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23화

Author: 온유
배석준은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돌아가서 아내와 상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지유의 상황을 말하자 주현정은 냉담하게 말했다.

“자업자득이지.”

“여보, 지유가 당신이 낳은 아이가 아니라면, 난 정말 다른 사람의 아이라고 의심했을 거야!”

배석준은 화가 나 얼굴이 붉어졌다.

“지유는 우리가 애지중지 키운 딸인데 어떻게 그렇게 냉정해!”

“아린도 다른 집 딸이에요.”

“하지만 아린은 괜찮잖아? 지유는 아린의 시누이인데 가족끼리 원수처럼 지낼 순 없지!”

배석준은 주현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

“지유도 거기서 일주일이나 있었잖아. 밥도 상한 거고 이불도 더럽고 냄새난다는데, 벌 충분히 받았어! 지유가 잘못했다고 했고 앞으로는 아린을 존중하고 다시는 안 그런다고 약속했어.”

주현정은 남편을 흘겨보며 물었다.

“진짜? 그렇게 말했어요?”

“정말이야! 내가 거짓말하겠어?”

배석준은 주현정의 손을 꽉 잡았다.

“여보, 지유가 사람을 괴롭힌 건 확실히 잘못한 거야. 우리 보상 차원에서 지유의 주식을 아린에게 나눠주는 건 어때? 또 사고 치면 모든 주식 압수하고 딸로 안 볼 거야!”

주현정은 생각하다가 동의했다.

“알겠어요. 오후에 아린이랑 같이 면회 갈게요.”

“그래그래!”

배석준은 기뻐했지만, 오후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어다.

배지유는 접견실에서 혼자 면회 온 도아린을 보자 애써 꾸며냈던 후회의 표정을 지우고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린아, 아빠가 너 시켜서 합의서 쓰러 왔지? 내가 누군지 잊지 마. 난 배씨 가문의 공주야. 우리 배씨 가문은 연성에서 으뜸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너 따위가 감히 나한테 덤비겠다? 주제 파악 좀 해! 싹싹 빌면 네가 우리 오빠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걸 봐주겠지만 안 그러면 나가는 순간 바로 오빠한테 이혼하라고 할 거야! 배씨 가문의 돈은 꿈도 꾸지 마!”

배지유는 소리를 지르느라 목이 말랐지만, 물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저 침을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빨리 절차 밟아! 나 집에 가서 씻고 옷 갈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또 한 번의 거절   제324화

    “도아린, 감히 나 엿 먹여!”배지유는 도아린의 휴대폰을 쳐냈다.그녀의 뒤에 서 있던 경찰관이 즉시 앞으로 나와 그녀를 제지했다.강제로 의자에 앉혀진 배지유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합의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이런 수작으로 엄마 아빠가 나를 미워하게 만들다니! 너 진짜 역겹고 뻔뻔해! 보미 언니가 너보다 백배는 나아! 우리 엄마가 눈이 멀어서 널 인정한 거지! 너 이 재수 없는 년이 와서 우리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놨어! 도아린, 너 벌 받을 거야!”“...”모든 영상을 본 배석준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당신이 아린을 시켜서 지유를 시험하게 한 거야?”“당신이 지유가 반성한다고 했잖아요.”주현정은 태연하게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당신도 지유가 자존심이 센 거 알잖아요. 내가 같이 들어가면 체면이 깎일 테니까 아린이랑 단둘이 만나게 한 건데 사과를 저렇게 할 줄은 몰랐어요.”“...”배석준은 할 말을 잃었다.그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배지유는 항상 그의 앞에서는 얌전하고 말을 잘 들었다. 가끔 투정을 부릴 때도 입을 삐죽거리는 정도였다.하지만 영상 속 배지유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고 눈빛은 악랄했으며 말은 험악했다.주현정은 찻잔을 내려놓고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약속 지켜요.”배석준은 서류를 집어 들고 보더니 탁자에 내던졌다.“지유의 주식 절반을 압수하겠다고?”“당신이 지유가 또 잘못하면 주식 다 압수하고 딸로 생각 안 한다고 했잖아요. 난 그저 절반만 압수한 건데요.”주현정은 비꼬듯 말했다.“그냥 해본 말이었어요?”“...”배석준은 서류를 노려보았다.주현정은 이미 서명했으니 그만 서명하면 배지유 주식의 절반은 도아린에게 넘어가게 된다.배건후는 모건 그룹의 경영권과 해외 회사를 갖고 있었고 주현정은 JS 픽처스를 가지고 있지만, 배지유는 모건 그룹의 주식 5%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마저 나눠야 한다고?“현정아, 아린이가 도대체 당신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지유

