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성인이야, 나도 육체적인 수요가 있고. 이젠 과거의 트라우마도 끝내고 싶었어, 철저하게."육현경을 쳐다보는 소이연은 유난히 차가웠다.육현경은 냉소를 지었고, 계속 그렇게 웃고만 있다."우린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잘못이었어. 육현경, 내가 전에도 말했지, 서로한테 제일 좋은 방법은, 당신이 심아윤한테 돌아가고,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고."소이연은 단호하게 그를 쳐다봤다.감정은 없고 그저 결별뿐."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한치의 흔들림도 없어?"육현경이 물었다.지금까지 왔는데, 한 번이라도 바뀌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걸까?"없어."소이연이 확답했다."날 그저 무섭고 불안하게 했어. 언제 또 심아윤을 건드려서, 언제 또 죽음을 당할지! 모함당하고, 암살당하고, 지금은 또 민이로 협박까지... 육현경, 나 이젠 지겨워.""곧 끝날 거야."육현경이 확신에 찬 어투로 답했다."끝은 없어."소이연이 냉랭하게 말했다."끝이 있더라도... 그저 폭풍전야의 고요함일 뿐이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끝나기 전에 발생할, 예상치 못할 참담한 일들. 나도 사람이야, 목숨의 손해까지 견딜 순 없어.""소이연...""내가 진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은 거라면, 이렇게 자꾸 떠나려 하지 않을 거야. 내가 결정한 일은 다 심사숙고한 뒤 깨달은 것들이야. 그리고, 또 하나 고백할게 있어."소이연은 멈칫했다.육현경은 그녀를 바라봤다.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보았다."그때, 어르신께서 육씨 그룹 기념일 날, 육씨 저택으로 날 데리고 가 많은 얘기들을 하셨어. 육민이가 내 아이란 걸, 그때 나와 하룻밤을 보낸 게 당신이라는 걸 알게 해주셨고, 당신 곁에서 떠나라고 강요하셨어.""할아버지가...""마저 들어봐."소이연이 말을 끊었다.육현경은 입술을 앙다물었다."맞아, 난 그저 당할 사람은 아니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어. 하지만 어르신께서 조건을 제시하셨고, 난 받아들였어.""무슨 조건인데?""어르신
그도 입맛이 없는 듯했다.소이연은 눈앞에 놓인 음식을 꾸역꾸역 다 먹고야 말았다.엄마로서, 본인의 신체를 막 다룰 자격이 없었다.그녀는, 육민을 잘 챙겨줘야 한다.젓가락을 내려놓은 뒤 소이연은 침실로 돌아갔다.육민이는 이미 잠들었다.천진난만하고 깊게 잠든 그의 모습을 보며 소이연은 생각했다. 자신이 한 결정이 무엇이든 후회하지 않는다고.다음날 이른 아침.소이연은 육민과 잠깐의 이별을 했다.육현경이 심아윤과 결혼을 하기 전까진, 육민은 여전히 육현경의 소유다.그녀는 당장 육민을 데려갈 만큼 잔인하지 않았다.더군다나, 지금은 육민이 육현경 곁에 있는 게 더 안전했다."밖에 차가 왔어."육현경이 귀띔했다."응."소이연은 육민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며칠 뒤면 개학이니까, 장안으로 돌아가면 엄마 다시 만날 수 있어.""응응."육민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어제 일로 엄마와 아빠가 영원히 함께 있을 줄로 알았다.하지만 육민은 어릴 때부터 철이 빨리 들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얌전히 말을 들었다.마음 아플 만큼 얌전했다."이거."육현경이 약 한 알을 소이연에게 건넸다.소이연은 한번 보았다.사후 피임약이었다.사실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3일 안에 먹기만 하면 약효가 있는 터라, 오늘 떠난 뒤 혼자 약국에 가서 사려 했다.하지만 그가 주동적으로 건네니, 그녀도 거절하지 않았다."차에서 기다릴게."육현경은 몸을 돌려 떠났다.어제의 애정 어림부터 오늘의 차가움까지.이게 바로 어른들 사이의 현실이다.소이연은 약을 먹고 육민과 다시 작별 인사를 한 뒤 떠났다.육민은 엄마가 아빠의 차에 타는 걸 빤히 쳐다보았다.육민이의 작은 몸을 보고 있자니 소이연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쉬움에 가득 찼다.앞으론, 앞으로는 꼭 육민을 자신의 곁에서 데리고 지낼 것이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마음을 평온히 다잡았다.곁에 앉은 육현경은 시종일관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이 저택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소이연은 육현경의
