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는 옆에 앉아있었다.“만약 30분 뒤에도 땀이 나거나 열이 내리지 않으면, 이 버튼 눌러서 저희를 불러주세요.” 간호사가 말했다.“......네.”간호사가 자리를 떴다.루카스는 소이연을 지키며, 그녀의 찌푸려진 작은 얼굴을 보고 있었다.이렇게 자세히 보니, 소이연도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그는 보통 다른 사람을 자세히 쟤지 않는다.특히 여자는 더더욱.그는 여자라면 싫증이 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이연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어쩐지, 그녀가 하는 말마다 힘이 있는 이유가 있다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아주 돈이 많게 생겼다.그때, 갑자기 소이연이 오늘 팔짱을 낀 그 남자가 떠올랐다.루카스는 그가 남자친구라고 생각해 조금 거리를 두고 앉았다.그는 옆에 앉아서 휴대폰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30분 뒤.루카스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아이스 베개 때문인가? 열이 조금 내린 것 같았다.그는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체온계를 찾지 못했다.간호사가 가져갔나?루카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허리를 숙여 이마를 소이연의 이마에 가져갔다.루카스는 서로의 이마를 마주 대고, 소이연의 체온을 느끼려 했다.아래 있는 사람이 깨어나 그를 보고 있는 것은 아예 몰랐다.“너 지금 뭐하는거야?” 소이연이 물었다.힘없는 목소리였지만, 말투는 정말 날카로웠다.루카스는 아주 깜짝 놀랐다.그는 심지어 몸을 덜덜 떨며 급히 소이연의 이마에서 떨어졌다.“너 아직 열나는지 본 거야!” 루카스가 해명했다.왠지 모르게 귀가 빨개진 것 같았다.소이연이 차갑게 웃었다. “네가 이렇게 착하다고?”“내가 너 병원 데려온 거야!” 루카스가 당당하다는 듯 말했다.소이연은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더 믿지 못할 것 같았다.그녀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방에서 나와 호텔이 병원에 데려다주기로 한 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아마 복도에서 루카스를 만난 것 같은데, 분명 루카스를 지나친 것은 똑똑히 기억났다.그리고 루카스가 몇 번 불렀
“저 가족 아닌데요.” 루카스가 반박했다.의사는 루카스를 한번 보더니 직설적으로 말했다. “여자친구도 아닌데 왜 커플룩을 입어요?”루카스는 화가 나서 그대로 패딩을 벗었다. “여자친구도 아닌데 병원에는 데려다줘서 뭐해요?” 의사는 또 물었다.루카스는 뭔가 해명을 하려고 했지만, 의사가 이어서 말했다.“방금 여자친구가 잠들었을 때 이마 맞대고 뽀뽀하는 거 다 봤어요. 하하.”“뽀뽀 안 했어요!” 루카스가 흥분하며 말했다.소이연도 루카스가 뽀뽀는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루카스가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는 거의 깬 상태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사람들의 오해로 루카스가 잔뜩 화가 난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통쾌했다.그래서 그녀도 고의로 알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루카스도 소이연의 시선을 느끼고 말했다. “너 왜 그렇게 봐? 내가 진짜 뽀뽀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소이연이 입을 떼기도 전에 의사가 말했다.“커플 사이에 싸우는 건 정상이예요. 근데 져줄 줄도 알아야지,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요? 여자친구가 떠나고 나면 울고 싶어도 못 울어요!”“아니........”“됐어요. 빨리 가서 입원 수속 밟으세요. 환자분은 간호사 따라서 진료실로 가시고요.”“감사합니다 선생님.” 소이연이 살짝 웃었다.소이연은 원래 예쁘게 생겨서, 웃으니까 마치 봄바람 같았다.특히 힘없는 웃음이 동정심을 더 불러일으켰고, 이 순간 의사 선생님까지 잠시 멍해졌다.루카스는 옆에서 차갑게 웃었다.이 여자는 천성이 여우인 것 같았다.그는 손을 휘저으며 나가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니, 소이연이 고급 병상에 누웠을 때, 이미 새벽이 다 된 시간이었다.소이연은 루카스가 처리해 준 입원 수속이 마음에 들었다.그녀는 심지어 루카스가 복수심으로 제일 안 좋은 다른 사람들과 자리싸움을 해야 하는 3인실로 예약해 주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루카스를 보았는데, 그는 열심히 입원 수속 서류를 정리
당연히 좋은 것도 아니었다.다만 그렇게 눈살을 찌푸리고 대할 필요는 없다고 느껴졌다.“생각도 하지 마.” 루카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럼 안 되겠네.” 소이연은 이불을 걷고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자신이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했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루카스는 소이연과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고, 그녀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힘이 너무 세서 그녀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소이연은 눈앞이 어지럽다는 것만 느껴졌다.하지만 다행히도 금세 회복했다.정신을 차리고 나니 자신의 몸이 루카스의 몸에 밀착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녀도 그의 빠른 심장박동을 느낀 것 같았다.그녀의 심장도 잠시 두근거렸다.“소이연, 너 사람 꼬시는 것도 고단수네.” 루카스가 그녀를 놓으며 말했다.소이연은 마치 그녀의 심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온기라고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그녀는 루카스를 밀쳐내고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소이연, 너 일부러 거기서 쓰러지면 내가 꼭 방금 그 나이 많은 의사한테 너 옷 입히라고 한다!”소이연은 방문을 쾅 닫았다.루카스에게는 정말 조금도 기대가 되지 않았다.그녀는 샤워를 했다.방금 루카스의 말은 독설 같았지만, 너무 오래 씻으면 안 된다는 것을 걱정해준 것이다.지금 그녀는 힘이 없는 상태이고, 오래 씻으면 욕실에서 그대로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그녀는 물만 끼얹고 깨끗한 환자복으로 바로 갈아입고 나왔다.소이연은 머리를 감지 않았지만, 씻으면서 조금 젖었다. 씻고 나서 그런지 소이연의 혈색은 훨씬 나아진 듯했다.사람이 아주 뽀얘져서 나왔다.루카스는 입원 수속 서류를 다 정리한 뒤, 고개를 들어 소이연이 이렇게 맑은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화장을 지운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심지어 어젯밤에는 더 똑똑히 봤다.그는 순간 소이연의 차분하고 예쁜 모습에 멍해졌
