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반성해야 한다. "잘 생각해 봐." 하지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냉담했다. 그녀는 송문수에게 무관심했다. 그녀는 다시 차 문을 열며 말했다. "차문 좀 열어줘. 내라고 싶어... 아!” 하지수가 팔에 통증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송문수는 그녀를 힘껏 잡아당겼고, 그녀는 단단한 그의 가슴에 부딪혔다. 아프다. 하지수는 반항을 할 수 없었다. 송문수는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눌렀다. 그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피가 났지만 송문수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모든 분노를 그녀의 입술에 쏟아냈다. 시간이 꽤 흘렀다. 하지수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송문수는 그녀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뗐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싸늘했다.그녀의 입술은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아파?” 하지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파도 어쩔 수 없어." 송문수도 하지수의 대답을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내 감정을 느낄 수 있겠어...” 하지수는 차갑게 웃었다. 네 감정? 욕을 몇 마디 먹었다고 해서, 힘들다는 거야? 송문수는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다. 송씨 가문은 더 이상 그에게 희망을 걸 필요가 없다.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녀도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송문수에게 시간을 좀 주면 변할 것이고, 철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하지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송문수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그는 제멋대로 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송문수와 타협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송문수를 인내하기로 선택했다. 지난번에 송문수와 2세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송승우의 방해를 받고 나서 그녀는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녀도 송문수의 부모에게 분명히 말했다. 그녀가 송문수에 관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그들도 그녀를 이해했다. 그
"울어?" 송문수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수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녀는 자신이 무감각해졌기에 송문수 앞에서 울고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랑 아이를 낳고 싶다는 거 아니었어? 왜 울어?" 송문수가 그녀에게 물었다. “기뻐서." 하지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하." 송문수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수, 너 정말 역겹다.” 그렇다. 그녀도 사실 송문수가 매우 역겹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을까, 운명이 그들을 엮어버렸는데. 그들은 서로가 역겨울 뿐이다. "내가 누구야?” "송문수.” "좋아." 송문수는 하지수의 귀를 세게 깨물며 말했다. "기억해, 넌 나, 송문수의 여자야, 내 거!” 하지수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렇다. 송문수는 그녀의 첫 번째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송문수의 수많은 여자 중 한 명일뿐이다.그녀는 도대체 송문수가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왜 자신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정말 모르겠다.왜 이렇게 그녀를 괴롭히는 것인지!잠시 후. "차에서 내려도 돼?" 하지수가 물었다 송문수는 핸들을 꽉 쥐었다. “난 내 삶을 소중히 여겨." 하지수가 말했다. 아마 무서웠을 것이다, 그는 방금 죽을 듯 난폭하게 운전했다. "하지수,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송문수는 한마디 한 뒤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내 옆에 많은 여자들 중, 단 한 명도 감히 내 앞에서 오만하게 행동하지 못해.” "잘 알고 있어." 하지수의 태도는 단호했다. 잠시 대치한 뒤, 차문이 열렸다. 송문수가 한발 물러났다. "고마워." 하지수가 고맙다고 말한 뒤,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차 문을 닫는 순간 차가 달려 나갔다. 1초도 그녀 옆에 머물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떠나는 그를 보며 하지수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송문수가 매번 운이 좋
