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갑자기 화가 났다. 집에 문제가 생겼는데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무슨 일이라고?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데?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말해!”말하는 사이 이도현의 몸에서 저절로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스승님, 먼저 진정하세요! 사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날 사모님을 찾아뵀을 때 사모님이 등자월 씨랑 나눈 대화를 들었어요!”장지민은 이도현의 반응에 겁을 먹고 말했다.“뭐라고 했는데?”“다섯번째 선배님이 억지로 결혼하게 될 거라면서 무슨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어요. 사모님께서 이 일을 스승님께 말해야 할지 고민 중이셨어요.”“뭐라고? 뭐라고 했다고?”순간, 이도현의 몸에서 살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마치 맹수처럼 흉포한 기운을 풍겼다.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분위기에 장지민은 저절로 몸을 떨었다.이도현 역시 자신의 몸속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분노가 폭발하면서 마음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그는 곧바로 자신의 상황을 자각하고 몸을 이완하며 내공으로 억누르며 정신을 차렸다.그는 머리가 맑아진 후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일어난 일이냐?”이도현의 차가운 기운이 가라앉자 장지민은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바로 지난 이틀 사이의 일이에요. 저는 스승님이 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흥! 내가 뭘 알고 있었다고? 이렇게 중요한 일을 숨기다니, 다들 무슨 생각인 거야! 가자, 완성으로 돌아간다!”이도현은 즉시 전화를 들어 노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일이 생겨서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울 것 같아요.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갈게요.”노문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편히 다녀오라고 말했고 월급도 그대로 지급하겠으니 빨리 돌아오라고 말했다.노문호의 목소리에서는 이미 이도현을 가족처럼 여기며 한의원의 한 식구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느껴졌다.그는 언젠가 이도현이 떠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전화를 끊은 이도현은 곧바로 신영성존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올 헬기
“꺼져! 이 계집애야! 도련님은 내꺼야! 꿈속에서도 내꺼라고... 도련님... 오빠...”...방 안에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하인들이 가득했는데 그녀들은 원래 잠들어 있다가 헬기 소리에 모두 깨어났다.하녀들은 이도현을 보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각자 제멋대로 행동하며 가슴과 목을 만지며 추태를 부렸다. 이 상황은 너무나도 황당했다.이도현은 이미 육감을 열어둔 상태라 이들이 하는 행동과 말들이 모두 똑똑히 들렸다. 그는 그저 황당하고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마치 늑대 무리가 끊임없이 자신을 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도현 오빠... 돌아오셨군요!”거실에 막 도착했을 때 한지음이 잠옷 차림으로 나왔다. 그녀는 이도현을 보자마자 쏟아지는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이도현의 품에 안겼다.“내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너희는 나한테 이 사실을 계속 숨기려 했냐? 다섯번째 선배가 강제로 결혼 당하게 생겼는데 이렇게 큰일을 나한테 숨기다니!”이도현은 한지음을 안은 채 불만스럽게 말했다.“도현 오빠, 미안해요! 저도 말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세번째 선배가 오빠께서 수련 중이니까 이 일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본인들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오빠의 심경에 영향을 주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봐 말하지 말라더라고요.”한지음은 죄책감을 느낀 듯 고개를 숙이며 어린아이처럼 이도현 앞에서 작아졌다. “말도 안 돼!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다섯번째 선배가 강제로 결혼 당하게 생겼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내가 가지 않으면, 선배를 구해내지 않으면 내가 수련하며 마음을 단련한 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 평생 후회할 일을 만들 셈이냐! 지금 선배들은 어디 있지? 다섯번째 선배에게 간 거냐?” 이도현은 화를 내며 물었다.“도현 오빠, 제발 화 풀어요. 이게 다 제 잘못이에요. 우리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요. 