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아의 보증을 듣자 납치범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윤아는 납치범의 전화를 받았을 때 마침 병원 화장실에 있었기에 서만옥과 김소혜는 그 사실조차 몰랐다.윤아는 화장실에 있는 거울을 보며 심소흡을 한 뒤 얼른 병실로 들어가 소혜에게 말하고 혼자 약속 장소로 향하려고 했다.하지만 윤아가 병실로 돌아오자 소혜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은찬의 소식이 있는지 물었다.윤아는 납치범들이 자신에게 연락한 사실을 말할 수 없어 대충 얼버무리며 말했다.“아니에요. 그냥 은찬이 너무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예요.”소혜와 만옥은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아 더 캐묻지 않았다.그 뒤, 윤아는 잠시 앉아 있다가 물건을 사러 나간다는 핑계로 혼자 외출했다.한편 권재민과 한기현은 윤아가 도착한 뒤 그곳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만옥의 병원을 수소문한 뒤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지만 병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윤아가 화장실에서 납치범과 통화할 때 재민도 들었다. 그들은 윤아가 혼자 납치범을 찾아갈까 봐 숨어서 윤아를 관찰하고 있었다.하여 윤아가 가방을 갖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타는 모습을 보고 다급히 따라갔다.윤아가 폐기된 창고에 도착했을 때 이미 누군가가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모르는 사람이었다. 윤아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 너무 섣부른 행동이라는 걸 알지만 은찬의 목숨을 위해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윤아는 그 사람을 보고 다급히 달려갔지만 납치범의 뒤에 은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곧바로 추궁했다.“은찬은 어디 있어요?”그 사람은 비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아이는 멀쩡해. 이미 약속한 이상 건드리지 않을 거야.”윤아는 그 말을 듣고 침착해졌지만 믿기 힘들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러자 납치범이 윤아의 눈빛을 보고 피식 웃었다.“우리는 납치범이지만 신용은 지켜.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려면 조건이 있어.”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떤 조건이죠?”납치범은 윤아를 빤히 쳐다보며 창고에 있는
차 한 대가 H시티, S시 가장 외진 산길에서 천천히 달리고 있다. 그 차량의 목적지는 바로 한 화학공장의 페기된 건물이다. 그 구역은 S시에서 가장 외진 곳이며 인적이라고는 볼 수도 없는 곳이다.윤아가 바로 그 차에 있다.윤아가 다시 깨어났을 때, 두 눈이 가려져 있었고 두 손도 묶여 있었다.윤아는 지금 자신이 어떤 처지에 처했는지, 은찬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참! 은찬아! 은찬이 어디 있는 거야?”윤아는 순간 당황했다.윤아는 은찬을 부르려고 입을 벌렸지만 테이프 때문에 말할 수 없었다. 윤아는 곧바로 자신이 납치된 것이기에 분명히 옆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의 주의를 끌려고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그때 옆에 앉아 있던 납치범은 윤아의 소리를 듣자 짜증을 내며 윤아의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힘껏 찢었다.“이 계집애야, 급한 일이 있는 게 아니면 가만히 있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제대로 손 볼 거야.”테이프가 찢어졌을 때 윤아는 너무 아파 순간 입 주변의 감각을 잃었지만 은찬이 걱정되어 고통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쪽은 누구예요? 은찬을 어디로 데려간 거예요?”윤아가 말을 마치자마자 작은 몸집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찬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저 여기 있어요. 그런데 너무 어두워요. 무서워요.”갓 은찬을 위로하려던 윤아는 다시 테이프에 입이 막혔다. 얼마 뒤, 은찬도 입에 테이프가 붙었다.은찬은 테이프가 붙은 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소리를 질렀다.“급한 일이 있는 줄 알았는데 쓸데없는 소리를 하다니. 시끄러워 죽겠어.”납치범은 윤아와 은찬의 대화를 듣고 짜증이 나 다시 두 사람의 입을 테이프로 붙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멈추더니 납치범들은 윤아와 은찬을 끌고 내려오더니 그나마 깨끗한 방으로 데려갔다.두 사람이 갇힌 후, 안대와 테이프가 벗겨졌다. 공장 건물에 불빛이 없지만 윤아는 안대를 벗는 순간 쨍한 불빛 때문에 눈이 시렸다.윤아는 마침내 적응한 뒤 얼른 고
