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 오빠, 선은 넘지 마. 진욱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 내 앞에서도 다른 여자를 탐낼 생각하는데 나 없었으면 무슨 짓을 더 했을지 어떻게 알아?”정희주는 연진욱의 말에 넘어가더니 씩씩거리며 하현우에게 말했다.오늘 결혼식을 망친 바람에 그녀는 마음이 울적했다. 그런데 하현우가 이런 생각까지 품고 있었으니 그녀는 더없이 치욕스러웠다.정희주가 화를 내자 하현우가 다급히 설명했다.“희주야, 진욱이 말은 믿지 마. 나 정말 복수하려고 그래. 나도 부잣집 도련님이야, 곱게 자랐다고. 그런데 내 손가락 좀 봐. 이렇게 부러졌잖아. 그러니 내가 복수 안 하고 싶겠어?”옆에 있던 서문옥이 참다못해 하현우를 쏘아보며 말했다.“됐어요, 아직 계획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끼리 싸우고 그래요. 서두르지 않으면 이태호가 계산하고 간다고요.”“누나, 그럼 우리 두 사람 중에 도대체 누가 가?”연진욱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서문옥을 바라보며 말했다.서문옥이 하현우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아무래도 현우 씨는 이미 결혼했기에 현우 씨를 보내는 건 마땅치 않은 것 같네요. 희주 씨 생각도 해야죠. 진욱이가 가도 대신 복수해줄 수 있잖아요.”하현우는 서문옥의 말을 반박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문옥 씨 말이 맞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정희주가 아직 뾰로통한 얼굴로 있자 하현우는 바로 그녀를 달랬다.“화 풀어, 내일 루이비통 가방 하나 사줄게.”“흥, 그건 괜찮네.”루이비통 가방을 사준다는 하현우의 말에 정희주는 그제서야 마음이 풀렸다.“뒷문으로 들어가죠. 이태호가 보면 알아챌까 봐요.”서문옥은 사람들을 데리고 뒷문으로 향했다.레스토랑으로 올라간 후 서문옥은 홀 매니저에게 일을 당부했다.이때 하현우가 또 물었다.“문옥 씨, 이태호가 출소하더니 싸움을 엄청 잘하더라고요. 혹시나 몰라 경호원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정희주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명색이 삼류 명문 가문인데 경호원들이 싸움 엄청 잘하겠죠?”서문옥이 피
”그렇구나!”정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챘다.서씨 가문도 그냥 수단으로 삼류 명문으로 가문으로 된 게 아니었다.오늘 이태호에게 복수할 방법도 서문옥이 생각해냈으니 말이다.사람들이 준비를 마치고.부잣집 사모님이 떠난 후 이태호와 연초월은 드디어 한시름을 놓았다.음식과 와인도 주문했으니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여기요, 계산이요.”식사가 거의 끝나자 이태호가 직원에게 손을 저었다.이때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주문 노트를 이태호에게 건넸다.이태호가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잘못 가져온 거 아니에요?”직원이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닙니다, 틀림없습니다.”사장님의 지시였기에 그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이태호가 피식 웃더니 주문 노트를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그러면 저도 양보할 수 없어요. 절대 계산하지 못해요.”“태호야, 너 돈이 있다며?”연초월이 깜짝 놀라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이태호가 왜 계산을 안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신수민의 얼굴색도 어두워졌다.“태호 씨, 그렇게 많은 돈이 없으면 우리를 여기로 데려오지 말았어야죠. 부담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가도 저는 하나도 창피하지 않단 말이에요.”신수민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올랐다.“계산하지 않겠다고요? 나 신수민은 단 한 번도 이런 무례를 범한 적이 없어요. 창피하게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이태호가 신수민에게 말했다.“나 정말 계산 안 할 거예요. 가격 좀 봐요, 이 사람들이 돈을 떼먹으려고 얼마나 작정했는지.”신수민은 그제서야 주문 노트를 보더니 얼굴색이 더 어두워졌다.“제가 기억한 게 맞는다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2000만 원쯤이었던 것 같은데 왜 여기에 2억이라고 적혀있죠? 음식마다 가격 뒤에 0이 하나 더 붙었네요, 맞죠?”“2억?”연초월은 그제야 이태호를 오해했다는 걸 알아챘다.주문 노트를 보더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아가씨, 잘못된 거 아니에요? 어떻게 2억이 나올 수가 있
