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막 말을 하다니! 너 좀 봐, 내 손안에 있잖아?”소희가 입을 헤벌리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얘기하는데, 너, 지현이랑 이혼하고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가면 그냥 보내줄게.”뒤에 있는 사람이 나를 짓누르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어서 나는 이를 악물고 소희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라이브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눈앞의 장면에 홀려 접속자 수가 최고치를 찍었다. 그중 절대다수는 그저 구경만 하고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잘하네! 어디서 하는데? 나도 좀 끼워줘.][MC, 우리도 구슬 갖고 싶은데, 하나씩 나눠주세요.][저 여자 꼴을 보니, 틀림없이 정당하게 온 재산이 아닐 거야, 무슨 염치로 우는 거야?]나는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보면서 후회하고 분노했다.상자 안의 물건은 부모님이 나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추억이었다.대학 시절, 우리 집은 중등 가정이었고, 부모님께서 보석 장사를 했었다. 잘 사는 집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척 행복했었다.나 역시 내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그러나 교통사고로 이 상자만 남게 될 줄은 몰랐다.부모님 회사는 기둥의 죽음으로 흔들리게 되었는데, 그때 상자를 가지고 가서 환전하라는 사람이 있었다.하지만 이것이 부모님께서 남긴 유일한 물건이라는 생각에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이를 악물고서라도 회사를 다시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가장 가난했을 때, 나는 하루에 찐빵 한 개만 먹었고 그해 내가 지현의 아버지를 만났는데, 아버님은 청소부였다.그날 밤은 비바람이 몰아쳐서 나는 동서남북을 구분할 수 없었다.나는 큰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가리고 울었고 그때 갑자기 비가 멈추었다.고개를 들자, 후광이 반짝이는 아버님이 허리를 굽히고 견고해 보이지 않는 우산으로 나에게 잠시 피난처를 만들어 주셨다.그때 그의 자애로운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얘야,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가시밭길의 끝에는 반드시 꽃이 필거라고 믿어야 해!”그때 이후, 내
우리는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세영은 병원에 보내졌고 검사를 받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어수선한 현장의 소란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아이고, 저는 밥벌이를 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들어 왔습니다.”“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우리야말로 정의를 대표하는 사람인데, 지금 여기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생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 수가 계속 올라갔고 강제로 협조하게 된 사람들이 경찰서에서 억울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경찰서의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지현의 목소리가 대문을 뚫고 들어왔다.“여보, 어디 있어? 다 내 잘못이야, 네가 밖에서 술 마시는 것을 막지 말아야 했어. 날 때리게 해야 했어, 절대 반격하지 않을 테니까 불쌍한 사람들을 놔줘.”지현의 말이 끝나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소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가서 지현을 맞이했다.지현은 초조해하는 얼굴로 지팡이를 짚고 비틀비틀 걸어 들어왔고 말없이 내 앞에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마음속으로는 지현이 너무 싫었지만, 나는 두 손으로 그를 부축하여 꿇으려는 것을 막았다.“됐어! 얼마나 복잡한데 꿇으려고 하는 거야?”“내가...! 다 내 잘못이야, 잘못 없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앞으로 집의 모든 일은 다 네 말 들을게.”경찰서에서 두서를 모르는 사람들이 옆에서 말렸다.“아가씨, 무슨 일이 있으면 잘 상의하세요, 남편분이 아직 목발을 짚고 있는데!”“여자는 마음씨가 너그럽고, 시끄럽게 집안의 화목함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해요.”“그런 멋진 남편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셨겠어요! 부모님께서 결혼에 쓰신 돈을 생각해 보세요.”나는 화를 참으며 지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아니요! 전 이 사람을 잘 몰라요. 그리고 우리가 결혼할 때 쓴 돈은 모두 제가 냈어요. 할아버지 댁의 아이는 이런 능력 있어요?”할아버지는 나의 말에 기분이 상해서 몸을 돌렸다.지현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현장에 있던 형사들은 빠른 속도로 구조 조치를 취했다.지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피 묻은 입으로 말했다.