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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달귤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24 18:41:23
“이 천한 것들, 당장 꺼져!”

쾅!

문이 거칠게 열리며 빛이 방 안으로 쏟아졌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전생에 내 서방님이 죽기 직전까지 날 지키겠다고 몸을 던지던 그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재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시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를 놓아주고,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마침내 마음속에 맺혀 있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나는 마지막 남은 의식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으며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제발 어머니를 찾지 말아 줘요... 서방님, 제발 부탁이에요. 어머니를 찾지 마세요...”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었다.

눈을 다시 떴을 때, 딸아이가 눈을 꼭 감고 잠든 모습으로 내 옆에 누워있었다.

마침 춘화가 눈물을 머금고 약을 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왕비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왕께서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으셨더라면... 전 다시 사모님을 뵙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서재현을 언급하자 내 가슴속에 따스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그가 문을 차고 들어올 때의 그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전생의 이 시점에서는 그가 분명 A시에서 도적을 토벌하느라 멀리 떨어져 있었던 때였다.

딸의 돌잔치에야 겨우 먼 길을 달려 돌아왔던 서재현은 나와 한 마디 정다운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채, 어머니의 난도질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내 머릿속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 서재현의 행방을 묻기도 전에, 방 밖에서 두 사람이 쏜살같이 들어왔다.

“쯧!”

어머니가 다짜고짜 내 뺨을 세게 후려쳤다.

“고아진, 네가 아무리 막 나가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 상궁이 너를 도우려는 마음으로 왔는데, 도대체 뭣 때문에 이 상궁을 감옥에 처넣은 것이냐!”

고은지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흐느껴 울며 애원했다.

“어머니, 제발 부탁이에요. 이 상궁님을 꼭 구해주세요. 언니가 저를 싫어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 상궁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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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나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은지처럼 착하고 순한 애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분명 네가 은지를 질투해서 일부러 모함하려는 거야!”“저 애한테 속으시면 안 돼요! 못 믿겠다면 이 상궁에게 물어보세요.”나는 속이 썩어들어가는 듯한 비통함을 느꼈다.고은지가 어떤 짓을 했든 간에 어머니는 무조건 고은지의 편이었다.단지 내가 어릴 적 그녀 곁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인가?아버지의 표정이 살짝 흔들리는 듯했다.나는 차갑게 웃으며 이준더러 옆 감방에 갇힌 이 상궁에게 찬물을 들이붓게 했다.이 상궁은 즉시 정신을 차리더니 미친 듯이 소리쳤다.“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마님, 나으리, 제발 믿어주세요! 전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이준이 아무리 고문을 가해도 그녀는 절대 죄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말했다.“보셨죠? 고아진이 이 상궁을 이렇게 고문했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보면, 이건 절대 은지가 한 일이 아니에요! 고아진이 일부러 은지를 모함하는 거라니까요!”“서 궁으로 가세요! 은지를 구해야 해요!”아버지는 주먹을 꽉 쥐고는 돌아서려 했다. 그러나 뒤에서 다가오는 서재현이 그를 가로막았다.“장인어른, 어렵게 오셨는데 이렇게 급히 떠나실 필요가 있을까요? 마침 제가 A시에서 돌아오며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드릴 선물을 가져왔습니다.”아버지와 어머니는 창백한 얼굴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서재현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더니 나를 품에 안고 얼어붙은 내 손을 애틋하게 감싸 쥐며 물었다.“춥지 않아? 이런 일은 아랫사람들에게 맡겨. 괜히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잖아.”든든한 서방님이 있으니, 나는 더욱 당당해져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힐끗 보며 말했다.“동생 생신을 챙기는 일이니 제가 직접 나서야죠. 괜찮아요.”서재현은 내 손을 꼭 잡아주며, 감옥에서 발광하던 이 상궁을 힐끗 보았다. 그 순간, 이준이 뜨거운 물을 또 한 바가지 들이부었고, 그녀는 순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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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현의 눈빛이 너무나도 날카로워지자, 호위병들은 즉시 칼을 뽑아들었다.어머니는 손을 덜덜 떨며 서둘러 나를 놓아주었다. 고은지는 어머니 뒤로 숨으면서 나를 향해 원망 어린 시선을 보냈다.이준이 재빨리 길을 터주고, 춘화는 나를 부축하며 한 발 한 발 서재현의 곁으로 데려갔다.서재현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마주했을 때, 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그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어머니와 고은지에게 차분히 말했다.“서방님, 어제는 제 동생의 생신이었는데 제가 깜빡 잊고 축하를 해드리지 못했어요. 마음이 너무 불편해 오늘이라도 생일을 제대로 챙겨드리려 합니다. 자, 모두 셋째 아가씨를 감옥으로 모셔 생일을 지내게 하라.”고은지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어머니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서재현의 차가운 눈빛에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호위병들이 고은지를 붙잡아 감옥으로 끌고 갔다.나는 방으로 돌아와 약을 마시고 딸을 달래 재웠다.그리고 이튿날이 되어서야 느긋하게 일어나 감옥으로 향했다.상경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어 감옥은 더욱 음습하고 차가웠다.호위병들은 고은지를 던져 넣을 때 그녀의 옷까지 벗겨버렸다.내가 감옥에 들어갔을 때, 이 상궁은 이미 얼어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고은지는 추위에 잠겨 있었고, 온몸은 얼음처럼 차가웠으며, 정신은 혼미해 보였다.이준이 뜨거운 물 한 통을 들고 들어왔다. 나는 그 물을 그대로 고은지의 얼굴에 들이부었다.고은지의 비명소리가 감옥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오들오들 떨며 두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봤다.나는 이준에게 지시를 내렸다.“끌어내 다리를 부러뜨려라.”고은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네가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내가 못할 게 뭐 있어?”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손등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팔을 휘둘러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너는 어머니