오랫동안 하지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작은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그는 승용차를 길가에 세웠다. 마음속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녀를 내버려 두고 온 곳은 중심가와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수가 그곳을 벗어나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만약, 그녀가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지수는 고집이 세서 절대 그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송문수는 짜증이 나서 운전대를 주먹으로 쳤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방금 하지수가 앉아 있던 곳을 힐끗 보았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처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런데...송문수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녀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사실, 돌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냈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오든, 하지수가 강하게 거절하더라도 이번에는 그녀를 데리고 올 것이다. 그가 하지수에게 어떤 일을 강요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었기에 한 번 더 강요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수가 그를 한 번 더 미워해도 상관없다. 송문수는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하지수를 데리러 돌아갔다. 그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 하지수가 바로 그의 운명이다! 송문수는 천천히 차를 운전해 하지수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멀리서 다른 승용차 한 대가 하지수의 옆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차였다.송승우. 송승우가 돌아온 후, 그는 그의 선택을 도왔다. 차를 고르고, 차를 가지고 노는 것 등등 그는 전문가였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가 단지 물건을 가지고 놀다가 지겨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송승우가 차에서 내려 그가 입고 있던 트렌치코트를 하지수의 몸에 덮어주는 것을 보았다. 송승우는 하지수에게 조수석 차문을 열어주며 앉히는 것을 보았다. 송문수는 차를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 그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하지수처럼 이성적인 여자가 어떻게 혼자 그 먼 거리를 걸어 나오겠는가? 더 이상 걷기 힘들
하지수는 송승우의 차에 탔다. 사실, 그녀가 그를 부른 것이 아니었다. 방금 송승우가 그녀에게 전화해서 법률자문을 구했다. 그녀가 그에게 급하냐고 묻자, 그는 매우 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으며, 그에게 와달라고 부탁했다. 차에 올라탄 하지수의 얼굴은 창백했고 몸을 떨고 있었다. "아직도 춥나요?" 송승우가 물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늘한 날씨였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부축해서 차에 태울 때, 그는 그녀의 몸이 얼음처럼 차갑다고 느꼈다. "춥지 않아요." 하지수는 송승우를 한 번 쳐다보며 억지로 미소 지었다. ”시간이 지체됐네요.” "아니에요, 오늘 볼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려고 했는데, 지수 씨가 없을까 봐 전화 먼저 해봤어요." 송승우는 가능한 한 하지수를 난처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말했다. "그런데 문수와 싸웠어요? 문수가 지수 씨를 길에 내려놓고 갔나요?” "그런 것 같아요." 하지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송승우 안색이 어두워졌다. "나중에 제가 한마디 할게요. 싸웠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곳에 지수 씨를 혼자 내버려 두고 가요?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요? 어떻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충동적이고 제멋대로인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배려한 적이 없어요. 가족들이 문수를 너무 끼고 돌아서 성격을 망친 탓도 있어요.” 하지수는 그의 말은 들을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지수 씨를 문수와 결혼시켜서 고생만 시키네요.” 송승우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그때 내가 아니었다면...” "억울하지 않아요." 하지수가 송승우의 말을 끊었다. "사실 그때 나는 문수 씨에게 고마웠어요. 문수 씨가 아니었다면 제가 어떻게 송씨 가문에 남아 이렇게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겠어요?” 송승우는 쓸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하지수를 버린 것은 자신인데,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원망하겠는가?
육현경 때문에 스스로 한 결심에 타협하다. 그를 위해, 그녀는 사랑을 다시 한번 믿고 싶었다. 육현경은 품에 안겨 있는 소이연을 바라보며, 그녀의 온기를 느꼈다. 그녀가 그의 허리를 더욱더 꽉 끌어안았다. 육현경이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다. 치른 대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소이연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그녀의 존재를 실감했다. 두 사람은 한참을 계속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 아무도 서로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육현경은 기침을 내뱉었다. 소이연이 그때서야 육현경의 몸상태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녀는 육현경을 몸으로 느끼며, 그의 몸에서 손을 떼면 그가 사라질까 봐 걱정했다. 그녀는 이번 일로 무엇인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행복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육현경의 품에서 떨어졌다. 지금 이 순간 육현경은 집에 가서 잘 쉬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들은 서로를 놓아주었다. 