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녀는 이런 것들을 육현경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육현경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이번 갑작스러운 공식 결혼 발표에 대해서는 자기도 전혀 몰랐다는 것 뿐이었다.또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받아들여야 했고, 심지어 육현경과 협력하여 파혼할 의향도 있었다.결국에는 사랑도 사업과 마찬가지로 계획과 전략이 필요했다."현경 씨, 방금 나 이연 씨 카톡 추가했어."육현경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마치 소이연의 이름을 언급해야만 육현경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심아윤이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내가 이연 씨에게 우리 관계에 대해 설명해 줘도 되?"육현경은 곧바로 거절했다."그럴 필요까지 없어.""아연 씨, 오해가 깊은 것 같던데...""그러니까 더더욱 조심해야지.”육현경이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녀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고,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반년 만에 육현경의 마음이 이렇게 멀어질 줄은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소이연,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육 씨 그룹 기념일 축하 행사에서 소이연을 처음 만났을 때, 실물은 확실히 TV 나 사진에서 볼 때 보다 훨씬 더 예뻤다.그녀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소이연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그러다 문득 육현경의 눈빛이 그녀를 탐닉하는 것을 발견했다.오늘에야 다시 만나 그녀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너무 화려한 옷차림이 아니었고, 심지어 소이연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순수한 생얼의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여신 뺨치는 미모였다.하지만 그녀는 육현경이 여자의 미모에 넘어가는 저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으면, 그렇게나 많은 아름다운 여성들의 유혹에도 오랜 기간 솔로였던 육현경이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심아윤은 묵묵히 감정을 추스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어."그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대관람차 종착점에 도착하고 보니, 소이연과 육민
“거봐!내가 말했잖아, 육현경은 널 못 마땅해 하는데 기어코 달라붙을게 뭐야! 지금 봐봐, 얼마나 창피 해......”소이연은 말을 듣지도 않고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소씨 가문에 기대를 품는게 아니였다.끊자마자,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소이연은 받지 않았다.소승영이 다시 전화 주기전까지는....“소이연, 이게 할머니한테 대하는 태도야?” 소승영은 화가 많이 나있었다.소승영의 목소리를 보아 유백희가 그녀에게 일방적 전화거절을 당한 후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제가 그 사람한테 모욕을 당할 의무라도 있어요? 아빠 질책도 듣기 싫어요!”말하자마자 소이연은 또 전화를 바로 끊을려고 했는데,건너편에 유백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지원이 그러던데 너 땜에 걔가 일자리를 잃었다며!”소이연을 욕해도 안 먹히자 그제서야 전화를 건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그건 걔 혼자만의 일이고 저랑 상관없어요.”“너랑 상관이 없다고?지원이는 너 때문에 육씨 가문한테 쫓겨 나갔다고 하던데!너, 걔가 회사에서 어떤 위치인줄은 알아? 임원이고 연봉 2억이야, 지금와서 짜른다면 다야? 너 내가 나중에 셋째 이모할머니한테 무슨 얼굴로 보라는 거야!”유백희는 말할 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며칠 전 소이연은 쭉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원래는 오늘 밤까지 안 받으면 소이연의 회사앞까지 찾아갈려고 했었다.“임원이라면서요,제가 뭐라고 임원급을 짤리게 만들어요?!” 소이연은 비꼬았다.“너 육현경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유백희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육현경이 저를 못마땅해 한다고...”“소이연,나 지금 너한테 좋게좋게 말하는거야!”“글쎄요, 전 못 느꼈는데요.”소이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으면서 그녀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유백희는 너무 화가 나 몸을 떨고 있었다.언제부터인지, 이 계집애는 그녀의 말을 그렇게도 안 들었다. “이연아, 나 방금 마음이 급해서 말을 심하게 했는데, 너도 알잖니. 네 셋째
소가네 별장에서.유백희는 소이연때문에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할머니,화 내지 마요”소나은은 옆에서 위로했다. “육현경의 옆에는 이미 약혼녀가 있으니 언니도 지금 상처 받아서 자기도 모르게 할머니한테 몇 마디 더 대꾸했을거예요.”“쌤통이야!”유백희는 욕설을 퍼부으면서,“지가 뭐라고 감히 육현경을 꼬시고 신분상승할려고 그래! 꿈도 잘 꾸시네!”“언니가 좀 자신감 넘쳐하는 면이 있긴 해요. 육씨 가문이 저희가 어찌 넘 볼수 있는 가문이겠어요!”소나은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언니가 깨달은게 있었으면 좋겠어요.”말은 그렇게 해도 소나은의 심정은 언짢아 했다.소이연도 꼬실 수 있는 남자인데 자기도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기회만 되면, 소이연 곁에서 육현경을 빼앗아 갈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남자의 곁엔 약혼녀가 새롭게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도 빽도 빵빵한데다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못 내는 존재였다. 