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은은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하지만 수많은 카메라가 그녀를 향해서 대놓고 기뻐할 수 없었다.소이연이 이렇게 낭패를 보는 것을 직접 보고 있으니 아주 통쾌했다.오늘 밤이 지나면 소이연은 악명 높은 사람이 될 것이고, 은하그룹도 소이연 때문에 다시 폭락하게 될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통쾌했다.소나은이 큰 소리로 웃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다른 사람에게는 그 표정이 소이연을 걱정하는 듯한 얼굴로 보였다.걱정 때문에 얼굴이 뒤틀리는 것처럼 보였다.“순위를 다시 발표해요! 소이연의 참가 자격을 취소하세요!” 현장의 한 관중이 큰 소리로 말했다.곧이어 모든 사람들이 외치기 시작했다.대중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화면의 댓글에도 각종 악플이 달렸다.[와 진짜 역겹다. 소이연이 카피였다니! 절대 용서 못 하지.][소이연 응원한 거 다 손해 봤네, 지금 벌레 먹은 거 같은 마음이야. 역겨워.][소나은 인성이 소이연보다 훨씬 낫네, 예전에 소나은이랑 문서인은 찐 사랑이었던 거지.][지금 보니까 문서인이 소나은한테 갈아탄 데에는 이유가 있었네.]육현경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그 모습을 본 이명진이 안절부절했다.왜냐면 대표님은 진지해지면 무서우니까.문씨 가문이 이렇게 대표님을 건드리면 안 됐다.갑자기 눈치라도 챈 듯 단톡방이 조용해졌다.하도경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누군가 틀린 말을 하면 육현경이 바로 복수를 할 것 같았다.뒤 끝이 장난 아닌 육현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육현경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문씨 그룹 인수하세요.”“문씨요?” 전화 너머로 의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씨는 매입할 가치가 없는 것 같은데요.”이미 끝을 보고 있는 기업은 미래 가치가 없다.“꼴 사나워요.”“네.” 깍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육현경이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이명진은 대표님이 직접 사모님을 모시러 갈 것을 알고 있었다.바로 그때 현장에서 반대의 의견이 일어나고 있었다.특별 초대된 디자이너 마린
마린의 말에 현장은 뒤집어졌다.믿을 수 없었다. 소이연이 탑급 디자이너 lovely라고?!“Sheeny 컵”에서 그녀의 디자인은 완전히 동 시즌 디자이너들을 몰살하고 전 세계 팬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Sheeny 컵”은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누구도 lovely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었고 언론 매체에서 인터뷰하고자 했지만 그녀는 모두 완곡히 거절했다.그녀가 유명해진 뒤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잡지에 계속 작품을 냈다.그것도 천문학적인 금액대로 디자인을 판매하기도 해서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디자이너라고 불리기도 했었다.심지어 아시아인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을 바로잡아 아시아의 빛으로 불리기도 했다.하지만 이렇게 패션계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으니 누군가는 lovely가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못 생겨서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또 누군가는 lovely가 사람이 아니라 한 그룹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Lovely에 대한 유언비어가 아주 많았지만 단 한 번도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다.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들 그녀의 신비로움에 익숙해졌다.오히려 소나은이 “Sheeny 컵”으로 전국 5위, 아시아 2위을 거머쥐면서 업계를 흔들었다.전혀 Lovely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속으로 Lovely의 디자인 실력이 확실히 좋긴 했지만 반드시 못생겼거나 사람이 아니라 한 팀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솔직히 말하면, 예쁜 사람은 디자인 실력이 그녀보다 좋진 않을 것이고, 디자인 실력이 좋다면 그녀보다 예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는 계속 이런 우월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그러니 소이연이 lovely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말도 안 돼!어떻게 소이연일 수가 있어?!만약 소이연이라면 소이연은 처음부터 자랑을 널어놨을 텐데, 이렇게 겸손할 리가 없잖아!문서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패션계 사람이 l
마린은 무대 위에서 차분하게 서 있는 소이연을 보았다.오늘 대회에서 소이연을 마주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 당시 그는 소이연이 떠나는 것을 말렸다. 그가 그녀를 세계적인 무대로 보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당시 미국의 왕실 귀족들은 모두 그에게 연락해 lovely가 직접 만든 옷을 입으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녀의 말로는 명예보다 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그녀가 귀국하기 전 그를 만난 것은 지난 몇 년간 그녀를 지지하고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그녀는 나중에 패션계를 떠나 사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당시 그는 그녀에게 업계를 떠나지 않고 매년 작품을 만들어 내지 않더라도 그녀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디자인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그의 조언을 들어준 덕분에 지난 몇 년간 lovely의 놀라운 작품들이 계속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당신 말만 듣고 어떻게 알아요!” 관중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마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의 세계적인 인지도로는 애초에 누군가가 하나하나 따지고 들며 의심할 사람이 아니었다.