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골드바를 꺼내들었는데 정말 크고 무거웠다.소이연은 그대로 멍해졌다. “저한테 뭘 줘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이걸 줬어요. 제가 가지고 있어도 쓸데없으니까 엄마 줄게요.” 육민은 선물을 소이연에게 주었다.소이연은 정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세상에 어느 누가 애한테 선물로 골드바를 주다니! 금 열쇠라면 또 몰라.소이연이 받아드는 순간 또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혹시 루카스가 그녀에게 준 것은 아닐까?그날 그녀에게 화를 내서 육민의 손을 빌려 그녀에게 전해준 것은 아닐까?아이들 것이라면 정말 육민에게 주는 걸로 알 텐데, 어른의 물건이라면......소이연은 함부로 추측할 수 없었다. 그게 맞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이렇게 큰 골드바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거절할 이유가 당연히 없었다.장신구였다면 그녀는 정말 흥미가 없겠지만 말이다. 저녁에 임씨네 사람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그들을 배웅했다.다음날 아침 일찍 소이연과 육민은 천씨 저택을 나섰고, 천우진이 그들을 바래다주었다.저택을 나서는데, 할아버지가 멀리 입구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각도 때문인지, 소이연은 할아버지의 머리가 점점 더 하얗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분명, 염색을 잘 하셨을 텐데도 말이다. “그래도 조금 아쉽죠?” 천우진이 백미러로 소이연을 보며 물었다.소이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혈연이란게 이런 거예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이미 뼛속까지 새겨져 있는 거죠.”천우진은 이런 감성적인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말을 마치고는 스스로도 닭살이 돋았는지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비행기 안.소이연과 육민은 자신의 자리로 갔다.“이연 언니.”갑자기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소이연은 그 순간 정말 진심으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인연이라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이상하다.육민도 임아영과 임아영의 뒤에 있는 루카스를 보았다.두 사람은 그들의 뒤에 앉아 있었다.“오늘 장안시로 가는 거예요?” 임아영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조금 민망했다.사실 소이연은 이렇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하지만 심문헌은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못할 것이 없었다.그녀는 육민의 손을 잡고 심문헌을 향해 걸어갔다. “장안시에 돌아온 걸 환영해요.”“왜 장안시에 있어요?”“이연 씨 온다니까 특별히 왔죠.”“제가 탄 비행기는 어떻게 알았어요?”“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두려울 게 없죠?” 소이연은 아니라는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사실 비서님께 여쭤봤어요.” 그러자 심문헌이 사실대로 말했다.명진 씨 팔이 너무 안으로 굽은 것 같은데.“가요. 데려다줄게요.”“이연 언니, 이분이 남자친구예요?” 임아영은 소이연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겨우 몇 발자국의 가까운 거리였다.심문헌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왔다.“이쪽은?” 심문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임아영을 보고 있었다.기억 속에 소이연에게 이런 여동생 같은 친구는 없었는데.“안녕하세요. 임아영이라고 합니다. 이연 언니 사촌 동생이에요.”“사촌 동생이 있었어요?” 심문헌이 놀라며 말했다.“그럼 저는 어디 돌에서 나왔겠어요?” 소이연은 좋게 말하지 않았다.“집안에서 버림받은 거 아니었나요?” 심문헌은 거침없이 말을 해댔지만 소이연과 눈을 마주치고는 순간 두려웠다.“네네네, 제가 자세히 알지 못했어요. 반성할게요.” 심문헌은 잘못을 인정했다.“그럼 그쪽은 이연 언니 남자친구예요?” 임아영이 다시 그를 추궁했다.“아직 그쪽 사촌 언니 쫓아다니고 있는 중이에요.” “맞아요.” 소이연이 갑자기 심문헌에게 팔짱을 꼈다.임아영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그녀의 옆에 있던 루카스의 눈빛도 조금 흔들린 것 같았다.하지만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러자 육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히 엄마가 새아빠를 찾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육민은 자신도 모르게 루카스를 흘끗 보았다.하지만 루카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와 시선을 마주치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육민은 불쾌한 얼굴이었다.엄마가 다른 사
