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북후와 엄마진북후가 얼른 우문호의 소맷자락을 잡고 가련하게, “태자비를 원망하려던 게 아니라, 이 일의 발단이 태자비 때문이었다는 거지. 지금 사람들이 전부 나를 믿지 않는 건 내가 안왕과 먼저 싸웠기 때문이야.”우문호는 진북후와 말할 마음이 내키지 않아 고문에게 짐을 싸라고 했다.진북후는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자신의 입이 방정이고, 날뛰고 설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고 이번에도 자기를 돕고자 나서려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설마 정말 이렇게 벙어리 냉가슴만 알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우문호는 나가서 사람을 시켜 구사를 찾아 안왕비가 어제 무슨 의상을 입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그리고 고 포도대장이 와서 진북후의 모친이 진북후를 만나고 싶어 왔다고 전했다.노부인은 외상약과 밥을 가져와서 감옥에서 아들을 볼 수 있나 했는데 세상에나, 옥에 갇혀 있지 않고 그저 관아 뒤 사랑에 있어 먹고 마시는 것을 잘 공급받고 있다니 노마님은 바로 시녀에게 밥을 문 앞에 놔두라고 명령했다.진북후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노모로 모친의 노기어린 슬픈 표정을 보자 견딜 수 없어 노모 앞에 무릎을 꿇고 계속 자신은 무고하다고 변명했다.노마님은 따귀를 한 대 때리고는, “에미는 당연히 네가 하지 않은 걸 안다, 에미가 때린 건 네가 충동적으로 날뛰며 궁에서 먼저는 태자비에게 큰 소리를 치고, 뒤에는 안왕과 다투다 못해 금군에 손찌검을 해? 천하를 통틀어 네가 제일 잘 싸우지? 곧 외할아버지가 될 사람이 신중할 줄을 모르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처럼 굴다 가는 조만간 호비 마마를 연루 시키고 말지.”진북후는 모친이 자신을 믿는 다는 말에 하마터면 눈시울이 붉어질 뻔 했지만 자신의 경솔함과 충동적인 행동을 뉘우치며 정말 많은 사람에게 미움을 사서 눈 앞에 이렇게 응보가 닥치는구나 싶다.노마님은 진북후를 한참 혼내고 나서야 일어나라고 하더니 상처를 보여 달라는데 진북후가 머쓱해 하자 노마님이 화를 내며, “넌 내가 낳았어
구사의 탐문궁에서 제출한 진술을 우문호가 신중하게 살펴보며 구사에게 당시 어화원에 있던 궁인을 찾아 새롭게 떠오른 게 없는지 다시 한번 물어보게 했다.구사도 복소의 사람들이 일하는 게 안심되지 않아 직접 금군을 데리고 한차례 탐문하고 다시 귀비 궁에 가서 아채와 라 후궁을 탐문했다.라 후궁의 변명은 물 샐 틈없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녀가 평소 일하던 방식과 묘하게 맞지 않아 보였으나 잘못 된 부분을 꼭 집어 낼 수는 없었다. 왕야를 곤경에서 구하기 위해 당시 소심전에서 호비가 넘어지는 것을 본 안왕비를 모시고 가려 는데, 안왕비가 배가 아파 걸을 수 없자 근처 현월정에 놔두고 바람이 많이 부는 게 걱정 돼서 가리개를 내렸다는 것으로 행동에 전부 아무 문제가 없었다.아채 진술엔 이렇다할 점은 없으나, 유일한 주안점은 아채가 현월정에 달려갔다는 것이다. 그때 이미 안왕비가 습격 당했음을 누군가 발견해서 가리개가 이미 걷혀 있었으며 즉, 아채는 안왕비가 라 후궁이 데려가서 습격을 당할 때 왕비 곁에 없었고 심지어 처음 발견한 사람도 아니었다.아채는 원래 안왕비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몸종이나 이 사건에 있어서는 아무런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지 못했고, 유일하게 쓸 만한 진술은 안왕비가 당시에 입고 있던 옷이 붉은 색이 아니었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진북후가 본 그 붉은 치맛자락은 꼭 치맛자락이라고 할 수 없으며 혈흔일 수 있다.하지만 이것은 진북후 쪽 말로 만약 형부나 대리사에 제소할 경우 채택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심지어 진북후가 일부러 재판장의 조사 방향을 유도해 재판장이 그가 현월정에 접근했을 때 안왕비가 이미 다쳤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결백한 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구사는 두 사람에게 묻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안왕이 뒷짐을 지고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작 짧은 하루 건만 안왕은 상당히 초췌해서 눈이 빨갛고 눈두덩이가 푹 패인데다 눈빛이 칼날처럼 예리해 얼핏 봐도 살을 에듯 차가웠다.“구사!” 안왕이 악랄하게 눈을 치켜 뜨고
