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우리 아직 안 끝났잖아?” 심진우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심아윤은 결국 심진우를 이기지 못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소이연이 죽었기를 기도할 뿐이었다.육현경이 도착했을 때, 발견한 것이 차가운 시체이기를.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아윤은 비로소 조금이나마 진정이 되었다.육현경은 속도를 올려 연회장을 떠났다.그는 소이연에게 미친 듯이 전화했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미친 듯이 공항으로 달려가는 것뿐이었다.가는 길에 갑자기 도로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다.육현경은 급히 휴대폰을 던지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달려갔다.멀리 심문헌의 차가 다른 차 몇 대에게 쫓기고 있는 것이 보였다.육현경은 엑셀을 밟아 빠르게 그들을 쫓아갔다.속도가 모두 아주 빨랐다.그가 가장 빨리 달려도 여전히 따라잡을 수 없었고, 심문헌의 차를 따라 산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또 한 번 텅 빈 하늘 아래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부딪히는 소리가 날 때까지는.육현경의 앞에 차 3대가 있었고, 그는 애초에 앞에서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핸들을 꽉 잡은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어서 몇 차례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육현경이 빠르게 달려가려던 그 순간, 심문헌의 차가 울타리 밖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안돼!육현경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렇게 높은 절벽에서...육현경은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도로에 멈춰 섰다.그는 빠르게 차에서 내려 그대로 산 비탈길을 내려갔다. 바닥이 울퉁불퉁해 한순간의 실수로 그대로 굴러 내려갔다.앞에 있던 차 3대는 심문헌의 차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캄캄한 하늘.마치 모든 것이 고요해진 것 같았다.차 소리도, 부딪히는 소리도, 심지어 비명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육현경은 한참을 굴러 내려간 뒤에야 멈춰 섰다.몸이 큰 바위에 부딪혔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는 시간을 조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부탁이야,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줘.옆에 있던 심문헌이 인상을 찌푸렸다.그는 겨우 눈을 뜨고 빛을 보았다.그는 후광 때문에 라이트를 들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가 두 손을 계속 떨고 있었기 때문에, 한순간에 알 수 있었다.“육현경?” 심문헌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육현경의 목젖이 움직였다.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심문헌은 몸을 움직여 나오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온몸이 눌려서 애초에 움직일 수도 없었다.“소이연!” 심문헌이 겨우 옆에 있던 사람을 불렀다.소이연은 자신이 마치 구름 사이에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이 죽은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있었다.사람은 죽어서야 이런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하지만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무거운 느낌이 들더니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머리와 몸이 모두 아팠다.소이연이 드디어 눈을 뜨고 어렴풋한 빛을 보고 있었다.“괜찮아요?” 심문헌이 긴장한 채 그녀에게 물었다.소이연은 입을 열려고 했지만, 목이 죽을 듯이 아팠다.그녀는 침을 한참 삼키고 나서야 겨우 억지로 몇 마디를 내뱉었다. “괜찮아요 당신은요?”“저도요.” 심문헌이 말했다. “육현경 씨가 왔어요.”눈짓으로 그녀 뒤의 라이트를 가리켰다.소이연은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육현경 쪽은 너무 어두웠다.“내가 구해드릴게요.” 육현경이 입을 열었다.굉장히 가라앉은 목소리였다.더 이상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소이연도 육현경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묻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떻게 살아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육현경은 휴대폰을 내려 두고 미친 듯이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차는 이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육현경이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머리 숙여. 창문 깰 거야.”차의 창문은 사실 이미 많이 깨져 있었다.하지만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는 없는 정도였고, 날카로운 유리조각들도 있어서 다칠