강윤아는 권재민이 자신을 안는 것을 느끼고 순식간에 마음이 안정되었다.윤아는 재민의 따뜻함을 느끼느라 자신이 차에 탄 것도 몰랐다.차에 앉은 뒤 재민이 윤아를 부드럽게 바라보자 윤아는 여전히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재민 씨, 어떻게 우리를 찾은 거예요?”“사실 나랑 기현은 당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 납치범을 만나러 갔을 때부터 당신의 뒤를 따랐어요.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 당신이 탄 차가 없어진 걸 발견했고 그제야 당신이 사라진 걸 알아차렸어요.”“휴, 사모님이 사라진 걸 발견했을 때 대표님의 얼굴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몰라요. 정말 너무 무서웠다니깐요.”기현은 고개를 돌리더니 아주 흥분한 어투로 말했다.재민이 기현을 힐끔 노려보자 기현은 곧바로 겁에 질려 입을 다물었다.“다행히도 기현이 여러 명을 배치해 그중 한 사람이 당신이 납치된 걸 발견하고 곧바로 기현에게 알려줘 우리가 당신을 구하러 갈 수 있었어요.”그때 윤아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 비명을 질렀다.“참! 서류! 범인들이 지분 양도 협의서를 가져갔어요.”그때 앞좌석에 앉아있던 기현이 끼어들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이미 그 일당을 제압해 지분 양도서를 가져왔으니 지분은 아무런 변경이 없을 거예요.”윤아는 기현의 말을 듣고 그제야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재민은 긴장이 풀린 윤아의 얼굴을 보자 너무 피곤해 보여 안쓰러운 마음에 목소리를 낮추었다.“하루 종일 긴장했으니 좀 쉬어요. 조금 있다가 호텔에 도착하면 내가 깨워줄게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재민의 품에서 깊이 잠든 은찬을 힐끔 보더니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아는 깊이 잠들었고 코 고는 소리까지 들렸다.재민은 윤아의 청순한 얼굴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부드럽게 웃었다.호텔에 도착하자 기현이 모신 의사가 이미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현은 의사를 발견하고 곧바로 같이 위층으로 올라가자고 눈치 줬다.의사는 곧바로 윤아와 은찬의 몸을 검사했고 약간의 찰과상 외에는 아무런 문
강윤아와 권재민이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김소혜였다.소혜는 윤아가 쇼핑하러 나갔다가 한참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니 윤아가 너무 속상해 호텔에 돌아가 쉬는 줄 알았는데 오후가 되어도 연락이 안 되어 걱정되어 윤아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윤아는 핸드폰을 보고서야 생각이 났다. 윤아는 재민이 돌아온 기쁨에 빠져 은찬을 찾은 소식을 알리는 것도 잊었다.“죄송해요. 어머님, 일이 좀 생겨 연락하는 걸 잊었어요. 걱정하게 해 정말 죄송해요.”“그게 무슨 얘기야. 너희만 무사하면 돼. 은찬은? 은찬이한테 소식이 있는 거야?”“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은찬을 데려왔어요. 지금 호텔에서 쉬고 있어요.”소혜와 만옥은 은찬이 이미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걱정하던 마음을 마침내 내려놓았다.“어머님, 조금 이따가…….”윤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재민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고개를 저으며 먼저 자신이 돌아온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 윤아는 곧바로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소혜에게 말했다.“이따가 은찬이랑 병원에 갈게요.”소혜는 알았다고 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재민은 윤아가 전화를 끊자 말문을 열었다.“윤아 씨, 내가 돌아온 사실을 숨겨야 해요. 내가 돌아온 걸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아요. 그리고 회사의 상황이 안 좋으니 내가 숨어서 자세하게 조사할게요.”윤아는 재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윤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재민은 기현에게 전화를 걸어 은찬을 데려오라고 한 뒤 윤아와 은찬을 병원으로 보냈다. 이렇게 해야만 소혜가 물을 때 설명하기 쉽다.그리고 기현은 윤아와 은찬을 병원에 데려다주었고 재민은 호텔에서 그들을 기다렸다.소혜는 윤아와 은찬이 병실에 나타나자 곧바로 윤아를 부축하여 소파에 앉게 한 뒤 은찬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무사한 것을 직접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호되게 꾸짖었다.“왜 이렇게 걱정하게 만드는 거야? 그 큰 배로 어딜 그렇게
