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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88화

작가: 유애
깊어지는 음모

임소가 돕겠다는 말을 듣고 주명양은 비로소 의심을 눌렀다. 방금 임소의 눈빛은 상당히 무정해서 주명양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임소는 주명양의 목덜미를 놓더니 눈을 바라보며, “요부인 말이야, 당신이랑 왕래가 있어?”

주명양이 순간 화들짝 정신이 들며 임소를 밀치더니, “왜요? 나만으로는 부족해요? 그 아줌마한테도 가고 싶어요?”

임소가 주명양의 귓바퀴에 키스하며, “당신,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난 그 사람 인맥을 쓰려는 건데. 당신을 위해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당신을 위해 돈 놀이 건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당신 예전에 요부인과 기왕의 처첩으로 같이 지냈으니 틀림없이 요부인이 아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 거야. 그리고 그들의 약점을 쥐고 있지. 우리가 그 관원들의 약점을 쥐면 만약 그 관원들의 부인이 당신에게 돈을 빌려줬을 경우 그걸 가지고 자칫하면 당신들 재산도 몰수당하고 관직에서도 쫓겨난다고 협박할 수 있어.”

주명양이 눈을 감고, “손전무를 찾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런 방법을 써야 하죠?”

“”손전무가 돈을 가져갔으니 헤프게 절반이상 썼을 지도 몰라. 찾아냈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은자를 토해내지 않으면 헛일이라고 결국 당신이 채워 넣어야 해. 그런데 빚쟁이 중에 당신에게 약점이 잡힌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

주명양이 화도 나고 급하기도 해서, “손전무가 감히 돈을 헤프게 써요? 보기만 하면 아주 죽여버리겠어.”

“손전무가 돈을 토해낸 다음 내가 당신을 위해 그를 죽여버리겠지만 지금은 당장 이 일부터 해결해야 해. 요부인 옆집에 훼천이라는 자가 사는데 홍매문 사람으로 명을 받고 요부인을 감시하고 있어. 당신에게 단약을 하나 줄 테니, 들어가기 전에 당신이 먹으면 온통 기이한 향을 풍기게 될 거야. 훼천을 미혹해 정신을 잃게 만들어. 와서 막지 못하게 만들기만 하면 돼. 내가 요부인을 협박해서 관원들의 약점을 내놓도록 만들지.”

주명양은 훼천을 아는데 끔찍하고 무서웠으나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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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090화

    요부인을 찾은 임소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람을 다시 보내 훼천에게 임소와 주명양을 다치지 않게 하라고 요부인만 아무일 없으면 된다고 했다.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지금은 아직 그물을 거둘 때가 아니야. 임소는 우리에게 유일한 단서로 오직 그를 통해서만 배후의 인간을 찾아낼 수 있어. 따라서 임소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돼. 우린 임소의 최종 목적을 봐야만 해.”포석을 이렇게 오래 배치했는데 이렇게 잘라내 버릴 수는 없다. 만약 배후의 인물을 잡아내지 못하면 두 다리 뻗고 잠들기는 글렀다고 원경릉은 이해했다.다음날 정오, 임소와 주명양은 거의 동시에 도착해서 주명양이 옆집으로 들어가고 임소는 곧 요부인의 마당 밖에 다다랐다. 요부인이 안에서 아이들 옷에 수를 놓다가 개 짖는 소리를 듣고 낯선 사람이 왔다는 걸 알았다.자수를 내려놓고 나가서 개를 안고 마당을 향해, “누구시죠?”임소가 밖에서, “요부인이십니까? 저는 귀영위로 태자전하의 분부로 왔습니다.”요부인은 낌새가 이상한 게 ‘우문호가 귀영위를 왜 보냈지?’요부인은 속이기 쉽지 않아, “귀영위면 귀영위의 영패를 던져 보이게.”“그럼 부인 잠시 피하십시오!”요부인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서자 영패 하나가 호를 그리며 담장 안 마침 요부인의 발 아래 떨어져서 허리를 굽혀 집는데 영패 위에 귀영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고 뒤에는 호수가 쓰여 있다. 요부인은 귀영위 영패를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진짜다.요부인이 문을 열자 임소가 요부인에게 예를 취하고, “부인!”요부인은 전에 본 적이 없는데 눈빛이 온화한 것이 귀영위 같지 않은 게 귀영위는 대부분 얼음장 같기 때문이다. 요부인이 강아지를 안고 경계심을 품고, “태자 전하께서 왜 자네를 보냈지? 무슨 일인가?”임소가 성큼성큼 들어와 문을 닫더니 요부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태자 전하께서 부인이 여기 홀로 지내시니 저더러 가보라고 하셨습니다.”요부인이 의혹의 눈길로 임소를 노려보는데, 이 말이 굉장히 위화감이 드는 게 다섯째는 절대 남자 혼자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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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0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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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2094화

