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줄게요.” 천우진이 자기 생각을 밝혔다.소이연이 가기를 바라지만, 억울함을 당하는 건 싫었다.“괜찮아요. 어제 밤새웠으니까 오늘은 쉬세요.”“저 아직 멀쩡해요. 같이 가요.”소이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거절하지 않았다.천우진은 이 일을 잘 해결해야 했다. 어쨌든 그는 가문의 장손이고, 아버지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할아버지가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하시니, 그 역시 나눠서 해야 했고,또 다른 면에서는 소이연이 그가 평생 옆에서 그녀를 지킬고 있다는것을 알기를 바랐다.사실 그녀는 정말 천우진이 왜 이렇게 자신에게 잘 해주는지 몰랐다.그렇다. 그녀는 지금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고, 자금도 충분하지만 천우진은 무슨 이익을 위해서 그녀에게 접근하는 것 같지 않았다.그냥 혈연 때문이겠지.“저 민이한테 얘기 좀 하고 올게요.”이 낯선 곳에서 그녀가 없으면 육민이 안심하지 못할 것 같아서 어디에 가고, 언제쯤 돌아오는지 알려주어야 안심할 것 같았다.“알겠어요.”소이연이 육민에게 알려주자, 육민은 단번에 대답했다. 중요한 건 따라가겠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소이연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빨리 천우진과 함께 병원에 갔다가 빨리 돌아올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서울시 최고의 사립 병원에 들어섰다.임아영은 고급 VIP 병실에 있었는데, 한 동 한 동으로 된 작은 별장 같았다.소이연과 천우진이 도착했을 때, 임아영의 전문 의원들이 임아영이 방금 잠들었고, 아직 회복기이니 쉬어야 한다고 했다.그래서 그녀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했고, 그녀는 몸이 약했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천우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그가 병실을 나설 때, 임아영이 소이연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그 역시 집에 가서 소이연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는데,만약 소이연이 승낙하면 금방 올 것이고, 출발하면서 문자도 보냈는데, 잔다고?!“괜찮아요, 기다리죠. 환자가 우선이니까.” 소이연은 되려 천우진을 달랬다.천우진은 마음
루카스가 방으로 들어갔다.이때 천우진도 잠에서 깼다.그 역시 잠귀가 아주 밝은 사람이다.그는 몸에 덮인 담요를 보고 소이연을 돌아보고 말했다. “저 얼마나 잤어요?”“10분도 안 됐어요.” 소이연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심각한 불면증 환자로, 시끄러워서 깬 뒤의 그 느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천우진은 전혀 일어날 생각이 없는 듯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원래 안 피곤했는데, 왜 잠들었지? 담요는 이연 씨가 덮어준 거예요?”“겸사겸사요.”“알아요.”천우진이 옅게 웃었다.소이연은 그녀가 그에게 잘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이렇게 싫을까?!고모랑 똑같다.“들어와.”갑자기 루카스가 방에서 나왔다.“아영이가 만나고 싶대.”“드디어 깼네.” 천우진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말투였다.“응.”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루카스가 먼저 들어갔다.소이연과 천우진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임아영은 여전히 창백한 얼굴이었고, 아주 연약해 보였다. 그들이 온 것을 보자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는데,누구라도 그런 그녀의 웃음을 앗아갈까 그녀에게 성질은 물론, 목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할 것 같았다.“이연 언니, 일부러 병원까지 보러 오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임아영이 먼저 말했다.“원래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약 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잠들어버려서 오래 기다리게 했어요.”“괜찮아요. 어차피 저희도 다른 일은 없었어요.” 소이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와달라고 한 건, 진지하게 사과드리고 싶어서에요. 루카스한테도 오해하지 않게 잘 설명하고요.”임아영은 자책하며 말했다. “어제 이연 언니가 준 케이크는 내가 달라고 한 거야.이연 언니는 내가 망고를 못 먹는 것도 몰랐고, 난 알면서도 먹었어. 그냥......”임아영이 루카스를 흘끗 보았다. 마치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루카스는 그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솔직하게 말하라는 태도였다.임아영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용기 내 말했다. “그냥 너무 맛있었어.”“맛있어서 목숨도
루카스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맞아요. 제 걱정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다면 구체적인 상황도 모르고 그렇게 성질을 내지 않았을 거예요. 루카스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임아영이 루카스 대신 설명했다.아마 그들의 오해를 정말 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사실상, 그들의 감정을 치켜세워 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임아영은 감정 표현에 아주 익숙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반감이 느껴지진 않았다.“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다 그렇죠.” 소이연이 맞장구를 쳤다.그냥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그녀는 정말 사과가 필요 없었다.정말 꼭 필요한 게 아니었다.애초에 별일도 아니다.“이연 언니 걱정 마요. 제가 나중에 할머니, 부모님, 오빠한테 다 설명할게요. 언니 오해하지 않게.” 임아영은 바로 약속을 했다.