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귀비의 충격적인 소식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진한 뒤 심박을 듣고 물었다. “배 아프세요?”“약간, 설사를 이렇게 많이 했는데 어떻게 안 아파?” 황귀비가 따질 힘도 없는지 말했다. “어지러워 죽겠네.”“만약 아직 설사가 나면 금식하셔야 해요.” 원경릉이 명을 내리고 처방전을 쓰며 물었다. “월경은 언제 있었나요?”“요 1년 동안 두세 달 만에 한 번씩 금방 끝났어. 최근 한번 한 게 두 달 전일 거야.” 황귀비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원경릉이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황귀비에게 말했다.“임신일 리는 없으세요?”황귀비는 이 말을 듣고 ‘풉’하고 웃으며 원경릉에게 말했다. “놀리지 마, 아주 날 홀랑 가지고 놀고 말이야.”원경릉은 침착하게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최근 이게 아주 대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북당이 좋은 일이 연달아 있는 김에 미색도 얼른 쓸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황귀비는 별로 검사해보고 싶지 않았지만 원경릉이 겸사를 하지 않으면 약을 쓰기 어렵다고 고집을 부렸다.황귀비는 거스를 수 없어 구시렁거렸다. “그건 불가능해, 내가 올해로 사십이 넘었고 만약 정말 그런 복이 있으면 지금은 손주도 있는 데다 일 년에 폐하 시중을 한두 번밖에 못 들겠어? 지난번 시중도 두세 달 전이었어.”이렇게 말하면서도 풍집사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 갔다.원경릉은 사실 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전에 우문호가 말하는 걸 들었는데 지금 아바마마께서 호비를 총애하고 궁중의 다른 비빈들은 나이가 많아서 아들과 손자가 있으니 마음이 아예 그쪽으로는 없는지 가끔 폐하께서 가셔도 그렇게 기쁘게 맞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황귀비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 우문호가 양자가 된 뒤로, 우리 떡들과 쌍둥이가 자주 궁에 드나들고 황귀비 본인도 방대한 후궁을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폐하의 시중을 들 정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거기다 폐경 전후라 황귀비가 방금 말한 대로 1년에 한두 번 하는 건 부부 사이 의무방어전 정도 의미다.잠시 후 풍 집사가 임신
황귀비의 임신, 미색의 불임황귀비가 중얼거렸다. “늘그막에 자식을 보는 건가?”원경릉은 황귀비가 이렇게 자조하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어마마마, 기쁘십니까?”“기뻐 죽을 것 같아!” 황귀비가 천천히 자리에 앉아 몸을 약간 떨었다. 고여서 썩은 물 같던 나날이 갑자기 벅찬 환희가 되어 황귀비는 감히 믿기지가 않았다. 지금 이 모든 게 꿈인 것만 같아서 원경릉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실수는 아니겠지?”“그럼 어의를 불러 다시 한번 진맥을 하세요!” 원경릉이 말했다.황귀비는 이렇게 큰일을 경솔하게 처리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여러 차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단 본인부터 믿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풍집사가 급하게 알리러 간 게 원망스러운 것이 나중에 혹시라도 회임이 아니라고 하면 꼴이 우습기 때문이다.원판이 어의 몇 명을 데리고 왔다. 돌아가며 다가와 진맥하는 동안 명원제도 왔는데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고 놀라움에 차서 황귀비를 바라봤다.마지막으로 원판이 황귀비 마마는 분명 회임하셨다고 선포하고 이미 두 달이 되어 심지어 호비마마보다 약간 앞선다고 했다.명원제는 좋아 죽을 것 같다. 남자는 말이지, 아빠가 되는 거라면 몇 번이라도 좋다. 낳으면 키울 수 있으니까.황귀비가 기쁨에 벅차 눈물을 흘리자 원판이 정상이라며 임부는 울었다 웃었다 하는 게 당연하다며 따지고 들면 안 된다고 했다.황귀비는 기쁨에 겨워 울고 걱정이 돼서 눈물이 났다. 최근 며칠 동안 계속 설사를 했기 때문에 아이를 잃을까 걱정이 됐다.다행히 원경릉이 당분간은 괜찮으니 음식을 담백하게 드시면 곧 좋아질 거라고 했다.황귀비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아직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계속 되뇌었다. “노부인께 정말 감사드리네. 노부인이 나에게 처방해 준 약을 두세 달 먹고 이렇게 회임할 줄 몰랐어. 노부인은 자식을 점지해주는 삼신할미시다.”황귀비가 이 말을 한 지 사흘도 되지 않아 온 경성에 소문이 쫙 퍼져서 일순간에 할머니의 명성이 경성에