세번째 선배, 여덟번째 선배, 아홉번째 선배는 이미 떠났고 열번째 선배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본 이도현은 갑작스러운 진수성찬에 약간의 소화불량을 느꼈다. 아침에 등자월의 이불 속에서 겨우 빠져나왔을 때 그는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다.어쩔 수 없었다. 겨우 집에 한 번 온 만큼 집에 있는 두 여인을 한꺼번에 만족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여인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실컷 즐기지 않으면 다음번에 언제 다시 이도현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두 여인에게 이도현의 앞으로 1년 동안의 수확을 미리 바치게 되었다. 이도현의 1년 치 수확물은 단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이 두 여인에게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참으로 비통했다.텅 빈 곡주머니를 질질 끌며 그는 다리가 풀린 채로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출발했다.바닥에서 잠옷을 입은 두 여인은 멀어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허전함을 느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어젯밤의 추억 덕분에 그를 떠나보내기 아쉬워 더 큰 그리움이 밀려왔다....한편, 고무계의 한 성채에 있는 거대한 저택의 정문에는 기부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곳은 바로 고무계의 기씨 가문이었다.기씨 가문은 이 마을에서 손꼽히는 가문 중 하나로 많은 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 이삼급 종파를 능가하는 실력을 자랑했다.마을 서쪽 대부분의 땅을 차지한 이 가문은 수십 리에 걸친 영역을 소유하고 있었다. 비록 가문의 주거지였지만 규모나 체계 면에서는 파벌과 다를 바가 없었다.이 저택의 한 누각에 염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여러 고수를 통솔하는 용팀의 팀장이자 네 명의 최고 고수인 사대용왕을 거느린 인물, 기화영이 있었다.기화영은 염국에서 가장 신비롭고 강력한 권력을 가진 특수 조직의 팀장으로 이름을 떨쳤다.그녀는 이미 세속의 옷을 벗어 던지고 고풍스러운 한복을 입고 있었다.밝은 황금빛의 나풀거리는 치마와 고전적인 장식이 더해지자 그녀의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였다.원래도 매혹적인 외모를 지닌 그녀는 지금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맑고 순수해 보였고 세속의 때가 묻지 않
“선배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기씨 가문과 에드워드 가문은 오래전부터 혼약이 맺어져 있었어. 만약 그것 때문만이라면 나도 거부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구현근은 고로국에 있는 에드워드 가문만 가지고 있어서 아홉번째 후배를 위해서라도 나는 가문의 조건을 받아들여 에드워드 가문에 시집가야만 했어. 이도현, 몸조심하고 아마 우리는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거야. 그래도 다른 선배들이 네 곁에 있으니 너도 행복할 수 있을 거야.”기화영은 혼잣말을 중얼거렸으며 마음은 이미 이도현에게로 향해 있었다. 과거 이도현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선배들이 그를 괴롭히고 놀리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도현이 당황하고 두려워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기화영은 미소를 지었지만 웃으면서도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거의 동시에, 고로국의 한 고성에서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이 성은 몇천 년의 역사를 지닌 오래된 성으로 그 주인은 에드워드 가문이었다. 이 가문은 고전 무술 가문과 마찬가지로 무술에 능통한 집안이지만 그들이 연마하는 것은 무술이 아니라 마법과 비슷한 힘이었다.성채 안에서 갈색 머리와 파란 눈을 가진 잘생긴 청년이 편지 한 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편지의 내용을 읽은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갑자기 탁자 위에 편지를 내리쳤다.“젠장! 내 여자가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다니, 말도 안 돼! 절대 용서할 수 없어!”“이도현, 이 자식. 지난번에는 몰랐는데 네가 감히 화영 씨의 마음을 훔쳤다고? 네 따위가 감히? 지난번에는 놔줬지만 이번에는 널 반드시 없애주마. 화영 씨의 마음속에서 널 지워버리겠어! 감히 내 여자를 뺏다니, 네 놈을 사탄에게 바쳐버리겠다!”“거기 누구 없느냐!”레니는 문밖을 향해 외쳤다.곧 검은 옷을 입은 한 하녀가 방으로 들어왔다. 큰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사이라! 내 명령을 전달해라. 존 헤쉬에게 전해서 고급 마법사 몇 명과 함께 염국으로 가서 이도현이라는 놈을 잡아 오라고 해.”“네, 주인님
