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은 커피를 마시면서 장안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난 장안시를 떠날 수 없어.장안시는 큰 도시도 아니라 어디를 가든 만나게 되니깐 난 숨어있을 수도 없어.육현경이 날 만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날 찾는건 아주 쉬운 일이지.그러니 내가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야.’“저 그럼 오빠한테 알려주러 갈래요!”예수진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소이연은 예수진의 성격을 아주 좋아했다.털털하고 활발해서 그녀와 지내면 소이연도 기분이 좋아지고 낙관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늦었으니 일찍 쉬어요.”소이연은 입을 열었다.“언니도요. 자꾸 야근해서 몸이 상하면 어떡해요! 저녁은 드신 거죠?”“먹었어요.”“몸 잘 챙겨요. 내일 언니한테 달려갈게요.”“그래요.”예수진은 기분 좋게 통화를 마치고는 곧바로 방 밖으로 나가 육현경의 방으로 향했다.그의 방문 앞에는 여러 명의 보안 요원들이 서있었는데 그녀를 발견하고서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예수진은 못 본 척 하고 들어가려 했다.“아가씨.”한 보안 요원이 그녀를 갑자기 막아섰다.“오빠 만나러 왔어.”“도련님께서는 이미 주무십니다.”“깨우면 돼.”“어르신께서 아무도 사적으로 도련님을 만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아니, 이 봐…”예수진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특히 아가씨는 더더욱 안된다고 하셨어요.”“씨발!”예수진은 참지 못하고 욕을 했다.“아가씨, 저희도 난처한 입장이니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보안 요원은 허리를 숙였다.‘외할아버지는 진심으로 오빠와 심아윤의 결혼을 성사시키려는 것 같아.오빠한테 반항할 여지나 있을까? 어떡하지?’예수진은 입술을 깨물더니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밤 12시가 지난 지금.예수진은 계지원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문서아가 여기서 자고 가지 않는다면, 밖에서 둘이 같이 잘 수도 있다.모순이 생겨서 다툰 남녀 사이에 최고의 화해 방법은 잠자리 아닌가?예수진은 계지원의 방문 앞에 서있다가 집에 돌아가려 했다.한 걸음을
소이연은 이런 기사가 따분하게만 느껴졌다.그녀는 문 씨 아저씨한테 전화를 걸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소이연이에요.”“네, 안녕하세요. 번호 저장해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문씨 아저씨는 살갑게 인사했다.“오늘 주말인데 우리 민이 집에 있나 해서요.”“네, 있어요.”“제가 민이를 데려가서 저희 집에서 하룻밤만 재워도 될까요?”소이연은 그에게 물었다.예수진은 주말 동안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하러 갔기에 집에 없었다.“소이연 씨, 잠시만요. 제가 한 번 물어보고요.”문 씨 아저씨는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육현경한테 물어보려고요? 그 사람 지금 전화 못 받을걸요.”소이연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요. 도련님께서는 소이연 씨께서 작은 도련님을 데리러 온다면, 언제든지 괜찮다고 하셨어요. 저는 작은 도련님의 의향을 물어보려는 겁니다. 지금 레고를 맞추고 있는데 작은 도련님께서는 집중하실 때 다른 사람이 방해하는 걸 싫어하셔서요.”“아,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소이연은 예의를 차려 인사했다.문 씨 아저씨 말 중의 일부분은 그녀가 일부러 못 들은 척 했다. 얼마 후.문 씨 아저씨는 그녀에게 말했다.“작은 도련님께서 소이연 씨를 기다리고 있겠다네요.”“저 30분 뒤면 도착합니다.”“네.”소이연은 전화를 끊고서 운전대를 잡고 육민이 거주하고 있는 사우스 타운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도착한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열어젖힌 문과 그 너머로 보이는 객실에 서있는 두 그림자…그녀는 심아윤과 마주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엘리베이터 소리를 들은 심아윤은 고개를 돌렸고 소이연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서로 적대감은 없었지만,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소이연은 육현경도 여기에 있는 줄 알았다.그녀는 입구 쪽에 서있었기에 객실의 일부분만 볼 수 있었다.“엄마!”소이연을 발견한 육민은 열정적으로 그녀를 불렀
소이연은 육현경을 일찌감치 만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러한 상황에 만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그녀는 육현경이랑 심아윤이 요즘에 바빠서 육민을 데리고 놀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날을 선택해 육민을 데리고 가려 했다. 만약 알았더라면, 그녀는 엄청 오고 싶어 했겠지만 차마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그녀는 그저 육현경을 곁눈질하고는 더 오래 보지는 않았지만, 고의적으로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낯선 사람을 대하는 제일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를 대했다. “아빠, 나 엄마한테 가서 놀아도 돼?”육민은 간절하게 육현경을 보고 물었다.육현경은 목젖을 굴렀다.그제야 눈빛이 소이연의 몸에서 벗어났다.그는 말했다.“그래.”“아빠 고마워요.”육민은 아주 기뻐했다.그는 기뻐서 소이연의 손을 흔들흔들거리며 말했다.“엄마, 아빠가 허락했어. 이제 엄마랑 같이 집에 가서 놀아도 돼!”소이연도 육현경을 보고 웃고는 “감사해요.” 라고 말했다.육현경은 심아윤의 손가락을 꽉 잡고 말했다.“가요.”소이연도 멈추지 않고 육민의 손을 잡고 떠나려고 했다.“민이야.”심아윤은 갑자기 그를 불렀다.육민은 머리를 돌려 심아윤을 보았다.심아윤은 다시 몸을 웅크리고 가까이에 가서 말했다.“민이야, 윤이모는 며칠 뒤면 낙성시에 가게 될거야. 가기 전에 윤이모가 너랑 밥을 먹어도 돼?”“음....” 육민은 잠시 망설였다.“심 아가씨께서 시간을 정하시면, 제가 민이를 데리고 갈게요.”소이연이 말했다.“돼요?”심아윤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네.”