육현경은 소이연을 안고 힘껏 당겼다.소이연은 몸이 떨릴 정도로 아파서 이를 꽉 물었다.무엇이 종아리를 눌렀는지 육현경이 끌어당기자 더 아파왔다.실은 그도 세게 끌어당기지 못했다. 혹시나 손상된 그녀의 몸이 더 심하게 다칠까 두려웠다.“어디 걸렸어?”육현경이 물었다.목소리가 아주 낮았지만 두 사람이 꼭 안고 있어 소이연은 그의 호흡과 비정상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이런 긴장감은 위장할 수 없다.“오른쪽 종아리.”소이연이 겨우 대답했다.육현경은 몸을 웅크리고 그녀의 종아리 위치에 뭐가 있는지 검사했다.종아리가 조수석 의자에 눌렸다. 그런데 조주석에 의식을 잃은 운전 기사가 앉아 있다.그는 재빨리 기사를 툭툭 쳤다.거친 태도는 방금 소이연을 대할 때와 하늘과 땅 차이였다.“정신 차리세요.”육현경이 그를 불러 깨웠다.기사는 계속 정신을 잃다가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눈을 떴다.깨어난 순간 황급히 물었다.“심 선생?”“난 괜찮아.”심문헌이 대답했다.그래도 기사는 시름을 놓을 수 없었다.그는 본능적으로 안전벨트를 풀려고 했지만 풀어지지 않았다.육현경도 기사의 생사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기사는 일반 기사가 아니었다.심씨 가문의 기사들은 모두 일반인이 아니다.기사 겸 경호원이고 선발 기준이 경호원보다 더 까다로웠다.필경 외출할 때면 기사가 대부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빨리 방법을 대서 몸을 들어올리세요. 지금 이연의 다리가 당신 의자에 깔렸거든요.”육현경이 다급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기사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그가 심호흡을 하더니 냉정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봤다.그리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동시에 육현경은 소이연의 옆에 웅크리고 앉아 두 손으로 힘껏 의자를 들어올렸다.전력을 다해 올렸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한껏 억눌려서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다리 빼.”소이연은 빼고 싶었지만 다리에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다리가 붙어 있는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소이연은 차분하게 다리의 느낌을 찾았다.마침내 다리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그리고 이를 꽉 물고 의자 밑에 있는 다리를 단번에 빼냈다.순간 의자가 내려오는 묵직한 소리와 기사의 가쁜 숨소리가 들렸다.소이연은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며 무서웠다.조금만 늦었더라면 다시 의자에 다리가 깔릴 뻔했다.의자와 기사의 몸무게에 눌린다면 다리가 어떻게 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소이연이 안도의 숨을 내쉬던 그때, 육현경의 손이 의자 밑에 깔렸다.날이 어두워서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소이연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육현경!”소이연이 당황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육현경이 손을 뺄 힘이 없어서 깔린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다리를 빼낸 것을 모르고 조금이라도 충격을 완화하려고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때 눈앞이 흐려지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육현경은 손등에서 전해오는 아픔을 참으며 신음 소리도 내지 않았다.잠깐 숨을 고르고는 다시 전력을 다해 의자에 앉은 기사까지 필사적으로 들어서 손을 빼냈다.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손등을 보지도 않고 다시 소이연을 품에 안았다.소이연은 힘없이 육현경의 품에 기대었다.그녀의 몸에서 온통 땀냄새와 코를 자극하는 피냄새가 났다.이번에 육현경은 조금 힘을 줘서 소이연을 에어백에서 안고 나왔다.자신이 먼저 차창 밖으로 나오고 다시 그녀를 안고 유리 파편에 다치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럽게 끌어냈다.소이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성공적으로 승용차에서 빠져나갔다.먼 곳에 도착해서야 육현경은 소이연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녀의 상태를 검사하고 응급 처치를 해야 되는지 살펴봤다.“심문헌, 심문헌이 아직 안에 있어.”소이연이 귀띔했다.육현경에게 심문헌을 구하러 가라는 말이다.그러자 그녀의 상처를 살피던 손이 주먹을 꽉 쥐었다.“구해줘.”소이연이 단호하게 말했다.육현경은 마른침을 삼키더니 결국 일어서서 승용차 쪽으로 갔다.도착한 순간 탄 냄새가 코를 찔렀다.육현경은 휴대폰 전등