“그건 생각지도 못하게 일어난 일이야, 내 말 좀 들어봐.”나는 시계를 보고 손뼉을 쳤다.“당신들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배상할 것에 관해 의논해 봐! 나는 집에 가서 밥을 먹을 거야.”변호사는 나의 손짓에 오늘의 모든 손실에 관해 얘기했다.“총 100억 원의 손실이 생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이 숫자를 들은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어떤 사람들은 반응이 빨라서 내 앞에 와서 인정하고 사과했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사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는 당신들의 하소연을 듣고 싶지 않아요. 어떠한 사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배상해야 할 돈은 한 푼도 적어서는 안 됩니다.”숫자를 들은 MC 등 사람들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나는 걸어가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고 겸사겸사 그녀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머나, 아직도 방송 중이네? 공로상 하나 드려야겠어요?”나는 핸드폰으로 나를 찍으며 시청자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다들 오래도 보고 계시네요? 방송이 끝나기 전에 큰 선물을 드려야겠어요.”나의 말에 댓글 창의 반응이 뜨거웠다.선물이 있다는 말에 다들 열심히 댓글을 달고 있고, 선물을 받는 방법에 대한 튜토리얼을 물어보고 있었다.“튜토리얼 없어요. 방송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에 대한 공격과 악플을 단 사람은 변호사가 다 직접 처리할 것입니다. 이게 선물이에요.”기뻐하던 시청자들은 금세 슬픔에 빠져버렸다.“부잣집 아줌마, 저 좀 봐주세요, 저 어르신들도 챙겨야 하고 애들도 챙겨야 해요.”“이렇게 돈이 많은데, 보통 시민을 괴롭히다니요? 너무한 거 아닙니까?”“정말 다행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난 그냥 보기만 했지, 그런 댓글은 안 달았어.”나는 댓글 창을 빠르게 훑어보고 어떤 댓글들에 답장했다.“맞아, 난 인색해. 돈이 있든 없든 내 일이니까 신경 꺼.”댓글 창 여전히 뜨거웠지만, 나는
내가 깨어났을 때, 세영의 아버지께서 이미 오셨다.“소연아! 네가 잘 자는 것을 보고 널 깨우지 않았어, 어젯밤에 잘 잤니?”“괜찮게 잔 거 같아요.”나는 얼굴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하던 일 잠시 멈추고 먼저 나가주세요. 저랑 소연이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요.”사람이 나가자, 세영 아버지는 서류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냈다.서류 위에는 ‘교통사고 기록 파일’이라고 쓰여 있다.나는 손을 가누지 못하고 떨면서 서류를 뒤적거렸는데, 처음에는 충격이었고 그 뒤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으로 변해 버렸다.세영 아버지는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네 부모님은 나와 불바다를 함께 헤쳐온 형제인데, 그때 내가 널 도와주지 않는다고 안 좋아했는데, 그때 내가 확실히 지켜야 할 게 있었고 나도 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어. 그 뒤로 나에게 힘이 생기자, 이 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얘야,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고 한 적이 없어.”세영 아버지는 고인 눈물을 등 돌려 가볍게 닦았다.나는 그의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오랫동안 주시하다가 슬픈 마음을 참고 물었다.“이 일 조사하고 계셨으면 왜 지금에서야 이걸 저한테 주세요?”세영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날개가 아직 여물지 않았는데 내가 이걸 준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네가 지현의 아버지랑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다.”말이 끝나자마자 내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내가 발신자를 힐끗 보자, 세영 아버지는 밖으로 나갔다.“얘기 좀 할래?”소희의 힘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하지 마, 사업 관련이니까.”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통화가 끊겼고 메시지가 왔다.[오후 3시에 빈 저택에서 기다릴 게.]빈 저택은 나와 소희의 첫 만남 장소다.그때, 지현이 나를 자기가 친한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고 마침 그동안 시간이 비어서 그를 따라갔었다.소희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소희가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줬다.비록 계속 욕을