소이연은 고개를 들어 육현경을 바라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소이연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녀는 이전에 육현경에 대해 이렇게 열정적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웠다. "갈 거야 말 거야?" 소이연이 그를 재촉하며 물었다. 지금 가지 않으면 여기서 밤을 새워야 할 수도 있다.그 둘이 이렇게 오랫동안 나가지 않았으니 지금쯤 밖에 있던 기자들은 떠났을 것이다. "가자." 육현경이 소이연의 손을 잡았다. 소이연은 손가락을 약간 움직이며 살짝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육현경은 얼굴을 찡그렸다. "밖에 기자가 있을 것 같아." 소이연이 말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우리 관계를 아직도 숨겨야 해?” 육현경은 화가 났다. 그녀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금 이렇게 빨
"어?" 육현경은 소이연이 대답하지 않자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거야? 소이연, 이 양심도 없는 여자야.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나를 진심으로 받아줄 수 있는 거야? 어떻게 해야 네 곁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거야?” 육현경은 말하면 할수록 흥분했다. "심장이라도 꺼내서 보여줄까... 음!" 육현경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소이연이 까치발을 하고 그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막았다. 육현경의 분노 가득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 이 남자... 정말 쉽게 달랠 수 있다. 육현경은 소이연을 끌어안고 더 깊게 키스하려 했지만 소이연은 또 피했다. "이렇게 해 놓고 또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야?" 육현경은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아니야." 소이연이 부인했다. “방금 네가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했어.” 육현경은 얼굴빛이 확연히 바뀌었다. 소이연이 자신을 거부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면 내가 말하는 게 싫은 건가?’ 젠장. 그녀 말고 그는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그녀에게만 할 수 있다. 자신의 속마음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싫다고? 육현경이 폭발하려는 바로 그 순간. 소이연은 말했다. "언제 결혼하면 좋을까?” 육현경의 모든 분노가 순식간에 삭아 들었다. 그의 눈에 충격이 가득했다. 아니, 깜짝 놀랐다.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믿지 못하며, 너무 흥분했다. "진심이야?"육현경의 목소리가 떨렸다.분명 너무 설레고 흥분하고 있었다."난 그냥..." 소이연은 육현경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민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을 뿐이야...”"나도 원해."육현경이 갑자기 진지하게 대답했다."응?""방금 나한테 프러포즈했잖아."육현경이 웃으며 말했다."너에게 대답해준 거야. 나도 원해.”이 남자, 원하는 것을 얻고도 잘난 척하는 남자."가자."육현경은 소이연의 손을 잡아당겼다."밖으로 나가서 사람들한테 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현장을 떠났으면 어떻게 이렇게 큰 특종을 취재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등장에 기자들을 순식간에 그들 두 사람을 에워싸고 그들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사실 소이연의 경호원 네 명은 줄곧 법정 밖에 있었지만 눈치껏 소이연과 육현경의 애틋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들은 소이연이 기자들에게 이렇게 에워싸인 것을 보고 급히 가서 도와주려 했지만 소이연이 눈빛으로 거절했다. 오늘 그녀는 오히려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싶었다. "육현경 씨, 소이연 씨와 손을 잡고 나오셨는데, 두 분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관계입니까?” "육현경 씨, 이번 소송을 훌륭하게 마무리하셨는데, 지금 심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육현경 씨, 소이연 씨와 무슨 관계입니까, 두 분은 연인 사이인가요? 그럼 심아윤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현장이 많이 시끄러웠다. 그들이 무엇을 묻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육현경이 말하기도 전해 소이연이 입을 열었다. "잠시만 조용히 해주세요. 기자님들 질문에 모두 답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육현경 씨는 이번 소송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으니, 한 발짝 물러서서 그를 누르지 말아 주시겠어요?" 소이연은 자신의 몸으로 육현경을 보호하고 있었다. 소이연의 말을 들은 기자들은 한 발짝 물러섰다. 두 사람과 기자들이 거리를 유지한 후, 한 기자는 농담을 건넸다. "소이연 씨, 남편을 너무 열심히 보호하는 것 아닌가요?” 그 말 한마디에 모두가 웃었다. 소이연은 얼굴을 붉혔지만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 가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난리가 났다. "정말 소이연 씨와 육현경 씨는 연인 사이라는 뜻인가요?" 기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 "아직 식을 올리지 않은 부부 사이입니다. 방금 소이연 씨가 제게 청혼했습니다.” "소이연 씨가 청혼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 소이연 씨가 적극적으로 육현경 씨를 쫓