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마땅히 해야 하는 거예요.”두 사람은 서로를 엄청 겸손하게 대했다. “민이야, 윤이모가 집에서 기다릴게.”심아윤은 육민이의 자그마한 볼에 뽀뽀를 했다.육민은 순식간에 불쾌하다 생각했고 바로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심아윤은 조금도 개의치 않아 했고 오히려 더욱 밝게 웃었다.“아직도 어릴 때처럼 다른 사람한테 뽀뽀를 당하는 걸 싫어하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그들은 행복에 빠져 뒤에 있는 육현경이랑 심아윤을 발견하지 못했고 주위에 있는 엄청 많은 까만색 보디가드들 또한 주의하지 못했다.오늘 그들의 일정은 놀이동산에 오는 것이었다.원래는 육민을 데리고 가는 것이었는데 육민이 잠시 소이연이 데리고 갔으니 두 사람도 일정대로 여기에 왔다. 하지만 우연히 소이연이랑 육민을 보게 되었다. 심아윤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육민은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이랑 친해지는 것을 싫어했다. 성격이 지금처럼 이렇게 활발한 적도 없었고 심지어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함도 있었다.하지만 소이연 앞에서는 완전히 달랐다.그녀는 시선을 돌려 육현경을 보았다. 육현경의 시선은 앞에 있는 사람에게 가 있었고 그렇게 사람들 속에 묻혀 안 보일 때까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가자.”육현경은 시선을 돌려 심아윤을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심아윤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는 육현경의 곁을 따라다녔다.주위에는 보디가드를 제외하고 고의적으로 안배한 기자들도 있었다.그들의 행방을 시시각각 보도하기 위해서이다.“뭐하고 놀고 싶어?”육현경은 심아윤한테 물었다.“난 다 돼.”“자극적인 거 탈래? 아니면, 자극적이지 않은 거로 탈래?”“자극적인 거.”심아윤은 말했다.“모처럼 바람을 쐴 수 있는 기회인데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응, 그러자”육현경은 대답했다.그리고 심아윤을 ‘아슬아슬한 탐험대’에 데리고 갔다.두 사람은 엄청 많은 놀이기구를 즐겼다. 롤러코스터, 자이로드롭, 바이킹...하지만 이런 놀이기구들은 육민은 아직 어려 놀지 못하기 때문에 그 들이 만날 교차점이 없었다.소이연은 육민을 데리고 아동 구역에서 놀았다. 때마침 호수에서 배를 띄우는 놀이기구를 즐기고 있었다. 그 순간 핸드폰 메시지가 갑자기 울렸다.소이연은 육민 혼자서 잘 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카카오톡으로 누군가가 친구 요청을 보내왔다.그녀는 친구 요청을 눌러보니 ‘안녕하세요, 저는 심아윤이요.’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소이연은 손
노민은 입술을 삐죽삐죽 내밀었다.그는 심아윤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윤 이모'라는 호칭도 그녀가 그에게 강요한 것이었다.소이연은 육민과 심아윤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육현경 역시 잠자코 있었다.대기 줄 사이에서 심아윤과 육민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심아윤이 육민이를 놀리기에 바빴고, 육민도 이에 어쩔 수 없이 호응해 주었다.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마침내 그들의 차례가 되었다."같이 탈까요?"심아윤은 매우 의욕이 넘쳤다.대관람차 내부는 족히 8명이 앉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컸다.소이연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니요, 괜찮아요. 두 분 데이트에 방해되고 싶지 않아요."심아윤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괜찮아요, 데이트는 무슨!""지금 주변에 기자들이 너무 많아요. 혹시나 찍힐까 봐 그래요."소이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밟는 것을 그녀도 눈치챈 듯했다.심아윤은 육현경을 응시하면서 그의 의견을 구했다."그럼 따로 타지." 심아윤이 약간 당황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아... 민이랑 같이 타고 싶었는데..."심아윤의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다.소이연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럼 민이랑 같이 타세요. 나는 혼자 타도 됩니다."하지만 육민이의 태도도 단호했다."싫어요. 난 엄마랑 같이 타고 싶어요."심아윤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육민을 바라보며 마지못해 말했다."이 배은망덕한 놈아, 이모가 얼마나 널 아꼈는데... 알았어, 알았어! 네 맘대로 해!"육민은 '배은망덕'이라는 말에 불만을 터뜨렸다.그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었다.소이연은 육민을 이끌고 관람차 안으로 들어가 앉았고, 육현경과 심아윤은 그 뒤에 앉았다.대관람차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장안시의 화려한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육민이가 유리바닥에 엎드려 경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너무 예뻐요!"소이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
