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웨이터들은 상황을 보고, 서둘러 ‘공손하게’ 도아린에게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도아린은 손보미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설마 김지민과 배석준이 함께 있는 건 그녀의 사주 때문이 아닐까?웨이터는 도아린이 꼼짝 않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직접 끌어내려고 했다.“명도 레스토랑은 손님을 이렇게 대하는 겁니까?”진경수의 요염한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며 위압적인 기세를 풍겼다.“점장님을 불러오세요.”점장은 소식을 듣고 달려왔고 진경수를 보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진경수의 눈짓에 그는 도아린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너무 경솔했습니다. 식사 분위기를 망쳐서 정말 죄송합니다.”몇몇 손님들은 손보미를 알아보고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쟤, 여리여리한 이미지 아니었어? 왜 저렇게 앙칼져?”“매니저 하나 없이 혼자 다니는 걸 보니 완전히 망했나 봐.”“송 감독의 사극 드라마에서도 쫓겨났대. 거짓말에 위선까지, 저런 사람이랑 같이 일하면 재수 없어진다니까!”“전엔 배 대표한테 붙어서 온갖 쇼를 다 하더니만, 결국 보니까 배 대표는 유부남이었잖아. 며칠 전 배씨 가문 사모님의 생일 파티에 부부가 함께 등장해서 불륜녀 망신 제대로 줬다잖아!”손보미는 분노로 온몸을 덜덜 떨면서 주변 사람들을 노려보고는 점장을 향해 쏘아붙였다.“저 여자한테 왜 사과해요? 룸에 함부로 들어와서 손님들 식사 방해한 건 저 여잔데!”손보미는 바닥의 깨진 병 조각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이것도 저 여자가 깬 거잖아요! 당장 안 쫓아내요?”점장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손님이 이 술병을 엎지른 걸 제가 직접 봤습니다.”명도 레스토랑은 확실히 손님의 사생활을 중시했다. 방의 방음이 매우 잘 되어 있어서, 입구가 시끄러운데도 방 안에서는 아무것도 몰랐다.손보미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그것도 저 여자가 나를 밀어서 내가 부딪힌 거예요!”방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는 속으로 김지민을 멍청이라고 욕했다. 데이트 장소도 제대로 못 고르다니.하지만
배석준은 룸에서 나와 도아린과 진경수를 흘겨보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지민은 손보미가 배석준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돌아가서 외투를 챙겨 뒤쫓아 갔다.“계산은 누가 하시나요?”웨이터가 김지민을 막아섰다.김지민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수 없이 먼저 계산을 했다.구경꾼들이 점차 흩어지고 도아린은 기분 나쁜 얼굴로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번 배석준의 술주정은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오늘처럼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것은 주현정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저런 집구석, 왜 아직도 안 나왔어?”진경수가 갑자기 말했다.“...”도아린은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진경수는 다시 한번 스타 대회의 참가 신청서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네 멘토를 만났는데 그분은 네게 재능이 있다고 하시더라. 3년 동안 관련 일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네 능력을 믿고 계셔. 대회까지 4일 남았어. 이번 기회를 놓치면 3년을 더 기다려야 해.”“...”도아린은 눈앞의 신청서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그녀를 친딸처럼 대해주었다.겉치레로 가방이나 장신구를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의 특기와 좋아하는 것을 알아보려고 했다.“전...”“조건이 있어.”진경수가 갑자기 말했다.“네가 참가한다면, 우리 티파니 주얼리의 이름으로 출전해야 해.”“티파니 주얼리요?”도아린은 놀란 눈으로 진경수를 쳐다보았다. 국내 최고 브랜드 보석이 진경수의 사업이었다니 뜻밖이었다.진경수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자, 일북과 일남은 진경수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둘째 도련님.”“어.”진경수의 요염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스로 가서 한 달 징계받도록.”일북, 일남: “알겠습니다!”도아린은 황급히 말렸다.“그들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진경수는 도아린에게 직접 차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차에 타도록 머리를 보호해준 후, 몸을 숙여 차 안으로 말했다.“경호원이
