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공과 주재상에 따지다우문호는 우리 떡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원경릉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아이들을 떼 놓고 소요공 저택으로 갔다.소요공 집에 도착하니 주재상도 있는데 두 사람은 서재에서 술이나 차도 마시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문호를 보더니 올 게 왔군 하는 얼굴로 침묵했다.“두 분은 황조부의 병환이 심각한 것을 아셨습니까?” 우문호는 두 사람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소요공이 작은 소리로, “전하 앉으시지요.”“황조부께서 왜 태자비가 입궁해서 병수발을 드는 걸 원하지 않으십니까? 이유를 아시는군요 그렇죠?” 우문호가 앉지 않고 소요공과 주재상을 노려보며 질문했다.“전하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소요공이 얼굴빛을 고치고 담담하게, “일단 앉으셔서 말씀하시지요, 태상황께서 몸이 안 좋으신 게 하루 이틀일이 아니니 급히 서두실 것 없습니다.”우문호가 충혈된 눈으로, “어떻게 안 급할 수가 있습니까? 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어의가 약을 지어 올려도 차도가 전혀 없다는데, 한사코 원 선생이 입궁해서 보는 건 원하지 않으시는 상황 아닙니까. 원 선생이 비난 받게 될까 걱정된다고 하시지만 완전 말도 안되요. 원래 태상황 폐하의 옥체는 계속 원 선생이 봐왔고, 원 선생이 폐하의 병을 가장 잘 압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뭐라고 비난하든 겁내지 않았는데 새삼 사람들 비난이 두렵겠습니까?”“태자 전하 고정하세요.” 주재상이 천천히, “이번 병은 전과 달리 아주 위독한 상태입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태자비께서 치료하지 못하도록 하신 건, 주도 면밀하게 고려한 끝에 태자 전하 부부를 위해서 입니다. 안 좋은 말로 하면 만약 태자비께서 치료하셨다가 태상황의 병이 낫지 않으시면 태자비의 죄가 돼요, 태자 전하께서 잊으신 모양인데, 왕조 대대로 황제께서 붕어하시면 어의에게 목숨을 구하지 못한 죄를 반드시 물었습니다. 가볍게는 관직을 삭탈하고 하옥되거나, 중할 경우엔 순장 시켰지요. 나중에 태상황 폐하께서 태자비의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시면 결과
누구죠 막는 게?“원 선생과 내가 개의치 않는데 뭐가 무겁습니까?” 우문호가 화를 냈다.소요공이 일어나 말하려 했으나 주재상이 심하게 노려보며 입을 벌렸다가 천천히 다물더니, “결국 이건 태상황 폐하의 뜻으로 우리는 신하로서 명에 따라 행할 뿐입니다. 태자 전하께서 계속 생트집을 잡으시면 입궁하셔도 태상황 폐하를 뵙지 못할지도 모릅니다.”우문호가 엄숙한 눈빛으로 주재상에게, “재상은 왜 소요공이 말을 못하게 하죠? 왜 입니까? 누가 태상황 폐하를 구하지 못하게 막습니까? 아바마마는 전하지 못하시고, 당신들은 감히 말을 못하는 이자는 도대체 누굽니까? 태상황 폐하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전에 태상황 폐하의 몸이 안 좋으실 때 당신들은 누구보다 다급하게 원 선생을 청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 저 끝에 라도 좋은 의사가 있다고만 하며 잡아와서 태상황 폐하의 병을 보게 할 태세였습니다. 태상황 폐하의 말씀은 당신들 두 분을 막지 못해요. 원 선생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이유는 더욱 설득력이 없습니다.”주재상이 무력하게, “태자 전하 마음대로 말씀하세요, 어쨌든 이 일은 이렇게 됐습니다. 태자 전하께서 이렇게 흥분하시는 걸 보니 궁에서도 한바탕 하셨겠지요? 그렇다면 앞으로 태자비 마마는 커녕 태자 전하도 건곤전에 가까이 가시지 못할 듯 싶습니다.”“제가 들어가겠다면 귀영위도 못 막아요!” 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그럴 필요가 있을지?” 주재상이 그만하라는 손짓을 하며 슬픈 눈빛으로, “사람은, 가야할 때 가야합니다. 그걸 숙명이라고 하지요.”“안풍친왕이십니까? 그분이 당신들을 막나요?” 우문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사람이 안풍친왕 밖에 없다. 안풍친왕은 휘종제의 태자로 태상황에게 양위했다. 태상황은 안풍친왕을 상당히 존경했고, 아바마마는 태생이 태상황 폐하를 고대로 따라하는 사람이다.주재상이 황당해 하며, “어떻게 그 분일 리가 있습니까? 절대로 불가능해요.”“그분이 아니면 도대체 누구입니까? 안풍친왕비신가요?” 우문호는 머리가 엉망진창이다.
