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088화

작가: 유애
깊어지는 음모

임소가 돕겠다는 말을 듣고 주명양은 비로소 의심을 눌렀다. 방금 임소의 눈빛은 상당히 무정해서 주명양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임소는 주명양의 목덜미를 놓더니 눈을 바라보며, “요부인 말이야, 당신이랑 왕래가 있어?”

주명양이 순간 화들짝 정신이 들며 임소를 밀치더니, “왜요? 나만으로는 부족해요? 그 아줌마한테도 가고 싶어요?”

임소가 주명양의 귓바퀴에 키스하며, “당신,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난 그 사람 인맥을 쓰려는 건데. 당신을 위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당신을 위해 돈 놀이 건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당신 예전에 요부인과 기왕의 처첩으로 같이 지냈으니 틀림없이 요부인이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 거야. 그리고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지. 우리가 그 관원들의 약점을 쥐면 만약 그 관원들의 부인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줬을 경우 그걸 가지고 자칫하면 당신들 재산도 몰수당하고 관직에서도 쫓겨난다고 협박할 수 있어.”

주명양이 눈을 감고, “손전무를 찾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런 방법을 써야 하죠?”

“”손전무가 돈을 가져갔으니 헤프게 절반이상 썼을 지도 몰라. 찾아냈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은자를 토해내지 않으면 헛일이라고 결국 당신이 채워 넣어야 해. 그런데 빚쟁이 중에 당신에게 약점이 잡힌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

주명양이 화도 나고 급하기도 해서, “손전무가 감히 돈을 헤프게 써요? 보기만 하면 아주 죽여버리겠어.”

“손전무가 돈을 토해낸 다음 내가 당신을 위해 그를 죽여버리겠지만 지금은 당장 이 일부터 해결해야 해. 요부인 옆집에 훼천이라는 자가 사는데 홍매문 사람으로 명을 받고 요부인을 감시하고 있어. 당신에게 단약을 하나 줄 테니, 들어가기 전에 당신이 먹으면 온통 기이한 향을 풍기게 될 거야. 훼천을 미혹해 정신을 잃게 만들어. 와서 막지 못하게 만들기만 하면 돼. 내가 요부인을 협박해서 관원들의 약점을 내놓도록 만들지.”

주명양은 훼천을 아는데 끔찍하고 무서웠으나 자기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089화

    스톡홀름 증후군임소와 주명양 쪽은 계속 누군가 따라 붙어서 매일 원경릉과 우문호에게 보고했다.그 황당한 일은 세세하진 않지만 대략 요점만 추려서 얘기하면 이날 마침 소홍천이 그 자리에 있어 이 일을 보고하자 원경릉이, “이런 천박한 인간은 그리워할 가치가 없네요.”소홍천이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 보면 토할 거 같아요. 어떻게 그때는 그 사람에게 이끌려서 허송세월 한 건지.”서일이 순간, “그래요, 그자가 전에 정후 나리와 뭐가 다릅니까?”말은 이미 뱉아버렸는데 사식이 때리며, “닥쳐, 똥 오줌 못 가리면 말을 하지 마.”서일이 정신이 번쩍 들어서, “태자비 마마 죄송합니다.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원경릉이 평소처럼, “괜찮아, 사실이 그러니까.”“오늘 임소가 아마도 약간 눈치를 챈 거 같은 게 미행하는 자들을 바꿔야 할 듯 싶습니다.” 귀영위 나장군이 말했다.“내일 임소가 요부인을 찾아간다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렇습니다.”우문호가 서일에게, “회왕비를 찾아가서 설명 해 드려,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게 훼천을 잘 지켜보고 방심하지 마시라고.”“예!” 서일이 나갔다.우문호가 소홍천과 귀영위 나장군에게, “둘 다 일단 미행하지 말고 늑대파에 넘겨주도록. 임소는 무림맹 사람으로 무공이 뛰어나고 내공이 심후한 데다 역용술에 능한 자로 늑대파에서 미행하는 게 그나마 나을 거야. 특히 홍매문은 임소에게 굉장히 친숙해. 홍매문은 미행하면 안돼.”“예!” 소홍천과 나장군이 동시에 명을 받들었다.사식이는 나장군을 보내 드리고 부부가 마주보고 방금 보고한 내용을 떠올리며 역겹다고 생각했다.“주명양이 임소를 아주 증오한다더니, 전에 임소가 그런 짓을 했는데 어떻게 임소와 놀아날 수가 있어? 은자 때문이면 보수를 주면 그만 이지, 왜 하루가 멀다 하고 임소를 찾아가는데?” 우문호는 정말 이해가 안 갔다.원경릉이, “주명양이 요 몇년간 계속되는 좌절을 겪고 우문군은 아마도 주명양에게 잘 안 해줄 거야. 임소는 사람을 어르는데 일가견이 있으니