  • 동생만 사랑했던 어머니, 뒤늦은 후회   제5화

    서재현은 이번 토벌에서 크게 승리했기에, 이튿날 아침 일찍 궁으로 들어가 임무 보고를 했다.떠나기 전, 그는 내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이준을 네 곁에 둘 테니, 무슨 일이든 이준에게 시키면 돼.”서재현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 폐하와 황후 마마께서 많은 하사품을 보내오셨다.내가 하사품을 정리하고 있을 때 고은지가 당당하게 들어왔다.방 안에 쌓여 있는 금은보화를 보자 그녀의 눈에 탐욕이 넘쳐흘렀다.고은지는 이를 악물고 애써 침착한 척하며 목소리를 높였다.“언니, 어머니께서 어제 내 생신을 챙기느라 언니의 출산에 함께하지 못한 건 알아.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이 상궁을 탓하는 건 너무 하잖아!”“이 상궁이 없었더라면, 언니가 어떻게 딸을 낳을 수 있었겠어?”그녀는 마치 내가 억지를 부리는 사람인 것처럼 말했다.나는 점검한 장부를 춘화에게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걸어가 고아진의 앞에 서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이 상궁을 보고 싶다 했지? 그럼 따라와.”고은지의 눈에 의심이 스쳤지만, 나는 그녀를 이끌고 감옥으로 향했다.감옥 깊숙이 들어가 안에 갇힌 사람을 보자, 고은지는 그 자리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비명을 질렀다.이 상궁의 사지에는 쇠갈고리가 박혀 있었고, 그녀는 그 상태로 감옥에 매달려 있었다.몸은 이미 온통 채찍 자국으로 뒤덮였고, 군데군데 하얀 뼈가 드러났다.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곧 죽을 것 같은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죽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매일 극형을 가하면서도 인삼탕을 억지로 먹여 그녀의 생명을 붙들어 두었다.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게, 살아 있는 시체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고은지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이준이 그녀 앞에서 이 상궁에게 채찍을 한 번씩 휘둘렀다.튀어나온 피가 고은지의 얼굴에 튀었다.고은지는 공포에 질려 입을 틀어막고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문 앞의 호위병들이 길을 막아섰다.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