“대호 오빠, 나 이번 생은 망했어. 다음 생엔...오빠를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겠다. 오빠는 날 지켜주고 아무도 날 괴롭히지 못하게 해줄 거잖아...”배지유는 콧물 눈물범벅이 되어 엉엉 울었다.성대호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그런 말 마. 아직 살날이 얼만데... 내가 빌어서라도 합의서 받아낼게. 만약...”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네가 여기서 나가게 되면 내가 다른 도시로 데려가서 살게 해줄게. 어때?”“...”배지유의 울음이 뚝 그쳤다. “무슨 소리야?”“난 이미 네 오빠 회사 그만뒀어. 다른 데 가서 새 출발 하려고…. 나는 네가 연성에 남아있는 게 영 맘에 걸려. 나랑 같이 가면 내가 너 공주처럼 살게 해줄게.”배지유의 눈에 증오가 번뜩였다.그녀는 연성에서 나고 자랐고 친구와 인맥이 모두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왜 도아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성대호의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성씨 가문의 사업은 대부분 배씨 가문에 의존하고 있었다. 연성을 떠나 사업을 시작한다면 그 자신도 자리를 잡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그는 지금 그녀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었다.배지유는 속으로 매우 싫었지만 순진한 척 물었다.“하경 오빠도 가?”“...”성대호는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듯했다.그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배지유는 다시 한번 비수를 꽂았다.“내가 여기 들어온 후에 하경 오빠는 한 번도 나를 보러 오지 않았어. 다음엔 하경 오빠도 같이 데려올래?”“...”성대호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숙여 분노를 감췄다.“면회 시간 끝났습니다.”경찰관이 알려주었다.배지유는 안으로 끌려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난 하경 오빠가 보고 싶어! 꼭 데려와 줘...”...“나 2~3년 동안 자선 행사에 참석 안 했어.”주현정은 초대장을 도아린에게 건넸다.“네가 나 대신 가.”도아린이 배 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배석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배건후가 먼저 와 있었다.그는 왼쪽 손
“내가 지유에게 쇼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 화났어요?”도아린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일어섰다.“지유가 왜 그렇게 버릇없는지 알겠네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뒤에서 봐주니까 그런 거잖아요.”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다 배건후의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들었다.“네가 참가 안 하면, 모건 그룹의 다른 사람을 찾을 거야.”“...”도아린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비아냥거렸다.“다른 사람? 설마 손보미를 말하는 거예요?”손보미는 그녀와 같은 전공이었지만 디자인이 너무 따분해서 연예계를 택한 것이었다.그녀는 현재 온갖 구설수에 휘말려 이미지 세탁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부정하지 않았다.“네가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잖아.”“내게 참가 여부를 묻는 건 그저 형식적인 절차일 뿐, 사실 손보미로 이미 정해져 있었잖아요.”도아린은 그를 비꼬듯 바라보며 말했다.“전에 받았던 선물도 손보미가 싫다고 해서 나한테 준 거였죠.”귤이 탁자 위에 던져지고 남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런 억지 부리지 마!”“흥, 내가 대회 나간다고 하면 손보미한테 뭐라 할 건데요?”배건후는 서류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탁자에 툭 던지며 말했다.“네가 가!”“...”도아린은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단지 배건후를 자극해서 그의 선택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그가 주저 없이 참가 신청서를 자신에게 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진심이에요?”배건후는 소파에 기대앉았다. 그의 깊은 눈에는 도아린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참가 신청서는 모건 그룹 직원 자격으로 제출해야 하니 내일 입사 절차를 밟도록 해.”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기 시작했다.“대회 주제는 장신구야. 어차피 네 특기 분야도 아니니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참가에 의의를 두면 돼.”그는 무언가를 더듬다가 도아린을 재빨리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짓자 다시 주머니를 뒤져 마침내 라이터를 찾아냈다.막 불을 붙이려는 순간, 주현정