  • 명의 왕비   제 2090화

    요부인을 찾은 임소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람을 다시 보내 훼천에게 임소와 주명양을 다치지 않게 하라고 요부인만 아무일 없으면 된다고 했다.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지금은 아직 그물을 거둘 때가 아니야. 임소는 우리에게 유일한 단서로 오직 그를 통해서만 배후의 인간을 찾아낼 수 있어. 따라서 임소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돼. 우린 임소의 최종 목적을 봐야만 해.”포석을 이렇게 오래 배치했는데 이렇게 잘라내 버릴 수는 없다. 만약 배후의 인물을 잡아내지 못하면 두 다리 뻗고 잠들기는 글렀다고 원경릉은 이해했다.다음날 정오, 임소와 주명양은 거의 동시에 도착해서 주명양이 옆집으로 들어가고 임소는 곧 요부인의 마당 밖에 다다랐다. 요부인이 안에서 아이들 옷에 수를 놓다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낯선 사람이 왔다는 걸 알았다.자수를 내려놓고 나가서 개를 안고 마당을 향해, “누구시죠?”임소가 밖에서, “요부인이십니까? 저는 귀영위로 태자전하의 분부로 왔습니다.”요부인은 낌새가 이상한 게 ‘우문호가 귀영위를 왜 보냈지?’요부인은 속이기 쉽지 않아, “귀영위면 귀영위의 영패를 던져 보이게.”“그럼 부인 잠시 피하십시오!”요부인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서자 영패 하나가 호를 그리며 담장 안 마침 요부인의 발 아래 떨어져서 허리를 굽혀 집는데 영패 위에 귀영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고 뒤에는 호수가 쓰여 있다. 요부인은 귀영위 영패를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진짜다.요부인이 문을 열자 임소가 요부인에게 예를 취하고, “부인!”요부인은 전에 본 적이 없는데 눈빛이 온화한 것이 귀영위 같지 않은 게 귀영위는 대부분 얼음장 같기 때문이다. 요부인이 강아지를 안고 경계심을 품고, “태자 전하께서 왜 자네를 보냈지? 무슨 일인가?”임소가 성큼성큼 들어와 문을 닫더니 요부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태자 전하께서 부인이 여기 홀로 지내시니 저더러 가보라고 하셨습니다.”요부인이 의혹의 눈길로 임소를 노려보는데, 이 말이 굉장히 위화감이 드는 게 다섯째는 절대 남자 혼자 아무

