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통틀어 10장뿐이라니!”“자산이 2,000억이 넘는 사람도 소유할 자격이 없다고 했어!”겁을 먹고 오줌을 지린 여성은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오줌을 지렸다. 정신을 완전히 놓은 듯 보였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저러한 차림새에 머리도 헝클어져 거지 같아 보이는 청년에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을 수 있을까?그녀는 대뜸 고개를 들더니 은행장에게 말했다.“잘못 아신 것 아니에요? 저 카드가 가짜일 수도 있잖아요? 어쩌면 그냥 비슷하게 생긴 걸지도 모르죠. 저런 꼴을 한 사람이 저런 카드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럴 자격이 있을 것 같아요?”이태호는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자격이 없다고요? 그러면 당신은 자격이 있나요?”이태호의 싸움 실력을 상기한 여자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정할 수 없었다.은행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이 카드는 저도 우연히 한 번 본 게 답니다. 얼마나 심심하면 가짜를 만들어 절 속이려 하겠습니까?”말을 마친 뒤 그는 잘 보이려는 듯이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이태호에게 미소를 지었다.“고객님, 제가 직접 고객님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도 되겠습니까? 앞으로 무슨 일 있으시다면 절 찾아 주십시오!”사실 은행장도 그 카드가 가짜는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도박할 수 없었다. 도박에서 지고 이러한 인물에게 밉보이게 된다면 아마 은행에서 잘릴 것이다.그리고 가짜일 리 없었다. 정말 가짜라면 업무를 처리할 때 곧바로 가짜라는 것이 티가 날 것이고 그때 다시 태도를 달리 해도 늦지 않았다.“중요한 건 이 카드 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저도 모른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준 건데 그냥 잔액 좀 확인해볼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제 전화번호를 연동시켜 거래내용통지 서비스를 신청할 생각이에요. 그렇게 하면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겠죠!”이태호가 덤덤히 한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저 카드 가짜가 틀림없어요. 어떤 사람이 저런
잠깐 고민하던 이태호는 결국 문 앞에서 서서 가볍게 노크했다.“누구세요?”예쁜 여자는 노크 소리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문 앞에 섰다.그녀는 사색에 잠긴 얼굴로 이태호를 자세히 살폈다.“안녕하세요, 누구시죠?”이태호는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흠집이라고는 전혀 없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하하, 절 찾으러 오신 건 그쪽이잖아요? 누구냐니, 그 질문은 제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상대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녀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놓으며 팔짱을 둘렀고 미소 짓는 얼굴은 아주 아름다웠다.이태호는 미간을 구겼다.“아, 전 이태호입니다. 당신이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왜 저희 부모님을 도와주고 계시는지도요. 제 친구라면서 매달 저희 부모님께 돈을 보내셨더군요. 전 당신 같은 친구가 기억에 없는데 말이죠!”이태호는 눈앞의 여자가 어쩐지 눈에 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도저히 상대방이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물어볼 셈이었다. 어쩌면 고등학교 동창일지도 몰랐다.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해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정상이었으니 말이다.눈앞의 미인은 자신의 눈앞에 선 남자가 자신을 이태호라고 소개하자 순식간에 미소가 굳었다.그녀의 눈빛에서 약간의 노여움이 보였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갛게 되었고 눈물이 당장이라도 넘쳐흐를 것 같았다.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다시 눈을 떴다.그녀는 이태호를 뒤로 살짝 밀치면서 문을 나섰고 집 안에 있는 은재에게 말했다.“은재야, 엄마 잠깐 볼일 있어. 이 아저씨랑 얘기 좀 나눠야겠어!”말을 마친 뒤 그녀는 방문을 닫았다.“저희 아는 사이인가요?”여자의 반응에 이태호는 어리둥절해졌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언제 그녀를 만났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가 왜 자신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하하, 이렇게 일찍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난 그래도 5년 뒤에나 나올 줄 알았는데!”여자는