만약 도아린의 손을 주현정이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틀림없이 그에게 따귀를 한 대 날렸을 것이다.도아린의 매서운 눈초리는 배건후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고 그는 비웃음을 흘리며 식탁으로 가 앉았다.“아빠는 안 들어오시나요?”“전화가 안 돼. 아마 지유 보러 갔을 거야.”주현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민정에게 도아린이 좋아하는 반찬을 그녀 앞에 놓도록 했다.도아린은 식탁 아래에서 배건후의 발을 찼다. 그는 마지못해 휴대폰을 꺼냈다.전화를 걸자마자, 현관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모두가 현관 쪽을 쳐다봤다.배석준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났다. 도아린이 있는 것을 보자 그는 마음속으로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주현정 앞에서 괜히 뭐라고 할까 봐 걱정했다.“회장님, 사모님께서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연근 갈비탕을 직접 끓이셨어요.”유민정이 냄비를 가지고 나오며 말했다. 그러고는 주인 자리에 수저를 차렸다.“저 사람은 바깥에서 이미 배불리 먹고 왔어. 우리끼리 먹자.”주현정은 유민정더러 도아린에게 먼저 한 그릇 떠 주라고 했다.배석준은 황급히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주인 자리에 앉았다.“오랜만에 성 대표를 만나 술 좀 마셨어.”그는 유민정에게서 국자를 받아 주현정에게 한 그릇 떠 주고 자신에게도 한 그릇 담았다.레스토랑을 나선 후 그들은 손보미가 소개한 한정식집으로 갔다. 그곳은 사생활 보호가 잘 되고 음식 맛도 좋았다.두 사람은 그에게 도아린이 얼마나 안하무인인지, 또 배건후 주변에 여자가 있는 꼴을 못 봐서 동생인 배지유마저 너무 가까이 지내는 것을 못 봐준다는 등 온갖 불평을 털어놓았다.그러니까 이번 '살인 사건'은 도아린이 파놓은 함정이었고 배지유가 그 함정에 빠지기만을 기다리며 그녀를 배씨 가문에서 쫓아내려 했던 것이었다.배석준은 비록 입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두 끼나 먹었기에 이미 배가 불렀다.하지만 주현정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그는 억지로 국을 모두 마셨다.주현정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번졌다.“너무 많이 드셨어요.
반면 주현정의 강압적인 태도는 그로 하여금 그녀 앞에서 늘 주눅 들고 수동적인 느낌을 받게 했다.잠깐 산책을 하던 주현정이 피곤하다고 하자 배석준도 이를 틈 타 얼른 들어가 쉬자고 했다.그들이 돌아왔을 때, 도아린은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주현정은 그녀의 손을 잡고 무언가 말하려다가 망설였고 결국엔 배건후의 재촉에 못 이겨 도아린에 마음 편히 대회에 참가하고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배건후는 도아린을 자신의 차에 태웠고 일북과 일남은 카이엔을 몰고 뒤따라왔다.“지현의 병실 밖에 있던 경호원들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했어.”배건후는 불쾌한 시선으로 룸미러를 흘끗 쳐다보았다.도지현의 병실 밖에 있던 경호원들은 육하경의 사람이고 도아린을 따라다니는 경호원들은 진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다들 그를 호구로 아는 건가?“네.”도아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배건후는 기분이 나빴다.그녀는 분명 자신의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대꾸하지 않는 것이었다.카이엔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왔다. 마치 떨쳐낼 수 없는 굴욕처럼.배건후가 입을 열려는 순간, 도아린이 먼저 말했다.“향낭 돌려주세요.”“아린아, 그만 좀 하지 그래?”“손도 그렇게 다쳤는데, 향낭을 가지고 있어 봐야 소용없잖아요.”도아린의 말은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는 알겠는데, 모두 합쳐놓으니 묘하게 이상했다.“버렸어!”배건후는 홧김에 말했다.“...”도아린은 입술을 깨물고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손을 다친 것이 업보였네.배건후는 그녀가 더 이상 향낭을 요구하지 않자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향낭을 꺼내 꽉 쥐었다.그날 밤 육하경을 찾아갔을 때 그는 발이 미끄러져 산골짜기로 굴러떨어졌다. 골짜기 바닥에는 돌조각과 마른 나뭇가지들이 널려 있었다.다행히 그는 마른 나뭇잎이 깔린 곳에 떨어져서 정신이 혼미해지긴 했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그가 일어섰을 때, 주머니에서 향낭이 떨어졌는데, 한쪽 실밥이 터져 안의 마른 향료가 드러났다.돌아온 후
도아린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마치 그의 말을 예상했던 것처럼 말이다.비록 그의 본의는 아니었을지라도 여자의 차갑고 조소하는 눈빛에 가슴이 답답해진 배건후는 마우스를 꽉 쥐었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는 게 당신 스타일이잖아요.”도아린은 신청서를 들고 나가버렸다.카이엔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배건후는 창가에 서서 연거푸 담배를 피워 물었다.세인트존스 호텔로 돌아온 도아린은 노트를 꺼냈다.그 안에는 그녀가 그린 디자인 스케치뿐만 아니라 공중에서 농구공을 던지는 소년의 스케치도 있었다.배건후를 처음 만난 건 학교 농구장이었다. 넘치는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소년의 모습에 도아린의 심장은 쿵쾅거렸다. 그때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이 선배가 자주 농구를 하러 온다면 심장병에 걸릴지도 모른다고..경기가 끝나고 도아린은 탈의실 밖에서 그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선물하고 연락처를 받으려고 기다렸다.소년은 파란색 후드티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맨 마지막에 나왔다.도아린이 다가가려는 순간, 한 소녀가 그의 곁으로 가서 뚜껑을 딴 생수병을 건네주었다. 소녀의 눈빛엔 그를 향한 뿌듯함이 가득했다.