“그럼 부탁할게요.” 소이연도 거절하지 않았다.결백함을 밝힐 수 있다면 당연히 더 좋았다.할아버지가 곤란하지 않도록.“당연한걸요. 그럼 언니...... 저랑 루카스한테 안 좋은 마음 가지면 안 돼요?” 임아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전 언니가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예요. 민이도 제일 예쁘고요. 저도 민이처럼 잘생긴 아이 낳고 싶어요.”“낳을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예쁘고, 루카스도 잘 생겼는데, 두 사람이 만나면 아무리 못생겨도 어디 못 가죠.” 소이연이 치켜세웠다.정말 일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임아영은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임신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제 몸이 못 견딜까 봐.”소이연은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나도 아기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 루카스가 입을 떼고 그녀를 위로했다.이럴 때는 남자친구가 위로해 줘야 한다.“근데 민이는 좋아하잖아.” 임아영은 괴로운 눈치였다.자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이었다.“너도 민이 좋아하잖아?” 루카스가 이상하다는 듯
루카스는 소이연을 보았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예전에는 소이연이 그에게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였다.심지어 그녀는 마치 그와 관계를 분명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그는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조심히 가.”그와 소이연은 확실히 우연히 알게 된 사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많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소이연은 고개를 살짝 흔들고는 천우진의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서 천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루카스가 사과도 못하게 해요?”“그런 마음 없는 거 아는데 뭐 하러 사과하게 해요?” 소이연은 차에 기대 창밖을 보며 말했다.“게다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인데, 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루카스한테 정말 조금의...... 다른 감정도 없다고요?” 천우진이 조용히 말했다. “육현경 씨랑 정말 닮았어요..!”“닮은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죠. 게다가 저는 항상 이성적인 사람이었고요.”그런가?그는 오히려 과하게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람은 되려...... 가식적이라고 생각했다.당연히 천우진도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드는 사람은 아니었고, 소이연이 그만 얘기하고 싶은 것을 알아채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소이연과 천우진은 천씨 저택으로 돌아갔다.천씨 할아버지는 벌써 일어나 그들이 온 것을 보고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았다.오해를 푼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젯밤에는 미안했네.”“이제 진실이 다 밝혀졌으니 더 이상 억울해하지 않아도 돼.” 소이연은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자서 저는 가서 눈 좀 붙이고 올게요.”“그래그래.”소이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그대로 육민의 방으로 향했다.방문을 여니 육민은 방에 없었고, 소이연은 급히 육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육민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어디야?”“저 집사 할아버지한테 서울에 데리고 가서 놀아달라고 했어요. 엄마랑 삼촌은 바쁘니까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 안했어요. 걱정 마세
육민은 밤늦게가 되어서야 돌아왔다.연락이 계속 잘되지 않았다면, 소이연은 육민이 납치된 줄 알았을 것이다.“어디 갔었길래 이렇게 늦었어?” 소이연은 걱정되었지만 질책은 하지 않았다.그는 언제나 선을 지킬 줄 알았기 때문에 육민을 질책한 적이 없었다.단지 그가 그녀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 그녀가 걱정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은 게 궁금했을 뿐이다.“음......” 육민이 소이연을 보고 있었다.그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천씨 어르신이 먼저 농담을 했다.“왔으면 됐다. 민아, 다음부터는 일찍 일찍 다녀라. 너희 엄마 경찰에 신고할 뻔했어.”“네 할아버지.” 육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배고프지? 밥 먹자.” 천씨 어르신은 적극적으로 육민을 데리고 식탁으로 향했다.육민은 뒤를 돌아 소이연을 흘끗 보았는데,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어 보이지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래서 육민의 모든 신경은 식탁에 없었다.소이연은 당연히 아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어디 안 좋아?”육민이 고개를 저었다.“너무 피곤해서 그런가?”“그런 것 같아요.” 육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밥 먹고 일찍 씻고 자자. 밤에 수학 문제 풀지 말고.”“네.”…..저녁 식사 후.소이연은 피곤해하는 육민을 보고 그의 방에는 가지 않고 자신의 방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그제야 《배우님 자리에 앉아주세요》 첫 화를 보게 되었다. 예수진이 나오는 컷이 이렇게나 적다니!육가희는 깜짝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예수진의 컷은 육가희에 비하면 5분의 1도 안 됐다.연예계는 정말 현실적이다.사실상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도 똑같다.소이연은 휴대폰 메신저가 울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녀와 예수진, 하지수는 단톡방이 있었는데, 하지수가 《배우님 자리에 앉아주세요》에서 예수진이 등장한 장면의 영상을 보낸 것이었다.“너 너무 조금 나오는 거 아니야? 나 진짜 겨우겨우 네 장면 캡처했어. 손 살짝
