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성년 남성으로서 여자들 사이의 농담을 알아들어도 모른 체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심한 후과를 책임져야 한다.이도현은 머리를 탁 치며 정신을 차리고는 냄새를 맡아보니 과연 자신의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이는 내공이 또 한층 돌파한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내공을 돌파할 때마다 환골탈태하면서 체내의 이물을 배출해내기 때문에 냄새가 나가 마련이다.이도현은 방에 돌아와 목욕물을 준비하고 샤워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한지음이 있을 때 이도현의 목욕물을 준비하고 몸을 씻는 일은 모두 그녀가 도맡아 했다. 샤워도 하고 애정도 나누기에 이 시간은 두 사람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시간이 지나면서 이도현은 이미 한지음과 함께 샤워하는 것이 매우 익숙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한지음이 없으니까 그녀의 빈자리가 꽤 크게 느껴졌다.샤워를 끝내니 두 선배는 이미 밥상을 다 차려 놓았다. 세 사람은 웃고 떠들면서 밥을 먹었고 이도현은 두 선배에게 대선배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이도현은 구현단, 주안단, 영모단을 꺼내 두 선배에게 주면서 각 담약의 효과를 소개했다. 두 선배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지만 거의 동시에 주안단을 삼켰다.이도현은 말문이 막혔다. 남은 두 가지 담약 중 하나는 백 년의 수련을 얻고, 하나는 수련 속도를 세 배로 늘릴 수 있는 담약인데 두 선배는 이 두 가지를 선택하지 않고 모두 먼저 주안단을 선택했으니 말이다.'여자들은 역시 외모를 가장 신경 쓰네.'“선배들, 이 구현단을 먹으면 백 년의 수련을 얻을 수 있고 이 영모단을 먹으면 수련 속도가 세 배로 빨라져요. 그리고 효과도 모두 영구적인데 어쩜 거들떠보지도 않으세요? 다들 무슨 생각이신 거예요?”이도현은 너무 어이가 없어 물었다. 그는 두 선배의 행동에 어리둥절했다.“이놈아, 네가 뭘 알아? 내공이 줄어들면 천천히 쌓을 수 있지만, 한번 늙으면 다시 젊어지기 얼마나 힘든데. 이런 신단이 있을 때 당연히 제일 먼저 선택해야지.”“맞아. 여자는 모두
줄곧 선배들의 내공을 몰랐던 이도현은 강력한 기운에 살짝 놀랐다. 왜냐하면, 선배들은 모두 스승이 전수한 기운을 숨기는 공법이 있기에 이도현은 줄곧 선배들의 내공을 모르고 있었다.물론 이도현이 알아내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감지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두 개의 강력한 기운에서 선배들의 내공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셋째 선배 인무쌍의 돌파 후 실력은 자미각 각주보다 한 수 위인 영급 정상이었다.여섯째 선배 양주희의 돌파 후 내공은 셋째 선배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영급 경지였다.영급 경지의 내공은 고무계 전체를 놓고 보아도 최정상의 수준이었다.담약 하나로 두 명의 고수가 나타났으니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만약 지금의 인무쌍과 양주희가 비경의 장선과 한씨 영감을 만났다면 인무쌍은 한 방에 그들을 죽였을 것이다.또 한 시간이 지나자, 샤워를 마친 두 선배는 젖은 머리 채로 가운을 입고 나왔다. 주안단을 복용한 효과까지 더해지니 정말 청순하고 영롱하기 그지없었다. 이도현은 그녀들을 보며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예뻐. 어쩜 이렇게 예쁠까.’“선배, 어때요?”이도현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머릿속의 이상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서 물었다.“좋아. 아주 좋아. 나 지금 몸에 힘이 넘쳐나는 것 같아. 당장 사람 찾아 한바탕 싸우고 싶네.”양주희는 주먹을 치켜들고 한바탕 휘둘렀다.안 그래도 가운 하나만 입은 상태인데 과하게 움직이니 가슴이 심하게 출렁이었다. 이도현은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이전에 별로 주의하지 않았는데 인제 보니 여섯 번째 선배도 가슴이 어마어마하네. 크기가 열째 선배보다 더 큰 것 같기도 한데... 이 정도면 거의 우리 집의 으뜸인 지음이랑 비슷하겠어.’꿀꺽.이도현은 참지 못하고 군침을 삼켰다.“이 나쁜 놈아, 눈이 빠지겠다.”양주희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화를 내지 않고 심지어 말할 때 일부러 몸을 몇 번 더 비틀거려 몸
그녀는 후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 털털하면서도 한번 파고들면 끝까지 따지는 성격이었다.그렇기에 외모로 사람을 따지면 안 된다.“선배, 저 드릴 게 더 있어요.”이도현은 급히 말길을 돌렸다.“더 있다고? 어머나, 이 녀석아. 담약 세 알도 감지덕지한 데 선물이 더 있어? 그러면 나도 셋째 선배처럼 너와 혼약을 맺을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고서 보답할 길이 없잖아.”양주희는 이도현을 계속 놀렸다.“아... 아니에요, 선배. 저는 보답을 바라지 않아요...”이도현은 어안이 벙벙했다.“보답을 바라지 않아? 왜? 이 선배가 못나서 눈에 차지 않는 거야?”“아... 아니에요. 그 뜻이 아니었어요. 여섯째 선배는 물론, 저의 선배는 모두 선녀보다 더 아름다운 미인들이에요. 저는 그저 저의 물건이 곧 선배의 것이니 당연히 보답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어요.”