  • 또 한 번의 거절   제325화

    그런데 그는 왜 그녀에게 스타 대회의 신청서를 주는 걸까?설마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알아낸 걸까?도아린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자신의 다리를 꼬집었다.“아버지 어머니께서 이미 많은 도움을 주셨으니 더 이상 선물은 받을 수 없어요.”진경수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부모님의 호의는 받아들이면서 내 선물은 거절하는 건 나를 오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야?”“아니요!”도아린은 황급히 부인했다.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 저를 양녀로 삼아 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려요. 진씨 가문에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는 제가 사모님께 드린 은혜보다 훨씬 커요. 더 이상은...”진경수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봉투를 들고 가장자리를 톡톡 쳤다.“디자인 전공자들의 꿈은 스타 대회에 참가하는 거 아니야? 내가 잘못 알았나? 아니면 디자인 전공자인 네가 다른 꿈이라도 있는 거야?”도아린이 막 설명하려는 순간, 익숙한 인물이 명품 쇼핑백 두 개를 들고 맞은편 룸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룸 문이 열리는 순간, 그녀는 안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김지민은 문을 닫고 쇼핑백을 한쪽에 내려놓았다.“얼굴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어디 아프세요?”배석준은 굳은 얼굴로 옆자리를 툭툭 쳤다.김지민은 그의 옆 소파에 무릎을 꿇고 앉아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마사지했다.“오늘 지유 데리러 간다면서요? 두부라도 좀 사가세요. 액땜하는 의미로.”배석준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눈을 감고 즐겼다.“남인 너도 지유를 걱정하는데. 그 여자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지유는 학교에 있을 때가 많아서 늘 도아린이 주 대표님을 모셨으니 두 분이 가까운 건 당연하죠. 하지만 지유는 주 대표님의 친딸인데 어떤 엄마가 자식을 걱정하지 않겠어요.”김지민이 배석준 앞에서 꼭 주 대표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모님이라고 하면 배석준이 죄책감을 느낄까 봐서였다.배석준은 아까 그 영상 얘기를 김지민에게 말해주었다.김지민은

  • 또 한 번의 거절   제326화

    몇몇 웨이터들은 상황을 보고, 서둘러 ‘공손하게’ 도아린에게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도아린은 손보미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설마 김지민과 배석준이 함께 있는 건 그녀의 사주 때문이 아닐까?웨이터는 도아린이 꼼짝 않고 서 있는 것을 보고 직접 끌어내려고 했다.“명도 레스토랑은 손님을 이렇게 대하는 겁니까?”진경수의 요염한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며 위압적인 기세를 풍겼다.“점장님을 불러오세요.”점장은 소식을 듣고 달려왔고 진경수를 보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진경수의 눈짓에 그는 도아린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너무 경솔했습니다. 식사 분위기를 망쳐서 정말 죄송합니다.”몇몇 손님들은 손보미를 알아보고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쟤, 여리여리한 이미지 아니었어? 왜 저렇게 앙칼져?”“매니저 하나 없이 혼자 다니는 걸 보니 완전히 망했나 봐.”“송 감독의 사극 드라마에서도 쫓겨났대. 거짓말에 위선까지, 저런 사람이랑 같이 일하면 재수 없어진다니까!”“전엔 배 대표한테 붙어서 온갖 쇼를 다 하더니만, 결국 보니까 배 대표는 유부남이었잖아. 며칠 전 배씨 가문 사모님의 생일 파티에 부부가 함께 등장해서 불륜녀 망신 제대로 줬다잖아!”손보미는 분노로 온몸을 덜덜 떨면서 주변 사람들을 노려보고는 점장을 향해 쏘아붙였다.“저 여자한테 왜 사과해요? 룸에 함부로 들어와서 손님들 식사 방해한 건 저 여잔데!”손보미는 바닥의 깨진 병 조각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이것도 저 여자가 깬 거잖아요! 당장 안 쫓아내요?”점장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손님이 이 술병을 엎지른 걸 제가 직접 봤습니다.”명도 레스토랑은 확실히 손님의 사생활을 중시했다. 방의 방음이 매우 잘 되어 있어서, 입구가 시끄러운데도 방 안에서는 아무것도 몰랐다.손보미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그것도 저 여자가 나를 밀어서 내가 부딪힌 거예요!”방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는 속으로 김지민을 멍청이라고 욕했다. 데이트 장소도 제대로 못 고르다니.하지만

