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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Author: 온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01 19:00:00
도유준은 겨우 1년 치 임대료를 냈는데 개업한 지 일주일 만에 관리비를 또 내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광고비, 행사비, 협찬비 등등 납부해야 할 비용이 한둘이 아니었다.

도정국의 이전 가게는 배건후의 도움으로 이러한 비용을 면제받았기에 그는 도정국이 즐겁게 돈을 세는 모습만 봤을 뿐, 자신이 가게를 열면 이렇게 많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더구나 엠파이어 빌딩은 연성의 고급 상업 지구라 각종 비용이 매우 높았다.

다른 가게들은 다 명품이나 비싼 것만 팔아서 가격도 높고 마진도 높았다.

하지만 자기는 케이크 가게라 마진도 낮은데 이것저것 다 내려니 남는 게 없었다.

“누나, 얘기 좀 해줘. 반년만 봐달라고. 막 개업해서 재료 사는 데도 돈 많이 드는데...”

도유준은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목이 쉴 정도로 애원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전화기 너머로 희미한 코골이 소리가 들렸다.

도유준은 전화를 끊고 욕설을 퍼부었다.

강홍련이 가게에서 나와 초조하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봐준대?”

“그 몹쓸 년은 나 망하는 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

도유준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

“내 가게가 돈만 벌면 아빠는 내 실력을 인정하고 도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나한테 물려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수중에 돈이 없잖아!”

도유준은 눈알을 굴리더니 말했다.

“엄마, 엄마 집 담보로 대출받아요!”

강홍련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20평의 작은 아파트는 도정국이 몰래 사준 것으로 그녀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자 도유준은 부추겼다.

“엄마, 도 씨 저택은 2층짜리 별장이에요. 안방 하나가 엄마 집보다 넓고 식사 준비며 빨래까지 가정부들이 다 해준다고요. 엄마도 오랫동안 밖에서 고생했으니 이제 돌아가 편하게 지내야죠.”

“네 아빠가 날 내쫓지는 않겠지.”

“잠깐만 머문다고 해요. 내 가게가 본전만 벌면 바로 집 찾아줄게요.”

도유준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본전을 언제 벌지는 결국 엄마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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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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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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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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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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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건후의 칼 같은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손보미를 위해 대역 자리를 얻으려고 할 때 성대호는 이미 도아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말을 했어야지!배건후의 시선에서 질책하는 의미가 너무 짙었던지라 묻지 않았어도 성대호가 스스로 대답했다.“내가 말했더라도 너는 빼앗아서 손보미한테 줬을 거잖아. 말을 했든 안 했든 똑같아! 네가 손보미와 다시 잘해볼 생각이라면 도아린이 먼저 이혼하겠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너는 말이 너무 많아.”육하경은 성대호를 밀었고 성대호는 불쾌하다는 듯 그를 째려보았다.“건후가 도아린이랑 이혼하더라도 너는 저 여자를 갖지 못해. 서로 친구인데 앞으로 만나면 얼마나 어색하겠어!”배건후의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은 빠르게 육하경을 훑었고 육하경은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내일 구청에 데려다줄게.”그래, 잘하는 짓이다! 모두 그가 이혼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만 같았다.“아!”배건후가 뒤로 돌았을 때 누군가가 부딪혀와서 그는 무의식 간에 상대방을 부축했다.“건후 씨, 왜 나를 안 기다려줘...”손보미가 돈을 지급하고 돌아왔을 때는 사람이 다 떠났기에 경찰서에 와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상처가 감염되면 열이 날 수 있다고 의사가 얘기했어. 이 약들은...”배건후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손보미는 빠르게 따라갔다.“건후 씨가 팔을 다쳤으니 내가 운전할게.”배건후는 그녀의 손에서 약을 건네받아 조수석에 던지고는 펑 하고 차 문을 닫았다.“...”차를 후진해서 나가려는데 손보미가 다시 앞을 막아섰다.“건후 씨, 팔에 상처가 있는데 운전하는 건 너무 위험해. 내가...”차는 빠르게 움직여서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봤어?”성대호는 계단에 서서 가소롭다는 듯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가질 수 없는 것들이 항상 최고인 거야. 손보미가 돌아서니 이제는 건후가 아쉬워하지 않잖아.”육하경은 그의 손에서 담배를 뺏어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시 돌려주었다. 그는 담배를 두 모금 피고는 말했다.“너는 건후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371화