“너, 나 싫어하잖아, 왜 나한테 이런 걸 말해?”소희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내 손에 쥐여주었다.“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나 믿어?”아래층에서 경찰차 소리가 울렸고 소희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넌 좋은 사람이야, 처음에 널 알았을 때부터 나는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좋은 사람은 좋은 결과가 있는 게 당연해.”“나도 이제 내 의무를 다하러 갈 테니 감옥에서 나오면 친구로서 나를 인정해 줘.”멀리 나간 소희를 보며, 나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너 나쁘지 않아! 나도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나쁜 사람 아니라고 생각했어!”차 창문을 사이에 둔 소희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핸드폰이 끊임없이 진동했다.“소연아, 얼른 병원으로 와, 서지현이 여기와 행패를 부리네? 안 가려고 해.”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복도 전체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지현은 말괄량이처럼 땅바닥에 드러누워 뒹굴뒹굴하고 있었다.“어린 나이에 나쁜 여자를 만났는데, 돈이 생기니까 저를 버리려고 하네요.”“다들 와서 보세요, 이 사람이 바로 그 나쁜 여자의 친구예요. 나쁜 여자는 집에서 저를 돌봐주지는 않고 여기 와서 친구랑 함께 있었어요.”“이 세상에 공평한 게 있나요?”세영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지현의 앞에 서 있었다.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이 세상에 좋은 여자는 하나도 없어!”“땅바닥이 찬데, 몸을 다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요.”“잠깐 그 찌질한 여자가 오면 제대로 알려 줘야겠어!”세영은 더 이상 듣다못해 소리쳤다.“이 남자 말만 듣지 마세요, 제 친구야말로 상처받은 사람입니다.”“서지현, 여기 병원이야! 여기서 이렇게 뒹굴지 말아 줄래?”다른 사람들은 세영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때리려고 했다.“당신들이 때릴 사람은 여기 있습니다.”지현은 내가 온 것을 보고 눈이 반짝였고 그는 몸을 이끌고 내 쪽으로 기어 왔다.“여보! 여보, 드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당신 말투로 보아 5억이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 나 대신 이 돈 주실래요?”그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쳤다.“너 정말 왜 그래? 내가 너에게 아이디어 주려는 건데, 나를 끌어들여 뭐 하려고?”지현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게 나왔다.“만약 네가 돈을 주지 않으려 한다면, 나는 당신의 일을 인터넷에 올려서 사람들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게 할래.”나는 양손을 벌리고 대답했다.“괜찮아, 마음대로 해. 여론이 어느 편인지 보자고.”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를 냈다.“어제 그 부잣집 사람이네! 그 남편한테 내연녀가 있었어!”조용하던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떠들썩해졌고 사람들은 또다시 토론하기 시작했다.지현은 주위의 시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쳤다.“닥쳐! 다 입 닫아! 다들 모르냐! 이 여자가 나를 버린 거라고! 너희가 뭘 알아!”그러더니 지현이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마침, 경비원이 현장에 도착했고 간호사들이 급히 상황을 점검했다.주위 사람들은 지현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모두 뒤로 물러섰고 지현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사람들이 흩어진 후에야 세영이 나를 병실로 끌고 갔다.그녀의 눈에는 감격의 빛이 가득했고, 하고 싶은 수많은 말들을 내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대체했다.저녁이 되자, 창밖에 등불이 켜졌다.나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소희가 내게 준 USB를 보았고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지현이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내가 지현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직 고3이었는데, 온몸에 생기가 넘쳤었다.나는 줄곧 내가 그를 먼저 만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지현이 일찍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우리 부모님이야말로 이 사건에서 가장 무고한 사람이다.지현은 우리 집이 부자라는 것을 알았고, 당연히 우리 집에서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지현은 우연히 우리 부모님 집 맞은편 집을 알아냈고 긴 계획을 시작했다.너무나