못난이가 준 탕미색의 뒷모습을 보니 원경릉도 기분이 착잡했다. 미색과 여섯째는 맥으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할머니도 그들 맥을 짚었으나 맥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물론 여섯째 쪽 올챙이가 힘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만약 그런 문제라면 정화 군주의 방법이 어느 정도 유용할 것이다.원경릉이 집으로 돌아와 계속 경호의 수수께끼를 파고들고 있었다. 홍엽은 요즘 일이 있든지 없든지 초왕부를 찾아와 어슬렁거렸다. 주요 이유는 진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원경릉이 홍엽에게 설명하기를 보기엔 쉽지만 계산하는 건 상당히 복잡해서 1~2년 안에 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홍엽은 상당히 실망한 눈치다.하지만 홍엽은 여전히 매일 와서 매번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탕을 선물했다. 못난이가 새로 배운 요리라는데 맛있다.하지만 우문호는 마시지 않고 매번 전부 버렸다. 왜냐면 이 탕은 국물 말고 아무것도 없어서 뭘 끓인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며칠 온 뒤 홍엽이 탕을 마시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었다. 서일 이 녀석은 솔직하고 입바른 소리를 잘해서 말했다. “안 먹었어요. 전부 버렸습니다.”“버렸다고?” 홍엽이 화를 내며 말했다. “못난이의 정성인데 당신들 어떻게 버릴 수가 있지?”우문호가 서일을 째려보고 홍엽에게 변명했다. “뭘 끓인 건지 모르는데 누가 감히 먹을 수 있어? 그리고 못난이는…… 늘 원 선생에게 엄청 적의를 품고 있는데 몰래 뭔가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잖아?”“어떻게 그런 식으로 사람을 의심할 수 있습니까? 만약 독이 걱정됐으면 저한테 말하면 될 것을 그럼 제가 먹는 걸 보여 드렸을 텐데. 못난이가 생긴 건 그렇지만 마음은 선량하단 말입니다.” 홍엽이 화를 냈다.“그래, 못난이 마음이 선량하다고 쳐. 그런데 왜 우리에게 탕을 주는 건데? 음식솜씨를 연습하는 거면 자네가 먹으면 되잖아.” 우문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걸 아예 이참에 까놓고 말했다.홍엽이 입을 다물고 한참 있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어쨌든 당신들에게 필
우문호와 홍엽의 몸싸움우문호가 변명을 전혀 듣지 않자 홍엽이 화가 나서 말했다. “전부 오해라고 했잖아요. 저도 태자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건 전부 한바탕 오해였어요. 아직 안 끝났습니까? 전 당신들 북당을 위해 공을 세우고……”“공을 세우면 안 때린다고 했어?” 우문호가 앞으로 덮치며 이를 갈고 으르렁거렸다. “그녀를 넘보면 네가 내 목숨을 구했다 해도 목숨 걸고 싸울 거야. 네가 경호에서 나한테 한 말 기억 좀 해보지그래. 일부러 심오한 척 2년 후에 원 선생이 자기 손에 들어올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나지, 능력도 좋아.”“일부러 뭐? 내가 그녀를 빼앗자고 치면 성공하지 못할 것도 없는데 내 기분 상하게 하지 말지, 작작하라고, 됐거든!” 홍엽이 우문호와 드잡이하는데 진짜 열 받는 건 2년간 유지해 온 신비함을 우문호가 까발려서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려 버린 사실이다.원경릉이 멀리서 우문호와 홍엽이 싸우는 걸 보는데, 사식이가 가서 우문호를 돕고 싶어 안달이다. 원경릉이 말했다. “가지마, 싸우게 내버려 둬.”“홍엽이 대단한데 태자 전하께서 다치시는 거 아닙니까?” 서일이 물었다.원경릉이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말했다. “그럴 리 없어, 저 사람들 친해지는 중이야.”요 며칠 둘이 서로 예의를 차리는 게 원경릉까지 어색할 지경이었다. 둘은 타고난 원수인데 갑자기 예의를 차리면 둘은 같이 지낼 수가 없다. 결국 더 나은 공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앞으로 홍엽이 다시 오면 둘은 서로 원망의 말을 할 거고 그런 상태가 좋다.하지만 못난이가 원경릉과 우문호에게 무고술을 썼을 줄 몰랐다. 원경릉은 못난이는 홍엽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못난이 자신이 홍엽의 짝이 되기엔 부족하다고 느끼고 시녀의 신분으로 홍엽의 곁을 지킬 뿐이라고 생각해 왔다.하지만 못난이가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무고술을 쓴 건 원경릉과 우문호를 갈라놓으려는 것이고 핵심은 홍엽을 위해 길을 터주려는 목적이다. 못난이는 홍엽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그런 걸 원했을까?