세자빈의 진술구사는 안왕의 마지노선을 도발하고 싶지 않아 그러겠다고 답하고 물러나왔다.구사는 한숨을 쉬며 안왕 쪽은 진북후가 범인이라 믿고 집착하는데 만약 3일 후 결과를 조사해내지 못하면 안왕이 정말 진북후를 죽일수도 있는 노릇이다.분노한 사람이 뭔들 못할까?구사는 바로 다시 당일 어화원에 있던 궁인을 탐문하고 또 안왕부에 일이 난 것을 발견한 사람을 탐문했다.안왕비를 발견한 것은 화군왕부(和郡王府)의 세자빈으로 구사는 사람을 시켜 우문호에게 알렸다. 우문호는 화군왕부에 진술을 얻으러 가고, 구사는 궁 안에 남아 탐문을 계속했다.우문호가 화군왕부에 가자 세자빈은 어젯밤 일로 놀라서 병에 걸렸으나, 태자가 와서 어제 일을 묻는다고 하니 세자가 부축하고 나왔다.예를 취하고 세자는 세자빈을 자리에 앉혔는데 우문호는 세자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데다 입술도 검은 자주색에 눈 밑도 검은 것이, 딱 봐도 확실히 심하게 놀랐음을 알 수 있었다.세자빈이, “어제 소첩이 시녀를 데리고 어화원을 한바퀴 걷고 있었습니다. 원래 매화를 감상하려고 했으나 매화는 별로 피어 있지 않고 길에서 몇몇 부인을 만났는데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나니 피곤해 져서 뜨거운 차나 한잔할까 하고 몸을 녹이며 쉴 곳을 찾았습니다. 현월정으로 올라가는 게 비교적 가깝고 게다가 가리개가 내려져 있어 안에는 당연히 사람이 있겠구나 싶어 마침 얘기나 하며 장단이나 맞추다가 저녁 연회가 거행될 때 다시 돌아가자 했는데 그런 일이 생길 줄……”세자빈이 여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 허겁지겁 뜨거운 물을 마시고 진정하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 “누가 알았겠습니까, 막 돌계단을 오르는데 시녀가 어째서 피비린내가 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저는 그 때 막 예를 취하고 안에 계신 분이 어느 부인이 신지 묻고 있었습니다. 두차례 물었으나 답이 없어 시녀가 발을 젖히고 보니 한 사람이 앉아서 몸이 앞으로 기울어 돌탁자에 엎어져 있고, 땅에는 피가 흥건해서 저는 놀라서 그만, 다급히 시녀를 불러 들어가
안왕비 사건 데드라인삼일 째 되는 날 호비의 상태가 안정되어 비록 무균 환경 하에서 이루어진 수술은 아니었지만 감염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통통한 꼬마는 태어날 때는 울지 않더니 지금은 오히려 끝도 없이 울어 대서 울기 시작하면 찰떡이 저리가 라다.게다가 이 꼬마는 엄청 먹는데 다행히 궁에서 유모를 두 명 준비해 주었다.태후가 아이를 보고 마음이 기쁜 나머지 병도 씻은듯이 나았다.옹정군주 쪽은 대장공주가 입궁해서 사정한 덕에 그들 모녀를 심하게 난처하게 하지는 않고 그저 따끔하게 잔소리를 하고 벌로 2년간 입궁을 금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원경릉은 아직 출궁하지 않고 여전히 소심전에 머물고 있었는데 아마 오늘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호비가 자신의 침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으로 더는 소심전에 있을 필요가 없어서다.원경릉은 덕비에게 안왕비의 상태가 어떤 지 물어봤지만 덕비도 모르는 게 안왕이 궁 안의 사람누구도 병문안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덕비가 밖에서 안왕을 한 번 본적이 있는데 사람이 완전 변해서 귀밑머리가 전부 백발이 되었다고 했다.원경릉은 안왕은 구제불능 나쁜 인간이지만 안왕비에 대해서만큼은 지극한 사람인데, 지금 안왕비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으니 안왕도 괴로울 것이 분명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출궁을 마중 온 김에, 입궁해서 다시 한번 진술을 듣고 당일에 어화원에 있었던 사람 뿐 아니라 만원의 궁인들에게도 물었다. 그리고 다시 당시에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을 탐문해야 했다.이 사건은 오늘까지 우문호가 진북후를 보호하고 있어 이미 안왕을 불만스럽게 한데다, 안왕이 전에 말하길 삼일 내에 죄를 확정하지 못하면 자신이 진북후를 죽이겠다고 했다.안왕이 이 말을 한 건 사건이 터진 다음 날로 내일까지 만약 판결이 나지 않으면 아마 안왕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초왕부로 돌아오는 길에 마차에서 부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서로 기대고 있었다. 둘은 죽을 만큼 피곤했다.곧 왕부에 도착할 즈음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태자의 응급 상황“왜 그래?” 원경릉이 쭈그리고 앉아 다바오의 머리를 쓰다듬자 다바오가 원경릉 무릎에 얼굴을 비볐다. 원경릉은 그제서야 오랫동안 다바오와 함께 산책을 나가지 못한 걸 떠올렸다.다바오가 알아서 건들건들 나한상에 올라가 잠을 청하는 모습에 원경릉은 실소가 터졌고 ‘이 늙다리는 진짜 갈수록 자기를 개라고 생각 안 한다니까.’ 