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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90화

작가: 유애
이상한 정집사

정집사가 가고 황귀비가 원경릉에게, “이렇게 하자, 태자비는 밖에서 하는 일이 많으니 적당한 아이를 찾아 노비로 사들여 초왕부에 들인 후 희상궁이 두어 달 데리고 가르친 뒤 아홉째 쪽에 보내는 거지, 지금 궁에 있는 사람 중에 뽑아서 내보낼 사람이 많지 않거든. 지난 2년간 폐하께서 한 무더기 사람을 청산하셨고, 순왕전하를 왕으로 봉하시고 왕부를 하사한 것이 꽤 급하게 이뤄져서 나도 맞춰서 준비를 못 했어. 내무부를 시켜 사람을 보내왔으니 8~10명 능숙한 사람을 골라서 일단 구색을 갖추고 초왕부에서 가르친 하인들을 순왕부로 보내면 될 거야. 정집사라는 사람은 도움이 안되겠어. 내 궁에서 상궁을 뽑아 보내는 걸로 내가 팔 걷고 나서지 뭐.”

“이 일은 제가 할 게요, 애쓰지 마세요. 정집사는 어마마마께서 계속 사람을 보내 지켜봐 주시고, 왜 출궁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살펴 주세요.”

다섯째가 정집사를 찾은 건 순왕부에서 아홉째 시중을 들게 하려는 목적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황귀비도 속으로 짐작하고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그래, 안심해라, 내가 사람을 시켜 지켜볼 테니.”

원경릉이 인사하고 물러나 우문호에게 정십사를 만난 일을 얘기하며, “내가 보기엔 정집사와 만아가 닮았다는 기분이 안 들어, 정집사는 늙었고, 60이 넘어 보이는데 자기 말로는 마흔이래.”

우문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그렇게 늙었나? 그리고 안 닮았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모습은 확실히 닮았어.”

“이렇게 오래 됐는데 기억이 나?” 원경릉은 우문호의 기억력에 신뢰가 없다.

“원래 인상이 없어서 그 사람을 기억 못하다가 아홉째가 그날 얘기하니 인상이 남았던 게 기억이 났어, 당신이 보기에 정집사와 만아가 조금도 닮은 구석이 없었어?”

“정말 없었어.”