소이연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 그녀는 사실 육현경의 만나러 가지 않고 그저 멀리서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시울은 여전히 붉어졌다.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치...... 심장이 떨어져 나가듯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헬리콥터는 30분 맴돌다가 교외의 공터에 착륙했다. 심문헌의 검은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물론 자동차 한 대뿐이 아니었다. 사고 이후 심문헌은 주변을 더욱 철저히 지키게 했다. 소이연은 헬리콥터에서 내렸다. 지팡이를 짚고 있어 불편한 그녀 앞에 하얗고 큰 손이 나타났다. 소이연은 고개를 들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심문헌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보아하니 그때의 교통사고로 그는 크게 다친 것 같았다. 소이연도 사양하지 않고 심문헌의 팔 잡고 헬기에서 내린 뒤 그를 따라 검은색 승용차에 탔다. 그들이 승용차에 타자 차가 출발했다. 헬기도 떠나갔다. 소이연은 왜 육현경이 그의 별장이 안전하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별장은 첫째, 찾기도 어려웠고 하늘에서는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 둘째, 설령 찾았다고 해도 산에서 침입한 사람이 유리할 것 같지는 않았다. 소이연은 멍하니 헬리콥터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서운해요?" 심문헌이 물었다. "아니에요." 소이연은 눈빛을 감추며 부인했다. 심문헌은 그녀의 평온한 뺨을 바라보았다. 소이연이 잘 감추었다 해도, 사실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육현경 씨 곁에 왜 있지 않은 거예요? 그는 정말 이연 씨를 잘 지켜주는데." 심문헌이 솔직하게 말했다.. "실망하게 했어요." 소이연은 심문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육현경과 심아윤은 함께 하기로 했어요.” 심문헌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상관없어요. 이연 씨가 옳다고 생각하면 돼요. 우린 협력 관계일 뿐이에요. 당신이 선택한 거예요. 하물며 전에 분명히 말했잖아요, 저도 사실 큰 기대를
그들에게 다가가기만 했을 뿐인데 압박감을 느꼈다. 소이연이 문 앞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던 한 사람이 안에 있는 사람에게 무전기로 보고하자, 안에서 그녀에게 자 방문을 열어주었다. VIP룸 일반 룸과는 달랐다. 고급스러운 장식이 눈길을 끌었지만, 소이연은 지금 이곳의 화려함을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커피 테이블로 걸어갔다. 이 순간 테이블 앞에 앉아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은 심아윤이었다. 심아윤의 뒤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고 문 앞에도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녀가 경계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심아윤은 그녀가 혼자 나타나자 깜짝 놀랐지만, 재빨리 표정을 숨겼다. "앉아요." 심아윤이 말했다. 소이연도 거절하지 않았다. "소이연 씨는 뭘 마시겠어요?” “블루마운틴.” 커피 주문한 뒤 두 사람은 여전히 마주 보고 있었다. 심아윤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소이연 씨가 혼자 나올 줄 몰랐어요. 좀 놀랐어요.”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녀는 소이연이 한 번 만나자고 했을 때, 정말 놀랐다. 이렇게 똑똑한 소이연이 자신이 몰래 무엇을 했는지 모를 리 없다. 계속해서 그녀를 죽이려고 했는데, 감히 이렇게 대담하게 그녀를 만나러 오다니?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면서도 거절할 수 없었고, 소이연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보고 싶어 초대에 응했다. 어쩔 수 없이 왔지만 이번 싸움은 소이연에게 좀 버겁긴 했다. 그녀가 한순간 그녀가 별것 아닌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물론 심아윤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심씨 가문에서 본 적이 없는 큰 장면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소이연 씨, 오늘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한 거죠?" 심아윤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심아윤 씨에게 나와 육현경의 관계를 설명하러 왔어요.” 심아윤의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 지금 그녀를 협박하러 온 것인가? 육현경이 소이연을 사랑하고 자신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소이연의 휴대전화를 집어든 심아윤은 휴대전화에 찍힌 사진을 보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아무리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아는 그녀라 하더라도 이번에는 표정을 숨기기가 힘들었다. "이게 무슨 의미죠?” 심아윤이 소이연에게 물었다. 방금 육현경과 헤어졌다고 말하면서 육현경과 잠자리에 든 사진을 보여준다?! 장난하는 거야? 자랑하는 거야? 그녀와 육현경은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며 약혼을 발표했어도, 그들은 여전히 손도 못 잡아 봤고 아무런 스킨십도 없었다. 