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부인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영혼이 가출한 사람처럼 눈빛이 암담해졌다.둘째 부인이 말했다.“그러면 우리는 어떡한단 말이죠? 앞으로 우리 예전처럼 밖에 나가서 거들먹거리지도 못하겠네요.”셋째 부인은 문성준을 가장 사랑했다. 그녀는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쳤다.“안 돼요. 남편이 진짜 죽었는지 아닌지를 떠나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요. 대체 누가 그들을 죽였다는 거죠? 구용시에서 구용시 성주를 죽이다니, 그것도 구용주 주주부가 있는 이 성지에서 말이에요. 주주부 사람들이 설마 가만있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그들도 체면이 서지 않을 텐데요.”넷째 부인이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설마 주주부의 강자가 한 짓은 아니겠죠?”이때 뚱뚱한 경호원이 말했다.“사모님들, 이 일은 경호원 몇 명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까 돌아와서 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성주와 함께 죽은 사람 중에 미녀가 한 명 있는데 천우당 당주의 딸, 임윤서라고 합니다.”이내 세 명의 경호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네 사람에게 알렸다.첫째 부인은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여자 하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네. 그렇게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다니더니. 우리는 그동안 못 본 척했는데 결국엔 여자 하나 때문에 목숨을 잃을 줄이야.”“사모님들, 집사가 성주님과 장로 6명의 시체를 수습해서 돌아왔습니다...”이때 하인 한 명이 달려와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첫째 부인은 안색이 어두워져서 눈살을 찌푸렸다.“알겠다. 내려가 봐. 우리는 금방 나갈 테니까.”이내 네 명의 여자들이 밖으로 나갔다.“첫째 부인, 앞, 앞으로 어떡합니까?’집사는 바닥에 뉘어진 시체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첫째 부인은 바닥에 놓인 시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이 여자 시체는 왜 가져온 거야? 이 여자만 아니었어도 성주는 죽지 않았을 거야. 전부 이 여자 때문이야. 이 여자가 내 남자를 죽였어.”집사는 그제야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첫째 부인,
성주부의 네 부인들은 이내 주주에게 상황을 얘기해줬다.물론 구체적인 이유를 얘기할 때 여자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그들은 문성준과 천우당의 당주의 딸이 사이가 좋아 그녀를 도와주려고 했다가 죽임을 당한 거라고 했다.“천우당의 명성은 좋지 않은데.”그들의 얘기를 들은 백선형은 감개하며 말했다.“구용시 성주로서 어찌 그런 세력의 사람을 도와준 것이지? 천우당은 나쁜 짓을 하도 많이 해서 적들도 많은데 말이야.”“하지만 주주님, 어찌 됐든 주주님이 계신 곳에서 사람을 죽였는데 주주님이 나서주지 않는다면 소문이 났을 때 주주님께서 창피하시지 않겠어요?”첫째 부인은 잠깐 침묵한 뒤 말을 이어갔다.“가장 중요한 건 우리 문 성주는 주주님께서 뽑으셨던 사람이잖아요. 그동안 저희도 주주님께 영초를 꽤 많이 드렸고...”그러나 백선형은 쓴웃음을 지었다.“부인들, 난 부인들을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야. 나와 문성준 사이가 어떤지 다들 알고 있겠지. 우리는 그동안 사이가 꽤 좋았어. 상대방은 다른 곳에서 와서 성주부 사람을 죽였어. 나 또한 무척 화가 나.”거기까지 말한 뒤 백선형은 잠깐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부인들도 지금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라 당연히 문성준을 위해 복수하고 싶겠지. 하지만 잘 생각해 봐. 성주부에는 8급 무왕 세 명과 7급 무왕 세 명이 있어. 그런 상황에서도 전부 죽임당했지. 우리 주주부가 성주부보다 훨씬 강한 건 맞지만 우리가 나선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이때 주주부의 대장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성주부 세 명의 8급 무왕 강자들은 도망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그게 뭘 뜻할까요? 그건 상대가 어쩌면 9급 무왕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9급 무왕이 뭘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저희 주주부의 강자들이 함께 출동해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 수 있어요!”“설마요, 9급 무왕이요?”백선형과 주주부 대장로의 분석을 듣자 성주부 부인들은 그제야 덜컥 겁이 났다. 그들의 상대는 그들이