“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잡지의 편집장이자 수석 디자이너로서 제 인격을 걸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소이연은 lovely입니다!” 마린은 엄숙한 표정과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유명한 사람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그것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문서인이 돈으로 매수한 사람들이 고의로 이슈를 만들고 있는 것뿐이었다.“저는 제 신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소이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 누구도 마린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와 마린은 악어와 악어새, 스승이자 친구이기도 했다.그녀의 성격은 항상 차가웠다.가정사 때문에 성격이 매우 예민해지고 그 누구도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그 당시 그녀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외 많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하마터면 작품도 세상에
소이연이 lovely라는 결정적인 증거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증언과 소이연의 SNS로 증명한 것이다.방금까지도 평가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던 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시청자들 역시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은 듯했고, 댓글 창도 몇 초간 그대로 멈춰 있었다.하도경은 참지 못하고 연속으로 단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와, 미친, 소이연 진짜 대박이다! Lovely래, 아시아의 빛! 천재 신인 디자이너!”“예쁘고 재능 있고 누가 안 좋아하겠어?!”“현경아, 너 정말 예리한 안목을 가졌구나.”“문서인 지금 아마 배 아파 죽겠지? 지원아, 네 외삼촌 무시한다고 뭐라고 하지 마라? 진짜 쌤통이야!”그 순간 문서인의 낯빛은 살면서 본 얼굴 중 최악이었다.소이연과 알고 지낸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그녀가 lovely라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두 사람이 사귈 때 소이연이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돈을 벌어오기도 했었다.그가 은혜를 베풀지 않았다면 소이연은 일찍 남의 나라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나중에 연애할 때 소이연이 그에게 해외에서 발전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문씨 가문이 위기를 맞았을 때라 부모님이 한사코 돌아오라고 했었다.그래서 애초에 소이연이 말한 ‘기회’가 그냥 스스로 먹고 살 수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귀국하게 되면 소이연이 서운해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문이 더 중요했다.게다가 그 당시 소이연에 대한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기에 이기적이게도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다.그는 소이연이 그를 많이 도와주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문씨 가문으로 들어가 홍보 활동을 시작해 많은 후원을 찾아 주었다.처음에는 소이연의 희생에 감동해 앞으로 잘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소나은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소나은과 소이연의 성격은 완전 극과 극이었다. 소나은은 그를 더욱 신경 썼다.그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소나은은 금방 알아챘고 심지어 조
하지만 업계 내막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이번 일거수일투족은 부인도 잃고 병사도 잃는 격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한 번 또 한 번 소이연에게 “모욕”을 당하고 있었다.문서인은 주먹을 세게 쥐고 매섭게 화면 속의 소이연을 노려보았다.이때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소이연 씨가 lovely라는 것을 믿습니다. Lovely 씨가 이번 대회에 참가 해주신 것에 대해 아주 영광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번 대회의 규칙은 현장에서 디자인해야 하며 카피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심사위원과 기획팀 과반수의 의견으로 소이연 씨는 자신의 과거 작품을 사용했을지라도, 카피로 판명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소이연 씨의 이번 대회 참가 자격을......”“저도 디자인했는데요.” 소이연이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사회자는 멍하니 서있었다.“사회자님, 저도 현장에서 디자인했는데요. 다른 사람이 바꿔 가긴 했지만요.” 소이연은 한마디 한마디 아주 정확하게 끊으며 말했다.현장은 다시 술렁였다.이거 예능 아니야?!이건 영화야, 게다가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있는 그런 영화!관중들은 환호했다.댓글 창은 너무 많은 댓글로 읽을 새도 없었다.[나 심장이 너무 아파.][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 대박.....][죽을 거 같아, 심장이 배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예능 좀 보자는데 목숨까지 걸어야 해?!][이런 리얼리티 예능은 본 적도 없어, 이건 절대 대본 아닐 거야. 빨리 배틀 해!]사회자는 몇 초간 멍해져 있다가 급히 현장을 수습했다. “이연 씨의 말은, 그러니까 옷을 만들었는데, 서아 씨가 그 옷을 안 입고 다른 옷을 입었다는 말씀입니까?”갑자기 이름이 언급된 문서아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이연이 다시 유명해지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서 화만 냈었다.그녀는 원래 질투가 많아서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싫어했다. 소이연이 문씨 가문에서 출근할 때 능력도 뛰어나서 자신과 많이 비교되었다.그런 소이연을 계속 미
