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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75화

Penulis: 유애
우문천을 돕다

우문호가 우문천에게, “나도 금을 하사 받았는데 전부 아래 국고 도장이 새겨져 있는데 왜 네 것은 다르지?”

우문천이 주저하다가, “그건……그건 어마마마께서 주신 거라서 그래요.”

“어마마마께서 너에게 황금을 주셨다고?” 우문호가 놀라서, “너에게 상을 주셨다는 말이야?”

우문천이 그제서야 사실대로, “그게……저에게 돌려주신 거예요. 제가 상으로 받은 것 중에 500냥을 여덟째형에게 줬는데 어마마마께서 여덟째형은 황금 필요 없다고 저에게 돌려주신 거예요.”

우문호가 순간 눈치채고, “그래서 이 장난감은 여덞째가 너한테 준 거고?”

“여덟째형이 저한테 준 거예요.” 우문천이 애처롭게 우문호를 쳐다보고, “형, 절 한번만 도와줘요. 어마마마께서 돌려 주라고 하셨는데 돌려주면 여덟째 형이 엄청 실망할 거예요. 그래서 가지고 나와서 아직 어마마마께 안 돌려드렸어요.”

“됐어, 일단 여기에 둬. 나중에 만약 어마마마께서 물으시면 내가 가지고 갔다고 해.”

우문천이 감사하며,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요, 여기서 며칠 지내면 안될까요? 제 왕부 수리가 끝나면 바로 이사 갈 게요.”

“그럼, 그런데 왜 궁에서 살지 않고? 여덟째랑 며칠이라도 더 놀 수 있잖아.” 우문호가 우문천을 보고 설마 하며 경악하더니, “어마마마께서 너랑 여덟째를 못 놀게 하셔?”

“우리 형제는 앞으로 갈 길이 다르니 최대한 왕래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우문천이 침울하게 얘기했다.

“말도 안돼는 소리를!” 우문호가 화가 나서, “사람이면 다 가는 길이 다른 거고, 너희는 친형제인데 누구도 너희들이 만나는 걸 막을 수 없어.”

우문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치야 그런 걸 알지만 이치가 통하지 않는 곳도 있어요 형.’

우문호는 우문천의 궁에서의 처지를 알고 황후가 여덟째와 우문천을 못 만나게 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알기에 우문천을 다독이며, “그래, 앞으로 형이 여덟째를 데리고 나올 게, 지금 바쁜 일 지나고 다시 얘기하자.”

“고마워요 형!” 우문천이 마음 놓고 다시 얼굴에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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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집사만아가 기라, 녹주와 같이 방을 치우는데 우문천이 만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녹주가 이상해서 몰래 만아에게, “순왕 전하께서 왜 널 뚫어지게 보셔? 너 뭐 잘못한 거 있어?”만아가 고개를 돌려 흘끔 보니 과연 우문천이 자기를 주목하고 있는데 당혹스러운 얼굴이다.만아도 곤혹스러운 게 사실 엄밀히 말해 순왕 전하와 진짜 만난 적은 없고 사람들 틈에서 멀찌감치 본 게 다로, 저분이 순왕 전하구나 하는 것을 알 뿐 순왕 전하께서 자신을 본 적이 없을 거라 믿었다. 우문천도 이렇게 하인 하나를 뚫어지게 보는 건 실례인 걸 알아서 시선을 돌렸지만 머리 속으로 익숙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우문천이 나가 마당에서 경단이와 찰떡이가 눈늑대랑 노는 걸 보는데 등나무공 하나를 이리저리 굴리며, 몸집이 큰 눈늑대가 날아가는 것이 건장한 표범 같아 우문천은 상당히 놀라웠다.유모가 간식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불렀다. 경단이가 칠칠치 못하게 먹는 걸 보고 유모가 미소를 머금고 입가를 닦아주며, “도련님 천천히 드세요, 더 있어요.”우문천이 문득 머리를 때리는 게 있어, “알았다, 걔가 누구를 닮았는지 알았어.”“누구를 닮았는데?” 우문호가 막 우문천 곁으로 와서 혼잣말 하는 걸 듣고 물었다.우문천이 의문이 풀린 개운한 얼굴로 웃으며, “그 아이는 말이죠, 형, 정집사(鄭姑姑) 생각나세요?” “정집사? 어떤 정집사?” 우문호가 가서 등나무공을 차자, 눈늑대가 다시 날라올라 물고 와서 우문호 발 아래 내려 놓았다.우문천도 가서 같이 노는데 한번에 멀리 차며, “제 어마마마 시중을 들던 그 정집사요.”우문호가 생각나서, “기억났어, 그 남강 노비 말이지,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내 생각에도 닮은 거 같네, 코가 높고, 눈이 그윽한 게. 그런데 남강사람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이라 비슷해 보이는 거겠지.”10년전 남강왕이 죽은 뒤 대량의 남강사람이 경성에 살 길을 찾아 밀려들었고 당시 경성의 부호들과 상인 집안이 이런 남강 사람들을 노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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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779화

