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육씨네 집안사람들이 모두 외국으로 떠나서 육현경이 육민이를 심아윤한테 말겼다고?그녀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육민이를 그녀의 곁에 데려갈 생각은 안 해봤는지?소이연은 이를 악물며 현실을 받아들였다.지금, 이 상황에서 육현경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이어 며칠간.육현경은 가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계지원의 진척이 많지 않아 메시지 수량도 적었다.이때 심아윤은 늘 모멘트에 육민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올렸다.민이와 함께 요리하다 두 사람 엉망이 된 샷. 민이 샤워를 시켜주는데 민이의 온몸에 거품이 된 샷.육민이 데리고 외출하여 놀이공원 가서 자극성 있는 놀이기구 탄 샷.그리고 산에 데리고 가서 등산한 샷.소이연은 지금까지 쭉 침묵 일관하였다.조용하게 심아윤의 모멘트를 뒤지면서 일부러 드러낸 모성애를 보는데.갑자기 육민이가 다리 상한 사진을 보면서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사진상의 육민이는 머리를 숙여 하얀 붕대를 감은 다리를 보고 있어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모멘트에 올린 글 내용은: 미안해, 우리 왕자. 내가 잘 못 챙겨줬어. 그 뒤에는 우는 이모티콘을 몇 개 달았다.한계가 온 것 같다. 그녀는 심아윤한테 카톡을 보냈다. "육민이 어떻게 됐어?""별일 없어. 오늘 우리 둘 등산을 하다가 부주의로 발을 삐끗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얘기하시길 며칠만 쉬면 된다고 했어.""육민이 어디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현경이가 육민이를 부탁한 거야. 현경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육민이를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소이연은 주먹에 점점 힘을 주었다."걱정 마, 내가 잘 돌봐줄 수 있어."심아윤이 문자를 보내왔다.한참 후 몇 마디가 이어졌다."내 아들이니까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야."이 말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이나 사실은 협박의 뜻이 함유되어 있다.소이연을 협박해 때가 되면 그는 육민이한테 손을 댈 수도 있다.소이연은 가슴이 철렁거려 숨이 가빴다.심지어 육민이 다친 다리가 심아윤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닌
"너 진정 좀 해."육현경은 소이연을 다독이며 말했다."심아윤이 육민이한테 나쁜 짓 안 할 거야.""그 정도로 그 여자 믿어?""적어도 지금은 안 할 거야."육현경은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내면서 아주 확신하고 있다."그 여자가 육민이 다치게 만들었어!""어린애잖아, 부딪히는 건 정상이지."소이연은 휴대전화를 손에 꽉 쥐면서 분노를 억누르기가 어려웠다."내가 곁에 없을 때 아무 데도 가지 마. "육현경은 차분하게 당부한다."심아윤 그 사람 육민이를 해하진 않지만 너를 다치게 할 수 있어. "소이연은 전화를 뚝 끊었다.육민이 일에서 그녀는 차분해지기 힘들었다.하지만 육현경 앞에서 뭐라고 반항하지 못했다.이틀 뒤. 육현경이 돌아왔다.새벽 3시.소이연은 평소에 쉽게 잠에서 깨어난다. 밖에 기척이 있지만 일어나진 않았다.그냥 몸을 뒤척이고 계속 잠을 청했다.이때 방문이 몰래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소이연은 자는 척했다.상대하기가 싫었다.그 순간 침대 한 편이 움푹 꺼지는 것을 느꼈다.소이연은 조금 화가 났다.원래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말이다.그녀는 동작을 거칠게 몸을 뒤척이다가 그녀를 향해 방글방글 웃는 어린 얼굴을 보고 놀랐다."엄마!"육민은 달콤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그리고 그녀의 목을 한 번에 둘렀다.아담하고 작은 몸이 이렇게 그녀의 품에 안겼다.아기를 안으면서 따뜻한 몸의 온도를 느끼자 소이연은 금방 마음이 녹았다."엄마, 나 보고 싶었어? 나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육민은 그녀의 목을 꼭 껴안고 억울하게 말했다. "작은 엄마가 자꾸 나를 낙성으로 데려오려 했어. 원래 나 하나도 오고 싶지 않았거든? 아빠가 엄마가 낙성에 있다 해서 급하게 보러 왔어.""아빠가 이 시간에 민이를 데리고 온 거야?""응."육민은 소이연의 목을 두르던 손을 풀고 그녀와 눈을 마주 보았다. "원래 나 예쁘게 잠들어 있었는데 아빠가 엄마 보러 가자고 해서 바로 깼어. 엄마 나 너무 시끄러워?""아니야."소이연