이튿날, 강윤아와 권재민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은찬을 멋있게 꾸며주었다. 은찬은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비추며 감탄했다.그 모습에 윤아와 재민은 서로 마주 보며 피식 웃었고 방 안의 분위기는 아주 달콤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은 정리를 마치고 경기장으로 출발했다.경기장에 도착한 뒤 경기주최 측이 안배한 위치로 향했으며 은찬은 자신의 팀원들과 합류했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경기장을 얼핏 훑어보았다. 경기장은 아주 고급스럽고 웅장했으며 비록 장소가 컸지만 좌석이 꽉 찬 상태였다.그리고 오늘 모든 경기 과정은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되며 전문적인 해설과 사회자도 있다.생방송이니 재민은 눈에 띄지 않게 분장했으며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윤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인산인해를 바라보던 윤아는 긴장되어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비록 재민은 다른 곳에 앉았지만 윤아를 관찰하기 아주 좋은 위치였다. 하여 재민은 윤아의 모습을 보고는 머리를 숙이고 피식 웃었다. 아마 자신조차 그 부드러운 미소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재민은 핸드폰을 꺼내 윤아에게 문자를 보냈다.[걱정 마요, 은찬은 실력 있어요.]윤아는 문자를 보고 고개를 돌려 재민을 힐끔 보자 재민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어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경기가 시작되자 재민도 경기를 유심히 보았다. 앞선 몇 경기는 은찬의 팀이 아니니 두 사람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곧 은찬의 팀이 등장하자 윤아는 흥분한 채 일어나 그들을 응원했다. 윤아는 은찬이 정장을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장으로 향하자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은찬은 자리에 앉은 뒤, 윤아가 자신을 응원하는 것을 보자 순간 활짝 웃었으며 윤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마침 카메라가 은찬을 찍고 있어 현장에 있던 누나들은 귀여운 은찬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윤아는 장내의 함성을 들으며 자랑스러워했다.‘땡’ 하는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은찬은 금세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바뀌었다.처음부터 아주
경기가 막을 내린 뒤 강윤아와 권재민은 은찬을 데리고 호텔로 돌아가 휴식을 조금 취한 뒤, 윤아는 다시 은찬을 데리고 병원에 가 김소혜와 서만옥을 데려왔다.“어머님, 저녁에 짐 정리 좀 하고 일찍 쉬세요. 저희 내일 경성으로 돌아가요.”윤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은찬을 데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윤아 일행은 부랴부랴 경성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재민은 윤아를 따라 경성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텔로 돌아갔다.서다은이 아직 호텔에 있고, 재민은 여전히 다은의 약혼자이며, 다은에게 물어볼 것이 있기에 그는 돌아가야 한다.하지만 다은에게 물어보려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 돌아가야 회사의 동향을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은은 재민이 돌아오자 다급히 맞이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재민 씨, 왔어요? 최근 며칠 어디로 갔던 거예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재민은 다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다은을 쳐다보았다.다은은 그런 재민을 보자 마음이 불안했지만 억지웃음을 유지했다.“재민 씨, 왜 그래요? 왜 그렇게 날 보는 거예요?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요?”다은은 말하며 고개를 숙이며 재민의 눈을 보지 않았다.“다은 씨는 왜 나한테 거짓말한 거예요? 난 당신의 약혼자가 아니었어요! 그렇게 한 목적이 뭐예요? 그때 날 다치게 한 사람이 감시하려고 당신을 보낸 거예요?”다은은 재민이 기세등등하게 말하자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재민의 분노한 눈빛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다은은 거짓말이 들통나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며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다.“내가 당신을 구할 때는 난 당신의 신분을 몰랐고 당신이 갖고 있는 주민등록증을 보고서야 당신의 이름이 권재민이고 Z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난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에게 반했어요.”“당신이 깨어난 뒤에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당신이 날 떠날까 봐 그런 거짓말로 당신을 내 곁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어요.”다은은 말하다가 갑자기
