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네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게 뭐냐. 내가 아는 건 단 하나다, 네가 우리 귀령문의 문주 후보를 죽였으니 넌 죽어야 마땅하다는 거다!” 노자는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하하하! 잘도 말을 하네. 그럼 나도 한마디 하지. 나 역시 네놈 귀령문의 놈들을 죽이는 데 이유가 필요 없다. 앞으로 네놈들이 한 명씩 나타날 때마다 한 명씩 죽일 거고 두 명이 오면 두 명 다 죽여주마! 언젠가는 내가 고무계에 가서 너희 귀령문을 멸문시키고 말겠다!”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노자의 비합리적인 태도에 격분한 이도현은 자신이 아직 귀령문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먼저 찾아와 오만한 말을 내뱉는 것에 참을 수 없었다.“지금부터 네놈들부터 죽여주마!”말이 떨어지자마자 음양검이 그의 손에 나타났고 귀령문의 사람들이 반응할 새도 없이 이도현은 칼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무수한 검기와 살기가 마치 거센 파도처럼 귀령문의 사람들을 덮쳤다.“전부 죽어라! 인간 말종의 짐승 같은 놈들! 스스로 잘난 척하는 오만한 놈들! 모두 죽어라!”이도현이 자신에게 공격을 가하자 귀령문의 노자는 분노로 광분했다.그는 오늘 복수하러 온 것인데 아직 자신이 공격하기도 전에 이도현이 먼저 나선 것에 기가 막혔다.“건방진 놈! 내가 너에게 차라리 고통 없이 죽게 해줄 기회를 줬는데 네놈이 그것을 거부하고 감히 나에게 덤비다니, 이게 말이 되냐?”귀령문의 노자는 화가 나서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그러나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이도현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도현이 대수롭지 않게 휘두른 한 검이 자신에게 강력한 압박감을 주었다.노자는 긴장을 놓지 않고 손바닥을 내질렀고 강력한 장력이 이도현의 검기를 부수었다. 이후 그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또 다른 손바닥을 이도현의 머리 위로 내리쳤다.“건방진 놈,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고 감히 우리 귀령문에 도전하다니, 내가 너를 지옥으로 보내주마!”그러나 노자가 미친 듯이 달려드는 것을 본 이도현은 여전
“아...” 노자는 땅에서 몸을 일으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포효했다. “아... 이놈!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내가 너를 죽여버리겠다!”그러나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이도현의 모습이 순식간에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그리고 곧바로 노자의 가슴을 걷어차 그를 땅에 넘어뜨린 후, 그의 얼굴 위에 발을 내리찍었다. “이 늙은이야! 네 놈 실력이 고작 이 정도냐? 나를 죽이겠다고?” 이도현의 경멸하는 말투에 노자는 피를 토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이도현의 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오장육부가 폭발할 것 같았고 입가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성급 강자이자 귀령문의 장로였다. 이도현이 그의 제자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는 다음 문주의 스승이 될 인물이었는데 이렇게 명망 높은 자신이 이제는 한낱 인간에게 얼굴을 짓밟히며 모욕을 당하다니, 이보다 더 큰 수치가 있을까. “이 개 같은 놈아! 이도현, 당장 장 장로님을 풀어줘라!”귀령문의 몇몇 제자들이 스승이 모욕당하는 장면을 보고 분노하며 소리쳤다. 몇몇은 스승을 구하려고 돌진하기도 했으나 이도현은 그들을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들의 오만한 소리에도 그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음양검을 반대로 휘둘렀다. 쾅! 쾅! 쾅! 몇 번의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귀령문에서 이도현을 비난하며 달려들던 제자들은 그 자리에서 검기에 의해 혈안개로 변했다. 이 장면을 본 나머지 제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고 얼굴에는 순식간에 공포가 가득 찼다. 그들은 이도현을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두려워했다. 너무 잔혹했고 너무나도 무시무시했다! 말 한마디 했다가 바로 죽임을 당하다니! 이도현의 발아래 깔린 노자는 자신의 제자들이 또다시 몇 명이나 죽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고 동시에 이도현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비스듬히 눈을 치켜뜨고 차가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도현...
