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첫 번째 대결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얻었다.현장의 관중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박수갈채를 보내왔다.반면 심사 위원단이 준 점수는 높지 않았다.디자인이 심플하고 포인트가 적으며 이루어낸 분위기만 괜찮았다고 평가했다.하지만 심사 위원단의 점수는 20퍼센트만 차지할 뿐, 문서인이 미리 손을 쓰더라도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다.무대에 선 소나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선명했다.지금 이 상황으로 보아 마지막 대결에 그녀의 디자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소이연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개를 돌려 문서아를 쳐다보았다.문서아는 자신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소이연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문서아는 자신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어달라고 부탁했을 텐데.하지만 소이연이란 여자는 너무 밉단 말이야.문서아도 소나은의 시선이 느껴졌다.디자인을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이고 소이연이 그들을 짓밟고 올라가는 건 절대 용납하지 못했다.그녀는 소나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소나은은 그제야 좀 진정이 되었다.육씨 빌딩.육현경은 다시 이명진더러 댓글을 보여달라고 하고는 단톡방으로 들어갔다.단톡방에 들어가자마자 알림음이 쉴 틈 없이 울려댔다.“이연 씨 오늘 실력 발휘 제대로 하는데? 처음부터 치고 나오시네. @육현경”“이 심사 위원들 뭐야? 이연 씨 디자인이 어디를 봐서 심플하단 거지? 심플한 것과 단아한 건 다르다는 거 모르나? 나 같은 아마추어도 다 아는데. @육현경”“서아 씨가 이뻐서 내가 좀 호감을 가졌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이쁜 것 같아. 물론 이연 씨 디자인 덕분이지만. @계지원 @육현경”다들 답장도 하지 않는데 하도경이 계속 혼자 떠들고 있었다.육현경이 모니터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소이연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 아니면 운이 따라준 건가?][소나은의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었었는데 소이연의 디자인과 너무 비교된다.][심사 위원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뒷돈을 얼마나 받아먹었으면 소이연 디자인을 저렇
소나은은 의기양양하게 앉아서 소이연이 완성하기를 기다렸다.내가 다른 수법을 쓰지 않아도 소이연, 너는 날 못 이겨.그때.현장에 있던 관중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문서아는 탈의실 안에 있고 소이연이 먼저 걸어 나왔다.아직까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몇 분 후, 문서아가 탈의실에서 걸어 나왔다.이때.현장에 고함소리와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문서아가 입은 드레스는 또 한 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문서아는 장미꽃 모양으로 된 원단에 둘러싸였는데 촌스럽지 않고 섹시한 매력을 뽐냈다.왠지 사람들에게 옷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호화로운 곳에 놓여있는 진귀한 예술품처럼 만질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그런 느낌을 전해주면서 소이연이 만든 옷을 갖고 싶게 만들고 그 드레스를 직접 입어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결과는 소이연이 디자인한 드레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사로잡았다.소나은은 이럴 줄 알았다. 아니, 사실 이 결과도 그녀가 안배한 것이다.그녀가 문서아를 힐끗 쳐다보았다.문서아도 소나은에게 눈짓으로 회답했다.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서 눈빛 교환을 한 줄 알지 그 시커먼 속을 알 리가 없었다.소이연은 입술을 깨문 채 문서아가 입고 있는 이 완벽한 드레스를 바라보았다.현장의 관중들이 이 드레스를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다.이대로 가면 그녀가 이기겠지만 사실은…문서아가 입은 이 드레스는 그녀가 디자인한 옷이 아니다.절차대로라면 탈의실에서 문서아가 드레스를 입는 것을 도와주고 나서 디자이너가 먼저 나와야 한다.그녀가 나온 뒤, 몇 분 기다렸는데도 문서아가 나오지 않자 뭔가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짐작했다.이미 나온 이상 다시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어쨌든 문서아가 옷에 손을 댈 줄 알았다. 그래서 문서아가 그녀가 디자인한 옷에 흠집을 내면 현장에서 다시 바느질하려고 했다.만약 문서아가 입을 때 찢어졌다면 첫인상 점수 몇 점만 깎일 뿐이지, 큰
화면 속에는 소이연을 축하하는 목소리리 외에 소나은의 구도와 대범함을 칭찬하는 글도 올라왔다.어쨌든 지금까지 소나은은 계속 1위를 유지했고, 인기도마저 다른 디자이너들과 비교할 수 없으니, 그 누구라도 마지막 결승전에서 진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현장에서 소나은은 진심으로 축하했다.[소이연과 소나은의 관계가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우리가 너무 깊이 생각했네, 그래도 자맨데, 남자 하나 때문에 등을 돌릴 순 없지!][소나은이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인 줄 몰랐네, 소이연이 상을 받았는데 오히려 자기가 더 기뻐해.][소이연이 여태까지 상 받는 장면 다 돌려봤는데, 소나은이 자기 성적 나올 때보다 오히려 더 긴장하고 있더라.][우리가 평소에 소나은한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 소나은이랑 문서인은 확실히 찐 사랑이긴 하지.]육현경이 눈살을 찌푸렸다.이긴 건 소이연이었지만, 오히려 소나은이 인기를 얻었다.단톡방에서도 쉴 새 없이 메시지가 떴다.“소나은 성격이 바뀐 건가? 아니면 또 돈 주고 사람 사서 신분 세탁이라도 하려고 그러나?”@육현경“그래도 팩트만 말하면, 소이연의 디자인 실력이 확실히 놀랍긴 하지. 우리 옷 디자인도 맡길 순 없나?”@육현경“뚱땡아, 신도 너 못 구해주겠다. 현경이 와이프 좀 그만 괴롭혀라.” 송문수가 한마디 던졌다.두 사람이 또 싸우기 시작했다.육현경은 귀찮아 대꾸도 하지 않았다.프로그램이 곧 끝날 것 같았다.소이연이 수상소감을 발표하려는 그 순간, 한 관중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소이연 디자인은 카피입니다!”아주 큰 목소리였다.고요했던 현장 덕에, 아마 모두 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맞습니다, 나도 봤어요. 소이연이 디자인한 옷은 글로벌 유명 디자이너 lovely의 작품입니다! 작년에 패션 잡지에도 실렸었다고요!”“맞아요, 어쩐지 나도 뭔가 익숙한 디자인이다 했는데, 역시 카피였네요! Lovely는 글로벌 대회에서 1등 상을 받아서, 그녀의 작품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요.”현장에 있는