인정하기 싫지만 그녀는 심아윤의 수에 넘어간 것 같다!물론 심아윤이 실제로 육민을 놓고 협박하는 것일 수도 있다.소이연은 몸을 돌려 육민과 마주 향하였다.육민이와 잘 때 그녀는 습관적으로 불빛이 약한 야광 등을 켜 놓는다. 육민이 이불을 찰 때 다시 덮어줘야 했다.육민이의 곤히 잠든 얼굴을 보면서, 진정 엄마가 된 사람만이 아기가 자기 옆에서 곤히 잠들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동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소이연은 참지 못해 육민의 볼을 쓰다듬었다.엄마가 너를 잘 지켜줄게.다음 날. 소이연은 지금 생활이 습관이 되어 오전 10 시가 넘어서야 일어난다.육민은 어젯밤에 너무 늦게 잤는지 이 시간까지도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었고, 그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소이연은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조심스럽게 일어나 씻고 지팡이를 짚고 방을 나와 방문을 닫아줬다.거실 안은 하인뿐이다.지난 며칠간 일어날 때마다 얼떨떨했다. 육현경이 집에 안 돌아온 건가?다시 생각해 보니 자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아가씨, 아침 드실래요?"하인이 다가가서 물었다."좀 있다 먹을게요. 육현경이랑 육민이 보고 나서 먹을게요. 그다지 배고프진 않아요.""사장님은 이미 깨어나셨습니다."하인이 급히 답을 줬다.소이연은 의아했다.사람이 안 보였다."바로 전에 깨어나신 후 아씨와 작은 도련님이 아직 주무시길래 다시 방에 돌아갔어요. 깨어 나시면 다시 불러달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저 지금 가서 사장님 부를게요."도우미가 급히 말했다.소이연이 머리를 끄덕이다가 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제가 갈게요.""네."소이연은 원래 내심 미안했다. 전에 육민의 일 때문에 육현경과 싸웠는데 말이다.게다가 그녀는 실시간으로 계지원의 상황을 알고 싶었다.그녀는 육현경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문을 두드리자 방문은 저절로 열렸다.소이연은 아무 생각 없이 성큼 걸어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현경이 알몸 상태로 방 중간에 서있었는데 촉촉한 머리에 갓 샤워하
육현경은 방 안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약상자는 이미 준비되었다.그러니까 소이연이 안 들어왔으면 육현경은 혼자 약 바를 생각이었나?하지만 다친 건 그녀 때문이기도 했기에 결국 소이연은 마다하지 않았다.그녀는 소독 용액과 연고를 찾아내어 몸을 웅크려 육현경의 다리 상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확실히 감염된 것 같다."조심 좀 하지?"소이연은 묻는다."이런 곳에서 주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육현경은 어쩔 수 없는 듯하였다.소이연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진지하게 그의 상처를 처리해 준다."쓰읍!"육현경은 상처가 아픈지 엄살 소리를 낮게 냈다."아파?"소이연이 묻는다. "안 아파. "육현경은 고집불통이라 부정했다.사실상 허벅지 안쪽을 다쳐서 무척 아팠을 것이다.소이연은 신경 써서 살살 다루었다.방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소이연은 너무 상처 처리에 몰입한 나머지 주변을 아예 의식하지 못했다.그녀는 육현경의 다리를 소독한 후 하얀색의 면포로 둘둘 싸주었다. 마침 고개를 들어 보니 육현경이 바로 눈앞에 보였는데 그 눈빛은 심상치 않았다.그녀의 마음은 조금 흔들렸다.그제야 지금, 이 자세가 다소 애매하다는 걸 알아챘다.소이연은 벌떡 일어서면서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일부러 침착한 척하면서 말했다. "다 됐어, 물에 절대 적시게 하지 말고 걸을 때도 부딪치지 않게끔 주의해. ""응..."육현경은 대답했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이연은 몸을 돌려 약상자 정리하면서 못 본 척 못 들은 척했다.그녀는 약상자에 있는 약통들을 정리하면서 물었다. "계지원은 지금 어때?"정직한 얘기를 나누면 어느 정도 열기라도 내릴 순 있다."해외 전문 의료 기지에 도착하고 나서 잘 되면 목숨에는 위험이 없을 거야. 단 계속 혼수상태에 빠져 있고 뇌에 핏덩어리가 누르고 있어. 전문가 얘기로는 핏덩어리는 자기절로 없어지지 않는대. 뇌수술 하게 되면 뇌를 여는 거니까 덩어리를 꺼내는 그 위험성은 지금보다 클 거야. 함부로 시도해서는