바쁜 한 주일이 지난 후, 친구는 나와 우리 집 아래 가게에서 한 끼 먹자고 약속을 잡았다.자리에 앉자마자 친구가 나보고 ‘내연녀 퇴치, 남성의 권익 보호'라는 제목의 생방송을 보라고 했다.친구는 재밌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것 좀 봐, 남자들 꼬시는 여자들의 모습이 너랑 닮았어!”“어? 방송에 나오는 곳이 왜 우리가 있는 곳이랑 비슷하지? 아니, 소연아, 너 정말 그 나쁜 여자 아니야?”나는 짜증을 내며 친구를 밀치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밀었다.MC가 높은 목소리로 방송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이번 주인공은 몸이 불편하신 분입니다. 이분은 매일 집에서 눈물을 흘리시며 아내가 밖에서 적게 놀고 빨리 집에 돌아왔으면 합니다. 어제 찾아갔을 때, 그분의 몸에는 온통 멍뿐이었어요! 성한 곳이 없었다고요! 여러분, 인간적으로 이 불쌍한 남자를 위해서 우리가 달려들어야 하지 않을까요?”팝업창은 MC의 호소를 듣고 반응이 엄청 뜨거웠다.시청자들이 화가 나 댓글을 달았다.“빨리 가서 그 여자를 혼쭐 내줘요! 우리가 별풍선 쏴 줄게요!”“남자를 존중하지 않고 남자를 때리는 여자가 제일 눈에 거슬려!”“빨리 가! 내연녀가 제일 눈에 거슬려, 절대 봐주지 말고, 이 쓰레기들을 잘 치워줘!”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MC는 더 열심히 소리쳤다.“여러분, 생방송 화면에서 나가지 마시고 2분만 기다려 주세요! 3위 지키면 곧바로 가서 혼쭐을 내겠습니다!”“그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여사친도 초대해 당사자들의 현황을 공유하려고 해요!”영상 속 여자를 보고 내 눈에서 빛이 났다.친구가 내 옆에서 재잘재잘 말을 하고 있었다.“서지현 여사친 최소희 아니야? 너 유명해지겠다?”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생방송 같은 건 잘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대본대로 움직이는 게임을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언젠가 내가 주인공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생방송 내용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나는 핸드폰을 들고 지현에
“여러분,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죠?”친구가 놀라서 상처가 난 부위를 감쌌고 나에게 기대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주위의 사람들은 누가 다쳤는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잘했어! 이런 쓰레기는 이렇게 치워야지.”“사람은 외모로만 보면 안 돼! 이거 봐, 이 두 사람은 외모만 보면 다 괜찮으니까, 그런 짓을 벌인 거네. 얼굴에 얼마를 투자했을지 아무도 모르잖아?”“마음씨가 나쁘면 아무리 예뻐도 소용없는데? 지금 플랫폼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 수 있잖아!”나는 주위에서 잡담하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생방송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다 비켜! 사람 다친 거 안 보여?”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나는 친구를 끌고 차 쪽으로 가려고 했다.MC는 내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희를 보았다.그러자 소희가 앞으로 나오더니 나와 친구 앞을 가로막았고 올라간 입꼬리에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피 몇 방울 흘린다고 갈 수 있을 줄 알았어? 잘 들어라. 류세영이 오늘 죽는다고 해도 너희 무사히 떠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나는 세영의 어깨를 잡고 내 뒤에 가서 있도록 했다.이런 막무가내인 사람들을 나는 마음에 두지 않았고 지금 가장 급한 일은 세영을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다.나는 자신을 진정시키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둘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다들 생각해 봤어요? 생방송이 되고 있고 여러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수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어요. 정말로 당신들 때문에 사고가 난 사람이 있다면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옆에 있던 MC는 초조해서 소희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소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사장님, 애초에 사람을 때리는 일은 대본에 없었잖아요!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나면...!”소희는 짜증을 내며 MC를 봤다.“뭐가 무서워? 우리는 정의 쪽이잖아! 걱정하지 마, 그저 사람을 때려죽이는 거잖아, 우리 뒤에 있는 사람 돈 많으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당신 말투로 보아 5억이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 나 대신 이 돈 주실래요?”그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쳤다.“너 정말 왜 그래? 내가 너에게 아이디어 주려는 건데, 나를 끌어들여 뭐 하려고?”지현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게 나왔다.“만약 네가 돈을 주지 않으려 한다면, 나는 당신의 일을 인터넷에 올려서 사람들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게 할래.”나는 양손을 벌리고 대답했다.“괜찮아, 마음대로 해. 여론이 어느 편인지 보자고.”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를 냈다.“어제 그 부잣집 사람이네! 그 남편한테 내연녀가 있었어!”조용하던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떠들썩해졌고 사람들은 또다시 토론하기 시작했다.지현은 주위의 시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쳤다.“닥쳐! 다 입 닫아! 다들 모르냐! 이 여자가 나를 버린 거라고! 너희가 뭘 알아!”