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보고만 있을 거야? 얼른 저 자식을 죽여버려!”하창민이 경호원들을 보며 소리를 쳤다.“누가 감히 움직이는지 지켜보겠어요!”경호원들이 다시 손에 칼을 쥐자 신수민이 급한 마음에 두 팔을 벌려 이태호 앞을 막아섰다.“나 신수민이 신씨 집안에서 쫓겨난 건 맞아요. 하지만 나에겐 결국 신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만약 나를 다치게 한다면 신씨 집안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게...”그 얘기를 들은 경호원들은 흠칫했다.이태호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내딛고는 신수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이런 일은 나한테 맡겨요. 내가 저 사람들을 상대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퍽이나 상대할 수 있겠어요! 센 척하긴.”신수민의 말 한 마디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었다.옆에 있던 하창민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신수민 씨는 오늘 한 번만 봐 드릴게요. 신씨 집안 사람을 불러와 나한테 사정을 봐 달라고 부탁하면 두 사람 같이 봐줄 수 있어요. 아니면 이태호는 오늘 절대 이곳을 떠나지 못할 거예요!”“좋아요!”신수민은 어금니를 깨물며 또 한 번 도박을 걸어보기로 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신씨 집안에 전화를 했다.“아버지, 아이 아빠가 누군지 궁금하셨죠? 지금 원주 호텔 2층으로 와주세요!”전화를 끊은 후 신수민은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이태호를 바라봤다. 그녀도 신씨 집안 사람들이 이곳으로 와줄지 확실치 않았다.“신수민 씨, 댁이 여기서 멀지 않으니 20분만 드릴게요. 만약 신수민 씨를 도울 신씨 집안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땐 실수로 신수민 씨를 다치게 해도 저희를 원망하지 마세요!”하창민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만약 신씨 집안의 그 누구도 신수민을 도와주러 오지 않는다면 신씨 집안에서 신수민을 완전히 버렸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 이제 싸움이 나 신수민이 다치게 되어도 하창민은 두려울 게 없었다. 그는 오늘 반드시 화풀이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지금 그의 손에는 비장의 카드가 하나 있었다. 신
”아버님, 20분 다 되었어요!”정희주가 시간을 빤히 보더니 20분이 다 되자 바로 하창민에게 알렸다.하창민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씨 집안 경호원들에게 움직이라고 손짓을 했다.하지만 이때, 신씨 집안의 왕사모님이 두 아들과 다른 신씨 집안 사람들을 거느린 채 계단 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열몇 명의 경호원들도 그들을 뒤따랐다. 단체로 검은색 양복을 입은 그들은 딱 봐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신씨 집안 사람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으나 하씨 집안의 경호원들은 저도 모르게 길을 내주었다.신씨 집안은 삼류 명문가라 하씨 집안보다는 훨씬 대단했기에 경호원들은 감히 그들을 건드릴 엄두도 나지 않았다.“신씨 집안 사람들이 정말 왔어? 정말 신수민을 도울 생각인가 봐?”“그래도 신수민에게 신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고, 예전에 신수민이 신씨 집안을 위해 많은 업적을 세웠잖아. 보아하니 오늘 하씨 집안에서 신수민과 이태호를 어쩌지 못하겠네.”신씨 집안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는 떠들썩해졌다.“정말 왔네!”정희주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태호는 그녀의 결혼식을 망쳤고 2억 6만 원을 손해 보게 했는데 그녀는 절대 그 돈을 갚고 싶지 않았다. 또 앞으로 이태호가 자기 집안을 귀찮게 할까 봐 정희주는 하씨 집안에서 아예 그를 반 죽여놓길 바랐다.하창민의 얼굴색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신씨 집안의 왕사모님과 신 회장에게 인사를 했다.“왕사모님, 신 회장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하창민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만약 이곳으로 온 사람이 신수민의 아버지뿐이라면 그는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신수민의 아버지는 워낙 능력도 없고 나약하기에 신씨 집안에서는 전혀 위상이 없다.신수민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왕사모님은 신씨 집안의 일인자로 되었다. 일부 집안일은 신수민의 큰아버지인 신승민이 책임지고 있다. 회삿일은 비즈니스계의 천재인 신수민이 맡고 있었고 그녀 또한 회장 자리를 물려받을 유력한 후계자라는 소문이