  • 또 한 번의 거절   제327화

    배석준은 룸에서 나와 도아린과 진경수를 흘겨보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지민은 손보미가 배석준을 따라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돌아가서 외투를 챙겨 뒤쫓아 갔다.“계산은 누가 하시나요?”웨이터가 김지민을 막아섰다.김지민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수 없이 먼저 계산을 했다.구경꾼들이 점차 흩어지고 도아린은 기분 나쁜 얼굴로 자리로 돌아왔다. 지난번 배석준의 술주정은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오늘처럼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 것은 주현정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저런 집구석, 왜 아직도 안 나왔어?”진경수가 갑자기 말했다.“...”도아린은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진경수는 다시 한번 스타 대회의 참가 신청서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네 멘토를 만났는데 그분은 네게 재능이 있다고 하시더라. 3년 동안 관련 일을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네 능력을 믿고 계셔. 대회까지 4일 남았어. 이번 기회를 놓치면 3년을 더 기다려야 해.”“...”도아린은 눈앞의 신청서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그녀를 친딸처럼 대해주었다.겉치레로 가방이나 장신구를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의 특기와 좋아하는 것을 알아보려고 했다.“전...”“조건이 있어.”진경수가 갑자기 말했다.“네가 참가한다면, 우리 티파니 주얼리의 이름으로 출전해야 해.”“티파니 주얼리요?”도아린은 놀란 눈으로 진경수를 쳐다보았다. 국내 최고 브랜드 보석이 진경수의 사업이었다니 뜻밖이었다.진경수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자, 일북과 일남은 진경수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둘째 도련님.”“어.”진경수의 요염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스로 가서 한 달 징계받도록.”일북, 일남: “알겠습니다!”도아린은 황급히 말렸다.“그들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진경수는 도아린에게 직접 차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차에 타도록 머리를 보호해준 후, 몸을 숙여 차 안으로 말했다.“경호원이

  • 또 한 번의 거절   제328화

    “대호 오빠, 나 이번 생은 망했어. 다음 생엔...오빠를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겠다. 오빠는 날 지켜주고 아무도 날 괴롭히지 못하게 해줄 거잖아...”배지유는 콧물 눈물범벅이 되어 엉엉 울었다.성대호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그런 말 마. 아직 살날이 얼만데... 내가 빌어서라도 합의서 받아낼게. 만약...”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네가 여기서 나가게 되면 내가 다른 도시로 데려가서 살게 해줄게. 어때?”“...”배지유의 울음이 뚝 그쳤다. “무슨 소리야?”“난 이미 네 오빠 회사 그만뒀어. 다른 데 가서 새 출발 하려고…. 나는 네가 연성에 남아있는 게 영 맘에 걸려. 나랑 같이 가면 내가 너 공주처럼 살게 해줄게.”배지유의 눈에 증오가 번뜩였다.그녀는 연성에서 나고 자랐고 친구와 인맥이 모두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왜 도아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성대호의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성씨 가문의 사업은 대부분 배씨 가문에 의존하고 있었다. 연성을 떠나 사업을 시작한다면 그 자신도 자리를 잡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그는 지금 그녀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었다.배지유는 속으로 매우 싫었지만 순진한 척 물었다.“하경 오빠도 가?”“...”성대호는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듯했다.그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배지유는 다시 한번 비수를 꽂았다.“내가 여기 들어온 후에 하경 오빠는 한 번도 나를 보러 오지 않았어. 다음엔 하경 오빠도 같이 데려올래?”“...”성대호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숙여 분노를 감췄다.“면회 시간 끝났습니다.”경찰관이 알려주었다.배지유는 안으로 끌려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난 하경 오빠가 보고 싶어! 꼭 데려와 줘...”...“나 2~3년 동안 자선 행사에 참석 안 했어.”주현정은 초대장을 도아린에게 건넸다.“네가 나 대신 가.”도아린이 배 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배석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배건후가 먼저 와 있었다.그는 왼쪽 손