“네가 감히 나를 죽이겠다고? 하하하... 이놈아! 내가 너에게 백 번의 목숨을 줘도 감히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한번 해보라고!” 로자의 완강한 태도에 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행동으로 그에게 자신이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음양검이 들어 올려졌고 가볍게 내려쳤다. 푹! 로자의 오만한 머리가 검이 내려오면서 그의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죽는 순간까지도 그는 자신이 이렇게 죽을 것이라고는 믿지 못했다. 세속세계의 젊은이 손에 죽다니, 그것도 얼굴이 짓밟힌 채로 목이 잘려 죽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 광경에 귀령문의 다른 제자들은 혼비백산하여 잠시 충격에 빠졌다가 곧 도망치기 위해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들이 몇 걸음 나아가기도 전에 이도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들을 제지했다.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면 죽는다!”마치 사신이 말하는 듯한 목소리에 그들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나무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우리를 죽이지 말아주십시오!”“제발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우리 스승님이 데려온 거지 우리와는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죽이면 안 됩니다!”그들의 애원에 이도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난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은 속으로 할 말을 잃었다. 특히 귀령문의 제자들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네가 사람 죽이는 걸 안 좋아한다고? 그 말을 너 스스로도 믿고 있냐?” 몇십 년을 살면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당을 많이 봐왔지만 이도현과 비교하면 그들이야말로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사람 죽이는 걸 안 좋아한다고? 그 말이 이도현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이도현은 그들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상관하지 않았고 그는 진심으로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사람을 죽인 적은 언제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였을 뿐 스스로 먼저 죽인 적은 없었
그들은 멍해졌고 완전히 놀랐다.귀령문 제자들은 모두 놀라서 얼어붙었다. 이도현의 말이 그들을 완전히 멍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이도현을 바라보았고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큰소리였다.비록 귀령문이 고무계에서 대조직은 아니고 고무계에서 최상위 파벌도 아니지만 귀령문이 고작 3, 4류 파벌이라 하더라도 세속세계 사람이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방금 무슨 말을 들었는가? 이도현이 언젠가 고무계에 가서 귀령문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말하다니. 그리고 그들은 돌아가서 귀령문 문주와 장로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라며 그들에게 목을 깨끗이 씻고 칼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했다. 이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입담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비록 그들 마음속에 분노가 있었지만 그들은 감히 조금의 불만도 드러내지 못했고 표면적으로도 전혀 불쾌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목숨이 지금 이도현의 손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배는 이도현을 깊이 바라본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기억하겠습니다. 반드시 말을 전할 것입니다.” 이 순간, 그의 마음은 혼란 그 자체였다. 방금까지도 그는 이도현이 한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황당한 착각인가! 대선배의 대답에 이도현은 만족했고 이어서 말했다. “좋다! 이제 가라! 기억해라! 앞으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너무 오만하지 마라. 약간의 무술을 배웠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오늘 내가 너희를 죽이지 않더라도 내일 다른 누군가가 너희를 죽일 것이다! 가라! 난 진심으로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이도현은 손을 흔들며 그들이 떠날 수 있음을 알렸다. 대선배와 제자들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용기도 없었고 미친 듯이 여관 문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나 그들이 여관 문에 막 도착했을 때 뒤에서 다시 이도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이