  • 동생만 사랑했던 어머니, 뒤늦은 후회   제4화

    “이 천한 것들, 당장 꺼져!”쾅!문이 거칠게 열리며 빛이 방 안으로 쏟아졌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전생에 내 서방님이 죽기 직전까지 날 지키겠다고 몸을 던지던 그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서재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시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를 놓아주고,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조아렸다.“제발 용서해 주십시오!”마침내 마음속에 맺혀 있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나는 마지막 남은 의식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으며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제발 어머니를 찾지 말아 줘요... 서방님, 제발 부탁이에요. 어머니를 찾지 마세요...”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었다.눈을 다시 떴을 때, 딸아이가 눈을 꼭 감고 잠든 모습으로 내 옆에 누워있었다.마침 춘화가 눈물을 머금고 약을 내 입가에 가져다 댔다.“왕비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왕께서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으셨더라면... 전 다시 사모님을 뵙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서재현을 언급하자 내 가슴속에 따스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그가 문을 차고 들어올 때의 그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전생의 이 시점에서는 그가 분명 A시에서 도적을 토벌하느라 멀리 떨어져 있었던 때였다.딸의 돌잔치에야 겨우 먼 길을 달려 돌아왔던 서재현은 나와 한 마디 정다운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채, 어머니의 난도질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그 기억이 떠오르자 내 머릿속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내가 아직 서재현의 행방을 묻기도 전에, 방 밖에서 두 사람이 쏜살같이 들어왔다.“쯧!”어머니가 다짜고짜 내 뺨을 세게 후려쳤다.“고아진, 네가 아무리 막 나가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겠느냐!”“이 상궁이 너를 도우려는 마음으로 왔는데, 도대체 뭣 때문에 이 상궁을 감옥에 처넣은 것이냐!”고은지가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흐느껴 울며 애원했다.“어머니, 제발 부탁이에요. 이 상궁님을 꼭 구해주세요. 언니가 저를 싫어하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이 상궁님께

  • 동생만 사랑했던 어머니, 뒤늦은 후회   제3화

    고통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팔꿈치로 침대를 힘껏 두드렸다. 오라버니가 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나를 구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곧 밖에서 오라버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장 안 비켜?”“아진이는 아직 출산 중이잖아.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소식이 없단 말이냐? 당장 비켜! 안에 있는 산파가 쓸모없다면 당장 구신후 선생님을 들여보내!”내가 상서부로 돌아온 이후, 오라버니는 집안에서 나에게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해 준 사람이었다.그러나 산파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피 묻은 손을 대충 씻고는 나를 붙잡고 있던 시녀들에게 말했다.“다들 꽉 붙잡아. 대공자한테 들키지 않게 말이야. 어서 애를 다시 밀어 넣어. 대공자님은 내가 알아서 속일 테니까.”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는 황급히 문 밖으로 나갔다.남겨진 시녀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무릎을 꿇더니 아까 산파가 하던 일을 이어가기 시작했다.밖에서는 산파의 아부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공자님, 제가 고 선생님을 안으로 들이지 않으려 한 게 아닙니다.”“아무리 그래도 그분은 남자 아닙니까? 어찌 감히 남자가 아이를 낳는 걸 도울 수 있겠습니까? 괜히 소문이라도 퍼지면 왕비님의 명성에 분명 영향을 줄 겁니다.”“출산이야 금방 끝나는 일입니다. 대공자님께서 왕비님의 몸 상태를 걱정하시는 건 이해합니다만, 곧 애가 나올 겁니다. 제가 모두 무사히 살릴 테니, 대공자님과 구신후 선생님께서는 우선 나가 계세요.”그러나 오라버니의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가워졌다.“그럼 시간을 좀만 더 주겠다. 빨리 아이를 낳지 못하면 네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산파는 다시 방으로 들어와 나를 보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내 아래쪽을 힐끗 보더니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시녀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물었다.“이제 어떡해요? 대공자님께 들키면 분명 우릴 죽일 거예요!”“뭘 그리 겁내?”산파는 화를 내며