그러더니 지현이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마침, 경비원이 현장에 도착했고 간호사들이 급히 상황을 점검했다.주위 사람들은 지현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모두 뒤로 물러섰고 지현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사람들이 흩어진 후에야 세영이 나를 병실로 끌고 갔다.그녀의 눈에는 감격의 빛이 가득했고, 하고 싶은 수많은 말들을 내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대체했다.저녁이 되자, 창밖에 등불이 켜졌다.나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소희가 내게 준 USB를 보았고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지현이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내가 지현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직 고3이었는데, 온몸에 생기가 넘쳤었다.나는 줄곧 내가 그를 먼저 만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지현이 일찍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우리 부모님이야말로 이 사건에서 가장 무고한 사람이다.지현은 우리 집이 부자라는 것을 알았고, 당연히 우리 집에서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지현은 우연히 우리 부모님 집 맞은편 집을 알아냈고 긴 계획을 시작했다.너무나
“너, 나 싫어하잖아, 왜 나한테 이런 걸 말해?”소희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내 손에 쥐여주었다.“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나 믿어?”아래층에서 경찰차 소리가 울렸고 소희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넌 좋은 사람이야, 처음에 널 알았을 때부터 나는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좋은 사람은 좋은 결과가 있는 게 당연해.”“나도 이제 내 의무를 다하러 갈 테니 감옥에서 나오면 친구로서 나를 인정해 줘.”멀리 나간 소희를 보며, 나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너 나쁘지 않아! 나도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나쁜 사람 아니라고 생각했어!”차 창문을 사이에 둔 소희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핸드폰이 끊임없이 진동했다.“소연아, 얼른 병원으로 와, 서지현이 여기와 행패를 부리네? 안 가려고 해.”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복도 전체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지현은 말괄량이처럼 땅바닥에 드러누워 뒹굴뒹굴하고 있었다.“어린 나이에 나쁜 여자를 만났는데, 돈이 생기니까 저를 버리려고 하네요.”“다들 와서 보세요, 이 사람이 바로 그 나쁜 여자의 친구예요. 나쁜 여자는 집에서 저를 돌봐주지는 않고 여기 와서 친구랑 함께 있었어요.”“이 세상에 공평한 게 있나요?”세영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지현의 앞에 서 있었다.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이 세상에 좋은 여자는 하나도 없어!”“땅바닥이 찬데, 몸을 다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요.”“잠깐 그 찌질한 여자가 오면 제대로 알려 줘야겠어!”세영은 더 이상 듣다못해 소리쳤다.“이 남자 말만 듣지 마세요, 제 친구야말로 상처받은 사람입니다.”“서지현, 여기 병원이야! 여기서 이렇게 뒹굴지 말아 줄래?”다른 사람들은 세영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때리려고 했다.“당신들이 때릴 사람은 여기 있습니다.”지현은 내가 온 것을 보고 눈이 반짝였고 그는 몸을 이끌고 내 쪽으로 기어 왔다.“여보! 여보, 드디
내가 깨어났을 때, 세영의 아버지께서 이미 오셨다.“소연아! 네가 잘 자는 것을 보고 널 깨우지 않았어, 어젯밤에 잘 잤니?”“괜찮게 잔 거 같아요.”나는 얼굴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하던 일 잠시 멈추고 먼저 나가주세요. 저랑 소연이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요.”사람이 나가자, 세영 아버지는 서류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냈다.서류 위에는 ‘교통사고 기록 파일’이라고 쓰여 있다.나는 손을 가누지 못하고 떨면서 서류를 뒤적거렸는데, 처음에는 충격이었고 그 뒤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으로 변해 버렸다.세영 아버지는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했다.“네 부모님은 나와 불바다를 함께 헤쳐온 형제인데, 그때 내가 널 도와주지 않는다고 안 좋아했는데, 그때 내가 확실히 지켜야 할 게 있었고 나도 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어. 그 뒤로 나에게 힘이 생기자, 이 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얘야,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고 한 적이 없어.”세영 아버지는 고인 눈물을 등 돌려 가볍게 닦았다.나는 그의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오랫동안 주시하다가 슬픈 마음을 참고 물었다.“이 일 조사하고 계셨으면 왜 지금에서야 이걸 저한테 주세요?”