소나은은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하지만 수많은 카메라가 그녀를 향해서 대놓고 기뻐할 수 없었다.소이연이 이렇게 낭패를 보는 것을 직접 보고 있으니 아주 통쾌했다.오늘 밤이 지나면 소이연은 악명 높은 사람이 될 것이고, 은하그룹도 소이연 때문에 다시 폭락하게 될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통쾌했다.소나은이 큰 소리로 웃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다른 사람에게는 그 표정이 소이연을 걱정하는 듯한 얼굴로 보였다.걱정 때문에 얼굴이 뒤틀리는 것처럼 보였다.“순위를 다시 발표해요! 소이연의 참가 자격을 취소하세요!” 현장의 한 관중이 큰 소리로 말했다.곧이어 모든 사람들이 외치기 시작했다.대중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화면의 댓글에도 각종 악플이 달렸다.[와 진짜 역겹다. 소이연이 카피였다니! 절대 용서 못 하지.][소이연 응원한 거 다 손해 봤네, 지금 벌레 먹은 거 같은 마음이야. 역겨워.][소나은 인성이 소이연보다 훨씬 낫네, 예전에 소나은이랑 문서인은 찐 사랑이었던 거지.][지금 보니까 문서인이 소나은한테 갈아탄 데에는 이유가 있었네.]육현경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그 모습을 본 이명진이 안절부절했다.왜냐면 대표님은 진지해지면 무서우니까.문씨 가문이 이렇게 대표님을 건드리면 안 됐다.갑자기 눈치라도 챈 듯 단톡방이 조용해졌다.하도경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누군가 틀린 말을 하면 육현경이 바로 복수를 할 것 같았다.뒤 끝이 장난 아닌 육현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육현경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문씨 그룹 인수하세요.”“문씨요?” 전화 너머로 의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씨는 매입할 가치가 없는 것 같은데요.”이미 끝을 보고 있는 기업은 미래 가치가 없다.“꼴 사나워요.”“네.” 깍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육현경이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이명진은 대표님이 직접 사모님을 모시러 갈 것을 알고 있었다.바로 그때 현장에서 반대의 의견이 일어나고 있었다.특별 초대된 디자이너 마린
마린의 말에 현장은 뒤집어졌다.믿을 수 없었다. 소이연이 탑급 디자이너 lovely라고?!“Sheeny 컵”에서 그녀의 디자인은 완전히 동 시즌 디자이너들을 몰살하고 전 세계 팬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Sheeny 컵”은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는 대회이기 때문에 누구도 lovely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었고 언론 매체에서 인터뷰하고자 했지만 그녀는 모두 완곡히 거절했다.그녀가 유명해진 뒤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잡지에 계속 작품을 냈다.그것도 천문학적인 금액대로 디자인을 판매하기도 해서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디자이너라고 불리기도 했었다.심지어 아시아인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을 바로잡아 아시아의 빛으로 불리기도 했다.하지만 이렇게 패션계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으니 누군가는 lovely가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못 생겨서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또 누군가는 lovely가 사람이 아니라 한 그룹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었다.Lovely에 대한 유언비어가 아주 많았지만 단 한 번도 나서서 해명하지 않았다.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들 그녀의 신비로움에 익숙해졌다.오히려 소나은이 “Sheeny 컵”으로 전국 5위, 아시아 2위을 거머쥐면서 업계를 흔들었다.전혀 Lovely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속으로 Lovely의 디자인 실력이 확실히 좋긴 했지만 반드시 못생겼거나 사람이 아니라 한 팀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솔직히 말하면, 예쁜 사람은 디자인 실력이 그녀보다 좋진 않을 것이고, 디자인 실력이 좋다면 그녀보다 예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는 계속 이런 우월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그러니 소이연이 lovely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말도 안 돼!어떻게 소이연일 수가 있어?!만약 소이연이라면 소이연은 처음부터 자랑을 널어놨을 텐데, 이렇게 겸손할 리가 없잖아!문서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패션계 사람이 l