"그럼 기자님은 심아윤 씨가 심씨 가문이 나한테 누명을 씌운 걸 모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나요?” 육현경은 기자에게 물었다. “제가 해외에 있을 때 심씨 가문의 해외 호적들은 모두 심아윤 씨가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육현경 씨 말은 심아윤이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생각하지도 않고 이용했다는 뜻인가요?" 기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누가 알겠습니까? 심아윤 씨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육현경은 대답을 피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심씨 가문도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육현경 씨와 소이연 씨는 결국 함께 하시게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기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소이연도 육현경도 기자의 축하인사에 감사를 표했다. "두 분 사이의 감정적인 변화를 간단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 육현경 씨와 심아윤 씨가 약혼했을 때, 소이연 씨는 어떠셨나요? 소이연 씨는 육현경 씨가 이런 방식으로 삶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지지했나요?”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소이연은 숨김없이 답했다. "심아윤 씨와 왜 결혼하는지 저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네가 나를 믿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네가 위험할까 봐 두려웠어." 육현경이 설명했다. "나를 네 편으로 생각하지 않고, 소문을 퍼뜨릴까 봐 그런 거지?” “소이연, 사람이 이렇게 배은망덕하게 굴면 안 돼. 내가 너 때문에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안 보여?” "팔, 다리가 없어졌어?” "팔, 다리도 없는데 널 어떻게 안아?” "너..." 소이연은 육현경을 말로 이길 수 없었다. 여기저기 보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기자들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기자들이 취재를 멈추고 말없이 취재 대상의 ‘애정 어린 다툼’을 쳐다보고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로를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보고만 있을 뿐이다. "심아윤이랑 결혼하는 날 내가 왜 체포됐는지 알아?" 육현경이 숨을 몰아쉬며 소이연에게 물었
말을 마친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새 깨어난 지도 모르고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고 송문수는 다정한 눈을 한 채 떨리는 손으로 제 옆에 누운 하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이튿날 아침, 눈을 뜬 하지수는 방금 일어난 탓에 낯선 주위를 한참이나 둘러보고서야 여기가 송문수의 방임을 기억해냈다.관계 빼고는 별짓 다 한 어젯밤이 떠오른 하지수는 얼굴을 붉혔다.혼자 자는 게 습관 되어있어 송문수의 품에 안긴 뒤 빨리 뛰는 심장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그녀는 눈을 감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아마도 바쁜 일정 때문에 피곤했던 것 같다.완전히 정신을 차린 하지수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자고있는 그의 모습은 평소처럼 차갑지 않고 쫙 펴진 미간 덕분에 오히려 부드러워 보여 공격성이 다분하지도 않았다.왜 눈을 뜬 모습과 감은 모습이 이렇게 다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송문수의 얼굴을 찬찬히 보던 하지수는 날카로운 그의 눈빛을 떠올렸다.전에는 그 눈빛이 마음속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아 두려웠었는데 지금의 하지수는 더 이상 잠들어있는 송문수도, 깨어있는 송문수도 두렵지는 않았다.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깨어있는 송문수를 마주할 때는 하지수가 주동적으로 입을 맞출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하지만 잠들어있을 때는 그야말로 하지수 세상이었기에 그녀는 빠르게 송문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한 번으로는 부족했는지 하지수는 그 뒤로도 여러 번 입을 맞추다가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릴 때가 돼서야 행동을 멈추었다.물론 자의로 멈춘 건 아니고 입맞춤을 하던 와중에 눈을 떠버린 송문수 때문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깜짝 놀라 잠시 멈칫한 것이었다.당황한 하지수는 빠르게 도망가려 했지만 자신을 눌러버린 송문수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분명 방금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송문수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몽롱한 느낌은 전혀 없는 눈으로 그는 하지수를 빤히 바라보았고 그의 진득한 눈빛을 당해내지 못한 하지수는 서둘러 눈을 피했