신수민은 아버지에게만 이 소식을 알릴 생각이었다. 아버지인 신영식이 와서 잘 얘기하면 하창민도 양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큰아버지와 할머니까지 다 끌고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신영식은 이태호를 보더니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며 한숨을 푹 쉬었다.‘수민이의 애인이 아무 쓸모도 없는 쓰레기라니. 그때 죽어도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말하지 않은 이유가 다 있었군.'이런 남자는 신씨 집안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예쁘장하게 생긴 신수민에게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신수민의 어머니는 이태호를 차갑게 쏘아보더니 말했다.“이 자식, 네가 우리 딸을 망친 거야?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딸이 집에서 쫓겨날 일도 없었고 우리도 따라서 고생할 일이 없었잖아!”이태호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신수민과 그녀의 가족들이 많은 고생을 한 것을. 그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어머님, 예전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이태호는 책임을 다하는 남자입니다. 전에 수민 씨가 저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으니 앞으로 제가 최선을 다해 수민 씨를 호강시켜주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 거라고요!”“흥, 호강시켜준다고?”이때, 젊고 예쁜 여자가 갑자기 나서더니 경멸이 깃든 눈으로 이태호를 보며 비아냥거렸다.“그 옷을 몇 년이나 입었죠? 몸에 맞지도 않는구먼. 옷도 제대로 못 입는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언니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말을 해요?”“수연아, 그만해!”신수민은 얼굴색이 어두워진 채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소지민과 신수연을 보며 말했다.“예전 일은 어떻게 저 사람 탓해요. 그리고 은재를 낳으려고 한 것도 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에요! 뱃속의 아이를 지우기 싫었다고요!”“언니,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어요? 저 남자 때문에 언니 인생이 망한 건데 지금도 저 남자 편들어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신수연은 잔뜩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이태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신수민의 말을 들은 왕사모님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수민아, 정말 저 사람 곁에 있겠다는 거야? 저 사람이 너랑 어울린다고 생각해?”“할머니, 그만 하세요.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신수민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계집애가 고집은 왜 이렇게 세?”옆에 있던 신영식이 참다못해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 왕사모님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좋아, 네가 이미 결정한 일이니 나도 어쩔 수 없지. 저 사람이 명문가의 자제가 아닌 보통 상인 집안의 자제라고 해도 나는 받아들였을 거야. 하지만 지금 저 꼴 봐서 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게다가 감옥도 갔다 온 사람인데 말이야!”그러고는 또 하창민에게 말했다.“하 회장님, 수민이는 그래도 우리 신씨 집안 사람이에요. 수민이만 다치게 하지 않으면 돼요. 이태호라는 자는 나도 모르는 사람이니 죽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죠. 하 회장님 아들을 다치게 했으니 하 회장님이 알아서 처리하세요!”“할머니...”그 말을 들은 신수민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태호와 안전하게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는데 신씨 집안 사람 그 누구도 이태호를 돕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신씨 집안 사람들에게 실망했다.신 회장인 신승민이 왕사모님의 말을 듣자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렸다.“수민이가 이렇게 감정적이어서야.”신승민의 아들인 신민석도 팔짱을 끼고는 비아냥거렸다.신수민은 잔뜩 화가 나 신민석을 쏘아봤다.그녀가 신씨 집안에서 쫓겨난 뒤로부터 신씨 집안의 사업을 탐내던 신민석이 회삿일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비즈니스계의 동업자들에게 일부러 신수민을 받아들이지 말라며 부탁하기도 했다.신수민은 신씨 집안에서 쫓겨난 후 여러 회사에 면접을 봤는데 모두 떨어졌다. 그래서 그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달 일이라도 해야 했다.신민석의 수작이 없었으면 그녀는 적어도 지금 이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단호한 신씨 집안의 사람들을 보고 이태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보아하니 신수민이 그동안 당한 모욕은 생각