첫째 부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다른 세 명과 함께 사람들을 데리고 문성준 등의 시체들을 들고 떠났다.그들이 떠난 뒤 대장로가 말했다.“주주님, 저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너무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요? 상대방은 성주부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주 많은 세력이 보고 있어요.”백선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렇게 하지. 비록 우리는 문 성주를 위해 복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티는 내야 해. 우선 상대방의 동향을 살핀 뒤 그들이 묵고 있는 곳을 찾게 된다면 그를 찾아가서 만나야겠어. 그게 나을 것 같네.”대장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게 전부였다.그들은 한 시간 뒤 이태호와 백지연의 행방을 찾았고 이태호와 백지연이 계의당에서 지낸다는 걸 알게 되었다.“계의당에서 묵고 있다고?”이태호가 계의당에서 묵는다는 말에 백선형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네. 계의당은 전부 여자뿐인데 이태호는 어떻게 계의당에서 묵는 걸까요? 이 일을 알게 된 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태호가 그들과 사이인지 모르겠습니다!”조사를 책임졌던 나장로가 쓴웃음을 지었다.“계의당 당주는 절세 미녀라고 하던데. 나도 만난 적은 없지만 소문은 들었네.”백선형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이태호의 곁에 있는 여자도 보기 드문 미녀라고 합니다. 내공도 대단하고 나이도 어려서 설마 계의당에 미녀들이 많은 걸 알고 그곳으로 간 건 아닐까요?”옆에 있던 대장로가 웃으며 말했다.“그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죠. 지금 젊고 실력 좋은 젊은이들은 다들 여자 뒤꽁무니를 쫓으니 말이에요.”“가보자고. 그들이 계의당에서 묵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지금 당장 가봐야겠어.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고수들을 많이 데리고 가는 거야. 다른 세력들에게 우리가 적어도 따지러 갔다는 걸 보여줘야지.”백선형은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이때 이태호와 백지연은 이미 점심을 다 먹고 계의당
장청아는 미간을 구겼다.“우리는 주주부 사람들과 종래로 왕래한 적이 없고, 그들의 심기를 거스른 적도 없는데 왜 우리를 찾아온 거지?”이때 주영현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당주님, 큰일이에요. 조금 전에 들어보니 성주부의 6대 장로와 성주님이 한 남자에게 죽임당했다고 해요. 그 남자가 실력이 아주 대단해서 혼자서 그들을 전부 죽였대요...”대장로는 그 말을 듣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세상에, 성주부 사람들이 죽자마자 주주부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오다니, 설마 성주부 사람들을 죽인 게 우리 신전 주인님일까요?”장청아는 어두워진 안색으로 말했다.“그러고 보니 그럴 가능성이 아주 커요. 구용시에서 혼자서 성주부의 그렇게 많은 강자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우리 신전 주인님뿐일 거예요.”말을 마친 뒤 장청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신전 주인님, 정말 사고뭉치네요. 이제 이틀 뒤면 남운시로 돌아갈 텐데 이럴 때 이런 사고를 칠 줄이야.”대장로는 주영현을 보며 말했다.“영현아, 지금 당장 가서 신전 주인님을 찾아. 만약 주주부 사람들이 시비를 걸러 온 거라면 오직 주인님만이 막을 수 있을 거야.”이때 주영현의 마음속에서는 커다란 파도가 쳤다. 그는 이태호와 백지연이 잠깐 쇼핑하러 나갔다가 이런 큰 소동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네, 지금 갈게요!”주영현은 고개를 끄덕인 뒤 뛰쳐나갔다.장청아는 장로들을 보며 말했다.“가시죠. 사람들을 많이 불러서 주주님을 맞이하러 가요.”이내 장청아는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별장 밖 마당에 백선형 등 사람들이 있었다.“당신이 바로 계의당 당주, 장청아인가?”백선형은 덤덤한 표정으로 장청아를 보았다. 그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 장청아가 미인이라는 말은 일찌감치 들은 적이 있었지만 오늘 보니 확실히 눈앞이 환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치 그림에서 나온 여신 같았다.장청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사람들과 함께 예를 갖췄다.“백 주주님을 뵙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백