이도현은 완성에서 출발하여 곧바로 고로국으로 가지 않고 향진성으로 향했다. 이번 일은 큰일을 벌이기 위한 것이었기에 그는 문지해와 도광도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선학 전투 부대도 함께 데려가려고 했으나 대원 18명이 아직 외부에서 수련 중이라 잠시 소집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메시지를 보내 선학 전투 부대를 세팀으로 나누라고 지시했다.한 팀은 완성으로 돌아가 한지음을 보호하고 또 한 팀은 향진성의 조씨 가문으로 가서 조혜영을 지키며 마지막 팀은 황성으로 가서 오민아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명령했다.선학 전투 부대 18명의 전투력은 이미 천급 경지에 도달했지만 종사급 고수와 맞서 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이는 선학 전투 부대가 수련하는 공법과도 연관이 있다. 이도현이 가르친 무술 기술은 모두 살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으며 심지어 내력심법조차도 살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이러한 공법은 마치 암살자와 같아서 화려한 기술 없이도 치명적인 급소만을 노리며 모든 공격이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데 집중된다.또한 이도현이 제공한 담약과 공법 덕분에 이들은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5년에서 10년 후면 선학 전투 부대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가 될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그때가 되면 선학 전투 부대의 이름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비행기는 향진성의 조씨 가문에 도착했고 조혜영, 문지해, 도광이 이도현을 맞이했다.그 후 이도현은 조혜영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고 문지해와 도광은 신영성존과 함께 무술을 연마하며 서로의 성과를 확인했다.세 남자가 무술을 수련하는 동안 이도현과 조혜영도 무술을 연마했지만 둘의 방식은 점잖게 그치는 것과 달리 더 격렬했다.하루를 조씨 가문에서 보낸 후, 이도현은 다음 날 고로국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하지만 그날 아침, 이도현 그들이 출발하려던 순간 조씨 가문에 대여섯 명의 불청객들이 찾아왔다.그들은 모두 검은 망토를 입고 머리까지 덮었으며 얼굴만 내놓고 있었다.이도현을 보자 그들 중
“이제 보아하니 내일이군! 내일 우리 에드워드 가문의 도련님께서 당신네 염국 고무계 기씨 가문의 아가씨와 결혼하게 될 거야! 우리 도련님에게서 듣기로는 그 아가씨가 네 선배라더군. 그래서 너를 결혼식에 데려오라고 하셨어! 알아들었냐, 이 자식아? 이제 빨리 따라와라. 내일은 내가 도련님의 결혼식에서 축배를 들어야 하니까 네가 방해하면 안 된다고! 빨리 따라오지 않으면 네 머리를 잘라 우리 도련님께 신혼선물로 바칠 거다!”그들은 참을성 없이 말하며 이도현의 눈이 이미 차갑게 변한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계속해서 치솟고 있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온도는 마치 수십 도가 떨어진 듯 싸늘해졌다.이도현의 뒤에 서 있던 신영성존과 도광은 저절로 몇 걸음 물러나며 그를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이들은 이도현이 화가 났음을 직감했다.“너희들 말로는 내 다섯번째 선배가 이런 추한 놈들에게 시집간다고? 그 상대가 외국놈이라니, 그리고 결혼이 내일이라니?”이도현은 말을 하며 자신의 심장이 누군가에게 주먹으로 세게 맞은 듯한 고통을 느꼈다.“이 더러운 짐승 같은 것들이 내 선배와 결혼할 자격이 있다고? 결국 너희들이 내 선배를 억지로 결혼시키려는 거였군. 좋아, 아주 좋아. 너희들을 지옥으로 보내주마! 결혼식? 너희 도련님과 에드워드 가문 전부 지옥에서 악귀와 결혼하게 해주지!”쾅!이도현의 몸에서 기세가 폭발하며 그동안 억눌러왔던 살기와 분노가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그의 눈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고 그동안 수련하며 다스려왔던 마음의 경지는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억제하고 있던 살기, 악기, 그리고 잠재된 용의 음탕한 기운까지 모두 깨어나 활발하게 요동쳤다.주변의 부정적인 기운이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그의 살기를 더욱 증폭시켰다.이도현이 내뿜는 무시무시한 기운에 에드워드 가문의 사람들조차 깜짝 놀랐다.그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해 보이던 이도현이 갑자기 이렇게 무서운 존재로 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이도현은 분노에 찬 포효와 함께 존 헤쉬의 앞에 나타나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숨이 막히는 느낌에 존 헤쉬는 비로소 상황을 깨달았지만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이도현이 언제 자신 앞에 와서 목을 조였는지조차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였다.그는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소름이 끼쳤다.놀라움에 가득 찬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에드워드 가문의 대마법사로서 염국의 경지로 치면 성급 중기에 해당하는 강자였다.그런 자신이 어떻게 이런 일을 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네가 어떻게... 가능하단 말이냐...”존 헤쉬는 본능적으로 물었지만 그의 물음에 돌아온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었다.딱!이도현의 손아귀에서 그의 목이 그대로 부러졌다.존 헤쉬는 목이 부러진 채 죽어가면서도 얼굴 가득 의문을 품은 표정을 지운 채 눈을 감지 못했다.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어떻게 목이 부러졌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그는 쓰러졌다.