“알고 있었어요. 그치만 혹시나 진짜일 수도 있잖아요.”“그럴 일은 없어요.”“누가 그래요? 예전에는 제가 닿기만 해도 짜증 냈는데 이제는 저한테 먼저 팔짱 끼시잖아요?”소이연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자기가 방금 한 말은 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건가?“이유가 뭐든, 먼저 만졌잖아요.”이보다 더 애매하게 말할 수 있을까?“근데 이연 씨가 누구한테 신경 쓰는 거 잘 못 봤는데, 방금은 아영 씨가 싫어서 그러신 거예요?” 심문헌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싫은 건 아니에요.”“저 속일 생각 하지 마세요.”“아영 씨 같은 여자가 남자들의 워너비 아닌가요??”“나한테는 당신이 제 워너비에요.” 심문헌이 진지하게 말했다.“됐어요. 헛소리 그만해요.” 소이연은 애초에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아영 씨는 딱 봐도 그런.…. 뭐라고 딱 정의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심문헌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했다.처음 봤을 때 큰 호감은 없었고, 그렇다고 반감이 들지도 않았다.결론적으로 큰 인상을 주진 않았다.“그러면서 방금 아주 친절하시던데요?”“질투해요?”소이연은 눈을 뒤집었다.“그건 이연 씨 동생이니까 그런 거죠. 다른 사람이었으면 전 대꾸도 안 했을 거예요.” 심문헌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소이연이 웃었다.사실 심문헌도 가끔은 괜찮았다.친구 사이라는 전제하에. “왜 그렇게 아영 씨 싫어해요?” 심문헌이 추궁했다.“안 싫어해요.”“그럼 그 남자 때문이에요? 이름이 루카스던가?”“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소이연은 대꾸도 하기 싫어졌다.“그렇죠? 육현경 씨랑 닮았다고 그 사람 좋아하는 건 아니죠?!” 심문헌은 멘탈이 흔들렸다.삼촌이 엄마를 쫓아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 일도 아니어서 이제 놀랄 일도 아니었기에, 육민은 계속 창밖만 보고 있었다.이때 아빠 이름이 나오자 그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았다.“말도 안 돼!” 소이연은 어이가 없었다.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그렇지만 방금은 너무 강한
소이연의 저택.심문헌은 목이 마르다는 등 다양한 핑계를 대며 그들의 집에 들어가려 했지만 소이연에게 모두 거절당했다.매정한 여자! 하지만 다행히 장미는 받아주었다.비록 그가 강요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는 만약 안 받으면 들어가서 잠시 앉았다가 가겠다고 했다.소이연은 결국 전자를 택했다.어쨌든 심문헌은 기분이 좋았다.소이연은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그 또는 그의 구애에 대한 배척이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었다.예전의 그녀라면, 그가 죽을 듯이 노력해도 바보 보는 듯한 눈빛으로 대했을 텐데.그러고는 뒤돌아서 가버렸겠지.하지만 이제는 비록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조그만한 희망이 생겼다.......장안시 방송국,《배우님 자리에 앉아주세요》 제2화 녹화 현장.1화가 방송된 후, 시청률은 순식간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을 압도하였고 바로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인기 검색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예수진이 아니었다.당연히 예수진도 어느 정도 화제는 되었지만, 그 당시 TOP 급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그녀에 대한 언급도 꽤 있었지만, 등장 신이 너무 적었다.기획팀에서 띄워주고 싶은 사람이 분명히 있었고,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 인기 검색어에 올려, 예수진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묻혔다.하지만 예수진 역시 화제성이 8위에 드는 배우였다.이 자리는 비교적 안전한 자리였다.그래서 예수진의 두 번째 무대는 첫 번째 무대보다 안정적이었다.평소대로만 하면 지금의 순위로 이번 라운드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사회자가 먼저 무대에 올라 오프닝을 하고 경기 규칙을 설명했다.이번엔 현장 투표 득표 수가 가장 적은 사람은 두 사람이 바로 탈락한다.또 현장 득표 수가 가장 적은 5명 중 4명의 선생님이 각 1명씩 뽑아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키고, 남은 한 명은 그대로 탈락한다.이 말은 10위-15위는 모두 위험하다는 뜻이다. 경기 규칙이 발표되자,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
그녀 역시 스스로를 뛰어넘고 싶었기에 육가희가 만들어 둔 배역의 이미지도 깨고 다시 새로운 인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하지만 이건 위험성이 있다. 관객들은 이미 익숙한 이미지 때문에 그녀가 원하는 이미지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처참히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그녀는 마지막으로 고심 끝에 결국 원래 육가희가 연기했던 원래 배역의 느낌으로 재해석하기로 마음먹었다.무대가 끝나고 먼저 관객 투표를 시작했다.투표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했는데, 우선 이중 경력이 가장 많은 장혜성이 평가했다.그녀는 아주 엄격했는데, 무대를 본 후 더더욱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예수진, 원빈, 유청하는 모두 긴장한 채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무대의 완성도는 좋았다. 다만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지는 모른다.“우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거의 실수 없이 완성한 것은 아주 잘했어요.당연히 작은 실수들은 있었지만, 예를 들면 원빈 씨 입이 꼬였죠?”원빈은 부끄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현장의 관객들도 모두 웃었다.“유청하 씨는 동선도 틀렸고 한두 박자 빨랐죠.” 장혜성은 그들의 실수를 모두 잡아냈다.어쩔 수 없이 그녀가 아주 진지하고 자세하게 봤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무대에서는 아무도 그녀의 눈빛을 피해 갈 수 없다.“비록 무대에서 실수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고, 시간도 촉박하지만 전문적인 배우로서 이런 실수는 없어야 해요.” 장혜성이 직설적으로 말했다.“네.” 두 사람은 급히 대답했다.그래도 겸손한 태도였다.“근데 그거에 비해 예수진씨는 실수는 없었지만 이 무대에서는......”장혜성은 시선을 예수진에게 옮겼다. “제가 봤을 때는 가장 부족했어요.”말이 끝나자마자 현장은 소란스러웠다.실수가 하나도 없는데 가장 부족했다니! 충격적인 평가였지만 예수진은 계속 미소를 유지하며 아무런 내색도 할 수 없었다.카메라에 안 좋은 모습이 찍힐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제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알아요?” 장혜성이 그녀에게 물었다