그 소녀는 바로 같은 반 친구 손보미였다. 나중에야 도아린은 그들이 이미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기억 속 소년의 모습과 모건 그룹 대표의 모습이 서서히 겹쳐졌다. 편안한 트레이닝복은 깔끔한 정장으로, 땀 흘리며 뛰던 소년은 차갑고 냉정한 상류층 인물로 변해 있었다. 도아린은 기억 속 소년의 모습을 본떠 인형을 만들어 배건후에게 선물했다. 그가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것은 그저 쓰레기에 불과했다.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림 페이지를 넘기고 디자인 도면을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집안 사정상 고급 보석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도아린은 그동안 디자인의 참신함으로 상을 받아왔다.이번 대회에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고 심사위원들도 모두 명망 있는 사람들이라 보석의 등급을 높이고 싶었다
도유준은 겨우 1년 치 임대료를 냈는데 개업한 지 일주일 만에 관리비를 또 내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게다가 광고비, 행사비, 협찬비 등등 납부해야 할 비용이 한둘이 아니었다.도정국의 이전 가게는 배건후의 도움으로 이러한 비용을 면제받았기에 그는 도정국이 즐겁게 돈을 세는 모습만 봤을 뿐, 자신이 가게를 열면 이렇게 많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더구나 엠파이어 빌딩은 연성의 고급 상업 지구라 각종 비용이 매우 높았다.다른 가게들은 다 명품이나 비싼 것만 팔아서 가격도 높고 마진도 높았다.하지만 자기는 케이크 가게라 마진도 낮은데 이것저것 다 내려니 남는 게 없었다.“누나, 얘기 좀 해줘. 반년만 봐달라고. 막 개업해서 재료 사는 데도 돈 많이 드는데...”도유준은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목이 쉴 정도로 애원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전화기 너머로 희미한 코골이 소리가 들렸다.도유준은 전화를 끊고 욕설을 퍼부었다.강홍련이 가게에서 나와 초조하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봐준대?”“그 몹쓸 년은 나 망하는 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도유준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내 가게가 돈만 벌면 아빠는 내 실력을 인정하고 도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나한테 물려줄 거예요!”“하지만 우리 수중에 돈이 없잖아!”도유준은 눈알을 굴리더니 말했다.“엄마, 엄마 집 담보로 대출받아요!”강홍련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20평의 작은 아파트는 도정국이 몰래 사준 것으로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자 도유준은 부추겼다.“엄마, 도 씨 저택은 2층짜리 별장이에요. 안방 하나가 엄마 집보다 넓고 식사 준비며 빨래까지 가정부들이 다 해준다고요. 엄마도 오랫동안 밖에서 고생했으니 이제 돌아가 편하게 지내야죠.”“네 아빠가 날 내쫓지는 않겠지.”“잠깐만 머문다고 해요. 내 가게가 본전만 벌면 바로 집 찾아줄게요.”도유준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본전을 언제 벌지는 결국 엄마가 결
“그 사람 특징이 뭐야?”도아린은 면회실에서 서대은을 만났다.서대은은 경찰에게 육청아가 자신을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불법 거래장이었다고 말이다.비록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경찰은 육청아가 깨어난 후의 조사 결과를 확인해야만 서대은을 풀어줄 수 있었다.“키는 나보다 한참 커. 거의 190cm인 것 같아. 눈빛은 날카로운 편이고 몸놀림도 빨라. 만약...”서대은이 침을 삼켰다.그는 배건후가 살아 있었다면 그 남자는 꼭 배건후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아린을 흘끗 보고는 말을 바꿨다.“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도 당했을 거야.”도아린은 손을 탁자 위에 올리더니 서서히 주먹을 쥐었고 목소리는 한층 차가워졌다.“너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알아? 만약 네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다면 아버님이 버틸 수 있었겠어? 수술까지 했는데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기증자는...”도아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서대은은 도아린의 고통스러운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미안해... 나도 몰랐어.”“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도아린은 고개를 젖혀 넘치는 눈물을 억눌렀다.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만약 내가 대은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증자가 친구의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수술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한쪽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곧 죽을 사람인데... 그 누구든 가족을 선택할 거야.’하지만 묻지도 않고 가져가면 그건 도둑질이었다. 육청아는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배건후의 장기를 몰래 빼돌려 거래했다.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된 범행이었다.그럼에도 도아린은 서대은을 탓할 처지가 아녔다.만약 배건후의 장기가 서대은 아버지와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담담하게 기증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도아린은 눈물을 삼켰다. 그녀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확실해? 그 사람이 경찰에 안 잡혔다고?”서대은은 미