“그건 어쩌면 같은 남강 사람이라 이목구비가 좀 뚜렷하고 그래서 비슷하다고 느낀 걸지도, 하지만 정집사의 태도는 상당히 이상해. 궁에서 숨어 지내며 힘든 일을 하는 한이 있어도 순왕부로 가서 아홉째 시중은 들고 싶지 않은 거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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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아의 기억“만아야 너 어떻게 경성에 온 거야?” “할머니가 절 데리고 오셨어요.”“할머니는?”“할머니 두분 다 돌아가셨어요, 제가 경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연달아 가셨죠.” 만아는 두 분 얘기를 시작하자 괴로운 표정이다.“난처하게 해서 미안해.”만아가 어두워진 눈빛으로, “할머니들은 오실 때 병이 들어 계셨는데 우린 그때 은자가 없어서 매일 먹을 것도 없는 삶이었어요. 치료가 말이 되나요? 저도 어리고 돈 버는 법을 몰랐어요.”원경릉이 만아의 손을 톡톡 두드리며 위로하고, “몇 살에 경성에 온 거야?”만아가 생각해보더니, “몇 살이었더라? 쇤네 기억을 잘 못해서 아마 5~6살, 아니면 8~9살?”“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안나? 그럼 엄마 아빠에 대한 기억은 있어?” 원경릉은 만아가 먼저 고향 얘기를 꺼내고 아빠 엄마 얘기를 한 것을 기억했다. 단지 그땐 그다지 염두해두지 않아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만아가 어리둥절한 지, “엄마 아빠요? 제 엄마 아빠는 일찍 돌아가셨을 걸요?”“돌아가셨을 거라고?” 원경릉은 만아의 주저하는 표정을 보고, “본인이 잘 모르겠어? 하지만 전에 만아가 집 얘기를 했을 때는 아빠 엄마, 아니면 가족 얘기를 했던 것 같아.”“그랬어요?” 만아가 놀라며 머리를 감싸 쥐고, “하지만 잘 기억이 안나요.”“원래 기억력이 없어?” 원경릉이 정색하며 ‘만아의 기억력에 분명 문제가 있어. 어떨 때는 갑자기 뭘 기억해 냈다가 또 어떨 때는 완전 잊어버리는 게 병인 거 아냐?’만아가 고민하며, “맨날 기억력이 없는 건 아닌데, 그게…… 쇤네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머리속이 어지럽고 약간 텅 빈 게, 마치 머리 한쪽에 바위로 막아 둔 곳이 있어서 거기는 못 들어가는 느낌이예요.”원경릉이 놀라서, “혹시 누구한테 저주 같은 거 걸린 거 아니야? 미혼술 같은 거? 너희 남강 사람들은 그 무고 주술 있잖아.”“그건 아닐 거예요. 쇤네도 저주를 거는 법을 아는데 만약 다른 사람에게 저주가 걸린 거면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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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면“정집사요?” 만아가 머리를 쥐어 짜며 고심하더니 고개를 흔들고, “모르겠어요.”원경릉은 만아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그만, “만아야, 내가 너한테 최면을 한 번 걸어도 괜찮을까?”“그럼요, 태자비 마마께서 쇤네에게 뭘 하시겠다면 쇤네는 할 겁니다.” 만아가 착하게 말했다.원경릉은 우선 침향(沉香)에 불을 붙이고 장의자에 방석을 깐 뒤 만아를 편안하게 눕히고 의자 하나를 만아 앞으로 가져와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만아를 주시하며, “만아야, 지금 상상하는 거야, 너희 남강의 산, 물, 숲, 사람, 그리고 산속을 뛰어다니는 동물을.”만아가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장면마다 분명하지 않고 약간 모호하기까지 하다.“좋아, 이제 눈을 감아, 방금 네가 생각했던 그것들 다시는 생각하지 마,” 원경릉의 목소리가 부드러운 것이, 마치 봄바람이 귀를 간질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순간 평온해 지기 시작했다,” 그 구불구불한 산길을 생각하면 안되고, 그 빽빽한 숲도 생각하면 안되고, 온 산을 마구 뛰어다니는 동물을 생각하면 안되고, 또 고요히 흐르는 강물, 강물 위를 떠다니는 낙엽, 낙엽이 물 위에 일으키는 파문, 넌 다시 이런 걸 생각하면 안돼. 잊어버려.”원경릉의 목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며 만아는 남강의 자연에 대한 기억이 오히려 점점 분명해 지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자신에게 얘기할 수록 집념은 계속 거기서 배회하고 있다.산길 양쪽으로 산사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고, 붉은 과실이 길 쪽으로 늘어져 가끔 산사가 떨어지는 소리는 들려온다. 