다행히 그가 못 가지는 남자를 소이연도 얻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니 불평은 조금 사라지는 듯 했다.“소이연이 뭘하든 그건 그 계집애 일이고 18세 때부터 저는 이런 가족은 없다고 생각해왔어요!” 소승영은 손에 힘을 주면서 ,“저희가 지금 신경써야 할 곳은 문씨 가문이에요”“거긴 왜?”유백희는 다급한 듯 연달아 물어봤다. “혹시 문서인이 울 집 나은이가 싫다고 하든?”요즘 소이연이 갑자기 사람들의 화제거리가 됐으니 문서인이 후회라도 하나 싶었다.“그건 아니에요.”소승영은 고개를 흔들면서,“문덕수가 오늘 저한테 전화 했는데 투자를 좀 해달래요.그 의 얘기를 들어보니 요즘 문씨네에서 고급브랜드를 런칭하려고 하는데 자금이 모자란다나? 본금만 투자하면, 저한테 배를 준대요.”“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는거야?”유백희가 묻는다.“당연히 문제죠. 지금 문씨네 주식이 쭉 내려가고 있고 은하 그룹한테 시장도 뺴앗긴데다가 문서인이 이끌어 온 스폰서는 지금 비밀리에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네요. 문씨가 말
“그럼 그렇게 하세요. 제가 주소 찍어 보내드릴게요” 소이연은 바로 그녀에게 주소를 보내고 위치를전송했다.“고마워요,3 0분 있다 봐요”휴대폰을 놓고 나서 소파에 앉아 TV 보고 있는 육민을 바라보며 마음에는 깊은 아쉬움이 가득 찼다.하지만..시간은 많으니, 앞으로 만날 기회가 더 많을거야.육민한테 다가가면서 말했다. “민아야, 오늘 윤이모가 널 데리러 오신대” 육민은 기분이 좋아 TV 를 보다가 가야 한다는 말에 바로 입이 삐쭉해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윤이모가 내일 장안을 떠난 대. 그러니 가서 하루 밤만 같이 자는 게 어때? 이모가 떠나고 나면, 가능한 주말마다 널 데릴러 갈 게.”“네, 알겠어요!” 육민은 고개을 끄덕였다.내키지 않더라도 엄마가 난처해지는것은 싫었다.어린애 같지 않고 너무 성숙한 민이라 소이연은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30분도 안되서 심아윤이 나타났다. 소이연은 육민을 문 앞까지 바래다 주었다.“민이야!” 육민을 보자 심아윤은 필요 이상으로 열정적이였다.오자 마자 껴안았다. 육민은 입술을 깨물면서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마워요.” 육민과 인사 나누고 나서 몸을 일으켜 소이연한테 말을 건넸다. “아니예요, 당연한 일인데요 뭘.”“그럼 저 민이 데리고 갈게요.”“조심히 가세요.”심아연은 육민의 손을 잡고 떠나려던 참에 멈추면서 뒤를 돌아보더니,“저랑 현경씨는 이연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마세요.”소이연은 미소만 띄우면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런 사이든 아니든 심아연의 성격은 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단지 착한 사람인척 하고 싶었을 것이 분명했다. 소이연은 이미 눈치를 차렸다. 억울하게 그녀의 조연이 될 의무는 없었다.심아연은 원하던 소이연의 반응을 못 보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육민을 데리고 차에 들어갔다.차안에서 심아연의 미소는 점점 사라졌다. ‘소이연 이 여자도 만만치 않네. 몇 번을 만났는데도 이 여자 마음이 잘 보이지가 않아.. 표정도
월요일, 심아윤은 장안시를 떠났다.뉴스에는 온통 심아윤을 배웅하는 육현경의 모습만 담겼다. 두 사람이 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는 장면만 말이다.소이연은 요즘 장안시의 뉴스거리가 그렇게도 없는지 의문이었다. 그 흔한 연예계 스캔들도 없는지? 육현경과 심아윤은 일주일 내내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모든 SNS에 그들의 소식들로 가득했다.소이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은하패션 브랜딩 회의를 위해 VIP회의실로 향했다.그녀의 lovely 신분이 드러났기 때문에 은하와의 협력을 제안해 오는 업체들이 많았다. 소이연은 이를 비즈니스 기회라고 생각했고 은하그룹의 자금이 한정된 상황에 자금 조달을 통해 마케팅 스케일을 키우면 서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제 핵심은 어떻게 베스트 협력업체를 찾느냐이다.소이연은 오전 내내 회의하며 경영진들과 논의 했다.핸드폰을 무음 상태로 해놓고 있어서 사무실에 돌아와서야 부재중 전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육현경과 문서인의 전화였다. 소이연은 그들의 부재중 전화를 그냥 무시하고 계속 일에 몰두했다.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밤 아홉 시가 훌쩍 넘었다.결국 세 개의 괜찮은 협력업체를 선정했다. 최종적으로는 입찰을 통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소이연은 허리를 펴고 일어나 가방과 차 키를 들고 퇴근했다.늦은 시간이라 다들 이미 퇴근했다.주차장도 어둡고 주차된 차도 별로 없어서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빨리 차 키를 눌러 얼른 차에 올라타려고 한 순간 갑자기 어두운 곳에서 웬 검은 그림자가 돌진해 왔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입은 틀어막혔고, 몸으로 아무리 저항하려 해도 남자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제압당한 채로 낑낑댈 수밖에 없었다.남자는 소이연을 옆에 있는 밴 쪽으로 끌고 갔다.그때, 갑자기 또 다른 남자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소이연을 끌고 가는 남자를 향해 사정없이 킥을 날렸다.소이연을 제압하고 있던 손이 풀렸다.소이연은 질린 채로 남자의 제압에서 풀려났다.순간 두 남자가 미친 듯이 싸우고 있는 것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소이연이 말했다.소이연은 직접운전하고, 문서인은 경찰차를 타고 왔다.그러니 당연히 소이연이 문서인을 데려다 줄 수 밖에 없다.“괜찮아. 많이 안 다쳤어. 며칠이면 금방 나아.”문서인이 이어서 말했다. “많이 늦었어. 얼른 집에 들어가.”“그래도 마음 놓이게 가서 검사해 봐.”소이연은 단호했다.조금이라도 빚 지기 싫었다.“... 고마워.”문서인도 알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같이 차에 올라탔다.소이연이 운전하고, 문서인은 조수석에 탔다.“네가 운전도 할 줄 몰랐어.”문서인이 말했다.“예전에는 운전 안 했잖아.”“예전엔 너무 바빴어.”