    “대호 씨, 제 동생이 다친 건 당신 책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은 돈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고 여자애들을 한 번도 괴롭힌 적이 없이 깨끗한 게 좋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도 저기 들어가서 방우진과 함께 벌을 받게 할 거예요.”성대호는 퍼뜩 고개를 들었고 놀란 표정을 한 얼굴에서는 분노도 느껴졌다.성대호는 물론 비즈니스 업계에서 고위층의 사람들 아무나 데리고 와도 깨끗한 사람이 없었다.특히 성대호와 배건후의 관계가 이렇게나 좋은데 배건후와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대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성대호가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아도 앞에 내미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리고 여자 문제에서는 성대호 본인도 여자친구를 몇 명이나 사귀었는지 셀 수가 없다. 모두 그의 돈을 보고 접근한 여자들인데 각자 필요한 것만 얻는 것이지 어떻게 괴롭혔다고 할 수 있겠는가?“아린 씨, 동생의 간병인을 고를 때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건 당신이에요. 이제 와 사고가 생겼으니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려는 거예요?”“대호 씨가 혜진 씨한테 이렇게 하라고 부추긴 거잖아요?”도아린의 예쁜 얼굴이 엄숙해졌고 무척 공격적이었다.“...”성대호의 시선은 신속하게 배건후에게로 옮겨졌다.‘언제 말한 거야? 나를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려는 거야?’“온종일 고생했어. 돌아가서 쉬어.”배건후는 앞으로 가서 도아린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도아린은 빠르게 피했다.“건후 씨, 오늘 나 대신에 칼을 맞아줘서 고마워요. 치료비는 입금할게요. 내일 아침 8시에 구청으로 가서 이혼 절차를 진행하길 부탁해요.”육하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성대호는 차가운 비웃음을 터뜨렸다.“아린 씨, 허구한 날 이혼을 입에 올리고 있으면 재밌어요? 정말 이혼하고 싶다면 지유의 합의서를 쓸 때 왜 이 요구를 제기하지 않았어요?”그는 배건후의 얼굴이 굳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육하경이 말리는 것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아린 씨가 지유를 용서한 것도 건후와 다시 잘해보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 또 한 번의 거절   제370화

    도아린은 눈앞이 까매지면서 단단한 품속으로 안겼고 코끝에서는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비수는 남자의 팔을 찔렀고 남자는 작게 신음을 내고는 뒤돌아 안혜진을 걷어찼다.“아!”안혜진은 넘어졌고 경찰들은 그녀를 제압하고는 그녀의 몸에 다른 흉기가 더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경찰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도아린은 그제야 곁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배건후였다. 배건후도 돌아왔을 줄은 몰랐다.안혜진한테 이런 일을 저지르게 부추기게 한 사람을 생각하면 배건후가 돌아올 것도 예상 밖의 일은 아닌듯싶었다.“건후 씨! 당신 다쳤어!”손보미는 도아린을 밀어내고 배건후의 팔을 잡고는 마음 아파했다.“세상에, 피가 이렇게나 많이 흘렀어!”진경수가 도아린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그녀를 보고 웃어 보이고는 배건후에게 말했다.“가서 상처를 치료하세요. 저희는 경찰서에 가야 해서요.”“도아린, 당신 너무한 거 아니야? 건후 씨가 다쳤는데 어떻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도 없어! 이렇게 다른 남자랑 시시덕거리기나 하고 말이야!”손보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노려보았다.도아린이 비웃으며 말했다.“건후 씨는 당신이랑 다정하게 다닐 수 있으면서 나는 남자랑 시시덕거리면 안 되나?”말을 마친 그녀는 다정하게 진경수의 손을 잡았다.“우리 가요.”손보미는 두 사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녀는 진경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입었다는 것을 보아냈고 진경수는 외모로 보나 체격으로 보나 배건후보다 못한 점이 없었다.‘왜! 왜 도아린은 계속 좋은 남자를 꼬드길 수 있는 거야!”손보미는 따라가서 진경수의 앞을 막았다.“저 여자의 외모에 속지 말아요. 저 여자는 남편이 있는 여자예요. 저 여자랑 함께 있으면 당신은 평판이 나빠질 거예요!”“사돈 남 말 하시네. 그쪽은 아내가 있는 남자랑 붙어 다니면서 평판이 나빠지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아, 그쪽은 두렵지 않겠네요. 더 낮아질 평판도 없잖아요.”진경수는 도아린과 함께 차에 올랐다.“...”손보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

