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남자는 압도적인 기운을 풍겼다.깊고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끝없는 심연을 품고 있는 듯했고 온다연은 그 시선에 빠져드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그녀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가장 소중한 그 보석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이 고통은 이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그래서 크루즈로 다시 와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도 망설임 없이 헬리콥터를 준비하게 했다.온다연은 한 걸음씩 그의 쪽으로 다가갔다.낮의 밝은 빛 속에서 남자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고급 맞춤 수트가 그를 더욱 고귀하게 보이게 했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마치 신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 같았다.단순히 앉아 있을 뿐이었지만 그는 마치 온 세상을 발아래 둔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온다연은 심장이 떨리는 걸 느끼며 그를 바라봤다.무섭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그녀가 본 남자 중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다.그때 남자가 고개를 들어 온다연과 시선을 마주쳤다.그의 차갑고 깊은 눈빛이 그녀를 꿰뚫는 순간, 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숨이 막힐 것 같았다.남자와 가까워질수록 온다연은 더 답답함을 느꼈다.그리고 그가 왜 그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 눈빛은 마치 자신을 작은 사냥감으로 보는 것 같았는데 거대한 맹수처럼 그가 언제든 달려들어 삼켜버릴 듯한 느낌이었다.어젯밤 온다연은 인터넷을 뒤져 이 남자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 했으나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오아시스 그룹이 세계 해양 자원 개발의 선두 기업이라는 사실과 수많은 크루즈와 원양 항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정도뿐이었다.막대한 자산 규모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들의 대표, 즉 이 남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온다연은 그의 책상 앞까지 가지 못하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물건을 찾으러 왔습니다.”유강후는 그녀를 가만히
곧 온다연은 가방에서 한 장의 수표를 꺼내더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이건 M 국 은행의 국제 수표입니다. 보상이 필요하다면 금액은 원하는 대로 적으세요.”그 커다란 액면의 국제 수표를 본 순간, 유강후는 그녀가 진수현의 딸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이런 수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수천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대기업의 최고 인사들뿐이었다.‘역시 그랬구나.’오랜 시간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지만 단서 하나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명확해졌다.‘다연이가 진수현의 딸이었다니!’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정말 날 기억하지 못하겠어?”들어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온다연의 모든 행동은 방어적이었다.그것도 완전히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보이는 방어였다.유강후는 확신했다. 온다연은 정말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가슴이 누군가 칼로 깊게 도려낸 듯 아팠지만 그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억누르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겁주지 말아야 해.’하지만 손에 쥔 펜을 너무 세게 잡아 펜이 약간 휘어질 정도였다.“다연아, 나 유강후야.”“유강후. 설마 너 정말 날 기억 못 한다는 거야?”‘유강후?’이 세 글자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온다연의 의식을 깊게 파고들었다.‘유강후!’그 이름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하지만 이름과 관련된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하면 머릿속이 터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그 어떤 통증보다도 극심했다.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내장까지 꼬이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온다연은 고통스러운 듯 신음 소리를 내며 머리를 부여잡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러자 유강후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그는 바로 그녀에게 달려가 안으며 외쳤다.“다연아!”익숙하고 차가운 스노우 우디향과 담배의 은은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그러나 그 순간, 온다연의 두통은 더욱 심해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너무 아파요!”“아파!”“건드리지 마요! 저리 가