“장재원?”이태호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기분이 언짢았지만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너희들 이게 무슨 상황이야?”김지영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모르겠어? 우리 두 사람 결혼했어. 졸업한 지 얼마 안 돼 결혼했어. 네가 결혼식에 오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해해줄게. 넌 그때 감옥에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거야.”이태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두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말투에서 더 없는 우월감이 드러났다. 학창시절 때 이태호가 너무 훌륭했고 학생회 회장이었기 때문이다.“이태호,어디 가려던 참이야?”장재원이 또 물었다.“원주 호텔에 가려고!”이태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그래? 너도 정희주의 결혼식에 가는 거야? 타, 가는 길에 태워줄게.”장재원이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 옷이 조금 낡긴 했지만 난 별로 신경 안 써, 너도 아우디를 타는 기분을 좀 느껴봐.”“아우디를 타는 기분?”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게 웃더니 차에 올라탔다.“그러고 보니 아우디를 못 타 봤네, 가죽으로 만든 의자 맞아?”이태호는 말하면서 뒷좌석을 만졌다.“부드럽긴 하군.”“후훗, 세상 물정 모르는 자식, 이 차는 최고급 사양이야, 몇천 만 원씩이나 한다고.”장재원은 운전하며 으쓱해했다.“너 왜 계속 만져? 그러다가 고장 내면 물어줄 수 있겠어?”이태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도 난 헬기를 타는 느낌이 더 좋아. 이번에도 헬기를 타고 왔거든.”“쿨럭!”앞에 앉은 김지영이 물을 마시다가 이태호의 말에 사레가 걸렸다. 그녀는 병마개를 닫고 고개를 돌렸다.“농담도 참, 너 따위가 헬기를 타고 다닌다고? 하하, 너 참 유머러스하구나.”말을 마친 그녀는 또 이태호를 훑어보며 말했다.“태호야, 너 이 옷과 바지가 대학교 때 입고 다니던 거지? 왜 아직도 입고 다니는 거야? 이젠 안 맞지 않아? 참, 머리는 방금 손질했나 봐?”장재원이 말했다.“원주 호텔은 여기에서 유명한 호텔인데 태호도 이미지에
“설마, 용우진이 너에게 밥을 사준다고?”장재원과 김지영은 어리둥절해졌다.“설마, 절대 그럴 리 없어. 그 사람이 그냥 영감탱이인 줄 알아?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장재원이 물었다.“그 사람은 용씨 집안의 지배인이야. 태성시에 이런 명문가가 세 개 있는데 그 사람들이 발 한번 굴러도 태성시가 흔들릴 정도고, 아무렇게나 내린 결정 하나에 태성시의 미래가 바뀐다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너한테 밥을 사준다고?”이태호는 생각에 잠기다가 장재원에게 말했다.“그럼 하씨 가문은 어때? 용씨 가문과 비교할 수 있는 가문이야?”장재원이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농담해? 하씨 가문은 3대 명문가에 속하지도 못해. 기껏해야 부자 정도나 되겠지. 하지만 요 몇 년간 사업이 잘돼 3대 명문가에 입성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하씨 가문의 자산은 200억이 넘어. 하지만 명문가에 비할 정도는 아니야, 명문가라고 하면 적어도 2000억은 있어야 하고 그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가문도 있어.”“그렇구나.”이태호가 담담하게 말했다.“용씨 가문이 대단하긴 한가 보구나. 하지만 난 그저 밥 한 끼 먹으러 가는 것이지 그들에게 아부할 생각은 없어.”“풉!”장재원이 저도 몰래 웃어버렸다.“너 이 자식, 쿨한 척하기는. 그 사람이 누구야? 네가 그런 사람이랑 만날 일이나 있겠어? 밥을 사준다고? 헛소리하고 있네. 너 따위는 그 사람의 잔심부름하는 자격조차 안 될걸. 네가 아니라 하현우라 하더라도 그 사람들에게 아부할 기회가 없어.”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차는 원주 호텔 앞에 도착했다. 호텔 직원에게 차 키를 건네주고 난 후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의외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이태호는 정희주의 부모님을 만났다.“2층으로 올라가서 오른편 방이에요.”정희주의 부모님이 지인 두 명을 2층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말을 마친 정희주의 어머니인 장다은이 이태호를 발견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이태호, 네가 여긴 왜 와? 오늘은 정희주의 결혼식이야. 너