그는 자신이 에드워드 가문의 대마법사로서 감히 염국의 고무계 강자들도 손대지 못하는 존재인데 어떻게 이런 작은 염국의 사람이 자신을 죽일 수 있는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눈을 감지 못한 채 억울하게 죽어갔다.이도현은 죽은 존 헤쉬의 시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의 시신을 발로 차 에드워드 가문의 일행 앞에 던지며 냉혹하게 말했다.“돌아가서 너희 도련님에게 전해라. 내가 너희 성을 모조리 쓸어버리러 갈 테니 내일 잘 준비하도록 해! 꺼져라...”이도현은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눈은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의 온몸을 감싸는 강렬한 살기는 마치 맹수처럼 주변을 압도하며 보는 사람들의 심장을 죄어왔다.“네가... 네가 감히 우리 에드워드 가문의 헤쉬를 죽였단 말이냐?!”존 헤쉬가 죽자 남아 있던 에드워드 가문의 일행은 극심한 공포에 빠졌다.한참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다가 겨우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도현이 대마법사를 죽였다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고 그 충격에 휩싸였
어제 세 사람은 서로 무공을 겨루며 스스로 강하다고 느꼈고 이제 무도의 최정상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했다.그들은 지금의 실력만으로도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방금 전 이도현의 주먹을 보고 나서 그들은 마음속 그 오만한 생각을 단번에 접어야 했다.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이도현의 한 방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경지였다. 그의 앞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마치 개미처럼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이도현은 그 자리에 서서 먼 곳을 응시했다.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공기 중에 증발하듯 퍼져 나갔다.분노와 음산한 기운이 뒤섞여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그가 내뿜는 냉혹한 살기는 공기마저도 얼어붙게 만들었다.“도현 오빠!”바로 그때,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조혜영이 달려와 이도현의 상태를 살피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곧바로 이도현의 곁으로 달려와 그의 손을 꽉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도현 오빠,화를 가라앉혀야 해요! 다섯 번째 선배의 일은 오빠가 해결해야 해요. 분노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오빠가 위험해요. 선배들이 왜 오빠에게 다섯 번째 선배의 일을 말하지 않았는지 아세요? 오빠의 마음이 무너질까 걱정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이러면 그동안의 수련이 모두 물거품이 되잖아요! 다섯 번째 선배도 자신의 일로 인해 오빠의 경지가 무너지고 위험에 처한다면 죄책감을 느낄 거예요. 제발 진정하세요!”조혜영의 애절한 부탁에 이도현의 격해진 마음은 점차 평온해졌다.“괜찮아, 걱정 마. 그냥 내가 자책하고 있을 뿐이야. 아홉번째 선배를 치료할 때, 다섯번째 선배에게 구현근을 찾으러 가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어. 선배가 이렇게까지 곤란해질 줄 알았더라면 내가 직접 찾으러 갔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한 거야. 그들이 어떻게 다섯번째 선배를 강제로 결혼시키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선배가 분명 엄청나게 힘들었을 거야. 이건 모두 내 탓이야.”이도현은 스스로를 탓하며 말했다.“아니
“너...”태상 장로는 괴물 보듯 놀란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그는 이도현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 몰랐다. 한 번 맞붙은 데로부터 이도현이 그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러나 그는 방금 그 강력한 음양의 힘이 이도현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온 것인지 아니면 손에 들고 있던 무기에서 나온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그는 이도현의 음양검을 한참 동안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방금 그를 물리친 음양의 힘이 이도현의 무기에서 솟아난 것임을 알아차렸다.그러자 그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태상 장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도현이 자신보다 강할까 봐 두려웠다. 그는 이도현 본인이 그렇게 강한 것이 아니라 병기 때문에 그런 공격을 날릴 수 있기를 바랐다.만약 그것이 이도현 본인의 실력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서른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이가 수많은 세월을 수련한 그보다 강하다는 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었다.“자네... 자네 이 부채는 도대체 무슨 병기지? 