태상황을 걱정하는 원경릉집으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이미 돌아와 있길래 우문호는 태상황의 병이 위중한 것을 알리고, 태상황과 다른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원경릉은 애가 타는 나머지 약상자를 들고 입궁하려 했다.“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궁문이 이미 닫혔어, 내일 아침 일찍 내가 데리고 갈게.” 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하지만 당신이 들어가도 황조부를 못 만날 수도 있어. 오늘 내가 나올 때 상선이 귀영위에게 내가 들어가지 못하게 지키라고 했거든.”원경릉도 이상하게 생각하며, “왜 내가 들어가서 치료할 수 없어? 난 벌 받는게 두렵지 않은데.”“몰라, 다들 감추고 말을 안 해. 배후에서 막는 게 누구인지 모르겠어.” 우문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바마마를 저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야.” 원경릉이 초조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바마마 말씀이 천식이라고? 천식 기침은 그렇게 심하지 않은데, 피도 나왔다면서.”“여섯째의 그 병일 가능성은?”“결핵?” 원경릉이 놀랐다가 이내 부정하며, “그럴……가능성은 별로 없어. 결핵은 이미 두번이나 고쳤고, 만약 결핵이라면 아바마마께서 제일 먼저 날 입궁 시키셨을 거야.”“그렇네.” 우문호는 계속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문호는 태상황이 이렇게 강경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병세가 정말 위중하다고 쳐도 원 선생이 입궁해서 병구완을 막을 필요까지는 전혀 없다.도대체 왜 일까?“자기가 오늘 태상황 폐하를 뵀을 때 기침 말고 다른 증상 또 뭐가 있었어?”“기침을 심하게 하셔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어. 그리고 한 번 기침을 시작하면 멈춰지질 않고 내가 듣기엔…… 이 기침이 잦아들지 않으면 숨이 멎을 것 같았어.”“안색은?”“심하게 마르셨고, 안색은 창백했다가, 벌게졌다가 하는데 일반적인 붉은 느낌이 아니었는데 중독은 아니겠지?” 전에도 누군가 태상황에게 독을 쓴 적이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다.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중독
태상황을 찾아간 부부우문호는 무거운 마음으로 원경릉을 봤다. 원경릉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뾰족한 턱을 치켜든 채 약하고 가련한 눈빛이다. 원경릉과 함께 하며 화난 모습, 분노한 모습, 슬픈 모습을 다 봤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고 애처로운 모습은 본 적이 없다.우문호는 잔을 치우고 원경릉을 가슴에 안더니, “그럴 리 없어, 아니야, 전에 심장발작이 그러게 심했는데도 당신이 살렸잖아, 이번이 뭐라고? 치료 잘 할 거야.”원경릉의 머리속에 막 이 시대에 왔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전부 이렇게 분명한 적이 없었다.그때 그녀는 상처투성이 몸을 이끌고 궁에 들어갔는데, 의사로서 사명감 때문인지 살고 싶었던 일념이었는지조차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우문호를 마취시키고 태상황에게 약을 썼다.소위 원경릉의 역습은 사실 전부 태상황의 보호와 관심에 의지한 것으로, 초왕비의 지위를 공고히 한 것부터 어장과 비취 3개를 받았던 것, 귀영위와 나중에는 우리 떡들을 낳았을 때도 태상황이 황금을 하사해 원경릉이 평생 먹고사는 걱정이 없도록 빈틈없이 보살피고 보호해 주었다.원경릉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괴로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우리 옷 갈아입고 나가자, 궁문에서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바로 들어가게.”우문호는 원경릉의 마음이 침착해지지 않고, 자신도 걱정이 심하니 원경릉의 뜻대로 했다.