원경릉도 잠이 오지 않아 안왕비의 상태를 생각하며 악상자를 열어 안을 보는데 에피네프린 같은 구급약이 1층에 있는 데다 수술키트도 나와 있다.안왕비는 어쩌면 정말 안 좋은 상태 일지도.원경릉은 초조하고 불안한 것이 이토록 부드럽고 고요한 여자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엽다.원경릉은 다바오 곁에 앉아 다바오의 머리를 쓰다듬어도 마음이 도무지 안정되지 않고 꼭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과연 얼마 되지 않아 밖에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다바오가 달려 내려와 밖을 향해 짖고 만아와 사식이가 문을 두드리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원 언니, 자요? 어서 일어나요.”원경릉이 바로 문을 열자 사식이는 아직 잠옷을 입고 원경릉을 끌고 나가서, “어서 가요, 태자전하가 다치셨 데요.”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약상자가 아직 안에 있다는 것들 떠올리고 얼른 돌아가서 약 상자를 들고 나와 급하게, “무슨 일이야?”서일이 소월각 밖에서 기다리다 원경릉의 질문을 듣고, “오늘밤 안왕 전하가 갑자기 사람을 데리고 경조부로 와서 태자 전하께 진북후를 내놓으라고, 태자 전하께서 당연히 싫다고 하시니 안왕 전하가 미쳐 날뛰고 태자 전하와 진북후가 모두 다치셨어요.”원경릉이 너무 놀라서, “상처는 심하셔?”“심하세요. 안왕에게 한 칼에 베이고 피가 멈추지 않아 제가 급히 와서 왕비마마를 부른 것입니다.” 서일이 말했다.원경릉은 놀라서 심장이 멎는 듯했으나 다시 묻지 않고 얼른 서일을 따라 나갔다.사식이는 다리에 힘이 풀린 원경릉을 부축해 마차에 태우고 서일도 마차를 몰고 길을 가며 원경릉에게 얘기했다.지금 안왕비의 상태
우문호의 치명상진북후는 이전의 기고만장함은 전혀 없고 눈에 띄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거렸다. 서일이 진북후에게 나가도록 권했으나 나가지 않고 거기 있겠다고 우겼다.보좌관과 포도대장도 그곳을 지키며 원경릉이 온 것을 보고 길을 터주었다.우문호의 옷은 벗겨진 채로 의원이 지혈 붕대를 감아 복부의 피는 멈췄으나 대퇴부는 아직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의사가 상처 위쪽으로 붕대를 묶어서 지금 출혈은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았다.단지 이불과 벗겨진 옷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다.우문호는 정신을 차리고 있었으나 피가 많이 빠져서 얼굴이 창백한데 손을 뻗어 원경릉의 손목을 잡고 작은 목소리로,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원경릉이 눈물을 닦으며 우문호의 칠흑 같은 눈동자를 들여다 보며, “응, 얘기하지 마.”눈이 우문호의 허벅지 상처에 가자 원경릉은 몸서리를 쳤다.상처가 깊어서 살이 완전 뒤집혔고 옆에 있는 대동맥이 파열돼서 이렇게 엄청난 출혈을 야기했을 것이다. 지금은 묶어 둔 상태지만 만약 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다리를 못 쓰게 된다.그리고 상처 위치가 전에 처음 다쳤던 위치 근처라 만약 약간 1~2cm만 지나도 뿌리까지 잘릴까 두려웠다.우문호는 여전히 힘든 가운데도, “넷째가 조금만 더 힘을 줬으면 당신 청상과부 될 뻔 했어.” 농담을 했다.원경릉은 웃을 기분이 아니라 눈물을 애써 참는 수밖에 없었다.서일이 들어와 의원에게 나가시라고 하고 우문호의 말에 의원은 상처를 들여다 보며, “전하, 상처가 이렇게 붙어 있어서 분명 영향을 줄 것이므로 그렇게 느긋하시면 안됩니다.”원경릉이 우문호를 마취시키고 핀셋으로 면보를 집어 들고 상처 부근을 소독했다.원경릉은 이미 우문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몇 번째인지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건 우문호를 원망할 수 없는 것이 안왕이 들어서자 마자 칼부림을 할 정도로 실성할 줄 누가 알았을까.아무도 웃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진북후는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가리고 몸을 떨고 있다.그는 하마터면 태자를 죽일 뻔했다