하지만 뜻밖의 장면이 벌어졌다. 이때, 호텔 사장은 호텔의 경비원들을 데리고 후다닥 달려왔다. 주위의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며 길을 비켜주었다. 이태호는 그들 쪽으로 쳐다보았고 맨 앞에 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중년 남자는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었다. ‘저분은 아침에 용우진 어르신과 바둑을 두던 그분이 아닌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어허, 문 사장, 무슨 일로 직접 오신 건가요?”하창민이 애써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문사장은 이태호를 힐끔 쳐다보고는 대답했다.“누군가 내 호텔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보고를 받고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러 온 겁니다. 하창민 씨,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소란을 피운 놈은 바로 이 자식입니다! 게다가 제 아들을 크게 다칠만큼 두드려 팼어요!”하창민은 손가락으로 이태호를 가리키며 분노를 쏟아냈다.“다만, 호텔 경비원들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요. 우리 하씨 집안 경호원들이 도착했으니, 저희가 알아서 손을 보도록 할게요!”하창민은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당연히 호텔 측엔 이런 자식을 들여보냈다고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습니다. 호텔 규모가 대단하니, 이딴 자식까지 일일이 신경 쓸 수야 없죠!”이때 문 사장은 하창민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면목이 없네요. 이 젊은이는 제 친구입니다. 저와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하창민 씨, 가능하실까요?”“문 사장, 이 자식을 대신해서 사정하는 겁니까?”하창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고 곧이어 낯빛이 어두워졌다.문 사장 집안의 실력을 따지고 보면 신씨 집안보다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하씨 집안은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씨 집안과는 조금만 노력하면 비슷할 정도였기에 삼류 명문가로 진입할 신흥 유망주 가문으로 손꼽혔다.반격에 나서려던 이태호도 멈칫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잠깐 얼굴 한 번 봤을 뿐인데, 나를 도우려 하다니…’하지만 그는 이내 문 사장의 의도를 유추할 수 있었다
“태, 태수 형님!”태수라는 말에 문다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신수민도 한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며 이태호한테 조용히 말했다.“귀찮아지게 됐어요, 하씨 집안과 태수가 잘 아는 사이인가 봐요!”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쉽게 긴장하지 않는 이태호였지만 호기심이 들긴 마찬가지였다.“태수라는 사람, 대단한 사람인가요? 대체 어디서 온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저러는 건가요?”“아직 잘 몰라서 그래요. 태성시에는 공공연한 명문가들 외에도 지하세력의 황제라고 부리는 용의당이 있어요, 그 용의당의 서열 2위가 바로 태수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실력이 대단하다고 소문났고 실질적으로 당주의 오른팔이라고 합니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는 가늠이 가질 않네요. 소문으로는 백 명의 적을 앞세우고 단지 칼 한 자루로 그중 육십 명을 죽여 눕혔다고 해요. 그것을 지켜보던 나머지 적들이 사방으로 도망갔대요!”신수민은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스럽게 이태호를 쳐다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태호 씨, 지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떠날까요? 지금이라도 문 사장의 경비원들이 우릴 밖으로 호송하면 여길 벗어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아무도 우리를 구할 수 없게 돼요!”이태호는 그녀의 말에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나는 오늘 소란을 피워 결혼식을 망치려는 게 아닙니다, 정희주가 제게 빚진 2억 6천만 원을 돌려받으려는 겁니다. 그 돈은 저희 부모님이 피땀 흘려 번 돈입니다. 6천만 원은 결혼 예물이고 2억은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든 돈입니다! 모두 2억 6천만 원입니다!”신수민은 잠시 멍해 있다가 말했다.“그게 무슨 바보스러운 말인가요? 목숨이 더 중요하지, 돈이 더 중요한가요? 게다가 이 기세를 보세요, 돈을 돌려받는다고 해도 그 돈을 챙겨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겠어요?”뜻밖에도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은데요?”신수민은 하마터면 홧김에 기절할 뻔했다. 크게
