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대처한 거야!”육현경이 격동하며 해명했다.“저항할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발버둥 쳐 봤자 일을 더 그르쳐.”“그럼 난 뭘 믿고 반 년 씩이나 기다려야 돼? 반 년 뒤면 그 능력이 생겨?”그는 할 말이 없었다.아직 발생하지도 않는 일에 대해 길게 말을 해 봤자 설득력이 없다.“당신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 이러는 게 가치가 없어. 그러니까 우리 감정이 더 깊어지기 전에 끝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해.”소이연이 다시 차 문을 열고 내렸다.정말 충분했다.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차는 가져가. 이명진에게 시간이 날 때 가지러 오라고 해.”소이연이 소탈하게 떠났다.육현경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육현경의 손이 불쑥 들어왔다.소이연이 반응하기 전에 그가 엘리베이터로 들어와 그녀를 밀치고 입을 맞추었다.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포개어지며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당황한 소이연이 미친 듯이 반항했다.하지만 두 손 모두 그에게 잡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반항할수록 그를 더 실성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그가 입술과 이 사이를 오가며 난폭하게 키스하더니 그녀를 가슴에 욱여넣기라도 하듯 꽉 끌어안아서 숨이 턱 막혀왔다.소이연이 눈을 부릅뜨고 그의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통증을 느낀 육현경이 그제야 난폭한 키스를 멈추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릿한 피 냄새가 입가에 풍기며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꽉 쥐었던 소이연의 주먹이 점점 느슨해졌다.반항하지 않고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견디기로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육현경이 드디어 멈추었다.그녀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입술을 뗀 것이다.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렸다.당황한 그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미안해. 난 그냥…”“괜찮아.”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한 태도에 육현경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이연의 싸늘한 얼굴에 눈물이 계속
소이연이 층 버튼을 누르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계속 지하 주차장에 멈췄던 것이다.예수진이 화들짝 놀랐다.한밤중에 돌아온 탓에 워낙 무서워서 신경이 잔뜩 곤두서는데 갑자기 안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엘리베이터 안에 익숙한 남녀를 보고 완전히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띵!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뒤로 물러섰다.“계, 계속해. 난 아무것도 못 봤어!”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아버렸다.깜짝 놀랐잖아.오빠와 이연 언니가 어떻게 엘리베이터 안에…겨우 진정했더니 갑자기 머릿속에 소이연의 모습이 떠올랐다.울고 있는 것 같았는데, 설마 오빠가 강제로 밀어붙였어?그런 생각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속 눌렀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숫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만 보였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육현경은 소이연의 옷이 벌어지지 않게 꽉 잡았다.그 힘에 이끌려 소이연은 오히려 아파왔다.드디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육현경은 그녀를 끌고 집 앞문까지 가서 정신없이 비밀번호를 눌렀다.그리고 문을 벌컥 열고 그녀를 들여보냈다.소이연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그는 입구에 서서 들어오지 않았다.그가 다급하게 군 것은 잠자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소이연은 방금 비밀번호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소이연.”육현경이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날 포기하지 마. 난 정말 너와 평생 함께 하고 싶어.”말이 끝나기 바쁘게 문이 닫혀버렸다.순간, 눈물을 본 것 같았다.육현경의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다.지금 그녀의 눈앞도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의 감정이 깊지 않아서, 깔끔하게 물러서도 가슴이 찢어질 정도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플까?문이 닫힐 때 눈시울이 붉어진 육현경의 모습을 봤더니 가슴이 더 아팠다.예수진이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문을 열자마자 쳐들어가서 소이연을 구하려고 했는데 육현경이 문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보고