“이 작품이 계 감독님 영화여서 계 감독님이 정한 대로 수정도 안 하고 기회만 엿보면서 계 감독님한테 아부 떨어서 호감 사는 거예요?”장혜성은 기세등등한 말하면서 그녀의 체면을 죽였다.예수진은 정말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장혜성은 그녀에 대한 색안경을 쓰고 있기에 어떻게 얘기해도 다 핑계로 들릴 게 뻔했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계지원을 그런 식으로 사들인 적이 없었다.그렇게 하래도 못할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관객의 흥미를 끌고자 했을 뿐이다.“예수진 씨 예전에 연예계에 그렇게 오래 있었으면서 정말 허투루 살았네요.” 장혜성이 차갑게 말했다.그녀에 대한 혐오감이 얼굴에 드러났다.예수진은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장혜성에게 미움을 샀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이미 자신이 본분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다.“수진 씨 선생님께 드릴 말씀 있으신 가요?” 사회자도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민망한 분위기를 깨고 멘트를 던졌다.“저는 계 감독님의 비위를 맞추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육가희 씨가 이 배역을 연기하실 때, 너무 완벽해서 거를 타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육가희 씨가 연기한 배역의 느낌을 잘 살렸다면, 이것도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예수진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했고 심지어는 모두의 비위를 맞추는 듯한 말투로 설명했다.“당연히 저도 선생님의 피드백이 다 저를 위한 말씀이신 것도 압니다. 다음에는 다른 모습의 저를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다음번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장혜성은 애초에 예수진의 해명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그러자 예수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저도 심사위원 선생님과 현장 관객분들의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저는 이대로 끝나도 아주 만족하지만 다시 한 번만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비록 오늘 저의 연기는 아쉬운 점이 많아묘지만, 더 열심히 할 것입니다.”이 말은 거의 무대와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사실 그녀도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
그녀는 이어질 계지원의 혹평을 기다리고 있었다.어차피 장혜성에게 거의 모든 말을 다 들었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었고,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이 무너지는 일도 많이 겪어서 그녀가 참을 수 없는 일은 없었다.심지어 그녀의 입꼬리에는 계속 웃음이 걸려있었다.거울을 마주하고 그녀는 자신의 가장 예쁜 웃음을 연습했다. 그녀를 원하는 사람이 있든 말든,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어쨌든 이 세상에서는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삶은 항상 정비례하지만은 않는다.바로 그때, 계지원이 평가를 이어갔다. “저는 정말 무대에서 연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대에서 실수 하나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실수가 없다는 것은 컷 부분, 분위기, 감정, 감성, 제스처, 대사 심지어 작품, 상대 배우까지 모든 것에 완벽하게 숙지해야 합니다. 오늘 그걸 아무도 하지 못했지만 예수진 씨는 해냈습니다.”예수진은 계속 미소를 유지하며 계지원을 보았다. 사실 감사할 것도, 인정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도 없었다.이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게다가 저번 녹화 이후로 일주일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이 정도까지 했다면,무대 뒤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렇게 말합시다. 예수진 씨는 항상 방송국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제일 늦게 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쏟아부어서 이 무대를 준비했죠. 이렇게 고생한 덕에 여러분께 실수 없는 무대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겁니다.”연이은 호평에 계지원의 옆에 앉아있던 장혜성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당연히 예수진 씨의 이번 무대는 육가희 씨의 연기를 완전히 복제했고, 저도 찬성하는 바는 아닙니다. 사람들은 모든 배역에 대해 각자 다르게 이해해야 하고, 그 배역에 불어넣는 생명과 영혼은 다 달라야 합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면 사람들은 그녀가