  • 명의 왕비   제 2091화

    겁탈임소는 이렇게 일이 쉽게 될 줄 알았으면 이런 강력한 약을 낭비할 필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신으로 이렇게 오래 살았다는 걸 고려하는 건데.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고 입술을 덮치러던 찰나 요부인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무릎을 차 올렸다.임소가 고통으로 팔짝팔짝 뛰며 따귀를 날리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잡년이, 봐주니까 뻔뻔하게 굴어!”요부인이 비녀를 뽑아 들고 다짜고짜 찔러 대는데 힘껏 임소를 찔러도 명중하지 않자 비녀를 자기 목에 댔다. 두려웠지만 만약 자신을 보호할 수 없으면 자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이자는 절대 색마가 아니라 요부인의 정절을 더럽혀 다섯째를 다치게 만들라고 협박할 것이다.요부인이 명예를 지키고 딸에게 오명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이수밖에 없다.임소는 이렇게 일이 꼬일 줄 몰랐고 우문군의 여자는 전부 주명양 같아서 적당히 유혹하고 약을 쓰면 넘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절을 중시하는 열녀일 줄 몰랐다.임소는 눈앞이 캄캄해 지며 소매에서 환약 한 알을 꺼내 요부인의 손을 벌려 비녀를 빼앗고, 요부인의 입을 억지로 벌려서 약을 부숴 그녀 입안에 털어 넣었다.요부인은 야릇한 냄새가 입안에서 진동하고 뭔 지 알 수 없어 토하고 싶은데 턱을 잡혀 쳐 들려 있는 관계로 토하지 못하고 입안에서 녹아 내리자 놀라서 소리 없이 울부짖었다. 힘껏 몸부림을 치려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장의자에 철퍼덕 무너져 내렸다.임소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무림에서 대단하다는 여자도 이 약에는 못 당했는데 내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일개 여염집 부인이 무슨 수로 버티겠어?막 몸을 덮치려는 순간 목에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며 전신의 피가 굳어지더니 아차 싶었다. 주명양이 뜻밖에도 훼천의 정신을 잃게 하는데 실패한 것이다.그자는 분명 훼천으로 기이한 향이 그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어제 태자 전하께서 사람을 보내 알려줘서 주의하고 있던 참에 주명양이 들어왔다. 주명양은 훼천의 음침한 얼굴을 보고 놀라서

  • 명의 왕비   제 2092화

    요부인과 훼천요부인은 전의 냉정했던 모습과 달리 아름다운 눈빛에 새빨간 입술은 핏빛 꽃잎처럼 눈을 뗄 수가 없다.하지만 지금 훼천이 다가가면 요부인이 정신이 든 후 분명 죽으려 들 것임을 알았다.단지 요부인의 팔이 물뱀처럼 감겨 드는데 훼천이 어떻게 참아낼 수 있겠어? 훼천은 눈앞에 캄캄해 지고 ‘에라 모르겠다. 요부인이 후회하면 자신이 자진해서 대가를 치르면 되지.’훼천은 원래 성인군자도 아니고 이생에서 겪어보지 않은 게 없다. 삶과 죽음, 칼에 피를 묻히며 살았지만 여자를 안아본 경험만큼은 없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란꽃 아래서 죽을 수만 있다면 이 생에 별반 미련은 없다.훼천은 한 손으로 요부인을 안고 나무 침대로 가는데 이미 뒤돌아보지 않는 눈빛이다.광란이 물러가고 요부인이 정신을 잃은 지 한참 뒤 천천히 일어나 앉았는데 훼천이 검 하나를 건넸다.고개를 들어 훼천을 보니 아직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단단한 가슴팍이 드러난 채 결연한 눈빛으로, “제가 부인의 정절을 더럽혔습니다. 절 죽이세요. 피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영원히 아무도 모르니 부인의 명성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요부인이 칼을 받아 바닥에 던지고 천천히 일어나 훼천을 마주하고 옷을 전부 갖춰 입은 후, 고개를 들어 훼천을 보는데 훼천도 눈을 내리깔고 요부인을 돌아봤다.요부인이 평온한 목소리로, “이 일은 자네가 말하지 않고,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는 자가 아무도 없네. 자네를 죽일 필요 없어.”훼천이 놀라서, “절 원망하지 않으십니까?”요부인이 고개를 흔들고, “자네는 나를 구했지. 난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야. 만약 자네가 오지 않았다면 벌써 그 악당에게 모욕을 당하고 목숨도 보존하지 못했을 거야.”훼천이 요부인을 보는 눈빛이 복잡하다, “부인께서 깨어나면 절 죽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내가 자네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으면서 왜 도망가지 않았나? 어쩌자고 날 신경 써? 도망갔으면 자네도 여자 걱정은 틀림없이 하지 않았을 텐데

