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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Author: 영하
강현은 신아를 품에 안은 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바로 그 순간, 윤슬의 어깨와 남자의 팔이 스치며 강하게 밀쳐졌다.

순간 중심을 잃은 윤슬은 문틀에 그대로 몸을 부딪쳤다.

그리고 발등과 종아리에서 올라오는 날카로운 통증에 본능적으로 문을 움켜잡았다.

‘젠장, 또 이래야 해?’

홀 안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누군가는 피식 웃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딱 봐도 안쓰럽거나 불쌍해서가 아니라, ‘꼴사납다’는 표정이었다.

‘이제는... 저런 눈길조차 익숙해.’

윤슬은 묵묵히 고개를 돌렸다. 벽을 짚은 채, 절뚝이며 조용히 자리를 떴다.

...

병원 응급실.

윤슬이 접수처에 서 있자 간호사가 다가왔다.

윤슬의 발을 본 간호사는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

의료진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화상 부위는 심각했다.

가장 큰 물집은 만두 크기로 부풀어 있었고, 주변엔 크고 작은 물집들이 빽빽하게 번져 있었다.

“세상에... 이건 거의 2도 화상이잖아요. 언제부터 이렇게 둔 거예요?”

윤슬은 이를 꽉 깨문 채 말이 없었다. 입 안까지 번진 통증에, 볼 근육까지 굳어져 있었다.

치료실에 앉자 간호사는 소독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까도 어떤 여자분이 화상 때문에 왔는데...남자 친구가 난리더라고요. 과장님을 꼭 봬야 한다고 우기면서 막 뛰어다니고 울고불고 난리였어요. 근데 정말 별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빨간 점 몇 개였다니까요?”

윤슬은 간호사의 말을 듣고, 마음속에서 뭔가 서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그 몇 군데 빨갛게 된 거 보겠다고, 그 사람 품에 안겨 온 여자... 안 봐도 한신아겠지.’

간호사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남자 친구가 울고불고하며 데려왔다고.

그 말 한마디에 윤슬은 더 물어보지 않아도 뻔히 알 것 같았다.

‘그래... 부강현은 그런 사람이었구나. 다른 여자가 다쳤을 땐 그렇게 난리를 부리더니... 난 여기 혼자 와도 아무런 반응도 안 보였으니까.”

심지어 간호사의 말투에는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조차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간호사 눈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였겠지. 이제 와서 내가 뭐라고 한들, 웃긴 사람이 되는 건 나일 뿐일 거야.’

간호사는 말을 이었다.

“그 여자가 환자분만큼 다쳤으면... 아마 그 남자, 병원 통째로 뒤집었을걸요?”

‘맞아, 한신아가 이렇게 다쳤다면, 응급실에 교수부터 정형외과 과장까지 줄을 세워뒀겠지.’

윤슬은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

자기 발등.

투명하게 부풀어 오른 물집들이 마치 터지기 직전의 작은 풍선처럼 달려 있었다.

가장 큰 건 거의 만두만 했고, 나머지 자잘한 물집들은 진주 알갱이처럼 발 전체에 퍼져 있었다.

‘같은 화상인데, 한신아는 보호까지 받아서 품에 안겨 오고, 나는... 혼자, 울지도 못하고 약을 발라야 하네.’

‘확연한 차별이야. 이 정도면 그냥... 등급이 다른 사람인 건가 봐.’

이때,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 화면이 깜빡였다.

윤슬은 무심히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발신자는 강현이었다.

‘지금쯤 신아랑 있을 텐데, 갑자기 왜?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윤슬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핸드폰을 조용히 엎어 놓으며, 시선을 피했다.

이때, 간호사가 윤슬의 발을 살폈다.

가장 크게 부풀어 오른 물집은 직접 바늘로 터뜨려야 했다.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준비하던 순간, 치료실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성큼 들어왔다.

그 귀에 익은 목소리가 공간을 찔렀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윤슬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강현과 눈이 마주쳤다.

차가운 눈빛과 맞닿은 순간, 속이 한 번 철렁 내려앉았다.

‘또 시작이네...’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어.”

짧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윤슬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대화 자체가 피곤할 뿐이었다.

강현은 윤슬 옆에 놓인 엎어진 핸드폰을 보고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간호사의 시선이 강현에게 향했다.

아까 그 난리였던 남자... 신아를 안고 병원 뛰어다녔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보호자세요?”

간호사의 물음에 강현이 대답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또렷하고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슬이는 괜찮아?”

신아였다.

그 소리에 강현의 입에서 막 나오려던 두 글자... ‘남편’이라는 말이 목에 걸려 끝내 나오지 못했다.

그는 입술만 한 번 움직였을 뿐, 말을 뱉지는 않았다.

윤슬은 그 미세한 침묵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 잠깐의 망설임, 그 지독하게 확신 없는 태도.

‘봐, 네가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한신아 앞에서는 말도 못 하잖아.’

윤슬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강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표정 하나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우린 아무 사이 아니에요.”

정적이 흘렀다.

그 말이 칼처럼 박혔는지, 강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이젠 나도 좀 지쳤어. 이쯤에서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강현은 그 말에 더더욱 냉정해지지 못했다.

윤슬의 무표정한 얼굴, 차가운 눈빛이 왜 이렇게 거슬리는 건지... 그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제 아내예요.”

강현은 이를 악물듯 말했다.