  • 또 한 번의 거절   제329화

    “내가 지유에게 쇼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 화났어요?”도아린은 휴대폰을 집어넣고 일어섰다.“지유가 왜 그렇게 버릇없는지 알겠네요. 당신 같은 사람들이 뒤에서 봐주니까 그런 거잖아요.”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다 배건후의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들었다.“네가 참가 안 하면, 모건 그룹의 다른 사람을 찾을 거야.”“...”도아린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비아냥거렸다.“다른 사람? 설마 손보미를 말하는 거예요?”손보미는 그녀와 같은 전공이었지만 디자인이 너무 따분해서 연예계를 택한 것이었다.그녀는 현재 온갖 구설수에 휘말려 이미지 세탁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부정하지 않았다.“네가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잖아.”“내게 참가 여부를 묻는 건 그저 형식적인 절차일 뿐, 사실 손보미로 이미 정해져 있었잖아요.”도아린은 그를 비꼬듯 바라보며 말했다.“전에 받았던 선물도 손보미가 싫다고 해서 나한테 준 거였죠.”귤이 탁자 위에 던져지고 남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런 억지 부리지 마!”“흥, 내가 대회 나간다고 하면 손보미한테 뭐라 할 건데요?”배건후는 서류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탁자에 툭 던지며 말했다.“네가 가!”“...”도아린은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단지 배건후를 자극해서 그의 선택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그가 주저 없이 참가 신청서를 자신에게 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진심이에요?”배건후는 소파에 기대앉았다. 그의 깊은 눈에는 도아린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참가 신청서는 모건 그룹 직원 자격으로 제출해야 하니 내일 입사 절차를 밟도록 해.”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기 시작했다.“대회 주제는 장신구야. 어차피 네 특기 분야도 아니니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참가에 의의를 두면 돼.”그는 무언가를 더듬다가 도아린을 재빨리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짓자 다시 주머니를 뒤져 마침내 라이터를 찾아냈다.막 불을 붙이려는 순간, 주현정

  • 또 한 번의 거절   제330화

    만약 도아린의 손을 주현정이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틀림없이 그에게 따귀를 한 대 날렸을 것이다.도아린의 매서운 눈초리는 배건후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고 그는 비웃음을 흘리며 식탁으로 가 앉았다.“아빠는 안 들어오시나요?”“전화가 안 돼. 아마 지유 보러 갔을 거야.”주현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민정에게 도아린이 좋아하는 반찬을 그녀 앞에 놓도록 했다.도아린은 식탁 아래에서 배건후의 발을 찼다. 그는 마지못해 휴대폰을 꺼냈다.전화를 걸자마자, 현관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모두가 현관 쪽을 쳐다봤다.배석준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났다. 도아린이 있는 것을 보자 그는 마음속으로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주현정 앞에서 괜히 뭐라고 할까 봐 걱정했다.“회장님, 사모님께서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연근 갈비탕을 직접 끓이셨어요.”유민정이 냄비를 가지고 나오며 말했다. 그러고는 주인 자리에 수저를 차렸다.“저 사람은 바깥에서 이미 배불리 먹고 왔어. 우리끼리 먹자.”주현정은 유민정더러 도아린에게 먼저 한 그릇 떠 주라고 했다.배석준은 황급히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주인 자리에 앉았다.“오랜만에 성 대표를 만나 술 좀 마셨어.”그는 유민정에게서 국자를 받아 주현정에게 한 그릇 떠 주고 자신에게도 한 그릇 담았다.레스토랑을 나선 후 그들은 손보미가 소개한 한정식집으로 갔다. 그곳은 사생활 보호가 잘 되고 음식 맛도 좋았다.두 사람은 그에게 도아린이 얼마나 안하무인인지, 또 배건후 주변에 여자가 있는 꼴을 못 봐서 동생인 배지유마저 너무 가까이 지내는 것을 못 봐준다는 등 온갖 불평을 털어놓았다.그러니까 이번 '살인 사건'은 도아린이 파놓은 함정이었고 배지유가 그 함정에 빠지기만을 기다리며 그녀를 배씨 가문에서 쫓아내려 했던 것이었다.배석준은 비록 입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두 끼나 먹었기에 이미 배가 불렀다.하지만 주현정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그는 억지로 국을 모두 마셨다.주현정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번졌다.“너무 많이 드셨어요.

  • 또 한 번의 거절   제331화

    반면 주현정의 강압적인 태도는 그로 하여금 그녀 앞에서 늘 주눅 들고 수동적인 느낌을 받게 했다.잠깐 산책을 하던 주현정이 피곤하다고 하자 배석준도 이를 틈 타 얼른 들어가 쉬자고 했다.그들이 돌아왔을 때, 도아린은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주현정은 그녀의 손을 잡고 무언가 말하려다가 망설였고 결국엔 배건후의 재촉에 못 이겨 도아린에 마음 편히 대회에 참가하고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배건후는 도아린을 자신의 차에 태웠고 일북과 일남은 카이엔을 몰고 뒤따라왔다.“지현의 병실 밖에 있던 경호원들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했어.”배건후는 불쾌한 시선으로 룸미러를 흘끗 쳐다보았다.도지현의 병실 밖에 있던 경호원들은 육하경의 사람이고 도아린을 따라다니는 경호원들은 진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다들 그를 호구로 아는 건가?“네.”도아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배건후는 기분이 나빴다.그녀는 분명 자신의 의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대꾸하지 않는 것이었다.카이엔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왔다. 마치 떨쳐낼 수 없는 굴욕처럼.배건후가 입을 열려는 순간, 도아린이 먼저 말했다.“향낭 돌려주세요.”“아린아, 그만 좀 하지 그래?”“손도 그렇게 다쳤는데, 향낭을 가지고 있어 봐야 소용없잖아요.”도아린의 말은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는 알겠는데, 모두 합쳐놓으니 묘하게 이상했다.“버렸어!”배건후는 홧김에 말했다.“...”도아린은 입술을 깨물고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손을 다친 것이 업보였네.배건후는 그녀가 더 이상 향낭을 요구하지 않자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향낭을 꺼내 꽉 쥐었다.그날 밤 육하경을 찾아갔을 때 그는 발이 미끄러져 산골짜기로 굴러떨어졌다. 골짜기 바닥에는 돌조각과 마른 나뭇가지들이 널려 있었다.다행히 그는 마른 나뭇잎이 깔린 곳에 떨어져서 정신이 혼미해지긴 했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그가 일어섰을 때, 주머니에서 향낭이 떨어졌는데, 한쪽 실밥이 터져 안의 마른 향료가 드러났다.돌아온 후