”누가 누굴 뜯어낸다는 거야? 돈 없으면서 우리를 모함해?”매니저가 피식 웃으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메뉴판에 가격이 다 적혀있는데 우리가 왜 네 돈을 떼먹어?”“그래? 그럼 아까 그 메뉴판 좀 가져와 볼래?”이태호가 씨익 웃더니 그에게 물었다.“맞아요, 우리가 아까 보던 메뉴판이랑 다른 메뉴판이잖아요, 아까는 이 가격이 아니었다고요.”연초월이 맞장구를 쳤다.“가서 메뉴판 가져와. 고집을 부리긴.”매니저가 직원에게 말했다.직원이 곧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그 위에 적혀있던 가격은 분명 달라졌다.메뉴 전체가 가격이 10배 올랐다.“아까 그 메뉴판 아니잖아요. 전에 메뉴판은 낡았었는데 이건 새로 만든 거네요.”신수민이 메뉴판을 보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매니저가 코웃음을 쳤다.“다 같은 메뉴판이거든요. 그러게 왜 부담하지 못할 음식을 먹었어요? 정확히 2억 3600만 원이 나왔으니 얼른 돈 물어요.”“꿈도 꾸지 마. 어디서 감히 내 돈을 뜯어내려고 해? 우리 이만 갈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이태호가 얼음장처럼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여기 진상 손님이 있어. 주방 뒤에 있는 애들 불러와.”매니저가 씨익 웃더니 다른 직원에게 말했다.“흥, 일이 점점 재밌어지네.”이태호는 누군가 일부러 자신을 물고 늘어졌다는 걸 눈치챘다.‘하지만 이 레스토랑의 사장이 도대체 누구지?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걸까?’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주방에서 뛰어나왔다.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먹고 자는 깡패들이었다. 어떤 이는 빨간 머리를 염색했고 어떤 이는 초록색 머리를 염색했다. 어깨에 문신한 걸 보니 착한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은 아닌 듯했다.“겁도 없어. 감히 우리 레스토랑에 와서 음식을 먹고 돈을 안 내려고 해?”그중 금니를 한 사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X끼야, 얼른 돈 내. 돈이 없으면 확 팔을 잘라버린다?”다른 한 사내가 쇠파이프를 들며 말했다.“너희들로 되겠어?”이태호는 그들을 하찮게 여겼다. 심지어
“뭐, 뭐야!”매니저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전에 사장님인 서문옥이 얘기한 바로는 이태호가 싸움을 잘한다고 했다. 만약 레스토랑 경호원들이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 독고영민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다.독고영민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솜씨가 대단했다. 혼자서 보통 사람 몇십 명은 족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저는 이태호 혼자 레스토랑의 모든 경호원들을 다 쓰러 눕힐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서문옥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바닥에 드러누우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보며 매니저는 후회막심했다.“지금 가도 되겠어?”이태호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상대가 이렇게 나오니 그는 절대 계산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흥, 갈 수 있겠어?”매니저가 씨익 웃더니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불과 1분이 지난 후, 플라자에 7, 80명의 사내들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그들의 손에는 모두 칼이 쥐여있었다.그 사람들의 얼굴에는 살기가 어렸다.특히 앞장선 독고영민은 커다란 몸에 근육이 빵빵했다.“쯧, 빨리도 왔네.”이태호가 독고영민을 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매니저, 어떤 사람이 밥 먹고 돈을 안 내?”독고영민이 레스토랑에 들어서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었다.“이 사람들이에요!”매니저가 말했다.신수민은 바로 독고영민의 허리에 걸린 이름패를 발견했다. 그녀의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이태호에게 말했다.“태호 씨, 어떡해요. 저 사람이 독고영민인가 봐요. 소문에 의하면 저 사람은 싸움을 엄청 잘하는데 혼자서 몇십 명도 상대할 수 있대요. 무엇보다 저 사람은 향무당의 일원이 아마 실력이 오늘 결혼식장에서 만난 용의당의 태수와 엇비슷할 거예요!”이태호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독고영민에게 말했다.“가격을 올려놓고 우리보고 돈을 물어내라고? 우리가 만만하게 보여?”“하하, 내 알 바 아니야.”독고영민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내가 여기 사장님이랑 잘 알거든. 사장님