    돌려보내다 사무 집사가 순간 당황했으나 담담하게, “여긴 후궁이 아니니 대례를 올릴 필요 없고 쇤네는 황후 마마 궁 사람으로 2품 사무 집사입니다.”희상궁이 화를 내며, “하인이면 하인이지, 주인 앞에서 품계가 무슨 소리냐? 폐하 앞에서도 몇 품이라고 큰 소리치며 예를 취하지 않을 모양이구나?”사무 집사는 폐하라는 말을 듣고 싫지만 하는 수없이 무릎을 꿇고, “쇤네 태자비 마마를 뵙습니다!”방금까지 오만한 자세로 다른 사람을 깔보던 인간을 바로 무릎을 꿇게 만든 건 희상궁이 위엄 때문으로 원경릉이, “자네가 방금 초왕부를 뒤지겠다고 했느냐?”사무 집사는 원경릉의 말투가 온화한 것을 듣고, “태자비 마마, 쇤네도 황후 마마의 조령을 받드는 것입니다.”“조령은?” 원경릉이 물었다.“그건…… 구두로 명령하셨습니다!”“자네가 가짜 구두 명령을 전하는 게 아니란 걸 어떻게 알지?” 원경릉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사무 집사가 고개를 들고, “금군이 증명할 것으로 그들도 들었습니다.”금군 몇 명이 앞으로 나와, “태자비 마마, 소신들도 마마께서 구두로 명령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확실히 순친왕 전하께서 팔황자로부터 훔쳐 가지고 온 물건을 돌려받아오라고 하셨습니다.”“전하는 여덟째의 어떤 걸 훔쳤습니까?” 원경릉이 우문천에게 물었다.우문천이 억울해서, “형수님, 저는 훔치지 않았습니다. 여덟째형이 저에게 줬습니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우문천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사무 집사에게, “황후 마마께서 팔황자로부터 훔쳐 온 물건을 내놓으라고 하셨다는데 전하는 팔황자로부터 훔친 물건이 없다는 구나. 아마 황후 마마께서 누군가에게 속아 초왕부를 뒤지기까지……”원경릉의 얼굴이 일순간 차가워지며 날카롭게, “누가 너희가 이렇게 간 큰 짓을 저지르게 내버려뒀지? 감히 태자 전하의 저택을 뒤져? 황후 마마는 단정하시고 사리에 밝으신 분으로 결코 너희가 태자 전하를 모욕하는 이런 짓거리를 하도록 하셨을 리 없어. 도대체 어떤 놈 생각이냐? 사실대로 말해, 그