육현경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예수진은 그대로 자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필경 새벽 4시라 그녀도 졸려서 눈이 막 내려올 지경이었다.그때 육현경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가자.”그냥 인사치레로 건넨 말인데.이 순간 따뜻한 이불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더 강렬했지만 어쩔 수 없이 육현경을 따라 야식을 먹으러 나갔다.길가에 있는 포장마차에 자리 잡고 앉았다.다행히 한밤중이라 인적이 드물고 완벽하게 무장했기 때문에 누구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오빠. 적게 마시면 안 돼?”예수진이 말렸다.자리에 앉자마자 필사적으로 술을 들이부어서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눈앞에 이렇게 많은 안주를 두고 젓가락도 대지 않았다.이렇게 마시면 입 돌아간다고요.육현경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마셨다.“이연 언니랑 싸웠어?”예수진은 어쩔 수 없이 이유를 캐물었다.그가 술잔을 들고 잠시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이연은 나와 싸우지 않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처리하지.화라도 내면 적어도 내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겠는데 말이야.“오빠, 이연 언니와 심아윤. 세 사람 대체 무슨 상황이야?”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자 예수진의 급한 성격이 발동했다.며칠 전에 육현경이 할아버지한테 감시당해서 자세한 상황을 알아내지 못했다.지금 딱 말하기 좋은 시간인데 그가 또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나 심아윤과 결혼하지 않아.”그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근데 지금 온 국민이 두 사람이 결혼하는 줄 알고 있잖아.”예수진의 말투가 거칠어졌다.“육 씨와 심 씨가 공개적으로 결혼을 발표했는데 그 인간들 멍청한 것도 아니고 자기 얼굴에 침을 뱉겠냐고!”육현경이 입술을 깨물었다.확실히 어려웠다.그날 모두 앞에서 결혼을 발표할 때 솔직히 그도 한동안 멍해 있었다.그동안 항상 할아버지를 존중했었는데 이렇게 선처리 후보고를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그가 하기 싫어하는 일은 누구도 막지 못했다.심아윤과 결혼하기 싫다
육현경이 술잔을 움켜쥐었다.“솔직히 말해서 오빠는 내 사촌이지만 이번 일만큼은 이연 언니가 오빠한테 목맬 가치가 없다고 봐. 그런 과거를 안고 살아온 사람이 아주 어렵게 자신감을 갖고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어. 지금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 난 상상 못 하겠어. 나중에라도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예수진은 너무 괴로웠다.그렇게 좋은 여자인데 팔자가 왜 이렇게 사나워.한 번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하고 끝이 없어!“이연이…”육현경이 술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푹 숙였다.“이대로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그녀가 살아온 지난날을 잘 알아서 두렵고, 자신의 마음을 꼭 닫아버리고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까 봐, 이대로 떠나버릴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그에게 시간이 필요했다.결혼하기 싫어도 육 씨 가문의 안위를 무시하고 심 씨 가문과 얼굴을 붉힐 수 없었다.그리고 친척들과 할아버지와의 혈연 관계도 끊어낼 수 없는 노릇이다.심지어 이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해도 소이연에게 상처를 주는 건 똑같았다.그가 명성, 재산, 권력을 포기한다면 강력한 세력들 앞에서 소이연을 보호할 수 없다.결혼을 무르려면 전략적인 과정이 필요하다.하지만 목적에 도달하기 전에 소이연이 멀리 떠나버릴까 봐 걱정이다.그때면 다시는 소이연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소이연은 한번 마음을 접은 일에는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문서인에게도 그랬다.오늘 저녁에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봤지만 굳이 조사하지 않아도 옛정이 되살아나서 만난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그녀의 성격은 그토록 강인해서 절대 돌아서는 법을 모른다.그래서 그녀를 찾아가 기다려 달라고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예수진은 그의 말을 듣고 또 안쓰러웠다.내심이 강한 육현경이 이런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은 오죽할까?얼마나 좋아하면 잃어버릴까 봐 이토록 노심초사할까?또 얼마나 좋아하면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존심을 내려놓을까?예수진은 두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
예수진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맥주병을 보면서 물었다.“오빠, 더 마실 거야?”오빠의 주량이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마셨으니 취할 만도 하지.나도 지금 머리가 어지러운데…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가? 아무튼 더 마시면 엄청 취할 것 같아.“기다리고 있어.”육현경이 입을 열었다.“누구를?”“기사.”예수진은 그제야 모두 술을 마신 상태라는 것이 생각났다.그리고 소이연의 차를 운전해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역시 우리 오빠는 취해도 제정신이라니깐.오빠의 이런 면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이성적인 사람은 보통 잘못을 쉽게 저지르진 않아.하지만 이런 사람한테는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잘 쉬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예수진은 어쩔 수 없이 육현경과 함께 술을 마셨다.마시고 있는데 육현경이 갑자기 물었다.“너 아직도 계지원 좋아해?”예수진은 넘기려던 술을 그대로 뿜어버렸다.육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쳐다보았다.“쯧쯧.”그녀는 재빨리 티슈를 뽑아 식탁에 묻은 술을 닦고는 자신의 입도 닦았다. 그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말했다.“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내가 미쳤다고 인정하겠어?육현경은 예수진을 지그시 쳐다보았다.그녀는 그의 눈빛에 머리가 욱신거렸다.아, 다시 생각해 보니 눈치 빠른 오빠가 내 속내를 모를 리 없잖아?내가 단순한 토끼라면 오빠는 늙은 여우니까.“이제는 안 좋아해.”예수진은 부인했다.하지만 좋아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앞으로도 그래야 할 거야.”육현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응?”이 오빠 정말 내 친오빠가 맞아?오빠가 실연했을 때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술도 같이 마셔주고 위로도 해주고 여자친구를 대신 달래주고!그런데 오빠는?내 기분이 어떻든 상관도 안 하고 뭐? 앞으로도 그래야 할 거라고?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내가 그 사람한테 절절 매는 줄 알겠다!그래. 사실 그렇긴 하지.그런데 좀 위로해 주면 죽냐?나처럼 멘탈이 강한 사람이어야 8년 동안 짝사랑이나