육하경은 예상도 못 햇다는듯 기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린 씨가 준 거라면 다 좋아요.”“한번 입어봐요. 안 맞으면 내일 가서 사이즈를 바꾸려고요.”육하경은 쇼핑백을 받아 들었고, 입가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씻고 나서 입어볼게요. 오후에 신선한 식재료를 고른답시고 온실에 가는 바람에 몸이 좀 더러울 거예요.”“온실에 갔다 와서 그런 거였군요. 안 그래도 물어보려던 참이었거든요. 신발 바닥에 풀잎이 묻어 있길래...”육하경은 다리를 들어 풀잎을 떼어내더니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는 비서를 불러 서류 두 장에 서명을 했다.비서가 나가자 육하경이 도아린에게 말했다.“옷을 선물 받았으니 저녁 살게요. 저도 이제 퇴근 시간이거든요.”도아린은 그와 함께 사무실을 나서며 웃었다.“저 때문에 하경 씨가 팔을 다쳤잖아요. 그래서 옷을 선물한 건데 또 밥을 사주시면 이 은혜는 어떻게 다 갚으라는 거예요?”육하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사람 사이의 정은 주고받는 거잖아요. 설마 저랑 선을 긋겠다는 건 아니죠?”비서는 자리에 앉아 떠나는 육하경을 바라보았다. 도아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너무 다정해서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비서는 도아린이 미래에 사모님으로 될 수도 있다는 잘 보이려고 말했다.“육 대표님, 친구분께서 선물하신 향수 있잖아요. 평소에 안 쓰시니까 도아린 씨께 선물하시는 건 어때요?”육하경이 걸음을 멈추고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는 살짝 망설이며 말했다.“하경 씨에게 다른 계획이 있을 수도 있죠.”“없어요!”육하경이 즉시 부인하며 비서더러 향수를 가져오라고 했다.“원래 주려고 했어요. 다만 재민 씨가 오해할까 봐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비서는 곧바로 선물 상자를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고마워요.”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 끝났으면 바로 퇴근해.”육하경은 비서에게 한마디 남기고 도아린과 함께 떠났다.비서는 분명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했지만 정작 육하경의 눈빛은 마치 경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마스크 맨은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학생을 놓아주고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주먹과 발차기만으로는 그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극을 줬다. 시간을 오래 끌면 서대은 쪽이 불리할 것이었다.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서대은은 마스크 맨과 등을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면 제가 이놈들을 죽여버려도 정당방위로 인정되겠죠?”“모르겠어요.”그가 차갑게 답했다.“경찰 아니었어요?”서대은은 당황해하며 돌아봤다.그는 서대은보다 키가 컸기에 서대은이 볼 수 있는 건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하얀 얼굴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피부가 하얗지 않았다. 지금 유독 아파 보이게 창백한 것이었다.“모르면 됐고요. 대신에 제 증인이 되어 주세요. 저놈들이 절 몰아붙였다고 말이에요.”서대은은 눈빛이 사나워지더니 갑자기 공격을 시작했다.“젠장! 쟤 손에 칼이 있어!”누군가 소리쳤다. 서대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마스크 맨에게로 방향을 틀었다.그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점점 더 창백해지는 그의 얼굴은 전투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서대은은 미친 듯이 반격하며 누군가의 복부를 찔렀다.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상처를 감싸 쥔 채 도망쳤다.다들 서대은을 경계하면서도 여전히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혼자 남은 남학생을 노리고 있었다. 그가 방심한 순간, 뒤에서 그의 목을 조였다.“당장 항복해. 안 그러면 이놈을 죽일 거야.”순간, 서대은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마스크 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상대의 팔을 비틀더니 그의 목을 조이며 말했다.“죽여 봐. 한 명 더 죽일 때마다 형량도 더 늘어난다는 거 모르는 건 아니겠지?”마스크 맨이 상대의 팔을 꺾어버리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차가운 태도와 강렬한 존재감이 서대은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죽었다.도아