이도현은 조금이라도 망설이었다가 목숨을 잃을 것 같아 얼른 설명했다. 그의 선배 중에서 셋째 선배, 다섯째 선배 그리고 대선배가 듬직하고 나머지 선배들은 모두 장난기가 많아 감당하기 힘들었다.“알겠어. 그래도 나는 너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어.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전에 비책도 줬는데 이번에 또 담약과 보물도 선물했으니, 너와 결혼해야 할 것 같아. 어서 말해 봐. 무슨 보물이야?”양주희는 양아치같이 말했다.“콜록콜록... 이... 이거요. 방금 선배에게 드린 세 가지 담약이 각각 30알 있어요. 이 세 병에 각각 8알 들어있으니 다른 선배들에게 전달해 주세요.”이도현은 두 선배가 담약을 정제하는 시간에 이미 담약을 나누어 놓았다.인무쌍은 담약을 정중하게 건네받았다.“우리에게 이렇게 언제든 선배를 생각하는 후배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인무쌍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이도현이 지금까지 그녀들에게 주었던 비책과 담약은 모두 더할 나위 없이 값진 보물이었다.가족에게도 나누기 힘든 보물을 이도현은 주저하지 않고 선배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심지어 편애하는 사람 없이 번마다 모든
“와. 공간 반지다. 둘째 선배에게 하나 있는 것만 알고 나도 갖고 싶었는데 계속 얻지 못하고 있었어. 이놈아, 네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공간 반지를 갖고 있어? 어디서 난 거야?”양주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의 손에 든 공간 반지 열 개를 바라보며 물었다.“제가 그...”“됐어. 너만 알고 있어. 선배가 전에 말했지. 어떤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선배에게도 말하지 마.”“여섯째 후배도 캐묻지 마.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후배의 일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큰 후환만 남긴다는 거 명심해.”“후배도 두려울 게 없고 우리도 두려울 게 없다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잖아. 천하에 무예보다 무서운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서도 사람 마음이 제일 무서운 거야. 어떤 일은 영원히 묻지 않는 것이 좋아.”인무쌍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알겠어요. 공간 반지를 보니까 너무 설레서 한마디 물어본 거예요. 전에 둘째 선배의 공간 반지를 보았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이 공간 반지가 있으면 얼마나 편리한데요. 앞으로 작은 물건과 옷들은 전부 이 안에 넣으면 되니까 어디 다녀도 짐을 들지 않아도 되잖아요. 편리할 뿐만 아니라 겉멋도 부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양주희는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호호호. 여섯째 선배도 앞으로 공간 반지가 있으니까 이제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전에 둘째 선배의 공간 반지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 받은 이 공간 반지는 그것보다 훨씬 좋아요.”“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이 공간 반지들은 제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좋은 거예요. 선배들, 먼저 하나씩 고르세요.”이도현이 웃으며 말했다.“이놈아, 너 우리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 이 선배가 앞으로 너와 아들을 많이 낳아서 너의 재산을 물려받아야겠어.”양주희는 거리낌 없이 말하며 이도현의 손에서 공간 반지 하나를 집어 들고 유심히 살폈다.“셋째 선배도 하나 고르세요. 이 열 개의 공간 반지는 저장 공간과 외형이 완전히 같아요. 마
“세상에. 무려 수백 평에 달하는 공간이라니. 이건 신물이야, 신물. 아이를 몇 명 낳아준다고 해서 될 게 아니야. 이 보물에 보답하려면 적어도 한 개 축구단은 낳아야 하잖아... 헐...”양주희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큰 공간의 공간 반지를 보고 감격에 겨워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공간 반지의 거대한 공간을 보더니 말을 바꿨다. 이도현에게 아이 몇 명이 아니라 한 개 축구단을 낳아주겠다고 했다.이도현은 여섯째 선배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아이 열 몇 명으로 공간 반지 하나를 바꾸겠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 가축도 아니고 어떻게 아이로 값을 때려?’다른 여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이도현은 그 사람을 혼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섯째 선배의 말에 이도현은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뭐라고? 몇백 평의 공간이라고? 그럴 리가 없어.”