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속에는 소이연을 축하하는 목소리리 외에 소나은의 구도와 대범함을 칭찬하는 글도 올라왔다.어쨌든 지금까지 소나은은 계속 1위를 유지했고, 인기도마저 다른 디자이너들과 비교할 수 없으니, 그 누구라도 마지막 결승전에서 진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현장에서 소나은은 진심으로 축하했다.[소이연과 소나은의 관계가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우리가 너무 깊이 생각했네, 그래도 자맨데, 남자 하나 때문에 등을 돌릴 순 없지!][소나은이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인 줄 몰랐네, 소이연이 상을 받았는데 오히려 자기가 더 기뻐해.][소이연이 여태까지 상 받는 장면 다 돌려봤는데, 소나은이 자기 성적 나올 때보다 오히려 더 긴장하고 있더라.][우리가 평소에 소나은한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 소나은이랑 문서인은 확실히 찐 사랑이긴 하지.]육현경이 눈살을 찌푸렸다.이긴 건 소이연이었지만, 오히려 소나은이 인기를 얻었다.단톡방에서도 쉴 새 없이 메시지가 떴다.“소나은 성격이 바뀐 건가? 아니면 또 돈 주고 사람 사서 신분 세탁이라도 하려고 그러나?”@육현경“그래도 팩트만 말하면, 소이연의 디자인 실력이 확실히 놀랍긴 하지. 우리 옷 디자인도 맡길 순 없나?”@육현경“뚱땡아, 신도 너 못 구해주겠다. 현경이 와이프 좀 그만 괴롭혀라.” 송문수가 한마디 던졌다.두 사람이 또 싸우기 시작했다.육현경은 귀찮아 대꾸도 하지 않았다.프로그램이 곧 끝날 것 같았다.소이연이 수상소감을 발표하려는 그 순간, 한 관중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소이연 디자인은 카피입니다!”아주 큰 목소리였다.고요했던 현장 덕에, 아마 모두 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맞습니다, 나도 봤어요. 소이연이 디자인한 옷은 글로벌 유명 디자이너 lovely의 작품입니다! 작년에 패션 잡지에도 실렸었다고요!”“맞아요, 어쩐지 나도 뭔가 익숙한 디자인이다 했는데, 역시 카피였네요! Lovely는 글로벌 대회에서 1등 상을 받아서, 그녀의 작품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요.”현장에 있는
소나은은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하지만 수많은 카메라가 그녀를 향해서 대놓고 기뻐할 수 없었다.소이연이 이렇게 낭패를 보는 것을 직접 보고 있으니 아주 통쾌했다.오늘 밤이 지나면 소이연은 악명 높은 사람이 될 것이고, 은하그룹도 소이연 때문에 다시 폭락하게 될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통쾌했다.소나은이 큰 소리로 웃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다른 사람에게는 그 표정이 소이연을 걱정하는 듯한 얼굴로 보였다.걱정 때문에 얼굴이 뒤틀리는 것처럼 보였다.“순위를 다시 발표해요! 소이연의 참가 자격을 취소하세요!” 현장의 한 관중이 큰 소리로 말했다.곧이어 모든 사람들이 외치기 시작했다.대중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화면의 댓글에도 각종 악플이 달렸다.[와 진짜 역겹다. 소이연이 카피였다니! 절대 용서 못 하지.][소이연 응원한 거 다 손해 봤네, 지금 벌레 먹은 거 같은 마음이야. 역겨워.][소나은 인성이 소이연보다 훨씬 낫네, 예전에 소나은이랑 문서인은 찐 사랑이었던 거지.][지금 보니까 문서인이 소나은한테 갈아탄 데에는 이유가 있었네.]육현경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그 모습을 본 이명진이 안절부절했다.왜냐면 대표님은 진지해지면 무서우니까.문씨 가문이 이렇게 대표님을 건드리면 안 됐다.갑자기 눈치라도 챈 듯 단톡방이 조용해졌다.하도경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누군가 틀린 말을 하면 육현경이 바로 복수를 할 것 같았다.뒤 끝이 장난 아닌 육현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육현경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문씨 그룹 인수하세요.”“문씨요?” 전화 너머로 의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씨는 매입할 가치가 없는 것 같은데요.”이미 끝을 보고 있는 기업은 미래 가치가 없다.“꼴 사나워요.”“네.” 깍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육현경이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이명진은 대표님이 직접 사모님을 모시러 갈 것을 알고 있었다.바로 그때 현장에서 반대의 의견이 일어나고 있었다.특별 초대된 디자이너 마린
