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현경이 퇴원했다.첫날부터 밤마다 소이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퇴원할 때 데리러 오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화제를 찾았다. 예를 들면 지금 바쁜지, 계속 알려주었다. 의사는 회복이 잘 되었다며,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정말이지 퇴원할 때 그녀가 데리러 올 이유 수천 가지를 생각했다.소이연도 그의 노력을 아는지, 아침 일찍부터 병원으로 갔다.명진은 퇴원 수속과 물건 정리를 위해 바삐 돌아다니고 있었다.육현경은 환자복을 갈아입고 편안한 하늘색 셔츠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소의 셔츠와 구두에 비해 근엄하고 흐트러짐 없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캐주얼함과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여전히 잘 생겼다는 점이다. 잘 생겨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이때 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산과 같이 미동도 없고 얼굴색도 좋지 않았다.소이연이 도착하기 전까지는.명진은 정말 진심으로 하늘과 땅과 사모님께 감사드렸다.사모님이 오시지 않았더라면 오늘은 또 대표님께 어떤 “수모”를 당하게 될지 몰랐다.원래 빙산 같던 대표님이 순간 녹아내려 물처럼 변했다. 심지어 온천 같았다.“정리 다 하셨어요?” 소이연이 명진에게 물었다.“거의 다 됐습니다.” 명진은 급히 대답했다. “저도 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대표님, 퇴원하시면 됩니다.”육현경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동도 없이 있었다.소이연은 눈썹을 찡그렸다.회복이 잘 됐다고 한 게 아니었나?!몸도 못 일으키는 것 같은데?소이연은 명진이 부축하기를 기다렸다.명진은 눈치채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큰 보폭으로 자리를 떴다.웃기시네, 지금 부축을 하면 목숨을 내놓은 거나 마찬가지지!소이연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육현경을 부축할 수밖에 없었다.육현경은 몸에 체중을 실어 소이연의 몸에 기댔다.진짜 무거워!쇳덩이 같아!소이연은 이를 악물고 육현경을 부축해 그의 전용 벤츠에 앉혔다.자동차는 사우스 타운을 향했다.차 안은 정적만이 가득했다.육현경이 조수석에 앉은 명진에게 분위기를 띄우라고
말 못 할 마음, 그런 느낌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무시할 수 있었다.자동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소이연은 아직 입을 열지 않았지만, 육현경이 말했다. “민이가 집에서 당신 기다려.”턱 밑까지 차오른 말은 그대로 삼켜버렸다.“도련님, 이연 아가씨, 오셨습니까.” 문씨 아저씨가 정중하게 마중 나와 인사했다.그래서 지금 육민이랑 문씨 아저씨가 이 집에서 같이 산다고?!그럼, 저번에 왔을 때 문씨 아저씨를 같이 쫓아낸 게 아니었나?“엄마.” 육민이 작은 몸으로 방에서 뛰어나와 소이연의 품에 안겼다.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아빠가 병원에 엄마 보러 못 가게 했어요!”이르는 것이 분명했다.소이연은 몸을 낮춰 말했다. “아빠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육민이가 가면 아빠는 육민이도 돌봐줘야 하니까, 치료를 할 수가 없어서 그래.”“거짓말.” 육민이는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아빠는 내가 엄마를 독차지하는 게 싫어서 그런 거예요. 아빠는 나눌 줄 몰라요.”소이연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나누다.” 이 단어는 여기에서 쓰이는 단어가 아니다.문씨 아저씨도 참지 못하고 웃었다.이번에는 도련님 편에 섰다.그래도 와이프이니, 나눠줄 수는 없지.“민아.” 육현경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육민은 그래도 육현경을 아직 무서워했다. 육현경의 한마디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신발장에서 핑크색 슬리퍼를 꺼내 반듯하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엄마 이거 신어봐요! 이거 나랑 아빠랑 엄청 오랫동안 고민해서 고른 거예요.”소이연은 마음 한편이 풀렸다.그녀는 사실 자주 오지 않지만, 그들은 그녀를 위해 신발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그녀는 저번에 육현경이 그녀의 집에 찾아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결국 스스로 준비했다.소이연은 슬리퍼를 신었다. 푹신푹신하고 부드럽고 사이즈도 딱 맞았다. “너무 예쁘다.”“엄마가 좋아하실 줄 알았다니까요. 엄마 빨리 들어오세요. 우리 집 소개해 줄게요. 우리 집 진짜 크고 진짜 예뻐요.” 육민이 열정적으로