계지원은 그녀를 놓아준 뒤 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육현경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혼자 걸을 수 있겠어?”그는 육현경이 많이 마셨다는 것을 눈치챘다.“응.”“가자.”계지원의 말에 육현경은 몸을 일으켰지만 취기 때문에 비틀거렸다.계지원은 결국 그를 부축해서 조수석에 앉혔다.예수진은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가면서 같이 차에 탈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현경이 말로는 이 차가 소이연 씨 차라던데. 차를 돌려줄 겸 너도 데려다줄게. 타.”계지원의 말에 예수진은 뒷좌석에 올라탔다.차는 도로에서 안정적으로 달렸다.길에 차가 거의 없었지만 계지원은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운전했다.그는 한결같이 부드럽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다.얹혀살아서 그런가? 난 이 사람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그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 내가 반했을지도…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계지원을 좋아했는지 모르겠어.내 주위에 널린 게 잘생기고 훌륭하고 돈 많은 남자인데 말이야.아, 이건 하늘이 나에게 내린 벌일 거야!피할 수 없는 그런…차가 갑자기 길가에 멈춰 섰다.예수진은 인상을 찌푸렸다.“뭐 하시는 거죠?”“현경이가 연고 좀 사달라고 해서. 조금만 기다려줘.”계지원의 대답에 예수진은 의아했다.누가 다쳤기에 연고를 사? 오빠는 안 다쳤는데.아, 참. 내 손등이 좀 부은 것 같은데…그녀는 어두운 가로등 불빛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다.계지원은 연고를 사 왔고 육현경을 사우스 타운에 데려다주었다.“잠깐만 기다려. 나 현경이 데려다주고 올게.”“네.”예수진은 너무 졸려서 하품만 하고 있었다.계지원이 육현경을 데려다주고 차에 다시 탔을 때, 예수진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그녀는 피곤했는지 가벼운 코골이 소리가 들려왔다.계지원은 그녀가 깰까 봐 더 천천히 운전했고 안정된 속도를 유지했다.소이연의 차고에 도착한 그는 주차를 마친 뒤 뒷좌석 문을 열었다.예수진은 뒷좌석에 뻗어 있었고 살짝 벌어진 입 옆으로 침이 흘렀다.정말 잘 자네.계지원의
계지원은 입을 열었다.“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수진이가 잠드는 바람에…”“아, 괜찮아요. 원래…”소이연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먼저 수진 씨를 침대에 눕히죠.”계지원은 더 묻지 않고 예수진을 소이연의 침대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예수진은 잠에 들어서부터 지금까지 미동도 없었다.그녀를 내려놓은 계지원은 소이연의 방에서 나왔다.소이연은 그를 배웅해 주려고 따라나갔는데 객실에 나온 계지원은 그녀한테 아까 사놓은 연고를 건네주었다.소이연이 멈칫하자 계지원은 설명해 주었다.“현경이가 전해달래요.”소이연은 입술을 깨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저녁에 장지원한테 감금당하는 바람에 목에 아주 큰 멍이 들었다.나는 그가 못 본 줄 알았는데…“고마워요.”소이연은 연고를 건네받았다.그녀는 계지원을 난처하게 만들기 싫었고 작은 일에 연연하기 싫었던 것이다.계지원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이 갔다.소이연 씨가 이토록 침착한 걸 보면 정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난 현경이가 다시 소이연 씨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장담 못 하겠어.“아, 참.”계지원은 말을 이었다.“그 안에 숙취에 도움 되는 약도 있어요. 내일 아침 수진이가 숙취 심하면 그 약 한 알 주면 돼요. 부탁할게요.”“알겠어요.”소이연은 대답하고는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계 감독님, 만약 수진 씨를 행복하게 할 자신이 없다면 선은 지켜주세요.”계지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기대가 없다면 실망도 없겠죠.”소이연은 솔직하게 말했다.“네.”계지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소이연의 말 뜻을 이해한 것 같았다.그는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실례했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아닙니다.”소이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두 사람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저 몇 번 마주친 것이 전부였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졌다.예수진과 얽힌 관계라서 그런 것 같았다.아니, 육현경과 얽힌 사람이라 그런가?계지원은 집을 나섰고 소이연은 방으로 돌아왔다.예
