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씨 그룹 대표 사무실.육현경은 전화를 끊은 뒤 다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지원아, 문서아한테 문서인 집에 있는지 물어봐 줘.”“무슨 일 있어?”“물어보고 문자 줘. 있는지 없는지만 알면 돼.”그는 말을 마친 뒤 바로 전화를 끊었고 다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장안시에 모든 감시 카메라를 돌려서 소이연이 퇴근 후에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 그리고 장안시 안에서 소이연을 찾아내! 그리고 소이연에 관한 소식이 있으면 곧바로 나한테 전화하고. 섣불리 움직이지 마.”“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전화 한편에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전화를 끊으려던 육현경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싶었다.“소이연 휴대폰 마지막 통화기록이 누구인지도 알아봐.”“네.”그는 전화를 끊었고 마침 계지원한테서 문자가 와있었다.“문서인 씨 집에 안 계신대.”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고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문서인, 제 무덤을 파다니…지난번에 그가 문 씨 그룹을 인수하지 않은 것은 계지원을 위해서였다.문서아와 계지원이 사귀고 있으니 그는 계지원의 체면을 지켜주려고 했다.하지만 지금은…육현경의 낯빛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이명진은 곁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지도 못했다.하지만 육현경의 모습을 본 그는 큰일이 벌어졌음을 감지했다.대표님한테 큰일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사모님에 관한 일이겠지.이명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강하고 완벽하신 대표님은 왜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실까.깨어난 소이연은 머리가 어지러웠다.저혈당으로 인해서 쓰러진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그제야 온 하루 아무것도 먹지 않았단 사실을 알아차렸다.너무 피곤하면 입맛도 없다.“깼어?”귓가에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이연은 고개를 돌렸고 문서인과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위험 앞에서 본능적으로 긴장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아무리 아닌 척해도 숨길 수 없었다.그녀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침대에 묶
소이연은 추악한 문서인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차갑게 바라보면서 수치심을 느꼈다.문서인은 이런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그는 사악하게 웃었다.“네가 했던 일들에 대해 후회해? 내가 비굴하게 빌면서 합작할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도 거절하더니. 이제야 좀 후회되기는 해?”“내가 유일하게 후회하는 건 오직 널 사랑했던 것뿐이야!”소이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문서인을 쏘아보았다.“지금 생각하면 구토 나올 정도야.”“소이연!”문서인은 소이연의 말에 분노했고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곧바로 소이연의 목을 졸랐다.소이연은 목에 통증을 느꼈고 질식할 것 같았다.만약 내가 죽는다면, 문서인의 손에서 죽는다면…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겠지.그녀는 살려달라고 비는 대신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문서인을 노려보았다.내가 죽는다면 이 더러운 면상을 꼭 기억할 거야.기억해서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백 배로 갚아줄 거라고!문서인은 소이연을 거칠게 뿌리쳤다.한이 서리고 굴복하지 않는 소이연의 눈동자를 보면 난 자꾸 화가 치밀어 오른다니까.하지만 난 사람을 죽일 용기는 없어. 소이연 때문에 날 망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그의 손에서 벗어난 소이연은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기침을 했다.난 내가 죽을 줄 알았어.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문서인은 그럴 용기가 없거든.그는 보복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뿐이야.하지만 난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야.“소이연, 내 손에 죽고 싶어?”문서인은 위협했지만 소이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문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약을 한 알 꺼내더니 그녀의 앞에 놓았다.소이연은 인상을 찌푸렸다.침착하려고 애썼지만 당황한 기색은 감출 수 없었다.“이제야 좀 무서워?”문서인은 피식 웃었다.“뭐 하려는 거야!”“기분 좋은 일을 하는 거지.”문서인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소이연, 우리가 사귄 지 3년이 되어서도 난 네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