소이연은 육현경을 흘끗 쳐다보았다.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육민 앞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육민도 육현경의 시야 안에 있으니, 더 물어볼 수도 없었다.소이연은 육현경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육민을 달래 낮잠을 재운 뒤에야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육현경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었다.명진이 운전을 했다.육현경과 소이연은 뒷좌석에 앉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육현경.” 소이연이 입을 열었다.“응.” 육현경이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확실히 난 과거에 오점이 많아.” 소이연이 말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은 아니야.”“......” 육현경은 조금 얼떨떨했다.“나도 네가 잘난 거 알아, 그것도 아주 많이. 게다가 널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많지. 나도 부정 안 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에 대해 동경해. 만약 정말 너나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더라도, 그냥 내 가치관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어. 우리 사이에, 만약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난 정말 영광이야. 다른 관계는 난 못 해.”차가 소이연의 동네에 멈춰 섰다.소이연은 차 문을 열고 아무렇지 않은 듯 성큼성큼 걸어갔다.남겨진 육현경은 아주 당황한 듯한 얼굴이었다.그는 명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명진은 온몸에 힘이 들어갈 만큼 긴장했다.그도 나이가 있으니, 젊은 사람들의 사랑 얘기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이연 아가씨의 말을 듣자 하니, 명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도련님께서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닐까요?”“내가 그래 보여?” 육현경이 눈썹을 찌푸렸다.“겉으로만 보기에는 그렇죠...... 저는 도련님께서 인물이 훤칠하시기도 하니 여자들이 느끼기에 안정감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나 해서…”“......”그래서.그녀에게 뽀뽀를 했다? 아니다.그녀에게 몸을 보여주었다? 역시 아니다.지금 너무 잘 생겼다? 그것도 아니다.......지난번의 “불쾌함” 이후로,소이연
“회장님, 1차 판매 보고 차트 나왔습니다.” 장문기가 정중하게 말했다.“주세요.” 소이연은 침착해 보였다.장문기가 서류를 건네며 흥분한 채 보고했다. “판매량이 예상보다 훨씬 많습니다. 오늘 아침 10시 정각에 판매 개시했고, 온라인에서는 인기 제품 여러개가 불과 몇 초 만에 품절이었습니다. 나머지 제품들의 판매량도 기존 기록의 300%를 갱신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판매 현황은 아직 통계 중이고, 전국 각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매장마다 문전성시로 너무 바쁘고 옷이 없어서 못 판답니다.”소이연의 입꼬리는 참지 못하고 올라갔다.“방금 판매팀 총감독 정운 씨가 장안시에서 가장 큰 쇼핑몰에 직접 현장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여기 전달받은 사진입니다.” 