“그렇다고?”독고영민은 이태호가 그의 앞에서 객기를 부리자 옆에 있던 탁자를 힘껏 내리쳤다.“퍽!”탁자는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그렇게 망가져 버렸다.연초월과 이태식 두 사람은 이러한 광경을 처음 봐서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신수민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독고영민이 보통 인물이 아닐 거로 짐작했다.신수민은 이러한 레스토랑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배경이 예사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태호가 또 한 번 이렇게 대단한 인물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진 신수민은 곧바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이태호의 앞을 막아 나섰다.“제가 따라갈게요. 어느 친구인지 제가 직접 확인해야겠어요!”신수민의 말에 매니저는 기뻤다.“신수민 씨는 시원시원하신 분이네요.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가면 안 돼요!”이태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신수민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은 내가 상대할 수 있어요!”그러나 몸을 돌린 신수민은 품 안의 신은재를 이태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당신이 그랬잖아요. 앞으로 내가 뭐라고 하든 내 말을 들을 거라고요. 올라가서 누군지 확인해 볼게요. 이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당신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이태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예전에 신수민의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잠깐 고민하던 이태호가 말했다.“알겠어요. 10분이면 된다고 저 사람들이 그랬으니까 올라가 봐요. 10분 뒤에 내려오지 않으면 내가 올라가서 당신을 찾을게요.”신수민은 말을 아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뒤 몸을 돌려 매니저에게 말했다.“가죠!”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신수민은 위층의 맨 안쪽에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신수민 씨, 사장님께서는 바로 이 안에서 신수민 씨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 먼저 내려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매니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신수민은 사실 내심 두려웠다. 하지만 분명 상대방은 위층으로 올라와 얘기만 나누고 술 두어 잔만 마시면 그들을 놓
신수민에게서 나는 옅은 향기에 그는 더욱더 심취했다.신수민은 안으로 들어왔고 연진욱이 그녀의 바로 뒤에서 가볍게 문을 잠근 뒤 웃어 보였다.“신수민 씨, 저쪽에 앉으시죠. 우리 술 한잔하면서 얘기 나눠요. 아주 간단하죠.”신수민은 상대방을 보면서 경계하듯 미간을 구겼다.“누구시죠? 저한테는 당신 같은 친구가 없는데요!”연진욱은 웃으며 대꾸했다.“하하, 건망증이 심하신 것 같네요. 오늘 결혼식에 저도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신수민 씨가 조금 늦게 와서 이태호가 제게 발길질한 걸 보지 못한 것뿐이에요!”그 말에 신수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이태호가 그를 걷어찬 일 때문에 복수하려고 찾아온 걸까?신수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했다.“하하, 정말 죄송해요. 그 사람 좀 충동적이라 일이 생기면 주먹부터 나가거든요.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연진욱은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자, 앉으세요. 우리 얘기 좀 나눠요. 오전에 있었던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리고 저랑 이태호는 대학 동기고 정희주도 같은 반이었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저도 정희주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고 이태호를 만나지도 못했겠죠.”그에게로 걸어간 신수민은 그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아직 이름도 모르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연진욱은 신수민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주며 대답했다.“전 연진욱이라고 합니다. 자, 음식 좀 드세요!”신수민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죄송해요. 금방 밥 먹고 와서 먹지 못하겠어요. 조금 전 매니저가 그러던데 저한테 할 얘기가 있으시다면서요? 그리고 술 두어 잔 하면 보내준다고 하던데 진짜죠?”연진욱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일단 한잔할까요?”신수민은 거절하기 어려워 술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신수민의 고분고분한 모습에 연진욱은 아주 우쭐했다. 신수민은 아래층에 있을 때도 술을 마셨기에 몇 잔 더 마시게 한다면 술에 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수민이 술