마린의 말에 현장은 뒤집어졌다.믿을 수 없었다. 소이연이 탑급 디자이너 lovely라고?!“Sheeny 컵”에서 그녀의 디자인은 완전히 동 시즌 디자이너들을 몰살하고 전 세계 팬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Sheeny 컵”은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누구도 lovely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었고 언론 매체에서 인터뷰하고자 했지만 그녀는 모두 완곡히 거절했다.그녀가 유명해진 뒤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잡지에 계속 작품을 냈다.그것도 천문학적인 금액대로 디자인을 판매하기도 해서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디자이너라고 불리기도 했었다.심지어 아시아인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을 바로잡아 아시아의 빛으로 불리기도 했다.하지만 이렇게 패션계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으니 누군가는 lovely가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못 생겨서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또 누군가는 lovely가 사람이 아니라 한 그룹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Lovely에 대한 유언비어가 아주 많았지만 단 한 번도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다.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들 그녀의 신비로움에 익숙해졌다.오히려 소나은이 “Sheeny 컵”으로 전국 5위, 아시아 2위을 거머쥐면서 업계를 흔들었다.전혀 Lovely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속으로 Lovely의 디자인 실력이 확실히 좋긴 했지만 반드시 못생겼거나 사람이 아니라 한 팀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솔직히 말하면, 예쁜 사람은 디자인 실력이 그녀보다 좋진 않을 것이고, 디자인 실력이 좋다면 그녀보다 예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는 계속 이런 우월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그러니 소이연이 lovely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말도 안 돼!어떻게 소이연일 수가 있어?!만약 소이연이라면 소이연은 처음부터 자랑을 널어놨을 텐데, 이렇게 겸손할 리가 없잖아!문서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패션계 사람이 l
마린은 무대 위에서 차분하게 서 있는 소이연을 보았다.오늘 대회에서 소이연을 마주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 당시 그는 소이연이 떠나는 것을 말렸다. 그가 그녀를 세계적인 무대로 보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당시 미국의 왕실 귀족들은 모두 그에게 연락해 lovely가 직접 만든 옷을 입으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녀의 말로는 명예보다 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그녀가 귀국하기 전 그를 만난 것은 지난 몇 년간 그녀를 지지하고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그녀는 나중에 패션계를 떠나 사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당시 그는 그녀에게 업계를 떠나지 않고 매년 작품을 만들어 내지 않더라도 그녀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디자인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그의 조언을 들어준 덕분에 지난 몇 년간 lovely의 놀라운 작품들이 계속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당신 말만 듣고 어떻게 알아요!” 관중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마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의 세계적인 인지도로는 애초에 누군가가 하나하나 따지고 들며 의심할 사람이 아니었다.“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잡지의 편집장이자 수석 디자이너로서 제 인격을 걸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소이연은 lovely입니다!” 마린은 엄숙한 표정과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유명한 사람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그것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문서인이 돈으로 매수한 사람들이 고의로 이슈를 만들고 있는 것뿐이었다.“저는 제 신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소이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 누구도 마린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와 마린은 악어와 악어새, 스승이자 친구이기도 했다.그녀의 성격은 항상 차가웠다.가정사 때문에 성격이 매우 예민해지고 그 누구도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그 당시 그녀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외 많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하마터면 작품도 세상에