모든 시선이 나나에게 집중되었다.관중들 시선에 나나는 너무 놀라 온몸을 덜덜 떨며 정신을 잃었다.사회자, 현장 관중, 카메라 앞에서 나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그 옷을 바꾼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모든 진상이 낱낱이 밝혀졌다.소이연은 누군가에 의해 함정에 빠졌다.이번 사건의 장본인은 당연히 나나가 아니었다. 나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었으니 그 화살이 문서아에게 돌아갔다.문서아는 창백한 얼굴로 무대 위세 서 있었다.반박할 수가 없었다.사회자도 놀라 윽박질렀다. “서아 씨, 왜 이연 씨의 옷을 바꿨나요, 왜 그런 짓을 하신 거죠?!”문서아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렇게 많은 조명 아래 전 국민 앞에서 이렇게 까발려지니 믿어지지 않았다.그녀의 뒤에 얼마나 큰 조력자가 있던 앞으로의 그녀의 연예계 생활이 걸려있었다.그녀는 계속 고개만 저었다.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나은을 바라보았다.소나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했다.아무런 도움도 없이 이렇게 혼자 무대에 서 있을 수 없었다.소나은도 이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분노가 더 컸다.문서아의 시선이 느껴지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녀는 절대 이 일로 그녀의 콘셉트와 평판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 사건을 계획할 때 이미 도망갈 구멍을 찾아 두었다.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문서아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슬픈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서아야,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무리 문씨 패션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우리 언니가 대회에서 이기는 게 싫다고 이렇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모함하다니, 넌 내 제일 친한 친구잖아. 난 네가 이런 짓을 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아......”말을 하던 소나은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마음이 찢어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문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나은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어떻게 모든 일을 그녀에게 뒤집어씌울 수가 있는가?!도대체 왜 그녀 혼자
[소나은 왜 이렇게 여우 같지?!][바람 피운 여자가 낳은 애는 역시 쪼잔하네, 진짜 치사하다.][소나은은 이번엔 진짜 정떨어진다. 질 거면 당당하게 지던가. 진짜 밥 맛 떨어져.]“심사위원 여러분, 여러분이 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이번 대회를 평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중들과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친구들 역시 명분이 있는 결과를 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소이연이 다시 한번 간절히 말했다.사실 관중들도 소이연이 결승전에서 만든 옷이 뭔지 궁금했다.그래도 lovely니까 작품은 당연히 잘 만들었을 것을 거라 생각했다.“우리도 소이연의 작품이 보고 싶어요!” 한 관중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소이연에게 공평하게 해줘라!”“대회를 계속해 주세요! 우리도 명분이 있는 결과를 원합니다!”현장의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댓글 창도 소이연에 대한 각종 응원이 가득했다.육현경의 단톡방도 고요했다.아마 이 극적인 전개에 다들 놀랐을 것이다.이때 하도경이 또 메시지를 보내왔다.“미친,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문서아가 이 정도까지 한다고? 지원아, 네 와이프 대단한데, 너 앞으로 조심해라.” @계지원.“문서아가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닌데, 문서인이 뒤에서 조종하고, 문서아는 당한 거 같아.” 송문수가 평가했다.“내 생각에도 그래. 문서아는 가슴만 크고 머리는 비었어. 문서아를 무시하는 건 아닌데 너랑 안 어울리긴 해.” @계지원.“하도경, 너 말이 많다.” 송문수가 하도경에게 한마디 했다.“내가 말이 많긴 해. 그럼 문서아 얘기는 안 할게. 소나은 얘기 좀 해보자. 진짜 역겹다. 내가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만나봤는데, 이렇게 쓰레기 같은 애는 처음이야. 진짜 이런 애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긴 해? 문서인은 대가리에 똥이 들어찬 거냐?!” 하도경은 다소 흥분했다.“그게 아니면 현경이가 어떻게 기회를 잡았겠어?” 두 사람은 단톡방에서 열렬하게 토론할 때 이른바 두 “가족”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스튜디오 현장.현장 논의
온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스크린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은 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놀라운 미모와 아름다운 몸매 외에 푸른 밤 같은 보석으로 장식한 드레스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모든 사람들이 숨죽이고 바라보았다.숨을 조금만 크게 쉬었다간 눈앞의 아름다운 장면이 산산조각 날까 두려웠다.세련되고 고귀한 드레스가 사람을 예쁘게 보이게 하는 건지 사람이 예뻐서 드레스가 세련되고 고귀해 보이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그냥 사람과 옷이 물아일체 되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너무 예뻐서 분간이 되지 않았다.댓글 창은 폭발했다.[너무 예쁘다, 너무 예뻐, 나 숨도 못 쉬겠어!][소이연 진짜 예쁘다. 왜 데뷔 안 하지? 드라마, 영화에 나오면 매일이라도 볼 텐데. 안구 정화 그 자체야.][이 옷 소이연 몸에 박제해 주세요.]단톡방에서도 난리가 났다.하도경은 “코피 흘리는 이모티콘”을 최소 10개 이상 보냈다.“보라면 못 볼 것 같아? 그랬다 가는 헛된 욕심이 생길 것 같아.” @육현경.“현경아, 소이연이 이렇게 예뻤어? 너 빨리 데려가라, 더 나왔다간 누구라도 다치겠어.” @육현경.“나 갑자기 문서인 생각났어. 걔 진짜 웃기다. 세상에서 제일 웃겨. 지원아, 다음에 네 삼촌 만나면 눈이 어떻게 된 건 아닌지 물어봐 줘.” @계지원.화면 속에서도 하도경의 비웃음이 느껴졌다.스튜디오 현장.충격적인 현장에서 마침내 관중들이 정신을 차렸다.그러고는 서로 질세라 환호성을 내질렀다. 소이연과 소이연이 입고 있는 옷이 정말 예뻐서였다.소나은은 옆에서 얼굴이 구겨질 만큼 웃고 있었다.오늘 소이연에게 치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시 그녀를 치켜세우는 꼴이 되어버렸다.