소이연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문서인은 죄책감을 느낀 듯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미안해 이연아. 내가 예전에...”“예전 얘기하고 싶지 않아.”소이연이 그의 말을 끊었다.문서인이 절대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그의 앞에서 괜찮은 척 연기 하는 것조차 싫었다.“오늘 나 무슨 일로 찾아왔어?”소이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문서인은 괜히 입술을 만지작거렸다.사실은 가장 솔직한 태도로 소이연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소이연이 얼마나 똑똑한 여자인지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녀를 속이긴 불가능하다.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지금 문씨 그룹이 상황이 좀 그렇잖아.”소이연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얼마 전부터 문씨그룹은 미디어의 힘으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많은 돈을 들였다. 그런데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회사 주식도 계속 하락세를 달렸고 투자자들도 투자금을 철회했다. 머지않아 파산될 직전이다.“너 한테 투자 부탁하러 온 건 아니야. 나도 알아 지금 너 한테 은하그룹만으로 벅차다는 거. 자금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그냥 요즘 은하그룹이 다른 업체하고 협업한다는 얘기를 들었어. 문씨그룹도 오래된 패션기업이잖아. 너도 오랫동안 문씨그룹에 있었으니까 알잖아. 무엇보다 우리 그룹은 성숙한 경영관리 시스템
소이연은 눈앞에 나타난 육현경을 바라보았다.오늘 그가 수많은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화를 받거나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내고 저녁에 퇴근하려 할 때 장지원이 나타나 복수하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답장하지 않으면 육현경이 내일까지 기다려줄 거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새벽 3시에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것이다.여기에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육현경의 능력이라면 장안에서 어느 구멍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무조건 찾아낼 것이라 이상하지는 않았다.문서인도 육현경을 보고 많이 놀랐다.저 녀석 심아윤이랑 공식적으로 결혼 발표한 거 아니야?심아윤이 떠나자마자 육현경이 찾아오네, 하필이면 이 시간에?전에 소이연에게 연락했을 때 그녀는 육현경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문서인이 아는 소이연은 자신을 애인으로 만들 여자가 아니었다.그가 이를 갈며 상황을 지켜봤다.육경현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문서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이연만 뚫어지게 쳐다봤다.“이젠 안 바빠?”“응.”소이연이 짧게 대답했다.“가자.”육현경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두 사람 사이는 아주 평화로웠다.소이연은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고 해서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육현경도 그녀가 문서인과 같이 있다고 해서 화를 내지 않았다.마치 두 사람은 서로를 굳게 믿고 그 어떤 외부적인 요소가 방해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행동했다.문서인은 두 사람이 눈앞에 사라지는 것을 멀뚱히 쳐다봤다.완전히 개무시를 당했다.자존심이 상한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소이연, 그렇게 도도하고 고상한 척하더니 육현경의 세컨드가 되겠다?말할 수 없는 분노가 가슴에 꽉 막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문서인이 전화를 받았다. “나은아.”“어떻게 됐어? 전화가 없어서 걱정돼서 연락했어.”휴대폰 너머로 다급한 소나은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의 관심 어린 말투에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소
소나은이 이런 말도 했었다.소이연이 마침 육현경에 버림을 받고 한참 의기소침해 있을 때라서 문서인더러 적극적으로 다가가 위로한다면 예전의 받았던 상처를 잊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씨 가문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니 소이연에게 다가가도 괜찮다면서 자신의 감정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왜냐면 소나은은 문서인과의 감정이 단단하고 믿었기 때문이다.문서인은 그렇게까지 말하는 소나은에게 감동을 받았다.자신을 이토록 사랑해 주는 여자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소이연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문서인이 대답하면서 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소나은이 쓴웃음을 쳤다.그녀도 소이연을 잘 알고 있었다.문서인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죽는 시늉을 해도 소이연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소나은은 문서인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길을 가게 상황을 유도했다.“시간문제야. 전에 오빠가 그렇게 언니한테 상처를 줬는데 당연히 경계하겠지.”소나은이 좋은 마음으로 위로했다.“근데 나한테 시간이 많지 않아. 소이연이 이번 주에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선다고 들었어. 문 씨 그룹도 주식이 계속 떨어져서 융자를 조달하지 않으면 파산하게 될 거야.”문서인이 또 참지 못하고 욱했다.“그럼 어떡해.”소나은이 다급한 마음에 울먹거렸다.“무슨 방법이 없어? 언니가 무조건 문 씨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거 말이야.”“지금은 협박이 전혀 먹히지…”문서인이 말하다 멈추었다.