줄곧 침착하던 인무쌍은 양주희의 파격적인 말을 듣고 더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한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공간 반지에 몇 벽 평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비록 공간 반지를 갖고 있지 않지만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무계에서 몇 평에 달하는 공간 반지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보물이었다. 대종파의 장로들은 몇 평짜리 공간 반지를 얻어도 엄청 득의양양했다. 만약 몇십 평의 공간 반지가 있다면 그건 매우 진귀한 보물이었다.그런데 이도현은 지금 몇백 평의 공간 반지를 열 개나 갖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신기로 공간 반지를 살펴본 후, 인무쌍은 더 이상 침착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앵두 같은 입술을 쩍 벌리고 반나절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이... 정말이었어. 이건... 너무 불가사의한 일이야. 이 세상에 이렇게 큰 공간의 공간 반지가 있다니. 이... 이건 정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물이야. 이건...”인무쌍은 오랫동안 놀라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산전수전 다 겪어봤지만, 이 공간 반지의 크기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후배. 이... 이 공간 반지를
이어서 선후배 세 명은 수다를 떨다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잤다.한밤중이 되자 이도현은 마음이 간질거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의 머릿속은 온통 셋째 선배의 아름다운 몸매뿐이었다. 셋째 선배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속의 욕망을 자제하기 힘들었다.그의 머릿속에 결국 수많은 장면이 떠올랐는데 그중에는 셋째 선배 인무쌍이 교룡의 척추를 융합하면서 그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장면이 선명하게 깃들어 있었다.“이도현. 넌 사람이 아니야. 셋째 선배는 널 구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넌 짐승이야. 짐승.”이도현의 머릿속에 그를 경멸하면서 뻔뻔스러운 짐승이라고 호되게 꾸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맴돌았다.그러다가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이도현, 남자답게 굴어. 셋째 선배는 이미 너의 여자야. 한 여자의 몸을 가졌으면 책임을 져야지. 왜 마주하지 못하는 건데? 쓰레기가 되고 싶은 거야?”“이도현. 남자는 뭐가 됐든 쓰레기가 되면 안 돼.”“셋째 선배는 너를 구하기 위해 몸까지 바쳤는데 책임 안 질 거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그건 짐승만도 못해.”“네가 나서지 않고 여자 쪽에서 나서기를 기다릴 거야? 남자로서 책임을 짊어져야지. 당당하게 남자답게 용기를 내. 남자로 태어났으면 남자답게 굴어야지. 행동해.”이 두 목소리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이도현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한쪽은 사람답게 가지 말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남자답게 가라고 했다.이도현은 이 두 목소리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여 그는 더욱 잠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체내의 이유 모를 불씨와 머리를 치켜든 하체는 이미 그를 심하게 괴롭히고 있었다.“가야지. 왜 안 가? 셋째 선배는 이미 너의 여자야. 왜 도망치려 하는 거야? 선배가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네가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엄청 상할 거야. 열째 선배도 그렇지 않았어? 그날 네가 열째 선배의 침대에 갔는데 지금의 셋째 선배처럼 거리를 뒀잖아. 두 사람
“후... 후배... 어... 무슨 일로 왔어?”인무쌍도 떨리는 목소리로 수줍게 말했다.“선배... 저... 잠이 안 와서... 선배랑 같이 자고 싶어요...”이도현은 용기를 내어 속마음을 얘기했다.“응.”인무쌍은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하고는 이불을 머리 위로 덮었다.이 장면을 보고 이도현은 셋째 선배가 승낙했다고 생각했다.그는 무척 기뻐하며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침대로 달려가 셋째 선배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이도현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인무쌍은 몸을 부르르 떨고 심장이 두근거렸다.그녀는 부끄러워서 말을 하지 못했고 몸이 경직되고 호흡이 부자연스러웠으며 눈을 꼭 감고 이도현을 쳐다보지 못했다.이도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을 바르르 떨면서 이불 속에 있는 셋째 선배의 손을 꼭 잡았다.“선배, 저... 저의 여자가 되어주세요. 저의 아내가 되어주세요... ”이 상황에서 더 주동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정말 쓰레기나 다름없었다.“응.”인무쌍은 또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이 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안이 벙벙했다.