소이연이 lovely라는 결정적인 증거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증언과 소이연의 SNS로 증명한 것이다.방금까지도 평가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던 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시청자들 역시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은 듯했고, 댓글 창도 몇 초간 그대로 멈춰 있었다.하도경은 참지 못하고 연속으로 단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와, 미친, 소이연 진짜 대박이다! Lovely래, 아시아의 빛! 천재 신인 디자이너!”“예쁘고 재능 있고 누가 안 좋아하겠어?!”“현경아, 너 정말 예리한 안목을 가졌구나.”“문서인 지금 아마 배 아파 죽겠지? 지원아, 네 외삼촌 무시한다고 뭐라고 하지 마라? 진짜 쌤통이야!”그 순간 문서인의 낯빛은 살면서 본 얼굴 중 최악이었다.소이연과 알고 지낸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그녀가 lovely라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두 사람이 사귈 때 소이연이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돈을 벌어오기도 했었다.그가 은혜를 베풀지 않았다면 소이연은 일찍 남의 나라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나중에 연애할 때 소이연이 그에게 해외에서 발전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문씨 가문이 위기를 맞았을 때라 부모님이 한사코 돌아오라고 했었다.그래서 애초에 소이연이 말한 ‘기회’가 그냥 스스로 먹고 살 수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귀국하게 되면 소이연이 서운해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문이 더 중요했다.게다가 그 당시 소이연에 대한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기에 이기적이게도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다.그는 소이연이 그를 많이 도와주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문씨 가문으로 들어가 홍보 활동을 시작해 많은 후원을 찾아 주었다.처음에는 소이연의 희생에 감동해 앞으로 잘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소나은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소나은과 소이연의 성격은 완전 극과 극이었다. 소나은은 그를 더욱 신경 썼다.그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소나은은 금방 알아챘고 심지어 조
하지만 업계 내막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이번 일거수일투족은 부인도 잃고 병사도 잃는 격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한 번 또 한 번 소이연에게 “모욕”을 당하고 있었다.문서인은 주먹을 세게 쥐고 매섭게 화면 속의 소이연을 노려보았다.이때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소이연 씨가 lovely라는 것을 믿습니다. Lovely 씨가 이번 대회에 참가 해주신 것에 대해 아주 영광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번 대회의 규칙은 현장에서 디자인해야 하며 카피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심사위원과 기획팀 과반수의 의견으로 소이연 씨는 자신의 과거 작품을 사용했을지라도, 카피로 판명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소이연 씨의 이번 대회 참가 자격을......”“저도 디자인했는데요.” 소이연이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사회자는 멍하니 서있었다.“사회자님, 저도 현장에서 디자인했는데요. 다른 사람이 바꿔 가긴 했지만요.” 소이연은 한마디 한마디 아주 정확하게 끊으며 말했다.현장은 다시 술렁였다.이거 예능 아니야?!이건 영화야, 게다가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있는 그런 영화!관중들은 환호했다.댓글 창은 너무 많은 댓글로 읽을 새도 없었다.[나 심장이 너무 아파.][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 대박.....][죽을 거 같아, 심장이 배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예능 좀 보자는데 목숨까지 걸어야 해?!][이런 리얼리티 예능은 본 적도 없어, 이건 절대 대본 아닐 거야. 빨리 배틀 해!]사회자는 몇 초간 멍해져 있다가 급히 현장을 수습했다. “이연 씨의 말은, 그러니까 옷을 만들었는데, 서아 씨가 그 옷을 안 입고 다른 옷을 입었다는 말씀입니까?”갑자기 이름이 언급된 문서아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이연이 다시 유명해지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서 화만 냈었다.그녀는 원래 질투가 많아서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싫어했다. 소이연이 문씨 가문에서 출근할 때 능력도 뛰어나서 자신과 많이 비교되었다.그런 소이연을 계속 미