“미안해 문수 씨... 평소엔 이때가 아니라서 나도 몰랐어...”“응.”이 일은 애초에 하지수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그녀를 탓할 수도 없었던 송문수는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한탄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수를 만나는 날만 기다리며 3년 동안 아무와도 관계를 하지 않았던 그인지라 오늘에서야 비로소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겠다고 기뻐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또 일주일을 더 기다리게 된 이 상황에 송문수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한숨을 쉬는 송문수를 본 하지수는 그가 자신에게 실망한 줄로 알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다음에 다시 할까?”하지수의 말에 잠시 멈칫하던 송문수는 이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그걸 말이라고 해? 생리 끝나면 당장 해.”자신한테 자꾸 일이 생겨버려 송문수가 다른 사람을 찾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하지수는 확신에 찬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며 청심환을 하나 먹고는 말했다.“그럼 편히 자, 난 내 방 가서 잘게.”“어디 간다는 거야?”“내 방 가야지.”“하지수, 네 발로 직접 내 방 찾아와 놓고 이제 돌아가겠다는 거야?”갑자기 터진 생리 때문에 관계를 못 가진 것도 화가 나는데 사람까지 가버리겠다는 말을 들은 송문수는 언짢은 티를 팍팍 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나 생리 와서 어차피 못하잖아.”“그게 왜?”“아까 문수 씨도 생리 끝나면 하자고 했잖아. 지금 하는 건 나도 좀...”송문수가 되묻자 하지수는 아주 난감해하며 답했다.“하지수, 넌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내가 아까 너 안 놔줬으면 여기 진작에 피바다 됐어.”“...”“관계까지 할 사이에 뭘 내외를 하고 그래. 앞으로는 나랑 같이 자.”“앞으로 쭉 같이 자자고? 나랑?”“왜, 싫어?”“아니.”당연히 싫진 않았지만 하지수는 그저 송문수가 관계도 없는 잠을 자신과 함께 자겠다는 게 신기했을 뿐이다.그렇게 순진해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는데.“빨리 와서 자. 아까 너무 움직였더니 피곤해.”송문수가 먼저 침대 한쪽에 자리를 잡고 눕자 하
송문수의 입술이 하지수의 입술을 지나 그녀의 귓가에 닿을 때, 이런 식의 스킨십은 처음 해보는 하지수는 온몸이 떨려왔다.태어나서 딱 한 번, 송문수와 차에서 해본 게 전부인 그녀는 송문수의 유혹을 당해내지 못하고 서서히 그에게로 다가가 그의 목에 자신의 고개를 비볐다.그렇게 하지수를 안달 나게 하던 송문수는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걸 확신하고는 점차 행동을 대범하게 하기 시작했다.자연의 섭리인 것마냥 물 흐르듯 움직임을 이어나가던 송문수가 갑자기 멈췄을 때 하지수는 온몸이 뜨거워 나고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온몸이 나른해진 그녀는 송문수의 움직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한참 지나 송문수가 더는 움직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정신을 차린 하지수가 그를 보며 물었다.“왜 그래?”제 아래에 누워있는 하지수를 보며 정말 이성을 잃을까 봐 걱정된 송문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문수 씨?”하지만 하지수는 아까는 그렇게 늑대처럼 달려들던 사람이 갑자기 말도 안 하고 거친 숨만 연신 내뱉는 게 이상했다.“문수 씨...”“지수야.”송문수가 한참 만에 입을 열자 그 숨결에 의해 뜨겁게 달궈진 피부에는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곧 자신이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었던 아주 아름다운 순간이었는데 다른 여자들한테는 다 곁을 내주면서 왜 자기 앞에서는 갑자기 멈추는 건지 하지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본인이 여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져서 송문수가 싫어하는 걸까 봐 자연스레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송문수가 잔뜩 실망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 생리 왔어.”“뭐?”송문수의 말에 깜짝 놀란 하지수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송문수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속옷에 피 묻어있어, 아마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지수는 수치스러움에 빨개진 얼굴로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이틀 뒤가 예정일인데 왜 갑자기 오늘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민망해 침대에서 뛰어내리다가 하마터면 넘
송문수는 자신의 떨림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하지수도 그의 몸 아래에서 떨리고 있었다.송문수는 이미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예전의 그라면 이미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맡겼을 것이다.그는 조심스럽게 지수에게 다가갔다.지수는 온몸이 긴장돼 있었고 두 손은 이불을 꼭 쥐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송문수의 몸 아래에 있게 됐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단지 지금, 그의 숨결은 몹시 거칠고 심장 소리는 우뢰처럼 커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바를 몰라 했고 곧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때, 송문수의 입술이 서서히 하지수의 입술에 와닿았다.송문수의 심장은 더욱 격렬히 뛰고 있었고 이불을 꼭 쥐고 있던 지수의 두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두 입술이 맞닿은 그 순간, 두 사람은 머리가 하얘졌다.둘만의 공간, 둘만 나누는 부드러운 촉감, 온몸으로 느끼는 서로의 떨림……이것이 진짜 입맞춤이었다.하지수의 뇌리에는 갑자기 전에 송문수의 차에서 나눴던 관계가 스쳐 지나갔다. 단지 관계를 위한 관계였을 뿐, 사실 그녀는 아무런 떨림도 느끼지 못했고 심지어 굴욕적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었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오히려 그녀가 리드하고 있었다.송문수가 조심스러워 망설이고 있을 때 그녀가 먼저 리드했다.