육청아는 대답이 없었고 총알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쿵.옷장 뒤에서 다시 소리가 나자 육청아의 신경이 다시 캐비닛에 쏠렸다.육청아가 카트에서 메스칼을 집어 들고 캐비닛 쪽으로 다가가자 순간 서대은은 갈등하기 시작했다.남학생이 발견하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게 되고 그와 남학생은 살아서 나가기 어려울 것이었다.그는 천천히 육청아의 뒤를 따르며 그녀를 공격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경계심이 강했고 캐비닛 뒤에 누가 있는지 바로 확인하지 않고 앞에 다가가 갑자기 어깨로 캐비닛을 밀었다.그녀의 충격에 캐비닛이 밀려 넘어갔고 그 틈새에 숨어 있던 남학생이 깔리면서 낮은 신음을 뱉어냈다.뭔가 낌새를 알아챈 육청아가 갑자기 몸을 돌려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서대은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팔꿈치가 메스칼에 찔려 살이 떨어져 나갔다.“감히 날 속이다니!”“난 모르는 일이에요! 나도 기절한 거 봤잖아요. 누군가 날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요!”육청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그에게 메스칼을 겨눴다.“그럼 순순히 따라와요. 내가 보스한테 당신이 결백하다는 걸 증명할게요!”“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걸 모를까 봐!”서대은은 육청아의 모함에 마지못해 저항하는 것처럼 육청아에게 달려들었다.두 사람의 몸싸움이 격렬해졌고 카트도 넘어지면서 수술 도구들이 와르르 떨어졌다.그 소리에 돌아온 왕눈이 급히 현장에 도착했다.“내가 말했지, 저놈이 배신자라고!”왕눈은 단검을 빼 들고 질세라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서대은은 신속하게 결판을 내고 놈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빠져나오려 했지만 왕눈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일부러 시간을 끌며 대치하고 있었다.그 틈을 타 육청아는 캐비닛을 밀어내고 그 뒤에 누워 있는 남학생을 발견했다.남학생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육청아는 그런 소년의 발목을 잡고 끌어냈다.“가만히 있지만 말고 좀 싸워 봐!”서대은이 소리쳤다.남학생은 처음엔 너무 놀라 멍하니 있었지만 그의 외침에 정
서대은은 문에 기대어 서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손을 들었다.사람의 그림자가 언뜻거리는 순간, 그는 재빨리 상대방의 얼굴을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제압당했다.남자는 잔근육을 가진 몸에 얼굴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눈빛은 매서운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이 사람은 육청아 일당이 아니야!’서대은이 물어보려던 찰나, 상대는 마취약이 묻힌 거즈로 그의 입을 막았다.거의 순식간에 서대은은 의식을 잃고 무너졌다.“함정이야! 빨리 돌아가!”사람들과 빠르게 다시 돌아온 육청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대은을 발로 툭툭 찼고 그제야 서대은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물건은요?”서대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 두 의사가 수상하다더니, 그들이 물건을 가져갔어요!”육청아가 이를 갈며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해!”사람들은 곧바로 나뉘어 각자 찾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주변에 없습니다!”논리상으로 그들은 차도 없고 몸을 가누지 못한 사람을 데리고 멀리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서대은이 단언했다.“방금 일어난 소동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거예요!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어!”육청아의 눈빛이 변하더니 천천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스캔했다.“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배신자는 이놈밖에 없어요!”바깥쪽을 맡고 있던 왕눈이 서대은을 지목하자 서대은은 코웃음 치며 받아쳤다.“난 오늘 처음이라고. 주소도 너희가 급하게 알려준 거고 내가 어떻게 정보를 넘겼다는 거야?!”왕눈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우리는 아가씨를 따른 지 오래되었다고! 너만 외부인이야!”“외부인이라고 해서 나를 의심한다고?”서대은도 질세라 육청아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들어오는 게 싫으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요.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서대은이 서둘러 다가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눈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수술칼을 사용해 한 번에 그들의 목을 치는 데 자신이 있었지만,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다.