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주지스, 주진“주지스? 주지스가 누구니?” 엄마가 어리둥절해 하며, “엄마가 주사를 맞아야 하면 아프신 거니?”“엄마는 여동생을 임신하고 자고 있어요. 머리에 빛나는 물건이 없어서 주지스님이 엄마를 재우고, 주사약을 연구해 내면 깨어날 수 있어요.”만두의 작은 손이 엄마의 목을 끌어 안고 부드럽고도 떨리는 목소리로, “외할머니,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 까봐 무서워요.”엄마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너무 아픈 것이 자신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봐서, 부모 자식은 마음이 이어져 있는 걸 안다. 아이가 이렇게 작은데…… 아니지, 아니야, 방금 이 아이가 고아라고 하지 않았나?엄마는 고개를 돌려 원교수를 보니 원교수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당신, 기억나? 전에 주진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찾아와서 경릉이가 연구를 위해 기밀 문서를 맡겼다고 했던, 얘가 얘기하는 주지스가 주진씨인 거 아냐?”“얼른 전화해 봐!” 엄마가 정신없이 얘기했다.오빠는 바로 휴대폰을 들고 전에 저장해둔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주진씨죠? 제가 지금 여기 상황이 좀 생겨서, 우리집에 아이가 하나 왔는데요 찰떡이라고도 하고 만두라고도 하고 경릉이 아들이라고…… 아, 오신다고요? 지금? 가능합니다. 그럼요,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어떻게 됐어?” 원교수와 엄마가 일제히 물었다.오빠가 폰을 내려 놓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지금 바로 온데요, 이 아이는 아마 경릉이 아이일 거라며.”“세상에!” 엄마가 뒤를 돌아 만두를 보고 순간 눈물이 솟구치며 주저앉아 만두 어깨를 감싸고 떨리는 목소리로, “네가 정말 경릉이 아이야? 내 손자니?”만두가 할머니를 보고 얼굴을 찌푸리는 게 만두는 여자들이 우는 걸 제일 싫어해서 손을 뻗어 어른처럼 할머니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는데, “그래, 그래, 울지 말고.”엄마는 이 순간 정신을 잃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지, 다들 그녀에게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엄마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피붙이가 떨어지는
자초지종을 듣다주지스님은 30분 뒤에 도착했고 엄마정서도 상당히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만두를 안고 손을 떼려고 하지 않았다.만두는 오히려 난처해 진 것이 계속 뒤를 돌아 티테이블에 있는 음식을 봤지만 아빠가 여자를 울리면 안된다고 해서 품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조신하게 있었다. 외할머니가 눈이 빨개진 채로 만두가 갈 까봐 꽉 잡고 있는 거라 참는 수밖에 없다. 주지 스님이 오자, 만두는 마침내 고난의 품에서 벗어나 바람같이 날아가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서 주지 스님을 몰래 훔쳐보니 ‘이 늙은이가 세상에 여자로 변했어!’ 볼수록 어색했다.“주진씨,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앉으라고 한 뒤 기다리지 못하고 오빠가 바로 물었다.주진은 네모나게 각진 얼굴로 똑똑함이 느껴지고 상당히 우아한데, 들어와 만두를 몇 번 보고 일단 오빠의 말에 답하지 않은 채 만두를 가리키며, “맞아요, 이 아이가 태자비의 아이 만두입니다.”“그 점은 저희도 알아요. 얘도 약간 설명했지만 잘 모르겠어요. 우리에게 제대로 설명 좀 해 주셔야 겠습니다.” 오빠가 말했다.엄마가 차를 따라주며 붉어진 눈으로 주진을 보고, “아이 말이 경릉이한테 문제가 있어서 잠이 들었다고, 무슨 일이죠?”주진이 살짝 한숨을 쉬고, “순간의 제 이기적인 마음이 태자비를 혼수상태로 만들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연구를 그르치는 바람에, 이 점은 진심으로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혼수상태요?” 엄마가 놀라 자빠지며, “그쪽에서 혼수상태면 어떻게 살죠? 의료조건이 그렇게 열악한 곳에서.”“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잠시는 괜찮습니다.” 주진이 얼른 안심시켰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주진이 한동안 핵심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듣고, 오빠가 마음이 급해 져서 재촉하며 말했다.주진이 얘기를 시작했는데, 원경릉의 대뇌가 사망하지 않고 다른 시공간의 신체를 제어한다는 점은 전에 문이도 말한 적이 있었지만, 설명이 불완전했고 전문적이지 않았으므로 주진이 모두에게 다시 한번