못난이의 마음못난이는 믿기지 않았다. 이 약은 효과가 없었던 적이 없는 게 절대적으로 서로 믿는 부부는 천하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홍엽은 못난이한테 신경 쓰지 말고 마당에 있는 안락의자에 벌렁 드러누워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을 바라봤다.못난이는 여전히 저쪽에서 계속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중얼거리고 있었다.문득 홍엽이 못난이에게 말했다. “못난아, 만약 태자비가 계속 경호의 비밀을 못 알아내면 우리 북당에 눌러앉자, 아무 데도 가지 말고.”못난이가 놀라서 홍엽을 바라봤다. 공자가 북당에 머무르고 있는 건 원숭이의 고향을 찾기 위해서고 원숭이의 고향의 관건이 되는 인물을 찾았더니 바로 태자비였다. 만약 태자비가 찾아내지 못하면 공자는 왜 굳이 여기 있으려는 거지?“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우리를 믿지 않고 저들은 늘 우리가 자신들을 해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그럼 걱정하라고 내버려 둬, 늘 경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좋잖아?” 홍엽이 입을 실룩거리며 미소를 짓는데 눈에 장난기가 다분하다.못난이는 가만히 홍엽을 보는데 아무래도 공자가 최근 좀 이상하다.“남강으로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으면 내일 내가 여비를 줄 테니 가봐.” 홍엽이 물었다.못난이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못난이는 안 갑니다. 못난이는 계속 공자 곁에 있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마음대로 해!” 홍엽이 여전히 강요하지 않았다.못난이는 약간 실망해서 말했다. “그럼 우리는 경성에서 뭘 하죠?”’“첫 번째 일은 너한테 남편감을 구해주는 거.” 홍엽이 못난이를 보고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못난이가 화들짝 놀라 자신의 얼굴을 만지더니 말했다. “아뇨, 아니에요. 전 시집 안 갑니다. 절 마음에 들어 할 사람도 없고요.”“가면 쓸 필요 없어, 벗어 버려. 너 예뻐.” “아뇨, 안돼요. 안됩니다!” 못난이가 순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벗을 수 없어요. 벗으면 맞아 죽을 거예요.”“못난아, 여기는 그럴 리 없어. 여기는 남강 북쪽이 아니라
홍엽과 원숭이홍엽과 잠시 얘기하고 못난이의 처지를 알게 되었다.원경릉이 전혀 상상도 못한 채 놀란 것이 고지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무녀였다는 사실로, 고지의 여동생은 오히려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어쩐지 못난이는 항상 잔혹하고 사납게 보인 게 원래 어릴 때 고생을 해서 그런 것으로 다른 누구였더라도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이다.원경릉이 말했다. “절 찾아오게 설득할 수만 있으면 전 상관없어요.”“내 명령이면 들을 거야.” 홍엽이 원경릉에게 말했다.“좋아요. 요 며칠 일이 없으니 오라고 하세요.” 원경릉이 사람을 시켜 차와 간식을 내오게 하고 홍엽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참이죠?”홍엽이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나한테 관심 있는 겁니까?”“물어본 것 뿐이에요. 한 때 친구니 당신한테 관심을 두는 것도 정상이죠.” 원경릉은 최선을 다해 의심받을 만한 구실을 만들지 않으려 했다. 비록 지금 홍엽과 악감정이 없다고 해도 홍엽의 생각은 추측하기가 너무 어렵다.홍엽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친구라, 참 좋군요. 제가 잠시 경성에 살면서 마마께서 경호에 대해 알아내시는 걸 기다리죠.”“경호를 통해 어디로 가려고요?” “몰라요.” 홍엽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단지 이생에는 유감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 말았어야 할 잘못도 있고, 만약 경호로 미래나 과거로 갈 수 있으면 가서 바로잡고 싶어요.”원경릉이 놀라며 말했다. “바로잡는다고요? 그러니까……어머니?”홍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그 중 하나고, 그때의 늑대골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홍엽은 말하며 똑바로 원경릉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당신 말하는 건 믿을 거예요. 당신은 원숭이의 죽음을 막을 방법이 있어요. 당신이 살아있으니 원숭이도 원래 틀림없이 살 수 있었다. 그런 이치인 거죠?”원경릉이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원숭이 실험 모든 데이터는 전부 원경릉이 제어한 것으로 당시 성공한 것으로 보여 인체 실험에 들어갈 수