  • 또 한 번의 거절   제369화

    “네. 약속할게요.”도아린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는 저린 다리를 두드리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제 동생을 놓아주세요. 동생의 다리는 무리하면 안 됩니다.”안혜진은 몸을 일으키려다가 갑자기 과도로 도아린을 가리켰다.“오지 말아요! 저한테도 합의서를 주세요!”그녀의 눈에는 경계가 가득했고 도아린을 가리키는 게 소용이 없자 다시 도지현에게 칼을 댔다. 도아린은 침대 곁으로 가서 멈춰서서 가방에서 볼펜과 종이를 꺼내 들고 허리를 굽힌 채 간이테이블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안혜진은 그녀가 무엇을 쓰는지 안 보이지만 도지현을 놓아줄 수도 없어서 까치발을 들고 목을 쭉 빼 들고 쳐다보았다.안혜진은 몸을 앞으로 기대다가 창밖에서 비추는 눈이 부신 빛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지현을 끌고 다시 구석으로 숨었다.“나를 속였어! 나를 속였단 말이야! 맞은 편에 경찰이 있잖아. 당신은 날 죽일 생각이었어!”안혜진은 다시 이성을 놓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과도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도아린은 볼펜을 놓고 병실 문 앞으로 가서 밖에 대고 말했다.“맞은 편에 있는 사람들을 철수하세요.”경찰은 망설이다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안혜진은 소리를 지르면서 밖에서 얘기하는 지령을 못 들었고 도지현은 일어서지 못해 그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팔이 또 칼에 긁혔다.“그만 해요!”도아린은 호통을 쳐서 그녀의 울음소리를 멈추었고 작성한 합의서를 들어서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제 동생을 놔줘요!”안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보았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당신, 당신이 경찰한테 전화해!”“제가 그렇게 경찰을 함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요?”도아린은 문 앞으로 가서 현장에 있는 경찰 책임자를 불러 자신이 쓴 서류를 보여주었다. 그는 열심히 보고는 안혜진에게 말했다.“이 합의서는 유효합니다. 이 사건을 맡은 경찰서에 전해주겠습니다.”안혜진은 순간 힘이 풀렸다. 그녀가 허리를 숙이려던 때 도아린이 소리를 질

  • 또 한 번의 거절   제368화

    “혜진 씨! 저예요. 저 도아린이에요!”도아린은 문 앞에 서서 두 손을 들고 아무런 무기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도지현은 안혜진에게 잡힌 채 구석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바지에 오줌을 쌌다.그는 일부러 괜찮은 척 덤덤한 표정으로 있었지만, 도아린의 얼굴을 보자 순간적으로 감정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도아린이 걱정할까 봐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도 이러려던 게 아니에요!”안혜진은 울면서 소리쳤고 이미 이성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혜진 씨, 지현이가 혜진 씨가 만든 죽을 아주 좋아해요. 힘든 일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해요. 지현이가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상태가 아직 좋지 않아요...”도아린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두 걸음 정도 이동하자 안혜진은 미친 듯이 과도를 휘둘렀다.“오지 말아요! 오지 말라고요!”“알겠어요. 안 갈게요. 진정하세요!”도아린은 바로 멈추었다. 그녀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는데 맞은편의 빌딩에 창문이 열려있는 곳에서 반짝이는 점이 스쳐 지나간 것을 보았다. 아마 저격수일 것이다.안혜진과 도지현은 사각지대에 있어서 도아린은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안혜진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전에 도지현을 진심으로 보살펴주었기에 도아린은 그녀가 목숨을 잃는 건 원하지 않았다.도아린은 무릎을 꿇고 안혜진과 시선을 마주했다.“혜진 씨,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도울 겁니다.”안혜진은 울면서 얘기를 시작했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자신은 좋은 의도였고 딸을 불구덩이로 밀어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운명의 장난이라고 얘기하다가 또 자신이 편애하여 하느님이 자신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자신은 목숨을 내놓아서 속죄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결국, 도지현이 그녀에게 귀띔을 해주었다.“아주머니, 먼저 아들 얘기부터 하시죠.”안혜진은 흐느끼며 울음을 멈추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혜진 씨, 다 제 잘못입