연진욱은 신수민을 바라보며 그녀를 설득했다.“알겠어요. 그럼 강요하지 않을게요. 이번 잔만 다 마시면 얘기할게요. 몇 분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내려가서 당신의 남편과 딸아이와 함께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거예요!”신수민은 연진욱이 이곳의 사장이라고 생각했다. 연진욱은 살집이 좀 있었고 배도 나와서 사장 같아 보였다.신수민은 감히 연진욱의 제안을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이를 악문 뒤 눈앞에 놓인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자, 연진욱 씨. 무슨 일인지 이제 말씀하시죠!”연진욱은 그제야 말했다.“하하, 당신도 알겠지만 당신들은 이곳에서 2억 2천만 원 넘게 먹었어요. 정말 엄청난 금액이죠. 사실 아주 간단해요. 그냥 솔직히 얘기할게요. 여기서 나랑 한 번 자면 잠시 뒤 떠날 수 있어요!”말을 마친 뒤 연진욱은 신수민의 허벅지를 힐끗댔다. 그는 자신의 흑심을 아주 대놓고 드러냈다.“쯧쯧, 신수민 씨는 몸매가 참 좋네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 같은 여자를 손에 넣은 이태호가 정말 부럽네요.”신수민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연진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연 사장님, 죄송하지만 저 신수민은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다른 일이라면 고민해봤겠지만 절 갖고 싶다고요? 꿈 깨세요!”“하하, 그래요? 하지만 잘 고민해봐야 할 거예요. 독고영민 씨가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당신들이 무사히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요?”자리에서 일어난 연진욱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를 위협했다.“신수민 씨, 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다 성인이잖아요. 나랑 한 번 자는 게 뭐 어때서요? 걱정하지 마요. 절대 임신시키지는 않을 테니까, 어때요? 나랑 한 번 하면 2억 넘는 돈을 아끼는 셈인데 좋지 않나요?”“2억이 넘는다고요? 참 뻔뻔하네요. 당신들이 메뉴판을 고쳤다는 걸 우리가 모를 것 같아요? 우리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요?”신수민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비록 그가 흑심
신수민은 무척이나 억울했지만 신은재와 이태호 등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괴로웠다.그녀는 섹시한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이태호가 10분 뒤에 내가 내려가지 않으면 날 찾으러 오겠다고 말했어요. 이제 곧 10분이 될 텐데 날 내려보내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태호가 올라와서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연진욱은 재밌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하하, 이태호가 올라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밑에 있는 사람들이 그가 올라올 수 있게 내버려 둘까? 왜 이렇게 멍청하지? 어쨌든 오늘 난 반드시 널 손에 넣고 말겠어. 난 이태호의 여자랑 잘 거라고!”말을 마친 뒤 연진욱은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신수민을 향해 달려들었다.“비켜, 이 빌어먹을 자식!”신수민은 상대방이 정말로 그녀를 겁탈하려고 하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도망갔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술을 꽤 많이 마신 탓에 술기운이 강했고 하이힐까지 신고 있어 발을 삐게 된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아!”발을 삔 신수민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그런데 그 덕분에 오히려 무섭게 달려드는 연진욱을 피할 수 있었다.연진욱은 바닥에 주저앉은 신수민의 모습과 그녀의 아픈 듯한 신음에 더욱더 몸이 달아올랐다.그는 치마 아래 더욱 많이 드러난 살결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웃으며 말했다.“하하, 날 따르라니까. 걱정하지 마. 일 끝나면 돈 안 내도 되니까. 그리고 2천만 원쯤 더 줄 수도 있어!”“꺼져!”신수민은 고개를 들며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 했지만 발목이 너무 아팠다. 이제 막 한 걸음 내디뎠는데 너무 아파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하하, 정말 고집이 세다니까. 잠시 뒤에도 그렇게 고집을 부릴 수 있을지 궁금하네!”연진욱은 음흉하게 웃으며 다시금 신수민을 덮쳤다.“팍!”그런데 바로 그때 이태호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이, 이태호. 너, 너 어떻게 올라온 거야?”오전에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 연진욱은 심장이 떨렸다. 이태호가 다가오자 그는 혼비백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