등급이 어떻게 되길래...”태상 장로는 어설픈 목소리로 물었다.비록 이도현 본인의 실력이 아닌 것에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부채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부채는 무서울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 특히 음과 양 두 가지 상극되는 힘이 하나의 부채에 기묘하게 융합되었으니 말이다.부채에서 나오는 음양의 힘은 상대방에게 막을 시간,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좋은 병기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이 말을 듣자 이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냥 평범한 부채일 따름이야. 그런데 태상 장로도 생각했던 만큼 강한 것이 아니네. 도도한 척 오지게 해서 아주 강한 줄 알았는데 당신도 변변치 않네.”이도현의 말에 태상 장로는 화가 나서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그는 강대한 태허산이 두려워서 손을 쓰지 않았던 것뿐인데 이도현의 눈에는 도도하고 잘난 척하는 것이 되어버렸다.“너...”태상 장로는 화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 건방진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 그들도 일 계 고수지만 이렇게 강력한 살의를 느껴본 적이 없다.방금 한순간 그들은 고전 저승사자의 살의를 느낀 것 같았다. 발밑에서 몸서리치는 냉기가 올라왔고 죽음의 기운이 서서히 다가오는 듯했다.장로들이 발길을 멈추었지만, 이도현은 여전히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빛을 반짝이는 푸른색 은바늘을 날려 보냈다.은바늘의 속도는 맨눈으로 보아내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푸른 빛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몇몇 사람들은 허겁지겁 병기를 꺼내 막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푸른 빛을 띤 은바늘은 놀랍게도 그들의 무기를 단번에 뚫어버렸다.장로들은 미간이 따끔거렸고 곧 머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뒤이어 우르릉 소리와 함께 장로들의 머리는 피안개로 변했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가 반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머리 없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깊은 두려움에 빠졌다.화가 단단히 난 태상 장로는 몸을 부르르 떨며 이도현을 바라보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도현, 자네 정말 죽고 싶은 건가.”“날뛰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노부는 여태까지 살면서 자네처럼 무례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오늘 태허산의 고수가 온다고 해도 노부는 자네를 죽이고 말겠어.”“죽어라...”태상 장로는 포효하며 제자리에서 순간 이동해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어마어마하게 무서운 기운이 순식간에 자미각 대전 전체를 뒤덮었다.같은 시각 태상 장로는 손에 검은 부채를 거머쥐고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이도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이도현의 차가운 눈동자에 빛이 반짝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음양검이 사라지고 대신 부채 한 개가 나타났다.바로 음양탑에서 계속 수리를 받던 음양부채였다.지금, 이 순간 음양부채에 음양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강력하고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원래 파손되었던 부채 면이 복원된 음양부채는 이전보다 많이 강해졌다. 부채의 양면은 진정한 황금빛 태양처럼 뜨거운 빛을 발산했고 음면은 푸른 기운을 풍기며 사람에게 서늘하고 섬뜩한 느낌
짝짝짝.뺨 때리는 소리가 자미대전에 울려 퍼졌다. 이도현은 양손으로 자미각 각주의 얼굴을 번갈아 후려 패자 얼마 안 되어 각주의 얼굴은 호빵처럼 팅팅 부어올랐다.“아... 이도현. 널 죽일 거야... 널 죽이겠어...”자미각 각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소리치며 이도현과 싸우려고 발버둥 쳤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영급 강자인 그는 이도현에게 목이 졸려 체내의 원력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이도현에게 잡힌 그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일반인처럼 전혀 반항할 수 없었다.짝.“어디서 대들어. 고작 뺨 때린 것뿐인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나를 물 힘도 없으면서.”이도현은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짐승 놈... 널 죽일 거야...”짝.이도현이 또 한 뺨을 날렸다.“아... 이놈, 널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짝.이도현은 콧방귀를 뀌며 또 한 뺨 갈겼다.“이놈, 차라리 날 죽여. 그렇지 않으면 오늘 내가 받은 치욕을 태허산 전체에서 갚게 할 거야...”짝.짝짝짝.자미각 각주의 얼굴은 이미 형편없이 부어올라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비명만 낼 뿐이었다.