“아.” 하지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소이연의 인생은 육민뿐이었다.육민이 원하는 일이라면 소이연은 절대 거절하지 않았다.“얘기하니까 민이 보고 싶네.” 예수진이 갑자기 메시지를 보냈다.“한 번 볼래? 벌써 다 커서 멋있어졌어. 키도 나랑 비슷해졌고.” 소이연이 먼저 말을 꺼냈다.“됐어요. 제가 좀 더 잘 되면 다시 얘기해요.” 예수진은 거절했다.“예전엔 아주 반짝거렸지만 이제 안 그런 모습을 민이한테 보여줄 수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육가희보다 못난 모습은 안돼요.”“너 아직도 육가희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구나.” 하지수가 끼어들었다.“당연하지, 너 같으면 신경 안 쓰여? 난 그냥 하늘이 날 테스트하고 있다고 생각해. 내가 아주 나중에 성공하면, 하늘까지 갈 수 있을 거야.”소이연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때 갑자기 문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육민이 진한 파란색 잠옷을 입고 소이연의 방으로 들어왔다.시간을 보니 벌써 밤 9시가 넘어있었다.피곤한 거 아니었나?왜 아직도 안 자지?게다가 육민의 상태를 보니 마음이 몹시나 무거워 보였다.무슨 일 있나?“민아 왜 그래?” 소이연은 급히 휴대폰을 내려두고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엄마 방에 불이 켜져 있길래 왔어요.” 육민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왜 아직도 안 자? 잠이 안 와? 아니면 여기가 낯설어서 그래?”“아니요. 그냥......” 육민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또 입을 다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소이연이 육민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엄마한테 말 못 할 거라도 있어? 좋아하는 친구라도 생긴 거야?”소이연이 일부러 농담을 했다.“아니요.” 육민의 작은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당연히 소이연은 그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저 육민의 마음이 조금 풀어졌으면 해서였다.“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육민이 물었다.소이연은 사실 육민이 지금 유일하게 마음이 좋지 않은 일은 바로 육현경이었다.“보고 싶어 하면 안 돼. 사람은
“가기 싫어?” 소이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니요, 그냥......”육민이 이러는 이유도 다 루카스 때문이겠지.그는 루카스가 자기 아빠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루카스랑 더 같이 있고 싶은 걸 수도 있다. 그녀는 심지어 오늘 육민이 루카스를 찾아간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이런 생각까지 하니 소이연은 더더욱 빨리 서울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알겠어요.” 육민이 타협했다.어차피 엄마는 아빠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아빠가 너무하긴 했다.어제 엄마 앞에서 다른 여자를 보호하고 엄마를 욕했으니 엄마가 미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엄마, 그럼 저 자러 갈게요. 안녕히 주무세요.”“잘 자.”육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그는 책상에 있는 친자 확인서를 보고 있었다. 원래 엄마에게 보여주려 했었다.오늘 그는 이 친자 확인서 결과지를 받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렸다.하지만 이제 다 필요 없어졌다.육민은 친자 확인서를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엄마가 필요 없다고 했고 엄마가 알면 오히려 마음이 울적해질 것 같았다.그가 알면 됐다.그가 엄마를 지키면 된다.......이튿날.소이연은 아침밥을 먹고 천씨 어르신께 장안시로 돌아간다고 말했고, 굳이 형식적인 이유를 만들지 않았다.어차피 무슨 이유를 대더라도 천씨 어르신은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녀가 천씨 어르신 집에 오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는 이상. “내일 가지 그래.” 천씨 어르신이 그녀를 말렸다.“할아버지, 다음에 민이 데리고 또 올게요......”“임씨네에서 그러는데, 저번에 서운하게 한 것 같아서 오늘 와서 사과한다고, 너 가면 사과는 누가 받아?”“그거 다 오해예요.”“체면을 봐서라도 필요해.” 할아버지가 말했다. “할아버지랑 하루 더 있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할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소이연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육민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기 유감스러웠지만, 육민은 오히려 조금 기뻐하는 눈치였다.특히 오늘 임씨네가 온다고 하니, 육