마린은 무대 위에서 차분하게 서 있는 소이연을 보았다.오늘 대회에서 소이연을 마주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 당시 그는 소이연이 떠나는 것을 말렸다. 그가 그녀를 세계적인 무대로 보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당시 미국의 왕실 귀족들은 모두 그에게 연락해 lovely가 직접 만든 옷을 입으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녀의 말로는 명예보다 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그녀가 귀국하기 전 그를 만난 것은 지난 몇 년간 그녀를 지지하고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그녀는 나중에 패션계를 떠나 사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당시 그는 그녀에게 업계를 떠나지 않고 매년 작품을 만들어 내지 않더라도 그녀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디자인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그의 조언을 들어준 덕분에 지난 몇 년간 lovely의 놀라운 작품들이 계속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당신 말만 듣고 어떻게 알아요!” 관중들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마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의 세계적인 인지도로는 애초에 누군가가 하나하나 따지고 들며 의심할 사람이 아니었다.“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잡지의 편집장이자 수석 디자이너로서 제 인격을 걸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소이연은 lovely입니다!” 마린은 엄숙한 표정과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유명한 사람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그것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문서인이 돈으로 매수한 사람들이 고의로 이슈를 만들고 있는 것뿐이었다.“저는 제 신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소이연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 누구도 마린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와 마린은 악어와 악어새, 스승이자 친구이기도 했다.그녀의 성격은 항상 차가웠다.가정사 때문에 성격이 매우 예민해지고 그 누구도 쉽게 믿어주지 않았다.그 당시 그녀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외 많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하마터면 작품도 세상에
소이연이 lovely라는 결정적인 증거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의 증언과 소이연의 SNS로 증명한 것이다.방금까지도 평가 결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던 현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시청자들 역시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은 듯했고, 댓글 창도 몇 초간 그대로 멈춰 있었다.하도경은 참지 못하고 연속으로 단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와, 미친, 소이연 진짜 대박이다! Lovely래, 아시아의 빛! 천재 신인 디자이너!”“예쁘고 재능 있고 누가 안 좋아하겠어?!”“현경아, 너 정말 예리한 안목을 가졌구나.”“문서인 지금 아마 배 아파 죽겠지? 지원아, 네 외삼촌 무시한다고 뭐라고 하지 마라? 진짜 쌤통이야!”그 순간 문서인의 낯빛은 살면서 본 얼굴 중 최악이었다.소이연과 알고 지낸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그녀가 lovely라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두 사람이 사귈 때 소이연이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돈을 벌어오기도 했었다.그가 은혜를 베풀지 않았다면 소이연은 일찍 남의 나라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다.나중에 연애할 때 소이연이 그에게 해외에서 발전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문씨 가문이 위기를 맞았을 때라 부모님이 한사코 돌아오라고 했었다.그래서 애초에 소이연이 말한 ‘기회’가 그냥 스스로 먹고 살 수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귀국하게 되면 소이연이 서운해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문이 더 중요했다.게다가 그 당시 소이연에 대한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기에 이기적이게도 그녀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다.그는 소이연이 그를 많이 도와주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문씨 가문으로 들어가 홍보 활동을 시작해 많은 후원을 찾아 주었다.처음에는 소이연의 희생에 감동해 앞으로 잘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소나은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소나은과 소이연의 성격은 완전 극과 극이었다. 소나은은 그를 더욱 신경 썼다.그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소나은은 금방 알아챘고 심지어 조
하지만 업계 내막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그의 이번 일거수일투족은 부인도 잃고 병사도 잃는 격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한 번 또 한 번 소이연에게 “모욕”을 당하고 있었다.문서인은 주먹을 세게 쥐고 매섭게 화면 속의 소이연을 노려보았다.이때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소이연 씨가 lovely라는 것을 믿습니다. Lovely 씨가 이번 대회에 참가 해주신 것에 대해 아주 영광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번 대회의 규칙은 현장에서 디자인해야 하며 카피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심사위원과 기획팀 과반수의 의견으로 소이연 씨는 자신의 과거 작품을 사용했을지라도, 카피로 판명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소이연 씨의 이번 대회 참가 자격을......”“저도 디자인했는데요.” 소이연이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사회자는 멍하니 서있었다.“사회자님, 저도 현장에서 디자인했는데요. 다른 사람이 바꿔 가긴 했지만요.” 소이연은 한마디 한마디 아주 정확하게 끊으며 말했다.현장은 다시 술렁였다.이거 예능 아니야?!이건 영화야, 게다가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있는 그런 영화!관중들은 환호했다.댓글 창은 너무 많은 댓글로 읽을 새도 없었다.[나 심장이 너무 아파.][아수라장이다 아수라장! 