온 산은 오색찬란한 천사의 나팔꽃, 산 중턱에는 야생 백합이 피어 있어 어느 산길을 가도 뒤에는 토끼 한 마리가 따라와 고개를 돌리면 토끼가 풀무덤으로 숨어 한동안 나오지 못하곤 했다.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대답하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앞으로 가는데 앞에 가는 커다란 뒷모습을 가진 사람은 그녀 혼자 돌아다니면 안된다고 하고 있다.그녀는 그 사람을 이렇게 불렀다, “아빠!”그 사람이 뒤를 돌자 눈매는 모호하지만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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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아우문호가 생각해보더니,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닌데, 누군가 만아를 보고하고자 했으면 왜 경성에 남아서 보살펴 주지 않고 그렇게 힘들게 지내게 했을까?”“만아에게 들어보니 자기를 데리고 경성으로 온 할머니 두 분이 다 돌아가셨는데 올때부터 병을 앓으셨다고 했어.”“하지만 만아가 남강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특히 지금 남강에 가족이 남아있다고 어떻게 설명할 거야?”“그건……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기억이 막 뒤섞인 데다 본인이 했던 말도 본인이 잊어버리고, 만아에게 누군가가 기억을 주입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차피 자기가 겪은 일이 아니니 빨리 흐릿하게 잊는 거고, 그런데 유독 두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상당히 명확한 것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어.”“뭐가 이상해? 맞아, 만아가 정집사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어?”“정집사라고 부르는 사람을 모른데.” “그럼 혹시 정말 닮은 사람으로 정집사와 만아는 꼭 무슨 관련이 있는 건 아닐 지도 모르겠네. 단지 그 정집사의 반응이 너무 이상했어. 의외로 힘든 막일을 하더라도 궁에 남고 왕부에서 아홉째의 시중을 들고 싶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사고방식은 아니야. 역시 잘 살펴 봐야 되겠어. 정집사가 경성에 들어온 첫 남강 노비 무리인지.”“자기가 그랬지, 남강왕이 죽은 뒤에 대량의 남강 사람이 경성으로 쏟아졌다고. 그리고 2명의 남강 노비가 태상황 전에 침입해 태상황 폐하를 죽이려 했다고 말이야. 이 사건은 나중에 조사 했어?” “당시는 아직 태상황 폐하께서 퇴위 전이라 이 일을 조사했는지 여부는 모르겠어. 내일 대리시에 가보도록 할 게. 대리시 말이 사건 문건이 있을 거라고 했으니, 아니면 금군 내부적으로 처리했을 거야. 일단 쉬어 당신은 밤 새면 안돼.”원경릉은 확실히 좀 피곤해서 침대에 누웠으나 마음이 복잡한 게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우문호가 원경릉의 어깨를 안고 그윽한 눈빛으로, “잠 안 와?”“잠이 안 와.”우문호의 손이 진지하게 원경릉의 가슴을 더듬으며, “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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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에 빠지다기상궁이 만아 머리를 닦아주고 옷을 이미 바꿔 입혔는데 얼굴이 불쌍하도록 하얗게 질려 있고 기상궁의 품에서 헤진 헝겊인형 같다.원경릉은 만아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마음이 무거운데 침대 곁에 앉아 만아의 손을 잡고, “괜찮아, 괜찮아, 다들 있어.”“태자비 마마!” 만아가 원경릉을 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쇤네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그래, 이제 괜찮아, 괜찮아.” 원경릉이 앞으로 옮겨가 기상궁에게 비키게 하고 자신이 만아의 몸을 안는데 만아가 아직 부들부들 떨고 있는게 느껴져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다독이기만 했다.녹주가 생강탕을 끓여와서 원경릉이 만아에게 단숨에 먹여 몸을 얼른 따듯하게 했다.