옷을 갈아입고 화장도 대충 하고 만아와 서일을 데리고 나왔다.서일이 마차를 모는데 잠이 덜 깬 것을 만아가 옆에서 잔소리하자 겨우 정신을 차렸다.4경(새벽1시~3시)이니 사실 그렇게 이른 것도 아닌 게 궁문이 5경(새벽3시~5시)에는 열리고 오늘은 아침 조회가 있는 날이라 우문호 부부가 궁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대신들의 마차가 하나 둘 도착했다.원경릉과 우문호가 마차에 있어서 대신들은 내려서 문안하면서, 우문호가 조회에 간다고 생각하고 태자께서 정사에 열심이라 이렇게 일찍 나오셨다고 칭송했다.궁문이 열리자 마차가 들어갔다.북무문(北武門)에서 마차가
막는자는 누구인가나장군의 얼굴에 검은 두건을 썼는데 형형한 눈빛이 드러나며 낮은 목소리로, “태자 전하, 태자비 마마, 두 분은 돌아가시지요. 태상황 폐하의 명으로 누구도 건곤전에 들어가지 못하십니다.”“나장군, 물러서게!” 우문호가 날카롭게 호령했다.“태자 전하 용서하십시오, 들어가시려 거든 소신의 시체를 밟고 가셔야 합니다!” 나장군은 상당히 강경한 태도이고 심지어 다른 귀영위들도 검에 손을 대고 우문호와 원경릉을 대하고 있다.이런 대치 모습에 우문호와 원경릉은 당황한 것이 입궁할 때 저지당할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전부 무기를 들고 있을 줄 몰랐다.이때 구사도 사람들을 데리고 건곤전 밖으로 나와 우문호와 원경릉 앞으로 와서, “태자 전하, 태자비 마마, 일단 돌아가시지요, 태상황 폐하와 황제 폐하께서 명을 내리셔서 두 분은 들어가실 수 없으십니다.”구사가 오늘 관복을 입고 손에는 검을 들었으며 같이 들어온 금군도 정예로 상당히 거대한 전투태세다. 우문호는 이 모습에 어이가 없는 것이 그저 들어가서 진찰한번 해보겠다는 거 아냐? 태상황 쪽에서 귀영위를 보내서 막는데, 아바마마도 금군을 보내서 막아? 도대체 누가 이런 막대한 능력이 있어 원선생이 태상황 폐하 진찰하러 들어가는 것조차 막는 걸까?우문호가 들어가려면 일단 귀영위와 금군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그건 황궁을 크게 어지럽히는 행위와 마찬가지다.구사가 우문호 앞으로 한걸음 나와 눈빛으로 슬쩍 암시했다.우문호는 한동안 구사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우리 가자.”원경릉은 원하지 않았지만 억지로 뚫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구사가 두 사람 뒤에서, “소신이 전하께서 출궁하시는 길을 모시겠습니다.”구사를 제외하고 두명의 금군이 따라 나온 것이 황제의 명으로 둘을 감시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우문호는 화도 나도 애도 타서 바로 구사에게 알고 있는 걸 털어놓으라고 하고 싶어 뒤를 돌아보니 두명의 금이 따라 붙어서 구사가 살짝 고
냉정언의 충격 발언원경릉도 의외인 게, 아니 우문호랑 무슨 상관이야?냉정언이 손을 휘젓더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치료를 원하지 않으시는 건 전하께서 한 일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거죠.”“역시 안풍친왕비 마마?” 우문호가 열이 받아서, “내가 보친왕을 죽였기 때문인가? 왕비마마께서 말씀하신 대의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 뿐인가?”“태자전하, 말씀을 삼가세요!” 구사가 수습하며, “제가 알기로, 이 일은 안풍친왕비 마마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원경릉이 다급해서 냉정언에게, “냉대인, 어서 말씀하세요, 조바심 나게 하지 마시고. 어젯밤부터 오늘 종일, 저와 태자 전하는 애가 타서 죽을 지경입니다.”냉정언이 우문호를 보고, “보친왕을 죽인 건 황제폐하의 뜻이니 폐하도 그걸로 전하께 노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보친왕을 죽인 뒤에, 또 뭘 하셨죠?”우문호가 잠시 멍하게, “뭘 하다니? 당연히 병여도를 찾으려고 사람을 포진 시켰지.”“맞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배치한 사람들을 폐하께서 다 알고 계십니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하셨는지 폐하께서 아십니까?”