예수진은 전화기 너머로도 소이연이 얼마나 바쁜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언니는 바삐 돌아야만 안 좋은 일을 잊어버릴 수 있나 봐.나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작은 배역으로부터 시작해서 늘 앞으로 달리기만 했어.소이연은 휴대폰을 놓고 회의실로 향했다.오전에는 경쟁입찰에 대해 토론을 하고 오후에는 새로운 브랜드 창립에 대해 연구해야 했다.한 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려면 부단히 개발해야 한다.회의가 끝날 때는 이미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소이연은 계속해서 수십 개 지어는 수백 개의 OA 지시 요청을 검토했다.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소이연은 한눈 보고는 끊었지만 얼마 안 지나 전화벨이 또 울렸다.모르는 번호였기에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받았다.“여보세요.”“안녕하세요. 저는 남원 경찰서 민경인데요. 어제 장지원 씨와 문서인 씨 폭행 사건에 대한 조사 때문에 전화드렸어요. 소이연 씨께서 직접 오셔서 또 한 번 조사서를 작성하셔야 할 것 같아요.”“네. 지금요?”소이연은 재빨리 대답했다.“지금 오시면 더 좋고요.”“바로 갈게요.”소이연은 하던 일을 뒤로 미루고 사무실을 나섰다.장문기는 그녀가 퇴근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놀라워했다.“회장님.”“나 컴퓨터 안 껐어. 안에 OA 지시 요청 있는데 그것 좀 검토해 줘. 모르는 것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거나 문자 보내고.”“알겠습니다.”장문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소이연은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갔다.그녀의 운전 실력이 좋지도 않거니와 어젯밤에 제대로 자지도 못했기에 피로 운전을 할 수도 있어서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한 것이다.경찰서에 도착한 그녀는 문서인을 발견했다.문서인이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하기 싫어서 받지도 않았던 것이다.그녀는 업무를 처리하느라고 어젯밤 장지원에 관한 일을 잊어버렸다.“소이연 씨, 문서인 씨. 저를 따라 사무실로 가시죠. 관건적인 디테일에 대해 다시 확인해 주셔야 해요.”민경은 두 사람한테 말했다.“네.”소이연은 조사에 임하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
“늦었으니까 일찍 쉬자. 회사가 힘든 고비를 빨리 넘겼으면 좋겠어.”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면서 말했다.“그래.”송문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럼 내 방으로 갈게.”“알겠어.”“잘 자.”“잘 자.” 하지수는 일어나서 가기 전에 뭐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송문수의 머리를 안고 그의 이마에 뽀뽀하였다.송문수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곧바로 폭풍우가 휘몰아친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그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하지수를 끌어안으려고 하였다.그러나 하지수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손가락은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났다.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1초간 멈칫하다가 포기하였다.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하지수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 기간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그와 하지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송문수는 하지수가 그의 방을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그는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다.송문수는 하늘이 드디어 그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늘이 그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크레지는 그의 팀을 거느리고 송씨 그룹에 왔다. 송문수를 비롯한 임원들은 최고의 대우로 맞이하였다.송문수는 송씨 그룹에서 여러 번 수정한 가장 완벽한 제안서를 크레지에게 보여주었고 크레지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그러고는 크레지를 데리고 신에너지 자동차를 참관하였고 그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그날 크레지는 바로 송씨 그룹과 합작해서 기술 투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다시 말하면, 세계 최정상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서의 최고 등급의 총책임자가 곧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이러면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대중의 인정을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승우 오빠, 우리 사이에 정말 끝났다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우린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사실 하지수는 화가 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송승우가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믿을까? 왜 이렇게 집착하지?송승우는 매서운 눈초리로 하지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후회하지 마, 하지수!”“쾅!”송승우는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세게 닫아서 차가 흔들렸다.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기사마저 소스라쳐 놀라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고 떠나야 할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가세요.”오히려 하지수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감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 대해 늘 환득환실하였다.