귀령문 사람들이 떠난 후, 이도현은 신영성존과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며칠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선학신침과 그의 스승의 딸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를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들은 이도현은 신영성존 그들에게 방으로 돌아가 쉬라고 하고 자신도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 며칠간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여러 번 전투를 겪었고 그의 몸은 피곤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어쩐지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는 살인을 지겨워했지만 또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 모순이 그에게 상당한 무기력을 안겨주었다. 침대에 누워 이 며칠간의 일을 곱씹어보았다. 한참이 지나자 방 문이 열리고 등자월이 들어왔다. 그녀는 행복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이도현을 바라보더니 상냥하게 도련님이라고 부른 뒤 재빠르게 침대로 올라와 이도현의 품에 파고들어 그를 꽉 껴안았다. “등자월! 이러지 마. 지금 대낮이잖아! 함부로 굴지 마!” 이도현은 하녀의 손을 붙잡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무턱대고 옷을 벗을까 봐 걱정스러웠다. “히히! 도련님, 저는 주인님이 보고 싶었어요! 저는 나쁜 짓 안 할게요. 그냥 도련님을 껴안고 싶을 뿐이에요!”등자월은 행복한 표정으로 이도현의 품에 몸을 웅크리고 말했다. 이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남녀의 역할이 뒤바뀐 느낌이었고 마치 자신이 여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등자월이 방금 했던 말들은 사실 이도현이 해야 할 말 아닌가. 어떻게 그 말이 그에게 돌아온 것일까. 이도현은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별수 없었다.이런 귀여운 여자아이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참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주도적이고 수동적인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과정을 즐기는 것이며 세부적인 것은 대개 중요하지 않다. 이도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등자월도 말없이 서로를 껴안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누워 있었다. 아주 평온했다! 어느새 이도현은 서서히 몸과 마음이
이도현은 살며시 등자월을 침대에 눕히고 자신은 일어나 방을 나섰다. “무슨 일이야? 방금 수련 중이어서 못 들었어.” 이도현은 뻔한 핑계로 신영성존에게 설명했다. 사실 그는 굳이 변명할 필요도 없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마음속에 뭔가 걸리는 게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려는 말을 하게 된다. 이건 거의 본능적인 행동이다. 신영성존은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다. 무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나이쯤에 이미 뼈도 남지 않고 흙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의 나이쯤 되면 어떤 일인지 모를 리 없다! 그가 이도현이 숨기려는 게 남녀 사이의 일을 숨기려는 것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진지하게 말했다.“주인님! 조 선생이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조 선생? 왜 왔지?” 이도현은 중얼거렸다. 조 선생이 찾아오면 항상 꺼림칙했다. 그가 오면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지?”“제 방에 있습니다!” 신영성존이 대답했다.“가자! 가서 보자!”이도현이 신영성존의 방에 도착했을 때, 조 선생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 선생이 이도현을 다시 만났을 때 그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는 그가 이도현을 보며 더 큰 경외감을 느꼈다.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는 그가 몇 년 동안 계속 주시해 왔던 사람이었다. 그가 염황과의 관계로 인해 염황은 그에게 항상 이도현을 주시하라고 지시했으며 이도현이 이 몇 년 동안 해온 일들은 그 누구보다도 조 선생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이도현이 해온 일들은 하나같이 대단했고 모두 조 선생을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놀라움에서 시작해 지금은 두려움으로 변했다.이 30세도 채 되지 않은 젊은이는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를 건드린 사람은 누구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처음에는 완성의 강씨 가문, 서북후, 진씨 가문, 그 후에는 신영성존, 그리고 지금은 그의 하인이 되어버렸다. 고전 무술 왕족, 백호 사법기관, 유명 조직