말을 하면서 장문기는 iPad를 꺼내 갤러리를 열었다. “이건 저희 은하의 매장이고, 나머지는 저희 매장과 같은 층에 있는 동일 가격대 브랜드 매장입니다. 저희 매장 외에는 거의 사람이 없습니다. 정 감독님께서 다른 층에도 가보셨지만, 모든 매장이 썰렁했다고 합니다.”이번 은하 패션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은하뿐만 아니라, 다른 동종 업계에서도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줄 상상도 못했다.문서인은 소식을 듣고, 손에 들려있던 서류를 사무실 책상 위에 내팽개쳤다.그는 애초에 소이연이 정말 은하 패션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당연히 오늘 런칭한 가을 신제품도 은하 패션의 3분의 1정도 밖에 안됐다. 장안시의 거의 독점 현지 패션 회사가 어떻게 이런 취급을 당할 수 있겠는가.문서인은 또 씩씩대며 노트북을 켜, 마음속의 분노를 참으며, 은하 패션의 신제품을 보았다.처음에는 예수진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고, 애초에 은하의 디자인은 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은하에서 인기 제품이 나온 걸 본 적이 없었으니, 소이연이 간다고 뭔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은하의 디자인을 처음 본 이때, 얼굴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은하의 이번 가을 신제품의 수준은 인정할
“그게 무슨 뜻이야?”문서인이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하지만 소나은은 여전히 불쾌했다.방금 자신에게 쏟아부었던 풍자와 욕설을 생각하니 불쾌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전엔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참고 견뎠지만 지금 손톱만큼의 관심도 남아 있지 않는 이상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점점 짜증이 밀려왔다.“나은, 내가 방금 너무 흥분했어. 마음에 두지 마.”문서인 자신도 방금 말투가 과격했다는 걸 느꼈다.소나은의 말투를 보니 아직 뭔가 남았을 것 같아 바로 태도를 바꾸었다.“네가 언니한테 당하면서도 계속 돈을 벌어줄까 봐 걱정돼서 말한 거야.”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넘어갈 소나은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문서인에게 아직 이용 가치가 남아 있기에 더 따지지 않았다.“지금 은하패션이 흥행세를 보이는 건 다 긍정적인 뉴스와 언론, 네티즌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덕이지. 이 시기에 은하패션에서 스캔들이라도 난다면 지금처럼 흥행할 수 있을까? 난 두 가지 막장 드라마가 나올 거라 확신해.”문서인은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하지만 은하그룹에 무슨 스캔들이 있겠어? 그룹 내부에 인사변동이 있다고 해도 피해를 줄만한 것이 없잖아.”“은하그룹엔 없지만 우리 언니한테 있어.”“무슨 스캔들?”문서인이 살짝 경계를 하더니 불쑥 말을 내던졌다.“난 내 명의까지 내세워서 소설 쓰고 싶은 생각이 없어. 이건 밑지는 장사야!”보다시피 문서인은 자신의 체면을 엄청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소나은이 자신과 소이연을 엮어서 스캔들 낼까 봐 은근 걱정되는 모양이다.어찌했든 그런 피해는 입고 싶지 않았다.“서인 오빠 걱정 마. 오빠 명성에 먹칠하지 않을 거야. 내가 전에 보내줬던 사진 기억해?”소나은의 말에 문서인이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네 말은…”“바로 그 사진이야. 그것만 있으면 언니의 명성이 한순간에 바닥칠 수 있어. 필경 전부터 평판이 안 좋았으니 사람들이 쉽게 믿을 거야.”문서인은 그래도 망설여졌다. 이렇게 사진을 내놓는다면 너무 비도덕적인 것
