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진짜 심아윤을 위협하는 방법은 육현경 밖에 없었다.육현경의 스캔들로 외부 여론을 시끄럽게 만들면 심씨 가문은 가문의 명성을 위해 육현경과 파혼을 택할 것이다.하지만 파혼으로 심씨 가문에 손실을 안겨주게 될 것이고 한편으로는 심아윤 자신에게 손실일 것이다. 그녀가 육현경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업적인 면에서 심씨 가문의 손실이었다.그래서 심씨 가문은 더 이상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고, 심아윤도 감히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우리 가문과 육씨 가문의 실력으로는 뉴스 쯤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나요?"심아윤도 쉽게 협박당하지 않았다."계지원이 이렇게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현재 알려진 바가 없어요. 우리 두 가문의 능력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밖이라는 것쯤은 소이연 씨도 잘 알고 있을 텐데요.”"심문헌이라면요?”소이연은 심아윤에게 물었다.심아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엄연한 협박이었다."당연히 난 당신들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하겠죠. 하지만, 심문헌 씨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소이연은 차갑게 심아윤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걸 심문헌 씨에게 주면 어떨까요? 아마 그가 가장 먼저 심아윤 씨와 육현경의 결혼을 깨뜨리겠죠.” "소이연 씨, 정말 당신의 총명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당신은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이 스스로 가장 유리한 일인지 잘 알고 있네요. 하지만 너무 자신감이 넘쳐요!" 심아윤은 얼굴과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 "지난 몇 차례의 사고가 왜 일어났고, 배후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소이연은 경계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 스스로 이렇게 좋은 기회를 줬는데, 내가 놓칠 것 같나요?" 심아윤은 음흉하게 웃었다. "오늘 당신은 날 찾아오는 순간부터 살아서 여기서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거예요.” "걱정되지 않나요? 내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것 같나요?” 소이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에게 위험
소이연은 차갑게 심야윤을 바라보았다. 몸이 조여오며 등에서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그녀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침착하고 냉정함을 유지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나 봐요?” 심아윤은 미친 듯이 웃었다. 소이연의 표정을 숨겼다 하더라도, 그녀는 소이연이 분명 두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손에 죽으면 섭섭할까요?” 심아윤은 소이연에게 물었다. "진심으로, 몇 번이나 당신을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했어요. 그런데 지금 제 발로 이런 기회를 주니 얼마나 좋아요. 소이연 씨, 방금 말했다시피 자신감이 너무 넘쳐흐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에요!” "심아윤 씨가 나를 죽이면 육현경이 용서할 것 같아요?” "아니요, 그렇다고 지금 육현경이 나를 용서해 줄까요?" 심아윤이 소이연에게 되물었다. 소이연은 차갑게 노려보았다. "어차피 용서받지 못할 거, 후환을 먼저 해결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정말 죽으면 육현경은 희망이 없어졌으니 완전히 포기할 수 있겠네요.” 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심아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그녀는 일어나서 위에서 소이연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 그녀는 소이연의 곁을 지나가며 말했다. "깨끗이 처리해.” "네." 경호원은 공손하게 답했다."역겨운 장면은 보지 않으려고요. 소이연 씨, 당신이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어요. 당신의 한계는 여기까지니 후회할 것도 없겠네요. 당신 인생은 오래전에 끝났어야 했어요” 말을 끝낸 심아윤은 경호원에게 문을 열라고 하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방문이 열리자 그녀의 이마에 검은 총구가 겨누어졌다. 심아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 뒤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재빨리 총을 꺼내 들고 방문 앞에 있는 사람에게 겨누었다. 입구에는 적어도 열 명 이상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모두 총을 들고 방문을 겨누고 서 있었다. 문 틈으로
"이렇게 하고도, 심씨 가문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오빠의 할아버지가 좋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빠 할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 오빠가 한 짓은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예요! 오빠 집안은 끝장이라고요.” "그렇게 말한다면......" 심문헌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했다. 심아윤의 눈에는 교활한 빛이 스쳤다. 이해관계에 있어서 심씨 가문은 항상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양심을 버렸다. 생명의 은인은 고사하고 가장 친밀한 가족도 포기할 수 있었다. "갑자기 생각나게 있어. 우리 사이가 계속 이렇게 긴장된다면 할아버지나 형이 소이연을 죽이라고 명령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소이연을 위해서라도 내가 널 죽일 것이고, 내가 널 죽이면, 할아버지나 형이 경찰에 나를 넘기겠지. 우리 집에 내가 없는데 어떻게 너희 집과 싸우겠어?! 이 힘든 일을 내가 한 번에 해결하면 할아버지와 우리 형은 기뻐하지 않을까?!” 심아윤의 안색이 즉시 어두워졌다. 가슴 한가운데서 서늘한 기운이 솟아올라 뼈가 시린 느낌이 들었다. 심문헌의 말이 정확했다. 그가 말한 일은 100%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컸다. 그녀와 심문헌은 너무 오랜 시간 대치했고, 할아버지와 오빠에게 알려질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그들이 정말로 그런 명령을 내릴지도 모른다. 지금 그녀 곁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그녀를 보호하고 있지만, 결국 할아버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명령에 복종할 것이다. "동생아,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아." 심문헌이 다시 한번 말했다. 심아윤이 이를 갈다. 그녀는 이렇게 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정말 소이연의 생명을 놓고 싸울 수 없었다. 소이연이 어찌 자신의 생명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대체 소이연이 어디가 좋길래 이렇게까지 해요? 목숨도 버릴 정도야?!" 심아윤은 끝내 화를 참지 못했다.마음속으로 이미 결정을 내렸더라도 말이다."오빠도 그렇고, 육현경도 그렇고!” “육현경은