“이도현 씨, 아마도 아직 모르실 겁니다만, 조성문의 네 장로가 사람을 보내 염황을 찾아뵈었고 염황을 통해 이 선생님과의 관계를 완화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김등과 이도현 씨와의 문제는 김등 개인의 행동이며 조성문과는 무관하니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전해왔습니다. 또한, 이도현 씨와 친구가 되길 바라며 김등의 일은 이쯤에서 끝내고 싶어 한다고 했습니다. 이도현 씨는 언제나 그들의 귀한 손님이라고 하더군요.”조 선생은 전달자로서 조성문에서 위임한 말을 이도현에게 전했다. 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조 선생의 생각은 무엇이냐?”“이도현 씨 농담 마십시오. 제게 무슨 생각이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명을 받아 온 것뿐입니다. 염황께서 말씀하시길 이도현 씨께서 직접 결정하시라고 하셨습니다만 염황께서 이도현 씨에게 한마디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오! 염황이 나에게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궁금하네.” 이도현은 호기심이 생겼다. 이도현은 지금 거의 확신했다. 이 염황은 99% 그의 대선배일 것이다. 만약 염황이라면 그의 말을 안 들어도 되지만 대선배의 말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한다. 그건 대선배이고 스승보다 대선배가 더 큰 존재였다. “염황께서 말씀하시길 특별한 원한이 없다면 조성문을 용서하고 너무 많은 살생을 저지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되었든 사람을 죽이는 것은 결국 좋지 않다고요.”이 말을 듣고 이도현은 잠시 멈춰 서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좋아. 조 선생, 염황께 전해 줘. 내가 그분의 말씀을 들을 테니 조성문 사람들이 나를 다시 건드리지 않는 한 내가 먼저 그들을 건드리지 않겠다고.”“좋습니다. 이도현 씨의 말씀을 제가 염황께 꼭 전하겠습니다.” 조 선생은 말하면서 품에서 정교한 선물 상자를 꺼내 이도현에게 건넸다. “이도현 씨, 이것은 조성문에서 이 선생님께 드리라고 전해달라고 한 물건입니다. 이도현 씨가 이 물건을 찾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조성문에 마침 하나 있어 드린다고 하더군요.
이도현이 방으로 돌아오자 등자월은 이미 깨어 있었고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진 채 이도현을 보며 온통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도련님! 배고프지 않으세요? 제가 뭐 좀 가져올까요?” “괜찮아! 나중에 먹자!” 이도현은 웃으며 대답했다.“자월아! 난 잠깐 명상할 테니 방 안에서 지키고 있다가 아무도 날 방해하지 못하게 해.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날 깨워줘.” 이도현은 방금 얻은 선학신침을 정련하고 음양탑의 다섯 번째 층을 열 수 있을지 확인하려고 했다. 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음양탑 안의 보물을 얻지 못했다.“네! 도련님!” 등자월은 대답하며 작은 의자를 가져와 문 앞에 앉아 문을 가로막았다. 이 장면을 본 이도현은 미소를 지었다. 이 한결같은 소녀는 정말로 사랑스럽기만 했다. 그는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선학신침의 공간으로 들어가 막 얻은 양침을 정련하려고 준비했다. 그러나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제 막 입정을 하려고 할 때 그의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이도현은 이 시점에서 방해를 받자 약간 짜증이 났다.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해 보니 그가 저도 모르게 침대에서 펄쩍 뛰어올랐다.“헐! 죽을 노인네가 전화를 하다니, 이번엔 무슨 일이야? 내가 하산한 지 벌써 2~3년이 됐는데 처음으로 먼저 전화를 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지?”이도현은 마음속으로 놀라며 투덜거렸고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이런 젠장!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거예요? 이제서야 양심이 발동한 거예요. 아니면 양심이 돌아온 거야?”전화를 받자마자 이도현은 한바탕 농담을 던졌다.“이 자식아! 말이 그게 뭐냐! 너 눈에 아직 날 스승으로 생각하는 건 있냐 없냐! 진짜 하늘을 뒤집어버릴 작정이냐? 나 지금 당장 내려가서 너 두들겨 패는 거 보고 싶냐?” 전화기 너머로 태허노도의 욕설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좋아요! 와봐요! 한번 와서 나 때려봐요! 안 오면 당신은 내 손자가 되는 거예요!”이도현은 뻔뻔하게 말했다. 이것은 그들의 스승과 제자 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