세영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날개가 아직 여물지 않았는데 내가 이걸 준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네가 지현의 아버지랑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다.”말이 끝나자마자 내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내가 발신자를 힐끗 보자, 세영 아버지는 밖으로 나갔다.“얘기 좀 할래?”소희의 힘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하지 마, 사업 관련이니까.”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통화가 끊겼고 메시지가 왔다.[오후 3시에 빈 저택에서 기다릴 게.]빈 저택은 나와 소희의 첫 만남 장소다.그때, 지현이 나를 자기가 친한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고 마침 그동안 시간이 비어서 그를 따라갔었다.소희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소희가 좋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줬다.비록 계속 욕을
현장에 있던 형사들은 빠른 속도로 구조 조치를 취했다.지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피 묻은 입으로 말했다.“그건 생각지도 못하게 일어난 일이야, 내 말 좀 들어봐.”나는 시계를 보고 손뼉을 쳤다.“당신들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배상할 것에 관해 의논해 봐! 나는 집에 가서 밥을 먹을 거야.”변호사는 나의 손짓에 오늘의 모든 손실에 관해 얘기했다.“총 100억 원의 손실이 생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이 숫자를 들은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어떤 사람들은 반응이 빨라서 내 앞에 와서 인정하고 사과했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사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는 당신들의 하소연을 듣고 싶지 않아요. 어떠한 사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배상해야 할 돈은 한 푼도 적어서는 안 됩니다.”숫자를 들은 MC 등 사람들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나는 걸어가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고 겸사겸사 그녀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머나, 아직도 방송 중이네? 공로상 하나 드려야겠어요?”나는 핸드폰으로 나를 찍으며 시청자들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다들 오래도 보고 계시네요? 방송이 끝나기 전에 큰 선물을 드려야겠어요.”나의 말에 댓글 창의 반응이 뜨거웠다.선물이 있다는 말에 다들 열심히 댓글을 달고 있고, 선물을 받는 방법에 대한 튜토리얼을 물어보고 있었다.“튜토리얼 없어요. 방송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에 대한 공격과 악플을 단 사람은 변호사가 다 직접 처리할 것입니다. 이게 선물이에요.”기뻐하던 시청자들은 금세 슬픔에 빠져버렸다.“부잣집 아줌마, 저 좀 봐주세요, 저 어르신들도 챙겨야 하고 애들도 챙겨야 해요.”“이렇게 돈이 많은데, 보통 시민을 괴롭히다니요? 너무한 거 아닙니까?”“정말 다행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난 그냥 보기만 했지, 그런 댓글은 안 달았어.”나는 댓글 창을 빠르게 훑어보고 어떤 댓글들에 답장했다.“맞아, 난 인색해. 돈이 있든 없든 내 일이니까 신경 꺼.”댓글 창 여전히 뜨거웠지만, 나는
우리는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세영은 병원에 보내졌고 검사를 받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어수선한 현장의 소란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아이고, 저는 밥벌이를 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들어 왔습니다.”“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우리야말로 정의를 대표하는 사람인데, 지금 여기에 갇혀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생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 수가 계속 올라갔고 강제로 협조하게 된 사람들이 경찰서에서 억울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경찰서의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지현의 목소리가 대문을 뚫고 들어왔다.“여보, 어디 있어? 다 내 잘못이야, 네가 밖에서 술 마시는 것을 막지 말아야 했어. 날 때리게 해야 했어, 절대 반격하지 않을 테니까 불쌍한 사람들을 놔줘.”지현의 말이 끝나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소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가서 지현을 맞이했다.지현은 초조해하는 얼굴로 지팡이를 짚고 비틀비틀 걸어 들어왔고 말없이 내 앞에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마음속으로는 지현이 너무 싫었지만, 나는 두 손으로 그를 부축하여 꿇으려는 것을 막았다.“됐어! 얼마나 복잡한데 꿇으려고 하는 거야?”“내가...! 다 내 잘못이야, 잘못 없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 앞으로 집의 모든 일은 다 네 말 들을게.”