권재민은 서다은과 솔직하게 말한 뒤 호텔을 바꿨다. 다은은 비록 거절했지만 재민은 다은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곧바로 호텔을 옮겼다. 윤아가 질투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그 호텔은 태성그룹 주변에 있어 재민이 더욱 편리하게 회사를 감시할 수 있고 권현우와 권은우의 동향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윤아는 이날 퇴근하고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백화점에 다녀왔다. 은찬에게 새 옷을 사준다는 핑계로 간 거지만 사실은 은우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윤아는 백화점의 한 가게에서 일부러 옷을 갈아입은 뒤 직원과 옷을 바꿔입었고 직원더러 자신을 위장하여 비서와 쇼핑하게 했다. 그 가게는 재민이 윤아에게 선물로 차려준 가게였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애초에 재민이 고집부리며 윤아에게 선물하려 할 때 윤아는 원치 않았는데 이 상황에 쓰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윤아는 은우의 시선을 따돌리고 택시를 잡아 재민이 묶고 있는 호텔로 갔다.그리고 윤아와 재민은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했다.“재민 씨, 지금 권은우는 서류가 회수된 일을 알고 있어요. 그들은 반드시 다른 계획이 있을 거예요. 소문에 의하면 두 사람은 최근 다른 주주들에게 접근하고 있대요.”“내 생각에는 그들이 다른 주주들을 매수해 지분을 매각하려는 거 같아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죠?”재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그 일을 해결할 테니 당신은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요.”저녁을 다 먹은 윤아는 재민과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재민은 윤아가 옷을 입은 순간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나쁜 생각을 했다.“윤아 씨, 진짜 갈 거예요? 남아서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돼요?”윤아는 재민이 장난치자 순간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한마디 말을 남기고 도망쳤다.“재민 씨는 정말 그런 생각만 해요!”재민은 윤아와 저녁을 먹은 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곧바로 기현에게 재아의 명의로 몇 명의 주주와 약속 잡으라고 분부했다.재민은 옆방에서 몇몇
권재민이 회식한 이튿날, 권은우도 회식을 조직했으며 이동욱도 참석했다. 하지만 동욱은 재민이 협박한 얘기를 은우에게 얘기하지 않았다.은우는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신분을 낮추고 주주들에게 아부를 떨며 기쁘게 했다.“바쁜 와중에 이 조카의 체면을 봐주어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한잔 올리겠습니다. 여태껏 태성 그룹을 위해 헌신해 줘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태성 그룹은 없었을 겁니다.”“제가 권씨 가문을 대신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은우는 공식적인 말을 하며 주주들을 기쁘게 한 뒤 그 기회를 틈타 이 술자리를 조직한 목적을 말했다.“여러분들도 지금 회사의 상황을 알고 계실 겁니다. 지금 제 사촌 형 권재민은 실종되어 지금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하여 지금 회사를 책임질 대표가 없는 상태입니다.”“비록 제 사촌 누나 권재아가 임시로 대표직에 있지만 누나는 여자이고 앞으로 시집갈 거예요. 짧은 시간 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누나가 시집가면 태성 그룹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되면 어떻게 하나요?”“그리고 권씨 가문에는 권재민이라는 직계 손자 외에 저와 권현우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줄을 잘 서셔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은우는 말을 마치자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은우의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다. 이 술자리를 조직하기 전에 은우와 현우는 몇몇 주주들을 만나봤는데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그러나 오늘은 무슨 일인지 마음이 흔들리던 주주들은 시치미를 뗐고 그 모습에 은우는 그들이 동의하지 않을 작정이라는 것을 알았다.은우와 현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눈살을 찌푸린 채 위험의 메시지를 보냈다.그때 권기태가 주주들의 태도를 보더니 말문을 열었다.“당신들은 우리 아버지와 형을 따라 여태껏 싸워온 원로들이에요. 지금 형세가 이렇게 뚜렷한데 누가 실력이 있는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잘 생각해 보세요.”기태가 입을 떼니 이미 결정을 마친 주주들은 너도나도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