  • 명의 왕비   제 2093화

    미색의 방문미색이 훼천의 얘기를 듣고 쌀쌀맞게, “임소가 그렇게 사악하니 나중에 반드시 죽여야겠어. 소홍천이 직접 죽이는 게 제일 이고.”훼천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흠, 가세요. 전 바쁩니다.”“뭐가 바쁜데?” 미색이 훼천을 보니 목덜미에 얼핏 붉은 자국이 보여서, “목에 그 자국 뭐야?”“여기 모기가 많아서요!” 엉겁결에 아무 변명이나 하며 미색을 밀치고, “나가요!”미색이 오히려 의심이 드는게 이 엄동설한에 웬 모기?하지만 훼천은 늘 이상했던 지라 신경쓰기도 귀찮아서 옆집 요부인에게 갔다.요부인이 미색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더니 억지로 웃으며, “왔어?”“네, 형님 보러요, 오늘 일 얘기도 좀 하고.”요부인이 흠칫 놀라, “오늘 일?”미색이 요부인 손을 잡고 들어가며, “네, 오늘 온 그 놈이요. 태자전하께서 미리 아시고 훼천에게 대비하라고 분부하셨는데 훼천 쪽에도 왔다고 해요. 그쪽 먼저 해결하느라 늦었는데 다행히 형님이 무탈하셨네요.”“그랬구나!” 요부인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더니 영패를 꺼내서, “이건 오늘 그 사라이 떨어뜨린 건데 본인 말로 자기는 귀영위라고.”미색이 콧방귀를 뀌며, “심지어 귀영위래요?”미색이 영패를 보더니, “이것도 틀림없이 가짜예요.”요부인이 정신을 차리고, “아니, 이 영패는 진짜야. 가져가서 다섯째한테 보여줘, 어쩌면 귀영위 안에 첩자가 있을지도 모르니.”미색이 놀라서, “그럴 리가요? 그럼 진짜 태자전하께 보여드려야 겠네요.”“그래, 가봐. 내가 좀 피곤해서.” 미색이 고개를 끄덕이며 보니 요부인도 목에 붉은 자국이 있다. “여기 진짜 모기가 많은가 봐요. 모기향 좀 많이 피우든가 아니면 다른 집을 찾아드릴 게요. 다들 가까이 살면 좋으니까.”“아냐, 그럴 필요 없어!” 요부인이 얼른 옷깃을 끌어올리며, “여기서 지내는 거 좋아. 모기는 괜찮으니까 어서 가봐.”요부인이 많이 놀랐을 거라 생각하고 미색이, “그래요, 전 돌아갈 테니 푹 쉬세요. 무슨 일 있으면 훼천을 부르시고요. 훼천

  • 명의 왕비   제 2094화

    5호 귀영위우문호는 귀영위 영패를 몇 번이고 다시 조사해도 진짜임에 틀림없는데 신중을 기하기 위해 나장군을 직접 오게 했다.나장군은 원래 귀영위의 수장으로 귀영위 영패는 태상황 치세 때부터 지금까지 바뀐 적 없이 조각된 내용이든 만드는 재료든 전부 똑같다.나장군이 한 눈에 알아보고, “영패는 진짜입니다.”“영패에 호수가 써 있는데 5호라고 되어 있어. 이자는 누구인지 기억하나?” 우문호가 물었다.“제일 위 기수? 아마 이미 죽었을 수도 있고요.”“하지만 귀영위가 사망한 뒤에 영패는 회수해서 일괄적으로 귀영위 본부에 안치해 두는데 5호가 과연 누구인지 가서 조사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첫 기수 귀영위 자료는 전부 보안사항으로 소신도 쉽게 열람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특히 앞 50호는 별도로 모셔져 있습니다.”“흠, 영패는 전부 회수하는 게 확실한가?”“기본적으로 회수합니다. 외부에서 죽어서 시체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다시 만들어 본부에 둡니다.”“본부에 영패를 보관한 곳은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지?”“역대 수장만 가능합니다.”우문호는 적위명이 지난 수장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적위명이 영패 몇 개를 훔쳐냈다면 아무도 발견했을 리 없다.“우선 돌아가서 5호가 누구인지 알아봐 줘.”“예!” 나장군이 물러났다.나장군은 그날 저녁 바로 왔는데 안색이 상당히 무겁다. “조사해 냈습니다. 귀영위의 발전과정에서 5호는 사실 공석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록을 조사해 보고 5호가 빠진 것은 귀영위가 설립될 때 한 사람이 5번 영패를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엄격히 말해 그는 귀영위라고 할 수 없습니다.”“누구지?” 나장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평남왕 우문극 전하십니다.”우문호가 한방을 크게 맞은 듯, “평남왕 전하시라고?”“예, 소신 당시 기록을 가져왔습니다. 당시 귀영위는 숙왕부 안에 설립됐습니다. 휘종께서 아직 보위에 오르시기 전으로 태상황 폐하께서도 아직 두각을 드러내시기 전이죠.”우문호가 바로 자료를 받아 읽어보는데 과연 5호 귀영위에