그는 그녀의 유혹을 당해낼 수가 없었고 둘은 더더욱 서로를 탐하고 있었다.온 세상이 조용해지고 두 사람의 심장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얼마 동안 키스를 나눴는지 가늠조차 못 하고 있었다. 아주 길게 또 아주 짧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입술을 뗀 두 사람의 얼굴은 너 나 할 것 없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이런 경험은 송문수도 처음이였다. 능수능란해야 마땅한 그는 지수와의 키스 후 고장 난 사람처럼 어쩔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저 방금 전의 달콤하고도 아름다웠던 키스에 사로잡혀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온 밤을 그녀와 보내고 싶었다.그는 또다시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천천히
그는 너무 기뻐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칠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러면 오늘밤에 같이 자는 거 어때?”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푸!” 송문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조금 전에 마시던 물을 내뿜었다.“싫으면 말고…” 송문수의 격한 반응에 지수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그런 거 아니야.” 송문수는 다급히 해명했다.지수는 어리둥절해졌다. 바로 전에 문수가 분명히 아주 격렬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송문수는 연신 입을 닦으며 말을 덧붙였다.“너랑 같이 자는 게 절대 싫어서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그럼 나 먼저 씻을게.” 하지수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네 방에서 잘까? 아니면 내 방?”“난 다 좋아.”“그러면 네 방에서 자자. 네 방이 더 크니까.”“그러자.”“나 씻을게.”“응.”“너도 빨리 씻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수는 얼굴이 타오르듯 빨개졌다.무슨 의미인지 두 사람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송문수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었다.하지수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송문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방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그는 곧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너무 긴장되어 숨도 안 쉬어지고 물컵을 들고 있던 손도 떨릴 지경이였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로서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고 이런 경험이 처음일 리는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하지수라니, 송문수는 머리가 하얘졌다.그는 남아있던 물을 한 모금에 다 마시고 나서 바로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기 시작했다.오늘 밤이 지나면 둘 사이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송문수는 샤워를 마쳤다.평소라면 몇분이면 끝낼 샤워를 오늘에는 한번 또 한 번 반복해서 씻었다. 행여나 깨끗이 못 씻었을지 몇 번이나 더 씻은 후 겨우 욕실을 나와 침대에서 하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지수가 이미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지수는 더 오래 걸렸다.아마도 그와 똑
하지수는 민망함에 얼굴이 더 붉어졌다.그녀는 송문수와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직 아이를 가질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송문수도 민망해하며 말했다.“저희 둘 사이 일은 걱정하시지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네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이러는 거야.” 송문수 어머니는 핀잔을 주었다.“네가 조금 더 잘했으면 지금쯤 애가 뛰어다니며 놀 나이가 됐을 거야.”“엄마! 그만 하세요.”문수는 더 이상 듣기 싫었다.“그래, 알았어. 근데 내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건데, 너 다시는 지수 같은 여자애 못만난다는거 기억해. 지수 놓치면 평생 후회하면서 혼자 살게 될 거라는걸.”“알겠어요, 알겠다고요.”송문수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어머니의 말에 반대는 하지 않았다.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송승우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리를 박차 거실을 나갔다.모든 사람의 눈길이 그에게로 향했다.송문수는 송승우가 왜 화가 났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하지수도 송승우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지수도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길이 가게 된 것이었다.송문수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송승우에 대한 마음은 일찌감치 접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송문수는 시선을 돌렸지만, 마음속으로는 내심 안도했다.하지수는 정말 송문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송승우의 돌발행동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가장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은 역시나 아버지의 생일파티와 그들에게 아이를 낳는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다.저녁 아홉 시, 송문수와 하지수는 집으로 돌아갔다.야근을 자주 하는 탓에 이렇게 일찍 귀가한 적은 처음이었다.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샤워만 하고 각자 잠에 들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일찍 돌아온 탓에 오히려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언제부터인가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눈만 마주쳐도
