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뜻이야?”문서인이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하지만 소나은은 여전히 불쾌했다.방금 자신에게 쏟아부었던 풍자와 욕설을 생각하니 불쾌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전엔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참고 견뎠지만 지금 손톱만큼의 관심도 남아 있지 않는 이상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점점 짜증이 밀려왔다.“나은, 내가 방금 너무 흥분했어. 마음에 두지 마.”문서인 자신도 방금 말투가 과격했다는 걸 느꼈다.소나은의 말투를 보니 아직 뭔가 남았을 것 같아 바로 태도를 바꾸었다.“네가 언니한테 당하면서도 계속 돈을 벌어줄까 봐 걱정돼서 말한 거야.”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넘어갈 소나은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문서인에게 아직 이용 가치가 남아 있기에 더 따지지 않았다.“지금 은하패션이 흥행세를 보이는 건 다 긍정적인 뉴스와 언론, 네티즌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덕이지. 이 시기에 은하패션에서 스캔들이라도 난다면 지금처럼 흥행할 수 있을까? 난 두 가지 막장 드라마가 나올 거라 확신해.”문서인은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하지만 은하그룹에 무슨 스캔들이 있겠어? 그룹 내부에 인사변동이 있다고 해도 피해를 줄만한 것이 없잖아.”“은하그룹엔 없지만 우리 언니한테 있어.”“무슨 스캔들?”문서인이 살짝 경계를 하더니 불쑥 말을 내던졌다.“난 내 명의까지 내세워서 소설 쓰고 싶은 생각이 없어. 이건 밑지는 장사야!”보다시피 문서인은 자신의 체면을 엄청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소나은이 자신과 소이연을 엮어서 스캔들 낼까 봐 은근 걱정되는 모양이다.어찌했든 그런 피해는 입고 싶지 않았다.“서인 오빠 걱정 마. 오빠 명성에 먹칠하지 않을 거야. 내가 전에 보내줬던 사진 기억해?”소나은의 말에 문서인이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네 말은…”“바로 그 사진이야. 그것만 있으면 언니의 명성이 한순간에 바닥칠 수 있어. 필경 전부터 평판이 안 좋았으니 사람들이 쉽게 믿을 거야.”문서인은 그래도 망설여졌다. 이렇게 사진을 내놓는다면 너무 비도덕적인 것
그 뒤로 두 사람은 사탕발린 소리를 하다가 통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소나은의 표정이 음흉하게 변했다.방금 문서인에게 말한 것처럼 단순히 언니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것으로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그것을 통해 언니에 대한 육현경의 마음을 철저히 접게 만들고 자신의 남자로 만들 계획이었다.…은하패션이 일주일 동안 불티나게 팔리더니 곳곳에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소이연은 단호하게 대규모 생산을 실시했다.그렇다고 헝커마케팅은 하지 않았다.이번에 예산이 부족했던 것은 이렇게 잘 팔릴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패션에 대한 이념은 소이연의 어머니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게 만드는 것이었다. 대생산을 투입한 뒤 두 번째 물량을 판매할 시기에 갑자기 뉴스에서 스캔들이 터졌다.“은하그룹 회장 소이연 ‘수치스러운’ 성공의 길” 뉴스에 실린 내용을 대략적으로 이랬다.‘소이연과 문서인이 교제할 당시, 소이연은 문서인 몰래 여러 남자들과 바람이 났다. 그 관계를 통해 성공적으로 은하그룹을 손에 넣었고 또 그 남자들의 도움으로 은하그룹 패션도 흥행하여 돈방석에 앉는 데 성공하였다.’뉴스가 뜨자마자 온 누리꾼들이 욕설을 퍼부었다.[소이연 너무 역겹다. 무슨 바람을 이렇게 많이 피웠대? 문서인이 무슨 호구냐!][화려한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서인이 기꺼이 약혼을 해주겠다는데 감사하지도 않나 봐.][은하패션에서 생산한 옷들이 요 근래 유행하는 디자인을 앞섰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멋진 옷이라고 해도 더러운 마음과 비교할 수 없네.”[은하패션을 강력히 거부한다. 언니들, 한 벌도 사지 말자!][나 이미 반품 신청했음.] [겨우 한 벌 건졌는데 다시 사 입나 봐라!]동시에 문서인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저와 소이연은 오래전에 서로 합의하에 헤어졌습니다. 공공 자원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소이연에 대해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저에게 사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주