빠르게 의사가 황급히 달려와 꼼꼼히 검사한 후 온다연에게 별다른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전보다 상태가 더 많이 좋아졌다.아무래도 진씨 가문에서 온다연에게 아주 잘해주는 듯했다.살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고 손바닥에 있던 굳은살도 전부 사라져 말랑말랑한 손이 되었다.잠든 온다연의 모습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유강후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기다란 손가락으로 보드라운 그녀의 볼을 쓸어내리며 나직하게 말했다.“날 떠나니까 그렇게 좋았어?”그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접더니 그녀의 턱을 확 잡았다.“하지만 잊지 마. 내가 널 3년 동안 찾아다녔다는 거. 그 3년 동안 난 단 하루도 편히 잔 적도 없고 매일 지옥 같았다는 걸!”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인 후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익숙한 달콤한 향기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 그는 눈가가 촉촉해질 것 같았다. 마치 끝없는 사막에 절망하다가 갑자기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고 눈 감았다 뜨면 모든 게 사라질 환각 같았다.유강후는 역시나 참지 못하고 다시 온다연의 입술을 약하게 깨물며 부드럽게 비비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야만 온다연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것처럼.이때 온다연이 움직임을 보였고 예전처럼 따듯한 온기를 찾아 품에 파고들더니 팔을 유강후의 허리에 둘렀다.유강후는 처음에는 당황했다가 이내 눈이 붉게 충혈되면서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온다연은 분명 그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온다연에게 다른 남자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이 생각에 유강후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온다연, 네게 다른 남자라도 생긴 거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이때 문이 갑자기 열리며 이권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곤 황급히 몸을 돌렸다.“도련님, 곽혜진 씨 쪽에 이미 연락해 두었습니다. 마침 곽혜진 씨도 그 작은 섬에 있다고 합니다. 사모님 상황을
곽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약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숨겨진 섬에만 있는 약물이에요. 얼굴에 바르면 피부색을 바꿀 수 있지요. 거기에다 화장을 조금 해두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거든요.”다만 이건 중요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했다.“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이 아가씨 마음고생 많이 하면서 살았죠? 이렇게 어린 나이에 내장 기관이 이토록 빨리 노화된 사람은 처음 보네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자 그녀는 더 엄숙하게 말했다.“이 아가씨 맥박도 미약하고 뒤죽박죽이에요. 고작 20대인데 몸 상태가 이 정도라는 건 분명 어릴 때부터 허약했다는 소리겠죠. 거기에다 여러 번 추위에 시달려서 더 나쁜 거예요. 요즘 시대에 평범한 집 아이들도 다 귀하게 키워요. 아이를 어릴 때부터 몸이 꽁꽁 얼 정도로 추위에 노출시키지 않는다고요.”유강후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입술을 짓이기고 있었다. 한참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다 제 잘못입니다.”곽혜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입구에 있는 남자를 째려보고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같은 사람들이 제일 극혐이에요. 알아요? 있을 때 잘해주지 않다가 잃고 나서야 후회하고 애타게 찾으려고 하죠!”입구에 서 있던 염동식은 아내가 화난 모습에 바로 축 처진 모습으로 말했다.“여보, 나 오늘은 잘못 한 거 없는데...”곽혜진은 염동식을 무시하곤 의약 상자에서 두 병의 검은색 알약이 든 약병을 꺼내 유강후에게 건넸다.“큰 거 하나, 작은 거 하나씩 사흘에 한 번 먹이세요. 가지고 나온 게 이것뿐이라 약병 다 비우고 나면 또 연락 주세요.”그녀는 깊이 잠이 든 온다연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실력 좋은 심리상담사를 모셔와서 치료해보세요. 상태를 보니까 최면 치료로 예전의 기억을 지운 것 같네요. 하지만 알려드릴 게 있어요. 만약 과거의 일이 아주 충격적이고 힘든 일이었다면 억지로 기억을 되돌릴 시 이 아가씨가 받게 될 고통은 더 커질 거예요. 몸도 마음도 약해 보이니까 제가 보기엔 아
유강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앞에서는 모든 것을 숨길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그의 두 눈을 직시할 수 없었던 온다연은 팔찌를 꽉 잡은 뒤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이를 빠득 갈았다.“이 팔찌는 제 거예요. 게다가 이건 비싼 팔찌도 아니라고요. 만약 팔찌를 좋아하는 거라면 다른 팔찌를 드릴 테니까 이것만은 안 돼요!”유강후는 깊은 두 눈으로 그녀를 빤히 보았다. 분명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왜 이토록 이 팔찌에 집착하는 것일까? 설마 그 아이를 기억하는 것일까?그는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이 팔찌, 유나 씨에게 중요한 팔찌인가요?”‘중요해?'온다연은 잠깐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확실히 그녀에게 중요한 팔찌였지만 왜 중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어젯밤 그녀는 이 팔찌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녀에겐 팔찌가 아주 많았고 비싼 것도 가득했지만 이상하게도 흥미가 가지 않았고 오로지 이 호박석 팔찌만 매일 차고 다녔다.