소이연은 눈을 올려 그를 쳐다봤다.그는 아직도 숨이 조금 차는 듯해 보였다.볼이 자연스레 빨개진 것도 느껴졌다.소이연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씻으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척했다.육현경도 걸어 나갔다.소이연은 손을 씻으며 넋이 나갔다.뇌리에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소이연은 수도꼭지를 잠그고, 물기를 닦은 뒤 화장실을 떠났다.육현경은 침실에 없었다. 언뜻 드레스룸 안에 그림자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소이연은 드레스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동작으로 드레스룸에 들어섰다.육현경은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지금 그는 아까 그것과 비슷한 검은색 트렁크만 입고 있었다.육현경은 앞에 놓인 전신 거울을 통해 소이연을 보았다.눈빛엔 놀라움이 스쳐 지났고 이어 입을 열었다."옷 갈아입고 바로 나갈게.""옷 입을 수 있겠어?"소이연이 물었다."응.""상처에 닿지 않아?""조심할게... 음..."육현경의 목젖이 저도 모르게 굴러갔다.소이연의 따뜻하고 작은 손이 등 뒤에 닿은 것처럼 느껴졌다.소이연은 지금 이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모르는 듯했다."미안해."소이연이 갑자기 사과를 했다."민이에 관한 일엔 내가 좀 민감해서, 그날엔 당신 시끄럽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육현경은 목이 타왔다.목소리마저 잠긴 듯했다."그래서 몸으로 갚는 방식으로 내 마음을 위로해 주려고?"육현경이 웃으며 물었다.농담이 느껴지는 어투였다.희망을 품은 적은 없었다.육현경은 잘 알고 있다. 심아윤과 철저히 선을 긋기 전까진, 소이연이 죽어도 본인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그래서 가끔은 인내가 극에 달해도, 마지막엔 그저 혼자 소화를 했었다."그럴 수 있다면."소이연의 얼굴이 그의 등에 맞닿았다.목소리는 아주 낮았다.아주 많이 낮았지만, 육현경은 들었다.선명하게 들려왔다.그의 몸은 눈에 띄게 경직되었다.심지어 소이연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장난을 치는 게 아닌지 의심되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소이연이 이렇게까지 말을 했지만 육현경은 움직이기 두려웠다.그때 그녀의 몸에 손을 댄 이후로, 소이연은 남자에 대해 무척 배척을 하고 있고,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 오래도록 미워하게 만들었는데.지금 다시 그녀를 만지면 소이연을 평생 못 만날까 봐 두려웠다.소이연은 그를 그녀의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육현경은 차라리, 참으려 했다."싫어?"육현경의 대답을 듣지 못한 소이연이 물었다."두려워."육현경은 진심이 담긴 대답을 내뱉었다.소이연은 멈칫했다.마음속엔, 알 수 없는 느낌이 생겨났다.웃기기도 하면서 조금 짠했다.그녀의 손이 갑자기 불안해졌다.이미 경직의 최고봉에 달한 그의 몸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소이연이 말했다."이번엔, 미워하지 않을 거야.""소이연, 당신 대체... 왜 그래?"육현경은 그녀의 불안한 손을 단번에 잡았다.몸을 돌려 그녀와 마주 보았다.붉어진 얼굴을 보아, 그녀도 생각만큼 태연하진 않은 듯했다.그리고 그녀의 손이 떨고 있는 것도 느껴졌다."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한테 사과하거나, 구해줬다고 보답하는 거, 필요 없어.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너의 보답은 필요 없어. 내가 널 위해 하는 모든 일에, 미안함 느낄 필요 없다고. 모든 건 다 내가 원해서야, 알겠어?"육현경이 진지하게 말했다.소이연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소이연이 원하지 않는다면 평생 이렇게 지내도 괜찮았다."나 원해."소이연은 육현경과 시선을 맞췄다.마주 보는 눈빛은 아주 진지했다.마치, 둘 사이에 있던, 그 말 못 할 장벽이 사라진 듯했다.지금의 그녀는 진짜 마음을 열고 진심을 다하고 있다."소이연... 읍."육현경이 눈을 크게 떴다.소이연은 갑자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발끝을 겨우 들어,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육현경이 하고 싶은 말들은, 전부 막혔다.그는 믿을 수 없었고 움직이기 무서웠다.그렇게 소이연이 한참을 키스하도록 내버려 두었다.육현경은 자신을 억눌렀다.소이연은 한참을