“배치한 사람의 신분은 절대 비밀을 보장해야 해. 이 일은 내가 아바마마께 보고 드렸었고, 별 말씀 없으셨어. 어떻게 배치하는지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처리했고, 상세하게 말씀드릴 수도 없었어, 뭔가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보고 드리지.”원경릉이, “그런데 이 일이 태상황 폐하의 병환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크게 상관있죠,” 냉정언이 정색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내심으로는 흥분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친왕이 죽은 뒤 경성에 안왕이 무과장원 박원을 다치게 했으나 이 일을 안왕은 대충 넘어갔고, 황제 폐하도 혐의를 비호해 주셨다는 풍문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나이든 신하들이 연명해서 황제 폐하를 질책하고 안왕을 봉토로 쫓아내라고 요구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황제 폐하는 나이든 신하들에게 질책을 당하자 몹시 체면이 상한 데다 안왕을 봉토로 보내는 건 더욱 원하
태상황 폐하의 진실“아니,” 우문호가 즉시 부정하며, “아바마마는 줄곧 황조부를 존경하고 효를 다 하셨어. 누구보다 황조부를 염려하시는 데 어떻게 이런 작은 일로 대역무도한 일을 벌이신다는 말이야? 그리고 황조부께서 정치에 관여하신 게 처음도 아니고, 태자를 책봉할 때도 아바마마는 황조부 말씀을 들으셨다고. 그리고 아바마마께서 넷째를 쫓아 보내고 싶지 않으시면, 태상황 폐하도 억지로 내보내실 분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건데?”냉정언이, “일단 앉으시죠, 제 말을 잘 들으세요. 다 듣고 나면 왜 폐하께서 이렇게 하셨는지 아실 겁니다.”원경릉이 눈물을 훔치고 우문호를 끌어 앉혔다. 우문호는 여전히 믿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나, 당황한 눈빛에 속마음이 들키고 말았다.“그래, 말해봐, 어떻게 말하는지 듣고 반박해 주지.” 우문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냉정언이, “황제 폐하께서는 분명 효자시라는 걸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보위에 오르시기 전에 그렇게 오랜 기간 태자로 있으면서 계속 태상황께 충효를 다하셨습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퇴위하시고 지금까지 앞뒤까지 포함해 대략 8년 넘는 시간 동안, 조정에서 수많은 일이 있을 때마다 황제 폐하는 태상황의 의견을 물으셨고 태상황 폐하는 보통 거의 관여하지 않고 대부분 심지어 의견도 별로 많이 내지 않으셨지만……”“그럼 됐잖아? 자네 말 대로 그렇게 잘 어울리시는 데 어떻게 이 일이 아바마마의 뜻이 될 수가 있어?” 우문호의 마음속이 혼란해서 냉정언의 말을 자르고 반박했다.냉정언이 무겁게, “그래요, 폐하는 늘 그렇게 하셨습니다. 일종의 습관처럼. 하지만 재위 기간이 길어지고 경험한 일이 많아지시자, 큰 일에 대해 황제 폐한 본인 스스로 결단이 서 있는 상태로 태상황 폐하께 그다지 묻고 싶지 않은데, 방금 말했던 것처럼 일종의 습관이 돼서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했습니다. 이때 태상황 폐하께서 여전히 별다른 의견 없이 황제 폐하께서 잘 하고 계신다고 칭찬해 주시면 황제 폐하 마음에 불쾌한 마음이 남지 않았을 것
냉정언은 알고 있다“주재상이 올린 상소를 기억하십니까? 우문군의 황자 신분을 회복해 달라는?” 냉정언이 말했다.우문호가 쓴 웃음을 지으며,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큰형을 총애하신다면, 주재상이 이렇게 하는 게 아바마마의 심기에 맞는 거 아닌가? 설마 이것도 연관이 있어?”“아주 상관있죠. 황제 폐하께서 우문군의 황자 신분을 회복하고 말고는 본인 스스로 결정하신 뒤 그 뜻을 받든 누군가가 상소를 올려 일을 진행 했어야 하는데, 주재상이 나서서 짐작하고 일을 진행했지요. 