그때, 루카스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루카스는 일어나 전화를 받고 간단히 대답하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소이연은 그를 쳐다보았고, 순간 그에게 가는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가 정말 이렇게 고분고분 그녀와 함께 병실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낼 줄 리가 없었다. 그의 빠른 발걸음은 소이연을 그에게 더는 묻지 않기로 다짐하게 했다. 잊자. 그는 결국은 낯선 사람일 뿐인데,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소이연은 자세를 고치고는 휴대전화를 보았다. 그녀는 열이 나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전혀 졸리지 않아, 오늘 밤 또 잠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뉴스 앱을 켜고 비즈니스 뉴스를 훑어본 뒤, 연예기사를 보았다. 연예 뉴스 1면에 루카스에 관한 기사로만 가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외모에 매료되었고 수많은 여자들이 자극성 강한 댓글을 남겼다. 소이연은 이 수많은 여자 팬들이 그의 나쁜 성격을 알게 된다면 어쩌면 탈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소이연은 연예 뉴스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병실 문이 열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루카스가 두 개의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다소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녀는 루카스가 이미 떠났다고 생각했다. "안 갔어?" 소이연은 물었다.루카스는 소이연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 그는 표정으로 갈 수 있었으면 자기가 아직까지 여기 있겠냐는 표정이었다. 소이연은 속으로 웃었다. 루카스가 이렇게 말을 잘 들을 줄은 생각하지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병원에서 간병인이 옆에 있어야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그녀는 위독한 환자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녀는 그에게 이 상황을 말 할 생각이 없었다. 루카스는 가지고 들어온 큰 가방 두 개를 옆에 있는 티테이블 위에 놓았는데, 뜻밖에도 가방 안에는 그의 속옷도 있었다. 그는 정말 이곳에 그녀와 있을 생각인가? "필요해?" 루카스는
그녀는 테이블로 걸어가서 따뜻한 영양죽 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이 따뜻한 죽을 먹고 위를 따뜻하게 하고 배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영양죽을 반으로 나누었다. 루카스가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 혼자 이 한 그릇을 다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반쯤 먹어가고 있던 중에 루카스가 고급스러운 녹색 실크 잠옷을 입고 나왔다. 이 사람......!루카스는 정말 다른 것들을 우습게 볼 만한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건방지고 무례한 그의 행동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원래 세상은 사람의 본질이 아닌 외모를 본다. "반 남겨 놨는데, 먹을래?” "오." 루카스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소이연의 옆으로 걸어갔다. 루카스의 몸에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고, 그가 직접 사 온 바디워시 향이 그의 몸에 배어 있었다. 소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곁에서 좀 떨어졌다. 루카스가 자신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싫어하는 듯했고, 그녀도 루카스와 너무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 남자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있지 말아야 했다. 소이연의 행동에 루카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이없다는 소리를 냈다. 마치 그녀가 일부러 루카스의 관심을 끌려고 가식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소이연은 온통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루카스가 멋진 외모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달려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 그에게 흥미가 없어 거리를 둔 것이다. 병실 안은 조용했다. 소이연이 먼저 식사를 마쳤다. 그녀는 쓰레기들을 휴지통에 버리고 병상으로 돌아갔다.침대에 누웠더니 잠옷 차림으로 음식을 먹는 루카스가 본의 아니게 보였다. 병원은 따뜻했지만 그는 옷을 너무 적게 입고 있었다. 이번에 소이연은 감기에 걸린 후 마음에 그늘이 생겼다. 그녀는 몇 번이고 루카스에게 옷을 적게 입고 있다고 상기시켜주고 싶었지만, 본능적으로 이
루카스는 몸을 뒤척이며 소이연에게 등을 돌렸다 소이연도 몸을 뒤척이며 그에게 등을 돌렸다. 루카스의 태도는 정말 싫었지만. 그의 말에 그녀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어쨌든 한 방 안에 있으면 고생하는 건 그녀였다! 하지만 루카스의 말은 오히려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밤은 고요했다. 소이연은 루카스의 고른 숨소리를 들었고, 그는 빨리 잠에 든 것 같았다. 오늘 밤, 그는 확실히 좀 피곤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이 사람도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그는 모든 일을 하기 싫다고는 했지만 결국 참고 버텨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그녀를 간호해 주고 있었다. 소이연은 지금 자세가 불편하여 다시 몸을 뒤척였다. 