심문헌의 차 안. 소이연은 자기도 모르게 크게 심호흡했다. 그녀는 겉으로 보기만큼 침착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그 차가운 총구를 마주하고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참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심문헌이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만약 일이 잘 못 되면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서워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심문헌은 비난 섞인 농담을 했다. "심아윤을 혼자 만나다니, 정말 당신 몸이 강철로 되어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소이연은 심문헌을 돌아보며 물었다. "문헌 씨 안 올 거였어요?” "내가 신호기를 주지 않았으면 소이연 씨는 안에서 죽었어요." 심문헌은 무거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는 생각이 많아졌다. 다행히 그는 심아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성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소이연은 인정하며 말했다. "저를 보내라고 한 것은 심문헌 씨가 나를 보호해 줄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나도 심아윤을 직접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러자 심문헌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말했다. "그럼 내가 이럴 줄 알았다는 거예요? 내가 소이연 씨를 보호할 거라는 것을 알고 심아윤을 만났다는 거네요! 소이연 씨, 당신 정말 똑똑한 사람이네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모든 행동을 예상했네요! 내가 당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을까 봐 두렵지 않았어요?”"은혜를 갚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문헌 씨가 말했잖아요." 소이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이연 씨를 속일 수 있어요.” "결국 내가 맞았잖아요.” “..."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이연 씨, 난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왜 내가 이연 씨를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할 거로 믿어요?” 심문헌은 여전히 의아해하며 물었다. "당신이 남자를 좋아하니까 믿을 수 있는 거죠. 남녀 간의 감정이 가장 약하기 때문에 깨지는 거예요." 소이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심문헌은
어느 때와 같은 하루. 육현경과 심아윤의 성대한 결혼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뉴스가 퍼지기 시작했다.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소이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일어나서 회의실로 향했다.심문헌이 붙여준 네 명의 경호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그녀가 화장실에 가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을 때 빼고 정말 한 발자국도 그녀와 떨어지지 않았다.처음에는 소이연과 그녀의 회사 사람들은 경호원들이 붙어 다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졌다.소이연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소나은으로부터 수많은 부재중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휴대폰을 바로 무음으로 조정해 놓았다.지금 소나은이 그녀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그녀는 소이연이 자신을 비웃기 위해 전화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결국 육현경은 심아윤과 함께 한다.그리고 소나은은 심아윤의 스파이이기도 했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소나은이 이 길을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소나은은 쓸모없어지면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소씨 그룹.소나은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소이연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그렇다, 그녀는 소이연을 비웃어 주고 싶었다. 스스로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결국엔 공손히 양보했다. 소나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소이연을 향해 욕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사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호화롭고 넓은 사무실에 앉아있으면서도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녀가 이렇게 통쾌했던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아빠와 엄마, 심지어 남동생의 똥을 씹어 먹는 듯한 표정을 볼 때마다 속이 너무 시원했다. 그들은 그녀가 그들의 뒤통수를 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녀는 맹목적으로 남자를 중요시하는 그들이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소나은은 목청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아윤 씨.” "내일 저녁에 작은 모임이 있으니, 낙성 시로 와요.” "내일은 약속이 있어요...