그녀는 심지어 다음에 소이연의 인기가 얼마나 많아져 있을지 자신의 이미지가 어디까지 깎아져 내려질지 상상되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소이연이 자신보다 잘하는 것을 가장 견딜 수 없었다.소이연이 잘하는 것은 무조건 망쳐 놓아야 직성이 풀렸다.18살이 되던 해,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승우 오빠, 우리 사이에 정말 끝났다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우린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사실 하지수는 화가 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송승우가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믿을까? 왜 이렇게 집착하지?송승우는 매서운 눈초리로 하지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후회하지 마, 하지수!”“쾅!”송승우는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세게 닫아서 차가 흔들렸다.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기사마저 소스라쳐 놀라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고 떠나야 할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가세요.”오히려 하지수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감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 대해 늘 환득환실하였다.기사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그들을 데려다주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하였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어느새 주차장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앞뒤로 차에서 내렸다.지금 두 사람은 모두 피곤하였다. 저녁 내내 난리 쳐서 벌써 새벽 3시 넘었고 이제 4시간 정도만 잘 수 있었다.“문수 씨, 먼저 씻어. 욕실에서 나오면 내가 방에서 약 발라 줄게. 당신 얼굴에 멍이 좀 들었고 손도 좀 부었잖아.”하지수는 피곤하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문수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대답하였다.“알았어.”하지수는 우선 방에 들어가서 샤워했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녀는 거실에서 약상자를 찾은 후 송문수의 방문을 두드렸다.송문수는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고 하지수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을 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다.하지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요오드포름과 상처치료용 연고를 꺼냈다.“문수 씨, 머리를 조금만 수그려줘. 바를 수가 없잖아.”하지수가 다정하게 말하자 송문수도 순순히 따라서 하였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
“놓지 못해?”송문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서로 마주 본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이거 놔요.”하지수도 송승우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러자 송승우의 눈빛에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그는 더욱 세게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파요!”송문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놓으라고 했다!”그는 송승우의 팔을 끌어당기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에 송승우는 통증을 느꼈으나 승부욕 때문에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송문수가 힘을 줄수록 그도 더욱 힘을 줘서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송승우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걸 놔. 나와 지수의 일에 끼어들지 마.”“끼어들지 말라고?”송문수는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형이 잊은 것 같은데 지수는 내 와이프야. 우린 부부이지만 형과 지수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지금 형이 내 와이프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나보고 끼어들지 말라고?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너!”송문수의 쏘아붙인 말에 송승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예전에 송승우는 하지수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송문수를 안중에 넣지도 않았고 그들의 결혼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송문수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지수가 좋아한 사람은 나야!”송승우는 수치심에 더 약이 올라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반박할 힘도 없었고 송문수의 말이 들려왔다.“지수가 누구를 좋아하든 지금은 내 여자야. 누구도 데려갈 수 없고 누구도 지수를 괴롭힐 수 없다고! 셋까지 셀 테니 지수를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승우는 끄덕하지도 않고 송문수를 노려보았다.“하나.”“둘.”송문수는 ‘셋’을 세는 대신 주먹을 들고 송승우의 얼굴을 세게 강타했다.송문수의 한 방을 맞은 송승우는 코피를 흘렸고 아픔으로 이내 하지수를 놓아주었다.그러나 송승우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늘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승우 씨, 사과 따위 이제 필요 없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아무 탈 없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끝내는 거예요. 승우 씨는 문수 씨 형이잖아요. 게다가 저도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친척 같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말했다.