모든 시선이 나나에게 집중되었다.관중들 시선에 나나는 너무 놀라 온몸을 덜덜 떨며 정신을 잃었다.사회자, 현장 관중, 카메라 앞에서 나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그 옷을 바꾼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모든 진상이 낱낱이 밝혀졌다.소이연은 누군가에 의해 함정에 빠졌다.이번 사건의 장본인은 당연히 나나가 아니었다. 나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었으니 그 화살이 문서아에게 돌아갔다.문서아는 창백한 얼굴로 무대 위세 서 있었다.반박할 수가 없었다.사회자도 놀라 윽박질렀다. “서아 씨, 왜 이연 씨의 옷을 바꿨나요, 왜 그런 짓을 하신 거죠?!”문서아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렇게 많은 조명 아래 전 국민 앞에서 이렇게 까발려지니 믿어지지 않았다.그녀의 뒤에 얼마나 큰 조력자가 있던 앞으로의 그녀의 연예계 생활이 걸려있었다.그녀는 계속 고개만 저었다.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나은을 바라보았다.소나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했다.아무런 도움도 없이 이렇게 혼자 무대에 서 있을 수 없었다.소나은도 이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분노가 더 컸다.문서아의 시선이 느껴지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녀는 절대 이 일로 그녀의 콘셉트와 평판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 사건을 계획할 때 이미 도망갈 구멍을 찾아 두었다.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문서아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슬픈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서아야,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무리 문씨 패션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우리 언니가 대회에서 이기는 게 싫다고 이렇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모함하다니, 넌 내 제일 친한 친구잖아. 난 네가 이런 짓을 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아......”말을 하던 소나은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마음이 찢어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문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나은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어떻게 모든 일을 그녀에게 뒤집어씌울 수가 있는가?!도대체 왜 그녀 혼자
[소나은 왜 이렇게 여우 같지?!][바람 피운 여자가 낳은 애는 역시 쪼잔하네, 진짜 치사하다.][소나은은 이번엔 진짜 정떨어진다. 질 거면 당당하게 지던가. 진짜 밥 맛 떨어져.]“심사위원 여러분, 여러분이 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이번 대회를 평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중들과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친구들 역시 명분이 있는 결과를 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소이연이 다시 한번 간절히 말했다.사실 관중들도 소이연이 결승전에서 만든 옷이 뭔지 궁금했다.그래도 lovely니까 작품은 당연히 잘 만들었을 것을 거라 생각했다.“우리도 소이연의 작품이 보고 싶어요!” 한 관중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소이연에게 공평하게 해줘라!”“대회를 계속해 주세요! 우리도 명분이 있는 결과를 원합니다!”현장의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댓글 창도 소이연에 대한 각종 응원이 가득했다.육현경의 단톡방도 고요했다.아마 이 극적인 전개에 다들 놀랐을 것이다.이때 하도경이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미친,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문서아가 이 정도까지 한다고? 지원아, 네 와이프 대단한데, 너 앞으로 조심해라.” @계지원.“문서아가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데, 문서인이 뒤에서 조종하고, 문서아는 당한 거 같아.” 송문수가 평가했다.“내 생각에도 그래. 문서아는 가슴만 크고 머리는 비었어. 문서아를 무시하는 건 아닌데 너랑 안 어울리긴 해.” @계지원.“하도경, 너 말이 많다.” 송문수가 하도경에게 한마디 했다.“내가 말이 많긴 해. 그럼 문서아 얘기는 안 할게. 소나은 얘기 좀 해보자. 진짜 역겹다. 내가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만나봤는데, 이렇게 쓰레기 같은 애는 처음이야. 진짜 이런 애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긴 해? 문서인은 대가리에 똥이 들어찬 거냐?!” 하도경은 다소 흥분했다.“그게 아니면 현경이가 어떻게 기회를 잡았겠어?” 두 사람은 단톡방에서 열렬하게 토론할 때 이른바 두 “가족”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스튜디오 현장.현장 논의