‘무슨 뜻이지? 대답한 건가?’“선배... 대답하신 건가요?”이도현은 바보같이 되물었다.인무쌍은 부끄러워서 도망갈 지경이었다.‘이불 속으로 들어오게 했으면 끝난 거지? 그걸 굳이 물어야 해?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했겠어?’“너... 너 이 녀석... 선배가 부끄러워 죽는 모습을 보고 싶어? 난... 난 진작에 너의 사람이었어... 그걸... 왜 굳이 묻는 거야.”인무쌍이 수줍게 말했다.“선배... 대답하셨어요... 잘 됐다...”이도현은 활짝 웃으며 더 이상 걱정 없이 인무쌍의 몸을 덮쳤다.“선배... 저... 원해요... 선배를 원해요...”이도현은 충혈된 눈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순식간에 온몸이 불에 활활 타는 것처럼 견디기 힘들었다.“응...”인무쌍은 수줍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눈을 감고 몸과 마음을 이도현에게 맡겼다.셋째 선배의 허락을 받은 이도현은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
양주희는 죽을 만큼 괴로웠다. 한 면으로는 어젯밤 셋째 선배와 후배의 격렬한 교감 소리에 밤새 시달렸기 때문이고 다른 한 면으로는 그 소리에 몸이 강한 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하여 다음날 이른 아침 양주희는 지친 몸을 끌고 어젯밤에 남긴 흔적을 처리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옆방의 두 사람을 욕했다.어젯밤 너무 격렬하게 운동한 이도현과 인무쌍은 지금까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특히 인무쌍은 완전히 뻗어있었다.인무쌍은 아무리 영급 경지의 고수지만 이도현의 그쪽 실력이 워낙 남달랐다. 더군다나 그는 교룡의 본성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그 방면의 능력이 더욱 뛰어났다.교룡, 장차 용으로 변모하는 동물. 그리고 용이 얼마나 음탕한 지는 그의 아홉 아들에서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게다가 용의 아홉 아들은 모두 다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것이다. 용의 배우자에 소, 뱀, 거북이, 사자 등이 있는가 하면 두꺼비도 있었다.아무도 안 좋아하는 두꺼비를 용이 받아들였으니, 성욕이 얼마나 왕성한지를 한눈에 보아낼 수 있었다.마치 어차피 불을 끄면 똑같으니까 아무 여자나 가리지 않는 욕망에 눈이 먼 남자 같았다.이도현은 바로 교룡의 이런 능력을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제력이 강했다.그러나 그 방면의 능력도 역시 강했다. 그렇기에 그의 여자는 모두 그를 당해내지 못했다. 인무쌍도 당해내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전에 한지음은 이 일로 하룻밤을 꼬박 잔 적이 있다. 그때의 이도현은 내공이 향상되지 않았는데 지금의 이도현이었다면 한지음은 3일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다.이도현은 잠에서 깨어난 후 품 안에 곤히 잠든 인무쌍을 바라보며 무궁무진한 행복을 느꼈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된 것만 같았다.그는 살며시 셋째 선배를 품에서 빼낸 후 살금살금 침대에서 일어났다.오늘 어쩌다 시간도 있고 집에 도우미도 없으니 이도현은 두 선배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싶었다. 특히 셋째 선배는 어젯밤 그의 흥을 깨지 않으려고 끝까지 이를 악물
두 사람은 여인들이 놀라 피하는 와중에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 앞에 도착했다.결계 바깥에는 거대한 석문이 서 있었고 문 앞에는 몇 채의 집이 늘어서 있었다. 집 안에서는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의 위압감에 사내는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얼굴이 새파래져 있었다.“아버지... 여기... 여기가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입니다! 이 집 안에 있는 강자들은 모두 성역의 주요 세력에서 파견된 수호자들입니다. 그들은 성역에 들어가려는 자들을 막는 자들이죠!”“말하자면 정말 흉악한 놈들이라니까요. 성역이 뭐 자기들 집 마당도 아닌데, 왜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죠? 정말 열 받아!”“수백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여기까지 왔다가 막혔는지 몰라요. 처음에는 그냥 돌아가라고 권고만 하지만 만약 듣지 않고 억지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저들은 가차 없이 처리해 버립니다!”“그래서 많은 고수가 성역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 관문에서 목숨을 잃었죠!”“그러다 보니 점차 성역에 가려는 사람들도 줄어들었고요. 모두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목숨을 내놓을 용기가 없는 거죠!”사내는 설명을 마치며 석문 양옆의 집들을 경계하는 눈치로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아버지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버지는 대진제국과 현천문에서 초대한 귀빈이시니 그들이 감히 막을 수 없을 거예요!”