무언가를 내세우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소나은이 널 사랑한다고?”소이연은 그를 비웃었다.“소나은은 그저 내가 가진 물건을 사랑할 뿐이야. 내 것이라 하면 다 뺏으려고 했으니까.”“나랑 나은이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들지…”“아니라면 왜 문 씨 그룹이 큰 위기에 처했는데도 소 씨 가문에서 가만히 있겠어! 소나은이 널 그렇게 사랑한다면 소 씨 가문에서 왜 너한테 도움을 주지 않겠냐고!”소이연의 질문에 문서인은 반박했다.“네 아버지 소승영이 너무 현실적인 사람이라 그래. 나은이가 날 돕기 위해 소승영과 연을 끊었어. 오로지 투자를 받아내기 위해서 말이야!”“그래서? 뭐 달라진 건 있어?”소이연은 되물었다.“나은이는 소승영을 설득할 수 없어.”“문서인, 솔직히 말해줄까? 네가 소나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무너지지도 않았어!”“소이연!”문서인은 그녀의 풍자 섞인 말에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승영처럼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너와 소나은 사이에 혼약이 오갈 때 곧바로 거절할 수 없었어. 문 씨 가문을 거절했단 소문이 돌면 그의 얼굴에 먹칠하는 셈이니까. 자고로 상인은 명예를 중요시하기에 신임을 잃으면 그 바닥에서 더 어떻게 벌어먹겠어?”소이연은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소나은이 진심으로 널 도우려고 했다면 소승영은 자금을 선뜻 빌려주었을 거야. 소나은이 널 도울 생각조차 없었고 이 계기를 빌미로 너와 헤어지려 한 것이라고!”“내가 너의 그딴 거짓말에 넘어갈 것 같아?”문서인은 차갑게 웃었다.“넌 그저 나와 나은이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지 못하겠지? 소이연, 내가 뭐 하나 알려줄까? 소나은이 우리 가문이 이렇게 어려운 것도 알고 소승영이 자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을 때 나보고 너를 찾아가라고 했어.”그는 말을 이었다.“나은이는 너한테 합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니 온갖 방법을 써서라도 너와 합작하라고 먼저 와서 알려주었지. 나은이는 우리가 사랑했었던 사이라는 것
소이연은 알약을 물고만 있었고 삼키지 않았다.문서인이 그녀한테 먹이는 약이라면 절대 좋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한참을 대치 상태에 있었다.문서인은 소이연의 코를 막았다.밀려오는 질식감 때문에 소이연은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고 문서인은 그 틈을 타 옆에 놓여있던 물을 그녀 입안에 콸콸 부었다.코가 막힌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살려고 물을 삼켰다.소이연은 결국 하얀 알약을 삼켜버렸다.문서인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그는 입을 열었다.“소이연, 네가 무슨 약을 먹었는지 맞춰 봐.”소이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고 한이 서려있었다.“나는 네가 죽어도 아무 느낌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네 그 표정을 보면 내가 얼마나 달아오르는지 알아? 너의 그 무표정, 이제는 지긋지긋해!”문서인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네가 먹은 건 최음제라고 하는 마약이야. 먹으면 몸이 꼬이고 뜨겁게 달아오르지.”소이연이 예상했던 것이었다.문서인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다 예상했다.이런 방식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찍은 후 그녀를 협박해서 합작하려는 속셈이었다.“소나은이 이렇게 해라고 가르쳤어?”소이연은 침착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그에게 물었다.“아니! 나은이는 그 정도로 추악하지 않아!”문서인은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았다.“그래서 넌 추악하다고 인정하는 거네?”“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네가 날 도와서 문 씨 그룹과 합작한다면 나도 너한테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네가 스스로 자초한 거야!”“문서인, 네가 이렇게 한 결과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결과? 너와 합작하게 될 거야.”“내가 말하는데 너의 손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 씨 그룹과 합작하지 않을 거야! 문 씨 가문을 돕는 건 영원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문서인, 나한테 협박 같은 건 통하지 않아.”“우리가 사랑을 나누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릴까 봐 두렵지도 않아? 온 국민이 너의 몸을 보게 되면… 육현경도 보게 되면 넌 그의 연인이 될 자격도 없어! 소이연, 인터
조금씩 빨개져갔다.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약효가 나타난 것이다.문서인은 소이연을 지그시 쳐다보았고 반응하는 몸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빠르긴 하네.”문서인은 말을 이었다.“정말 예민한 몸이라니까.”소이연은 눈앞이 흐릿해짐을 느꼈다.그녀가 정신을 차리려 해도 쓸모없었다.솟구쳐 오르는 성적 욕구는 그녀의 이성을 모조리 잡아먹었다.그녀는 18살 때의 일을 떠올렸다.놓아 달라고 죽도록 빌었지만 돌아오는 건 그녀의 여린 몸에 남겨진 자국뿐이었다.다시 겪고 싶지 않았는데…이러다가 죽을까 봐.“날 놓아줘…”소이연은 마지막 힘을 다해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문 씨 그룹과 합작할게.”“내가 믿을 것 같아?”“말 한대로 할게…”“그런데 이걸 어쩌지? 이제는 내가 싫어. 합작 계약서보다 너의 몸에 더 끌리거든. 소이연, 지금 네가 얼마나 섹시한지 알아? 남자라면 널 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어.”문서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그는 소이연이 딱딱하고 아무 매력도 없을 줄 알았다.그래서 소나은과 잠자리를 하고 나서는 소이연한테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그런데 그녀의 풀린 두 눈과 시선이 마주친 그는 온몸이 달아올랐다.더군다나 그녀의 몸매는 글래머였다.아, 아쉬워.왜 진작에 얘랑 관계를 갖지 않았을까?육현경이 나보다 먼저 맛 보다니.문서인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그는 소이연 몸에 감은 밧줄을 재빨리 풀었다.밧줄이 풀리자마자 소이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 쪽으로 달려갔다.방문이 열린 순간.“쾅!”열렸던 문이 그녀의 뒤에 따라붙은 문서인에 의해 닫겼다.그는 이 상황에서도 소이연이 정신줄을 붙잡고 도망치려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그녀는 지금 보이는 남자마다 잡아야 하는 처지인데도 말이다.소이연은 다리를 세게 꼬집으면서 타협하지 않으려고 했다.이렇게 또 더럽혀지기 싫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문서인의 힘 있는 두 손에서 도망치지 못했다.폐쇄적인 공간에 그녀를 구하러 올 사람도 없다