소이연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육현경은 검은색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부케를 든 채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가 등장하자 화면 가득 사람들의 실시간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육현경 너무 멋있어." "대박! 미쳤다." "완전 연예인이야".. 무수한 실시간 댓글로 결혼식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소이연이 실시간 댓글 창을 닫으려 하는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휴대전화 화면에 뜬 심문헌의 이름을 보고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 "뉴스 봤어요?” "무슨 뉴스요?” 소이연이 일부러 물었다. "농담하는 걸 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네요.” "예상했던 일인데 기분 나쁠 것이 뭐예요?" 소이연이 쏘아붙였다. "이연 씨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하늘이 무너져도 내색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소이연은 그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물었다. ”결혼식장 아니에요?” "결혼식장이에요." 심문헌이 말했다."거기서 나한테 전화한 거예요?” "이연 씨가 걱정돼서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연 씨, 난 오늘 이 결혼식이 순조롭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심문헌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소이연은 반박하며 반문했다. "심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결혼을 감히 누가 망칠 수 있겠어요?” "좀 더 지켜보죠.” 소이연은 심문헌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결혼식 현장을 보았다. 육현경이 심아윤을 데리러 심씨 가족에게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원래 대가족의 결혼은 거쳐야 할 과정들이 많다. 예를 들어 '게임'을 통과해야 신부를 만날 수 있는 등 여러 과정들이 있었다. 드디어. 한바탕 떠들썩한 이벤트를 끝내고 육현경은 심아윤이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예쁘게 꾸며진 방 한가운데 심아윤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큰 소파에 앉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실시간 댓글 창에 또 우수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존예,
심아윤이 육현경의 앞에 섰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 보았다. 심아윤은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심아윤의 아버지는 심아윤의 손을 토닥이고 유현경에게 건넨 뒤, 육현경의 어깨를 토닥이며 당부 말을 건넸다. 육현경은 심아윤의 아버지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결혼식이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그들은 목사 앞에 섰다. 목사는 열정적으로 주례한 뒤 결혼 서약을 진행했다. "육현경 씨, 당신은 심아윤 양을 당신의 합법적인 아내가 되어 하느님의 법에 따라 그녀와 함께하겠습니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아내 심아윤 양을 사랑하고 아끼겠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육현경에게 쏠렸다. 카메라 역시 그의 얼굴을 잡았다. "와 와 와, 아주 잘생겼어, 가까이 잡지 마,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아.” "무슨 덕을 쌓았길래 살아생전 이런 미남을 볼 수 있지!” "심아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다.” 교회 안은 조용했다. 육현경은 한참이나 대답하지 않았다. 심아윤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약간 움직였다. 그녀는 윤현경의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 작은 동작이 카메라에 찍혔다. 심아윤이 그에게 대답하라고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많은 네티즌은 두 사람의 작은 애정의 표현으로 생각했다. "손가락으로 찌르건 좀 심하지 않나? !” "저 손가락이 내 정신을 잃게 했어.” "일반적이 손가락 걸이가 아니야. 내 맘을 건드리는 거다......” 소이연은 더 이상 보기 힘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침착하지 못했다.카메라가 다시 육현경의 얼굴을 비췄다. 육현경은 심아윤을 힐끗 쳐다본 뒤, 목사를 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나 육......” 소이연은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자기를 기만하는 행동이다.굳이 자신을 학대할 필요 없다. 그녀는 텔레비전을 켜고 영화 한 편을 골라 시간을 보냈다. 이제 정말 육현경과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되었다. 잠깐 영화를 보았을 뿐인