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항상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을 받았다.분명히 잘못한 것은 아빠라고 육민은 생각했었다.육민은 저항하지 않고 소이연의 품에 안긴 채로 가만히 있었다.마치 길을 잃었다가 다시 마주친 것처럼 한시도 그녀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대관람차는 점점 더 높이, 맨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그제야 소이연은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육민의 질문에 대답했다."너만 있다면 엄마는 전혀 슬프지 않아.""엄마..."육민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직 마르지 않은 소이연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소이연은 그만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너무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조금씩 풀어낼 수 있었다.소이연이 조용하게 읊조렸다."민아, 네가 아직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육민이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아빠가 누구랑 결혼하든 나는 항상 엄마 곁에 있을 거예요.""그래!"소이연은 육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옅은 미소를 띠었다.육민이가 콩알만 한 얼굴로 소이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아빠는 윤 이모를 좋아하지 않아요."소이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녀는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것뿐이었다."정말이에요. 예전에 우리가 외국에서 잠깐 살았을 때, 윤 이모가 종종 아빠 보러 오셨지만, 아빠는 윤 이모에게 항상 차갑고 냉정했어요. 아빠가 좋아하는 건 엄마예요. 할아버지 때문에 아빠가 어쩔 수 없이 윤 이모랑 같이 있는 거예요."육민은 조금 흥분한 듯 목소리까지 떨릴 정도였다."아빠는 절대 윤 이모랑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아빠가 그전에 나한테 결혼은...""민아..."소이연이 육민의 말을 끊었다.육민은 까만 눈동자를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른들의 문제는 아이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소이연은 육민을 감당하지 말아야 할 시비에 육민이 휘둘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아빠와 엄마, 윤 이모까지 어떻게 되든 우리는 모두 너를 사랑한다는 것만
물론 그녀는 이런 것들을 육현경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육현경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이번 갑작스러운 공식 결혼 발표에 대해서는 자기도 전혀 몰랐다는 것 뿐이었다.또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받아들여야 했고, 심지어 육현경과 협력하여 파혼할 의향도 있었다.결국에는 사랑도 사업과 마찬가지로 계획과 전략이 필요했다."현경 씨, 방금 나 이연 씨 카톡 추가했어."육현경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마치 소이연의 이름을 언급해야만 육현경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심아윤이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내가 이연 씨에게 우리 관계에 대해 설명해 줘도 되?"육현경은 곧바로 거절했다."그럴 필요까지 없어.""아연 씨, 오해가 깊은 것 같던데...""그러니까 더더욱 조심해야지.”육현경이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녀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고,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반년 만에 육현경의 마음이 이렇게 멀어질 줄은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소이연,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육 씨 그룹 기념일 축하 행사에서 소이연을 처음 만났을 때, 실물은 확실히 TV 나 사진에서 볼 때 보다 훨씬 더 예뻤다.그녀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소이연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러다 문득 육현경의 눈빛이 그녀를 탐닉하는 것을 발견했다.오늘에야 다시 만나 그녀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너무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었고, 심지어 소이연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순수한 생얼의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여신 뺨치는 미모였다.하지만 그녀는 육현경이 여자의 미모에 넘어가는 저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그렇게나 많은 아름다운 여성들의 유혹에도 오랜 기간 솔로였던 육현경이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심아윤은 묵묵히 감정을 추스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어."그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대관람차 종착점에 도착하고 보니, 소이연과 육민
“거봐!내가 말했잖아, 육현경은 널 못 마땅해 하는데 기어코 달라붙을게 뭐야! 지금 봐봐, 얼마나 창피 해......”소이연은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소씨 가문에 기대를 품는게 아니였다.끊자마자,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소이연은 받지 않았다.소승영이 다시 전화 주기전까지는....“소이연, 이게 할머니한테 대하는 태도야?” 소승영은 화가 많이 나있었다.소승영의 목소리를 보아 유백희가 그녀에게 일방적 전화거절을 당한 후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제가 그 사람한테 모욕을 당할 의무라도 있어요? 아빠 질책도 듣기 싫어요!”말하자마자 소이연은 또 전화를 바로 끊을려고 했는데,건너편에 유백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지원이 그러던데 너 땜에 걔가 일자리를 잃었다며!”소이연을 욕해도 안 먹히자 그제서야 전화를 건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그건 걔 혼자만의 일이고 저랑 상관없어요.”“너랑 상관이 없다고?지원이는 너 때문에 육씨 가문한테 쫓겨 나갔다고 하던데!너, 걔가 회사에서 어떤 위치인줄은 알아? 임원이고 연봉 2억이야, 지금와서 짜른다면 다야? 너 내가 나중에 셋째 이모할머니한테 무슨 얼굴로 보라는 거야!”유백희는 말할 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며칠 전 소이연은 쭉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원래는 오늘 밤까지 안 받으면 소이연의 회사앞까지 찾아갈려고 했었다.