Latest chapter

  • 또 한 번의 거절   제933화

    누군가는 사진 한 장을 들고 나타나 말했다.“도아린 곁에 있는 꽃미남이 사실 강재민이래.”과거, 두 사람이 함께 음악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적도 있다는 이야기였다.그 말에 또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소문은 꼬리를 물고 번져갔다.그러던 어느 날.도아린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 신인 배우가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올라왔다.사진 속엔, 두 사람의 머리가 맞닿은 채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그 한 장의 사진은 결국 배건후의 정체를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었고 그는 다시 한번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이번에도 역시 온갖 의심과 루머 그리고 비난이 따라붙었다.하지만 며칠 후, 연성 경찰청에서 공식 공지문이 게시되었다.바로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기 밀매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공지였다.공지문에는 고성만, 손보미, 자상훈 등이 인신매매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다 결국 장기 밀매까지 손을 뻗친 사실이 요약되어 있었고 그 수사에 협조한 익명의 자원자들에게 감사의 뜻도 함께 담겨 있었다.그 단 하나의 공지로, 여론은 완전히 반전됐다.정월 대보름, 해남엔 보기 드문 큰 눈이 내리고 있었다.도로는 차들로 가득 막혀 10분이 지나도 백 미터를 채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천천히 가. 우린 여기서 내려서 좀 걸을게.”도아린은 조수석 창문을 내리며 일북에게 말했다.그리고 배건후와 함께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까지 걷기로 했다.배건후는 우산을 펼쳐 도아린의 머리 위에 씌웠다.도아린은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은 외투 주머니 속에 꼭 쥐어져 있었다.“춥지 않아?”그가 우산을 더 그녀 쪽으로 기울였다.“안 추워요.”도아린은 입김을 내뿜으며 활짝 웃었다.발밑에서는 바삭거리는 눈이 소리를 냈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래전 기억이 스쳐 갔다.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시절.어느 회사 대표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눈밭에서 몇 시간을 버텼던 그날, 발이 얼어 서 있지도 못하고 결국 쪼그려 앉았던 그 순간

  • 또 한 번의 거절   제932화

    그 여자는 바로 그날 수상 레스토랑에서 진경수에게 벨트를 빌렸던 그 여자였다.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짧은 티셔츠와 청 반바지 대신 격식을 갖춘 정장 느낌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얘, 내 여동생. 그리고 이 사람은... 우리 제부.”진경수는 ‘제부’라는 단어에서 말끝을 흐렸다.여동생이 혼인신고까지 해놓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그건 진수혁도 마찬가지였다.“큰형님, 작은 형님.”배건후가 정중히 일어나 인사를 건넸고 도아린은 해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오빠들, 호칭 바꿨으니까 용돈 좀 주셔야죠?”“혼인신고도 우리 몰래 해놓고, 무슨 용돈이야?”진경수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배건후를 노려보다가 결국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도아린에게 내밀었다.“다시 내 동생 울리기만 해봐. 그땐 진짜 널 갈기갈기 찢어서 물고기 밥으로 줄 거야. 명심해.”“고마워요, 둘째 오빠!”도아린은 싱긋 웃으며 봉투를 받아들었고 이번엔 진수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진수혁 역시 말없이 봉투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도아린은 봉투를 슬쩍 비춰보며 속으로 웃었다.‘안 봐도 이건 수표네.’그녀는 배건후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더니 말했다.“이건 제가 따로 보관할게요.”“감사합니다, 우리 아내님.”“...”진씨 형제들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쯧쯧, 벌써 아내한테 잡혀 사네...’하지만 상대가 도아린이라면, 뭐… 그럴 만했다.“근데, 여기 두 분은?”도아린은 일부러 모르는 척 눈을 반짝이며 물었고 진수혁은 변슬기를 소파에 앉히며 담담히 말했다.“예전 동료야.”변슬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진경수가 옆에 있던 여자를 품 안으로 확 끌어당기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부모님 말씀대로 아린이 일도 정리됐겠다... 이젠 내 차례지. 그래서 나도 결혼했어.”도아린과 배건후는 동시에 진수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둘째 오빠를 좀 본받으세요. 뭐 하세요, 진짜.’“작은 올