더 중요한 건 나중에 알아보니 주재상이 이 일을 하는데 고작 반나절밖에 안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주재상이 한 마디 하면 척척 알아듣고 심지어 다른 신하들을 설득시킬 필요도 없는 겁니다, 얼마나 대단한 위력인가요? 그리고 얼마나 큰 위협인지 모르시겠습니까? 그래도 주재상은 결국 신하니 황제 폐하께서 감당하실 수 있지만, 태상황폐하는 말이죠, 태상황께서 일단 성지를 내리시면 황제 폐하께서 감당하실 수 있으신 가요? 황제 폐하의 입장에서 전체를 보면 황제 폐하께서 통제가능한 사람을 태상황 폐하께서 전부 제어할 수 있고, 태상황 폐하께서 통제 가능한 사람을 황제 폐하는 제어하실 수 없습니다. 이건 대권이 아직 태상황 폐하 수중에 있다는 말과 같아요. 태자 전하는 태상황 폐하께서 고르신 강력한 세력인데, 하필 이 때 전하께서 안왕 전하가 박원을 다치게 했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바람에 황제 폐하는 전하께서 안왕 전하를 봉토로 쫓아 보내려 한다는 오해를 하시게 된 거죠. 대신들이 안왕을 경성에서 내쫓으라고 상소를 올리고 태상황까지 동의 하셨으니 황제 폐하는 안왕 전하라는 잠재적인 적수를 쫓아내기 위해 전하와 태상황 폐하가 손을 잡았다고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까놓고 말해 황제 폐하는 태자 전하께서 폐위되지 않도록 막으실 거예요, 본인이 그렇게 오랜 기간 태자로 있으셔서 태자의 마음을 아주 잘 아시니까요. 그래서 만약 태자비 마마께서 병을 치료하시면 태자 전하께서 연루될 것이라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냉정언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이냐?" 역 일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돈이 없다고 하셔서 해열에 좋은 약초를 조금 달여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을 부르고 진료하고 약을 짓는 데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지만, 역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었다. "오계부의 부승이 상경하여 직무를 보고하러 왔는데, 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냐?" 냉정언이 놀라서 물었다. "나리께서 돈이 든 보따리를 도둑맞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냐?" 냉정언이 물었다. "예. 관속이나 아전도 없이 혼자입니다." 경성과 꽤 멀리 떨어진 오계부의 부승이 그 먼 길을 수행 인원도 없이 홀로 와, 직무를 보고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원경릉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겠소." "부인께서 의원이십니까?" "그렇다. 길을 안내하거라." 원경릉이 답했다. 역 일꾼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북당에서는 여인이 의술을 익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황후가 의학원을 세운 이후, 해마다 여인들이 입학하여 의술을 배우고 있었다. 우문호가 미색을 돌아보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챙겨 들고, 역 일꾼의 안내를 받아 한 객실로 향했는데, 문이 세게 잠겨져 있었다. 일꾼이 문을 두드렸다. "제 대인, 제 대인.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하지만 방은 일꾼의 부름에도 여전히 잠잠했다. 이내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기침을 하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마." 말이 끝나자,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고, 솜으로 만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핏발이 선 눈만 드러낸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문턱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