영업부 총감독 유봉이 씩씩거리며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그제야 소이연은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고 유봉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이제 어떡합니까? 지금 쇼핑몰에서 고객들이 반품해달라고 난리랍니다. 전국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항의하는 사람들로 꽉 차고 여러 백화점에서도 우리에게 불만을 토로하면서 반드시 해결방안을 내놓으라고 독촉합니다.”“회장님!”구매부 매니저 김상문도 뒤를 따라 들어왔다.“방금 공급업체에서 대금을 보충해 달라고 연락 왔습니다. 아니면 법정에서 보게 될 거랍니다.”“회장님! 고객센터에서 더는 감당하지 못하겠답니다. 민원 전화가 폭주하고 고객들이 전혀 설명을…”소이연은 눈앞에서 펄쩍 뛰는 고위급 간부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10분 뒤에 회의를 합시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배치를 해야 되니 모든 고위급 간부들이 참석하라고 하세요. 지금은 먼저 나가주세요.”“네.”모두 침울한 표정으로 사무실에서 나갔다.지금 상황에서 생산한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은하그룹 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한다. 게다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파산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소이연은 다시 뉴스를 들여다보았다.뉴스에 홍보 모델 예수진도 언급되었다. 누리꾼들이 그녀의 SNS에 들어가 그저 돈만 주면 무슨 제품이라도 대변한다고 악성 댓글을 달았다.한순간에 예수진마저 누리꾼들 입에 오르며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와 프로그램도 영향을 받았다.소이연이 예수진에게 연락했다.“언니.”“죄송해요. 수진 씨한테도 영향이 미칠 줄은 몰랐어요. SNS에 우리 계약을 끝냈다고 설명하세요. 저희 측에서 전력을 다해 협조할게요.”소이연이 진심으로 사과했다.“이연 언니, 나를 뭘로 보고, 내가 그렇게 의리 없는 사람 같아요?”예수진은 왠지 화가 치밀었다.“누가 모함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요. 그래도 나 예수진을 따르는 팬들이 많거든요. 헛소문에 휘둘리는 인간들 필요하지 않아요. 언니 스캔들이나 잘 처리해요.
그저 서로에게 스쳐가는 인연일 뿐이다.“뉴스는 내가 어떻게 해볼게. 일단 계좌 불러줘. 부족한 금액을 보내줄 테니까.”육현경의 덤덤한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았다.“해외에 비교적 전문적인 위기관리팀을 알고 있어. 내일 아침에 장안에 도착하니까 시간을 내주면 그 사람들 데리고 당신 만나러 갈게.”소이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솔직히 누가 도와줄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전부터 수없이도 겪어왔기 때문이다.18살에 누구한테 비웃음을 당할 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친아버지는 수치라고 여기면서 자신의 명성에 먹칠할까 봐 어딘가 보내려고 했다. 지금 상황도 똑같다. 모든 사람이 자신과 관계를 끊으려고 할 때 오직 육현경과 예수진만 나서주었다.순간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키며 대체 그와 어떤 관계인지 정리할 수 없었다.“됐어. 내가 처리할 수 있어.”“내가 그렇게 못 미더워?”그 말이 유독 차갑게 들렸다.소이연은 살짝 흔들리는 가슴을 억누르려고 입술을 깨물었다.“믿지 못하겠어.”어차피 육현경과 아무런 결과도 없을 테니 서로에게 여지를 줄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육현경이 손가락을 파르르 떨었다.이명진이 옆에서 대표님의 분노를 감지했다. 당장이라도 화산처럼 폭발해 그 불똥이 곧 자신한테 튀길 것 같았다.“나 자신 말고 누구도 믿지 않아.”소이연이 단호한 말투로 보충했다. “당신 호의만 감사히 받고 내 일은 내가 처리할게. 굳이 나 때문에 불필요한 일에 엮이는 거 원하지 않거든.”육현경의 안색이 심각하게 굳었다.“회의 있어서 이만 끊을게.”소이연이 종료 버튼을 눌렀다.이명진이 똑똑히 봤다. ‘통화 종료’를 응시하던 대표님의 안색이 검정색 액정보다 더 어두워졌다.갑자기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결국 사모님이 대표님의 호의를 저버렸다.사모님의 스캔들이 나오자마자 사장님은 바로 스피드하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각 언론사에 전화를 돌려 신세를 지자면서 당장 사모님의 뉴스를 내리라고 부탁했다.그리고 자신의