심지어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는데 울화 때문인지 구타 때문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자미각의 모든 사람은 눈앞의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고 반나절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들은 자미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눈앞에서 각주가 이도현에게 뺨 맞는 장면, 게다가 한 번 맞는 것도 아니고 수백 번 맞았으니 말이다.그들은 눈앞의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자기들이 평소에 그토록 우러러보던 각주가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남에게 뺨을 맞았기 때문이다.“이도현, 너 정말 죽고 싶어.”이도현이 자미각 태상 장로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자 태상 장로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태상 장로가 좋은 말로 타일렀건만 이도현은 물러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로 앞에서 자미각 각주의 뺨을 때렸다. 이것은 누가 봐도 적나라한 도달이었다.“마지막으로 충고한다. 각주를 놓아줘라
“이도현, 난 태허산 선배들의 체면을 봐서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거지, 네가 두려워서 그랬던 게 아니야.”“자미각이 정말 너처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을 무서워할 것 같아?”틀린 말이 아니었다. 회도 경지에 이른 자미각의 태상 장로는 이도현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그가 이도현에게 거듭 양보하는 이유는 이도현이 태허산의 제자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태허산이지 이도현이 아니었다.“하하하. 그럼 지금 똑똑히 말하지. 그쪽은 태허산의 체면을 전혀 살려주지 않아도 되고 우리 태허산 선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돼.”“분명히 말하는데 이 모든 일은 내 개인적인 일이지 태허산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그러니까 모든 결과는 내가 스스로 책임질 거야.”“당신도 이제 거리낌 없이 나에게 덤벼...”이도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태상 장로는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그는 이도현이 가문에서 오냐오냐 키워서 이렇게 방자한 줄 알았다. 마치 어릴 때부터 가문에서 횡포를 부리던 대가족의 제자들이 밖에 나와서도 집안 배경 때문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자, 자신이 너무 잘나서 다른 사람이 건드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태상 장로의 눈에 이도현이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천하무적인 줄 알고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이도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이가 어린 이상 성장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하하하. 이 자식, 허풍도 정도껏 해야지?”“배후에 태허산이 없다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난 손가락 하나로 널 거뜬히 죽일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사람을 놓아주고 이곳을 떠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널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그리고 우리 자미각이 절대 너와 맞서지 않겠다고 약속하지.”태상 장로는 냉랭하게 말했다.이도현에게 목을 조르고 있는 자미각 각주는 분노하며 말했다.“당장 날 놓지 못해? 죽고 싶어?”짝.맑은 뺨따귀 소리가 자미각 각주의 얼굴에서 울려 퍼졌다. 이도현이 각주의 뺨을 때린 것이다.“지금
이도현은 태상 장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자미각과 원한을 맺은 이상, 그는 오늘 이곳에서 물러서면 반드시 공작제국에 당했던 것처럼 뒤통수를 맞을 것이었다.게다가 자미각은 공작제국보다 더 얍삽하게 처음부터 그의 주변 사람을 조사했다. 만약 이도현이 오늘 자미각을 놓아준다면 내일 그의 주변 사람들은 자미각에 박해당할 것이 분명했다.그렇기에 이도현은 이 일을 이쯤에서 넘기라는 태상 장로의 말을 듣지 않았다.“끝내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오늘 자미각을 놓아준다면 당신들은 내일 내 주변 사람들을 건드릴 거잖아.”“난 절대 사람을 먼저 건드리지 않아. 내가 공작제국을 상대할 때 너희 자미각에서 억지로 끼어들었다가 실력이 부족해서 도망친 거지. 그 일은 내가 깊이 파고들지 않았어.”“그런데 너희들이 나를 조사하고 위험에 빠뜨리게 했어. 인제 와서 나더러 그만하라고? 그게 가능할 것 같아?”자미각의 태상 장로는 이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자네는 뭘 원하는데?”“뭘 원하냐고? 좋아, 물었으니까 대답하지. 난 이 일에 관여한 사람들이 모두 죽길 바라지...”이도현이 또박또박 말했다.“뭐라고?”이도현의 말이 끝나자 자미각은 순간 들끓었다.‘이도현, 말이 너무 건방지고 방자해.’‘이번 일에 참여했던 사람이 모두 죽기를 원한다고 말하다니, 그럴 거면 차라리 자미각을 멸망시키겠다고 말하지.’