  • 명의 왕비   제 1780화

    원경릉이 돌아왔다사무 집사와 금군이 가고 무리가 전부 눈물을 글썽이며 기쁨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원언니, 방금 갑자기 눈을 뜨고 나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전 제가 꿈꾸는 줄 알았어요.” 사식이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만아가 아직도 가슴을 누르며, “누가 아니래요? 쇤네 가슴이 아직도 어찌나 뛰는지, 믿기지가 않습니다.”다들 왁자지껄 바람 통할 틈도 없이 원경릉을 감싸고 있는데 그나마 희상궁이 사람들을 한 걸음 뒤로 좀 물렸는데 탕양이 앞으로 나와, “태자비 마마, 어떻게 황후궁에서 사람이 와서 문제를 일으킬 줄 아셨습니까?”“쇤네가 마마 시중을 들 때 사식 아가씨와 얘기하는데 태자비 마마께서 그때 깨어나서 다 들으셨어요.” 만아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듯 웃었다.우문천이 깎듯이 예를 행하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형수님 감사합니다.”원경릉이 미약한 목소리로, “도련님과 황후 마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믿을 수 있지요. 도련님은 물건을 훔치실 분이 아닙니다. 특히 도련님과 여덟째 도련님 사이가 그렇게 좋은데요.”원경릉이 손을 뻗어 사식이의 손목을 잡아 당기며 버티더니, “날 좀 부축해서 돌아가자, 좀 어지러워.”“예, 예!” 사식이가 얼른 원경릉을 부축하고 만아도 와서 손을 얹으며, “분명 어지러우실 거예요, 배고파서 더 그러십니다. 쇤네가 직접 부엌에 가서 죽을 끓여 올 게요.”희상궁이, “그럴 필요 없어, 가서 시중 들어 드려, 내가 가서 죽 끓일 게.”“제가 인삼차를 끓일 게요!” 기라가 말했다.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탕양이 눈시울을 닦으며, ‘어휴, 나이가 드니 눈물이 많아졌네.’소월각으로 돌아와 우리 떡들이 눈늑대와 다바오를 데리고 벌떼처럼 달려드는데 천군만마가 밀려오는 듯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워 전부 원경릉의 침대에 올라와 꼭 붙어 안겼다. 심지어 다바오까지 한 몫 끼려고 달려와 안으로 비집고 들며 머리를 원경릉 앞에 들이밀고 있는 힘을 다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길 바

  • 명의 왕비   제 1781화

    우리 떡들과 재회다들 또 재잘재잘 얘기가 계속되자 요부인이 일어나 사람들을 쫓아내며, “됐어요, 태자비는 이제 막 깨어났으니 쉬어야 합니다. 다들 그만 돌아들 가시고 내일 다시 오세요.”사식이가 기분이 좋아 깝죽거리며, “요부인께서 완전 초왕부 집사를 맡고 계신데 아예 초왕부에 사시는 게 어떠세요, 매일 왔다 갔다 고생 안 해도 되고.”요부인이 때릴 듯한 자세로 웃으며, “하여간 요 계집애 까불거리기는, 내가 만약 여기 살면 너만 편하게 해 주지, 나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마라, 난 혼자 조용히 지내는 게 좋아.”“조용히?” 미색이 ‘풉’하고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러네요, 지금 매일 강아지 끼고 진짜 조용하신 데 마음은 고요하지 않은 게 문제죠. 어디 그렇게 쉬어질 분인 가요?”“가, 가, 가버려!” 요부인이 사람들을 내쫓고, “난 좀 조용하게 우아 떨면 안돼? 다들 눈에 핏발을 세우고 정색하긴 하여간.”다들 방이 떠나가게 웃고 각자 흩어졌다.요부인이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따스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며, “잘 쉬어, 내일 다시 올 테니.”원경릉이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고, “초왕부 대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쳐들어 와도 좋고, 장기 숙박도 환영합니다.”“얼른 자!” 요부인이 눈을 부릅뜨더니 돌아서서 나갔다.원경릉이 천천히 눈을 감자 마음이 술렁거렸다. 그녀가 깨어났다는 건 주지가 성공했다는 걸 증명하는 거라 즐거워야 마땅하지만 그 약품이 자신의 수중에 있는 게 아니라 결국 걱정이 된다.원경릉의 몸은 아직 허약한 상태로 순간 못 느꼈지만 전과 뭔가 다르다.원경릉은 잠들지 않고 일어나 죽을 조금 먹고 목욕을 하고 더러웠던 자신의 몸을 정리했다.머리를 말리는 동안 아이들과 수다를 떨다가, 아이들이 외할머니 댁과 초왕부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얘기를 듣더니 눈이 커지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맞아, 엄마. 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봤어요.” 만두가 즐겁게 말했다.“저도 봤어요!” 찰떡이