기사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그들을 데려다주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하였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어느새 주차장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앞뒤로 차에서 내렸다.지금 두 사람은 모두 피곤하였다. 저녁 내내 난리 쳐서 벌써 새벽 3시 넘었고 이제 4시간 정도만 잘 수 있었다.“문수 씨, 먼저 씻어. 욕실에서 나오면 내가 방에서 약 발라 줄게. 당신 얼굴에 멍이 좀 들었고 손도 좀 부었잖아.”하지수는 피곤하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문수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대답하였다.“알았어.”하지수는 우선 방에 들어가서 샤워했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녀는 거실에서 약상자를 찾은 후 송문수의 방문을 두드렸다.송문수는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고 하지수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을 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다.하지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요오드포름과 상처치료용 연고를 꺼냈다.“문수 씨, 머리를 조금만 수그려줘. 바를 수가 없잖아.”하지수가 다정하게 말하자 송문수도 순순히 따라서 하였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
“놓지 못해?”송문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서로 마주 본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이거 놔요.”하지수도 송승우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러자 송승우의 눈빛에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그는 더욱 세게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파요!”송문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놓으라고 했다!”그는 송승우의 팔을 끌어당기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에 송승우는 통증을 느꼈으나 승부욕 때문에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송문수가 힘을 줄수록 그도 더욱 힘을 줘서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송승우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걸 놔. 나와 지수의 일에 끼어들지 마.”“끼어들지 말라고?”송문수는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형이 잊은 것 같은데 지수는 내 와이프야. 우린 부부이지만 형과 지수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지금 형이 내 와이프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나보고 끼어들지 말라고?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너!”송문수의 쏘아붙인 말에 송승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예전에 송승우는 하지수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송문수를 안중에 넣지도 않았고 그들의 결혼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송문수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지수가 좋아한 사람은 나야!”송승우는 수치심에 더 약이 올라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반박할 힘도 없었고 송문수의 말이 들려왔다.“지수가 누구를 좋아하든 지금은 내 여자야. 누구도 데려갈 수 없고 누구도 지수를 괴롭힐 수 없다고! 셋까지 셀 테니 지수를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승우는 끄덕하지도 않고 송문수를 노려보았다.“하나.”“둘.”송문수는 ‘셋’을 세는 대신 주먹을 들고 송승우의 얼굴을 세게 강타했다.송문수의 한 방을 맞은 송승우는 코피를 흘렸고 아픔으로 이내 하지수를 놓아주었다.그러나 송승우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늘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승우 씨, 사과 따위 이제 필요 없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아무 탈 없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끝내는 거예요. 승우 씨는 문수 씨 형이잖아요. 게다가 저도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친척 같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말했다.송승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하지수는 뒤를 돌아 송문수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그녀도 여전히 많이 피곤했다. 송문수랑 같이 집으로 가서 자고 싶었다.크레지가 아직 오지 않은 이상, 기술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이상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의 손은 또다시 송승우에 의해 붙잡혔다.하지수가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송문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승우의 행동을 지켜보며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가 앞으로 다가가 하지수를 데려오려던 순간, 송승우가 갑자기 말했다.“지수 씨, 방금 당신의 행동은 모든 걸 말해줬어요!”“무슨 행동이요?”하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 제가 불렀을 때, 제 쪽으로 다가왔잖아요. 그게 지수 씨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에요.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저한테로 오세요. 하지수 씨, 제가 잘 해줄게요. 지수 씨를 혼자 두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맹세할게요...”“아니요.”하지수는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하지수를 바라보는 송승우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승우 씨가 불었을 때 따라간 건 무의식적으로 간 거예요. 잠에서 덜 깬 상태라서 누가 불렀어도 갔을 거예요. 승우 씨인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할게요. 낯선 목