“아버지,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서 말씀드리고 오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부자가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사내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아첨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버지 라느니 우리 부자라느니 참으로 효성스러운 호칭이었지만, 이를 들은 이도현은 어이가 없어 치가 떨렸다.갑자기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은 아들이 생기다니... 그 누구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멘붕이 올 게 뻔했다.그는 문지해가 최고로 뻔뻔한 줄 알았는데 이제야 세상에는 더한 놈들이 널렸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이 아들은... 정말 인정할 수가 없었다!“그만 하라니까요!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다시 ‘아버지’라고
“말해봐요...”이도현은 거의 울부짖듯이 내뱉었다.‘저놈이 결계를 열어줄 유일한 희망이 아니었으면, 당장 한 대 후려쳐서 저 자식을 골로 보냈을 텐데!’‘역겨워도 너무너무 역겨워!’“동생, 진정하게! 말할게, 이제 쑥스러움이고 뭐고 다 버리고 말할게! 사실은... 성역에 갈 때 나도 데려가 줄 수 있나?”“제발! 부탁하네! 난 평생 성역에 가보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결계를 지키는 고수들을 이길 수 없어서 들어갈 수가 없어”“동생이 초대로 받고 간다고 했으니 나를 데리고 가주게! 그렇게만 한다면 이제 내가 자네를 형님으로... 아니, 아버지로 모시겠네!”사내는 감동에 젖은 듯 눈물을 글썽이며 무릎까지 꿇을 기세였다.“그게 다 인가요...”이도현의 떨리는 입으로 물었다.“네! 이게 다입니다. 아버지! 부디 데려가 주십시오.”사내는 정말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이제 아예 ‘아버지’ 라고 부르고 있었다.“이 정도로 그냥 말을 하면 될걸. 뭘 사내가 처녀처럼 수줍어할 것까지 있나요? 아휴, 진짜!”“그리고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요! 당신 같은 자식을 두었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였을 테니까요! 사내가 되어서 쑥스러워하기나 하고. 나 참.”이도현은 정말 화가 날 대로 났다. 평생 남자한테 이렇게까지 열받아 보는 건 처음이었다.“알겠습니다, 아버지...”“닥치라고요! 한 번만 더 그렇게 부르면 내 주먹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이도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알겠네. 알겠네. 아버지라 부르지 않을 테니 화내지 마시오.”덩치 큰 사내는 아첨하듯 웃으며 그 표정은 효자라도 부끄러울 정도로 아부를 떨고 있었다.“됐어요! 나와 함께 성역에 가려면 지금 당장 결계로 길을 안내해요. 한마디만 더 하면 진짜 죽여버릴 거니까…”이도현은 미리 경고했다. 이 자식이 또 같은 짓을 반복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때는 진짜로 참지 않을 생각이었다.“네, 아버지... 당장 모시고 가겠습니다... 이쪽으로, 아버지...”결국 이도현이 ‘아버지’가 된 것은 기정
사내는 이도현의 말을 듣고 싸늘하던 눈빛이 다시 한번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이전보다 더욱 뜨거워졌다.그 눈빛은 이도현이 옷을 벗은 연진이 선배를 바라볼 때보다도 더욱더 열정적이었고, 노골적인 소유욕이 담긴 시선은 이도현의 마음을 다시 한번 두렵게 만들었다.“형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이도현은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아니, 동생! 자네 진짜 대진제국과 현천문에서 초대한 귀빈이야?”사내는 이도현을 안아줄 듯이 다가왔다.“형님, 침착하세요! 이상한 짓 하지 마시고요. 저 무술 할 줄 알아요...”이도현이 경고하며 말했다“이상한 짓이라니, 절대 아니야! 내가 동생한테 그럴 리가 있겠어? 대진제국과 현천문의 귀빈인데!”사내가 말했다.“정말 그런 거예요?”이도현은 사기를 당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그럼, 그렇고말고! 동생, 자네 진짜 대진제국의 귀빈이 맞아?”사내가 다시 확인했다.“그만 물어보시고, 성역으로 들어가는 결계를 아시는지 말씀해 주세요!”이도현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이렇게 큰 덩치의 사내가 어째서 이렇게 답답하게 구는지... 여자처럼 우물쭈물하기만 하고 전혀 시원스럽지 않았다.“알아! 내가 아니까 내가 데려다줄게!”사내는 극진한 친절함을 보였다.“그럼 정말 감사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도현이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헤헤! 뭘 이 정도 가지고. 부탁이라고 할 것도 없어. 동생을 도와줄 수 있다면 내 영광이지!”사내는 아부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이도현은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분명히 속으로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직감했다.“그런데... 말이야 내 부탁 하나를 들어줬으면 해! 동생이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제발이야!”사내의 얼굴에는 더욱 아양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무슨 부탁인데요?”이도현은 입을 비쭉거렸다. 역시나 이런 전개가 나올 줄 알았다.“그... 그게... 말하기가 좀 쑥스럽네?”사내는 의외로 수줍어하기 시작했다.“아... 진짜...”사내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자 이도현은 정말