이명진의 말에 위로 받은 듯 금색 펜을 꽉 움켜쥐던 손이 그제야 느슨히 풀렸다.이명진도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영리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파란만장한 날들이 그를 기다릴 것이다.“대표님, 제가 수시로 사모님에 대해 알아볼게요. 절대 나쁜 놈들이 해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그래.”육현경이 짧게 대답을 하더니 그제야 모니터를 보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은하그룹 고위급 간부들이 회의실에 모였다.분위기는 생각보다 엄숙했다.오랫동안 경영해 왔던 은하그룹은 대기업에 속하지 않았지만 줄곧 평탄한 길을 걸어 이처럼 큰 위기에 닥쳐본 경험이 없었다.모든 간부들은 마음이 심란할 뿐 속수무책이었다.“언니, 어떻게 해결할지 방안을 구해봤어요? 이대로 간다면 은하가…”소나은이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걱정하는 척했다.소이연이 그런 소나은을 쳐다봤다.스캔들을 터뜨린 장본인이 누군지 짐작이 갔다.‘문서인은 기껏해야 공범이겠지.’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소나은의 수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소이연이 모든 간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모든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반품 접수하고 처리해주세요. 이미 입었거나 하자 있는 제품이라도 무조건 받으세요.”“그러면 안 됩니다.”유문은 조금 긴장되었다.“회장님, 지금까지 저희 가을 시즌 상품은 전국에서 판매량이 적어도 5만 건이나 됩니다. 그걸 다 받아준다면 우리 은하가 자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먼저 제 말을 들어주세요.”소이연은 줄곧 평정심을 유지했다.은하에서 일정한 규모가 확대된 이래 대다수 고층 간부들은 진심으로 소이연을 위해 일을 했다.지금 은하그룹에 사건이 터진 건 소이연의 책임이니 그들의 의견이 분부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소이연의 평정심에 그들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겨우 스무 다섯밖에 안되는 여자가 이렇게 큰 일을 당하고도 냉정하게 대처를 하다니 그 넓은 아량은 이미 여기 모인 사람들을 능가했다.그러니 마음속으로 흔쾌히 소이연의 안배를 따르기로 마음먹었다.“반품을 접수하는
”저도 지지합니다.”정아현도 잇따라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은하그룹에 모처럼 새로운 면모를 가져왔는데 여기서 쓰러지기엔 너무 억울합니다. 저 전력을 다해 회장님과 함께 은하그룹의 위기를 해결하겠습니다.”“회장님, 저희 모두 지지합니다!”순간 분위기가 들끓었다. 마치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친 것 같았다.소나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이런 큰일에 닥치면 회사가 파산될 수 있는데 소이연은 냉정하게 대처하면서도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소나은의 눈가에 순간 사악한 기운이 스쳐 지났다.‘그래 봤자 자기들 속이 편하자고 하는 위로일 뿐이지.’소이연이 혼자 힘으로 은하그룹을 지켜낼 수 없다고 믿었다.사무실에 돌아온 소나은은 경악했다.분명 검색 1위에 올랐던 뉴스들이 지금 모두 내려가고 관련 뉴스들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누리꾼들이 여전히 소이연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모두 자기 SNS에 올린 짧은 동영상일 뿐, 지금은 눈에 확 띄게 사라졌다.심지어 키워드에 ‘소이연’을 입력하면 관련 뉴스들이 자동으로 차단되었다.소나은은 너무 화가 나 눈시울이 다 빨개졌다.소이연이 이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었어? 모든 인터넷을 통제해?아니야, 분명 누가 도와주고 있어.생각하지 않아도 육현경이겠지.육현경이 보는 눈이 없는 건가? 소이연이 이렇게 추잡한 여자인데도 도와주다니 이해되지 않았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서인 오빠.”“소이연에 관한 뉴스가 왜 전부 내려갔어?”문서인이 또 성질을 부렸다.“나도 이제야 알았어. 아마 육현경이 그랬을 거야. 이렇게 빨리 깨끗하게 쓸어버릴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잖아.”“소이연이 남자 꼬시는 재주는 역시 대단해.”문서인이 이를 갈았다.“서인 오빠, 그래도 괜찮아. 지금 뉴스가 내려가도 이미 위기가 닥쳤으니 소이연이 꽤 개고생할 거야. 은하그룹을 공격하는 네티즌들은 끝까지 저항할 거니까 운하그룹도 다시 일어서긴 힘들어. 그보다…”“그보다는 뭔데?”문서인은 조금 격동했다.“언니가 내일 기자회견을 연다면서