이태호는 거기까지 말한 뒤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여기에 온 건 내가 계의당이랑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성주부 일은 문성준이 천우당의 복수를 돕겠다고 나서서예요. 천우당은 절대 좋은 파벌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런 그들의 편을 들려고 했으니 내가 그 인간쓰레기들을 처리한 거죠. 그게 뭐가 지나치다는 거죠?”백선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사실 주주라는 신분을 이용하면 이태호가 조금 꺼리며 사과할 줄 알았다. 그러면 그도 사람을 데리고 그냥 떠날 생각이었다. 그것들은 전부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그러나 그는 이태호가 그의 체면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말을 들어 보니 고개를 수그리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듯했다.백선형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나직하게 말했다.“이태호 군주, 난 그래도 주주야. 내 체면을 조금 생각해 줘야 하지 않겠어?”이태호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이내 상대방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 일은 제가 좀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주주님 기분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손바닥을 뒤집어 3품 저급 단약을 그에게 건넸다.“이건 3품 저급 단약입니다. 주주님께서는 8급 무왕 최정상이시죠? 이 단약이 있다면 주주님은 단번에 1급 무황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제 사죄의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헉!”백선형은 그 단약을 보자 헛숨을 들이켰다. 그는 사실 이태호가 그저 말로 간단히 사과하길 바랄 뿐이었다.그런데 상대방은 그에게 무려 3품 저급 단약 한 알을 주었다. 백선형은 살면서 처음으로 보는 3품 저급 단약이었다.귀중한 보물을 얻게 되자 그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킨 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봤다.“이, 이 단약을 내게 준단 말인가?”이태호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럼요. 제가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건가요? 백 주주님, 눈에 차지 않
대장로의 귀띔에 백선형은 뒤늦게 반응했다. 3품 저급 연단사는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줄로 알았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태호가 3품 저급 단약을 꺼내는 걸 보면 그의 연단 기술이 또 성장했다는 걸 의미했다. 그리고 그는 아마 3품 연단사일 것이다.사이트에서 봤던 정보는 분명 제때 업로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이태호는 적어도 2품 중급 연단사였다.“그렇지. 이태호 군주, 우리 연락처를 남기는 게 좋겠어.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무 때나 나한테 얘기해.”백선형은 뒤늦게 반응하더니 이내 이태호에게 말했다.주주가 휴대전화까지 꺼내며 이태호와 연락처를 교환하겠다고 했으니 이태호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이태호 군주, 그러면 우리는 이만 가보겠네.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시게나.”백선형의 말투가 조금 정중해졌다. 그는 말을 마친 뒤 이내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신전 주인님, 대단하시네요. 3품 저급 단약을 꺼내시다니. 그 단약도 주인님이 만드신 거죠?”그들이 떠나자 장청아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사람들의 기대 가득한 눈빛 속에서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내가 만든 거지. 하지만 아직 능숙하지는 않아. 저런 단약을 많이 만들지도 못했고. 다들 열심히 수련해. 내공이 강해야 쓸 수 있으니까.”장청아 등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더욱 흥분했다. 이런 단약은 1급이나 2급 무황의 강자에게는 아주 효과적이었다.“주주님, 너무 잘 됐어요. 그러면 주주님 이제 곧 1급 무황이 되시겠네요? 그건 무려 3품 단약이잖아요.”돌아가는 길에 주주부 사람들은 무척 흥분했다.백선형 역시 들떠서 말했다.“하하,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간 것이었는데 이렇게 큰 수확이 있을 줄이야. 정말 잘된 일이지. 3품 저급 단약이라니, 이태호는 분명 3품 저급 연단사가 됐을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단약을 아까워서 나에게 주지 못했겠지. 우리는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니 말이