하창민이 말을 이었다.“보아하니 경비원 인수가 우리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은데. 허허, 문 사장! 정말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가요?”“다다닥!”바로 이때, 창문 너머로 한 중년 남자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 호텔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은 호텔 내로 들이닥쳤고 앞뒤로 다 하면 수백 명은 될 것 같았다.“망했어! 용의당 사람들이야!”창밖의 수상한 움직임에 문다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이... 이젠 어떡해요?”신수민도 덩달아 조급해졌다.“당장 이리로 와, 정말 이태호 저 녀석이랑 죽으러라도 가려고 하는 거야? 돈 없고 권력 없는 거지 같은 자식이 뭐가 좋다고! 네 딸도 이제 안중에 없는 거야?”소지민은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신수민의 팔을 잡으며 신씨 집안 쪽으로 끌어당겼다.신영식은 안색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급하게 달려와 신수민의 다른 쪽 팔을 부여잡았다. 두 사람은 신수민을 이태호 옆에서 떼어냈다.“언니, 은재 생각도 해야죠, 이 자식을 계속 따라가면 우리 은재는 어떡해요?”신수연도 애타게 말렸다. “하지만...”신수민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간절하게 말했다.“하지만 은재가 아빠를 잃게 할 순 없어. 은재가 얼마나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지 잘 알아, 어렵게 돌아온 아빠를 또 잃어버리게 할 순 없어. 은재한테 나중에라도 어떻게 설명하겠어?”소지민도 잇달아 말했다.“수민아, 바보스러운 짓 좀 그만해! 이씨 가문 도련님은 아직도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그냥 이씨 집안 도련님과 결혼해! 은재한테는 이씨 가문 도련님이 아빠라고 하면 되잖아? 은재는 아빠를 만나본 적도 없는데 뭘!”신수연도 말을 보탰다.“맞아, 언니! 이씨 가문 도련님도 친히 말씀하셨어요. 지금이라도 언니가 시집간다면 비록 첩으로 들이는 것이긴 할 거지만 사랑해 줄 것이라고 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20억을 결혼 예물로 줄 거라고 했어요. 어제도 이 일로 찾아와 엄마, 아빠랑 얘기를 끝냈다니까요!”신수민은 차갑게 웃더니, 실망
태수는 건장하고 훤칠한 사람이었다. 2미터에 육박하는 큰 키에 잔뜩 성난 근육을 자랑했다. 가슴팍의 근육은 타이트한 티셔츠를 뚫고 나올 것 같았고 가슴 사이즈는 웬만한 여자보다 더 큰 것 같았다. 팔뚝의 구리색 근육은 위압감을 주었다. 짙은 눈썹은 무섭고 강력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그는 앞으로 다가와 민머리를 만지작거리더니 하창민을 보고 거칠게 물었다.“하씨 집안 가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시죠, 누굴 죽이라는 말이죠?”하창민이 대답할 틈도 없이 하현우가 나서서 급하게 물었다.“태수님, 이 거지 같은 망나니 새끼가 감히 제 결혼식에 나타나서 난동을 피웠어요! 그뿐만 아니라, 제 손가락까지 부러뜨린 미친놈입니다. 저를 대신해 죽여주세요. 아니, 죽이는 건 너무 쉬우니 죽지 못해 살게끔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세요!”“짝!”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수는 손을 들어 하현우의 뺨을 내리쳤고 하현우는 눈앞이 어질어질해졌다.“태, 태수님, 사람을 잘못 치신 거죠? 제가 아니라, 이태호를 때리셔야죠! 저는 하현우란 말입니다!”하현우는 얼굴을 부여잡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태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네 분부를 받고 일하는 사람인 것 같으냐? 네 아비한테 물었다, 어디 어린놈이 어른들 대화에 끼어들어! 기억해, 난 그저 너희들한테 신세를 졌을 뿐, 그렇다고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하인은 아니야! 너 같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명령할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하창민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당시 태수가 가장 초라하고 힘들게 지낼 때, 그가 태수한테 선심을 베풀어 배를 든든하게 챙겨줬었고 태수는 신세를 꼭 갚을 것이라 약속했다. 오늘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하씨 집안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 약속을 지키라고 불러들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창민은 하현우를 노려보면서 말했다.“이 자식, 어디라고 끼어드는 것이야! 물러나 있거라!”하현우는 기가 막혔지만 태수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잘 알고
이태호의 놀라운 일격은 고준서의 내공을 절단했고 신혼을 잘라버렸으며 수명을 단축했고 육신이 다치게 하였다.고준서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준서가 졌다니!고준서는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이런 놀라운 장면에 옆에서 연무대를 지키는 몇몇 장로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한순간에 할 말을 잃었다.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한 장로는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큰 소리로 선포하였다.“이번 겨루기 대회의 우승자는 이태호임을 발표한다!”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지극히 조용한 광장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에 현장의 정적이 깨졌고 연무대 부근의 제자들은 떠들썩해졌으며 여기저기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헐!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지?!”“고준서 사형이 졌다고?”“어머나, 고 사형은 서열 1위인 진전 제자이고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에다 상고시대 대능력자가 환생한 신체를 가진 천교인데, 이태호 사형에게 졌다고?!”