“임원이라면서요,제가 뭐라고 임원급을 짤리게 만들어요?!” 소이연은 비꼬았다.“너 육현경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유백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육현경이 저를 못마땅해 한다고...”“소이연,나 지금 너한테 좋게좋게 말하는거야!”“글쎄요, 전 못 느꼈는데요.”소이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으면서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유백희는 너무 화가 나 몸을 떨고 있었다.언제부터인지, 이 계집애는 그녀의 말을 그렇게도 안 들었다. “이연아, 나 방금 마음이 급해서 말을 심하게 했는데, 너도 알잖니. 네 셋째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송문수는 차갑게 물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술을 마셨는지 전혀 몰랐고, 그냥 주소를 알려주었다.말을 마친 후 차 안에서 오랫동안 송문수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사실 전화를 끊고 나서 하지수는 후회와 놀라움을 느꼈다. 왜 송문수에게 전화했을까? 가장 도와주지 않을 사람은 송문수였다. 하지수는 경찰에 전화했야 했다. 아니면 보험사나 4S 매장에 전화해야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하지수는 이미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송문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송문수는 오지 않고 전화로 물었다.“심각하게 다쳤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아. 차 앞부분이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내 머리도 좀 긁힌 것 같아.” “우선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 그리고 보험 회사와 4S 매장에 연락해 손해를 평가받아.”송문수는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 “안 오니?”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순간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하지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사고가 나서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오늘 밤의 사고는 하지수에게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안 갈 거야.”송문수가 차갑게 말했다.“하지수, 너는 변호사잖아. 사고 후의 절차를 더 잘 알지 않을까?” 말을 마친 송문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그녀는 송문수에게 정말 실망했다. 어떤 정도로 실망했냐고?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다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혼도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 후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송문수를 만났다. 옆에는 두 명의 경찰이 있었다. 하지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해 달려가서 물었다. “송문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피투성이야?” “내 피가 아니야.”송문수는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누구 거야?”
송승우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놀라서 물었다.“이제 막 한 관광지를 갔는데 다른 두 곳도 준비했어. 먼 곳도 아니야. 왜 벌써 피곤해? 아니면 오후에 일이 있어?” “아니에요.”하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놀다 가자.”송승우가 농담처럼 말했다.“걱정하지 마, 미아로 만들지는 않을게.” “승우 오빠, 우리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송승우의 얼굴에 있는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지수야, 내가 그렇게 싫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송문수에게도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왜?”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나는 네 마음을 알아. 너는 송문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데 다시 거부하는 거야? 부모님이 강요한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부모님에게 잘 설명할게. 어떤 일이든 내가 감당할 거야.” “부모님 때문이 아니에요.”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송승우는 멍해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격에 그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다. “지수야, 너 뭐라고 했어?” “예전에 오빠를 정말 좋아했어요. 결혼 준비 중에 오빠가 떠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왜 갑자기 결혼식에 도망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송문수와 결혼하기로 한 것뿐이에요. 오빠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신 은혜도 있지만 오빠한테 화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지만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요.”하지수가 한 단어씩 강조하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감정은 식기 마련이고 오빠를 향한 그리움은 이제 없어요. 지금은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송문수한테 미안해서 그래?”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 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계속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