나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분명 그럴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3대 군신은 일주일 내로 연이어 무황이 되었으니 우연치곤 이상한 일이죠.”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장로의 추측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태호라는 사람 정말 보통 인물이 아닐 거야. 다들 꼭 기억해 둬. 절대 그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돼. 앞으로 그에게 잘 보일 기회가 있다면 꼭 그의 비위를 맞춰야 해.”백선형은 마지막에 진지한 얼굴로 장로들과 호법들에게 말했다.같은 시각, 이태호와 백지연은 자신들이 묵고 있는 별장으로 돌아갔다.백지연은 잠깐 수련한 뒤 몸속에서 아주 은은한 파동을 느꼈다.그 파동은 아주 은은한 탓에 눈치채기 어려웠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그러나 그러한 파동도 이태호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이태호는 백지연이 일어나자 말했다.“좋네. 드디어 1급 기사가 되었어. 지금의 넌 진짜 수련의 문턱을 넘은 거야. 진짜 수련자라고 할 수 있지.”백지연은 순간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뭐든 오빠의 눈을 속일 수 없겠어요. 전 오빠에게 서프라이즈를 줄 생각이었어요. 제가 직접 말하고 싶었는데.”이태호는 덤덤히 말했다.“이 방면에서 넌 나를 속일 수 없어. 난 너보다 내공이 훨씬 더 높으니까. 내공이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체내에 파동이 생기는데 그건 숨기기 몹시 어려워. 특히 어떠한 큰 경지에 이르렀을 때는 더더욱 그렇지. 이제 막 내공이 업그레이드되었다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에 당장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내공을 들키기가 아주 쉬워. 뭔가 특별한 기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쉽게 상대방의 내공을 읽을 수 있지.”백지연은 그 말을 듣고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그렇군요. 헤헤, 좋네요. 오늘 또 오빠에게서 수련하는 법을 배웠어요.”말을 마친 뒤 백지연은 주먹을 쥐고 말했다.“체내에서 갑자기 힘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분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전 지금 기사예요. 무왕이 되는 순간이 온다면 분명 더 기분이 좋
백지연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말했다.“그래요, 잊을 뻔했네요. 스스로 수련할 수 있기를 원했어요.”이태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숙께서 약속했었어. 찾을 수만 있다면 문제없을 거야. 몇 달 후면 수련할 수 있을 거야.”그러자 백지연이 고개를 들어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여보, 그럼 나 이제 천안술을 배워도 되지 않을까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문제없지, 하지만 천안술을 배우기 전에 내가 먼저 천안을 열어줄게. 전에 말했듯이, 천안을 열 때는 옷을 다 벗고 침대에 엎드려 있어야 해.”이 말을 들은 백지연의 얼굴에 홍조를 띠더니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어차피 난 오빠 여자인데, 오빠가 볼까 봐 두렵겠어요?”이태호는 웃으며 백지연을 향해 말했다.“그래,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자, 어쨌든 10분 정도면 되는 일이야.”이태호는 말하면서 손바닥을 펼치더니 은침이 든 상자를 꺼내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백지연은 숨을 크게 내쉬고 나서야 천천히 옷을 벗고는 침대에 엎드렸다.백지연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몸매와 하얀 피부를 바라보던 이태호는 참지 못하고 마른 침을 삼키고, 그제야 은침을 집어 들며 신신당부했다.“참, 미리 얘기해야 할 게 있어. 천안을 여는 일이 거의 끝날 무렵 은침을 하나씩 빼야 하는데 은침을 빼는 순간, 너의 몸은 더없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넌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낼 수도 있는데 정상적인 반응이니 민망해하지 말아.”그 말을 들은 백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이태호를 흘겨보며 말했다.“난 안 그럴 거예요. 편하면 얼마나 편하다고 신음까지 내겠어요? 난 분명 참을 수 있을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태호는 그녀의 엉덩이를 툭 쳤다.“아!”백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고 나서 이태호를 돌아보며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이태호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이것도 못 참으면서 좀 있다 소리 내지 않을 수 있겠어?”백지연은 어이가 없다는 표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