하지수의 전화를 받은 소이연은 그녀의 목소리만 듣고도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지수 씨, 무슨 일 있어요?”“문수 씨가 오늘 어머님이랑 좀 다퉜는데 핸드폰도 다 깨져버려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문수 씨가 걱정되는 데 아버님이 승우 오빠 먼저 설득해달라고 해서 지금 병원으로 가는 중이거든요.”“그래서 현경이랑 친구분들더러 문수 씨 찾아달라고 하라는 거죠? 혹시 문수 씨가 안 좋은 생각 할까 봐?”“네.”아직 본론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알아맞히는 소이연이 제 친구라서 하지수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현경이한테 말할 테니까 지수 씨는 걱정 말고 승우 씨한테 가요. 찾으면 연락할게요.”“고마워요 언니.”“아니에요.”전화를 마친 하지수는 아무리 심호흡을 해봐도 답답한 가슴을 안고 병원에 들어섰다.바로 중환자실로 향한 그녀 눈에 보이는 건 복도에 앉아 쉴 틈 없이 울고 있는 허영지였다.하지수가 병원을 나설 때도 울고 있더니 아직까지도 진행 중인 것 같았다.저 눈물이 송승우를 위해 흘리는 건지 아니면 송문수와 다퉈서 흘리는 건지는 몰라도 하지수는 어떻게 위로를 전해야 할지 몰랐다.솔직히 말하면 별로 위로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허영지가 송문수를 대하는 태도는 하지수마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지수 왔구나”“네, 아버님.”“승우가 너 빼곤 아무도 보지 않겠대. 승우 아니었으면 너 이렇게 급하게 오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네.”그들은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들을 위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사람이었으니 하지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옷 갈아입고 들어가 볼게요.”고개를 끄덕이는 송기명에 하지수가 몸을 돌리던 찰나, 허영지가 아직도 화난듯한 어투로 물었다.“송문수는 안 온대?”“모르겠어요.”“어디 갔어?”“그것도 몰라요.”“걔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지? 지금이 어떤 상황인 줄 뻔히 알면서 뭐 하는 짓이야!”하지수는 눈물을 흘리며 발악하는 허영지를
“무슨 일로 전화한 거냐니? 넌 동정심이라곤 없니? 네 형이 지금 중환자실에 있다고!”하지만 계속해서 화를 내는 허영지에 송문수의 인내심도 결국 바닥나버렸다.“그럼 엄마는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데요? 형 병실 앞에서 매일 밤낮으로 지키길 바라세요? 아니면 사고 난 게 형이 아니라 나였으면 하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 집안의 쓰레기 같은 존재였잖아요, 그런 내가 죽으면 다들 아무렇지도 않았겠죠!”담아뒀던 서러움이 터지듯 말을 쏟아내는 송문수에 잠에서 깬 하지수가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문수 씨.”하지만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핸드폰을 붙잡고 있었다.한동안 조용하다가 입을 연 허영지는 목이 멘 채로 말했다.“송문수, 너까지 나 힘들게 할 거야? 내가 죽는 꼴이라도 봐야겠어?”“내가 엄마를 죽이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날 죽으라고 내몰았던 사람이 엄마 아빠예요.”말을 마치고 나서 바로 핸드폰을 내던지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바닥에는 깨진 핸드폰이 나뒹굴고 있었고 송문수는 방문을 세게 닫으며 밖으로 나갔다.어릴 때부터 참지 않던 송문수라도 그가 이렇게 화내는 건 처음 본 하지수는 다급히 뒤쫓아가려 했지만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네, 아버님.”“지수야, 너 지금 문수랑 같이 있어?”“아까까진 같이 있었는데 문수 씨 방금 나갔어요.”“문수 괜찮은 거야?”“모르겠어요. 어머님은 좀 어떠세요?”“화나서 계속 울지 뭐.”제 아내를 말릴 수도 없었던 송기명은 뒤늦게 허영지를 대신해 해명했다.“사실 이 사람도 문수한테 뭐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너무 슬퍼서 순간 아무 말이나 막 한 것 같아.”“알아요.”하지수도 허영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송문수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거라 마음이 안 좋았다.“지금 병원으로 좀 올래?”“문수 씨 핸드폰도 안 가지고 나가서 전 문수 씨 찾으러 가야겠어요.”“걘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걱정 마.”“왜 문수 씨는 아무
“송승우가 또 수술받으니까 어머님 아버님이 못 버틸 것 같아서 그냥 입 다물고 있은 거잖아. 그렇게라도 응어리 좀 풀라고.”“나 그 정도로 속 깊은 사람 아니야. 그냥 말하기 싫었을 뿐이지.”“난 못 속인다니까.”매번 거짓말을 할 때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송문수이기에 하지수는 그가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 다 알 수 있었다.“문수 씨는 진짜 좋은 사람이야.”하지수는 송승우보다 송문수가 더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물론 송승우도 부모님을 아주 공경했지만 어릴 때부터 사랑을 독차지해온 그는 다 커서도 집안의 관심만 바랐지 집안에는 그 어떠한 공헌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늘 형에게 밀려나 찬밥신세이던 송문수는 항상 부모님 곁을 지키며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하는데 발 벗고 나서곤 했다.