“이태호,바보야?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네가 뭘 어떻게 한단 말이야? 죽고 싶어?”옆에 있던 김지영도 깜짝 놀라며 이태호가 참 사리 분별 못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도 가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어머, 이태호, 너도 왔어? 정말 귀한 손님이네.”그때 양복을 입은 사람이 히죽거리며 걸어왔다. 이태호는 담담히 그를 힐끗 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연진욱, 너도 있었네?”“당연하지, 대학 동기인데 당연히 정희주의 결혼식에 참석해야지.”연진욱은 비아냥거리면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참, 대학교 다닐 때 너 정희주를 좋아하지 않았어? 정희주가 날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넌 정희주랑 사귄다고 매우 의기양양했었잖아? 하지만 지금은 왜 이 꼴인 거야? 네 꼬락서니를 좀 봐. 구걸하러 왔어?”이태호가 말이 없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니 넌 잘 생겼고 성적도 좋았지만 별 쓸모가 없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날 봐, 하현우의 회사에서 이미 부장 자리에 앉았잖아. 집에는 젊고 예쁜 아내까지 있는데 넌 이게 뭐야?”이태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연진욱,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마. 정희주 같은 여자는 이제 나한테 준다고 해도 나 이태호가 싫어. 정희주가 아니라 군신의 손녀딸이 결혼하자는 것도 내가 거절했어.”“풉!”이 말을 들은 연진욱은 폭소를 터뜨렸다.“하하, 이런 젠장, 너무 웃겨. 5년이나 옥살이를 하더니 배운 게 고작 허풍 치는 거야? 군신의 손녀딸이 결혼하자 했다고? 너 정희주에게 차이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연진욱, 그만해. 다 동창인데 그러지 마. 이태호가 희주와 신혼집까지 봐뒀었다는 걸 너도 알잖아. 오늘이 희주 결혼식인데 이태호 마음이 불편한 건 당연해. 꼭 이럴 때 신경을 긁어야겠어?”옆에 있던 김지영이 더는 봐줄 수 없어 이태호를 도와 한마디 했다.“칫, 그게 뭐라고?”연진욱은 김지영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돌아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 아주 궁금할 거예요.
정희주가 한 걸음 나서고는 흉악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이태호, 네가 감옥에 가는 바람에 결혼 못 한 거잖아. 그런데 왜 내 탓을 해? 6천 만 원을 내가 왜 돌려줘야 하는데?”그녀는 팔짱을 끼고 기고만장하게 말했다.“가난에 찌들어 미친 거 아니야? 감옥에서 나와 돈이 없으니 나한테 달라고 해? 하하, 너랑 연애하느라 아까운 내 청춘을 3년이나 낭비했잖아. 그러니 그 6천만 원은 내 청춘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일 년에 2천만 원이면 너무 많은 것도 아니잖아?”“퉤!”이태호는 그녀가 이토록 당당하게 나오자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희주를 노려보며 말했다.“너의 청춘만 청춘이고 내 청춘은 아무것도 아니야?”이태호는 말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정희주에게 다가갔다.“3년 동안 네가 원하는 걸 다 사줬잖아.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너 몰라? 언제든 부르면 달려가고 뭐든 다 네 말대로 했잖아. 그런데 넌? 넌 날 위해 뭘 했어? 내가 널 위해 감옥에 가 있던 동안의 청춘은 청춘이 아니야?”이태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갑자기 멈춰서더니 손으로 옆에 있는 의자를 내리쳤다.“퍽!”의자가 한순간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고 몰려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에 깜짝 놀라며 한순간 고요해졌다. 정희주는 놀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의 가족들이 이태호의 부모님을 괴롭힐 수 있었던 건 이태호가 감옥에 갔기 때문이고, 그가 감옥에서 나온다 해도 그들을 찾아가 따지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손에 들어온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네가 도박을 해서 돈을 잃었잖아. 그래서 나를 천만 원에 현우 오빠에게 팔았다고 하던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넌 그냥 쓰레기야. 내가 겨우 천만 원밖에 안돼?”이태호는 어이없이 웃다가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그건 내가 설명했잖아. 내가 다른 사람의 꼬임에 넘어가서 그런 거라고. 너도 나중에 날 용서했고, 날