  • 동생만 사랑했던 어머니, 뒤늦은 후회   제2화

    전생에 어머니는 출산하는 나의 곁을 지켜주었다.그때의 산파도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처럼 함부로 나를 대하지는 못했었다.덕분에 나는 무사히 딸을 낳았다. 그러나 고은지는 어머니가 자신의 생일을 함께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 홧김에 집을 나갔다가, 도적들에게 납치되어 모욕당한 끝에 비참하게 죽었다.어머니는 고은지의 죽음에 깊이 자책했고, 그녀를 상서부의 아가씨로 매장했다.내가 딸을 낳은 후, 어머니는 고은지의 방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시지 않으며 꼬박 사흘을 보냈다.그리고 방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한 얼굴이었다.어머니는 내 딸을 안고는 미인이 될 아이라며, 나를 많이 닮았다고 모든 이들에게 자랑스레 보였다.그리고 내 딸을 위해 헝겊신을 한 켤레 만들어 주며, 아이가 건강하게 클 수 있기를 기도해 주었다.그러나 돌잔치 날 밤, 어머니는 음식에 독을 탔다.내 딸의 돌잔치에 참석한 모든 손님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딸을 구해줄 의사를 부르려 했으나, 어머니는 내 딸을 빼앗아 들고는 바닥에 내던져 죽였다.게다가 내 서방님은 나를 지키려다 어머니가 휘두른 칼에 찔려 죽었다.독이 온몸에 퍼져 가는 동안, 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피범벅이 된 남편이 내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그러나 어머니는 내 머리카락을 잡아끌며 나를 고은지의 묘비 앞에 무릎 꿇렸다. 그녀는 내 머리를 억지로 눌러 땅에 박으면서 소리쳤다.“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은지가 왜 죽었겠어?”“넌 이미 은지의 남자를 뺏어갔으면서, 왜 은지를 가만두지 않은 거야? 네 질투 때문에 일부러 사람을 시켜 은지를 죽인 거지?”나는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분명 고은지가 시집가려고 하지 않아서 내가 그녀 대신 서재현과 혼인한 것뿐이었다.그러나 피비린내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 흘리며 고개를 미친 듯

  • 동생만 사랑했던 어머니, 뒤늦은 후회   제1화

    끊임없이 몰아치는 고통에 나는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산파는 내 다리를 거칠게 벌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힘줘, 힘! 밥 안 먹었어? 힘 안 주면 애 못 낳아!”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시녀 춘화는 내 손을 붙잡고 침대 옆에 무릎 꿇은 채 흐느끼며 나를 달래려 했다.“왕비님... 조금만 더 힘내 보세요. 제가 지금 바로 사모님을 모셔...”춘화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산파가 그녀를 단숨에 끌어당겨 방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러자 춘화의 이마는 침대 모서리에 부딪혔다.“오늘은 셋째 아가씨의 생신이야. 사모님이 셋째 아가씨와 함께 계시는 걸 아무도 방해해서는 안 돼!”“어차피 힘만 제대로 쓰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데, 뭘 이딴 일로 사모님을 찾으러 가려는 거야? 눈치 좀 챙기지 그래!”거칠게 몰아치는 고통과 산파의 싸늘한 말투가 분명히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나는 다시 태어난 것이다.전생에도 똑같았다.나는 난산으로 거의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고 서방님은 A시에 있었다. 내가 걱정되었던 서방님은 어머니를 내 곁에 두려 했다. 그런데 춘화가 울며불며 어머니를 모시러 가겠다고 나섰을 때, 전생의 산파 역시 지금처럼 그녀를 가로막았다.“고작 애 낳는 일 따위로 사모님을 방해하지 마. 셋째 아가씨 생신을 축하하시는 중인데 무슨 소란이야.”전생엔 내가 직접 왕비의 권위를 들먹이며 춘화에게 어머니를 모시러 가라고 명령했다.그러나 이번 생에서는 달랐다.다시 태어난 나는 어머니를 부르지 않기로 결심했다.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억누르며 몸을 반쯤 일으켜 춘화에게 말했다.“구신후 선생님을 불러와...”구신후는 이번 생에서 서방님이 떠나기 전, 나를 위해 특별히 연락해 둔 의사였다.그러나 전생의 어머니는 이 상궁이 경험이 많다며 여러 번 강조하셨고, 결국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 구신후를 부르지 않았다.그 순간, 산파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내 어깨를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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