  • 명의 왕비   제 2095화

    평남왕의 영패“안되겠어, 내일 입궐해서 태상황 폐하께 물어봐야지. 여긴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우문호는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나장군이 참지 못하고, “전하, 평남왕부에서 진짜 이 사람들과 얽혀 있을 수도 있으니 너무 믿으시면 안됩니다.”우문호는 증거를 눈 앞에 두고 계속 평남왕을 신뢰한다고 우기는 건 억지인 걸 안다. 하지만 누군가 평남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제할 수 없다.다음날 우문호가 문안인사 명목으로 건곤전에 갔다.태상황이 손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까? 우문호가 용건도 없이 올 인간이 아니지. 바빠 죽겠는데 겨우 짬을 내서 입궐해 문안인사를 드린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그래서 앉자마자, “무슨 일이냐, 얘기해!”우문호가 영패를 꺼내 태상황에게 건네고, “황조부 이런 영패 아직 기억하고 계세요?”태상황이 받아서 뒤집어 호수를 보더니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번지며 옛일이 떠오르는지 눈빛마저 아득하다. “왜 몰라? 눈 앞에 생생한데.”“이 영패는 누구 겁니까?” 태상황이 손가락으로 영패의 호수를 만지작거리며 튀어나온 부분이 반들반들 닳아 있는 게 항상 꺼내 봤다는 걸 알 수 있다. “네 종조부 평남왕 거야. 이 영패는 종조부가 몸에 지니고 있는 건데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지?”“정말 큰할아버지 겁니까?” 우문호는 가스이 덜컥 내려앉으며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이 꺼졌다.“어디서 얻었냐고?” 태상황이 정색하며 물었다.우문호가 감추지 않고, “어느 악당의 수중에서 취한 것으로 이자는 경성에 풍파를 일으키고 전에 병여도를 탈취한 적이 있습니다.”태상황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찌 그럴 수가? 이건 극이가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인데.”“황조부, 가짜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아니면 영패가 어떻게 됐다든가? 큰할아버지께서 가져가신 뒤 다른 사람에게 줬다든가?”태상황이 고개를 흔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며, “귀영위가 설립된 처음 취지는 당시 휘형(안풍친왕) 곁에 쓸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야, 당시 휘