네 경호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그 여자를 바라봤다.이태호가 미간을 구기더니 천천히 몸을 돌리고서는 눈앞에 나타난 여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당신은!”전에 낡아빠진 아파트 단지에서 자신에게 쓰레기라며 욕하던 여자가 배달원 옷을 입고 숨을 헐떡인 채 하씨 집안의 경호원들 뒤에서 몸을 비집고 나온 걸 보고 이태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급하게 뛰어오느라 호흡이 달린 모양이다.“이 사람 누구야? 미친 거 아니야? 설마 이태호의 아내인가?”어안이 벙벙한 손님들이 이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당신 누구야? 사람 잘못 찾아온 거 아니야? 이태호는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누굴 속이려고 그래?”정희주도 그녀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더니 입을 열었다.“어딜 감히 하씨 집안의 일에 끼려고 그래요?”신수민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당신이 그 사람이랑 3년이나 연애를 했는데 아무리 진심으로 임하지 않았다고 해도 남아있는 정이 요만큼도 없어요? 그렇게 그 사람 죽는 꼴 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무정하게 굴 수가 있죠?”그 말을 들은 정희주는 코웃음을 쳤다.“이봐요,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저 거지 같은 X끼가 내 결혼식을 망치고 내 남자를 다치게 했어요. 그런데도 내가 무정하다고요? 그 사람은 죽어도 싼데요 뭘.”이태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서로 체면을 생각해 너무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았다. 전에도 하현우의 압박에 그가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망친 것이었다.하지만 정희주는 옛정을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그가 죽길 바랐다.“멍하니 서서 뭐해? 얼른 저 사람 죽여!”하현우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경호원들을 다그쳤다.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는 보아하니 배달원이 틀림없다. 배달원 따위를 무서워할 하현우가 아니었다.“잠깐!”경호원들이 이태호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 하창민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신수민에게 다가가고는 예를 갖추며 말했다.“신수민 씨, 저 사람이 정말
이태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갑자기 아이가 생기다니?‘포동포동하고 귀여운 은재가 내 딸이라고?’“그 여자애가 정말 내 딸이에요?”이태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신수민은 이태호 앞으로 다가가 치를 떨며 눈물을 흘리더니 이태호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정말 양심 없는 나쁜 놈이 따로 없네요. 당신이 잡혀가기 전날 밤에 일어난 일들을 정말 기억 못 하는 거예요? 내가 5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요? 내가 억울한 일들을 얼마나 많이 당했는지 아냐고요?”귀싸대기를 맞은 이태호는 어안이 벙벙한 채 가만히 있었다.명문가 아가씨가 집에서 쫓겨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태호도 잘 알고 있었다. 임신하는 동안에도 그녀를 돌볼 사람은 아무도 없은 듯했다.그렇게 수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몇 년 동안 이태호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그녀는 매달 이태호의 부모님에게 돈을 드렸는데 아마 그 돈도 그녀가 힘들게 배달해서 번 돈인듯싶다.5년 전, 그가 잡히기 전날 밤!이태호는 드디어 기억을 떠올렸다.그날 밤, 이태호는 유리병으로 하현우의 머리를 내리쳐 상대방을 기절시키고겁이 난 바람에 바로 줄행랑을 쳤다. 자기가 큰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마음을 졸인 그는 머리가 흐리멍덩한 채로 어떤 바로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알코올로 정신을 마비시키고 싶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이 모든 게 꿈이었길 바랐다.시간이 좀 지난 후,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바로 들어왔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이태호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 이름도 모른 채 술잔을 부딪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나중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되어 두 사람은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서로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옆에 있는 호텔에 들어섰다.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두 사람은 모두 발가벗은 채로였고 침대 시트에는 핏자국도 있었다.누가 먼저 선을 넘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필름이 끊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