누구의 운명은 정말 비참했다.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데려온 여자의 딸은 매사에 시비를 걸어왔다.조금 큰 뒤엔 성적이 좋고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계모의 딸에게 모함당해서 미혼모가 되었다.그 소문이 온 동네에 파다하게 퍼져서 명문대에서 강제 퇴학을 맞고 아버지한테는 쫓겨났다. 그리고 낯선 외국에서 떠돌며 어렵게 살아왔다.그녀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모든 것을 바치려고 했지만 그 남자는 뒤에서 몰래 계모의 딸과 바람을 피웠다.그 뒤로 다시 진정한 사랑을 만나서 다시 자신에게 기회를 주려고 용기를 냈었지만 결국 또 속임수에 불과했다.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았다.이 세상에 살아있는 한, 어머니가 임종 전에 했던 소원을 저버리지 않고 지키려고 했다.어머니가 그러셨다. “내가 떠나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 돼.”삶에 억눌려 숨이 올라오지 않을 때마다 어머니가 남긴 말을 떠올리며 버티고 버텼다.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소이연은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18살 때 겪었던 참사를 다시 한번 겪는 것을 운명의 조롱이라 여겼다.그러니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무감각해질지도 모른다.쾅!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소이연의 몸을 탐내던 문서인이 화들짝 놀랐다.그가 아직 반응하기 전에 엄청난 힘이 그를 끌어내려 바닥에 내팽개쳤다.딱딱한 바닥에 부딪친 곳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숨이 멎을 것 같았다.하지만 아픔도 잠시, 발과 주먹이 격하게 치고 들어와 살려달라고 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눈물인지 피인지 모를 액체 때문에 눈앞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문서인은 온몸이 피투성이 됐을 거라는 생각에 기절해 버렸다.“대표님!”이명진이 육현경을 덥석 잡고 말렸다.“그만하세요. 이러다 죽겠어요.”육현경의 표정은 사람을 때려죽여야 직성이 풀릴 것처럼 너무 공포스러웠다. “대표님 손에 피를 묻힐 가치도 없는 인간입니다.”이명진이 통
한참을 얘기하던 의사가 상대방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그 말은 몸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요?”육현경이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네.”의사가 확실한 답변을 주었다.“네, 알겠어요.”그가 말이 끝나기 바쁘게 통화를 끊어버렸다.육현경은 돌아버릴 것 같았지만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며 운전했다. 겨우 노스 타운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육현경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리자 소이연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차에서 내린 육현경은 몇 초 동안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자신을 진정시켰다.그제야 소이연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재빨리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층수 버튼을 눌렀다.품에 안긴 소이연이 몸을 뒤척거리더니 손으로 그의 셔츠를 풀어헤쳐 탄탄한 가슴을 응시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한 뒤, 육현경은 집 앞으로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그녀를 안고 비밀번호를 누르기가 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예수진이 문을 거칠게 열었다. 그녀도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다.소이연을 끌어안은 육현경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집에서 넋을 놓고 기다리다가 육현경에게 전화했었다.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소이연을 구하러 갔을 거라 생각했다.그의 능력을 믿었어야 했는데 왠지 자꾸 불안했다.비로소 육현경이 소이연을 안고 온 것을 보고 불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런데 소이연의 상태를 본 순간 예수진은 다시 긴장했다.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기억 속의 소이연은 항상 차갑고 도도해서 속세에 물들여지지 않을 것만 같은 타입이었다.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요정처럼 요염해도 얼굴은 여전히 순수하고 아름다웠다.그런데 이 정도로 섹시한 표정도 지을 줄 안다니 여자인 그녀가 봐도 당장 코피를 뿜을 것 같았다.육현경은 땀투성이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소이연을 안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녀의 유혹을 애써 참는 중이라고 생각했다.그 말은 소이연이 정말 모함을 당해서 약을 먹었다는 것을 의미