"역시 내 말이 맞네요. 예수진 씨를 먼저 만났네요, 맞죠?" 장혜성이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그저 제 입장에서 가장 공평하고 정의로운 관점에서 한 배우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장혜성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예수진 씨가 과거 어떤 중대한 변고를 겪어 현재의 삶이 순탄치 않게 되었든 간에, 어떤 목적을 갖고 성공하기 위한 기회주의적 행동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착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저는 오늘 예수진 씨의 연기에 대해 어떠한 칭찬도 해 줄 수 없어요.” 계지원이 무슨 말을 하려 하자 예수진이 먼저 재빨리 말했다. "장 선생님과 계 감독님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번 무대에서 제 부족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무대와 심사위원 선생님들, 시청자 분들 그리고 동료 배우들도 존중하겠습니다." 얘수진은 말을 마친 뒤,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예수진은 자신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서로 다투길 원하지 않았다. 예수진은 악플이 두려웠다. 그녀는 다시 유명해지고 싶었지만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예수진은 이렇게 계지원이 도와줄 줄은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계지원이 대체 도와준 건지 방해한 건지는 판단이 되지 않았다. 예수진은 오늘 이 무대가 끝난 후 자신이 직면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단지 그녀는 지금 이 화염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예수진은 지금 그냥 연예계에서 살아나고 싶을 뿐, 어떤 문제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계지원은 예수진의 생각을 읽은 듯 하려던 말을 그대로 삼켰다. 순간 어색한 분위기가 돌자 MC가 재빨리 진행했다. "심사위원분들께서 더 말씀하실 것이 있으실까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MC가 이어서 말했다. “그럼 예수진 씨, 원빈 씨, 유청하 씨는 무대에서 내려가셔도 좋습니다. 세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예수진은 마침내 무대에서 내려오자 깊은
송문수는 침묵했다.어둠 속에서 하지수는 그의 반응을 전혀 볼 수 없었다.그가 말하지 않았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그가 원치 않는 것이 아닌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말했다.“우리는 정말 서로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며,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을 난 부인하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차갑게 입술을 다물며 말했다.“억지로 강요할 필요 없어.”“내 말 좀 들어줄래?”하지수의 목소리에는 간곡한 요청이 담겨 있었다.송문수는 침묵을 선택했다.침묵은 묵인이었다.하지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말했다.“그 당시 나는 송승우가 나에게 매우 좋다고 느꼈을 뿐이야. 집에서 큰 사고를 당한 후 그는 나를 울리기만 하는 당신과 달리 정말 오빠처럼 나를 보호하고 따뜻함을 주었어.”송문수는 침을 넘겼고 그때의 기억도 떠올랐다.집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하지수를 부모님이 데릴라 갔고 우리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그가 오기 전에는 하지수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몰랐다.그녀는 하지수가 예전처럼 송원위안과 놀러 온 줄 알았었다.하지수는 송승우의 뒤를 따라다녔고 오빠 소리를 귀찮을 정도로 종알거리며 다녔다.그래서 그때 하지수가 왔을 때 일부러 장난을 친 거도 혼자 있도록 배척한 것이었다.그는 가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작은 벌레로 겁을 주곤 했다.그때 하지수는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쳐냈다.어렸을 때는 별로 저항하지 않고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송문수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하지수에게 밀려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당시 나이가 어리고 덩치도 크지 않았던 그는 이렇게 밀리는 것에 굴욕감을 느껴 일어나서 하지수를 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는 힘을 써서 밀지 않았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하지수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그녀는 결국 머리를 부딪혀 피를 많이 흘렸었다.정말 무서웠던 기억이었다.그는 아무 생
가장 긴 토피 의자는 송문수가 차지했다.하지수는 잠옷 차림으로 그의 앞에 서서 그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잠옷은 사실 다소 보수적인 스타일이었다.보수적이라 해도 충분히 송문수의 입이 마르도록 만들 수 있다.마음속에서도 형언할 수 없는 온갖 이미지가 떠오르며 그 잠옷을 찢어버리는 환상이 시작되었다.송문순은 심호흡하고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켰다.일어나자, 하지수는 이불을 토피 의자에 올려놓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아!”하지수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송문수는 그녀의 몸 전체를 들어 올렸다.그는 워낙 덩치가 커서 그녀를 안는 것은 닭 한 마리를 안는 것만큼이나 쉽다.“송문수, 뭐 하는 거야?”하지수가 비난했다.그 앞에서 그녀는 너무 약해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곤 했다.“침대에서 자.”그는 다소 무례하게 하지수를 침대에 던졌다.하지수는 그 순간 머리 전체가 떨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소파에서 자면 불편할 거야,”“나도 침대에서 잘 거야.”“응?”하지수는 잠시 멈칫했다.잘못 들은 줄 알았다.송문수가 자신을 거절하지 않았던가?그녀가 제안할 때마다 그는 거절했었다.이번에는 왜 타협을 한 거지?다음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자 그녀의 얼굴은 붉어지기 시작했다.