그 뒤로 두 사람은 사탕발린 소리를 하다가 통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소나은의 표정이 음흉하게 변했다.방금 문서인에게 말한 것처럼 단순히 언니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그것을 통해 언니에 대한 육현경의 마음을 철저히 접게 만들고 자신의 남자로 만들 계획이었다.…은하패션이 일주일 동안 불티나게 팔리더니 곳곳에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소이연은 단호하게 대규모 생산을 실시했다.그렇다고 헝커마케팅은 하지 않았다.이번에 예산이 부족했던 것은 이렇게 잘 팔릴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패션에 대한 이념은 소이연의 어머니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게 만드는 것이었다. 대생산을 투입한 뒤 두 번째 물량을 판매할 시기에 갑자기 뉴스에서 스캔들이 터졌다.“은하그룹 회장 소이연 ‘수치스러운’ 성공의 길” 뉴스에 실린 내용을 대략적으로 이랬다.‘소이연과 문서인이 교제할 당시, 소이연은 문서인 몰래 여러 남자들과 바람이 났다. 그 관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은하그룹을 손에 넣었고 또 그 남자들의 도움으로 은하그룹 패션도 흥행하여 돈방석에 앉는 데 성공하였다.’뉴스가 뜨자마자 온 누리꾼들이 욕설을 퍼부었다.[소이연 너무 역겹다. 무슨 바람을 이렇게 많이 피웠대? 문서인이 무슨 호구냐!][화려한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서인이 기꺼이 약혼을 해주겠다는데 감사하지도 않나 봐.][은하패션에서 생산한 옷들이 요 근래 유행하는 디자인을 앞섰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멋진 옷이라고 해도 더러운 마음과 비교할 수 없네.”[은하패션을 강력히 거부한다. 언니들, 한 벌도 사지 말자!][나 이미 반품 신청했음.] [겨우 한 벌 건졌는데 다시 사 입나 봐라!]동시에 문서인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저와 소이연은 오래전에 서로 합의하에 헤어졌습니다. 공공 자원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소이연에 대해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저에게 사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주
영업부 총감독 유봉이 씩씩거리며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그제야 소이연은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고 유봉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이제 어떡합니까? 지금 쇼핑몰에서 고객들이 반품해달라고 난리랍니다. 전국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항의하는 사람들로 꽉 차고 여러 백화점에서도 우리에게 불만을 토로하면서 반드시 해결방안을 내놓으라고 독촉합니다.”“회장님!”구매부 매니저 김상문도 뒤를 따라 들어왔다.“방금 공급업체에서 대금을 보충해 달라고 연락 왔습니다. 아니면 법정에서 보게 될 거랍니다.”“회장님! 고객센터에서 더는 감당하지 못하겠답니다. 민원 전화가 폭주하고 고객들이 전혀 설명을…”소이연은 눈앞에서 펄쩍 뛰는 고위급 간부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10분 뒤에 회의를 합시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배치를 해야 되니 모든 고위급 간부들이 참석하라고 하세요. 지금은 먼저 나가주세요.”“네.”모두 침울한 표정으로 사무실에서 나갔다.지금 상황에서 생산한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은하그룹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한다. 게다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파산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소이연은 다시 뉴스를 들여다보았다.뉴스에 홍보 모델 예수진도 언급되었다. 누리꾼들이 그녀의 SNS에 들어가 그저 돈만 주면 무슨 제품이라도 대변한다고 악성 댓글을 달았다.한순간에 예수진마저 누리꾼들 입에 오르며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와 프로그램도 영향을 받았다.소이연이 예수진에게 연락했다.“언니.”“죄송해요. 수진 씨한테도 영향이 미칠 줄은 몰랐어요. SNS에 우리 계약을 끝냈다고 설명하세요. 저희 측에서 전력을 다해 협조할게요.”소이연이 진심으로 사과했다.“이연 언니, 나를 뭘로 보고, 내가 그렇게 의리 없는 사람 같아요?”예수진은 왠지 화가 치밀었다.“누가 모함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요. 그래도 나 예수진을 따르는 팬들이 많거든요. 헛소문에 휘둘리는 인간들 필요하지 않아요. 언니 스캔들이나 잘 처리해요.