“나 이제 잘 거야.”그래서 대견스러워서 한 말인데 송문수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게 부끄러웠는지 귀가 빨개져서는 욕실로 도망가버렸다.그런 송문수의 뒷모습을 보던 하지수는 자신이 따라온 게 정말 다행이라고 여겨졌다.만약 송문수를 혼자 보냈다면 그는 지금까지도 가족들의 이해를 받지 못한 사실에 괴로워하고 있었을 텐데 하지수 덕분에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같았다.어릴 때부터 모든 사람의 시선은 송승우에게 집중되어있었다, 물론 그 사람들 중에 하지수도 포함이었다.그럼 송문수도 질투하고 부러워할 만도 할 텐데 하지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송문수가 송승우의 것을 탐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그 속이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싶어 하지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지금은 송승우도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시부모님도 아들을 지키겠다고 몸을 혹사시키고 있었기에 하지수가 이런 슬픔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이런 생각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걸 막고자 눈을 감았다 뜨며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온 다음에 송문수를 제대로 달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샤워를 마친 송문수는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웠지만 자신이 정말 잘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눈만 감으
병원을 나선 송문수가 택시를 잡아타려고 할 때 하지수가 뛰어나오며 그를 불렀다.“문수 씨!”하지수를 본 송문수는 당장이라도 차를 출발시키고 싶었지만 그녀가 아주 다급해 보여서, 그녀에게 욕을 먹더라도 그냥 돌려보내고 싶지는 않아서 문을 연 채로 하지수가 탈 때까지 기다렸다.사실 하지수도 송문수가 저를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버릴까 봐 걱정됐는데 여전히 멈춰있는 차에 안심하며 빠르게 올라탔다.기분이 나빠서 호텔이든 어디든 가서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건 알겠지만 그러다가 연락이라도 안 되면 하지수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기에 이렇게 따라 나온 거였다.하지수가 차에 앉은 걸 확인한 송문수가 차를 출발시켰고 둘은 정적 속에서 호텔로 향했다.하지수는 몇 번이나 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무심히 창밖만 내다보는 송문수에 차마 입을 뗄 용기가 생기지 않아 그저 침묵을 유지했다.송문수에게도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그런데 호텔 방으로 들어오자 송문수는 하지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하지수, 나 욕할 거면 빨리해. 참을 필요 없어. 욕 다 하면 나도 잘 거야.”“뭐?”예기치 못한 말에 하지수가 어리둥절해 하며 묻자 송문수가 말을 이었다.“송승우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와중에 잠이나 자겠다는 내가 이해 안될 수도 있지만 나도 어제부터 못 자서 지금 좀 피곤해. 사람이 오랫동안 잠을 못 자도 심장마비로 죽거든.”“나 당신이랑 같이 자러 온 거야. 어제 나도 잘 못 잤어.”“당신이 마음 불편해서 못 잘까 봐 온 거라고. 나는 당신이 안 잔다고 버틸까 봐 그게 더 걱정됐어.”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하지수의 반응에 송문수는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나도 당신한테 화낼 줄 알았어?”“화내는 게 당연하잖아.”씁쓸한 투로 말하며 시선을 돌리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어차피 송승우도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이었어.”그 말을 들은 송문수는 역시나 하지수도 제가 송
“왜 이래? 왜 갑자기 안 보이는 거야?”눈도 깜빡이지 않고 송승우를 바라보던 허영지는 갑자기 내려진 커튼에 슬픈 눈을 하고 병실을 나서는 간호사에게 물었다.“환자분 쉬셔야 하니까 일단은 다들 돌아가 계세요.”“난 안 가요. 내 아들 옆에 있을 거예요.”“환자분이 가족들 보는 걸 원치 않습니다.”간호사의 입에서 나온 믿기지 않는 말에 허영지는 또 눈물을 터뜨렸다.“왜 우릴 안 보겠다는 거예요? 안에서 혼자 있으면 힘들 텐데...”“환자분한테도 혼자만의 시간을 줘야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드릴 테니까 일단은 돌아가 계세요.”“난 안 가요.”허영지가 고집을 피우자 마찬가지로 송승우 옆에 있고 싶었던 송기명도 움직이지 않았다.“문수 넌 이제 그만 가.”“어젯밤도 샜으니 돌아가서 자.”쌀쌀맞은 엄마의 말투에서 저건 관심이 아니라 타박임을 눈치챈 송문수는 엄마가 저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전 호텔에 가 있을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바로 올게요.”