“정말 무섭다! 태호 사형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준서 사형마저 그의 상대가 아니다니!”“이 사형의 실력은 이미 동일한 경지에서 무적으로 됐단 말인가?”“...”모든 제자가 경악함을 금치 못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이번 대결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결 전에 누구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이태호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고준서를 제치고 1위를 했으니까.그러나 종문의 서열 1위인 천교로 불리고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고준서가 아무런 조짐도 없이 패배했다.이런 큰 반전에 동문 제자로서 어떻게 강렬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관람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고준서가 거꾸로 날아서 거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을 보자 엉덩이에 불을 붙인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그는 쓰러진 후 의식을 잃고 내공의 경지가 빠르게 떨어진 고준서를 보면서 멍해졌다.한용운은 입을 벌리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지나서
이는 연태건을 비롯한 제1봉에서 제5봉까지의 봉주들이 모두 고준서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준서는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전생은 성왕급 수사였다. 비록 환생한 후 다시 수련을 시작했지만 전생의 경험이 있어서 빠르게 천지의 힘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이태호는 2급 성왕 경지로 돌파해야 천지의 힘의 사용 방법을 장악할 수 있다고 연태건 등은 이렇게 생각했다.그래서 연태건 등은 흔들림 없이 굳건히 고준서를 지지하게 되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이태호는 성자 경지로 돌파한 지 며칠 만에 천지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혼돈 검영은 강한 위력을 갖고 있어서 2급 성자급 수사라도 맞으면 죽지 않아도 다칠 것이다.아마 3급 성자급 수사일지라도 이 검영에 맞으면 중상을 입게 될 것이다.그러니 연태건 등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람들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이태호가 날린 혼돈 검영은 빠르게 허공을 가르면서 번갯불처럼 시신창과 부딪혔다.그러나 예상했던 폭발음이 나지 않았다.시신창은 혼돈의 검영과 부딪힌 후 두부처럼 싹둑 잘렸다.영보가 파괴된 것을 본 고준서의 동공이 심하게 수축되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드디어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말도 안 돼!”고준서는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그의 영보는 상급 영보인데 어찌 이렇게 손쉽게 잘릴 수 있는가?그러나 그가 더 많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혼돈 검영은 빠르게 공간을 가르면서 그를 향해 날아왔다.자기와 점점 가까워진 혼돈의 검영을 보자 고준서는 정신이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다급히 손을 들어 여러 개 영보를 꺼내서 자신의 주변을 방어하였다.7~8개의 중급 영보는 고준서의 주위를 맴돌면서 끊임없이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였다.그중에서 청색 자(尺)가 발산한 빛은 하늘가까지 비췄고 주변의 모든 것을 진압하였다. 산천을 그린 두루마기 영보는 천천히 필치면서 검은 바람을 휘몰아쳤다.금색 부채 영보는 금빛 불꽃을 일으킬 수 있고 뜨거운 불꽃은 허
이태호가 낮은 소리를 지르자 눈앞에 떠 있는 작은 검이 빠르게 날아갔다.원래 손가락만 한 작은 검이 날아가면서 점점 커졌다.처음에는 손가락만 한 크기에서 물통처럼 커졌고 마지막에 연자방아만큼 커졌다.길이도 원래 2촌이었는데 2장, 20장, 200장으로 길어졌다.검빛은 현황색의 광택을 발산하였는데 마치 천지개벽하려는 듯한 맹렬한 공포의 기운을 지니고 거침없이 고준서의 시신창을 향해 날아갔다.현황색의 작은 검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모두 찢어지고 갈라졌으며 연무대 전체를 삼켜 먹을 것 같은 무서운 공간의 틈새를 형성하였다.이 검에 세상 만물을 한순간에 파멸시킬 것 같은 팽배한 천지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검을 본 순간 멍해졌다.검에서 뿜어 나온 기운이 너무 강렬해서 생사 위기에 처해 있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그들은 소스라쳐 놀라서 다급히 보호캡을 만들고 자신을 보호하였다.“저... 저게 뭐지?”“대체 어떤 신통 무기(武技)이길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지?”“어머나! 이것이 바로 이태호 사형의 진정한 실력인가? 너무 대단해!”“...”관람석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이태호가 방출한 작은 검을 본 순간 벌떡 의자에서 일어섰다.