못난이의 얼굴원경릉은 첫날 못난이로부터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 못난이는 원래 모순된 정서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나 홍엽의 엄명에 방에 들어와 가면을 벗고 원경릉에게 얼굴을 살짝 보여주었다.사람 가죽으로 된 가면 뒤의 얼굴은 창백하고 혈색이 없는데 이목구비가 전부 전율이 일만큼 예뻤다.못난이와 미색은 같은 선상에 있었는데 외모로 보자면 못난이는 미색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단지 손으로 왼쪽 볼을 살짝 긁어내더니, 다시 거기서 가면 가죽을 벗겨 내는데 볼에 불이 하나 있는 게 보였다.정확히 말하면 불꽃으로 솟아오르는 불꽃은 검붉고 잘 빠진 곡선으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망울을 머금은 연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불꽃 가운데 콩알만 한 크기의 검은색 꽃술 같은 게 있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털끝만치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요염하고 신비한 아름다움을 더했다.못난이가 담담하게 말했다. “남강에서는 얼굴에 검은 모반을 가진 사람은 악마가 세상에 강림한 거라고 해요. 전 악마라고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죠.”못난이는 잽싸게 가면을 다시 썼다. 이 모반 때문에 못난이는 2중으로 된 가면을 썼던 것이다. 모반이 얼마나 큰 재앙을 몰고 왔는지 상상이 가고도 남았다.“무섭죠?” 못난이가 당황한 듯 원경릉을 보더니 냉소를 지으며, 슬픔과 분노가 눈가에 서서히 떠올랐다.원경릉이 느릿느릿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의외로 못난이가 이렇게 아름답게 생겼을 줄 몰랐네요.”“당신……” 못난이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날 놀리는 거야?”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갔다. 사람 가죽 가면 뒤에 분노를 감추고 말이다.원경릉은 손을 뻗어 못난이의 소매를 잡고 심호흡을 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놀리는 게 아니에요. 비위를 맞춰주는 것도 아니고. 정말 당신이 아름답다고, 그 불꽃은 못난이 얼굴에 금상첨화라고 느낀 거예요. 남강 사람은 왜 얼굴에 검은 모반을 가지고 태어나면 악마의 현신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쳐도 그 사람들은
못난이 얼굴에 불꽃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역시 내가 얘기할 게.”홍엽이 원경릉에게 부탁한 것이니 원경릉이 답을 주는 게 맞다.원경릉이 홍엽을 찾아 이런 결정을 얘기하자 홍엽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리 저리 돌려 말해도 결국 당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못난이의 존재에 편견을 가지고 있군요.”원경릉이 평정심을 가지고 대꾸했다. “못난이는 저에게 사실상 낯선 사람입니다. 제가 그녀에게 편견이 없다고 해서 그녀를 집에 데려가겠다는 건 아니에요. 당신은 자신이 언젠가 떠나면 못난이를 돌볼 수 없는 게 걱정돼서 초왕부가 그때 대신 돌봐 주길 바라는 건데. 제 생각에 못난이는 누군가의 돌봄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고 아무도 그녀를 괴롭힐 수 없어요. 그래도 공자의 얼굴을 봐서 초왕부가 그 점은 최선을 다할 게요.”홍엽이 다 듣고 잠시 아무 말도 없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좋아요!”홍엽이 가고 원경릉은 그가 분명 화가 났을 것으로 본인이 부탁한 일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원경릉도 속으로 사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못난이가 오늘은 아마도 오지 않을 거라 원경릉은 할머니를 찾아갔는데 할머니는 오늘 진료라 가서 할머니를 도와드렸다.원경릉은 최근 한의학을 배우고 있는데 한의학은 지식이 방대하고 심오해서 하나라도 더 배워 두는 게 낫다.병자들이 전부 간 뒤 할머니가 정리하는 걸 돕는데 원경릉의 얼굴에 근심이 있는 것을 보고 할머니가 물었다.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어?”원경릉은 할머니를 자리에 앉히고 홍엽이 부탁한 일을 얘기하고 못난이 얼굴에 불꽃과 어릴 때 만난 일 전부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사실 못난이가 어릴 때 닥친 그런 처참한 일을 생각하면 홍엽의 부탁을 거절해서는 안 되는 거지만 사람이란 게 이기적이잖아요. 못난이가 알고 있는 무고술을 전 털끝만치도 몰라요, 그래서 못난이에게 줄곧 어느 정도 경계하게 돼요.”할머니가 다 듣고 원경릉에게 말했다. “왼쪽 볼에 불꽃 무늬가 있고, 불꽃 가운데 검은색 심지가 있지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