교활한 만두주진도 죄책감을 느끼고, “그 말씀이 맞아요, 어쩌면 벌써 성공했겠죠.”주진은 북당 주지 스님으로 있으며 계속 찜찜했다. 끊임없이 자기가 어디서 실수했는지 생각했기에 이번에 기회가 돼서 돌아오자 앞뒤가 전도되어 일단 그녀의 이론과 자신의 이론을 합쳐 약제를 만들었는데 원경릉 것보다 나을 게 틀림없다고 자신했으나 생각치도 못하게 실패하고 말았다.더듬더듬 변명하더니 만두를 흘끔 보고 감격해서, “만약 제 연구가 성공했으면 닥터 원의 보조 신체는 살아나서 닥터 원의 의식이 여기의 신체를 제어하고 그쪽의 몸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만두가 자유롭게 다른 시공간의 몸을 제어하고 원래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제 가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이건 분명 가능해요, 만약 연구에 성공하면 염력 제어라는 과제에 있어 인류는 커다란 진보를 가져오는 겁니다.”원래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너무 놀라게 할 것 같아서 대신 이렇게만 말했다.“정말 그럴 수 있나요?” 엄마가 이 얘기를 듣고 희망이 살아나는 눈빛이다.“아직 모르지만 계속 연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약을 연구해 원박사를 북당에서 살아나게 하는 겁니다.” 주진은 마침내 만두가 다 먹은 걸 보고 오라고 손짓하며, “내일 나와 연구실에 갈까? 너랑 엄마랑 근거리에 있으면 자기장의 공명이 생기는지 여부를 좀 보게.”만두가, “그건 확답할 수 없어요, 만약 제가 거기서 깨면 가야 해요.”“그거 참 불편하구나.” 주진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하자, 가서 아빠에게 말씀드려. 너희들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줘서 12시진을 잘 수 있게 해달라고. 12시진은 24시간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야.”“하지만 여기 오는 게 반드시 저 일거라고 보증할 수 없어요. 제 동생들은 별로인데 좀 멍청해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반드시 제가 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어요?” 만두가 교활하게 물었다.주진이 웃으며, “좋아,
명원제의 화해만두는 이렇게 매일 북당과 광원시를 왕복하는 사이, 원교수는 이 아이의 현대에서의 신분을 만들어주고자 양자로 입양 신청을 했다. 원래 입양 답변을 받기 전까지 만두는 고아원으로 돌아가서 지내야 하는데, 죽어도 가기 싫다고 하는 걸 억지로 데리고 갔지만 2번이나 도망쳐 돌아오는 바람에 보건복지부에서 심사를 빨리 진행해 원교수 부부가 서둘러 입양했다.이 아이는 신체적으로 이상이 있게 태어나서 고아원에 버려진 것으로, 의사 가정에서 입양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아이의 입양은 엄마에게 있어 가장 큰 위로로, 오랜 시간 잊었던 미소가 돌아오고 다시는 지난 날처럼 걱정과 슬픔에 차 있지 않았다.주진이 만두와 얘기했기 때문에 앞으로 세 아이가 돌아가며 오기로 하고 아이들이 오지 않을 때 도 이 몸이 문제가 생길 리 없는 것이 염력으로 그 몸의 생명현상을 유지 하도록 제어했다.우문호가 보낸 사람들이 돌아왔는데 우문안을 찾아 복수하지 않은 것은 대군이 승전보를 알리며 개선하기 때문으로, 이런 승리의 날에 피비린내 나는 일을 하고 싶지 않고 만약 우문안이 잡혀 오면 이 일은 분명 쉽게 화해 될 리 없기 때문이다.당연히 제일 중요한 건 태상황이 지금 상선 일로 상당히 낙담해서, 황실이 이 시점에 다른 일을 더 일으켜서는 곤란해서다.태자의 이런 처사를 보고 명원제는 다섯째가 다시 한번 타협한다고 생각하고 호비에게, “짐이 어찌 다섯째 부부를 난처하게 하는 걸 모르겠나, 다음에 잘 보상해 줘야지.”호비는 명원제 앞에서 기탄없이 곧이곧대로, “나중에 보상하면 상처에 딱지가 앉죠, 그런 보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당장 다섯째는 가장 힘든 시기로 폐하께서 더 관심을 가지세요. 다섯째의 신분상 억울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셨는데, 할 수 있는 사람도 계속 억울함을 당할 수만은 없습니다. 실망하게 돼요. 최근 몇 년 동안 태자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습니까? 현비 마마 일로 이미 상처가 커요. 엄마는 없고, 아빠는 냉담하고, 어떻게 느낄 지 상상이 되세요?