그녀는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소이연 씨,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거로 생각하지 말아요!" 심아윤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 사진을 보여준 건 나와 육현경 사이의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증명하려는 것도 아니고, 당신 앞에서 생색내는 것도 아니에요. 단지 심아윤 씨에게 말해주는 거예요. 나도 내 선이 있어요. 날 잘못 건드리면,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어요." 소이연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심아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이연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당신이 내 가장 중요한 사람을 건드리면 나도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어요. 우리 셋의 이런 떳떳하지 못한 관계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도 있어요. 나는 당신이 심씨 가문도 체면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바라요.” 심아윤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소이연은 오늘 그녀를 협박하러 온 것이다. 며칠 전 그녀는 일부러 육민을 이용해 소이연을 협박을 했고, 소이연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되갚는 중이었다."난 어차피 외톨이에요. 내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 해도 심씨 가문과 육씨 가문에 비하면 하찮을 뿐이죠. 난 내가 망가지는 일을 신경 쓰지 않아요. 어쨌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심씨 가문과 육씨 가문은...... 손해를 헤아리기 어려울 거예요.” "소이연 씨, 생각보다 똑똑하시네요." 심아윤은 비꼬며 말했다. "만약 당신이 그를 이렇게 모략하고, 목숨을 잃더라도 소이연 씨를 구하기 위해
유일하게 진짜 심아윤을 위협하는 방법은 육현경 밖에 없었다.육현경의 스캔들로 외부 여론을 시끄럽게 만들면 심씨 가문은 가문의 명성을 위해 육현경과 파혼을 택할 것이다.하지만 파혼으로 심씨 가문에 손실을 안겨주게 될 것이고 한편으로는 심아윤 자신에게 손실일 것이다. 그녀가 육현경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업적인 면에서 심씨 가문의 손실이었다.그래서 심씨 가문은 더 이상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고, 심아윤도 감히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우리 가문과 육씨 가문의 실력으로는 뉴스 쯤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나요?"심아윤도 쉽게 협박당하지 않았다."계지원이 이렇게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현재 알려진 바가 없어요. 우리 두 가문의 능력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밖이라는 것쯤은 소이연 씨도 잘 알고 있을 텐데요.”"심문헌이라면요?”소이연은 심아윤에게 물었다.심아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엄연한 협박이었다."당연히 난 당신들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하겠죠. 하지만, 심문헌 씨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소이연은 차갑게 심아윤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걸 심문헌 씨에게 주면 어떨까요? 아마 그가 가장 먼저 심아윤 씨와 육현경의 결혼을 깨뜨리겠죠.” "소이연 씨, 정말 당신의 총명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당신은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이 스스로 가장 유리한 일인지 잘 알고 있네요. 하지만 너무 자신감이 넘쳐요!" 심아윤은 얼굴과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 "지난 몇 차례의 사고가 왜 일어났고, 배후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소이연은 경계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 스스로 이렇게 좋은 기회를 줬는데, 내가 놓칠 것 같나요?" 심아윤은 음흉하게 웃었다. "오늘 당신은 날 찾아오는 순간부터 살아서 여기서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던 거예요.” "걱정되지 않나요? 내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것 같나요?” 소이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에게 위험