"아직도 긴장돼요?" 심문헌이 농담하듯 물었다. "육현경과 심아윤의 결혼은 제 안정과 이익이 관련 있어요.” 그렇다, 그녀는 이기적이다. 지금 그녀의 관심사는 만약 이 결혼식이 잘못된 다해도 육민에게 돌아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심문헌은 어깨를 으쓱하며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고 말했다. "방금 결혼식장에서 육현경이 신부 심아윤과 결혼하겠다고 대답하려고 할 때 최고집행장이 상업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갖고 와서 육현경을 잡아갔어요.” 소이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심문헌이 소이연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결혼식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말이네요." 소이연이 대답했다. 심문헌은 웃으며 말했다. "이연 씨, 난 더 이상 보지 못하겠어요. 육현경은 자신의 명성과 인생을 망친다 해도 당신을 위해 이런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연 씨는 어떻게 이렇게 담담하죠?” 소이연이 반문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가 심씨 가문을 이렇게 거절하는 것과 직접 거절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아요. 어쨌든 모두 패가 망신당한 것 아닌가요?!” 심문헌은 물었다. “평소 꽤 똑똑하지 않은가요?" 소이연은 화가 나서 침묵을 택했다. "육현경이 직접 심씨 가문과의 결혼을 거절한다면 원만히 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심씨 가문이 설마 육씨 가문을 위협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 거예요? 가난한 사람은 부자와 싸우지 않아요, 그것도 모릅니까?” "하지만 지금 그도 가진 게 없어요.” 심문헌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어요." 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육현경이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심씨 가문에서는 절대로 심아윤과 육현경이 다시는 결혼으로 관계를 맺지 못하게 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그들의 결혼은 육현경이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심씨 가문에서 원하지 않는 것이 되고, 심지어 육현경이 그들에게 체면을 잃지 않고 결혼하지 않을 합당한 이
하지만 그리 남사스러운 말은 아니라서 하지수는 한마디 더 보탰다.“좀 그런 것 같기도 하고.”그 말을 들은 송문수는 입꼬리를 올린 채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려고 일부러 더 너스레를 떨었다.“내가 매력이 넘치는 걸 어떡하겠어.”그 능청스러운 모습에 하지수는 굳이 반박하지 않고 웃어 보였다.“하지수, 내가 전에 좀 막살았던 건 인정하는데 그래도 한번 결정한 일은 끝까지 하는 사람이야 나. 내가 너랑 잘 만나보겠다고 약속한 이상 절대 너한테 미안할 짓은 안 해.”“응, 알겠어.”하지수는 송문수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다 믿었다, 아니 다 믿고 싶었다.그리고 지금은 자신을 실망시키는 사람일지라도 언젠가는 바뀔 걸 알기에 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다.“네가 나한테 맞춰주는 만큼 나도 너 실망시키지 않을게.”“알았어.”우쭐대며 말하는 송문수에 하지는 역시나 고개를 끄덕여주었다.송문수의 말이라면 늘 이렇게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이 바로 하지수였다.밥을 다 먹고 난 둘은 해변가를 거닐었는데 붉은 태양이 바다에 걸쳐져 있어 노을이 아주 예쁘게 져 있었다.주변 환경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경치는 봐줄 만해서 하지수의 기분도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하지만 점점 어두워지는 날에 좀 있으면 파도가 더 거세질까 봐 걱정됐던 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며 말했다.“문수 씨, 우리 이제 가자.”“가고 싶어?”“응.”“좀 더 있다 가자, 여기 좋잖아.”