만아가 착하게 약간 뜨거웠지만 단숨에 마시고 나더니 얼굴에 핏기가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더니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고, “죄송합니다. 태자 전하를 놀라시게 하다니 쇤네 백 번 죽어 마땅합니다.”“됐다, 누워,” 우문호가 손을 젓고, “너희들은 얘기하거라. 난 먼저 돌아갈 테니.”만아가 괜찮아 졌으니 원선생이 만아와 얘기 나누며 마음을 다독여주면 된다. 자신은 여기서 도울 일이 없다.우문호가 간 뒤 원경릉이 상궁들을 전부 들어오게 하고 문을 닫았다.만아의 마음이 조금 안정되자 차마 말을 못 꺼내고, “쇤네가 악몽을 꾸었습니다. 꿈에 여기저기 불인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고 그저 호수에 뛰어 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들어서 태자비 마마를 놀라게 할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원경릉이, “너무 힘들면 생각하지 마.”“많이 좋아졌습니다,” 만아가 창백하게 웃으며, “태자비 마마를 염려케 해서 쇤네 뭐라고 사죄 드려야 할지.”“그런 남 같은 소리 하지 마. 내가 일이 생겼을 때 너도 긴장하고 날 도와줬잖아.”“그건 쇤네가 당연히 할 일이고요.”원경릉이 작게 한숨을 쉬며, “내 맘 속에 누구한테만 의무인 건 없어, 날 도왔던 건 다 내 마음에 기록되어 있으니까.”만아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태자비 마마는 정말 좋은 분이십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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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강왕돌아가서 우문호와 얘기하는데 우문호가, “지금 적어도 세 여자가 내 시선에 들어왔어, 우린 그들이 어디 있는지 진짜 신분이 뭔지 알아야 해. 하나는 목청청, 또 하나는 후궁 낭월, 나머지 하나는 정집사야. 이 세 사람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도.”우문호가 뚜렷하게 빛나는 눈으로 계속, “만약 만아가 남강왕의 딸이면 우리가 남강을 평정하는데 상당히 우세를 점하게 돼. 남강왕의 전통은 세습 제도로 남녀의 구분이 없어. 만아가 남강왕의 딸인 게 밝혀지기만 하면 만아는 남강왕의 자리를 계승할 수 있고, 적어도 남강 남쪽 사람들 전부를 하나로 집결시켜 북쪽 사람과 대항할 수 있지. 따라서 침투하기에도 좋고, 반간계를 사용하기도 좋아. 적의 병력과 싸우지 않고 굴복을 얻어낼 수 있는 거지!”“하지만 만아가 정말 남강왕의 딸인 걸 알면 북쪽 사람들이 만아를 가만히 놔두겠어? 남강왕의 딸이 죽지 않았다는 걸 소홍천이 조사할 수 있었다는 건 북쪽 사람들도 조사할 수 있었다는 말이고, 북쪽이 지금 홍엽의 수중에 들어 있는데 홍엽은 분명히 남강왕의 딸이 경성에 있다는 걸 알아냈을 거야. 만아가 아주 위험할 수 있어.” 원경릉이 걱정하며 말했다.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홍엽이 만아의 신분을 알면 만아는 위험해 질 거야. 하지만 만아는 잘 숨겨왔어, 만약 둘이 매일 같이 지내지 않고 또 보친왕의 일이 있지 않았으면 어떻게 만아라는 일개 노비의 신분이 의외로 남강왕의 딸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어? 우리가 역시 선기를 잡은 거야.”“홍엽이 경성으로 사람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원경릉이 말했다.“그리고 만아의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 나면서 만아는 갈수록 더 많은 과거 일을 기억해 낼 가능성이 있어. 만아한테 그런 가능성을 얘기해 줘야 하지 않을까?”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일단 알리지 마. 지금까지 완전히 확실한 상황이 아니니 스스로 먼저 약점을 드러내서 사람들에게 들키는 일이 없도록. 적은 지금 틈만 있으면 파고들려 할 거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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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상황 살해 시도“태자비 마마, 최근 피곤하시니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희상궁이 걱정하며 말했다.“괜찮아, 적당히 알아서 할 게.” 원경릉이 관자놀이를 만지며 마차에서 내리는데 가을 햇살이 머리에 내리쬐니 정말 졸리다.원경릉은 먼저 태상황에게 문안 드리고, 태상황은 기분이 많이 좋아지셨다. 