소이연은 차갑게 심야윤을 바라보았다. 몸이 조여오며 등에서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그녀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침착하고 냉정함을 유지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나 봐요?” 심아윤은 미친 듯이 웃었다. 소이연의 표정을 숨겼다 하더라도, 그녀는 소이연이 분명 두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손에 죽으면 섭섭할까요?” 심아윤은 소이연에게 물었다. "진심으로, 몇 번이나 당신을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했어요. 그런데 지금 제 발로 이런 기회를 주니 얼마나 좋아요. 소이연 씨, 방금 말했다시피 자신감이 너무 넘쳐흐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에요!” "심아윤 씨가 나를 죽이면 육현경이 용서할 것 같아요?” "아니요, 그렇다고 지금 육현경이 나를 용서해 줄까요?" 심아윤이 소이연에게 되물었다. 소이연은 차갑게 노려보았다. "어차피 용서받지 못할 거, 후환을 먼저 해결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정말 죽으면 육현경은 희망이 없어졌으니 완전히 포기할 수 있겠네요.” 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심아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그녀는 일어나서 위에서 소이연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 그녀는 소이연의 곁을 지나가며 말했다. "깨끗이 처리해.” "네." 경호원은 공손하게 답했다."역겨운 장면은 보지 않으려고요. 소이연 씨, 당신이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어요. 당신의 한계는 여기까지니 후회할 것도 없겠네요. 당신 인생은 오래전에 끝났어야 했어요” 말을 끝낸 심아윤은 경호원에게 문을 열라고 하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방문이 열리자 그녀의 이마에 검은 총구가 겨누어졌다. 심아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 뒤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재빨리 총을 꺼내 들고 방문 앞에 있는 사람에게 겨누었다. 입구에는 적어도 열 명 이상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모두 총을 들고 방문을 겨누고 서 있었다. 문 틈으로
"이렇게 하고도, 심씨 가문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오빠의 할아버지가 좋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빠 할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 오빠가 한 짓은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예요! 오빠 집안은 끝장이라고요.” "그렇게 말한다면......" 심문헌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했다. 심아윤의 눈에는 교활한 빛이 스쳤다. 이해관계에 있어서 심씨 가문은 항상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양심을 버렸다. 생명의 은인은 고사하고 가장 친밀한 가족도 포기할 수 있었다. "갑자기 생각나게 있어. 우리 사이가 계속 이렇게 긴장된다면 할아버지나 형이 소이연을 죽이라고 명령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되면, 소이연을 위해서라도 내가 널 죽일 것이고, 내가 널 죽이면, 할아버지나 형이 경찰에 나를 넘기겠지. 우리 집에 내가 없는데 어떻게 너희 집과 싸우겠어?! 이 힘든 일을 내가 한 번에 해결하면 할아버지와 우리 형은 기뻐하지 않을까?!” 심아윤의 안색이 즉시 어두워졌다. 가슴 한가운데서 서늘한 기운이 솟아올라 뼈가 시린 느낌이 들었다. 심문헌의 말이 정확했다. 그가 말한 일은 100%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컸다. 그녀와 심문헌은 너무 오랜 시간 대치했고, 할아버지와 오빠에게 알려질 정도로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그들이 정말로 그런 명령을 내릴지도 모른다. 지금 그녀 곁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그녀를 보호하고 있지만, 결국 할아버지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명령에 복종할 것이다. "동생아,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아." 심문헌이 다시 한번 말했다. 심아윤이 이를 갈다. 그녀는 이렇게 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정말 소이연의 생명을 놓고 싸울 수 없었다. 소이연이 어찌 자신의 생명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대체 소이연이 어디가 좋길래 이렇게까지 해요? 목숨도 버릴 정도야?!" 심아윤은 끝내 화를 참지 못했다.마음속으로 이미 결정을 내렸더라도 말이다."오빠도 그렇고, 육현경도 그렇고!” “육현경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