”내려 놔!”소이연이 분노했다.“지금 억지 부릴 때가 아니… 윽!”육현경의 목에서 통증이 느껴졌다.소이연이 입을 벌려 그의 목을 힘껏 물었기 때문이다.너무 세게 문 탓에 육현경은 온몸을 떨며 고통을 참으면서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소이연은 물고 난 뒤, 그의 품에서 몸을 비틀어댔다.산비탈길은 워낙 걷기 힘든데 그녀가 목숨을 걸고 반항하여 두 사람이 같이 바닥에 넘어졌다.육현경은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아래로 향했다.그제야 자유를 얻은 소이연은 재빠르게 승용차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긴급한 상황일수록 더 빨리 가서 구해야 한다.늦게 되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소이연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렸다.오른쪽 다리에 감각이 되돌아와 극심한 통증이 전해졌지만 멈추지 않고 달렸다.“소이연!”육현경이 달려들어 그녀를 덥석 잡았다.강경한 방식으로 그녀가 승용차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찰싹!소이연이 돌아서 육현경의 얼굴을 호되게 쳤다.두 사람의 몸은 진작에 피범벅이 되었다.그래서 뺨을 맞아도 전혀 자국이 보이지 않았다.귀청을 찢을 뜻한 소리가 쟁쟁하게 들릴 뿐이다.육현경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소이연을 쏘아보았다.당장 터져버릴 듯한 분노를 억누르려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난 꼭 가서 구할 거야!”소이연은 그를 노려보며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말했다.“죽는다 해도 갈 거야?”육현경이 되물었다.“죽는다 해도 반드시 가서 구할 거야. 아니면 난 평생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소이연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녀의 태도는 단호했다.누구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말한 뒤 소이연은 지체하지 않고 다시 달려갔다.한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 육현경이 다시 그녀의 팔을 잡았다.“육현경. 또 너를 미워하게 만들지 마!”소이연이 비명을 질렀다.“내가 갈게.”그 말에 소이연의 가슴이 욱신거렸다.“내가 가서 심문헌을 구할 테니까 넌 여기 있어.”육현경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다가오지 마.”이 말을 남기고는 어둠 속을 뚫고 승용
건장한 두 남자 사이에 쓸데없는 얘기는 필요 없었다.육현경은 재빨리 승용차 안으로 들어가 안전벨트의 버튼을 부러트렸다.심문헌의 안전벨트를 제거하고 또 신속하게 차문을 열러 나갔다.하지만 차 전체가 심하게 변형되어서 차문이 심문헌의 몸을 단단히 누르고 있었다.심문헌의 몸은 거의 차문에 박혀 있는 수준이다.만약 에어백이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깔려서 죽었을 것이다.“어때?”소이연이 밖에서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심문헌 씨, 나올 수 있어요?”“여긴 왜 왔어?”육현경의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차문을 열려고 힘을 썼다.지금은 바로 문을 열 수 없었다.어떤 장애물이 심문헌의 몸을 찔렀는지 살펴봐야 했다.만약 그렇다면 잘못된 방식으로 구출하다가 오히려 목숨을 잃게 된다.“내가 도와줄게.”소이연이 다급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넌 당장 가!”육현경이 매섭게 말했다.“육현경!”“이연 씨, 가세요.”심문헌도 독촉했다.“당신이 가지 않으면 육현경 씨가 날 구하지 않을 거예요.”소이연은 이를 꽉 물었다.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멀리 가지 않았다.언제라도 승용차가 폭발할 까 두려워서 몹시 긴장됐다.소이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갑작스러운 놀라움에 하마터면 실성할 뻔했다.아니, 아니야.그때 차 밑에서 한 가닥 불꽃이 타오르는 것이 눈에 보였다.안 돼, 불붙으면 안 돼!불꽃이 퍽 하는 소리를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불이 퍼지면서 사방에 빛이 아른거렸다.차 안에서 육현경과 심문헌 그리고 기사가 뜨거운 열기를 감지했다.이어서 승용차 주변이 활활 타올랐다.“소이연!”육현경이 힘껏 차문을 밀어내자 심문헌의 몸에서 조금씩 떨어졌다.하지만 전력을 쓰지 못하고 조금씩 이동했다.“내가 불 끌 방법을 생각할게.”소이연이 긴장하며 말했다.“불을 끌 수 없으니까, 너 빨리 도망쳐!”“할 수 있어.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소이연이 간다면 차 안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가!”육현경이