송승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하지수는 뒤를 돌아 송문수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그녀도 여전히 많이 피곤했다. 송문수랑 같이 집으로 가서 자고 싶었다.크레지가 아직 오지 않은 이상, 기술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이상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의 손은 또다시 송승우에 의해 붙잡혔다.하지수가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송문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승우의 행동을 지켜보며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가 앞으로 다가가 하지수를 데려오려던 순간, 송승우가 갑자기 말했다.“지수 씨, 방금 당신의 행동은 모든 걸 말해줬어요!”“무슨 행동이요?”하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 제가 불렀을 때, 제 쪽으로 다가왔잖아요. 그게 지수 씨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에요.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저한테로 오세요. 하지수 씨, 제가 잘 해줄게요. 지수 씨를 혼자 두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맹세할게요...”“아니요.”하지수는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하지수를 바라보는 송승우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승우 씨가 불었을 때 따라간 건 무의식적으로 간 거예요. 잠에서 덜 깬 상태라서 누가 불렀어도 갔을 거예요. 승우 씨인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할게요. 낯선 목
송문수는 하지수가 일어나서 송승우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송승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생각했다.‘그래, 지수 씨도 아직 날 신경 쓰고 있다니까. 숨기려 해도 어떻게 숨기겠어? 이런 상태에서야 비로소 진심이 드러나는 거지.’송문수는 멀어져 가는 하지수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옷자락에 손이 닿았을 때 살짝 멈칫했다. 하지수를 강제로 붙잡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사실 그는 항상 하지수의 선택을 존중해 왔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말이다.하지수는 송승우 앞으로 걸어갔고 송승우가 먼저 손을 뻗더니 그녀를 끌어당기려 했다.그러나 그가 손을 뻗자 하지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승우 씨?”그녀는 그제야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조금 전까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이제와사 분명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흐릿할 뿐이었다.“너무 늦었어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송승우가 그녀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하지수는 급히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그러자 송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아까는 잠에서 덜 깨서 그랬어요. 전 문수 씨랑 같이 갈 거예요.”“뭐라고요?”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까지 연기할 거예요?”“네?”하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저를 놀리는 게 재밌으세요?”송승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저... 저는 그런 게 아니라...”하지수는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그러자 송승우가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제가 잘못한 걸로 하죠.”그가 갑작스레 사과를 하자 하지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사과를 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사과를 하는 거야?’“미안했어요. 어쩔 수 없이 떠난 거라고는 하지만 우리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잖아요. 결혼식장에 지수 씨 혼자 남겨두고 간 건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하지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
하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그녀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만약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어색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문수 씨도 부끄러워하는 건가?’하지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이었다.하지수는 소파에 앉아 몰래 송문수를 쳐다보았다.그는 그저 고위직 직원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쉬었다.‘단지 어색해서 그런 건가?’송문수는 언제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해명하려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체면을 세우려고 그러는 건가?’하지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크레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관련 부서가 계속해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송문수와 하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논의하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애썼다.새벽 2시가 되었지만 송문수는 아직 퇴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방금까지도 각 부서와 회의를 하면서 협력 계획과 판매 계획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했다.회의가 끝난 후에도 송문수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송문수는 그제야 그의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서류든 제대로 보지 않고 사인을 해버렸었다. 하지만 이젠 점점 더 신중해졌고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사인을 했다.그 덕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오늘 하루 동안의 모든 서류를 처리하고 나서야 송문수는 퇴근을 하려고 하지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이미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하지수는 잠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송문수의 기억 속에 하지수는 늘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절대 늦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많이 피곤한 걸까?’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야