송문수는 깍지를 끼고 있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심장은 더욱 빨리 뛰고 따뜻함은 배가 되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송문수 역시 더욱 세게 손을 잡았다.하지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로, 로비로 들어갔다.그곳에는 문수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문수의 형, 송승우도 앉아 있었다.둘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승우의 눈에는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도발하는 건가? 송문수와 하지수가 일부러 도발을?송문수의 부모님 역시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이 얼마나 바라왔던 일인가.문수의 어머님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시며 말씀하셨다.“얼른 들어와, 지금 바로 저녁 준비하라고 할게.”“네, 엄마.”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어머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도 그런 문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그녀는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게 이렇게도 설레는 일인지 처음 깨달은 듯싶었다.그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송문수와 하지수는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유독 송승우만 얼굴이 굳은 채로 한 술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고생 많았어. 오늘은 특별히 너희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했으니까 많이 먹어.”송문수 어머님은 반찬을 덜어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송문수 아버님도 문수의 업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질문도 하시곤 하셨지만, 문수를 지지해 주시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저녁 식사는 시끌시끌하였다. 송승우만 빼고 말이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혼자만 쓸쓸한 저녁 식사였다.식사가 끝난 후, 수다는 계속되었다. “곧 너의 아버님 환갑인데 난 시끌벅적 크게 보내고 싶은데 어때?”“좋아.” 송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원하는 대로 해. 엄마랑 아빠가 기분 좋은 게 최고
업무를 마친 송문수가 고개를 들자, 하지수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문수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지수?”지수는 화들짝 놀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송문수를 바라보다가 넋이 나간 것이었다.전에는 문수가 멋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멋져 보였다.선명한 옆선, 뚜렷한 이목구비…문수의 얼굴에는 남성미가 흘러넘쳤다.눈에 콩깍지가 씌었나?지수는 마치 첫사랑을 만나기라도 한 듯 심쿵하고 말았다.그녀는 작심이라도 하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더 이상 문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그러고는 용기를 내어 돌아서서 송문수와 눈을 마주쳤다.송문수 역시 지수가,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의 눈길이 오가는 순간, 송문수는 자신이 그녀를 원하고 있음을 느꼈고 그녀를 꽉 끌어안고 싶었다.사무실 분위기는 어느새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었다.그때, 송문수의 전화벨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타오르던 분위기가 천둥번개를 맞은 것처럼 부서지고 말았다.하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한편으론 자신의 일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송문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전화를 받았다.“엄마.”“아직도 퇴근 안 했어?” 전화기 너머로 문수 어머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퇴근하려고.”“기다리고 있을게.”“알겠어.”송문수는 통화를 마치고 하지수한테 말했다.“엄마가 빨리 오라고 하시네.”“그래.”하지수는 가방을 챙기고 송문수랑 같이 퇴근했다.차에 탄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해하고 있었다.평소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업무를 논의하던 두 사람이 오늘은 서로의 눈은커녕 얼굴을 마주보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하지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썼다.송문수도 역시 창밖을 내다보았다.그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뛰기 시작했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가 하지수한테 빠지다니!그녀 앞에만 서면 심장이 고장 날 것만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