알아야 할 것은, 자미각이 하는 모든 일은 각주와 모든 장로가 상의 끝에 내린 결정들이다.이도현의 말대로 이 일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죽어야 한다면 자미각의 각주와 호법 장로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죽어야 한다.자미각의 고수가 모두 죽는다면 종파가 멸망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이도현의 말에 자미각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그들은 이도현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듣고 모든 불만이 한꺼번에 용솟음쳤다.“이도현,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네가 뭔데.”“무슨 용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좋은 말로 하니까 우리 자
“우리 자미각 각주의 팔도 잘랐겠다. 이 정도면 화가 풀리지 않았어? 그만하게.”“난 자네가 태허산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 그래서 태허산과 적이 되고 싶지 않아 계속 나서지 않고 분풀이할 때까지 내버려 뒀던 거야.”“이제 그만할 때도 됐어. 손 놓으시게.”이 말을 듣자 자미각의 수만 명 제자뿐만 아니라 장로와 각주 그리고 잡일을 도맡은 일반 제자까지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놀라운 얼굴로 조상을 바라보았다.그들은 방금 출관한 조상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믿겨 지지 않았다.더욱이는 자미각의 태상 장로, 회도 경지를 돌파한 강자의 입에서 이런 멍청한 말이 나올 줄 몰랐다.설사 강자가 아니라 일반인이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눈앞에서 가족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무기를 들고 적과 맞서 싸웠을 것이다.그러나 그들의 강한 내공을 가진 태상 장로는 가문 사람이 죽어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상대에게 화가 풀렸으면 그만하라고 타이르며 그와 원수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그들은 조상의 반응에 어이가 없어 혀를 찰 지경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머릿속에 멍청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조상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이 짐승 놈이 자미각의 장로 여덟 명을 죽이고 각주의 팔까지 잘랐습니다. 저희 자미각에 이토록 큰 모욕을 안겨주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까?”“그냥 넘어가면 저희 자미각을 어떻게 여기겠습니까? 동네북으로 여기지 않겠습니까?”패기 넘치는 제자 한 명이 못마땅하여 큰소리로 따졌다.혈기 왕성한 젊은이는 남에게 업신여기는 것을 두고 볼 리가 없었다.지금 집 안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죽이고 있는데 조용히 넘어가라고?만약 체면이 깎여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존엄이 짓밟혀도 반항하지 않는다면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젊은이의 눈에는 체면이 제일 중요하고 심지어 목숨보다 중요했다.태상 장로는 젊은 제자의 질문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룻강아지 주제에 뭘 안다고... 아직 시련을 겪어보지 못해
“이도현... 네가 감히... 너... 너 무슨 배짱으로... 자미각에서 이 각주의 팔을 잘라... 오늘 살아서 자미각을 걸어 나갈 생각, 꿈도 꾸지 마...”자미각 각주는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안색이 창백했고 통증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으며 이도현을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조상님, 왜 아직도 손을 쓰지 않는 겁니까? 정말 눈 뜨고 자미각 각주인 제가 이렇게 모욕당하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을 겁니까?”“정말로 천년을 이어받은 자미각의 가업이 이놈의 손에 망치는 것을 지켜 보고만 있을 겁니까? 각주가 모욕당하고 자미각이 모욕당하는 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 겁니까?”“조상님, 저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 자미각의 천년 명성만은 지켜주십시오. 오늘 이곳에서 소란을 피운 짐승 놈을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 자미각은 앞으로 고무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공작제국보다 더 심하게 놀림당할 것입니다.”자미각 각주는 조상에게 실망하여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는 마음속으로 조상을 살짝 원망하기도 했다. 폐관 수련을 끝내고 막 관문을 나선 조상은 내공이 회도경지에 도달했기에 손을 거들기만 하면 이도현을 단숨에 죽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조상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눈을 뜨고 이도현이 여덟 명의 자미각 장로를 죽이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심지어 지금 각주인 그가 이도현에게 목을 조르고 팔을 베여도 꿈쩍하지 않았다. ‘정말 자미각의 태상 장로가 맞고 내가 알던 자미각의 조상님이 맞아?’이 상황은 외부인이거나 자미각의 친구가 봐도 나서서 도와주었지 손 놓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자미각의 태상 장로, 자미각에서 조상으로 불리는 자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곳에 서서 이도현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어떻게 자미각의 제자를 남몰라 할 수 있어? 이러고도 자미각의 태상 장로가 될 자격이 있어? 무슨 자격으로?’“허허허. 오늘은 하느님이 와도 널 지킬 수 없어. 유언 남길 기회를 줄 테니까 말해봐.”이도