송문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아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를 더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송문수가 점점 더 발전하는 걸 보면서 하지수도 그를 더 지지해 주고 싶었고 송문수로 하여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하지수는 옆에 있는 소파로 가서 노트북을 들고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는 습관처럼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들어갔다.그녀는 비록 알림을 꺼 놓았지만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메시지가 있으면 항상 첫 번째로 확인하곤 했다.그런데 그때, 그룹 채팅에 있는 메시지를 본 하지수는 깜짝 놀랐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워할 것이었다.송문수가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보낸 것이었다.하지수는 고개를 들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는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채팅방에는 여전히 ‘하지수’라는 이름이 올라오고 있었다.“문수 씨,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린 거 아니야?”하지수가 물었다.“어?”송문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하지수는 송문수 앞에 서서 그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타자를 해놓고 아직 보내지 않은 ‘하지수’도 있었다.송문수도 그제야 자신이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입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자신도 놀란 듯했다. 그는 자신이 타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방금 그의 머릿속이 온통 하지수로 가득 찬 건 사실이었다.그때, 채팅방에서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다.[회장님 지금 하 매니저님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그걸 실수로 단체 채팅방에 보낸 거고?]메시지는 보내지자마자 삭제되었고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나도 잘못 보냈네!”그룹 채팅에 두 개의 삭제 기록이 나타났다.송문수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제야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하지수’라는 메시지들을 삭제하려 했지만 이미 메시지를 취소할 수 있는 시간이
송승우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는 하지수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게 송문수를 고른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반드시 알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로 하여금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하지수는 송승우의 사무실을 떠나 바로 송문수의 사무실로 갔다.송문수는 업무에 몰두해 있었다.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자유시간이 없었고 퇴근 후에도 여전히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하느님도 부지런한 사람을 도울 거라 믿으며 송문수가 앞으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형이 뭐라고 했어?”송문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자기 개인 비서로 되어달라고 하더라고.”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송문수랑 같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 최대한 마음을 다할 생각이었다.송문수는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치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하지수가 그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였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지수가 형 요구를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도 알겠다고 했겠지...’이렇게 생각한 송문수는 일에 더 집중하려 애썼다. 회사 일을 제대로 해내기로 결심한 이상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거절했어.”하지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문수는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분명 그녀의 말에 설렌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했다.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 계속해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반면, 하지수는 송문수에게 그 어떤 반응도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송문수는 자기한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의 결정을 그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왜 거절했는데?”송문수가 차분하게 물었다.“문수 씨한테 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수는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