경찰서에서 두서를 모르는 사람들이 옆에서 말렸다.“아가씨, 무슨 일이 있으면 잘 상의하세요, 남편분이 아직 목발을 짚고 있는데!”“여자는 마음씨가 너그럽고, 시끄럽게 집안의 화목함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해요.”“그런 멋진 남편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셨겠어요! 부모님께서 결혼에 쓰신 돈을 생각해 보세요.”나는 화를 참으며 지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아니요! 전 이 사람을 잘 몰라요. 그리고 우리가 결혼할 때 쓴 돈은 모두 제가 냈어요. 할아버지 댁의 아이는 이런 능력 있어요?”할아버지는 나의 말에 기분이 상해서 몸을 돌렸다.지현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막 말을 하다니! 너 좀 봐, 내 손안에 있잖아?”소희가 입을 헤벌리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가 얘기하는데, 너, 지현이랑 이혼하고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가면 그냥 보내줄게.”뒤에 있는 사람이 나를 짓누르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어서 나는 이를 악물고 소희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라이브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이 눈앞의 장면에 홀려 접속자 수가 최고치를 찍었다. 그중 절대다수는 그저 구경만 하고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잘하네! 어디서 하는데? 나도 좀 끼워줘.][MC, 우리도 구슬 갖고 싶은데, 하나씩 나눠주세요.][저 여자 꼴을 보니, 틀림없이 정당하게 온 재산이 아닐 거야, 무슨 염치로 우는 거야?]나는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보면서 후회하고 분노했다.상자 안의 물건은 부모님이 나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추억이었다.대학 시절, 우리 집은 중등 가정이었고, 부모님께서 보석 장사를 했었다. 잘 사는 집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척 행복했었다.나 역시 내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그러나 교통사고로 이 상자만 남게 될 줄은 몰랐다.부모님 회사는 기둥의 죽음으로 흔들리게 되었는데, 그때 상자를 가지고 가서 환전하라는 사람이 있었다.하지만 이것이 부모님께서 남긴 유일한 물건이라는 생각에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이를 악물고서라도 회사를 다시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가장 가난했을 때, 나는 하루에 찐빵 한 개만 먹었고 그해 내가 지현의 아버지를 만났는데, 아버님은 청소부였다.그날 밤은 비바람이 몰아쳐서 나는 동서남북을 구분할 수 없었다.나는 큰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가리고 울었고 그때 갑자기 비가 멈추었다.고개를 들자, 후광이 반짝이는 아버님이 허리를 굽히고 견고해 보이지 않는 우산으로 나에게 잠시 피난처를 만들어 주셨다.그때 그의 자애로운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얘야,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가시밭길의 끝에는 반드시 꽃이 필거라고 믿어야 해!”그때 이후, 내
나는 사람들의 소리에 손을 더 빨리 움직였고, 빠르게 차 안의 구급상자를 꺼내 세영의 상처를 처치했다.처치하는 김에 차 시동을 걸고 블랙박스를 켰다.소희는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미친 듯이 웃었다. “네가 그렇게 센 사람이라며? 어디 계속 해 봐! 멈추지 말고! 너희 둘, 오늘 한 명도 무사히 떠날 생각하지 마!”차를 에워싸고 있는 사람 중에 용감한 사람은 미친 듯이 차를 부쉈고 겁 많은 사람은 옆에서 응원하고 있었다.어디선가 망치를 구해와 트렁크를 두드리며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정신 나간 사람까지 있었다.나는 만신창이가 된 차를 보고 말했다.“이 차, 안 싼데? 배상할 수 있겠어?”소희는 부채를 흔들며 소리를 내며 웃었다. “배상할 수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때? 이 물건들 다 지현이 건데, 지현이가 나보고 마음대로 쓰라고 했어.”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사람들과는 할 말이 없던 나는 내심 경찰이 오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텅’ 하는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벌어졌다.“빨리 와서 봐! 여기 좋은 게 있어.”첫 번째로 연 사람은 스스럼없이 친구들을 불렀고 나는 그 사람의 동작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나는 황급히 달려가 그 사람의 어깨를 움켜쥐고 땅바닥으로 밀어버렸다.그 사람의 머리가 땅에 부딪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를 흔들며 입으로는 끊임없이 소리쳤다. “아! 아파, 왜 멍하니 있어, 빨리 올라와서 도와줘.”나는 발로 다가온 사람에게 발길질했다.“누가 내 트렁크에 있는 물건을 마음대로 만지라고 했어!”소희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에게 손짓했다.“다 힘을 합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 하나를 이길 수 없을까 봐 두려워? 저 상자 안에는 분명 좋은 물건이 들어 있을 거야! 뺏으면 우리 나누자!”내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고 몰려오는 사람들과 대치하고 있었다.다음 계획을 막 세우려고 했는데 계속 앞에 있던 MC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고 내가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서, 내 손에 있는 상자를