“너... 너 잘 생각해... 여기는 자미각이야...”“날 죽인다면 우... 우리 자미각 수천수만 명의 제자는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은 거야...”자미각 각주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힘겹게 협박의 말을 내뱉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겁먹은 게 분명했다.그 자리에 있던 자미각 제자들은 이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자미각에서 그들의 각주, 자미각에서 황제와 같은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목을 조르고 있다.‘미친 거 아니야?’‘이 이도현이란 자, 간덩이가 부은 건가? 아니면 정말 피 터지게 싸울 작정인가?’이도현이 자미각 각주를 함부로 대할 때부터 그들의 원한 관계는 이미 맺어졌다.이도현이 각주를 죽이지 않더라도 각주는 체면을 잃었기에 모든 것을 걸고 이도현을 죽여 자신의 치욕을 씻을 것이다.만약 이도현이 각주를 죽인다면 자미각의 나머지 사람들은 당연히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각주가 눈앞에서 살해당했는데 구성원이 손 놓고 가만있으면 자미각의 명예도 완전히 실추되기 때문이다.이도현을 죽이지 않는다면 자미각은 앞으로 고무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조상님, 빨리 사람을 구하십시오. 빨리 각주님을 구하십시오.”장로들은 다급히 소리쳤다.그러나 태상 장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도현을 보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을 뿐 손쓸 생각이 없었다.사람들은 조상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결국, 호법 장로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도현. 건방진 놈. 당장 각주님을 놓아주지 못해? 정말 우리 자미각과 맞서 싸우겠다는 건가?”“시끄러워.”이도현은 화를 내며 그 장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수중의 음양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색 검기는 장로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퍽.묵직한 소리와 함께 장로는 폭파하여 피안개로 되었고 즉석에서 목숨을 잃었다.“이도현, 네가 감히...”“너 이미 우리 장로 여덟 명을 죽였어. 뭘 더 어쩌자는 거야? 우리 자미각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꼭 너의 모든
“짐승 같은 놈. 죽음을 자초하네.”자미각의 기타 장로들이 화를 번쩍 냈다.“죽어라.”몇 명의 장로는 마음속의 분노를 누르지 못해서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다.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자미각 장로 호법이 사면 팔방에서 나와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장로들은 제각기 곧바로 병기를 내세웠고 모두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죽어...”이도현도 그들을 봐주지 않고 음양검을 손에 들었으며 검을 한번 휙 휘두르자 다섯 갈래의 검기가 오색의 빛을 내뿜으면서 여러 장로를 향해 베어졌다.쿵쾅.커다란 소리와 함께 이도현을 중심으로 오행의 힘이 쾅 하고 자미대전의 문 앞에 터져 나왔다.강대한 위력 아래에 자미각의 여러 장로는 이 힘 때문에 옆으로 날아갔으며 저 멀리 땅에 떨어지면서 거대한 소리를 냈다.쿵, 쿵, 쿵.몇 명의 장로의 몸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딱딱한 바닥 때문에 박살이 났다. 그들은 오장육부가 순식간에 위치가 변한 것처럼 아팠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너...”“어떻게 이럴 수가...”“악...”장로들은 잔뜩 놀란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곧이어 많은 사람의 놀란 눈빛 아래서, 장로들의 몸에 갑자기 피 구멍이 군데군데 자라났다. 그리고 피 구멍에서 검기가 한 줄기씩 나타나더니 피범벅이 되었다. 몹시 무서운 광경이었다.비명 속에서 자미각의 장로들은 축 쓰러졌고 잠시 발버둥 치더니 바로 숨을 거두었다.그저 채 딱딱해지지 않은 몸뚱이만 남긴 채 계속 피를 뿜으면서 바닥을 빨간색으로 물들였다.“스읍...”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냉기를 들이마셨다.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도현이 이렇게 강력하게 나오자마자 바로 사람을 죽이며 전혀 기회를 주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도현은 단번에 자미각의 몇몇 장로 호법을 베어 죽였다. 그것도 자미각 사람들의 보는 앞에서, 자미각 각주, 태상 장로와 모든 장로 호법 그리고 수만 명의 제자 앞에서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