그저 서로에게 스쳐가는 인연일 뿐이다.“뉴스는 내가 어떻게 해볼게. 일단 계좌 불러줘. 부족한 금액을 보내줄 테니까.”육현경의 덤덤한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해외에 비교적 전문적인 위기관리팀을 알고 있어. 내일 아침에 장안에 도착하니까 시간을 내주면 그 사람들 데리고 당신 만나러 갈게.”소이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솔직히 누가 도와줄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전부터 수없이도 겪어왔기 때문이다.18살에 누구한테 비웃음을 당할 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친아버지는 수치라고 여기면서 자신의 명성에 먹칠할까 봐 어딘가 보내려고 했다. 지금 상황도 똑같다. 모든 사람이 자신과 관계를 끊으려고 할 때 오직 육현경과 예수진만 나서주었다.순간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키며 대체 그와 어떤 관계인지 정리할 수 없었다.“됐어. 내가 처리할 수 있어.”“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그 말이 유독 차갑게 들렸다.소이연은 살짝 흔들리는 가슴을 억누르려고 입술을 깨물었다.“믿지 못하겠어.”어차피 육현경과 아무런 결과도 없을 테니 서로에게 여지를 줄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육현경이 손가락을 파르르 떨었다.이명진이 옆에서 대표님의 분노를 감지했다. 당장이라도 화산처럼 폭발해 그 불똥이 곧 자신한테 튀길 것 같았다.“나 자신 말고 누구도 믿지 않아.”소이연이 단호한 말투로 보충했다. “당신 호의만 감사히 받고 내 일은 내가 처리할게. 굳이 나 때문에 불필요한 일에 엮이는 거 원하지 않거든.”육현경의 안색이 심각하게 굳었다.“회의 있어서 이만 끊을게.”소이연이 종료 버튼을 눌렀다.이명진이 똑똑히 봤다. ‘통화 종료’를 응시하던 대표님의 안색이 검정색 액정보다 더 어두워졌다.갑자기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결국 사모님이 대표님의 호의를 저버렸다.사모님의 스캔들이 나오자마자 사장님은 바로 스피드하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각 언론사에 전화를 돌려 신세를 지자면서 당장 사모님의 뉴스를 내리라고 부탁했다.그리고 자신의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송문수는 차갑게 물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술을 마셨는지 전혀 몰랐고, 그냥 주소를 알려주었다.말을 마친 후 차 안에서 오랫동안 송문수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사실 전화를 끊고 나서 하지수는 후회와 놀라움을 느꼈다. 왜 송문수에게 전화했을까? 가장 도와주지 않을 사람은 송문수였다. 하지수는 경찰에 전화했야 했다. 아니면 보험사나 4S 매장에 전화해야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하지수는 이미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송문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송문수는 오지 않고 전화로 물었다.“심각하게 다쳤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아. 차 앞부분이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내 머리도 좀 긁힌 것 같아.” “우선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 그리고 보험 회사와 4S 매장에 연락해 손해를 평가받아.”송문수는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 “안 오니?”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순간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하지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사고가 나서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오늘 밤의 사고는 하지수에게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안 갈 거야.”송문수가 차갑게 말했다.“하지수, 너는 변호사잖아. 사고 후의 절차를 더 잘 알지 않을까?” 말을 마친 송문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그녀는 송문수에게 정말 실망했다. 어떤 정도로 실망했냐고?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다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혼도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 후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송문수를 만났다. 옆에는 두 명의 경찰이 있었다. 하지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해 달려가서 물었다. “송문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피투성이야?” “내 피가 아니야.”송문수는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누구 거야?”