현실이다.하늘이 정한 자만이 만날 수 있는 행운이 그녀에게 올 리가 없다.왜냐면 그녀는 항상 불행했기 때문이다.옆에 누운 남자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그때처럼 죽은 듯이 잠만 잤다.소이연이 이불을 홱 젖히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전에는 어려서 도망쳤지만 이젠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솔직히 어제저녁에 발생했던 일들이 어렴풋이 기억났다.문서인에게 끌려 그와 소나은이 바람피우는 장소에 간 뒤에 매약을 먹었다.슬슬 몸에 반응이 일어나 절망한 순간에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몸을 눌렀던 묵직한 것이 사라졌다. 그리고 어렴풋이 치고받는 소리가 들렸다.그 당시 그녀는 몸이 너무 괴로워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곧이어 누군가 자신을 안아 올리는 것 같았는데 그 뒤로 기억이 흐릿해졌다.이 모든 것이 꿈이라고 생각했었다.남자가 자신의 침대에서 잠들지 않았더라면 마음이 편안하라고 상상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 당시 누구도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 여겼다.소이연이 베개에 묻힌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봤다.육현경이다.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다.모두에게 짓밟혔다.사실 별로 차이는 없었다.그저 한 구덩이에서 다른 구덩이로 뛰어내렸을 뿐이다.소이연이 침대에서 내려왔다.발을 바닥에 댄 순간 깊게 잠들었던 남자에게 팔이 잡혔다.그녀가 입술을 오므렸다.방금까지도 죽은 듯이 자던 인간은 전에 그녀가 도망갔을 때도 일어나지 않았었다.“소이연…”육현경이 눈을 거슴츠레 뜨고 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억지로 잠에서 깬 것 같았다.“깼어?”그가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정신마저 차릴 수 없었다.“이거 놔.”소이연의 싸늘한 말투에 그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지난번에 정신없이 자는 바람에 그녀를 잃어버렸다.만약 그때 깨어나서 책임을 졌더라면 두 사람 모두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그날 저녁, 소이연은 만족한 후 잠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
“늦었으니까 일찍 쉬자. 회사가 힘든 고비를 빨리 넘겼으면 좋겠어.”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면서 말했다.“그래.”송문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럼 내 방으로 갈게.”“알겠어.”“잘 자.”“잘 자.” 하지수는 일어나서 가기 전에 뭐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송문수의 머리를 안고 그의 이마에 뽀뽀하였다.송문수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곧바로 폭풍우가 휘몰아친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그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하지수를 끌어안으려고 하였다.그러나 하지수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손가락은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났다.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1초간 멈칫하다가 포기하였다.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하지수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 기간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그와 하지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송문수는 하지수가 그의 방을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그는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다.송문수는 하늘이 드디어 그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늘이 그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크레지는 그의 팀을 거느리고 송씨 그룹에 왔다. 송문수를 비롯한 임원들은 최고의 대우로 맞이하였다.송문수는 송씨 그룹에서 여러 번 수정한 가장 완벽한 제안서를 크레지에게 보여주었고 크레지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그러고는 크레지를 데리고 신에너지 자동차를 참관하였고 그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그날 크레지는 바로 송씨 그룹과 합작해서 기술 투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다시 말하면, 세계 최정상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서의 최고 등급의 총책임자가 곧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이러면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대중의 인정을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승우 오빠, 우리 사이에 정말 끝났다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우린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사실 하지수는 화가 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송승우가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믿을까? 왜 이렇게 집착하지?송승우는 매서운 눈초리로 하지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후회하지 마, 하지수!”“쾅!”송승우는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세게 닫아서 차가 흔들렸다.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기사마저 소스라쳐 놀라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고 떠나야 할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가세요.”오히려 하지수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감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 대해 늘 환득환실하였다.기사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그들을 데려다주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하였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어느새 주차장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앞뒤로 차에서 내렸다.