그녀가 뒤척이며 몸을 돌리자 그녀의 몸은 깊이 잠든 루카스를 마주 보는 방향에 있었다 어두컴컴한 병실 안에서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육현경과 더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이연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육현경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계속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루카스가 잠들었으니 다행이었지 만약 그가 깨어 있다면 루카스의 성격으로 소이연에게 또 무슨 말을 했을지 모른다. 그녀는 그냥 가만히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그를 보고 그를 또 보았다...... 얼마되지 않아 그녀는 잠이 들었다. 소이연은 잠결에 또 육현경을 보았다. 육현경이 자신을 안고 있는 꿈을 꾸며 그녀는 자신의 온몸이 그의 익숙한 향기에 휩싸여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때때로 억지로 잠에 들었고, 잠들면 육현경과 만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잠을 잘 수 없었다.수면 부족으로 소이연의 몸과 정신은 점점 더 나빠지고 피폐해지고 있었다. 이 갑작스럽고 심한 감기는 건강 악화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그녀는 꿈속에서 육현경을 꼭 껴안으며 소리쳤다. "가지 마, 가지 마. 제발...... 흑흑...... 너무 보고 싶어......” "소이연!”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
그렇다, 그는 그녀가 누구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지 알지 못했다. 루카스는 그저 소이연이 정말 그리워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여자는 매혹적인 방법으로 남자를 유혹할 줄 아는 것이다.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 날 제발 놔줘." 루카스는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소이연은 여전히 그를 꼭 껴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중얼거리며 말했다. "내가 놓으면 넌 여기 없을 거잖아……” "여기 있어.” "싫어......" 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녀의 핑크 빛 볼을 그의 허벅지에 문질렀다. 루카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이 빌어먹을 여자!완전 여우 아니야?루카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이연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의 손을 거뒀다. 소이연의 얼굴에서는 여자의 슬픔이 보였다. 강한 것처럼 보였던 그녀에게서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모습 이였다. 그녀는 혼자 있을 때, 누군가에게 버려진 것 같이 움츠러든 눈빛으로 가느다란 몸에 슬픔이 흘러내리는 듯한 안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소이연이 순진한 척 가식적인 모습으로 남자를 유혹한 거라고 생각해 왔다.그리고 그는 소이연이 중년 남자와 잘 어울리는 모습도 보았다. 하지만 지금 행복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보니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 같았다. 젠장. 루카스는 속으로 욕을 했다. 이 여자는 그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후회하게 한다. 루카스는 소이연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고 싶었다. 하지만 소이연을 처음 봤을 때 그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루카스는 그 이런 느낌이 싫었다 그는 여자친구가 있고, 당연히 다른 여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좋지 않은 태도로 소이연을 대했다. 루카스는 최선을 다해, 다소 거칠게 소이연을 밀어냈다. 오늘 밤 그가 그녀를 간호해 주는 것은 소이연에게 큰 보상을 해 주는 것과
루카스는 그만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소이연이 자신에게 키스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루카스는 갑자기 심장이 떨려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낯선 여자가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하고 싶은 대로 놔두다니! 그의 눈은 가늘어졌고, 눈빛에 정욕은 사라지고 차가움만 남았다. 그는 입을 벌렸다. 그는 소이연을 이렇게 쉽게 놓아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소이연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아파......” 열정적으로 키스하던 소이연은 순식간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녀는 루카스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부드럽고 여성스러웠다 순정적이면서도 뜨거웠다. 빌어먹을 여우 같은 여자. 루카스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육체적 고통은 참을 수 있지만 심적 고통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있는 힘껏 그녀를 밀어냈다. 그녀의 여린 얼굴과 반짝이는 입술에 맺혀 있는 선홍색 피가 뒤섞인 모습은 남자들은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런 모습에 루카스는 괜히 화가 났다. 이런 여자에게 유혹당하는 것은 그의 인생에서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는 여자 때문에 자신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서조차 그는 이런 충동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는 소이연의 입술을 꽉 눌렀는데, 소이연은 반항하지 않고 여전히 매혹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가락에 눌린 그녀의 작은 입술이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와 더 귀여워 보였다. 루카스는 무시했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녀의 모든 모습을 차갑게 무시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닦았다 그 매혹적인 촉촉함과 고혹적인 피를 매섭게 닦아냈다. 소이연은 눈을 찌푸리고 눈물을 글썽였다. 루카스의 손가락에 입술이 눌려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입술이 따끔따끔 아파왔다. 루카스는 자신의 불만족을 표현한 후에야 소이연의 입술이 자신의 무례함 때문에 더욱 붉어지고 부어올랐다는 것을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