“좀 있다 보트도 타야 하잖아, 저녁엔 위험할 것 같아서 그래.”낮에 올 때도 무서웠는데 밤엔 더할 것 같아 하지수는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무서워?”송문수는 그런 하지수가 웃긴지 입꼬리를 씰룩이며 물었다.“응. 무서워.”“그럼 가자.”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에 송문수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이렇게 제 의견을 바로 수락해줄 줄 몰랐던 하지수는 어벙벙한 채로 그를 따라 걷고 있었다.사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도 원래의 그녀였다면 하지 않았겠지만 소이연이 했던 말이 떠올라 한평생 참고 살
“왜 안 먹어?”송문수의 재촉에 하지수는 손으로 게를 잡고 뜯었는데 다른 곳보다는 맛있었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들였던 노력에 비하면 그리 맛있는 것도 아니었다.“어때? 맛있지?”“맛있어.”하지만 기대에 찬 송문수를 보며 차마 그런 말을 내뱉을 수는 없어 하지수는 웃으며 말했다.“역시 네가 좋아할 줄 알았다니까.”하지수를 긍정을 듣고서야 드디어 먹기 시작한 송문수는 음식을 집어 먹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하도경이랑 여기 자주 왔었는데 현경이랑 지원이는 바빠서 같이 몇 번 못 왔었어.”“그랬구나.”“술 마실래?”“나 생리 왔잖아.”영혼 없이 답을 하던 하지수는 신나서 술을 제안하는 송문수에 또 체념한 듯 말했다.반복되는 실망에 기대를 하지 않다 보니 송문수의 무관심이 이젠 원망스럽지도 않았다.“아, 맞다. 그럼 음료수라도 마실래?”“물 줘 그냥.” 그녀의 대답에 송문수는 직원에게 물과 맥주를 부탁했다.지금 술을 마시면 좀 있다 돌아갈 때 운전은 또 하지수의 몫이 되겠지만 오랜만에 신난 송문수를 위해 하지수는 한 번 더 참기로 했다.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한 사람만 계속 참는 건 좋은 연애가 아니라고들 하는데 하지수는 송문수가 기뻐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하지수는 정말 상대방에게 아주 관대한 사람이었다.밥을 먹으면서도 그녀는 간간이 소이연과 예수진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어디에서 데이트하는지 많이 궁금하길래 솔직하게 알려주니 예수진이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진짜 송문수답다, 연애 고자잖아 이건.][지수 씨, 문수 씨한테 거기 별로라고 얘기 못 했어요?][안 했어요, 뭐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아직 서로 알아가는 단계니까 나도 문수 씨가 뭘 좋아하는지는 알아보고 싶어요.][알아가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건 아니죠. 지수 씨, 부부 사이에는 그렇게 내외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평생을 함께할 사인데 불편한 게 있으면 용기 내서 말해야죠.]소이연의 말에 고개를 들어 본 하지수
“맛있는 거 먹으러 갈 거야.”“친구들 말고는 다른 사람 데려간 적도 없는 곳이야. 네 기억에 남을 만한 맛집이니까 기대해.”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하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또 괜히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영화는 별로여도 식당은 좋은 데로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차가 부둣가에 도착하고 송문수와 함께 차에서 내린 하지수는 울퉁불퉁한 길을 하이힐을 신은 상태로 걷자니 발이 아파왔지만 얼마나 대단한 맛집일까 싶어 애써 참으며 그를 따라 걸었다.그런데 식당은커녕 눈에 보이는 건 보트에 타라고 저를 향해 손짓하는 송문수뿐이어서 하지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바다에서 먹는 거야?”역시나 기대를 하지 말아야 했었던 걸까.송문수는 하지수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그녀를 잡아끌며 보트에 태웠다.곧이어 출발한 보트는 물살 때문에 심하게 휘청였는데 워낙 물을 무서워하던 하지수는 난간을 꽉 붙잡고 몰아치는 파도를 버텨내고 있었다.“와아!”송문수는 물 만난 고기처럼 아주 신나 보였지만 하지수는 도저히 소리를 지를 정신이 아니었다.밀려오는 파도에 온몸이 다 젖어버린 그녀는 번진 화장부터 열심히 세팅한 머리까지 지금 걱정투성이였다.데이트한다고 치마까지 꺼내입었는데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제 남자 친구 때문에 비 맞은 생쥐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게다가 생리까지 하고 있는데 여기는 화장실도 하나 없었다.도통 무슨 생각으로 이곳을 데이트코스로 선정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라도 서프라이즈가 있을 거라고 본인을 위로하며 하지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하지수가 기대한 서프라이즈는 아니었지만 다른 의미의 놀라움은 끊이지 않았다.파도를 헤치며 달리던 보트는 똑같이 아무것도 없는 해변에 멈춰 섰는데 해변가에 세워진 집으로 가려면 맨발로 거기를 걸어가야 했기에 딱딱한 모래 때문에 하지수는 안 그래도 아픈 발이 더 아파왔다.그래도 아무 말 없이 송문수를 따라갔더니 그 힘든 과정을 거쳐 도착한 곳이 바로 시골 식당이었다.두 사람은 허름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