원경릉이 깨어나고 상선 일이 있은 뒤로 깨달음이 있었는지 알아서 담뱃대를 높은데 올려 두고 술도 입에 데지 않았다.상선이 침 치료 후 입이 계속 돌아가 있는 게 아니라 간단한 말을 할 수 있어 여전히 예전처럼 태자비에게 문안하고, 태자비 마마 고생하십니다. 태상황 폐하 고생이 많으십니다 등등의 말을 한다.희상궁이 상선과 얘기하고 원경릉이 태상황을 부축해 돌계단으로 나가 볕을 쐤다.농담 중에 원경릉이 슬쩍 던지듯, “황조부는 당시 두 사람의 남강사람이 난입해 살해하려고 했던 일을 아직 기억하십니까?”태상황은 소맷부리에 올이 풀린 자수를 떼어내며, “그 일? 그렇게 오래 된 일을 과인은 그다지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이생에 살해 당할 뻔한 경험이 하도 많아서.”원경릉이 고개를 돌려, “무섭지 않으세요?”“무섭지. 무서워서 어디 해 먹겠어?” 태상황이 비웃으며, “제왕의 용상에 앉아 있으면 두려운 일이 많지. 내 목숨 생각하면 못 해, 무서워서 못 해”“황제란 것이…… 좋은 게 아니네요.” 원경릉이 마음속으로 좀 걸리는 게 있는데 태자인 우문호의 미래가 거의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라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이건 분명 원경릉도 우문호도 원하는 인생이 아니다.“좋은 거?” 태상황이 눈 웃음을 지으며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누가 너한테 황제가 좋은 거라고 했어?”“기왕 그렇게 안 좋고 힘든 거면 목이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그 자리에 달려 가는 거예요? 진짜 난해하네요 난해해.”“사람은 말야, 마음속에 보통은 욕망이란 게 있거든. 끊임없이 노력해서 올라서야 해. 황제가 안 좋은 건 해봐야 알 거든. 안 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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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집사건곤전에서 나와 원경릉은 황귀비에게 갔다.황귀비는 사람을 시켜 과자와 신음료를 내오게 했는데 원경릉은 신맛을 잘 먹는 걸 보고, 매운 맛은 딸이고 신맛은 아들이라, 황귀비는 마음 속으로 이 아이는 아들이구나 생각했다.“그 정집사라는 사람은 오늘 일찍 와서 무릎을 꿇고, 궁을 나가 아홉째 시중을 들고 싶다고 하더구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게 이상해서 일단 답은 하지 않고 너한테 먼저 물어보려고.”“정말요?” 원경릉이 놀라서 ‘너무 빨리 바뀐 거 아냐?’“그래, 반시진이나 꿇어 앉아 있길래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했어.”원경릉이 좀 생각해 보더니, “이렇게 하죠, 맞아요 어마마마. 궁에 최근 무슨 소문 도는 거 없어요? 예를 들면 남강에 관한.”황귀비 곁에 집사가 입을 열어, “태자비 마마, 있습니다. 궁중에 최근 누군가 남강왕의 딸이 경성에 있다고, 궁에서 나가 일을 보고 온 자가 듣고 와서 온 궁에 떠들썩합니다.”원경릉이, “일이 갈 수록 재미있어 지는데요.” “재미있어? 그 정집사란 사람은 전혀 재미가 없더라.” 황귀비가 원경릉에게 해바라기씨를 집어주며 평소처럼 말했다.“전 다시 보고 싶어요.”황귀비가 알았다고 하고 손뼉을 치며, “그 사람을 오게 해라, 넌 세세하게 물어 보렴.”원경릉이 막으며, “아뇨, 서두르지 마세요. 내일 다시 불러요, 제가 내일 다시 올 게요.”만아와 그녀를 만나게 해서 정집사가 대체 누구를 위해 출궁하는지 알아보자..만약 만아 때문이면 내일 정집사가 만아를 보고 분명 내색할 것이다.신중을 기하기 위해 다음날 원경릉은 미색, 손왕비, 요부인, 원노부인, 그리고 예친왕비와 같이 입궁하며 만아를 분장시켜 미색과 원노부인 사이에 있게 했다.원경릉의 호소력은 상당해서 초대 명함만 돌렸을 뿐인데 바로 응답이 와서 원노부인과 예친왕비까지 전부 입궁에 응했다.만아는 이유는 모른 채 태자비의 명령대로 궁에 들어와 계속 미색의 주변을 따라다녔다.여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원경릉이 황귀비에게, “맞아요, 전에 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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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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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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