  • 또 한 번의 거절   제931화

    “...”집사는 조용히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건후는 당연하다는 듯 도아린의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고 도아린은 그런 그를 집사에게 소개했다.“이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서재랑 아버지, 어머니, 큰오빠, 둘째 오빠 방만 빼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게 해주세요.”두 사람은 짐을 정리하자마자 곧장 외출에 나섰다.“앞에 있는 만둣가게, 진짜 맛있어요!”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도아린의 시선은 창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하던 진수혁에게 향했다.그 맞은편에는 변슬기가 앉아 있었고 다소 곤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설득 중이었다.“여긴 패스트푸드점이에요, 카페가 아니라고요. 여기서 일하시는 건 좀...”“카페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난 괜찮은데?”“그렇긴 해도 이렇게 계속 앉아 계시면 저희 가게 영업에 방해된다니까요!”그때 도아린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변슬기는 반가움에 벌떡 일어났다.“도 선생님! 대표님 좀 말려주세요!”그 말에 진수혁은 고개를 돌리며 태연하게 말했다.“밥은 먹었어? 여기 만두 꽤 괜찮더라.”도아린은 황당함에 헛웃음이 났다.‘사람을 회사에서 내쫓아 놓고선 정작 본인은 여기에 눌러앉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진짜.’막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배건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내가 말할게.”도아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변슬기와 함께 옆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그사이 배건후는 주머니에서 혼인관계증명서를 꺼내 진수혁 앞에 내려놓았다.“제가 이겼어요.”“...”진수혁은 조용히 종이를 펼쳐보고는 이를 악물었다.“너 이거 반칙 아냐?”“우린 내기했잖아요. 졌으면 인정해야죠.”“유럽 연수 그 자리, 잊지 말고 제 이름으로 신청해 주세요.”진수혁은 고개를 돌려 도아린을 바라보았고 마침 도아린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둘의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이 분위기 뭐야... 완전 닭살 돋게 하네.’그 순간, 배건후는 시선을 거두고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형님도 제가 예전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930화

    ‘정말로 배고픈 거야? 아니면 날 원하는 거지?’도아린은 배건후를 흘끗 쳐다보며 가위를 테이블 위에 놓고는 끌려가 밥을 먹었다.배건후의 요리 실력은 한층 더 늘어 있었고 맛뿐만 아니라 음식의 모양새도 훨씬 좋아졌다.“이제 영양식은 안 드세요?” 도아린은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 “전에 어떤 사람이 고기도 안 먹고 기름진 것도 안 먹고 오래된 것도 안 먹고 부드러운 것도 안 드셨잖아요!”배건후는 매운 닭 요리를 그녀 앞으로 밀어놓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때는 네 관심을 끌려고 그런 거야. 그리고 몸매가 망가져서 네가 싫어할까 봐 걱정도 됐고.”“그럼 이제는 몸매 망가지는 거 걱정 안 해요?”도아린은 고기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배건후는 가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원래 한 사람이 요리하면 다른 한 사람이 설거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건후는 도아린에게 설거지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그녀를 안아 위층으로 올라갔다.도아린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큰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배건후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녀를 삼켜버릴 듯한 눈빛을 보였지만 쉽게 다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도아린은 그가 마음속 어둠의 그림자와 싸우고 있음을 알았다.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안고 몸을 들어 올려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며 달랬다.“천천히 해도 돼요.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도아린의 위로는 곧 배건후에게 그대로 되돌아왔다.그의 이마에서 흐른 땀방울이 그녀의 흰 목 위로 떨어졌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그녀의 귀를 깨물었다. “도아린, 힘 빼... 너무 긴장했어...”도아린은 그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손가락은 그의 입에 물려 있었다. 그 후, 그녀는 머릿속이 멍해졌고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작은 배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재미를 본 배건후는 그녀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도아린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마치 어젯밤 온몸이 부서졌다가 다시 조립된 것처럼 사지가 말을 듣지 않았고 특히 허리