그 말에 더 신이 난 송문수는 평소에는 그냥 사진도 찍기 싫어하던 사람이 하지수와 함께 필터가 잔뜩 씌여진 카메라 앞에서 바보같이 웃어 보였다.사진을 다 찍은 두 사람은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직 영화가 시작하기 전이라 하지수는 빠르게 인스타를 올려버렸다.아무 문구도 없이 올려버린 셀카에 하도경이 곧바로 댓글을 달았다.[내 눈이 이상한 거 아니죠?][이 바보같이 웃고 있는 게 진짜 송문수에요?]계지원과 육현경도 이내 좋아요를 눌렀고 예수진은 본인다운 댓글을 달았다.[이젠 남자 친구 생겼다고 나랑은 영화 안 본다는 거지?][송문수 웃는 거 진짜 바보 같긴 하다.][무슨 영화 봐요? 재밌어요?]소이연까지 댓글을 달고 회사 사람들도 수많은 좋아요를 보내며 각양각색의 축하 인사를 해오자 하지수는 깜짝 놀라버렸다.평소에 감명 깊게 본 문구나 올리던 하지수가 갑자기 일상을 올려버리니 사람들의 반응이 폭주해버린 것 같았다.그에 하지수는 답장이라도 하려 했지만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송문수에 핸드폰을 가방에 찔러넣을 수밖에 없었다.“영화 곧 시작하는 데 뭐해?”“아무것도 아니야.”처음에는 송문수와의 데이트라는 생각에 설레어 영화에 집중을 못 했지만 영화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갈수록 하지수는 점점 그 내용에 깊이 빠져들어 버렸다.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의 불이 켜졌을 때도 넋을 놓고 있었는데 저를 흔드는 송문수 덕분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영화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끝났으니까 이제 가자.”차에 올라타서도 아무 말도 안 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그녀를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며 물었다.“왜 영화 보고 나와서 한마디도 안 해?”미간을 찌푸린 채 묻는 송문수를 보며 하지수는 오히려 본인이 더 따져 묻고 싶었다.누가 데이트하러 나와서 를 보냐고.너도 날 죽일 거냐는 질문을 할 수는 없으니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하지수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설마 나도 널 죽일 거냐 뭐 그런 질문이 하고 싶은 거야?”그런데 그때 송문수가 헛
처음에는 그냥 곁눈질로만 보던 송문수는 제 눈에 들어온 낯선 하지수의 모습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그녀의 옷차림에 그의 심장은 빠르게 쿵쾅대기 시작했다.이게 연애라는 건가 싶어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뻘쭘했던 하지수가 물어왔다.“나 별로야?”역시나 이런 여성스러운 원피스는 저한테 안 어울리는 건가 싶어 예수진의 말을 믿은 걸 후회하는 하지수였다.“나 옷 갈아입고... 아!”본인도 이런 착장이 어색해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송문수가 하지수의 팔을 잡더니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하지수는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가 상대방에게 들릴 것만 같아 애써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문수 씨, 왜 그래?”제 품에 안긴 채 고개를 들며 물어오는 하지수를 바라본 송문수는 그녀와 한참 동안 시선을 맞추다가 말했다.“나 못 참을 것 같아.”“응?”“못 참겠어.”의문문이 서술문으로 바뀌는 순간, 둘의 상황도 완전히 변해버렸다.그녀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 그래도 괴로웠는데 치마까지 입으며 자신을 유혹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키스를 퍼부었다.“영화 보러 안 가?”미간을 찌푸리며 항의하는 그녀의 모습조차 예뻐 보였던 송문수는 그딴 영화는 개나 줘버리고 그저 그녀의 위에서 사랑을 나누고 싶었지만...망할 놈의 생리 때문에 또 한 번 자신의 욕구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이 상황이 죽을 만큼 힘들었던 송문수는 예전에 누렸던 방탕했던 생활에 대한 벌을 이렇게 받는 건가 싶기도 했다.“가자.”“나가자 이제.”송문수와의 키스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이 상태로 더 있다가는 그가 이성을 잃고 자신을 덮쳐 피가 사방으로 흐르게 될까 봐 하지수는 그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잠깐만.”“왜?”하지만 송문수는 허리에 두른 팔을 풀 생각이 없는지 괜히 시간을 끌며 하지수 쪽으로 점점 더 다가갔다.훅 들어온 얼굴 공격에 볼이 빨개진 하지수는 속으로
