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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Author: 온유
두 사람의 다툼은 말싸움부터 시작해서 결국 몸싸움까지 이어졌다.

도아린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밴에 올라탔다.

“가자.”

일북은 망설임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출발한 후 그는 휴대폰을 도아린에게 건넸다.

일북은 말수가 적지만 도아린이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했다.

차에 설치된 도청 장비를 아직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재민과 육하경이 정말 도아린을 두고 다툰 거라면 그녀의 계획은 성공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겉으로는 원수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한통속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도아린은 도청 소프트웨어를 켰다. 기계적인 잡음과 전파만이 가득했다.

“차에 신호 방해 장치가 있네요.”

일북이 냉정하게 분석했다.

도아린은 비웃듯이 미소 지었다.

‘역시 뭔가 수상해.’

“해독할 수 있어?”

“가능하지만 시간이 필요해요.”

도청 장비는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신호 방해로 인해 잡음만 가득했다.

도아린은 문득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어제 우 실장님을 미행한 결과는 어땠어?”

“어제 연락받고 바로 사람을 붙였어요. 저녁에 약을 엄청 많이 샀더라고요. 해열제, 항생제, 기침약, 지사제, 진통제, 심혈관 치료제까지...”일북은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약을 사는 건 보통 진짜 필요한 약을 감추려고 그러는 거예요. 즉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신분이 특수하다는 거죠.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그는 도아린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도아린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

‘댕댕이가 말했던 정체불명의 마스크 맨인가? 다친 데다가 싸우던 도중에 상태도 나빠졌다고 했었는데...’가슴이 쥐어짜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숨이 막히고 가슴에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어느덧 검은색 밴은 모건 그룹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도 대표님, 괜찮으세요?”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신지훈을 마주쳤다. 방금 전까지 크게 화를 냈는지 비서팀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잔뜩 위축돼 있었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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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근한다고 굶으면 안 되죠. 제가 밥 가져다줄게요.”도아린이 멋쩍게 웃었다.“재민 씨, 예전에 건후 씨가 눈여겨보던 사업도 많이 가져가셨잖아요. 대놓고 찾아오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내가 견제받는 건 상관없지만 회사 고위직 사람들이 날 탐탁지 않아 해서 아린 씨에게 태클을 거는 건 싫어.’강재민은 마음이 찜찜했지만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럼 제가 배달 시켜줄게요.”“좋아요.”전화를 끊은 도아린은 다시 한 글자씩 서류를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강재민이 맡았던 프로젝트는 원래 그녀가 프레젠테이션까지 도와서 따낸 것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때와 다른 부분도 많았다.밤 9시가 됐지만 모건 그룹의 사무실에는 아직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도아린이 막 차를 한 잔 내린 참에 일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우 실장님 말입니다. 도 대표님이 소유하신 펜트하우스 맞은편 아파트로 가셨습니다.”그 말에 도아린이 손을 살짝 떨었다. 차가 손등으로 쏟아지면서 손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우 실장님이 무슨 일로 거기까지 가셨대?”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출입 가능 조건이 엄격한 아파트라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만약 우 실장님이 계속 드나든다면 따라 들어갈 기회가 생길 겁니다.”일북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덧붙였다.“약을 사 가지고 들어갔지만 나올 때는 빈손이었습니다.”그 말인즉 우정윤이 숨기고 있는 사람이 도아린 펜트하우스 맞은편 아파트에 산다는 의미였다.그리고 그 펜트하우스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강재민뿐이었다.“재민 씨는 지금 뭐 하고 있어?”“육 대표님이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음식 중독 사고가 발생해서 결혼식 예약 몇 건이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경제적 손실도 크고요.”그 설명을 들은 도아린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나 좀 데리러 와. 우 실장님을 만나야겠어.”우정윤은 시내와는 조금 먼 교외에 살고 있었다. 그는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축 처