한용운의 안색이 확 변했고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입을 딱 벌리고 연무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한용운은 여전히 놀라운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이건 무슨 신통이길래 이렇게 강렬한 천지의 힘을 발산할 수 있지?”그 혼돈 검영(劍影)에서 발산한 기운은 진전 제자인 한용운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한용운은 마치 지옥을 마주한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온몸이 오싹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한용운은 자신이 이렇게 강렬한 신통의 공격을 받는다면 반항할 힘도 없이 바로 혼돈 검영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혼돈 검영이 날아갈 때 점점 커진 것을 보면서 그는 이후에 절대로 이태호와 원수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같은 시각에.멀
현재 폭발 중심에 있는 이태호는 머리 위에 현황종을 띄우고 오른손에 이화 현황봉을 들고 있었다. 현황봉에서 수많은 현황의 기운을 내뿜었고 공간을 가르고 만물을 파멸시키는 기세를 발산하였다.그의 왼손에 들고 있는 적소검은 적색 화염을 뿜어냈고 검의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허공에 서 있으니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 없이 휘날렸고 옷자락은 펄럭이었다. 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고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방금 그가 날린 일격에 일반 1급 성자급 수사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그가 들고 있는 이화 현화봉은 최상급 영보이고 온 태일종 내에서도 성왕 경지인 선우정혁만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준서가 이 최상급 영보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이태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와 동시에 허공에 서 있는 고준서는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고 주변 수 장 내에 있는 허공은 압박을 받아서 삐걱거리면서 수많은 균열을 형성했다.“자네는 아주 강해. 다만 이것뿐이라면 날 이길 수 없네!”고준서는 시신창을 꽉 잡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웃었다.“나에게 굴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자네의 제삿날이 될 거야!”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는 격렬한 음폭으로 변했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백여 장의 공간을 스쳐 지났고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에 이태호는 가볍게 손을 흔들자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이 쾅쾅 울리면서 커다란 종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종소리가 순식간에 습격해 온 음폭을 멈추게 하였다.그러고 나서 이태호는 차분한 표정으로 고준서에게 말했다.“고 사형이 저에게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요.”이 말을 들은 고준서는 화내는 대신 웃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갈 데까지 가보자!”말을 마친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인 기운을 순식간에 내뿜었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주변의 허공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천지의 기운이 공간의 틈새에서 흘러 나오면서 고준서를 감쌌다.
순식간에 손바닥만 한 이화 현황봉이 점점 커지면서 무수한 성스러운 빛을 하늘가에 내뿜었다.지름이 수 장(丈)이나 되는 빛기둥이 허공을 꿰뚫었고 스쳐 지나간 만물을 파멸하였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고준서로부터 십 장도 안 되는 거리까지 이르렀다.허공에서 시신창을 들고 있는 고준서는 이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신창을 앞에 두고 이태호의 공격을 막았다.“흥! 주네 넘은 놈!”고준서가 대갈일성하면서 주변에 불시에 수많은 도운과 영광이 나타났고 팽배한 천지의 영기가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급의 내공이 모두 폭발되었고 시신창도 빛을 내뿜으면서 앞에 있는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그의 모든 모공에서 수많은 성스러운 빛을 폭발적으로 내뿜었다. 마치 상고시대에서 걸어 나온 신성한 생명체처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쏴아아!”창살이 허공을 가르고 주변의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지극히 공포스러운 힘이 순식간에 연무대 상공에 있는 진법으로 하여금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렸다.한편, 빠르게 날아오는 거대한 빛기둥은 공간을 박살내는 기세로 스쳐 지나간 수많은 균열을 깨뜨렸고 매섭게 시신창에 부딪혔다.순식간에 태양처럼 눈부신 점이 문득 하늘에 나타났다. 이 점이 점점 커졌고 발산한 기운은 사방 수 리의 지역을 뒤덮었다.지금 이 시각.