  • 명의 왕비   제 1782화

    취하니 헛 게 보여만두 반응이 제일 빨라서, “저 바로 자러 갈게요.”세 녀석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경단이도 뒤쳐지기 싫은 지 누가 먼저 몸을 빼앗나 경쟁하는 것 같다.원경릉은 방금까지 어지러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머리가 윙윙 울리며 지금은 심하게 어지럽다. 태양혈도 펄떡펄떡 뛰며 아파서 침대에 눕자 묵직한 감각이 다시 덮쳐오더니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 같다.원경릉이 머리를 때리며 최선을 다해 정신을 차려 우문호가 돌아오는 것을 간절히 기다렸다. 한번만이라도 다시 만나 얘기할 수 있다면.하지만 덮쳐오는 어둠에 당해내지 못하고 서서히 눈을 감고 잠인지 혼수상태인지 빠지고 말았다.우문호는 해시가 지나서 서일과 초왕부로 돌아왔다. 탕양이 아직 잠들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서일이 우문호를 부축해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또 취했다는 걸 알고 원망하며, “오늘밤 어떻게 취하실 수가 있습니까? 서일 네가 좀 챙겨드렸어 야지?”“챙길 수가 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건배를 청했는지 아세요? 구사와 호대장군이 엄청 막아 주셔서 그나마 이정도지, 아니었으면 훨씬 끔찍하게 취하셨을 걸요.” 서일도 머리가 무겁고 휘청거리는 게 적지 않게 마셨다.“어휴, 일단 모시고 들어가, 해장국 끓어오라고 할 테니.” 탕양이 얼른 갔다.서일이 소월각으로 들어가 우문호를 나한상에 던지고, “나리, 알아서 주무세요. 전 나가서 토하고……”서일이 쏜살같이 뛰어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웩’소리가 들리더니 그야말로 처참하다.우문호는 완전히 술에 꼴은 상태가 아니라 머리가 깨질 거 같고 억지로 몸부림을 치며, “어, 오늘밤 원 선생 머리 감겨줘야 하는데.”기라와 만아가 들어와 시중을 듣다가 이 말을 듣고 기라가 얼른, “그럴 필요 없어요. 씻으셨어요. 나리, 똑바로 서 보세요……만아야, 빨리 타구 가져와, 나리 토하실 거 같아.”만아가 바로 달려가서 타구를 가져오자 우문호가 한 손으로 받아 들고 속이 안 좋아서 죽을 것 같은데 위가 완전 뒤집혀서 오히려 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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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어난 연인만아와 기라가 한참 멍하니 있다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얼른 와서 탁자와 의자를 옮기자 우문호가 벌떡 일어났고, 원경릉은 맨발로 바닥에 내려와 우문호 앞에 섰다.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단색의 널찍한 옷으로 뚱뚱해 진 배를 가리고, 맨발로 뒤뚱거리는 펭귄 같은 모습으로 갑자기 우문호 앞에 나타난 것이다.우문호가 찰싹하고 자기 얼굴을 때리고 원경릉을 똑바로 보더니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리는데, “세상에, 내가 오늘밤 너무 취했네.”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손을 뻗어 우문호를 일으키며, “술 잘 마시는 게 능력이야? 그러다 죽을 거야?”우문호는 자기 팔에 닿은 가느다란 다섯손가락을 보고, 다시 원경릉의 창백하고 깨끗한 얼굴을 보는데, 사람 형상이 눈앞에서 계속 움직이다가 돌아섰다. 우문호는 원경릉이 침대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만아와 기라에게, “너희들도 태자비가 보여?”만아와 기라는 취객의 바보짓에 지쳐서 일제히, “나리, 저희 눈 안 멀었어요!”우문호의 강철 집게 같은 손가락에 원경릉은 갑자기 손목을 잡혀 눈 앞이 캄캄해 지며 우문호의 가슴팍에 확 끌어당겨졌다. 우문호의 단단한 가슴에 원경릉의 코를 부딪혀 눈물이 찔끔 나오게 아픈데 우문호가 죽을 듯이 자신을 가슴팍에 꽉 눌러 숨도 못 쉬겠고 배도 눌렸다. 취한 인간이 머리는 멍한 주제에 힘은 또 장사라, 원경릉은 젖 먹던 힘을 다해 우문호의 등을 치며 버둥거렸다.우문호는 술기운에 마비된 이성이 돌아오고 제정신이 차려지면서 그제서야 원경릉을 안고 있는 것에 현실감이 느껴지며 그간의 허전함이 일순간에 채워졌다.우문호의 입술이 원경릉의 귓가, 머리카락, 이마에 키스하며 눈물을 떨구고는 목이 메어, “다시 못 깨어나면 나 미쳐버렸을 거야.”원경릉이 우문호의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기더니 약간의 틈을 만들어 겨우 숨을 헐떡이며 이를 악물고, “안 풀어주면 나 숨막혀 죽어.”우문호가 화들짝 놀라 바로 풀어주자 얼굴이 벌게져서 헉헉대는 원경릉을 보고, 자신이 방금 감격한 나머지 너무 힘을 준 게 미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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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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