  • 또 한 번의 거절   제770화

    도아린은 손을 내저었다.“신 대표에게 맡긴 이상 신 대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 사람을 찾아가서 책임을 물으세요. 전 절대 감싸주지 않을 거거든요.”신지훈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도 대표님은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신 대표님의 의견을 참고하고 싶어서요.”도아린은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몇 장을 넘겨보던 신지훈의 점점 표정이 굳어졌다. 다 읽은 그는 놀란 눈빛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이 프로젝트 스카이 회사 강 대표님이 담당한 거잖아요.”그는 미소를 지었다.“솔직히 말해서 도 대표님과 강 대표님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도 대표님도 조금은 이익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하지만 저는 조금의 이익만 바라는 게 아니라서요.”도아린은 의자에 나른하게 기대며 말했다.신지훈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왜 그렇게 생각하신 거죠?”“별 거 있나요? 그냥 살아오면서 느낀 거죠.”도아린은 손을 한 번 흔들고 말을 이었다.“다들 제가 건후 씨와 결혼해서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항상 주도권은 건후 씨에게 있었죠. 전 건후 씨가 키우는 강아지 같은 존재였거든요. 기분이 좋을 때만 잘 대해줬고 기분이 나쁠 때면 눈치를 보는 되는 정도가 아니라 굴욕적으로 비위를 맞췄어요.”“고생을 해 봤으니까 철이 든 거죠. 그래서 전 재민 씨와 결혼하더라도 충분한 발언권을 가질 생각이에요. 꼭 제가 눈치를 볼 필요는 없잖아요?”도아린의 말이 끝나자 신지훈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너무 충격적인 말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녀의 놀라운 사고방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도아린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에게 마음을 다잡을 시간을 줬다. 하지만 반박할 기회는 주지 않았다.“저도 조사해 봤어요. 그 프로젝트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예요. 중단된 이유는 기준에 알맞지 않은 건축 자재를 썼기 때문이에요. 신 대표가 말한 요양 센터의 건축 자재에 문제가 생긴 거 말이에요. 단순히 우연일까요? 아니면 연성의 건축 자재

  • 또 한 번의 거절   제769화

    두 사람의 다툼은 말싸움부터 시작해서 결국 몸싸움까지 이어졌다.도아린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밴에 올라탔다.“가자.”일북은 망설임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출발한 후 그는 휴대폰을 도아린에게 건넸다.일북은 말수가 적지만 도아린이 원하는 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했다.차에 설치된 도청 장비를 아직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강재민과 육하경이 정말 도아린을 두고 다툰 거라면 그녀의 계획은 성공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겉으로는 원수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한통속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도아린은 도청 소프트웨어를 켰다. 기계적인 잡음과 전파만이 가득했다.“차에 신호 방해 장치가 있네요.”일북이 냉정하게 분석했다.도아린은 비웃듯이 미소 지었다.‘역시 뭔가 수상해.’“해독할 수 있어?”“가능하지만 시간이 필요해요.”도청 장비는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신호 방해로 인해 잡음만 가득했다.도아린은 문득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어제 우 실장님을 미행한 결과는 어땠어?”“어제 연락받고 바로 사람을 붙였어요. 저녁에 약을 엄청 많이 샀더라고요. 해열제, 항생제, 기침약, 지사제, 진통제, 심혈관 치료제까지...”일북은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었다.“이렇게 다양한 약을 사는 건 보통 진짜 필요한 약을 감추려고 그러는 거예요. 즉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신분이 특수하다는 거죠.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그는 도아린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도아린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댕댕이가 말했던 정체불명의 마스크 맨인가? 다친 데다가 싸우던 도중에 상태도 나빠졌다고 했었는데...’가슴이 쥐어짜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숨이 막히고 가슴에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어느덧 검은색 밴은 모건 그룹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다....“도 대표님, 괜찮으세요?”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신지훈을 마주쳤다. 방금 전까지 크게 화를 냈는지 비서팀 직원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잔뜩 위축돼 있었다.“괜찮아요

  • 또 한 번의 거절   제768화

    “그 사람 특징이 뭐야?”도아린은 면회실에서 서대은을 만났다.서대은은 경찰에게 육청아가 자신을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불법 거래장이었다고 말이다.비록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경찰은 육청아가 깨어난 후의 조사 결과를 확인해야만 서대은을 풀어줄 수 있었다.“키는 나보다 한참 커. 거의 190cm인 것 같아. 눈빛은 날카로운 편이고 몸놀림도 빨라. 만약...”서대은이 침을 삼켰다.그는 배건후가 살아 있었다면 그 남자는 꼭 배건후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아린을 흘끗 보고는 말을 바꿨다.“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도 당했을 거야.”도아린은 손을 탁자 위에 올리더니 서서히 주먹을 쥐었고 목소리는 한층 차가워졌다.“너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알아? 만약 네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다면 아버님이 버틸 수 있었겠어? 수술까지 했는데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기증자는...”도아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서대은은 도아린의 고통스러운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미안해... 나도 몰랐어.”“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도아린은 고개를 젖혀 넘치는 눈물을 억눌렀다.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만약 내가 대은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증자가 친구의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수술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한쪽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곧 죽을 사람인데... 그 누구든 가족을 선택할 거야.’하지만 묻지도 않고 가져가면 그건 도둑질이었다. 육청아는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배건후의 장기를 몰래 빼돌려 거래했다.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된 범행이었다.그럼에도 도아린은 서대은을 탓할 처지가 아녔다.만약 배건후의 장기가 서대은 아버지와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담담하게 기증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도아린은 눈물을 삼켰다. 그녀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확실해? 그 사람이 경찰에 안 잡혔다고?”서대은은 미