연무대 부근에서 구경하고 있는 제자들은 모두 강렬한 공포감을 느꼈고 마치 웅장한 산에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혔다.이어서 하얀 빛이 스쳐 지나간 후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광장에서 울렸다.“펑!"어마어마한 충격파는 공기를 끊임없이 압축하고 충격을 줘서 순식간에 수많은 음폭을 터뜨렸다.이 맹렬한 충격파는 마치 불붙은 화약통처럼 연무대 위의 진법을 순식간에 붕괴시켰고 진법은 영광의 파편으로 부서져서 허공으로 사라졌다.충격파의 남은 기세는 꺾이지 않고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순식간에 제때 반응하지 못한 제자들은 충격파의 여파로 인해 날아갔고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고준서는 이태호를 굴복시키려고 하였다. 그가 중주로 떠날 때 유능한 부하가 몇 명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까 싸울 때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그러나 고준서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손에 적소검을 들고 현황종을 머리 위로 띄우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각설하고 실력으로 결판을 내립시다!”말을 마친 이태호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검의를 내뿜었다.이 검의는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구름까지 꿰뚫었다. 순식간에 태일종의 모든 제자가 들고 있던 장검은 맑은 소리를 내면서 통제를 잃고 빠르게 칼집에서 벗어나서 하늘로 날아갔고 허공에서 빙빙 에워싸면서 날아다녔다.이태호는 검의를 발동시킨 후 주저 없이 적소검을 들고 검의를 담은 검빛을 응결해서 고준서를 향해 날렸다.이태호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고 오히려 반격하는 것을 보자 고준서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보잘것없는 재주로 감히 건방을 떨어?!”다음 순간, 고준서는 들고 있는 시신창을 앞으로 내리찍자 하늘에서 불시에 눈부신 빛을 발산하면서 현황색의 창살이 교룡처럼 날아갔다. 창살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마다 붕괴하였고 만물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펑.창살이 매섭게 날아오는 검빛과 부딪치면서 하늘까지 치솟은 눈부신 빛을 내뿜었는데 마치 빛기둥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격렬한 폭발음을 내면서 시신창의 창살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공간을 깨뜨리고 지극히 빠른 속도로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굳은 표정으로 다급히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을 발동하였다.현황종이 불시에 커졌고 수많은 현황의 기운이 떨어지면서 그의 주변에 황금빛 보호캡을 형성하였다.“콰앙!”황금빛 보호캡이 형성된 순간, 창살과 거세게 부딪쳤다. 이태호는 한순간에 큰 산에 부딪친 것처럼 천만 근의 압력을 느꼈다.공포스러운 창살의 충격을 받은 황금빛 보호캡에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제길!’그는 속으로 욕하였다. 현재 상황이 긴급한 것을 알고 그는 곧
“체면은 사형이나 차리시죠!”:고준서가 발산한 기고만장한 위압에 이태호는 침착하게 냉소를 지었다.말을 마치고 나서 이태호의 체내에 있는 혈자리들은 순식간에 별처럼 반짝이었고 단전 내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불시에 들끓기 시작하면서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다음 순간,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고 연무대 상공의 진법을 뒤흔들어서 진법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두 성자급 수사의 기운이 서로 부딪치자, 연무대에서 공기가 격렬하게 부딪치는 굉음이 폭발하였다.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나면서 주변의 공간이 찢어지고 갈라졌다.대전이 일촉즉발하자 고준서는 허공에서 두 손으로 주먹 형태의 허영을 만들고 이태호를 향해 내던졌다.현황의 기운으로 겹겹이 쌓인 주먹이 스쳐 지나간 공간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범상치 않은 기세로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망설임도 없이 육신에서 들끓은 기혈이 봉화처럼 타올랐고 대일쌍권을 시전하여 태양처럼 눈부신 주먹을 고준서 쪽으로 던졌다.“펑펑펑...”삽시간에 연무대에서 격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수많은 청색 돌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루로 부서졌고 공간은 전투의 여파에 의해 무너졌다.그 공포스러운 충격파로 인해 연무대 상공의 방어진법은 휘청거렸고 수시로 붕괴할 것 같았다.지금 연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잔영은 번개처럼 하늘을 가로지르고 위치를 빠르게 바꾸면서 그림자조차 자세히 볼 수 없었다.두 사람이 연달아 백여 수를 주고받은 후 연무대의 중앙에 지름이 10장, 깊이가 2장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어내서야 허공에 있는 두 잔영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이태호는 뒤로 7~8보를 후퇴한 후 몸을 멈추었고, 맞은 켠에 있는 고준서도 6~7보를 미끄러진 후 발걸음을 멈추었다.이번 탐색전을 통해 이태호는 고준서의 실력이 자신보다 조금 강하다는 것을 대충 알아냈다.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의 실력이지만 전투력이 강해서 아마 3급 성자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이태호도 3급 성자