매우 짜증이 나 있던 사내는 금기어라도 들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에게 물었다.“성역으로 가는 결계요.”이도현이 어리둥절한 채 말했다.‘성역이 뭐 금지구역도 아니고. 물어보면 어때서... 왜 이렇게 호들갑이지?’이도현이 속으로 투덜대고 있을 때, 그 사내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이도현의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상하좌우로 그를 샅샅이 살폈다.마치 신기한 동물을 보듯 눈빛에는 신기함, 놀라움과 불가사의가 가득했다.이도현은 사내의 시선에 말문이 막히고 당황스러웠다.‘젠장. 남자를 뭘 그렇게 신기하게 훑어보는지. 설령 여자였다 해도 이렇게 쳐다보면 안 되지. 설마 변태인 거 아냐?’이도현은 머릿속에 역겨운 장면들이 떠올라 점점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가까스로 참았다.“동생, 실례지만 한 가지 묻겠네. 자네는 성역의 어느 문파에서 선택받은 제자인가?”사내는 아주 열정적인 눈빛으로 이도현에게 물었다.특히 동생이라는 호칭을 아주 부드럽게 얘기했다.하지만 180cm의 건장한 체격에 근육이 가득한 사내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다른 남자를 동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말로 소름 돋는 일이었다.소심한 남자였다면 이미 이 말에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다.“아니에요.”이도현은 본능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 사내와 거리를 두었다.그도 무서웠다.눈앞의 사내가 갑자기 안길까 봐 몹시 두려웠고 뽀뽀라도 당하면 이도현은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그는 상상만 해도 역겨웠다.“아니라고? 그럼... 어느 왕조에서 부른 사람인가?”사내는 여전히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게다가 말하면서 계속 몸을 이도현 쪽으로 기울였다. 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움찔했다.“그것도 아니에요.”이도현이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그것도 아니라고? 그럼 혹시 성역에 있는 어느 강자의 제자인가?”사내는 체념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아니에요.”“그것도 아니야? 어느 큰 문파의 제자도 아니고, 어느 왕조에서 부른 사람도 아니고, 어느 강자의 제자도 아닌데
무도성은 오대준이 말한 대로 아주 오래된 성이었다. 누가 지은 것이고 언제 지어졌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마치 늘 이곳에 있은 듯했다.무도성은 대부분이 성역의 큰 세력에 의해 나누어져 있었고 동서남북 방향마다 강대한 세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들은 무도성 안에 거대한 상업 타운을 만들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모두 이곳에서 등가의 물건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도현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성역에만 관심을 가졌다. 만약 무도성 사람들이 그를 성역으로 무사히 들여보내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도현은 검을 뽑아서라도 들어갈 생각이었다.그는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표묘신공을 써서 앞으로 나아갔다.세속계에서 표묘신공을 사용하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고무계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무계에는 무사들만 있고 심지어 하늘을 짧게나마 날 수 있는 강자도 있었다. 단지 이도현처럼 강한 사람이 없을 뿐이었다.약 두 시간 후, 이도현은 거대한 성벽 앞에 도착했다. 성벽은 수십 미터에 달할 정도로 웅장했고, 성문의 위쪽 중앙에는 ‘무도성'이라는 세 글자가 철화은구체로 쓰여 있었다.이 세 글자만으로도 사람에게 아주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 필체에서 신비로운 기운이 흘러나왔으며 이는 확실히 높은 경지에 이른 고수가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이게 바로 무도성인가 본데 역시 남다르군. 성문마저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다니. 이 세 글자의 필체를 보아하니... 회도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저 정도의 수준이 나올 수 없어.’이도현은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성문 쪽으로 걸어갔다.성문 앞에는 보초가 없었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중 평범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무도성 안으로 들어가자 눈앞에는 온갖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길 양쪽의 점포들도 매우 북적거렸다.만약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강한 내공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면, 이도현은 자신이 세속계의 번화한 거리에 들어선 줄 알았