하지만 송문수의 말에도 허영지는 대답 없이 차가운 등을 보일 뿐이었다.그에 고개를 떨군 송문수는 돌아서기 전 마지막으로 줄곧 허영지의 곁을 지키며 한마디도 않고 있던 하지수를 쳐다보았다.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그녀도 제가 송승우에게 사실을 말해버렸다고 원망하는 것 같아서 송문수는 결국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하지만 하지수는 원망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송문수를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었다.송문수가 먼저 다리를 잘라냈다는 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믿고 있던 하지수는 그가 해야 할 말을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는 것 같아 입술을 말아 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예전의 송문수라면 모르겠지만 함께 일 하면서 봐왔던 송문수는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만약 그가 정말 상황파악도 못 하는 사람이었다면 그 큰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지는 못했을 것이다.혹시라도 너무 속상해서 해명하길 거부하는 것일까 봐 하지수는 용기를 내어 시부모님을 보며 말했다
의사의 질문에 송문수는 입술을 말아 물며 답했다.“오른쪽 다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그걸 말하면 어떡합니까! 아직은 회복도 채 안 됐고 그런 큰 충격을 받으면 회복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가족분들이 그 정도는 주의해주셔야죠.”의사의 말이 끝나자 허영지도 분노의 화살을 송문수에게로 돌려버렸다.“넌 어쩜 아직도 이러니? 승우가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해! 그 나이 먹었으면 할 말 못 할 말 정도는 가려야지. 만약 승우가 너 때문에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허영지가 목놓아 울자 송기명도 미간을 찌푸린 채로 허영지를 다독이며 말했다.“오늘 일은 나도 실망이다 너한테. 서른 살 넘으면 뒤도 안 보고 일부터 저지르는 버릇은 좀 고칠 줄 알았는데.”가족들의 질타에 해명을 하려던 송문수는 그만 입을 다물어버렸다.어릴 때부터 송승우와 송문수가 싸울 때면 부모님은 늘 송승우의 편만 들어줬기에 송문수는 지금 이 상황에 송승우가 스스로 알아챘다고 한들 저를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그래서 입 아프게 더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선생님, 그럼 이제 어떡해요?”“애가 제 몸 상태를 알았으니 죽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선생님,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이제 고작 서른 좀 넘은 앤데 미래가 창창한 애를 제가 먼저 보낼 순 없잖아요...”대성통곡을 하는 허영지를 향해 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금은 별문제 없는데 계속 이렇게 우울해하다가 갑자기 이성을 잃으면 그땐 정말 위험할 수도 있어요. 이미 환자분이 본인 몸 상태를 다 알게 됐으니 가족분들은 위로해주면서 환자분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세요.”“우리 아들 국내 최고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애예요, 어릴 때부터 1등을 놓친 적이 없던 애라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텐데... 승우가 제 몸 상태를 알게 됐을 때 얼마나 충격이 컸을지만 생각하면 저도 죽을 것 같아요...”“차라리 그냥 내가 다치고 말지,
장기들은 다 있는 것 같은데 오른쪽 다리에만 느낌이 없는 게 아무래도 불길했다.“형, 진정하라니까.”“마취가 아직 안 풀려서 그런 거야. 마취만 풀리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니까 좀 기다려봐.”“아니야, 아무 느낌도 안 나잖아. 그냥 없어진 것 같아...”송문수의 위로에도 흥분하며 몸을 움직이던 송승우는 점차 제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지금 송승우는 자신이 다리를 잃었다는 생각에 송문수의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환자의 강한 움직임에 여러 가지 중요한 수치가 변하자 중환자실에서부터 경보음이 울려고 빠르게 뛰어온 의사들은 모니터에 표시된 수치들을 보더니 곧바로 송승우를 수술실로 데려갔다.송승우의 심장박동이 놀라울 정도로 느려진 걸 본 송문수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의료진들을 도와 송승우를 수술실로 옮겼다.한편 하지수의 거듭되는 설득에 밥을 먹고는 송기명과 허영지는 아들 걱정에 일찌감치 병원으로 나왔는데 때마침 수술실로 뛰어가는 송문수와 침대에 누워있는 송승우를 보게 되었다.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더니 또 무슨 일로 수술실에 가는지 몰랐던 그들은 어두워진 의료진들의 안색을 살피며 놀란 심장을 부여잡았다.마음 약한 허영지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하자 송기명과 하지수가 그녀를 부축했고 하지수는 괜찮을 거라고 허영지를 다독이며 그녀와 함께 수술실 앞으로 다가갔다.