안왕과 안왕비진북후가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낮추고, “전하, 마음 쓰실 거 없습니다. 저들한테 와서 제 머리를 가져가라고 하세요.”오늘 이 일이 터지고 진북후는 너무나 두려웠다. 오늘 다친 사람은 전하 뿐 아니라 경조부에도 여럿이어서 다시 이렇게 소동이 일어나 사람이 죽는다면 진북후는 감당할 수가 없다.우문호가 이를 악물고, “어르신, 경솔하게 굴어서는 안됩니다. 전부 제 말을 듣고 우선 나가세요.”진북후는 더 얘기하려고 했으나 우문호의 굳은 눈빛을 보고 조용히 한숨을 쉬고 천천히 나가야 했다.하지만 나간 뒤 그는 사람을 시켜 자신을 감옥에 데려가도록 했다.경조부 사람이 들어와 보좌관에게 보고하니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이고, “진북후의 의견대로 하거라.”적어도 안왕이 다시 왔을 때 진북후가 옥에 갇혀 있는 것이 경조부에서도 태도를 취하기 낫기 때문이다.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들이 하는 대로 두었다.복부는 찰과상으로 내장을 다치지 않아 비교적 처치가 잘되었는데, 상처는 대략 4~5mm로 신속하게 봉합한 후 붕대를 감았다.사식이가 물을 길어와 원경릉이 손을 씻고, 대야에 두 손을 담그고 바라보는데 피가 천천히 퍼져 나가며 원경릉의 눈물도 후두둑 떨어졌다. 마음이 너무나 괴로웠다.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보고 그윽한 눈빛에 안타까움이 뒤덮여 작은 목소리로, “나 정말 괜찮아, 울지 마.”원경릉이 손을 닦고 조용히 우문호 곁으로 가서 붉어진 눈으로, “상처 처리는 다 마쳤어, 출혈과다를 제외하고 다른 문제는 별로 없으니 요 며칠 누워서 아무데도 가지마.”사식이가 이 말을 듣고 모두 나가라고 하고 자신도 밖에서 기다렸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자 방금 뜨거운 물에 담근 손은 따스한데 우문호의 손은 얼음장 같다. 원경릉은 손을 빼내 우문호의 얼굴을 쓰다듬고 애써 미소 지으며, “자기는 무공이 그렇게 세면서 왜 넷째한테 당한 거야?”우문호가 원경릉의 손바닥을 자신의 볼에 꼭 누르며 마치 그 따스한 온기를 다 빨아들이려는 듯 약간
실마리를 발견하다원경릉은 우문호의 창백하게 겁에 질린 얼굴을 보니, 이번에 안왕이 자기손으로 우문호를 죽이려고 한 사실에 심하게 놀란 모양이다.원경릉도 심장이 목구멍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는데 우문호가 잠들지 않은 것을 보고, “만약 안왕비가 정말 못 버티면 넷째는 분명 다시 오겠지?”우문호가 “그건 겁 안 나는 게 이번엔 관아에 사람이 부족했던 게 주요 원인이었거든. 이제 탕양이 내 친전을 들고 초왕부 병사를 파견해 온 데다 소홍천도 사람을 데리고 부근에서 매복하고 있어. 넷째가 다시 와도 날 어떻게 못할 뿐더러 꼭 진북후를 죽일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지.”원경릉이 눈물을 참지 못하고, “안왕비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이렇게 죽는 건 너무 한 거 아냐, 도대체 범인이 누구야? 왜 안왕비를 해친 건데?”우문호가, “범인이 누군지 아직 모르지만 사실 우기가 어젯밤 진술을 대질해 보며 약간의 문제점을 발견해냈어. 적어도 착안점이 되지 않을까 해.”“어떤 점인데?”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가 다치지 않은 다리로 지탱하면서 옆으로 움직이더니 원경릉을 좀 더 안으로 들여앉히고, “당시 어화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술을 받고, 만원 쪽에 있는 사람에게도 받았는데 ‘진북후와 넷째가 말다툼을 하고 헤어진 뒤에 비로소 아라가 자리를 떴다’는 걸 발견 했어.”원경릉이 사정이 잘 이해되지 않아서, “그게 뭐? 이 일이 아라랑 관계가 있어? 관계가 있더라도 아라가 진북후가 가는 걸 봤다는 사실이 뭘 설명해주는 건 아니잖아.”우문호가, “하지만, 아라와 넷째 형수의 시녀 아채의 진술에 따르면 아라가 만원을 떠날 때 넷째와 진북후는 막 싸우고 있는 중으로, 아라는 형수에게 와서 넷째를 곤경에서 구해달라고 데리러 간 거라고 했어. 그런데 분명히 아라는 진북후가 자리를 떠나는 걸 봤지. 이 말은 말다툼이 이미 끝났다는 뜻이야. 그럼 넷째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란 아라의 말이 설 자리를 잃는 거지.”“아라가 가서 안왕을 위험에서 구해 달라고 한 뒤 안왕비에게 문제가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원경릉은 원가에서 이 혼사를 분명히 찬성할 것이라 생각했다. 노태군이 일곱째 아가씨를 시집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에서 혼담을 꺼내는 것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원가의 유일한 문제는 일곱째 아가씨 본인이었는데, 그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십중팔구 성공할 것이다.역시나, 다음 날 탕양과 함께 원가로 향한 원경릉은 원가에서 심지어 점쟁이까지 청해 두 사람의 사주를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의 사주를 본 점쟁이는 한참 확인하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두 사람의 사주가 다소 상충합니다.”원 노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디가 상충하는가?”