고준서의 실력도 약하지 않고 심지어 이태호보다 더 강하였다.한용운은 이태호의 승승장구한 기세가 이제 곧 꺾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같은 시각에 고공에서.제2봉 봉주 임중안, 제5봉 봉주 연태건 등은 연무대에 있는 고준서와 이태호를 보고그동안 마음에 맺혔던 원한이 싹 사라졌다.방금 맹동석 등이 자신들을 조롱하고 비꼬는 말들은 아직 연태건 등의 귓가에 사라지지 않고 들리는 듯했다.그래서 연태건과 임중안 등은 고개를 들고 옆에 있는 맹동석 등을 바라보면서 냉소를 지었다.“이번에도 이태호가 연무대에서 서서 내려올 수 있는지 보자.”9대 봉주 중에서 제1봉부터 제5봉의 봉주가 명확하게 고준서를 지지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다만 이태호와 기성우가 대결할 때 9대 봉주들이 내기를 걸었는데 이 다섯 봉주가 맹동석 등에게 져서 연태건 등이 앙심을 품게 된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이태호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아니나 다를까.맹동석 등이 연태건의 말을 듣자 안색이 확 변했고 분노가 찬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윤하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눌렀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도 이태호가 고준서를 이긴다는 것은 매우 막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이태호가 너무 처참하게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어차피 그들이 전에 이태호를 지지한 것도 이태호가 미래 종주의 자리로 올라가기를 바랄 뿐이었다.이태호가 1위로 되어 중주로 가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윤하영 등이 근심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연무대에 오른 이태호는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준서가 빠르게 연무대에 올랐다.“좋아, 배짱은 있네.”고준서는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이태호를 훑어보았고 후배를 가르치는 선배처럼 지시를 내리고 오만하고 건방진 말투로 말하였다.“아쉽지만 오늘 나를 만나서 1위는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지금 패배를 인정하면 체면이라도 지켜줄게!”패배를 인정하라고?이태호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패배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이제
이태호는 말하고 나서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주변에 있는 천지의 영기는 불시에 몰려와서 계단을 형성하였다. 이태호가 허공에서 이 계단을 밟고 연무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갔다. 이윽고 그는 연무대에 올라갔고 고준서의 시선과 마주쳤다.두 사람이 모두 연무대에 올라간 것을 보자 공중에 있는 9대 장로는 일제히 손을 들고 영광이 번쩍이면서 진법을 다시 강화하였다.이태호이든 고준서이든 모두 성자급 수사로서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연무대 위의 진법은 오직 9급 성황급 수사들이 싸울 때 발생한 여파를 막아낼 수만 있었다. 진법을 강화하지 않으면 두 성자급 수사가 싸울 때 생긴 여파는 진법을 파괴할 수 있고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는 관객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9대 봉주들이 연무대의 진법을 한바탕 강화한 후 주변에 있는 제자들은 낮은 소리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두 사형이 드디어 마주쳤어!”“한 명은 급부상한 천교이고 한 명은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인 천교인데 누가 마지막에 이길 것 같지?”“내가 보기엔 이태호 사형이 힘들 것 같아. 물론 실력이 강해서 기성우도 그의 상대가 아니지만 고준서의 실력은 기성우와는 전혀 비교조차 할 수 없지. 그리고 상고시대에 있었던 성왕급 수사의 환생이니까 여러 가지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 거야.”“나도 고 사형이 이길 것 같아. 아무래도 종문의 서열 1위인 진전 제자니까. 이 사형도 천부가 뛰어나지만 너무 늦게 입문했어. 몇 년이라도 일찍 입문했다면 두 사람의 실력이 막상막하로 됐을 거야.”“어려울 거야! 고준서는 성왕급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현생에서 처음부터 다시 수련했지만 비장의 무기 같은 것이 없겠어?”“고 사형도 현황 신체(神體)를 가지고 있어. 그것도 신체 랭킹에서 상위 10위 이내에 드는 신체란다. 자질은 이태호 사형 못지않아.”“...”동문 제자들이 나지막한 소리로 논의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여전히 고준서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이태호는 확실히 출중한 천부적 자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