대박.....][죽을 거 같아, 심장이 배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예능 좀 보자는데 목숨까지 걸어야 해?!][이런 리얼리티 예능은 본 적도 없어, 이건 절대 대본 아닐 거야. 빨리 배틀 해!]사회자는 몇 초간 멍해져 있다가 급히 현장을 수습했다. “이연 씨의 말은, 그러니까 옷을 만들었는데, 서아 씨가 그 옷을 안 입고 다른 옷을 입었다는 말씀입니까?”갑자기 이름이 언급된 문서아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이연이 다시 유명해지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서 화만 냈었다.그녀는 원래 질투가 많아서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싫어했다. 소이연이 문씨 가문에서 출근할 때 능력도 뛰어나서 자신과 많이 비교되었다.그런 소이연을 계속 미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송문수는 차갑게 물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술을 마셨는지 전혀 몰랐고, 그냥 주소를 알려주었다.말을 마친 후 차 안에서 오랫동안 송문수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사실 전화를 끊고 나서 하지수는 후회와 놀라움을 느꼈다. 왜 송문수에게 전화했을까? 가장 도와주지 않을 사람은 송문수였다. 하지수는 경찰에 전화했야 했다. 아니면 보험사나 4S 매장에 전화해야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하지수는 이미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송문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송문수는 오지 않고 전화로 물었다.“심각하게 다쳤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아. 차 앞부분이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내 머리도 좀 긁힌 것 같아.” “우선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 그리고 보험 회사와 4S 매장에 연락해 손해를 평가받아.”송문수는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 “안 오니?”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순간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하지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사고가 나서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오늘 밤의 사고는 하지수에게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안 갈 거야.”송문수가 차갑게 말했다.“하지수, 너는 변호사잖아. 사고 후의 절차를 더 잘 알지 않을까?” 말을 마친 송문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그녀는 송문수에게 정말 실망했다. 어떤 정도로 실망했냐고?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다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혼도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 후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송문수를 만났다. 옆에는 두 명의 경찰이 있었다. 하지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해 달려가서 물었다. “송문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피투성이야?” “내 피가 아니야.”송문수는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누구 거야?”
송승우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놀라서 물었다.“이제 막 한 관광지를 갔는데 다른 두 곳도 준비했어. 먼 곳도 아니야. 왜 벌써 피곤해? 아니면 오후에 일이 있어?” “아니에요.”하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놀다 가자.”송승우가 농담처럼 말했다.“걱정하지 마, 미아로 만들지는 않을게.” “승우 오빠, 우리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송승우의 얼굴에 있는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지수야, 내가 그렇게 싫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송문수에게도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왜?”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나는 네 마음을 알아. 너는 송문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데 다시 거부하는 거야? 부모님이 강요한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부모님에게 잘 설명할게. 어떤 일이든 내가 감당할 거야.” “부모님 때문이 아니에요.”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송승우는 멍해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격에 그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다. “지수야, 너 뭐라고 했어?” “예전에 오빠를 정말 좋아했어요. 결혼 준비 중에 오빠가 떠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왜 갑자기 결혼식에 도망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송문수와 결혼하기로 한 것뿐이에요. 오빠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신 은혜도 있지만 오빠한테 화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지만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요.”하지수가 한 단어씩 강조하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감정은 식기 마련이고 오빠를 향한 그리움은 이제 없어요. 지금은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송문수한테 미안해서 그래?”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 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계속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