송승우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놀라서 물었다.“이제 막 한 관광지를 갔는데 다른 두 곳도 준비했어. 먼 곳도 아니야. 왜 벌써 피곤해? 아니면 오후에 일이 있어?” “아니에요.”하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놀다 가자.”송승우가 농담처럼 말했다.“걱정하지 마, 미아로 만들지는 않을게.” “승우 오빠, 우리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송승우의 얼굴에 있는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지수야, 내가 그렇게 싫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송문수에게도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왜?”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나는 네 마음을 알아. 너는 송문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데 다시 거부하는 거야? 부모님이 강요한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부모님에게 잘 설명할게. 어떤 일이든 내가 감당할 거야.” “부모님 때문이 아니에요.”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송승우는 멍해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격에 그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다. “지수야, 너 뭐라고 했어?” “예전에 오빠를 정말 좋아했어요. 결혼 준비 중에 오빠가 떠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왜 갑자기 결혼식에 도망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송문수와 결혼하기로 한 것뿐이에요. 오빠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신 은혜도 있지만 오빠한테 화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지만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요.”하지수가 한 단어씩 강조하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감정은 식기 마련이고 오빠를 향한 그리움은 이제 없어요. 지금은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송문수한테 미안해서 그래?”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 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계속 사
맛이 아주 좋았다. 송승우는 하지수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있었다. 감동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송승우와 송문수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수는 두 사람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맛있어?” “아주 맛있어요.” “다 먹을 수 있어?”송승우가 물었다. “다 못 먹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가득 찬 작은 만두 한 바구니에서 그녀는 많아야 절반 정도만 먹을 수 있었다.“괜찮으면 하나만 줘. 나도 아침을 안 먹었거든.”송승우가 말했다. “오빠 아침 안 먹었어요? 기다리는 동안 먹을 수도 있었잖아요.”하지수는 놀라서 물었다. “열고 나면 김이 빠져서 식으면 맛이 없잖아. 그리고 나도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어.” 하지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만두를 집어 송승우의 입술에 내밀었다. 만두가 작아서 송승우는 한 입에 물었다. 송승우의 입술이 하지수의 손가락에 닿았다. 하지수의 손가락이 잠시 굳었다. 그리고 그녀는 만두를 옆의 팔걸이에 놓았다.“편할 때 다시 먹어요.” 송승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분명한 미소가 떠올랐다. 방금의 접촉이 지수도 부끄러워하겠지.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울에는 특별히 재미있는 곳이 없지만 유적지가 많았다. 송승우는 첫 번째로 하지수를 성벽으로 데려갔다. 하지수는 체력이 괜찮았다. 송승우과 함께 오랫동안 걸었다. 송승우는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은 고대 인들이 남긴 지혜를 감상하며 하지수는 송승우의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우리도 인증샷 찍자.”송승우가 말했다. “네?” 송승우는 스마트폰을 꺼내 셀카 모드로 전환했다. “지수야, 조금 더 들어와야 찍혀.” 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송승우의 카메라에 나왔다. 하지만 거리를 두기로 했다. “웃어봐.”송승우가 말했다. “웃으면 안 예뻐요.”하지수가 거부했다. “말도 안 돼 너 웃으면 제일 예뻐.”송승우는
“가식 떨지 마!”송문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녀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정말로 호의로 말했다.“빨리 나가. 내 잠 방해하지 마!”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려 나갔다. 그녀는 원래 호텔 고객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아침을 준비해 주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송문수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아마도 하지수가 그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전화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수가 나가자 송문수는 화난 기색으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하지수에게 깨어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는 소리를 듣고 송승우가 전화한 것임을 눈치챘다. 어젯밤 송승우가 전화를 걸어 오늘 하지수와 함께 서울을 구경하자고 했을 때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거절했다. 그는 하도경과 약속이 있다고 했다. 사실 본능적으로 거부한 것이었다. 송승우는 송문수가 안 가면 자기가 하지수와 놀러 가겠다고 말했다.송문수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송승우는 그에게 알리기 위해서만 말한 것 같고 하지수와의 관계 때문에 그에게 체면을 세워주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체면을 참 중시하는구나!송문수는 소파에서 내려와 침대로 갔다. 하지수는 어떻게 사귀던 연인과 비밀 데이트를 할 수 있는데 자기는 소파에서 자야만 하는 것인가. 송문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큰 침대 위에 하지수의 냄새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송문수는 더욱 짜증이 났다. 원래 그는 하지수가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하지수가 최근 보여준 호의에 변화를 기대하고 착각한 것이었다.어쩌면 진짜 감정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결국 송문수는 스스로를 모욕한 것이었다.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송승우를 좋아했으니 그녀가 자신을 사랑할 리가 없다!하지수는 급히 호텔 출입구로 나갔다.그녀는 지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