    5호 귀영위우문호는 귀영위 영패를 몇 번이고 다시 조사해도 진짜임에 틀림없는데 신중을 기하기 위해 나장군을 직접 오게 했다.나장군은 원래 귀영위의 수장으로 귀영위 영패는 태상황 치세 때부터 지금까지 바뀐 적 없이 조각된 내용이든 만드는 재료든 전부 똑같다.나장군이 한 눈에 알아보고, “영패는 진짜입니다.”“영패에 호수가 써 있는데 5호라고 되어 있어. 이자는 누구인지 기억하나?” 우문호가 물었다.“제일 위 기수? 아마 이미 죽었을 수도 있고요.”“하지만 귀영위가 사망한 뒤에 영패는 회수해서 일괄적으로 귀영위 본부에 안치해 두는데 5호가 과연 누구인지 가서 조사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첫 기수 귀영위 자료는 전부 보안사항으로 소신도 쉽게 열람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특히 앞 50호는 별도로 모셔져 있습니다.”“흠, 영패는 전부 회수하는 게 확실한가?”“기본적으로 회수합니다. 외부에서 죽어서 시체를 거두지 못할 경우 다시 만들어 본부에 둡니다.”“본부에 영패를 보관한 곳은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지?”“역대 수장만 가능합니다.”우문호는 적위명이 지난 수장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적위명이 영패 몇 개를 훔쳐냈다면 아무도 발견했을 리 없다.“우선 돌아가서 5호가 누구인지 알아봐 줘.”“예!” 나장군이 물러났다.나장군은 그날 저녁 바로 왔는데 안색이 상당히 무겁다. “조사해 냈습니다. 귀영위의 발전과정에서 5호는 사실 공석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록을 조사해 보고 5호가 빠진 것은 귀영위가 설립될 때 한 사람이 5번 영패를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엄격히 말해 그는 귀영위라고 할 수 없습니다.”“누구지?” 나장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평남왕 우문극 전하십니다.”우문호가 한방을 크게 맞은 듯, “평남왕 전하시라고?”“예, 소신 당시 기록을 가져왔습니다. 당시 귀영위는 숙왕부 안에 설립됐습니다. 휘종께서 아직 보위에 오르시기 전으로 태상황 폐하께서도 아직 두각을 드러내시기 전이죠.”우문호가 바로 자료를 받아 읽어보는데 과연 5호 귀영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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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남왕의 영패“안되겠어, 내일 입궐해서 태상황 폐하께 물어봐야지. 여긴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우문호는 여전히 믿고 싶지 않았다.나장군이 참지 못하고, “전하, 평남왕부에서 진짜 이 사람들과 얽혀 있을 수도 있으니 너무 믿으시면 안됩니다.”우문호는 증거를 눈 앞에 두고 계속 평남왕을 신뢰한다고 우기는 건 억지인 걸 안다. 하지만 누군가 평남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제할 수 없다.다음날 우문호가 문안인사 명목으로 건곤전에 갔다.태상황이 손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까? 우문호가 용건도 없이 올 인간이 아니지. 바빠 죽겠는데 겨우 짬을 내서 입궐해 문안인사를 드린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그래서 앉자마자, “무슨 일이냐, 얘기해!”우문호가 영패를 꺼내 태상황에게 건네고, “황조부 이런 영패 아직 기억하고 계세요?”태상황이 받아서 뒤집어 호수를 보더니 얼굴에 따스한 미소가 번지며 옛일이 떠오르는지 눈빛마저 아득하다. “왜 몰라? 눈 앞에 생생한데.”“이 영패는 누구 겁니까?” 태상황이 손가락으로 영패의 호수를 만지작거리며 튀어나온 부분이 반들반들 닳아 있는 게 항상 꺼내 봤다는 걸 알 수 있다. “네 종조부 평남왕 거야. 이 영패는 종조부가 몸에 지니고 있는 건데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지?”“정말 큰할아버지 겁니까?” 우문호는 가스이 덜컥 내려앉으며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이 꺼졌다.“어디서 얻었냐고?” 태상황이 정색하며 물었다.우문호가 감추지 않고, “어느 악당의 수중에서 취한 것으로 이자는 경성에 풍파를 일으키고 전에 병여도를 탈취한 적이 있습니다.”태상황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찌 그럴 수가? 이건 극이가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인데.”“황조부, 가짜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아니면 영패가 어떻게 됐다든가? 큰할아버지께서 가져가신 뒤 다른 사람에게 줬다든가?”태상황이 고개를 흔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하며, “귀영위가 설립된 처음 취지는 당시 휘형(안풍친왕) 곁에 쓸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야, 당시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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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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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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