사무실에 돌아온 소이연은 의자에 앉아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했다.대부분 내려갔다. 육현경의 소행이라는 걸 알고 있다.또 멋대로 요동치는 가슴을 꾹 눌렀다.소이연과 통화를 마친 예수진이 개인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누구든 과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충고하는데 사람이라면 좀 착하게 살자!’이것은 틀림없이 소이연을 지지하는 글이고 그녀가 모함을 당했다는 것을 암시했다.그로 인해 SNS에서 누리꾼들이 다시 열렬하게 토론을 벌였다.예수진이 돈을 위해서라면 양심을 버리고 인생관도 바르지 못하다는 악성 댓글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예수진을 지지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예수진이 은하그룹에서 받은 광고 비용은 수많은 기업 가치 중에서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러니 도움을 줘서 자신의 사업에 영향을 줄 필요가 없으니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SNS가 한창 떠들썩할 때 소이연이 내일 기자회견을 연다는 뉴스가 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부정적인 뉴스가 철수된 후 누리꾼들은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해 토론하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소이연에 대한 공격이 처음처럼 강력하지 않았다. 게다가 은하그룹 공식 사이트에서도 무조건적으로 환불 접수를 받는다는 공지가 올라와 더 한층 누리꾼들의 호감을 샀다. 반나절만에 소이연을 비난하던 누리꾼들이 더 많은 반전을 기대하는 태도를 보였다.소이연이 지금까지 보여준 반응만 봐도 반감을 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뉴스 동태를 살피던 문서인의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이 지경에 이른 이상 소이연이 다시 일어서는 꼴은 원하지 않았다.부랴부랴 유명한 언론사 편집장에게 전화를 돌렸다.내일 소이연을 난처하게 만들어 달라는 말을 완곡하게 전하고 나중에 톡톡히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고 했다.그 다음 소이연에게 연락했다.소이연은 아직도 휴대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문서인 번호가 뜨자 고민도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네가 고객들의 반품 접수를 조건 없이 받
아무튼 비웃음을 당하는 건 시간문제다.소이연이 어떻게 참패를 수습하고 자신 앞에서 무슨 체면으로 고상하게 나올지 기대되었다.…통화를 마친 소이연은 당장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문서인이 배신했다 쳐도 따지지 않으려 했다. 필경 감정이란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니까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비열하고 배은망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전에 그를 위해 했던 모든 희생들이 오늘따라 너무 후회되었다.소이연이 눈을 찔끔 감았다.망해가는 문씨그룹을 살려 놓았으니 예전으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다.문서인에 대한 인내심도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그때 휴대폰 메시지 소리가 울렸다.육현경이 몇 가지 서류를 보내왔다.소이연이 침을 꼴깍 삼켰다.지금 또 다시 다른 사람을 믿어도 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친아버지라는 작자는 이익을 위해 딸을 버리고 자생자멸하도록 방치했다.한 때 사랑했던 남자도 이익 앞에서 적이 되어 그녀의 모든 것으 빼앗아 지위와 명예를 잃게 만들었다.소이연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답장하지 않았다.‘고마워’라는 간단한 말도 보낼 수 없었다.…이튿날.은하그룹 기자회견 현장에 기자들로 득실거렸다.은하그룹에서 초청한 언론사는 열 개에 불과하지만 지 발로 찾아온 기자는 백 명이 넘었다.장안의 모든 언론사에서 다 참석한 것 같았다.소이연이 미리 큰 회의실에 안배하고 디저트와 음료도 충분히 마련해서 다행이었다.장문기가 조심스럽게 노크하며 사무실로 들어갔다.“회장님, 기자들이 다 도착했습니다. 지금 가셔도 됩니다.”“소나은을 내 사무실에 들르라고 해.”소이연이 분부하자 장문기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대답했다.“알겠습니다.”잠시 후, 소나은이 사무실로 들어오지 소이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랑 기자 회견하러 가자.”소나은이 깜짝 놀랐다.전에 함께 가자는 말이 없었다. 미리 얘기했더라면 핑계를 대서라도 회사에 나오지 않았을 텐데. 기자회견을 연 목적을 뻔히 알면서 소이연과 같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