게다가 만약 그들이 소리라도 낸다면 그 소년과 함께 도망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유일한 방법은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군,’그는 겁먹은 척하며 수술대로 천천히 다가갔다.두 남자는 그저 눈앞의 소년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전에 유 선생이 몰래 각막을 떼서 팔았잖아. 그러고는 손 씻고 고향에 내려가 별장 짓고 산대.”“손을 씻은 건 알고 있어. 근데 그것도 누릴 복이 있어야 누리지...”“무슨 뜻이야? 혹시 유 선생이...”키 작은 남자가 목을 따는 제스처를 했다.키 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대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저거 보고 감시하라고 했겠어? 문지기가 말하길, 유 선생을 청아 누나가 직접 손본 거래!”쭈뼛쭈뼛 다가온 서대은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지만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 손이 계속 떨려서...”키 큰 남자가 다시 메스칼을 서대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도와줄게!”메스칼이 소년의 배로 향했다. 서대은의 손이 심하게 떨렸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칼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누군가가 창문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며 약병을 터뜨렸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다.“안 돼!”키 큰 남자가 급히 물러섰다.서대은도 물러서며 빠르게 메스칼을 몸에 숨겼다.“마취약은 아니겠지?”다른 사람들이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대은도 급히 옷으로 입을 가렸다.밖에서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 후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여기도 경찰한테 들킨 거야?”서대은이 놀란 척하며 눈을 크게 떴다.“연성 경찰들이 계속 잠입 수사를 하고 있다던데, 여기도 들킨 거 보면 정말인
경호원이 미간을 찡그리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자 도아린은 손을 흔들며 그를 안심시켰다.“선생님의 임무는 제 안전을 보호하는 거잖아요?”그리고 자신의 차 키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대신 차를 운전해 주세요. 가까이서 보호하는 게 더 안전할 거예요!”경호원은 운전기사와 눈짓을 주고받은 뒤, 도아린의 차로 향했고 운전기사는 돌아가서 보고하도록 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도아린이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며 물었다.“주호민입니다. 주 실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네. 주 실장님, 엠파이어 빌딩에 가 주세요. 육 대표님한테 감사의 뜻으로 뭔가 선물하고 싶어서요.”도아린이 손을 흔들며 그에게 차를 몰라고 했다.주호민은 차를 몰고 엠파이어 빌딩으로 향했고 도아린은 그동안 일북과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했다.이전 경험 덕분에 그녀는 그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북에게는 반드시 의심되는 장소를 찾으면 먼저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했다.[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전도 꼭 지켜야 해!]황금연휴가 다가오자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주호민은 도아린의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한 명품 매장에 들어간 도아린은 사이즈를 참고하려 주호민에게 대신 입어보라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자 도아린은 육하경과 체형이 비슷한 아무 남자에게 다가가 부탁했고 그녀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승낙했다.결국, 이 광경을 지켜본 주호민은 어쩔 수 없이 마네킹 역할을 했다.“이 색은 좀 어두워요. 다른 걸로 한 번 더 입어보세요.”“이 디자인은 너무 화려해요. 육 대표님한테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주 실장님 생각은요?”“이건 너무 올드한 것 같고...”과연 도아린이 진지하게 선물할 옷을 고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이걸로 할게요!”도아린이 손가락을 튕기며 직원에게 말했다.“이거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선물 받을 사람이 저 친구와 키는 비슷하지만 어깨