소이연은 멍하니 서서 불에 타는 승용차를 바라봤다.아직 안 나왔어.왜 아직도 안 나와?심문헌은 육현경이 다시 돌아왔을 때 진심으로 놀랐다.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돌아온 것이다.그것도 소이연을 위해서.두 사람이 이토록 생사를 같이 하는 사이인 줄은 몰랐다.육현경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이연을 사랑했다.“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심문헌이 물었다.불길이 점점 거세지자 차 안이 찜통처럼 더웠다.육현경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차문을 옮겼다.“당신이 죽는다면 이연 씨는 아마 평생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기억하는 건 바라지 않아요. 단지 이연이 슬퍼하는 거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육현경이 거친 숨을 쉬며 차갑게 말했다.“당신의 몸에 뭐가 박혔는지 살필 시간이 없어요. 지금 바로 문을 열어야겠어요. 아니면 우리 다 죽어요.”“알았어요.”심문헌이 대답했다.그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때 운전석에 있던 기사가 가까스로 의자에서 빠져나왔다.온몸이 피투성이고 상처투성이였다.“저 나왔습니다.”기사가 다급하게 말했다.위험한 상황이지만 기사는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도울 것이 없냐고 물었다“밖에서 이 차문을 열어줘요.”육현경이 분부했다.“알겠습니다.”기사는 발로 운전석의 창문을 차버리고 신속하게 밖으로 빠져나갔다.그리고 심문헌의 옆에 다가왔다.그때 불길이 또 거세지면서 기사의 옷깃에 불이 붙어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기사는 바로 손으로 불을 꺼버리고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불이 더 세졌어요.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다 죽어요.”“당신 두 손으로 차창을 꽉 잡고 밖으로 당겨요. 내가 셋을 세면 발로 힘껏 찰게요.”육현경이 지시했다.“알았어요.”기사는 황급히 차창문을 잡았다.육현경이 발로 차문의 위치를 조준했다.“하나, 둘, 셋!”육현경이 외치는 동시에 발로 힘껏 차문을 차버렸다.승용차가 흔들릴 지경인 데도 차문을 끄떡없었다.심문헌은 여전히 차문에 깔려 움직이지 못했다.“계속해요!”육현경이
소이연은 온몸이 떨렸다.아니야. 아니야… 이렇게 죽으면 안 돼.다시 일어섰지만 허약한 몸뚱어리 때문에 또 넘어졌다.육현경을 찾아야 돼.그 사람 찾으러 가야 돼…그녀는 기어서 그쪽으로 다가갔다.이 순간 절망적이고 가슴이 아파서 숨조차 쉴 수 없었다.그때 얼핏 그림자를 보았다.불길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그녀 쪽으로 달려왔다.그들 몸에는 온통 불이 붙어서 타버릴 것만 같았다.하지만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었다.육현경이 살아있다.세 사람이 한참을 달리다 바닥에 엎드려 몸에 붙을 불을 끄려고 했다.소이연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육현경에게 달려들어 자신의 몸으로 불을 껐다.드디어 불이 사라졌다.하지만 승용차는 지금도 타고 있다.모두 바닥에 누워 숨을 돌렸다.재난 속에서 살아난 느낌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체험했다.육현경은 바닥에서 일어나다가 몸이 옆으로 휘청거렸다.하지만 다시 쓰러지지 않고 잠시 멈춰서 자신의 옷을 벗었다.옷은 이미 불에 타서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래도 소이연의 몸을 감쌌다.방금 그녀는 불을 끄기 위해 드레스를 벗어서 지금 살색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고 있었다.육현경은 자신의 정장 옷으로 그녀의 몸을 가렸다.소이연은 거절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비록 교통사고는 당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나 못 버티겠어.”어둠속에서 심문헌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는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육현경이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장기를 다쳤어요?”시간이 긴박해서 그를 돌볼 겨를이 없이 차문을 망가트리고 나온 것이다.조금만 더 늦었다면 세 사람 모두 차 안에서 죽었다.“아, 아니에요…”심문헌의 목소리가 더 가라앉더니 연신 숨을 헐떡거렸다.육현경이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심문헌의 상태가 너무 이상해 다가가서 살펴봤다.그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다.그리고 숨을 급하게 쉬고 몸이 매우 뜨거웠다.육현경이 심문헌의 이마를 짚어보았다.방금 사람을 구하는 것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