“무슨 생각 중이야?”송문수는 그녀에게 물었다.이 순간 그는 또한 의도적으로 서로의 얼굴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하지수, 왜 이상한 생각을 왜 하고 있어?”송문수의 경박한 눈빛이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나, 나…. 우리는 남편과 아내인데 그런 일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하지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그런 일?”송문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느 거요? 응?”“그냥.”하지수는 이 순간 송문수가 아주 위험하다고 느꼈다.금방이라도 먹어 치울 것 같은 착각.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고 온몸은 긴장 상태에 처해있었다.“그냥 뭐?”송문수는 일부러 그녀를 괴롭혔다.그
송문수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하지수는 통유리창이 있는 식탁에 똑바로 앉아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왜 안 먹어?”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는 자신이 화장실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마음속의 욕망은 전혀 억제할 방법이 없었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도 갑자기 머릿속이 요동치면서 다시 터져버렸다.그래서 찬물에 얼마나 오래 몸을 담갔는지 그는 몰랐다.그는 하지수가 여전히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이 여자는 멍청한 게 아닐까?배가 고프다면 먼저 식사부터 하는 게 아닌 걸까?“널 기다렸어.”하지수는 송문수의 불친절한 태도에 화를 내지 않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누가 기다리라고 했으니 빨리 먹어.”송문수는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하지수가 그릇과 젓가락을 집도록 강요했고 보복하듯 그릇에 음식을 많이 퍼주었다.하지수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냥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송문수를 보면 온몸이 불편해졌다.그는 말했다.“다 먹어, 지금 너의 약한 모습을 봐봐.”“….”하지수는 살짝 삐친 듯한 말투로 답했다.“안 약하거든, 있을 건 다 있다고.”그녀는 송문수가 섹시하고 통통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옥에 있는 동안 가슴 마사지를 하고 가슴 확대 식품을 먹는 등 가슴을 확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허리 엉덩이 허벅지 등의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많이 했다.송문수는 또 한 번 침을 삼켰다.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차가운 샤워를 오랫동안 해가며 겨우 진정했는데 이 여자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지 그는 의심스러웠다.물론 그는 그녀의 몸매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몇 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나게 커졌다.하지만.그는 생각을 멈췄다.송문수는 고개를 파묻고 먹기만 하였다.그는 이런 식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했다.하지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둘은 조용히 밥을 먹었다.현재 시각은 늦었고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
아니면 송문수가 아직 살아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대부분 기쁨의 눈물이었다.울기 시작하면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이었다.“하지수, 또 울면 키스할 거야.”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는 키가 컸다.각이 선 오관은 그가 화난 표정을 할 때마다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뿐.그녀는 심호흡하며 몸을 제대로 추스르려고 노력했다.그리고 지금 좀 정신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 순간.“움.”하지수의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그녀는 송문수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그가 갑자기 그녀에게 깊게 키스하는 모습을 그녀는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입술 사이의 온도를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송문수는 진정된 듯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그는 천천히 그녀를 풀어주었다.“다시는 내 앞에서 울지 마, 널 괴롭히는 걸 참을 수 없어”이번에는 송문수가 놀랄 차례였다.그는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발끝으로 서서 힘겹게 그의 목에 걸려 붉은 입술을 내미는 모습을 그는 바라보고 있었다.송문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넘겼다.그는 주먹을 쥐고 있었다.그는 자신을 공제하고 있었다.“흠.”송문수의 몸이 긴장했다.조금 전, 그는 하지수의 입을 막아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입맞춤했다.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이 순간 하지수는 직접 작은 혀를 그의 입에 넣었다.조금 수줍어하고 조금 불안해하지만, 대담해진 그녀의 행동이었다.그녀는 그의 혀를 핥았다.송문수의 머리는 순간 로그아웃되었고 잠시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었다.입술 사이의 온도는 따끔거리고 부드러워 온몸의 감각을 간지럽히고 있었다.기술이 없는 그녀의 서툰 실력.하지만 그 순간 그는 몸에서 넘쳐흐르는 에너지를 공제할 수 없었다.그녀의 행동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의 머리 뒤쪽을 들어 올려 두 사람 사이의 키스를 격화했다