우울한 태상황 우울한 우문호건곤전에는 여전히 어두운 공기가 짙게 깔려 있고 상선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아서 며칠 전 우연히 깼다가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한마디 하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의가 중풍으로 오는 잠이라고 하지만 태상황은 여전히 걱정하며 종일 상선을 지키고 있다.명원제 부자가 같이 오는 것을 보고 약간 의외인지 그들과 같이 복도에 나가서 앉았다.3세대가 한 자리에 앉아 있으니 오히려 할 말이 없는데 특히 태상황의 심정이 여전히 안 좋다.명원제는 계속 말이 없고 아버지 앞에서는 더욱 말수가 줄어서 우문호 혼자 화제를 찾아보지만, 같이 얘기할 만한 게 없어서 결국 명원제는 자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일부러 자리를 피해 할아버지와 손자만 남겨두니 분위기가 비로소 부드러워 졌다.우문호가 태상황을 위로하며, “상선은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태상황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지도, 상선도 마침내 쉴 수 있겠어. 과인의 시중을 드느라 한평생을 다 보냈지, 고생 했어.”태상황은 원경릉의 상황을 묻더니 듣고나서 더욱 어두워졌다.우문호는 잠시 함께 있다가 나와서 초왕부로 돌아오니 냉정언이 집에 와 있길래 그와 서재에서 잠시 얘기를 나눴다.“어제 올라 온 상소를 폐하께서 답을 내리셨는데 형부 쪽에 있던 넷째 사람을 전부 전출 시키셨어, 폐하께 무슨 생각이 있으신 모양이야. 하지만 이 일은 천천히 해야 해. 한 방에 넷째 사람을 추락시킬 수 없지, 이렇게만 해도 대대적으로 정비하시는 거야.”“알았어.” 우문호가 조용히 말하는데 지금 그 일은 그다지 서두르지 않고 있다.“그리고, 안왕비 쪽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아.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는데 상처가 계속 덧나고 좋아지지 않는 게, 이동중이라 제대로 된 의원도 없고 상당히 난감한 모양이야.” 냉정언이 계속 말했다.우문호가, “자네가 계속 사람을 보내 살폈어?”“폐하께서 보낸 사람에게서 매일 소식이 날아오니까.”“가는 길에도 유명한 의원이 있는데 왜 멈춰서 치료하
강북부만두는 연속으로 보름을 갔고 너무 즐거워서 돌아오는 걸 잊을 지경이었다.슬슬 우문호는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구술만 가능해서 이 임무때문에 만두가 조금 힘든 게 편지를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만두가 돌아와 우문호에게 자신이 이미 원씨 집안에서 스타가 되었다며 다들 자기를 보고 싶어 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고 했다.우문호는 순간 과분한 사랑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장문의 편지를 썼는데, 10줄도 넘게 원경릉을 잘 대해줄 것, 아이들을 잘 가르칠 것, 할머니께 효도할 것을 약속하고 모두에게 한 마디 씩 안부를 묻고 날씨 얘기까지 덧붙여 편지의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그리고 우문호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주지의 말로 만두는 매일 진전이 있다고 했다. 약은 이미 개발되어 첫 시험을 거쳤고 지금 두번째 시험이 시작됐으며 위급한 상황이라 시험기간을 상당히 단축했다고 했다.만약 두번째 시험도 통과하면 보름 이내에 사용할 수 있다.보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나 하루하루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고통스럽다.안왕은 이미 강북부에 도착했다.가는 길에 안왕비의 상황은 좋았다 나빴다 했고 상처는 낫지 않았지만 아주 심하게 악화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부부는 이전처럼 그렇게 서로 사랑하지 않고 안왕비는 대부분 아무 말이 없고 안왕도 안왕비를 보러 가지 않은 채 사람을 보내 보고만 받았다.강북부는 가난해서 사람들이 우악스럽고 조정의 다스림을 따르지 않았으나, 위왕이 온 뒤로 강북부 관아와 백성을 구휼하는 일련의 정책을 실시하고 반란군을 진압해 점점 평화로워 졌다.하지만 여기는 경성의 번화함과 비교할 바가 못 되고 먹고 쓰는 것 모두 조악해서 의관도 의원도 있지만 의술은 상당히 낙후해 있었다.안왕 일행이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성에서 의원이 하나 내려왔는데 태자가 보낸 사람으로 의원을 위왕 쪽으로 일단 보낸 뒤 다시 위왕이 안왕에게 보냈다.안왕이 위왕에게 냉소를 지으며, “왜? 원수를 은혜로 갚으시겠다? 다섯째가 언제부터