  • 또 한 번의 거절   제367화

    진경수는 갑자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결혼하고 싶지 않아도 상관없긴 해. 진씨 가문은 너를 먹여 살릴 수 있어. 이 집에서 평생을 살아도 괜찮아.”“큰 형이 항상 굳은 얼굴이라고 달리 생각하지마. 표정이 없는 게 제일 좋은 거야. 만약 너한테 웃는 얼굴을 보인다면 그때는 조심해야 하는 거야.”진경수는 큰 형에 대한 불만을 봐주는 것 없이 다 털어놨다. 큰 형이 워커홀릭이고 강박증이 있다고 했다.사무실의 책상에 있는 볼펜조차 각도에 맞게 놓아야 하고 기사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옷을 입어야 했다.말을 마친 그는 일남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공감하라고 했지만, 일남은 감히 큰 도련님에 대해 뭐라고 하지는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항상 그랬어요?”“... 음.”진경수는 그녀를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도아린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랑 관계되는 일이에요?”진수혁은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을 바랬었다. 하여 둘째가 생겼을 때도 그는 기대를 가득 품고 있었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윤명희의 배에 대고 얘기를 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태어났을 때 자신과 똑같이 남자아이인 것을 보고 더 관심을 주지 않았다.이후 셋째를 가졌을 때 그는 또다시 기대에 부풀었고 자신의 용돈으로 여자아이의 옷이나 아기용품을 사기도 했었다.병원에서 의사가 여동생이 태어났다고 한 뒤로부터 진수혁은 여동생을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았고 진범준이 딸을 안고 싶어도 진수혁이 학교 가기를 기다려야 했다.그는 세상의 최고로 좋은 것들을 동생에게 주고 싶었다. 생후 1개월이 되는 연회 날에도 그는 여동생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진수혁은 집안의 맏이였기에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그의 학업에 관해 묻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바로 그 10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그는 여동생이 사라졌다는 것을 제일 먼저 발견하게 되었다.그 뒤로부터 진수혁은 감정 없는 로봇처럼 변해버렸다.그때 진경수는 어렸기에 큰 형만큼 슬퍼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계속 여동생을 찾으니 본

  • 또 한 번의 거절   제366화

    “건후 씨, 좀 남자답게 굴면 안 돼요?”“내가 남자인지 아닌지는 네가 잘 알고 있잖아!”배건후의 단단한 몸은 산처럼 도아린의 앞을 막고 있었다.그는 도아린을 비추는 모든 빛을 막았고 그림자는 도아린의 비웃는 표정도 삼켜버렸다.배건후의 몸에서는 연초와 박하 향이 섞인 냄새가 났다. 도아린은 예전에 이 냄새가 좋다고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역겹기 그지없었다.도아린은 갑자기 실소를 터뜨렸다.배건후는 손보미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출국한 후에 바로 자신과 결혼했고 손보미가 돌아오니 또 좋다고 그녀를 따라다녔다.자신과 결혼하고 나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았으면서 지금 이혼하려는 마당에 자신의 안전에 책임을 진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남자들은 왜 이렇게 멍청한 것일까. 손에 넣었을 때는 찌꺼기 대하듯 하더니 잃어버린 지금에 와서는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중히 대하고 있다.물론 배건후라면 그녀를 보물처럼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단지 이혼을 당하면 체면이 깎인다고 생각할 뿐이다.“건후 씨, 지금 인터넷에서는 손보미가 분명 자신이 불륜녀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륜을 저지른다고 욕먹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손보미 씨의 이미지를 위해서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내가 왜 그 사람을 도와줘야 해?”이게 지금 사람이 할 말인가, 손보미가 인터넷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더니 문제가 생긴 다음에는 모르는 체하고 있다.“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잖아요?”도아린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배건후는 굳은 얼굴로 부정했다.“그런 적 없어.”“당신 정말 답이 없는 쓰레기네요.”도아린은 이렇게 말하고 뒤돌아 떠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그녀를 당겨서 품에 안았다. 도아린은 순간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배건후, 당신 뭐 하는 거야!”“나는 네 남편이야!”“우리는 이혼했어!”“아직 이혼 절차 안 끝났어!”두 사람이 싸우려는 기미가 보이자 우정윤이 다급하게 말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365화