“여러분,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죠?”친구가 놀라서 상처가 난 부위를 감쌌고 나에게 기대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주위의 사람들은 누가 다쳤는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잘했어! 이런 쓰레기는 이렇게 치워야지.”“사람은 외모로만 보면 안 돼! 이거 봐, 이 두 사람은 외모만 보면 다 괜찮으니까, 그런 짓을 벌인 거네. 얼굴에 얼마를 투자했을지 아무도 모르잖아?”“마음씨가 나쁘면 아무리 예뻐도 소용없는데? 지금 플랫폼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 수 있잖아!”나는 주위에서 잡담하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생방송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다 비켜! 사람 다친 거 안 보여?”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나는 친구를 끌고 차 쪽으로 가려고 했다.MC는 내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희를 보았다.그러자 소희가 앞으로 나오더니 나와 친구 앞을 가로막았고 올라간 입꼬리에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 “피 몇 방울 흘린다고 갈 수 있을 줄 알았어? 잘 들어라. 류세영이 오늘 죽는다고 해도 너희 무사히 떠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나는 세영의 어깨를 잡고 내 뒤에 가서 있도록 했다.이런 막무가내인 사람들을 나는 마음에 두지 않았고 지금 가장 급한 일은 세영을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이다.나는 자신을 진정시키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둘러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다들 생각해 봤어요? 생방송이 되고 있고 여러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수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어요. 정말로 당신들 때문에 사고가 난 사람이 있다면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옆에 있던 MC는 초조해서 소희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소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사장님, 애초에 사람을 때리는 일은 대본에 없었잖아요!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나면...!”소희는 짜증을 내며 MC를 봤다.“뭐가 무서워? 우리는 정의 쪽이잖아! 걱정하지 마, 그저 사람을 때려죽이는 거잖아, 우리 뒤에 있는 사람 돈 많으니까
바쁜 한 주일이 지난 후, 친구는 나와 우리 집 아래 가게에서 한 끼 먹자고 약속을 잡았다.자리에 앉자마자 친구가 나보고 ‘내연녀 퇴치, 남성의 권익 보호'라는 제목의 생방송을 보라고 했다.친구는 재밌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것 좀 봐, 남자들 꼬시는 여자들의 모습이 너랑 닮았어!”“어? 방송에 나오는 곳이 왜 우리가 있는 곳이랑 비슷하지? 아니, 소연아, 너 정말 그 나쁜 여자 아니야?”나는 짜증을 내며 친구를 밀치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밀었다.MC가 높은 목소리로 방송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이번 주인공은 몸이 불편하신 분입니다. 이분은 매일 집에서 눈물을 흘리시며 아내가 밖에서 적게 놀고 빨리 집에 돌아왔으면 합니다. 어제 찾아갔을 때, 그분의 몸에는 온통 멍뿐이었어요! 성한 곳이 없었다고요! 여러분, 인간적으로 이 불쌍한 남자를 위해서 우리가 달려들어야 하지 않을까요?”팝업창은 MC의 호소를 듣고 반응이 엄청 뜨거웠다.시청자들이 화가 나 댓글을 달았다.“빨리 가서 그 여자를 혼쭐 내줘요! 우리가 별풍선 쏴 줄게요!”“남자를 존중하지 않고 남자를 때리는 여자가 제일 눈에 거슬려!”“빨리 가! 내연녀가 제일 눈에 거슬려, 절대 봐주지 말고, 이 쓰레기들을 잘 치워줘!”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MC는 더 열심히 소리쳤다.“여러분, 생방송 화면에서 나가지 마시고 2분만 기다려 주세요! 3위 지키면 곧바로 가서 혼쭐을 내겠습니다!”“그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여사친도 초대해 당사자들의 현황을 공유하려고 해요!”영상 속 여자를 보고 내 눈에서 빛이 났다.친구가 내 옆에서 재잘재잘 말을 하고 있었다.“서지현 여사친 최소희 아니야? 너 유명해지겠다?”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생방송 같은 건 잘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대본대로 움직이는 게임을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언젠가 내가 주인공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생방송 내용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나는 핸드폰을 들고 지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