  • 명의 왕비   제 2096화

    원경릉의 입궐우문호가 무안해 하며, “황조부를 그리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약간 바빠서. 증손자들은 내일 꼭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옆구리 찔러서 절 받냐, 됐어!” 태상황이 쌀쌀맞게 말했다.우문호가 곤혹스러워 허허 웃으며 속으로, ‘원 선생, 너 또 사고 쳤어.’출궁해서 원경릉에게 알리니 원경릉도 자기가 오랫동안 입궐해서 곁에 있어드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최근 일이 많은 게 주된 원인이고 거기에 안왕비가 출산을 앞두고 안왕부에 들려야 해서 입궐해 문안드릴 타이밍을 놓쳤다.이제 귀비가 안왕부에 산다. 귀비가 전에 우문호를 찾아 자신의 적씨 가문 자제를 관직에 앉혀줄 것을 시도한 적이 있어 명원제가 분노한 나머지 짐 싸서 나가게 했기 때문으로 궁밖에서 안왕과 같이 살도록 냉대하는 것으로 반성하라는 뜻이다.사실 명원제는 귀비가 자식을 끔찍하게 여긴다는 걸 알고 안왕비가 아이를 낳은 뒤엔 안왕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강북부로 돌아갈 것이므로 경성에 있을 동안이라도 더 오래 같이 있게 해주려는 배려라는 걸 원경릉은 알고 있다.귀비가 안왕부에 간 뒤 안왕비의 배가 잘 뭉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원경릉을 집으로 오라고 청했다. 이게 바로 원경릉이 바쁠 수밖에 없는 이유다.하지만 다음날 아무리 바빠도 어르신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 원경릉은 독수리 오형제를 데리고 문안 드리러 입궐했다.태상황이 원경릉에게는 심드렁하고 우리 떡들과 쌍둥이들만 소중히 여기는데 손주들이 매달리는 기분이 장난 아니라 태상황은 기쁘기가 한량없다.원경릉은 마침 입궐한 김에 만아와 순왕 일을 슬쩍 입을 땠다.태상황이 나서 주기만 하면 이 일은 일사천리로 전에 우문호가 황제에게 그렇게 세세히 얘기했는데 황제도 반대하지 않은 게, 기왕 반대하지 않은 김에 확 밀어붙여서 일을 다 마치고 경성을 떠나는 게 최고다.원경릉이 이 일을 언급하니 태상황이 듣고, “경사는 맞는데 둘은 그걸 원해? 억지로 하면 안되지.”“그런 생각이 있는 걸로 보여요.”태상황이 칠성이와 환타를 안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39화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

  • 명의 왕비   제3138화

    황실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은 큰일이었기에, 서둘러 잔치를 준비해야 했다.이전에 원 할머니는 숙왕부에서 자주 연회를 열면 안 된다며 경고한 적이 있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겐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좋지 않은데 연회라 그저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술도 같이 마시게 되니 절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할머니는 큰 경사가 아니면 고기를 금지한다는 엄명을 내렸었다.하지만 제왕 부부가 딸을 낳은 지금은 큰 경사였기에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원 할머니에게 허락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차례로 설득에 나섰고, 결국 원 할머니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하며, 술과 고기의 양은 반드시 자신이 통제한다는 조건을 붙었다.그녀는 이제 숙왕부의 집사처럼 보일 정도로 나서서 제지했고, 그녀도 이 역할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가장 원하던 노후 생활은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니 말이다.추 할머니의 병세는 약물 치료 후 조금 호전되었다. 병세가 더 악화하지 않았고, 진통제 주사의 빈도도 줄어들었다.사실 원경릉이 사용하는 약물이 병세를 억제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모두의 격려와 그녀의 강한 의지가 병세를 멈춘 이유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숙왕부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또 한 번 연회를 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원 할머니는 단호히 거절했다.연회가 열리는 날, 원경릉도 참석했다. 그녀는 숙왕부의 활기를 또 한 번 느끼고 싶었고, 그 분위기가 역시나 그녀를 매우 기쁘게 만들었다.나이 든 늙은이들이 마련한 연회가 젊은 그녀조차도 활기를 느낄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고기의 양은 엄히 제한되었고, 채식 요리가 늘어났다. 원 할머니는 야채를 구워도 맛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다. 다들 원 할머니의 말을 따르듯 채소를 먹긴 했지만, 여전히 제한된 고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분주했다. 모닥불이 모든 사람의 기쁨 어린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안풍친왕 부부도 직접 고기를 구워 열기를 더했다.식사가