    “너한테 초대장을 보내지는 않았어. 요즘 네가 해남에서 바쁘게 보내고 있으니 너를 신경 쓰이게 하지 말라고 네 친구가 얘기하더라.”김지민은 이에 대해 해명하려고 했지만, 전화에서 여자가 남자한테 분유를 타 달라고 부탁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는 대충 한마디 건네고는 전화를 끊었다.김지민은 상대방에게 도아린이 말한 것처럼 그랬었는지 묻지는 않았지만, 아이의 1개월 축하파티만 놓고 봐도 손보미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아린은 병실로 돌아왔다. 주현정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려 하고 있었다.“제가 할게요.”그녀는 얼른 컵에 뜨거운 물을 받고는 적절한 물 온도 맞춰서 주현정에게 건넸다.“천천히 드세요.”“네가 수고가 많아.”“아니에요.”도아린이 밖에서 한 얘기들을 주현정은 다 듣고 있었다. 그녀는 도아린이 그것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다.이 사실들은 도아린이 배석준에게 질척거리는 것을 알게 된 후에 서대은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서대은은 대외적으로 드레스 디자이너지만 공개되지 않게 거대한 관계망을 운영하고 있었다. 만약 서대은이 도아린을 도와 종적을 감추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쉽게 지난 3년을 숨어서 살지 못했을 것이다.이런 것들을 도아린은 주현정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기에 그저 그녀에게 몸조리를 잘하라고 당부했다.주현정은 오후에 죽을 한 그릇 정도밖에 먹지 않았기에 허기가 느껴졌다. 도아린은 아래층에 편의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어 내려가서 오트밀을 사서 왔다. 돌아왔을 때는 병실에 두 사람이 와있었다.배건후와 금방 풀려난 배지유였다.배지유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도 새로 했고 진한 메이크업으로 눈 밑에 생긴 시퍼런 자국을 감췄다.보름 정도 안에 있다가 나온 그녀는 피골이 상접했다.“도아린! 여기가 어디라고 와. 꼭 그렇게 엄마의 화를 돋워야 속이 시원해?”배지유는 달려가서 도아린을 잡으려고 했지만, 배건후한테 손목이 잡혔다.“나랑 약속한 거 잊었어?”배건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

  • 또 한 번의 거절   제364화

    “회장님?”김지민은 병실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고 답이 없자 살며시 문을 열었다.주현정은 잠이 들었고 병실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김지민은 의아하게 문을 닫고는 핸드폰을 꺼내 배석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석준이 전화를 받지 않자 손보미에게 걸었다.“회장님께서 대표님이랑 있어?”“회장님은 병원에서 사모님을 돌보고 있잖아?”“아, 알겠어.”“왜 그래, 설마 멀쩡한 사람 하나 간수 못 하는 거야?”김지민은 손보미가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것을 듣기 싫어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돌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낮은 소리로 비웃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여자랑 한편이 되다니, 어디 팔려가도 좋다고 굽신거릴 모양이네.”퍼뜩 고개를 돌린 김지민은 도아린을 째려보았다.자신과 손보미 사이를 이간질하려 들다니, 어림없다.김지민은 계속 앞으로 갔고 도아린은 계속해서 말했다.“손보미가 주목받기 시작한 그 뮤비, 감독님이 원했던 배우는 당신이었어. 네가 얼굴을 비추는 걸 원치 않는다고 손보미가 감독님한테 얘기한 거야. 그러고 나서 손보미가 감독님의 비위를 맞춰주니까 따내게 된 거야.”“...”김지민은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녀가 금방 손보미의 업무를 맡았을 때 뮤직비디오 캐스팅을 접하게 되었는데 감독님은 이력서를 보지도 않고 동의했었다.그때 김지민은 손보미의 뒤에 있는 스폰서가 손을 쓴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 도아린이 언급하는 내용을 듣자니 촬영이 끝나고 나서 감독님이 아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았던 게 생각났다.보온통의 손잡이를 잡은 김지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도아린은 벽에 기대서 계속 말했다.“5년 동안 사귀고 갑자기 헤어졌던 너의 그 남자친구는 너를 항상 많이 사랑했어.”“허튼 소리하지 마!”김지민은 뒤돌아 소리쳤고 눈가에는 상처가 스쳤다. 그녀는 바로 웃음을 지으며 마치도 우스운 농담을 들은 것처럼 말했다.“도아린, 나랑 보미 사이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지어낸 이야기는 너무 터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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