그녀의 미세한 움직임이 옆 사람을 깨운 게 분명했다.정확히 말하면, 놀라서 깨어난 게 아니다.그는 계속 깨어 있었고 소이연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배고파?"육현경이 물었다.분위기 있는 목소리엔 가벼움도 조금 묻어 있었다.그는 지금 생기가 넘쳐나며 기분이 상쾌해 보였다.하지만 소이연은 온몸이 나른하고 노곤해 죽을 듯했다."몇 시야?"소이연이 물었다."저녁 10시.""이렇게 늦었어?"소이연은 놀랐다."그렇지?"육현경은 웃으며 답했다. 목소리는 희열을 전혀 숨기지 못했다."민이는?""민이가 이젠 자기도 다 컸다고, 혼자 잘 수 있대. 그래서 지금 착하게 자러 갔어."육현경이 답했다. 그리고 곧장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민이가, 자긴 오빠 역할이 어울린대."소이연은 육현경을 바라봤다.그녀는 허둥대며 몸을 일으켰다.육현경은 그런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몸 위를 덮고 있던 이불이 스르륵 떨어졌고, 하얀 피부 위의 파랗고 자줏빛이 도는 흔적들이 괜히 흉해 보였다.소이연은 고개를 홱 돌려 육현경을 쳐다봤다.육현경은 어색하게 말했다."일어날 거야?""응.""옷 가지러 갈게.""고마워."육현경은 이불을 열어젖혔다.분명 일찍 일어났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이렇게 이불을 열어 젖히다간...소이연은 얼굴을 홱 돌렸다.육현경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못 본 데가 어딨다고 그래?"소이연은 반응하지 않았다."우린 대낮에...""그만 좀 말 할래?"소이연이 참다못해 다그쳤다.육현경은 웃으며 방을 떠났다.소이연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는 뒷모습에서 까지도 그때의 행복함이 드러나는 듯했다. 그녀의 눈빛은 가라앉았다, 깊게.둘은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도우미가 저녁식사를 준비했다.둘은 조용하게 먹고 있었다.소이연이 갑작스레 입을 열었다."나, 장안에 돌아가고 싶어졌어."나이프를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멈칫했다.그녀가 몸을 허락한 게, 그저, 떠나고 싶어서였나."그렇게
"우린 성인이야, 나도 육체적인 수요가 있고. 이젠 과거의 트라우마도 끝내고 싶었어, 철저하게."육현경을 쳐다보는 소이연은 유난히 차가웠다.육현경은 냉소를 지었고, 계속 그렇게 웃고만 있다."우린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잘못이었어. 육현경, 내가 전에도 말했지, 서로한테 제일 좋은 방법은, 당신이 심아윤한테 돌아가고,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고."소이연은 단호하게 그를 쳐다봤다.감정은 없고 그저 결별뿐."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한치의 흔들림도 없어?"육현경이 물었다.지금까지 왔는데, 한 번이라도 바뀌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걸까?"없어."소이연이 확답했다."날 그저 무섭고 불안하게 했어. 언제 또 심아윤을 건드려서, 언제 또 죽음을 당할지! 모함당하고, 암살당하고, 지금은 또 민이로 협박까지... 육현경, 나 이젠 지겨워.""곧 끝날 거야."육현경이 확신에 찬 어투로 답했다."끝은 없어."소이연이 냉랭하게 말했다."끝이 있더라도... 그저 폭풍전야의 고요함일 뿐이야.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끝나기 전에 발생할, 예상치 못할 참담한 일들. 나도 사람이야, 목숨의 손해까지 견딜 순 없어.""소이연...""내가 진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은 거라면, 이렇게 자꾸 떠나려 하지 않을 거야. 내가 결정한 일은 다 심사숙고한 뒤 깨달은 것들이야. 그리고, 또 하나 고백할게 있어."소이연은 멈칫했다.육현경은 그녀를 바라봤다.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보았다."그때, 어르신께서 육씨 그룹 기념일 날, 육씨 저택으로 날 데리고 가 많은 얘기들을 하셨어. 육민이가 내 아이란 걸, 그때 나와 하룻밤을 보낸 게 당신이라는 걸 알게 해주셨고, 당신 곁에서 떠나라고 강요하셨어.""할아버지가...""마저 들어봐."소이연이 말을 끊었다.육현경은 입술을 앙다물었다."맞아, 난 그저 당할 사람은 아니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어. 하지만 어르신께서 조건을 제시하셨고, 난 받아들였어.""무슨 조건인데?""어르신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