좀 보러 돌아가야 해서 말이야.”“그야 당연히 가능하죠.” 원경릉이 이상하단 생각이 든 것이 이런 일은 그저 분부 한 마디면 되는데 굳이 직접 올 것까지야?이리 나리가 평소처럼 말했다. “몇 마디 당부하는데 공주는 지금 약을 먹는 중으로 잘 살펴서 찬물에 닿지 않게 하고 감기나 찬바람 쐬지 않게 하고 날것이나 찬 거 먹지 않도록 신경 쓰고 매일 밤 해시 전에는 재워야 해.”원경릉이 공주에게 물었다. “약을 먹는다고? 어디가 안 좋아서?”우문령이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노마님이 처방을 내려 주셨는데 이 약을 먹으면 배가 아프지 않을 거라고 하셨어요.”“배가 아파?” 원경릉이 볼 때 우문령은 안색도 좋고 배 아파 보이지 않았다.“네, 그게 왔을 때도 배가 안 아플 거래요.” 우문령이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아! 생리통.원경릉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둘이 같이 잔 지도 오래됐는데 합방했을까? 이리 나리는 지금 우문령의 생리통까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 이미 진정한 정부인이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하지만 이 말은 이리 나리한테 대놓고 물어보기가 좀 그렇다.이리 나리가 당부를 마치더니 전혀
흑영랑대와 미색의 귀가이 말이야말로 미색에게는 비수와 같아서 우문령을 노려봤다. 미색은 이렇게 여리고 약한 어린 아가씨 입에서 이렇게 매정한 말이 쏟아질 줄 몰랐다. 미색이 계속 우문령을 도와줬는데 말이다.얘기가 더 이어질 수 없었다.원경릉은 오히려 이리 나리가 참 주도면밀하게 생각한다고 느낀 게 여기 피임 수단이라고 해봤자 피임약을 먹는 건데 이런 약은 결국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는 거라 사식이처럼 무공을 수련한 사람은 좀 마셔도 버틸 수 있지만 우문령은 타고난 체질이 약해서 마실 수 없다.그래서 이리 나리의 생각이 참 세심한 것이 자신이 괴로운 한이 있어도 우문령을 조금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리 나리에게 이렇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니 의외다.어쨌든 영이가 행복하면 됐다.고개를 돌려 눈으로 미색을 위로하는데 미색이 슬픔과 원망을 담아 두 사람을 쏘아보며 물었다. “이리 나리께서 수도권에서 뭘 하시는 거죠? 늑대를 3마리나 빌려야 하는 거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건가요? 왜 저한테는 얘기하지 않으실까요?”“공주 마마께도 말씀 안 하셨을 게 틀림없어.” 원경릉이 말했다.우문령이 도리어 답했다. “저 아는데요. 그이가 눈 늑대가 회색 늑대 무리를 훈련하게 한다고 했어요. 나중에 남강으로 보낼 것으로 남강 쪽 지형이 늑대 무리면 돌격이 가능하겠다고.”원경릉이 미색에게, “이리 나리께서 늑대를 많이 키우셔?”“이리 나리께서 키우시는 건 아닌데 흑영랑대(黑影狼隊)라고 몇천 마리를 수도권에서 키우고 있어요.” 미색이 옆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생각 못했네요. 뜻밖에 흑영랑대가 또 출전할 줄이야. 전에는 왜 제가 생각을 못했을까요?”“흑영랑대? 전장에 다시 출전한다는 건 어떻게 된 일이야?” 원경릉은 정말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다.“전에도 전장에 나갔을 거예요? 저도 몰라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미색은 고개를 흔들었다.원경릉이 알았다며 깊이 담아두지 않는 게 어차피 전쟁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한다.전에 이리 나
뜨거운 밤문을 닫고 미색은 거울 앞에 서서 장신구를 빼는데 회왕이 뒤에서 미색을 안으며 같이 거울 속에 미남미녀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빛이 절절한 사랑으로 말랑말랑해지며 감정이 꿈틀하더니 회왕의 입술이 미색의 귓가를 스쳐 지나는데 물처럼 차갑지만 미색의 마음을 흔들기는 충분했다.회왕은 미색이 자기를 보게 하더니 서로 입술이 부딪히며 소금쟁이가 연못을 스치듯 닿을 듯 말듯한 키스애서 시작해 거칠고 격렬한 불꽃처럼 미친 듯이 타오르며 마음속 욕망을 불살랐다. 미색은 눈을 감고 그간의 주도권을 포기했다. 전에는 매번 아이를 낳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가르쳐준 비방대로 했으나 지금은 오직 이 순간의 기쁨과 사랑만을 온전히 누리기로 했다.