핸드폰을 돌려받은 송문수가 아무런 해명도 없이 바로 방에 들어가 버리자 혼자 남은 하지수는 화해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다시 전처럼 쌀쌀맞게 구는 송문수에 고민 상담이라도 하려고 예수진과 소이연이 함께 있는 단톡방에 문자를 보내보았다.[다들 바빠요?]한참 지나서 소이연이 답장을 보내왔다.[아니요, 왜 그래요 지수 씨?]어젯밤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왜 갑자기 태도가 변한 건지 알 수 없었던 하지수는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키보드를 켠 채 고민만 하고 있었다.[지수 씨?][왜 그래 지수야?]예수진까지 답장을 보내오자 하지수는 그냥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말해버렸다.[문수 씨가 또 바람을 피우는 것 같아.]그에 예수진은 토하는 이모티콘을 보내왔고 소이연도 물음표 하나를 보내왔다.[문수 씨도 오늘 출근 안 하니까 같이 시간 좀 보내려고 했거든. 그런데 밥 먹을 때도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거야. 누구랑 얘기하는지 가끔가다 웃기도 하고. 그러다가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내가 핸드폰 전해주려고 잠깐 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소리치는 거 있지? 다른 여자랑 문자 하는 거 내가 볼까 봐 그런 사람처럼 너무 이상하잖아.]하지수가 말한 다른 여자들이 자신들을 가리키는 것이었기에 소이연과 예수진은 깜짝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나마 반응이 빠른 예수진이 빠르게 소이연에게 개인 톡을 보냈다.[지수가 문수를 오해한 것 같은데, 어떡하죠? 그냥 사실대로 말할까요?][잠깐만요, 일단 너무 충동적으로 그러진 말아요 우리.][문수 씨가 서프라이즈 하려고 얼마나 많이 신경 썼는데 우리가 이렇게 스포 해버리면 엄청 화낼 거에요.][그럼 어떡해요? 지수 울 것 같은데.][그냥 문수 씨한테 주의하라고 알려주죠?][아무튼 송문수는 진짜 바보라니까요.]화끈한 성격답게 욕부터 내뱉은 예수진은 셋이 함께 있는 단톡방 안에서 송문수에게 따로 주의를 주고는 다시 아까의 톡방으로 돌아가 하지수도 위로해주었다.그렇게 하지수가 한창 예수진과 소이연한테 하소연을 하고 있을 때
혼자 술을 마시던 하도경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아서 먼저 나가떨어져 버린 셋을 비웃고 있었다.아무래도 평소에 술을 많이 마시지 않던 사람들이라 주량이 턱없이 약한 것 같았다.알딸딸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난 하도경은 몸은 휘청거렸지만 그래도 정신줄은 잡고 있어 다행히 두 발로 걸을 수는 있는 정도였다.입구를 향해 걸어가던 하도경은 예수진에게 인사를 해야 하나 싶어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미 끝난 사이에 구질구질하게 구는 것 같아 그저 밖으로 나갔다.자신이 예수진을 완전히 잊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처도 무뎌지니 전만큼 아픈 것 같지는 않았다.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온 하도경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빠르게 씻고 침대에 누웠다.술기운까지 더해져 잠에 들려던 찰나, 둘둘씩 짝을 지어 제 앞을 벗어나던 친구들이 떠올랐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씩씩거렸다.여자친구 있는 게 별것도 아닌데 혼자만 없으니 괜히 더 서러운 것 같았다....다음날, 효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수진은 원활한 교류를 위해“비밀작전팀”이라는 단톡방을 개설했는데 거기에 소이연과 송문수를 초대하고 아침부터 문자를 쉴 새 없이 보내고 있었다.예수진이 보내온 로맨틱한 프러포즈 장소가 하도 많아 송문수는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었다.[뭐가 이렇게 많아? 그냥 하나로 통일하면 안 돼? 나 이거 다하다가는 힘들어서 죽어.][누가 다하래? 여기서 고르라고.][조금 복잡하긴 하네요.]송문수가 어이없어하자 소이연이 나서서 정리하기 시작했다.[일단 셋 다 별로인 것부터 빼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들로 몇 개만 추려보죠.][난 이연 씨말에 동의, 역시 이연 씨가 나서야 좀 믿음이 간다니까요.][송문수, 너 말 똑바로 안 하면 나 여기 나간다?][아, 미안해. 그놈의 성질 진짜.]예수진 앞에서는 늘 기고 들어가야 했던 송문수는 이번에도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계획 빨리 짜고 프러포즈에 필요한 도구