한눈에 봐도 엄청 값진 물건 같아 보였고, 심지어는 가치를 매길 수도 없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받을 수 없었다.“아영이랑은 별개로 천씨 집안으로 돌아와서 이제서야 처음으로 만났으니, 이건 고모할머니가 주는 선물이야.사양하지 말고, 이거 안 받으면 할머니 화낼 거야.” 임가 할머니가 고의로 말했다.“이연 언니, 사양하지 마요. 우리 할머니 성의를 봐서라도 받아주세요.” 임아영이 옆에서 말했다.“이 옥팔찌도 할머니가 한참 고민해서 고르신 거예요. 저랑 루카스도 언니한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한 번 해보기라도 해요.”소이연은 정말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이연아, 고모할머니께서 주신 건데 그냥 받아라.” 할아버지가 옆에서 말했다.소이연은 어쩔 수 없이 눈을 꼭 감고 받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다 한 가족인데 뭐 어때? 자, 할머니가 해줄게.”“네, 알겠어요.”소이연의 손목에 팔찌가 채워졌다.맑고 푸른 옥팔찌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에 채워지니, 훨씬 더 예뻐 보였다.“이거 봐. 이연 언니한테 딱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지? 진짜 예쁘다.” 임아영이 과장하며 칭찬했다. “그치 루카스?”또 아주 허물없이 옆에 있던 루카스를 툭 치며 말했다. “응.” 루카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확실히 예쁘네. 이연 씨한테 옥팔찌가 이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어. 나한테 더 많이 있으니까, 더 가지고 싶으면 할머니한테 말해.”“감사합니다 할머니.” 소이연은 손에 차고 있는 것도 갖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루카스와 임아영의 아이가 태어나면, 이 팔찌를 그들에게 돌려주기로 마음먹었다.비록......임아영의 몸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오늘은 사람이 적으니 쉽게 자리를 뜰 수도 없었다.모두 소파에 앉아 깍듯하게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몇몇 질문에 대답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임아영은 계속 소이연을 물고 늘어지며 그녀의 손목에 있는 옥팔찌를 보고 있었다.“이연 언니, 진짜 예뻐요
송문수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하지수는 통유리창이 있는 식탁에 똑바로 앉아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왜 안 먹어?”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는 자신이 화장실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마음속의 욕망은 전혀 억제할 방법이 없었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도 갑자기 머릿속이 요동치면서 다시 터져버렸다.그래서 찬물에 얼마나 오래 몸을 담갔는지 그는 몰랐다.그는 하지수가 여전히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이 여자는 멍청한 게 아닐까?배가 고프다면 먼저 식사부터 하는 게 아닌 걸까?“널 기다렸어.”하지수는 송문수의 불친절한 태도에 화를 내지 않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누가 기다리라고 했으니 빨리 먹어.”송문수는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하지수가 그릇과 젓가락을 집도록 강요했고 보복하듯 그릇에 음식을 많이 퍼주었다.하지수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냥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송문수를 보면 온몸이 불편해졌다.그는 말했다.“다 먹어, 지금 너의 약한 모습을 봐봐.”“….”하지수는 살짝 삐친 듯한 말투로 답했다.“안 약하거든, 있을 건 다 있다고.”그녀는 송문수가 섹시하고 통통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옥에 있는 동안 가슴 마사지를 하고 가슴 확대 식품을 먹는 등 가슴을 확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허리 엉덩이 허벅지 등의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많이 했다.송문수는 또 한 번 침을 삼켰다.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차가운 샤워를 오랫동안 해가며 겨우 진정했는데 이 여자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지 그는 의심스러웠다.물론 그는 그녀의 몸매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몇 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나게 커졌다.하지만.그는 생각을 멈췄다.송문수는 고개를 파묻고 먹기만 하였다.그는 이런 식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했다.하지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둘은 조용히 밥을 먹었다.현재 시각은 늦었고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
아니면 송문수가 아직 살아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대부분 기쁨의 눈물이었다.울기 시작하면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이었다.“하지수, 또 울면 키스할 거야.”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는 키가 컸다.각이 선 오관은 그가 화난 표정을 할 때마다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뿐.그녀는 심호흡하며 몸을 제대로 추스르려고 노력했다.그리고 지금 좀 정신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 순간.“움.”하지수의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그녀는 송문수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그가 갑자기 그녀에게 깊게 키스하는 모습을 그녀는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입술 사이의 온도를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송문수는 진정된 듯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그는 천천히 그녀를 풀어주었다.“다시는 내 앞에서 울지 마, 널 괴롭히는 걸 참을 수 없어”이번에는 송문수가 놀랄 차례였다.그는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발끝으로 서서 힘겹게 그의 목에 걸려 붉은 입술을 내미는 모습을 그는 바라보고 있었다.송문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넘겼다.그는 주먹을 쥐고 있었다.그는 자신을 공제하고 있었다.“흠.”송문수의 몸이 긴장했다.조금 전, 그는 하지수의 입을 막아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입맞춤했다.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이 순간 하지수는 직접 작은 혀를 그의 입에 넣었다.조금 수줍어하고 조금 불안해하지만, 대담해진 그녀의 행동이었다.그녀는 그의 혀를 핥았다.송문수의 머리는 순간 로그아웃되었고 잠시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었다.입술 사이의 온도는 따끔거리고 부드러워 온몸의 감각을 간지럽히고 있었다.기술이 없는 그녀의 서툰 실력.하지만 그 순간 그는 몸에서 넘쳐흐르는 에너지를 공제할 수 없었다.그녀의 행동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의 머리 뒤쪽을 들어 올려 두 사람 사이의 키스를 격화했다