회왕이 미색을 안아서 부드러운 이불 위에 살포시 올리더니 몸을 숙이고 미색의 옷을 벗겼다. 회왕은 어깨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키스하고, 미색은 회왕의 목에 두 손을 둘렀다. 사랑에 빠진 미색은 복숭아꽃처럼 아름다워 회왕은 사랑을 가누지 못했다.한바탕 광풍이 몰아치고 오늘 밤이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그저 세상이 뱅글뱅글 도는 기분이다.마치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면서 밤이고 낮이고 찰싹 붙어있던 그때 삶은 술향기처럼 몽롱했고 매일 미색을 아찔하게 만들었었다.사실 그것도 좋다. 정말 좋다.초왕부.저녁 수라를 들고 원경릉과 우문령은 얘기를 나눈 뒤 방으로 돌아가 경호에 대한 집중 연구를 계속했다.연구는 밤까지 계속되어 우문호가 들어오는지도 전혀 못 느꼈다.우문호가 원경릉 곁으로 와서 품에 안으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봐? 안 피곤해?”“안 피곤해. 난 또 자기가 내일에나 돌아올 줄 알았지.” 원경릉이 머리를 우문호 품에 기댄 채 고개를 들고 우문호에게 미소를 지었다.우문호가 그대로 키스하고 몇 번이나 뽀뽀하더니 궁금해했다.”일 마쳐서 조금이라도 빨리 당신 보려고 돌아왔지. 애들은 자?”“지금은 아마 잘걸? 만두가 오늘 외할머니 집에 간다고 했어. 그래서 저녁 수라 들고 바로 방에 가서
뜻밖의 방문홍엽이 예전 평온함을 되찾고 우문호가 온 뒤로 집에 아무도 다른 사람이 찾아오지 않았다.사람은 정말 이상해서 번화한 것에 익숙해졌다가 다시 고요해지자 모든 게 불편하게 느껴지고 마음을 아무리 차분하게 하려해도 초왕부에 가고 싶어졌다가 또 자기가 늘 원경릉을 귀찮게 한다는 생각에 원경릉이 계산을 해내는 시간을 뺏을까봐 걱정됐다.타고나길 지략으로 승리해온 홍엽이지만 의외로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도 적막함을 없앨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못난이를 돌아오라고 해서 얘기를 나눴는데 못난이는 말수가 적어서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같다. 노마님 약 치료 효과가 어떤 지 물은 뒤 할 말이 없어서 심하게 무료했다.못난이도 난처한 게 전에 공자를 모실 때는 공자가 늘 조용한 걸 좋아하고 말수가 적었는데 이제는 수다를 떨고 싶어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홍엽은 지루함을 참다못해 검 두 개를 찾아 못난이와 비무를 하려 했다.못난이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공자, 창피함을 자처하지 마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성미를 건드렸겠다? 이 말을 듣자 마음을 모질게 먹고 검을 쥔 채 못난이를 향해 찌르고 들어갔다. 못난이는 검을 집는 것과 동시에 가볍게 공중에서 제비를 돌더니 유유히 피했다. 반격으로 검을 들고 홍엽의 팔목을 향해 파고들어 오는데 홍엽이 경멸하며 검을 옆으로 하며 막는데 검이 도달할 때 검날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홍엽의 머리카락을 자르자 홍엽이 당황해서 물러나 도망치며 위험을 피했다.승부욕이 타오르며 자연스럽게 적을 얕잡아보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어 못난이와 다시 300합을 주고받을 생각이었다.비무인만큼 홍엽은 내공은 쓰지 않았다. 못난이의 검은 빠르고 경쾌해서 기이하고 변화가 많아 홍엽이 내공을 쓰지 않으면 언감생심 못난이와 300합을 겨룰 꿈도 못 꾼다. 50초식이 지나자 궁지에 빠져서 결국 못난이에게 쫓겨 바닥을 계속 굴러 겨우 못난이의 날카로운 칼끝을 피했다.하지만 붉은 옷을 입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니 체면이 말이 아니라 암울하고