가족들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초조하게 문 앞을 서성이던 송문수를 하지수가 나지막하게 불렀다.“문수 씨.”그에 고개를 홱 돌린 송문수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아까 의료진들을 도와 송승우를 수술실로 옮길 때 송승우의 손이 그의 손에 닿았는데 그게 사람의 손이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워서 송문수는 아직도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왜 그래, 말 좀 해봐.”“승우, 우리 승우 괜찮은 거지?”하지수는 하얗게 질린 송문수가 걱정됐지만 허영지는 송문수의 안색은 신경 쓰지 못하고 송승우의 안부를 물었다.송문수는 가족들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송승우가 본
“너 혼자야?”힘겹게 내뱉은 목소리였지만 그게 너무나도 미약해서 송문수는 송승우에게로 가까이 붙은 채 몸을 숙여야만 그가 뭐라고 하는지 그나마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엄마 아빠도 너 걱정했어.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은 면회 못한다고 해서 어제 호텔로 먼저 보냈어. 보고 싶으면 지금 바로 전화할게.”송문수의 말에 괜찮다며 고개를 젓던 송승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나 많이 다쳤어?”“생명엔 지장 없대, 그런데 교통사고가 워낙 크게 나서 장기들이 많이 손상됐대. 그래서 여기 당분간 있는 건데 최고로 좋은 의료진들만 붙였으니까 걱정 마, 곧 괜찮아질 거야.”“나 얼굴은 멀쩡해?”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멈칫하던 송문수는 솔직하게 말해주었다.“얼굴이 붕대로 다 감겨있어서 안 보여.”“눈, 코, 입, 귀는 멀쩡한 것 같아.”“팔다리는 다 있어?”하지만 또다시 들려온 질문에는 곧바로 답을 하지 못하는 송문수였다.이렇게 빨리 저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지만 교통사고에서 깨어난 환자가 가장 궁금해할 게 본인의 목숨과 몸 상태일 테니 송문수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교통사고에서 가장 흔한 후유증이 얼굴 흉터와 장애라서 저런 질문을 하는 건 알겠지만 송문수는 바로 대답을 못 하고 눈을 피하기만 했다.“송문수.”“다 있어.”결국 의사의 당부 때문에 송승우의 회복을 돕고자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송문수의 긴장한듯한 반응에서부터 송승우는 무언가 눈치를 챈 듯했다.그 힘든 와중에도 그는 흥분을 한 건지 언성을 살짝 높였다.“너 아까 망설였어.”“거짓말이지?”“아니야. 정말 다 멀쩡해.”“맹세해 그럼.”“맹세할게.”죄책감이 점점 켜졌지만 송승우의 감정변화를 느낀 송문수는 아직은 중환자라 큰 충격은 피해야 하는 송승우를 위해 일부러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그게 거짓말이면 넌 평생 하지수랑 같이 못 있어.”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하는 송승우에 송문수는 마른 침을 삼켜냈다.제 목숨을 담보로는 맹세할 수 있어도 하지수와의 감정을
예수진:[그럼 너랑 지수 다 서울에 있는 거야? 아직 병원이야?]예수진:[부모님은 좀 어떠셔? 충격이 크시지?]그들의 문자에 하나하나 답장을 하던 송문수는 점점 더 침울해졌다.누구한테 일어나도 참혹한 비극인데 그 일이 제 형한테 일어났으니 송문수는 어떻게 송승우를 바라봐야 할지 몰랐다.근심 속에서 밤이 깊어지자 하지수가 송문수에게 문자를 보냈다.[자?][아니.][병원에서 잘 수 있으면 어디서 눈이라도 좀 붙여. 문수 씨도 쉬어야지, 어머님 아버님이 못 버티시면 남은 건 당신뿐이야.][알아 나도. 넌 왜 아직 안 자? 시간 늦었는데.][당신이 걱정돼서.][뭐하러 날 걱정해, 난 괜찮아. 송승우가 문제지...]그의 문자에 어떤 말로 답을 해야 할지 몰랐던 하지수는 말을 잇지 못했고 송문수도 그만 대화를 끝내려 했다.[늦었으니까 얼른 자.][응.][나 대신 부모님 좀 잘 챙겨줘, 엄마 아빠 쓰러질까 봐 나 너무 무서워.][내가 계속 옆에 있을 거니까 걱정 마.]핸드폰을 내려놓은 송문수는 중환자실 앞에 놓인 딱딱한 의자에서 밤을 지새웠다.중환자실에서 나온 송승우가 바로 입원할 수 있게 병원에서 VIP 병실을 열어줬지만 송문수는 그 편한 곳도 마다하고 굳이 송승우 옆을 지키고 있었다.아무리 송승우라 해도 이런 곳에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 봐.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아침까지도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던 송문수는 간호사의 친절한 부름에 서서히 눈을 떴다.“보호자분?”잔뜩 충혈된 눈을 하고 몸을 일으킨 송문수는 의아한 눈으로 간호사를 바라보았다.“환자분이 보호자분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송승우 씨가요?”중환자실을 가리키며 당황한 듯 묻는 송문수를 향해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송문수 씨가 중환자실로 와줬으면 하세요.”“면회 안된다면서요?”“좀 전에 선생님이 또 몸 상태 체크하셨는데 이젠 다 정상수치로 돌아와서 면회 가능하시대요. 대신 시간만 좀 주의해주세요. 아직 몸이 약하셔서 이럴 때는 저희도 환자분 부탁이라면 뭐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