‘저놈은 워낙 천부적인 자질이 출중해서 천남 젊은 세대들의 일인자로 되었어. 이제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앞날이 창창할 것이야.’얼굴이 창백해진 육무겸은 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만일 그와 이태호 사이에 원한이 없었다면, 그는 맹호식이나 다른 사람들처럼 당시 성호에서 이태호를 제자로 삼지 않은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지금 신소문과 이태호는 이미 원수 사이로 되었기에 육무겸은 은근히 신소문의 미래가 불안해졌다.그의 마음속에 후회하는 정서가 나타났고 동시에 섬뜩한 살기도 생겼다.그는 이태호가 장차 대능력자로 된 후 신소문을 가만두지 않을까 두려웠다.‘이런 위험 요소는 미리 제거해야 해.’이렇게 생각한 육무겸은 고개를 들고 옆에 있는 풍석천을 바라보았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신식으로 전음했다.지금의 풍석천은 아직 갑작스러운 소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육무겸의 전음을 들었다.잠시 후, 그는 살벌한 눈빛으로 육무겸과 시선을 마주친 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으며 무슨 결심한 듯이 눈빛이 날카롭고 단호해 보였다.‘네놈이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을 얻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나? 네놈이 아직 약할 때 죽여버리면 그만이지.’방금 육무겸은 신식으로 풍석천에게 전음하면서 이태호를 처리할 것을 제안했다.풍석천은 위협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육무겸의 말에 동의했다.풍씨 가문도 이미 이태호와 원수 사이가 되어 나중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면 복수하러 오지 않을 것을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합작하자는 육무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이와 동시에 중주 태일성지 종문에서. 은하수가 거꾸로 매달린 듯한 폭포의 주변에 웅장하기 그지없는 누각이 떠 있었고, 선가(仙家)의 기품이 넘쳐흘렀다.겹겹이 둘러싼 산봉우리들은 성스러운 빛을 발산해 휘황찬란해 보였고 영기가 비범하게 느껴졌다.하늘에 노을빛과 자주색 기운이 어우러졌고 선학(仙鶴)이 하늘하늘 춤추며 날아다니는가 하면 땅에서는 영호(靈狐) 등이 뛰어다니며 평화
현장에 있는 모든 성왕급 수사들은 고준서 등의 대답을 듣고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 사실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자는 육무겸이었다.그는 이태호가 허공 통로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성공 전장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선연을 얻었다니.육무겸은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눈을 부릅뜨고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말도 안 돼! 성공 전장에 참여한 천교들이 그렇게 많은데 이태호가 무슨 자격으로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선연을 얻을 수가 있단 말인가?”청허파의 문주 맹호식도 육성훈과 고준서 등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이건 농담할 일이 아니다. 대체 어떻게 됐는지 말해 보거라.”옆에 있던 묘음문 문주 송현아는 동공이 심하게 수축했고 얼굴에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제자 채유정이 나서서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우리는 모두 봤어요. 이 사형은 확실히 신선으로 비승할 선연을 얻었어요.”그녀는 말을 잠시 멈춘 뒤 성공 전장에 들어간 후 발생한 일들을 일일이 설명했다.자기 제자까지 나서서 증언하자 송현아는 그제야 사실을 믿게 되었다. 그녀도 육무겸처럼 대경실색하여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뭐라고?!”지금 이 순간, 현장에 있던 여러 성황급 수사들은 모두 이 소식을 듣고 멍해졌다.이태호가 성공 전장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는 기연인 진선 정혈을 얻었고 그것을 빨리 단련하기 위해 아직 성공 전장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그러니 이태호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육무겸과 풍석천 등 성왕들이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채유정을 통해 이태호가 이 선연을 얻은 과정을 알게 되었다. 진선 정혈이 스스로 이태호의 몸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저놈의 운이 어찌 이렇게 좋을 수 있지?’동시에 그의 가슴이 초조로워졌고 당시 성호에서 이태호를 신소문의 제자로 뽑지 않은 것을 무척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묘음문의 문주 송현아도 선우 정혁을 위로해 나섰다.