  • 또 한 번의 거절   제767화

    육하경은 예상도 못 햇다는듯 기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린 씨가 준 거라면 다 좋아요.”“한번 입어봐요. 안 맞으면 내일 가서 사이즈를 바꾸려고요.”육하경은 쇼핑백을 받아 들었고, 입가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씻고 나서 입어볼게요. 오후에 신선한 식재료를 고른답시고 온실에 가는 바람에 몸이 좀 더러울 거예요.”“온실에 갔다 와서 그런 거였군요. 안 그래도 물어보려던 참이었거든요. 신발 바닥에 풀잎이 묻어 있길래...”육하경은 다리를 들어 풀잎을 떼어내더니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는 비서를 불러 서류 두 장에 서명을 했다.비서가 나가자 육하경이 도아린에게 말했다.“옷을 선물 받았으니 저녁 살게요. 저도 이제 퇴근 시간이거든요.”도아린은 그와 함께 사무실을 나서며 웃었다.“저 때문에 하경 씨가 팔을 다쳤잖아요. 그래서 옷을 선물한 건데 또 밥을 사주시면 이 은혜는 어떻게 다 갚으라는 거예요?”육하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사람 사이의 정은 주고받는 거잖아요. 설마 저랑 선을 긋겠다는 건 아니죠?”비서는 자리에 앉아 떠나는 육하경을 바라보았다. 도아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너무 다정해서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비서는 도아린이 미래에 사모님으로 될 수도 있다는 잘 보이려고 말했다.“육 대표님, 친구분께서 선물하신 향수 있잖아요. 평소에 안 쓰시니까 도아린 씨께 선물하시는 건 어때요?”육하경이 걸음을 멈추고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는 살짝 망설이며 말했다.“하경 씨에게 다른 계획이 있을 수도 있죠.”“없어요!”육하경이 즉시 부인하며 비서더러 향수를 가져오라고 했다.“원래 주려고 했어요. 다만 재민 씨가 오해할까 봐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비서는 곧바로 선물 상자를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고마워요.”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 끝났으면 바로 퇴근해.”육하경은 비서에게 한마디 남기고 도아린과 함께 떠났다.비서는 분명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했지만 정작 육하경의 눈빛은 마치 경

  • 또 한 번의 거절   제766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마스크 맨은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학생을 놓아주고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주먹과 발차기만으로는 그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극을 줬다. 시간을 오래 끌면 서대은 쪽이 불리할 것이었다.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서대은은 마스크 맨과 등을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면 제가 이놈들을 죽여버려도 정당방위로 인정되겠죠?”“모르겠어요.”그가 차갑게 답했다.“경찰 아니었어요?”서대은은 당황해하며 돌아봤다.그는 서대은보다 키가 컸기에 서대은이 볼 수 있는 건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하얀 얼굴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피부가 하얗지 않았다. 지금 유독 아파 보이게 창백한 것이었다.“모르면 됐고요. 대신에 제 증인이 되어 주세요. 저놈들이 절 몰아붙였다고 말이에요.”서대은은 눈빛이 사나워지더니 갑자기 공격을 시작했다.“젠장! 쟤 손에 칼이 있어!”누군가 소리쳤다. 서대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마스크 맨에게로 방향을 틀었다.그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점점 더 창백해지는 그의 얼굴은 전투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서대은은 미친 듯이 반격하며 누군가의 복부를 찔렀다.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상처를 감싸 쥔 채 도망쳤다.다들 서대은을 경계하면서도 여전히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혼자 남은 남학생을 노리고 있었다. 그가 방심한 순간, 뒤에서 그의 목을 조였다.“당장 항복해. 안 그러면 이놈을 죽일 거야.”순간, 서대은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마스크 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상대의 팔을 비틀더니 그의 목을 조이며 말했다.“죽여 봐. 한 명 더 죽일 때마다 형량도 더 늘어난다는 거 모르는 건 아니겠지?”마스크 맨이 상대의 팔을 꺾어버리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차가운 태도와 강렬한 존재감이 서대은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죽었다.도아