위왕의 폭로안왕은 욱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지만 위왕에겐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 위왕이 멋대로 지껄이는 걸 참아야 했다.“그럼 형을 식사 초대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그럴 필요 없어, 의사가 진찰을 마치면 가서 그녀 얼굴을 보고 몇 마디만 묻고 바로 갈 거야.”안왕이 놀라서, “그녀를 만난다고? 형이 왜 만납니까?”“좀 물어보게, 자기가 마차에서 뛰어 내린 건지 아니면 네가 민 건지.” 위왕이 차갑게 말했다.안왕이 순간 길길이 날뛰며, “당신의 악랄한 흑심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밀었다고 그녀를 압박하려 하다니. 그래서 상소문에 아내를 살해하려 한 죄까지 씌우려고?”“상소문?” 위왕이 웃으며 위험한 눈빛이 일렁이더니, “널 때리면 되는데 상소 왜 해. 너에 대해 상소를 올리면 왔다 갔다 적어도 한달은 걸리지만 널 때리는 건 바로 효과가 있거든!”“우문위!” 안왕이 탁자를 치고, “사람을 지나치게 괴롭히지 마, 지난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당신이 여기서 함부로 떠들게 가만 놔뒀을 것 같아? 오냐오냐 해주니까 욕심 작작 부려.”위왕은 조금도 꿀리지 않고, “욕심을 작작 부릴 사람은 너지, 아바마마께서 병환이실 때 너 다섯째한테 뭐라고 그랬어? 형제 사이에 싸움을 멈추고 왕자의 난으로 아바마마를 상심 시키지 말자고? 외부에서 노릴 틈을 주지 말자 더니 그리고 너 무슨 음모를 꾸몄어? 너랑 홍엽이 결탁한 일, 대충 넘어갈 생각 하지도 마, 결판을 지을 때가 오니까.”“막말로, 형은 여전히 고지 때문에 그런 거 아냐.” 안왕은 오히려 냉정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으며, “전부 나한테 덮어 씌웠지만 고지의 미혼술이 왜 원경릉한테는 안 먹혔게? 감정에 솔직하면 효과가 없지. 그런데 유독 형한테는 효과가 있었지? 형이 만약 정말 솔직하게 사랑이 깊었으면 고지의 사술에는 왜 걸렸어? 게다가 그녀와 아이까지 가지고.”“그 애가 내 아이인가?” 위왕은 별로 화내지 않고, 오히려 냉정하게, “네가 좋은 뜻으로 그런 추악한 일을 얘기하는 모양인데, 넌 정
안왕비와 위왕위왕은 안왕과 말싸움을 하며 하인이 가져온 현지 차를 마셨는데 차 기운이 강한데 마시는 동안 습관이 되었다.이에 반해 안왕은 한 입 맛보고 잔을 던지며, 이게 뭐야!잠시 후 의원이 나와 보고하길, “왕야, 안왕비 마마의 상처는 지금도 고름이 있는 상황이고 미열이 나고 있어서 상처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울 지도 모릅니다.”안왕이 듣더니 웃으며, “그렇게 심각해?”“왕야, “ 의원이 예를 취하고, “왕비 마마의 이마에 이미 부종이 엄청나게 심한 것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상처 주변에 고름이 쌓여 부어 올랐습니다. 상황이 비교적 좋지 않습니다. 방금 제가 왕비마마의 상처를 씻고 약분말을 도포했고 이 약분말은 썩은 살을 제하는 작용을 해서 탕약을 배합해서 앞으로 적어도 보름은 치료를 하시면 차도를 보이실 것입니다.”안왕이 입을 꾹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으며 음침한 표정이다.위왕이, “왕비는 지금 의식이 또렷한가? 몇 마디 물을 말이 있는데.”“왕야께 아룁니다. 왕비 마마는 의식이 맑으십니다.”위왕이 일어나, “그럼 됐네, 자네는 나와 같이 한 번 더 가고 시녀 둘에게 안에서 시중을 들게 해라.”안왕이 벌떡 일어나 막으려 하자 위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며, “그녀를 다치게 할 마음이 없는데 넌 뭐가 초조해?”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안왕은 열 받아서 얼굴이 굳어지고 고민 끝에 역시 따라갔지만 문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서 있는데 안색이 복잡하다.안왕비가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의원이 방금 약을 발라서 시녀는 누워서 쉬라고 권했지만 싫다고 하고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위왕을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일어나 예를 취하며, “셋째 아주버님을 뵙습니다!”“예는 됐습니다. 앉으세요!” 위왕이 안왕비의 상처를 보니 확실히 심하다. 온 이마가 띵띵 부어 올라서 혹부리 영감의 혹이 이마에 달린 거 같은 게 놀랄 정도다.다시 보니 몸은 홀쭉하게 말랐는데 안색이 창백하고 눈가도 붉게 부은 것이 계속 울었던 모양이다.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