냉정언의 계략홍엽은 은근히 이를 악물었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냉정언의 기세에 꺾여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냉정언이 왜 왔는지도 호기심이 생겨서 차가운 얼굴로 들어갔다. 붉은 옷을 휘날리며 앉아서 눈썹을 치켜 올리고 냉정언을 보더니 말했다. “냉대인이 제 저택에 어인 일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가르침이 있는지요?평소 군왕의 신분을 갖추고 살지 않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그런 척했다.냉정언이 담담하게 홍엽을 흘끔 보더니 말했다. “못난이를 찾아온 것으로 당신을 찾아온 게 아닙니다.”홍엽은 이 말에 순간 열이 받아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말했다. “당신이 방금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래 놓고 지금 저더러 뭐 하러 왔느냐고 하는 겁니까?”냉정언이 약간 놀라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언제 당신을 불렀다고 그러십니까? 전 원래 못난이를 불렀는데 당신이 꾸역꾸역 들어오더니 또 성난 얼굴을 하시지를 않나, 누가 당신을 열 받게 한 겁니까?”못난이는 밖에서 코웃음을 쳤다. 홍엽이 잡아먹을 거 같은 눈으로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가자 비로소 못난이가 정색하고 칼을 품고 와 냉정언에게 말했다. “절 무슨 일로 찾으십니까?”냉정언이 못난이에게 입을 뗐다. “네 얼굴에 표는 천무당의 표시인 게 거의 확실한데 노마님이 널 위해 검은 불꽃을 없앨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어. 하지만 내게 생각이 있는데 만약 불꽃을 없앤 후 원래 외모로 돌아가면 강북으로 돌아가 전란을 평정하는 건 어때?”못난이가 공자에게 황당무계하다며 본인은 강북사람들이 증오하는 악마의 현신인데 그들이 천지신명처럼 숭배하는 천무당이라니.지금 다시 냉정언의 말을 들으니 갈수록 음모라는 생각이 강해졌다.지금 북당은 남강 외에 북막이 호시탐탐 엿보고 있어 북당이 정식으로 태평성대에 진입하게 하려면 적어도 남강의 어지러운 정국을 평정해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못난이는 비록 정국에 대해서는 못 들었지만 공자가 여러 가지 얘기를 하는 것을 들어서 이런 상황도 알고 있다. 못난이
원씨 집안 노부인의 생신냉정언이 홍엽의 저택을 나와 병부로 우문호를 찾아가서 이 일을 알렸다.우문호는 그 자리에서 책략을 만들고 조정이 천무당과 맺을 맹약을 한 부 준비해 나중에 못난이의 반점이 고쳐진 뒤 못난이가 말을 바꾸지 못하도록 했다. 우문호는 냉정언에게 이 일을 차질없이 진행해 필히 연내에 남강을 평정하고자 했다. 그래서 조정의 큰 근심을 덜고 전심을 다해 북막의 대군이 변경을 압박해 오는 것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우문호가 냉정언에게 선포했다. “이 일이 이루어지면 하늘이 우리 북당을 돕는 것으로 내란이 그치고 북막의 흉악한 횡포도 우리 북당은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확실히 그럴 것입니다. 당장 이 한 걸음이 모자랐어요.”지금 당장의 태평성대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고 내란과 외적의 수탈을 그치게 해야지만 국력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둘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둘은 모두 태평성대를 이룩하려는 야심이 있어, 전란을 평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다스리는 것은 더욱 어려워서 둘의 갈 길이 멀고도 멀다.원씨 집안 노마님의 생신이 오늘로, 명원제가 노부인을 국부인(國夫人)이란 일등 품계로 품계를 올리고 봉호를 하사했다. 칙령문서는 운봉금(雲鳳錦)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은 북당이 생긴 이래 두 번째 국부인에 책봉된 것이며, 칙령문서의 도안을 오르내리는 용이 휘감는 운봉금을 사용했다. 게다가 마침 첫 번째 국부인도 원씨 집안사람으로 당시 건국 황후와 함께 영토를 토벌한 당대 첫 번째 국부인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대장군이다.원씨 집안은 지금 성인 남자가 다소 적은 편이고 특히 사식이 대에 와서는 원씨 집안에는 손자 둘만 있고 지난 몇 년 동안 원씨 집안의 여장군은 전장에 참여해 정벌전을 치러오다가 나중에 친왕들이 일어나 처음엔 위왕과 안왕, 나중에 초왕 우문호 등이 등장해 원씨 집안은 점점 물러났고 명원제도 원씨 집안의 명맥을 보존하고자 하여 좋은 땅을 봉지로 내려 편안하게 부귀를 누리고 자손이 번창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