  • 또 한 번의 거절   제929화

    “배 대표님! 모든 자산을 도 대표님께 넘기신 것은 이전에 하신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셔서인가요? 손보미 씨가 형을 선고받았다고 들었는데 손보미 씨를 꺼내줄 계획이 있으신가요?”배건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기자들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인터뷰의 주제는 챔피언십 선수들의 숙식 안전입니다.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습니다.”기자들이 더 질문하려 하자 도아린이 배건후의 손을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숙식 문제에 대한 더 나은 제안이 있다면 제안서를 작성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수한 의견을 채택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제공할 예정입니다.”도아린은 카메라를 향해 당당하고 품위 있게 말했고 입가의 미소를 살짝 거두며 한층 위엄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제 개인적인 문제로 여러분의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배건후 씨에 대해서는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배건후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쳤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도아린이 배건후에 대해 말하려 하자 기자들은 앞다투어 마이크를 내밀었다.도아린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배건후 씨는 여태까지 운영부의 팀장이었지만 오늘부터는 한경 그룹의 특별 자문입니다. 이후의 직책은 배건후씨의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도아린의 시선은 배건후가 도아린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를 거냐고 묻던 기자를 향했다.“과학 연구자, 의학 전문가, 스포츠 선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습니다. 여성을 존경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모욕해서는 안 됩니다.”그러자 그 기자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갔다.다른 기자들도 더 이상 질문을 할 기세를 잃었고 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고유리를 보며 말했다.“기자분들 고생 많으셨으니 저녁 식사 후 차량을 준비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고유리는 기자들을 데리고 나가며 각자에게 돈 봉투를 나눠 주었다.그들은 어떤 내용을 발표할 수 있고

  • 또 한 번의 거절   제928화

    “뭐라도 먹고 가자.”배건후는 구운 닭 날개는 도아린에게 건네주고 주현정에게는 구운 식빵을 건네주었다.주현정은 빵을 받아 들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천천히 이야기 나누렴. 나는 물 좀 마시러 들어갈게.”도아린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배건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서 멈췄다.두 사람은 강가의 평평한 돌 위에 앉았다.“엄마는 진짜 다 내려놓으신 걸까요?”“적어도 시작은 하신 거지. 앞으로 진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와 함께 여행 다니면 점차 나아질 거야.”배건후는 핸드폰을 꺼내고는 방금 구 경관이 보내온 사진을 열었다.“남궁유민, 즉 고성만이야. 경찰이 고성만의 집을 수색할 때 이걸 발견했어.”도아린은 마지막 닭 날개를 입에 넣고 꼬챙이를 배건후에게 건네며 핸드폰을 받아서들었다.화면 속 사진에는 루비 목걸이가 찍혀 있었다.배건후가 큰돈을 들여 샀던 화려한 디자인의 목걸이지만 전에 잃어버렸던 목걸이였다.도아린은 배건후를 바라보며 말하려 했지만 입안은 닭 날개로 가득 차있어 눈만 깜빡였다.“내가 전에 너한테 줬던 그 목걸이야. 배지유가 몰래 차다가 잃어버렸던 거.”도아린의 입은 마치 발골 기계 같았다. 닭 날개가 입에 들어갔다 나올 때면 뼈만 남았다.도아린은 손바닥에 뼈를 뱉고는 차분하게 말했다.“배지유가 어떤 남자와 잤고 그 사람이 계속해서 그녀를 영상으로 협박했어요. 그 장본인이 바로 고성만이라구요!”“...”이번에는 배건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성만이 배지유를 협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걸이를 철저히 숨겨놓고 분해해서 이미 팔아버렸을 거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걸 집에 보관해 놓았을 줄은 몰랐어.”그것은 고성만이 자신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보험이었다.궁지에 몰리게 되면 목걸이를 분해해 팔고 다른 도시로 가서 새 삶을 살 계획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체포당하고 말았다.다음 날, 도아린은 연성으로 돌아갔다. 배건후가 신청한 챔피언십 대회 접대 임무가 승인되었기 때문이다.진수혁 역시 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7화