지금 두 사람은 모두 피곤하였다. 저녁 내내 난리 쳐서 벌써 새벽 3시 넘었고 이제 4시간 정도만 잘 수 있었다.“문수 씨, 먼저 씻어. 욕실에서 나오면 내가 방에서 약 발라 줄게. 당신 얼굴에 멍이 좀 들었고 손도 좀 부었잖아.”하지수는 피곤하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문수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대답하였다.“알았어.”하지수는 우선 방에 들어가서 샤워했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녀는 거실에서 약상자를 찾은 후 송문수의 방문을 두드렸다.송문수는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고 하지수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을 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다.하지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요오드포름과 상처치료용 연고를 꺼냈다.“문수 씨, 머리를 조금만 수그려줘. 바를 수가 없잖아.”하지수가 다정하게 말하자 송문수도 순순히 따라서 하였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
“놓지 못해?”송문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서로 마주 본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이거 놔요.”하지수도 송승우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러자 송승우의 눈빛에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그는 더욱 세게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파요!”송문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놓으라고 했다!”그는 송승우의 팔을 끌어당기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에 송승우는 통증을 느꼈으나 승부욕 때문에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송문수가 힘을 줄수록 그도 더욱 힘을 줘서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송승우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걸 놔. 나와 지수의 일에 끼어들지 마.”“끼어들지 말라고?”송문수는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형이 잊은 것 같은데 지수는 내 와이프야. 우린 부부이지만 형과 지수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지금 형이 내 와이프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나보고 끼어들지 말라고?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너!”송문수의 쏘아붙인 말에 송승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예전에 송승우는 하지수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송문수를 안중에 넣지도 않았고 그들의 결혼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송문수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지수가 좋아한 사람은 나야!”송승우는 수치심에 더 약이 올라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반박할 힘도 없었고 송문수의 말이 들려왔다.“지수가 누구를 좋아하든 지금은 내 여자야. 누구도 데려갈 수 없고 누구도 지수를 괴롭힐 수 없다고! 셋까지 셀 테니 지수를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승우는 끄덕하지도 않고 송문수를 노려보았다.“하나.”“둘.”송문수는 ‘셋’을 세는 대신 주먹을 들고 송승우의 얼굴을 세게 강타했다.송문수의 한 방을 맞은 송승우는 코피를 흘렸고 아픔으로 이내 하지수를 놓아주었다.그러나 송승우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늘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승우 씨, 사과 따위 이제 필요 없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아무 탈 없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끝내는 거예요. 승우 씨는 문수 씨 형이잖아요. 게다가 저도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친척 같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말했다.송승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하지수는 뒤를 돌아 송문수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그녀도 여전히 많이 피곤했다. 송문수랑 같이 집으로 가서 자고 싶었다.크레지가 아직 오지 않은 이상, 기술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이상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의 손은 또다시 송승우에 의해 붙잡혔다.하지수가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송문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승우의 행동을 지켜보며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가 앞으로 다가가 하지수를 데려오려던 순간, 송승우가 갑자기 말했다.“지수 씨, 방금 당신의 행동은 모든 걸 말해줬어요!”“무슨 행동이요?”하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 제가 불렀을 때, 제 쪽으로 다가왔잖아요. 그게 지수 씨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에요.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저한테로 오세요. 하지수 씨, 제가 잘 해줄게요. 지수 씨를 혼자 두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맹세할게요...”“아니요.”하지수는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하지수를 바라보는 송승우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승우 씨가 불었을 때 따라간 건 무의식적으로 간 거예요. 잠에서 덜 깬 상태라서 누가 불렀어도 갔을 거예요. 승우 씨인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할게요. 낯선 목