“원하면 욕해도 돼.”송문수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어차피 하지수에게 미움을 받은 것은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그는 준비되었다.순간 갑자기 몸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하지수는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그를 꼭 안았다.그녀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항상 참고 참아왔다.그녀는 그를 잃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또한 언제부터 송문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점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몰랐다.맞다.그녀는 3년 전 교통사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과 송문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었다.그리고 송문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자주 생각했었다.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했었다.그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던 적이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 송문수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것, 이 말이 훨씬 더 맞았다.그녀는 자신이 예전처럼 송문수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를 좋아하게 될 정도로 그를 아끼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녀는 송문수와 함께하고 싶었다.다른 누구와도, 그리고 송 씨의 가족과도 연관이 없었으며 오직 그녀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이 순간 하지수는 송문수를 껴안으며 손을 떨고 있었다.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까?그녀는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순간 그가 원했던 것은 그의 체온과 존재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그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그것도 바로 눈앞에,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었으면 했다.“하지수?”송문수는 하지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대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놓았다.설교, 분노 또는 차가운 폭력.하지만 이렇게 안아줄 줄은 몰랐다.그녀는 그를 잃을지 두려워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 순간 송문수
복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송문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시간이 얼마 지나.대략 2~3시간 정도가 흐르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나왔다.모두 물었다.“선생님, 어떻게 된거죠?”“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문수를 바라보는 하지수도 한시름 놓인 듯하였다.“그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사고 당시 운전석 밑에 발이 눌렸는데 다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송문수는 차분하게 물었다.“매우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제때 구급한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지연되면 절단 위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곧이어 의사가 입을 열었다.“현재 상황에 따르면 심각한 골절이고 회복 시간이 길어질 뿐이지 회복 후엔 정상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고 장애를 남기지는 않을 겁니다.”“다행이네, 다행이야. 그는 레이서라고.”한 남자가 웃었다.송문수도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헌 켠 속에 짊어지고 있던 짐이 풀리는 것 같았다.마침.환자가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내 아들은 어때? 어떻게 됐어?”아마 레이서의 부모인 듯 하였다.하지수는 몸이 떨리고 눈이 빨개진 두 노인이 여기저기 묻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온몸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서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레이서의 어머니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하였다.“아줌마, 다 괜찮아요.”다른 레이서가 위로했다.“이미 큰 위험에서 벗어났고, 의사도 제시간에 구급하였기 때문에 뼈가 조금 부러졌을 뿐 장애는 남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한동안 더 회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들의 설명을 듣자, 레이서의 부모들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기쁨의 눈물이었다.만약 아들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은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그들은 아들의 이동식 병원 침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