  • 명의 왕비   제3137화

    며칠 뒤, 다섯째가 정말 아이를 데리고 궁에서 나왔다.원경릉은 이미 화를 풀었다. 그가 어찌 나쁜 마음을 품었겠는가? 그는 단지 딸과 단둘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리고 사실이 증명하듯이, 계란이는 무상황을 만난 후 아버지를 금세 잊어버렸다. 그녀는 무상황을 태조부라고 부르며 함께 뜰을 산책하고, 함께 식사하며, 얼굴과 손을 닦아 주고, 함께 바둑도 두었다.이때 택란이가 조심히 원경릉에게만 말했다.“어마마마,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돈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금이고 은이고 다 주려 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사랑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원경릉은 순간 자신이 이 사실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무상황의 계란이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특별했다.예전에 그녀는 무상황이 계란이를 너무 편애하여 다른 왕비들이 질투해, 형제자매 사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실제로 손왕비가 몇 마디 불평하며 약간 질투를 내비치긴 했지만, 미색이 바로 반박했다.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이 금을 계란이에게 준다면, 앞으로 조정에 돈이 필요할 때 계란이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손왕비나 제가 받았다면, 돈을 내놓으려 하겠습니까?”이 말에 손왕비는 순식간에 화를 가라앉히고, 곧장 원경릉에게 사과했고, 그 이후로 원경릉도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안풍친왕의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섯째도 이 소식에 안도하며 말했다.“그들을 만나보고 싶소.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오? 아니면 작은아버지라고 불러야 하오?”아직 그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돌아온다고 들었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오.”원경릉이 대답했다.“안풍친왕의 성격을 생각하니, 자녀들도 그를 닮았을지 궁금해졌소.”원경릉이 웃으며 여우 같은 한 가족이진 않을까 생각했다.안풍친왕의 자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원용의에게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원용의가 아이를 낳았다.제왕은 아이를

  • 명의 왕비   제3136화

    “황조부님, 다섯째와 계란이가 왔습니까?”원경릉이 무상황에게 묻자, 무상황이 순간 하던 동작을 멈추고, 얼굴에 기쁨을 띄우며 말했다.“그들이 온다고? 그럼, 얼른 사람을 불러 음식을 더 준비하라 해서 둘이 술 한잔해야겠구나!”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들 부녀가 아직 오지 않은 듯했다.그들은 그녀를 찾으러 궁을 나선 것이 아니었던가? 평소 바쁘던 그가, 오늘 이렇게 일찍 업무를 마쳤는데, 자신을 찾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녀가 궁을 나설 때, 그는 틈이 나면 왕부에 들르겠다고 약속했었다.무상황은 그녀가 말이 없자 물었다.“그래서 온다는 것이냐, 안 온다는 것이냐?”원경릉은 그들 부녀가 자신을 두고 나가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안 옵니다.”무상황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무슨 계란이를 데리고 나를 보러 오겠느냐?! 쓸데없는 생각이구나.”그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 같자, 원경릉이 더 기분 상할 틈도 주지 않게 서둘러 그를 달랬다. “분명 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많은 탓에 아직도 바삐 보내나 봅니다.”“거짓이다!”하지만 무상황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계속 바쁘면 직접 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아이만 보내면 되지 않느냐? 그놈은 계란이가 이곳에 오면 궁에 가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계란이를 빼앗아 갈지 걱정해서지.”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딸에 대한 다섯째의 애정은 언제나 독단적이었다. 심지어, 어머니인 그녀의 자리를 탐낼 때도 있었다.원경릉이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왕비님께 자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조부님께선 알고 계셨습니까?”“알고 있지.”무상황이 순간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되물었다. “넌 몰랐단 말이냐?”“아무도 제게 말해주지 않았습니다.”원경릉은 억울해하며 답했다.“부부라면 자녀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걸 일일이 말해줘야 하는 것이냐?”무상황은 그녀를 약간 어리석게 여겼다.“……”원경릉은 잠시 생각하다

  • 명의 왕비   제3135화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 명의 왕비   제3134화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 명의 왕비   제3133화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 명의 왕비   제3132화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 명의 왕비   제3131화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