서대은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구역질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사람도 LY의 사람인가요?”“서은 씨 생각에는요?”“그런 것 같은데, 누구인가요? 청룡, 아니면 백호?”육청아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오늘 거래가 무사히 끝나면 그때 알려줄게요.”서대은이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육청아가 그를 살짝 밀며 재촉했다.그제야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창고로 향했다.창고 문 앞에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휴대폰 내놔.”서대은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기 전에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된 걸 확인한 후 문지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한편, 도아린은 육하경의 차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거의 연성 주변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그 차는 계속해서 일정 거리만큼 따라오고 있었다.육하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그 순간, 도아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앱 화면에는 메시지 알림은 없었지만 그녀는 직감으로 알았다.도아린은 급히 카페의 게시판을 열었다.[갓 태어난 지 16일 되는 송아지,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도아린의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역시 그런 거야. 잘못을 했다고 그냥 도망갈 서대은이 아니지.’그는 분명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부로 침투했을 것이다!‘송아지'는 남자를 뜻하고‘16일’은 아마도 피해자의 나이 16세를 뜻했다.전화번호는 일반적인 번호가 아니었고 규칙 없이 나열된 숫자들이었지만 도아린은 단번에 그 숫자가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위치 정보라는 걸 알아챘다.차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아직 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일북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대신 급히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다.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단축어를 설정해 두었지만 서대은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고민하던 중, 일북이 이해하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곧 사람을 데리고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하지만 도아린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차를 급히
“보스!”육청아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고 온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랫동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왜... 서대은이 들어오자 직접 온 것일 거야. 만약 오는 거래를 완수하지 못하면 나도 끝장날 텐데.’보스라는 남자는 키가 크고 흰색 롱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검은색 터틀넥을 받쳐 입고 있었다.적갈색의 살짝 웨이브 진 짧은 머리에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서대은에게로 향했고 마치 감마선처럼 그의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서대은은 저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남자는 외형만 보면 강재민과 닮아 있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살기와 냉혹함은 강재민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보스.”서대은도 따라서 불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육청아를 향해 물었다.“물건은?”“창고에 있습니다!”육청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부하가 지키고 있어서 절대로...”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육청아는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네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남자는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앞장서.”“예.”육청아가 남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그들은 ‘물건’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출고 전에 살균 소독 과정이 필요했다.이미 마른 체형의 그 소년이 깨끗이 씻긴 채 수술대 위에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다.남자는 천천히 다가가 곧 판매될 신선한 장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늘의 물건은 네가 직접 진행해.”보스라는 남자의 시선이 갑자기 서대은에게로 향했다.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제가 경험이 없어서요. 물건을 망칠까 봐 걱정됩니다.”“직접 꺼내라는 게 아니야. 옆에서 전 과정을 지켜보라는 거지.”남자는 짧게 말한 뒤돌아서 나갔다.서대은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따라 나갔다.그러다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