  • 또 한 번의 거절   제765화

    육청아는 대답이 없었고 총알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쿵.옷장 뒤에서 다시 소리가 나자 육청아의 신경이 다시 캐비닛에 쏠렸다.육청아가 카트에서 메스칼을 집어 들고 캐비닛 쪽으로 다가가자 순간 서대은은 갈등하기 시작했다.남학생이 발견하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게 되고 그와 남학생은 살아서 나가기 어려울 것이었다.그는 천천히 육청아의 뒤를 따르며 그녀를 공격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경계심이 강했고 캐비닛 뒤에 누가 있는지 바로 확인하지 않고 앞에 다가가 갑자기 어깨로 캐비닛을 밀었다.그녀의 충격에 캐비닛이 밀려 넘어갔고 그 틈새에 숨어 있던 남학생이 깔리면서 낮은 신음을 뱉어냈다.뭔가 낌새를 알아챈 육청아가 갑자기 몸을 돌려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서대은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팔꿈치가 메스칼에 찔려 살이 떨어져 나갔다.“감히 날 속이다니!”“난 모르는 일이에요! 나도 기절한 거 봤잖아요. 누군가 날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요!”육청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그에게 메스칼을 겨눴다.“그럼 순순히 따라와요. 내가 보스한테 당신이 결백하다는 걸 증명할게요!”“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걸 모를까 봐!”서대은은 육청아의 모함에 마지못해 저항하는 것처럼 육청아에게 달려들었다.두 사람의 몸싸움이 격렬해졌고 카트도 넘어지면서 수술 도구들이 와르르 떨어졌다.그 소리에 돌아온 왕눈이 급히 현장에 도착했다.“내가 말했지, 저놈이 배신자라고!”왕눈은 단검을 빼 들고 질세라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서대은은 신속하게 결판을 내고 놈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빠져나오려 했지만 왕눈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일부러 시간을 끌며 대치하고 있었다.그 틈을 타 육청아는 캐비닛을 밀어내고 그 뒤에 누워 있는 남학생을 발견했다.남학생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육청아는 그런 소년의 발목을 잡고 끌어냈다.“가만히 있지만 말고 좀 싸워 봐!”서대은이 소리쳤다.남학생은 처음엔 너무 놀라 멍하니 있었지만 그의 외침에 정

  • 또 한 번의 거절   제764화

    서대은은 문에 기대어 서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손을 들었다.사람의 그림자가 언뜻거리는 순간, 그는 재빨리 상대방의 얼굴을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제압당했다.남자는 잔근육을 가진 몸에 얼굴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눈빛은 매서운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이 사람은 육청아 일당이 아니야!’서대은이 물어보려던 찰나, 상대는 마취약이 묻힌 거즈로 그의 입을 막았다.거의 순식간에 서대은은 의식을 잃고 무너졌다.“함정이야! 빨리 돌아가!”사람들과 빠르게 다시 돌아온 육청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대은을 발로 툭툭 찼고 그제야 서대은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물건은요?”서대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 두 의사가 수상하다더니, 그들이 물건을 가져갔어요!”육청아가 이를 갈며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해!”사람들은 곧바로 나뉘어 각자 찾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주변에 없습니다!”논리상으로 그들은 차도 없고 몸을 가누지 못한 사람을 데리고 멀리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서대은이 단언했다.“방금 일어난 소동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거예요!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어!”육청아의 눈빛이 변하더니 천천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스캔했다.“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배신자는 이놈밖에 없어요!”바깥쪽을 맡고 있던 왕눈이 서대은을 지목하자 서대은은 코웃음 치며 받아쳤다.“난 오늘 처음이라고. 주소도 너희가 급하게 알려준 거고 내가 어떻게 정보를 넘겼다는 거야?!”왕눈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우리는 아가씨를 따른 지 오래되었다고! 너만 외부인이야!”“외부인이라고 해서 나를 의심한다고?”서대은도 질세라 육청아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들어오는 게 싫으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요.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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