누가 문주가 됐든 다 형편없을 것이었다.“주인님, 분부하십시오. 제가 꼭 잘해내겠습니다.”오대준은 시름 놓고 재빨리 대답했다.“나는 성역으로 가려고 한다. 그곳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가는지, 그리고 가장 빠른 길이 무엇인지 아느냐?”이도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성역이요? 주인님, 성역에 가십니까?”오대준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성역으로 가는 길을 아느냐? 모르냐? 내가 왜 성역에 가려는지는 묻지 말고.”이도현의 차가운 말투에 오대준은 깜짝 놀라 바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성역의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그는 서둘러 아는 정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성역은 고무계와 독립된 공간입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곳의 크기는 고무계 전체보다도 크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전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성역 안에는 영기가 차고 넘치며, 수련 자원도 풍부한 데다가 안에서 나온 사람은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을 지녔고 심지어 무도의 경지를 넘어선 자도 있다고 합니다.”“고금동서, 고무계의 모든 무사가 성역에 들어가려 애썼지만 성공한 자가 극히 드뭅니다. 오직 성역의 강자에게 선택당한 천재들, 혹은 특정 종파의 눈에 들어 제자가 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니면 내공이 어느 정도에 도달해 무도성을 통과하여 성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오대준은 숨 쉴 틈조차 없이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도현은 단순히 성역의 위치만 물었을 뿐인데, 오대준은 성역의 특성과 입성 조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짜증이 치솟아 오대현을 죽이고 싶었다.“무도성이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 성역에 들어가려면 꼭 무도성을 통과해야 하는 거냐?”이도현이 화를 억누르며 물었다.“네. 그렇습니다. 현재로서는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가 무도성에만 있습니다.”오대준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럼 무도성은 어디에 있는데?”“성역 동남쪽에 큰 성이
“사람을 죽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너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줬건만 아직 귀령문도 통합하지 못한 거야? 그러고도 귀령문의 문주가 되겠다고? 참 우습구나. 네가 쓸모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지금 보니 아무 소용이 없구나.”오대준이 사람을 데리고 말 안 듣는 제자들을 처리하려고 할 때 귀령문 밖에서 경멸에 찬 목소리가 전해졌다.“누구냐? 어디 감히?”오대준이 분노하며 소리쳤다.하지만 들어오는 사람을 본 순간 그는 완전히 굳어버렸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급히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들어온 사람은 그에게 있어서 악마이자 악몽이었다. 그는 이 사람만 생각하면 깊은 두려움에 떨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이 사람에 대한 악몽을 꾸며 공포에 떨다가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그 사람은 바로 악마 같은 존재, 이도현이었다.그리고 지금은 그의 주인이자 그를 누르는 사람이기도 했다.“주... 주인님... 어... 어떻게 오셨습니까?”오대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내가 오면 안 돼? 전에 너를 살려뒀던 건 네가 어느 정도 쓸모 있을 줄 알아서였어. 그런데 참 쓸모없는 놈이구나.”이도현이 경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주... 주인님... 아닙니다... 저는 큰 노력을 들였고... 이미 귀령문의 절반 이상을 통합했습니다.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모두 전임 문주의 측근입니다. 이 사람들의 내공이 괜찮아서 아직 죽이지 않고 설득해서 주인님께 효력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깊은 뜻을 헤아려 주십시오. 주인님.”오대준은 변명하면서 땅에 계속 머리를 부딪쳤다. 그야말로 겁쟁이가 따로 없었다.“흥. 그게 무능한 거지. 변명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이 정도 일도 못 하면서 귀령문의 문주가 되겠다고 하기는.”이도현이 비아냥거렸다.하지만 그는 단지 경멸할 뿐 귀령문의 일에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아... 아닙니다, 주인님. 제가... 제가 귀령문을 잘 다스릴 수 있습니다. 기회를 한 번만 더 주