“원하면 욕해도 돼.”송문수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어차피 하지수에게 미움을 받은 것은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그는 준비되었다.순간 갑자기 몸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하지수는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그를 꼭 안았다.그녀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항상 참고 참아왔다.그녀는 그를 잃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또한 언제부터 송문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점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몰랐다.맞다.그녀는 3년 전 교통사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과 송문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었다.그리고 송문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자주 생각했었다.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했었다.그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던 적이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 송문수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것, 이 말이 훨씬 더 맞았다.그녀는 자신이 예전처럼 송문수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를 좋아하게 될 정도로 그를 아끼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녀는 송문수와 함께하고 싶었다.다른 누구와도, 그리고 송 씨의 가족과도 연관이 없었으며 오직 그녀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이 순간 하지수는 송문수를 껴안으며 손을 떨고 있었다.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까?그녀는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순간 그가 원했던 것은 그의 체온과 존재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그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그것도 바로 눈앞에,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었으면 했다.“하지수?”송문수는 하지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대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놓았다.설교, 분노 또는 차가운 폭력.하지만 이렇게 안아줄 줄은 몰랐다.그녀는 그를 잃을지 두려워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 순간 송문수
복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송문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시간이 얼마 지나.대략 2~3시간 정도가 흐르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나왔다.모두 물었다.“선생님, 어떻게 된거죠?”“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문수를 바라보는 하지수도 한시름 놓인 듯하였다.“그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사고 당시 운전석 밑에 발이 눌렸는데 다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송문수는 차분하게 물었다.“매우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제때 구급한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지연되면 절단 위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곧이어 의사가 입을 열었다.“현재 상황에 따르면 심각한 골절이고 회복 시간이 길어질 뿐이지 회복 후엔 정상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고 장애를 남기지는 않을 겁니다.”“다행이네, 다행이야. 그는 레이서라고.”한 남자가 웃었다.송문수도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헌 켠 속에 짊어지고 있던 짐이 풀리는 것 같았다.마침.환자가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내 아들은 어때? 어떻게 됐어?”아마 레이서의 부모인 듯 하였다.하지수는 몸이 떨리고 눈이 빨개진 두 노인이 여기저기 묻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온몸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서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레이서의 어머니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하였다.“아줌마, 다 괜찮아요.”다른 레이서가 위로했다.“이미 큰 위험에서 벗어났고, 의사도 제시간에 구급하였기 때문에 뼈가 조금 부러졌을 뿐 장애는 남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한동안 더 회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들의 설명을 듣자, 레이서의 부모들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기쁨의 눈물이었다.만약 아들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은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그들은 아들의 이동식 병원 침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