송문수는 하지수가 일어나서 송승우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송승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생각했다.‘그래, 지수 씨도 아직 날 신경 쓰고 있다니까. 숨기려 해도 어떻게 숨기겠어? 이런 상태에서야 비로소 진심이 드러나는 거지.’송문수는 멀어져 가는 하지수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옷자락에 손이 닿았을 때 살짝 멈칫했다. 하지수를 강제로 붙잡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사실 그는 항상 하지수의 선택을 존중해 왔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말이다.하지수는 송승우 앞으로 걸어갔고 송승우가 먼저 손을 뻗더니 그녀를 끌어당기려 했다.그러나 그가 손을 뻗자 하지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승우 씨?”그녀는 그제야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조금 전까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이제와사 분명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흐릿할 뿐이었다.“너무 늦었어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송승우가 그녀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하지수는 급히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그러자 송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아까는 잠에서 덜 깨서 그랬어요. 전 문수 씨랑 같이 갈 거예요.”“뭐라고요?”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까지 연기할 거예요?”“네?”하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저를 놀리는 게 재밌으세요?”송승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저... 저는 그런 게 아니라...”하지수는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그러자 송승우가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제가 잘못한 걸로 하죠.”그가 갑작스레 사과를 하자 하지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사과를 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사과를 하는 거야?’“미안했어요. 어쩔 수 없이 떠난 거라고는 하지만 우리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잖아요. 결혼식장에 지수 씨 혼자 남겨두고 간 건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하지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
하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그녀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만약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어색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문수 씨도 부끄러워하는 건가?’하지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이었다.하지수는 소파에 앉아 몰래 송문수를 쳐다보았다.그는 그저 고위직 직원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쉬었다.‘단지 어색해서 그런 건가?’송문수는 언제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해명하려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체면을 세우려고 그러는 건가?’하지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크레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관련 부서가 계속해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송문수와 하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논의하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애썼다.새벽 2시가 되었지만 송문수는 아직 퇴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방금까지도 각 부서와 회의를 하면서 협력 계획과 판매 계획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했다.회의가 끝난 후에도 송문수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송문수는 그제야 그의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서류든 제대로 보지 않고 사인을 해버렸었다. 하지만 이젠 점점 더 신중해졌고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사인을 했다.그 덕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오늘 하루 동안의 모든 서류를 처리하고 나서야 송문수는 퇴근을 하려고 하지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이미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하지수는 잠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송문수의 기억 속에 하지수는 늘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절대 늦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많이 피곤한 걸까?’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