송문수는 하지수가 일어나서 송승우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송승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생각했다.‘그래, 지수 씨도 아직 날 신경 쓰고 있다니까. 숨기려 해도 어떻게 숨기겠어? 이런 상태에서야 비로소 진심이 드러나는 거지.’송문수는 멀어져 가는 하지수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옷자락에 손이 닿았을 때 살짝 멈칫했다. 하지수를 강제로 붙잡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사실 그는 항상 하지수의 선택을 존중해 왔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말이다.하지수는 송승우 앞으로 걸어갔고 송승우가 먼저 손을 뻗더니 그녀를 끌어당기려 했다.그러나 그가 손을 뻗자 하지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승우 씨?”그녀는 그제야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조금 전까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이제와사 분명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흐릿할 뿐이었다.“너무 늦었어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송승우가 그녀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하지수는 급히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그러자 송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아까는 잠에서 덜 깨서 그랬어요. 전 문수 씨랑 같이 갈 거예요.”“뭐라고요?”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까지 연기할 거예요?”“네?”하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저를 놀리는 게 재밌으세요?”송승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저... 저는 그런 게 아니라...”하지수는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그러자 송승우가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제가 잘못한 걸로 하죠.”그가 갑작스레 사과를 하자 하지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사과를 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사과를 하는 거야?’“미안했어요. 어쩔 수 없이 떠난 거라고는 하지만 우리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잖아요. 결혼식장에 지수 씨 혼자 남겨두고 간 건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하지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
하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그녀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만약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어색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문수 씨도 부끄러워하는 건가?’하지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이었다.하지수는 소파에 앉아 몰래 송문수를 쳐다보았다.그는 그저 고위직 직원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쉬었다.‘단지 어색해서 그런 건가?’송문수는 언제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해명하려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체면을 세우려고 그러는 건가?’하지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크레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관련 부서가 계속해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송문수와 하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논의하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애썼다.새벽 2시가 되었지만 송문수는 아직 퇴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방금까지도 각 부서와 회의를 하면서 협력 계획과 판매 계획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했다.회의가 끝난 후에도 송문수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송문수는 그제야 그의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서류든 제대로 보지 않고 사인을 해버렸었다. 하지만 이젠 점점 더 신중해졌고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사인을 했다.그 덕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오늘 하루 동안의 모든 서류를 처리하고 나서야 송문수는 퇴근을 하려고 하지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이미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하지수는 잠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송문수의 기억 속에 하지수는 늘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절대 늦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많이 피곤한 걸까?’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