    그는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자고충이 하나가 될 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거야. 앞으로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을 거야.”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다면 그 고통으로 인해 결국 죽게 될 것이다.도아린은 배건후의 머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들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고 애썼다.배건후는 그녀의 품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어서 너에게 혼수로 바칠게. 네가 나를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나는 너를 평생 지켜줄 거야.”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져 남자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그렇게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빛이 어두워질 때까지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돌아가자.”배건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고 다리를 움직이며 불편했던 자세를 바꿨다.“이 근처에 야생 동물은 없지만 해가 지면 안전하지 않아.”도아린은 처음에는 감정에 휩싸여 배건후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가 몸을 움직이자 그녀는 즉시 이상함을 느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돌아갈 때 건후 씨 몸이 불편하니까 제가 태워드릴게요. 그리고 내리막길이라 힘도 덜 들 거예요.”“알았어. 네 말 들을게.”자전거 핸들이 비뚤어져 있었지만 배건후는 두 다리로 바퀴를 단단히 고정한 후 힘껏 돌려 단숨에 바로 고쳤다.도아린이 자전거 앞좌석에 타고 배건후는 그녀 뒤에 앉았다.그는 얼굴을 그녀의 등에 기댄 채 내리막에서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긴 다리를 쭉 뻗어 마찰력을 늘리며 조절했다.그들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수혁과 변슬기도 막 돌아오고 있었다.변슬기는 도아린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도아린은 그들이 뭔가 진전이 있을 줄 알고 가서 물어보려 했지만 배건후가 붙잡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 머리 위에서 붉은 잎 하나를 떼어냈다.“...”변슬기와 진수혁이 설마 자신과 배건후가 야외에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배건후는 오직 도아린에게만 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6화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도아린은 그의 눈동자 속에 가득한 붉게 물든 단풍잎과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마음속 깊이 즐거워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깊고 그윽한 눈이 가늘게 감기며 그 속에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듯했다.‘그래, 이거지!’그녀는 올해 겨우 25살이었다.어린 시절 양부모 곁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장애를 겪은 후 식물인간이 된 동생을 돌보며 결혼 생활에서는 남편의 감정적 학대 속에서 버텨야 했다.그녀는 너무도 많은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이게 맞는 일이다.그녀는 웃어야 한다. 크게 소리 내어 마음껏 웃어야 한다.고작 25살에 불과한 그녀가 이토록 많고 무거운 책임과 압박을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눈앞 여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고 배건후의 심장도 저릿해 왔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거친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스쳤고 천천히 그녀의 눈꼬리를 눌렀다.“웃어. 앞으로 나쁜 감정들은 전부 나한테 넘겨. 내 앞에서는 일부러 강한 척 버틸 필요도 없어. 속상하면 때리고 욕해도 돼. 대신에 절대 자신을 괴롭히지 마.”도아린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 뒤돌아 눈물을 닦으려 했다.그 순간 힘센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특유의 나무 향기가 그녀를 감쌌고낮고 깊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여태까지 내가 나쁜 놈이었어. 미안해. 앞으로는 모든 일을 너와 상의할게.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을 거고 네가 속상해할 일도 만들지 않을 거야.”도아린은 팔꿈치로 그를 툭 쳤다.“입만 살아서!”배건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운 뒤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도아린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지도 못했잖아요. 그리고 저도 아직...”이후의 말은 더 이상할 수 없었다.배건후가 상자를 열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청혼의 반지가 아니었다.작고 빨간 벌레가 들어 있었는데 다리가 없고 온몸이 부드러웠으며

  • 또 한 번의 거절   제925화

    변슬기는 바쁜 듯 뒤돌아보며 기대와 불안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진수혁은 흔쾌히 대답했다. 이미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배건후는 세 사람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빌라에는 자전거가 두 대 있었는데, 도아린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일부러 다른 자전거의 페달을 떼어 놓았던 것이다. 도아린은 자전거를 보고 그에게 너 정말 얄밉다'는 눈빛을 보내며 빨리 고치라고 신호를 보냈다. 자전거를 고치고 네 사람은 문밖으로 나갔다. "꽉 잡아."배건후는 도아린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자 힘껏 페달을 밟았고, 자전거는 비탈길을 미끄러져 작은 길로 향했다.변슬기는 진수혁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자전거 뒤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수혁은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저, 제가 밀어드릴까요...거의 정상에 도착하면, 그때 저를 밀어주세요."라고 제안했다. 진 대표님의 속도로는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할지 내기는커녕,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수혁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거의 넘어질 뻔했고, 황급히 남자의 허리를 붙잡았다. 자전거는 갑자기 비틀거리지 않았고, 속도도 빨라졌다. 변슬기: "..."배건후는 도아린을 태우고 산길을 누볐고, 도아린은 뒤쪽 페달을 밟으며 일어섰다.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짧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렸다. "산속 공기가 도시보다 훨씬 좋네요. 매연 냄새도 없고, 에어컨 냄새도 안 나고." 배건후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 "어제 비가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당신도 비 온 뒤 흙냄새 좋아해요?" 도아린은 배건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귓가에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요! 비 온 뒤 흙과 풀이 섞인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배건후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아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깨달았다. 배건후가 말한 것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욱 환한 미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