“결혼하겠다고 한 건 너였잖아. 근데 왜 지금 와서 다른 사람 앞에서 아닌 척을 해?”

남자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분명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

윤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말 속에 담긴 ‘가해자 코스프레’가 웃기기까지 했다.

‘그래, 끝까지 나만 이상한 사람 만들겠다는 거지.’

윤슬은 강현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의아함과 함께, 입꼬리에 엷은 비웃음이 스쳤다.

‘당황한 것도, 말을 꺼내지 못한 것도 너였잖아. 난 그냥 네 망설임을 덜어준 것뿐이야.’

‘부정하려 했던 사람은 결국 너 아닌가?’

뒤쪽에서 강현의 ‘아내’라는 말이 터져나오자 신아의 얼굴이 굳었다.

이어서 눈빛이 잠시 멈칫한 뒤, 이내 서늘하고 어두운 감정이 눈가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 시선이 날카롭게 윤슬을 스쳤고, 길게 뻗은 붉은 젤네일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손을 움켜쥐었다.

간호사는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을 감지한 듯,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들을 훑어봤다.

그리고 상황을 정리한 뒤, 차갑고 직설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치료 중이니, 보호자분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보호자...”

강현은 그 단어에 미간을 찌푸렸다. 입을 열려던 찰나, 간호사가 몸을 살짝 옆으로 틀며 윤슬의 발을 드러냈다.

그제야 강현의 시선이 정확히 그곳을 가로질렀다.

붉게 달아오른 발등 위, 도저히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물집이 투명하게 부풀어 있었다.

‘저게... 뭐야?!’

강현의 가슴이 묘하게 당겨왔다.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려던 순간, 강현은 자신도 모르게 신아가 들어오려던 것을 막아섰다.

그러고는 문 가장자리에 몸을 기대 더는 빛을 가리지 않게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떠나지 않고,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강현의 시선은 오직 윤슬의 발에 닿아 있었다.

작고 마른 발, 붉게 번진 화상 자국 위에 크고 작은 물집이 촘촘하게 올라와 있었다.

간호사가 바늘로 조심스레 물집 하나를 찔렀다.

조직액이 흘러나오자 살짝 들썩이는 윤슬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저렇게 말랐었나? 저렇게 작고, 약해 보였던가?’

소윤슬, 그 이름을 떠올리며 강현은 머릿속이 뒤엉켰다.

그녀는 부태기 회장의 강요로 억지로 끼워 넣어진 결혼 상대.

그저 명분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존재였다.

2년 동안 윤슬은 집 안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었고, 강현은 단 한 번도 그 존재를 ‘무너질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윤슬의 상처 난 다리를 보며, 강현은 묘한 불편함과 낯섦을 느꼈다.

심지어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 어딘가를 뚫고 들어왔다.

“당분간 신발은 신지 마시고요. 걸음도 최소화하세요. 약은 하루 세 번, 꼭 챙겨 바르셔야 해요.”

간호사는 마지막 물집을 정리하며 말했다.

강현의 손이 슬쩍 떨렸다.

‘그렇게 아팠는데, 여태 말도 안 하고 혼자 감당했던 거야?’

윤슬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발등에 퍼진 통증은 예상보다 훨씬 날카로웠고, 걸음을 딛는 순간 전신이 떨리듯 흔들렸다.

‘이건... 그냥 못 걷는 수준인데...’

바로 그때였다. 강현이 한걸음에 다가와 말도 없이 허리를 숙이더니 윤슬을 번쩍 안아 올렸다.

윤슬은 몸이 붕 뜨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남자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그러다 곧 정신이 돌아와 당황한 듯 손을 치우며 말했다.

“내려놔.”

윤슬은 힘없이 말했다.

강현은 짧게 대꾸했다.

“잘 안 잡아서 떨어져도 난 몰라.”

그 말에 윤슬은 다시 그의 목을 감듯 손을 얹었다.

강현은 반쯤 안은 자세에서 한 손을 빼 윤슬의 핸드폰과 병원 슬리퍼를 집었다.

윤슬은 조용히 남자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각진 턱선, 무표정한 얼굴, 늘 보던 얼굴인데 지금은 어쩐지 낯설었다.

‘이건 걱정도 아니고, 애정은 더더욱 아니야. 그냥, 상처를 보고 느낀 일시적인 죄책감이랄까...’

‘그게 아니면... 부태기 회장 귀에 들어갈까 봐, 형식적으로 맞춰주는 체면 챙기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윤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감정의 실랑이를 벌이기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 있었다.

문을 나서는 순간, 신아가 문가에 서 있었다.

이미 모든 걸 본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윤슬아, 괜찮아? 많이 아프지...”

윤슬은 신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가운 눈빛만 스치듯 던지고, 입을 열지 않았다.

‘또 시작이네. 따뜻한 척하는 저 연극...’

‘오늘은 단 1초도 쟤를 상대해 주고 싶지 않아.’

신아가 무안해질 틈도 없이, 강현이 대신 말을 이었다.

“신아야, 윤슬이 발을 심하게 데여서 혼자 걷긴 힘들어. 내가 좀 도와야 해.”

신아는 잠깐 눈을 깜빡이더니, 곧바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 안 해도 돼. 윤슬이는 네 아내잖아. 아픈 아내를 안아주는 건 당연하지.”

‘그래,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론 이를 갈고 있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윤슬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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