“선우 도우,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산꼭대기 위에 있는 허공 통로는 이미 닫히기 시작했고 더 이상 누구도 나올 것 같지 않았다.송현아는 이태호가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다.모두가 이태호가 죽었다고 말하자 선우정혁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물론 맹호식 등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었다.성공 전장에 들어간 천교들은 대부분 창란 세계에 있는 각 대세력의 출신들이었고 신자나 성자 등도 적지 않았다.이태호는 천남 지역에서 강한 실력으로 천남 젊은 세대의 일인자로 불렸지만, 성공 전장에 모인 천교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태호가 정말 죽었단 말인가?’이런 가능성을 생각하자 선우정혁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가슴이 답답해졌다.아직 믿기지 않은 그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표정을 보자 눈에 흥분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태일종은 오랫동안 정도(正道)의 우두머리로 신소문을 제압했다.최근 신소문에 육성훈이 나타났는데 여전히 이태호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성공 전장에서 죽기를 간절히 바랐다.그가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있을 때, 육성훈은 착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육성훈의 눈빛은 무지몽매한 광대를 보는 듯했다.아들의 표정이 수상한 것을 느낀 육무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성훈아, 표정이 왜 이래? 설마 이태호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단 말이냐?”이에 육성훈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속으로 치오르는 초조함과 충격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네.”전에 선우정혁 등이 이태호를 얘기할 때 방금 성공 전장에서 나온 이들은 아직 충격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몇몇 성왕들이 이태호의 죽음을 논하는 것을 들었고 육성훈 등은 마음속으로 실소를 터뜨렸다.아니나 다를까, 육무겸은 육성훈의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허공 통로가 곧 닫히는데 이태호가 성공 전장에서 나올 수 있
선우정혁은 이태호에게 많은 심혈을 기울였고 큰 기대를 걸었다.이태호가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후 이미 중주 태일성지의 예비 제자로 되었으며 머지않아 중주 태일성지로 갈 수 있었다.그래서 이태호는 더 이상 작은 천남 지역에 있을 필요가 없었고 머지않아 ‘미꾸라지가 용으로' 될 수 있었다.그러나 이태호가 아직 성공 전장에서 나오지 않자, 그의 속이 쿵 내려앉았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와 동시에 육무겸,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청허파 문주 맹호식, 묘음문 문주 송현아 등도 이 사실을 눈치챘다.“선우 도우, 태일종의 그 대단한 천교가 왜 아직 나타나지 않았소? 설마 성공 전장에서 죽은 건 아니오?”육무겸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입꼬리를 올렸다.이태호가 아직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었다.육무겸은 육성훈과 풍민국 두 사람이 성공적으로 이태호를 성공 전장에서 제거했다고 추측했다.그렇지 않는다면 어찌 아직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의 옆에 있는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도 웃으면서 수염을 어루만졌고 눈에는 원수를 갚은 듯한 통쾌한 기색을 띠었다.풍씨 가문과 이태호의 원한이 깊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육무겸이 풍민국에게 7급 파경단을 주지 않았다면 풍씨 가문은 성공 전장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었다.풍석천은 이태호의 죽음을 기쁘게 생각했다.어쨌든 전에 이태호는 자신의 타고난 자질을 믿고 건방지게 굴었으며 조씨 가문의 소주를 죽였고 천남 수행계의 안정과 평화를 뒤흔들었다.이태호를 일찍이 처치하지 않고 그가 대능력자로 되면 풍씨 가문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이렇게 생각한 풍석천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선우 도우, 이태호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걸 보니 다른 천교의 손에 죽었을 가능성이 높구려.”이에 선우정혁은 냉랭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했다.“허공 통로가 아직 닫히기 전에 섣불리 그런 말을 하지 마시오.”주변에 있는 성왕급 수사들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