송문수가 나간 뒤 예수진은 계지원의 얼굴이라도 닦아주려고 수건을 가지러 가려 했는데 그 순간 갑자기 몸을 일으킨 계지원에게 손목이 잡혀버렸다.“수진아.”“깼어? 머리는 안 아파? 오늘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안 아파, 나 안 취했어.”걱정스런 아내의 질문에 계지원이 태연하게 답하자 예수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진짜?”“응.”“그럼 연기였어?”“응.”“친구들 상대로 너무 한 거 아니야 당신?”“내가 취하면 너는 누가 챙겨? 배도 점점 불러오는데.”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계지원에 감동한 예수진은 잔뜩 부른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물었다.“그럼 나 걱정돼서 그만 마신 거야?”“당연하지, 너 말고 내가 걱정할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그 말에 마음이 따뜻해진 예수진은 큰 결심을 내린 사람처럼 말했다.“내가 애만 낳으면 당신이랑 당신 친구들이랑 밤새 같이 술 마셔 줄게.”“...”거실에 남은 송문수와 하도경은 때를 모르고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하지수는 취하기 전에는 그만두지 그들을 알기에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하지만 소이연도 떠나고 예수진도 남편을 돌보러 들어가 버리니 심심했던 그녀는 영화나 찾아볼까 싶어 리모컨을 들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수 씨, 문수 취한 것 같은데요?”이미 테이블에 엎어져 버린 송문수는 그 와중에 하도경의 말을 들은 건지 갑자기 중얼거렸다.“나 안 취했어, 아직 더 마실 수 있다고. 하도경, 내가 오늘 너보다 먼저 취하면 나 이제 송문수가 아니야.”딸꾹질을 하면서도 오기를 부리는 송문수에 하도경이 그를 밀어내며 대꾸했다.“술도 못 마시면서 뭐 날 이긴다고 난리야, 너 한 10년은 연습해야겠다.”“너 나 무시하냐?”하도경의 말에 발끈한 송문수가 제대로 앉아보려 했지만 이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진 채 눈을 끔뻑이며 술잔을 찾아 헤맸다.“문수 씨 취했어, 이제 그만 가자.”힘겹게 송문수를 일으켜 세우던 하지수는 하도경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물었다.“도경 씨는
친구인 계지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물어볼 게 있다는 송문수에 예수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봤다.“일단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비웃지 않겠다고 약속해.”“뭔데 그래?”“나 지수한테 다시 프러포즈하려고.”망설임 없이 말하는 송문수에 예수진은 깜짝 놀라 입을 벌린 채 제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송문수가 하지수한테 다시 프러포즈를 하다니, 예수진은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표정은 왜 그래, 내가 프러포즈한다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저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송문수에 예수진은 바로 입을 다물며 물었다.“너 진심이야?”“당연하지.”“진짜 지수랑 잘살아 보려고?”“응.”“밖에 나가서 이상한 짓도 안 하고?”도무지 송문수를 믿을 수 없었던 예수진은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안 한다니까.”“어떻게 장담하는데.”“어떻게 하면 믿을래?”“남자들이 하는 말은 믿는 게 아니랬어.”제가 무슨 말을 해도 예수진이 믿지 않을 것 같아 송문수는 한숨을 쉬며 큰 용기를 내어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나 감옥에서 나온 뒤로 여자들 만난 적 없어.”“뭐?”“그러니까 지수랑 우연히 한 거 말고는 여자 만져본 적도 없다고.”“진짜?”“내가 뭐하러 널 속여.”“그럼 맹세해, 거짓말하면 평생 남자 구실 못하는 거야.”자꾸 되묻는 것도 슬슬 짜증 나는데 저런 말까지 하는 예수진에 송문수는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못하겠어?”“한다 해, 내가 한 말 다 진짜고 만약 조금의 거짓이라도 있으면 난 이제 남자 아니야.”“대박이다, 송문수. 네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송문수가 맹세를 하자마자 예수진은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나 좀 도와줘. 전에 지수가 나랑 결혼한 건 지수를 위한 결혼이 아니었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지수가 마음에 들어 할만한 결혼식을 하고 싶어.”“진작 그랬어야지.”“나는 이런 쪽엔 워낙 소질이 없잖아, 낭만적인 것도 잘 모르고. 그러니까 네가 나 대신 생각 좀 해줘.”송문수는 멋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