소이연이 문 씨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방법?순간 그의 눈에 싸늘한 빛이 스쳤다.“나은아, 우리 감정을 믿지?”“당연하지. 안 믿었으면 전에 사귀었던 사이인 걸 알면서도 언니한테 찾아가라고 말하지도 않았어. 지금은 오빠와 문 씨가 무사할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괜찮아.”소나은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이면 충분해.”문서인이 결단을 내렸다.“나도 약속할게. 어떤 일이 벌어져도 문 씨 안주인은 너야.”“알았어.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릴게.”소나은이 고분고분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송문수는 차갑게 물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술을 마셨는지 전혀 몰랐고, 그냥 주소를 알려주었다.말을 마친 후 차 안에서 오랫동안 송문수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사실 전화를 끊고 나서 하지수는 후회와 놀라움을 느꼈다. 왜 송문수에게 전화했을까? 가장 도와주지 않을 사람은 송문수였다. 하지수는 경찰에 전화했야 했다. 아니면 보험사나 4S 매장에 전화해야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하지수는 이미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송문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송문수는 오지 않고 전화로 물었다.“심각하게 다쳤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아. 차 앞부분이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내 머리도 좀 긁힌 것 같아.” “우선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 그리고 보험 회사와 4S 매장에 연락해 손해를 평가받아.”송문수는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 “안 오니?”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순간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하지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사고가 나서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오늘 밤의 사고는 하지수에게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안 갈 거야.”송문수가 차갑게 말했다.“하지수, 너는 변호사잖아. 사고 후의 절차를 더 잘 알지 않을까?” 말을 마친 송문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그녀는 송문수에게 정말 실망했다. 어떤 정도로 실망했냐고?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다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혼도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 후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송문수를 만났다. 옆에는 두 명의 경찰이 있었다. 하지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해 달려가서 물었다. “송문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피투성이야?” “내 피가 아니야.”송문수는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누구 거야?”
송승우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놀라서 물었다.“이제 막 한 관광지를 갔는데 다른 두 곳도 준비했어. 먼 곳도 아니야. 왜 벌써 피곤해? 아니면 오후에 일이 있어?” “아니에요.”하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놀다 가자.”송승우가 농담처럼 말했다.“걱정하지 마, 미아로 만들지는 않을게.” “승우 오빠, 우리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송승우의 얼굴에 있는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지수야, 내가 그렇게 싫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송문수에게도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왜?”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나는 네 마음을 알아. 너는 송문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데 다시 거부하는 거야? 부모님이 강요한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부모님에게 잘 설명할게. 어떤 일이든 내가 감당할 거야.” “부모님 때문이 아니에요.”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송승우는 멍해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격에 그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다. “지수야, 너 뭐라고 했어?” “예전에 오빠를 정말 좋아했어요. 결혼 준비 중에 오빠가 떠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왜 갑자기 결혼식에 도망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송문수와 결혼하기로 한 것뿐이에요. 오빠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신 은혜도 있지만 오빠한테 화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지만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요.”하지수가 한 단어씩 강조하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감정은 식기 마련이고 오빠를 향한 그리움은 이제 없어요. 지금은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송문수한테 미안해서 그래?”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 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계속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