오대준은 원래 종파를 통합해 귀령문을 다시 강대하게 만든 후 이도현의 통제에서 벗어나 제일 강력한 문주가 되길 바랐다.하지만 제자들이 그의 뜻에 전혀 따르지 않았다. 만약 그가 당시 이도현 앞에서 그렇게 비굴하게 굴지 않았더라면, 무릎을 꿇고 싹싹 빌지 않았다면, 제자들이 지금 그와 함께 귀령문을 재건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때 오대준의 행동은 제자들을 너무 실망시켰다. 그는 살기 위해 개같이 구걸했고 귀령문의 존엄을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이는 귀령문 모든 사람의 존엄을 짓밟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여 그 뒤로부터 귀령문 사람들은 오대준을 마음속 깊이 경멸했다.그들은 비겁하고 나약한 오대준을 문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문주 될 자격이 없었다.그들이 보기에는, 설령 귀령문이 이도현의 손에 의해 멸망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당당히 맞서 싸웠다면 조상들을 볼 면목 정도는 있었다.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귀령문이 멸망하는 게 나았다.현재 귀령문의 대리 문주인 오대준은 문주의 자리에 앉아 얼굴을 찌푸린 채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사람들도 오대준과 같은 부류였다. 다들 죽는 것보다 비참하게 사는 게 낫고, 무엇보다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그들은 살아있어야 희망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죽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자기와 상관없기에 늘 존엄과 체면보다 목숨이 더 중요했다.오대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아래쪽 사람들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저놈들이 아직도 말을 듣지 않는가?”“네, 문주님. 태도가 여전합니다. 뜻을 따르려 하지도 않고 문주님을 인정하지도 않습니다...”한 제자가 말했다.“흥. 주제넘은 놈들. 내가 정말 저들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 이 정도 봐줬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만약 계속 말을 듣지 않는다면 저들을 지옥으로 보내고 말 거야.”오대준은 잔뜩 화난 얼굴로 이를 갈며 말했다.“문주님, 제 생각에는 진작에 저들을 처리했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잘난 척하는 놈들입니
“뭐하시는 거예요? 선배들... 갑자기 왜 이러세요? 어서 일어나요...”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이도현은 재빨리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장문님, 잘 다녀오십시오.”윤선아 등 네 명이 동시에 말했다.“어...”이도현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선배들, 왜 이러세요? 제가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요. 저는 언제나 선배들의 막내 후배예요. 자꾸 이러시면 앞으로 선배들의 얼굴을 못 보겠어요.”이도현은 이렇게 격식 갖추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는 선배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심지어 그중 두 명이 그의 마누라였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앞에 무릎을 꿇으니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후배, 지켜야 할 예법은 그래도 지켜야 해. 저 세 사람은 오늘 너에게 처음으로 절하는 거야. 이번 한 번만은 받아줘. 앞으로는 예전처럼 편하게 대할게. 우리 태허산은 원래 예법을 크게 차리지 않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하는 거야. 이번 한 번만 하고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윤선아가 말했다.“알겠어요. 어서 일어나요. 딱 이번 한 번만이에요. 다시는 이러지 마세요. 전 이런 예법이 너무 싫고 선배들이 저에게 무릎 꿇는 건 더더욱 싫어요. 어서 일어나요, 선배들.”이도현은 앞으로 나서서 선배들을 일일이 부축했다.그러고는 선배들의 아쉬운 눈빛을 받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기화영은 진작에 비행기를 준비해 두었고 이도현을 태허산 근처까지 데려다주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이도현은 태허산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고무계로 통하는 결계로 향했다.그는 능수능란하게 결계를 통과하여 고무계로 들어갔다.고무계도 낯설지 않았다. 지금 이도현이 위치한 곳이 바로 공작제국의 땅이었다. 지난번 자미각에서 다들 무사히 빠져나와 별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넷째 황자인 진정이 여섯째 선배를 잡아갈 줄이야.그리고 현천문의 젊은 문주를 죽이니 그 대가로 그의 여자를 잡아갔다. 큰 문벌에서 이런 치사하고 비열한 행동을 하다니, 정말 꼴불견이었다.제대로 된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니까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