“한 사람은 닭띠, 한 사람은 개띠입니다. 이는 닭과 개가 편치 않은 사주라, 혼사를 치른 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노태군은 탁자를 쾅 치며 말했다.“그럼 바꾸면 되지! 이제 보니 우리 딸은 말띠다. 방금 헷갈렸었다.”“말띠요? 말띠라면 괜찮습니다. 말띠는 올해 연분이 따르는 해 입니...”노태군은 점쟁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괜찮다니 됐다. 이제 길일을 골라주게.”그러자 점쟁이는 다시 손을 펴고 계산하더니 말했다.“올해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연말쯤이어야...”“좋다. 이번 달 15일로 하지. 보름달이 뜨는 날, 사람도 오붓이 모이는 날이니, 좋지 않겠나?”점쟁이가 책자를 닫고,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예.”혼사는 원가에서 준비하니, 제시간에만 준비 된다면 안 될 것도 없었다.15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원가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일을5일 안에 끝낼 수 있을까 걱정 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아직 부족했는데, 혼례복을 만드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원가는 이미 일곱째 아가씨를 위해 혼례복을 준비해 두었다. 3년마다 한 번씩 새로 만들었기에, 지금껏 서랍 속에 쌓여 있는 혼례복만 해도 7~8벌이나 되었다.혼수도 일찌감치 마련해 두고, 혼담을 꺼낼 자가 나타나기만 기다리
사식이는 다들 일곱째 고모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의아해하며 물었다.“일곱째 고모께서 편지를 보내신 겁니까?”그러자 셋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편지가 왔단다. 며칠 놀다가 곧 경성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구나.”사식이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일곱째 고모께서 돌아오고 나서 혼담을 꺼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곱째 고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이 난감해질 텐데요.”노태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미 모든 일을 저질렀느넫 이제 와서 동의하지 않는다니? 감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목을 매겠다!”노태군은 일곱째 고모가 열여덟 살이 되던 때부터 그녀의 혼사를 기다려 왔다. 계속 기다리다가 이미 머리카락이 다 하얘져 버렸지만, 그녀는 아직 혼인 기약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혼사를 정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더 나았다.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일곱째 아가씨가 빨리 시집가기를 바라고 이씩 때문에, 이 일은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사식아, 네 고모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거의 죽게 생겼다고 전해라!”노태군이 단호히 명령했다.딸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저주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정말 독한 늙은이었다.서일은 탕양을 데리고 서둘러 궁으로 향했다. 중매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바로 황후를 찾아가야 했다.소월궁에서 우문호 부부는 탕양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문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짐이 보기엔, 일찍 일곱째 아가씨에게 네 마음을 고백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이리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탕양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고,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면 불안에 휩싸여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폐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 그녀가 어디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