어느 하루 그녀는 이 팔찌를 전문가에게 보여주기도 했었지만 천연 호박석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인공 합성으로 만든 것이라는 대답을 듣게 되었고 호박석 안에는 인간의 머리카락 같은 것이 들어 있다고 했다. 그때의 진수현과 안심은 불길하다며 버리려고 했지만 만약 이 팔찌를 버리게 된다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플 것 같아 단호하게 남기겠다고 말했다.그런데 이 일은 눈앞에 있는 남자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그는 왜 그녀에게 물어보는 것일까?그녀는 팔찌를 꽉 쥐고 작게 말했다.“이 팔찌는 어느 장인이 만든 것도 아니고 비싼 게 아니에요. 저 대신 보관해줘서 고마워요. 만약 보상을 원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금액을 말씀하셔도 돼요.”유강후는 여전히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다.“전 돈 필요하지 않아요. 대신 앞으로 유나 씨가 절 볼 때마다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보상은 그걸로 받을게요.”온다연은 멍한
이때 집사가 다가왔다.“아가씨, 손님이 곧 도착하실 겁니다. 사모님께서 얼른 옷을 갈아입으시라고 합니다.”온다연은 팔찌를 꽉 잡은 채 고개를 돌려 집사를 향해 대답했다.“어머니한테 전해주세요. 전 몸이 안 좋아서 오늘 저녁 연회엔 참석하기 힘들 것 같다고요.”집사는 뜸을 들였다.“하지만 오늘 저녁 연회는 아주 중요한 자리입니다. 크루즈에서 온 그분과 부통령님 부부가 오시는 아주 중요한 자리라 진씨 가문의 일원이라면 모두 참석해야 할 겁니다. 회장님도 아가씨가 꼭 참석하게 하라고 하셨는걸요.”진씨 가문은 강하긴 했지만 여하간에 상인 출신이었기에 정치계의 인물들과 인맥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크루즈 타고 오는 중요한 인물들은 당연히 진씨 가문 사람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었기에 그들과 친하게 지낸다면 앞으로 사업을 할 때 더 유리해질 것이다.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알겠어요. 가서 일보세요. 제가 직접 아버지께 말씀드려보죠.”말을 마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지내고 있는 방으로 가버렸다.이때 진씨 가문의 대문이 열리고 검은색 롤스로이스 여러 대가 천천히 저택 정원에 들어왔다.진수현은 집안에서 중요한 몇 명의 젊은이들을 이끌고 직접 마중하러 나왔다. 유강후와 함께 온 사람은 건국 이래 아주 젊은 나이에 부통령이 된 이경진이었다.그는 두 사람의 방문에 다소 놀라워했다. 진씨 가문은 3년 동안 확실히 돈도 많이 벌고 실력도 점점 강대해졌지만 이렇듯 위대한 인물이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알다시피 오아시스 그룹이 이곳에서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는 이유는 강한 경제력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진씨 가문은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강점이 없었다.지금은 강점을 분석할 때가 아니었다. 진수현은 인사를 한 후 유강후와 이경진 부부를 연회장 안으로 안내했고 유강후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온다연을 찾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날 피하는 거야?'연회가 중반쯤 지나자 이권이 들어와 유강후의 귀에
온다연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꿈속에서 유강후가 나타나 지금과 똑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녀가 도망을 치면 어떻게든 찾아냈기에 그녀는 오후 내내 유강후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지만 인터넷에선 그저 성이 강 씨라고만 나왔다. 그런데 왜 아침엔 그녀에게 유강후라고 소개한 것일까?유강후라는 이름은 정말이지 너무도 싫었다! 이 세 글자만 들어도 그녀는 치가 떨려왔다.잠에서 깬 그녀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몸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왜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거죠?”온다연은 그제야 유강후가 자신의 집에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유강후는 오늘 그녀의 집으로 찾아온 손님이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강 대표님, 왜 연회 홀에 계시지 않고 멋대로 남의 집 후원에 오신 거예요? 이건 예의에 어긋나지 않나요?”유강후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 은은한 불빛이 그녀의 몸에 쏟아지니 더욱 연약해 보였고 예전에 그녀가 꽃방에서 지내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은은한 조명 아래서 그림을 그리다가 지친 그녀는 의자에 기대어 나른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면 항상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키스해 달라고 조르거나 귓가에 대고 나른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그때가 아마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때였을 것이다.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를 낯선 사람 보듯 보고 있었다. 고작 3년이 흘렀을 뿐인데 말이다. 그녀의 두 눈에 담긴 냉담함과 느껴지는 거리감에 그는 괜스레 짜증이 치밀었다.그는 어느새 어두워진 눈빛을 한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아침에 돌려달라는 걸 돌려줬더니 이젠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하는 거예요?”말하면서 시선을 돌려 그녀의 손목을 보았다. 그의 흑요석 팔찌는 그녀의 손목에 두 바퀴 감겨 있었고 다소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얇고 귀여운 손목을 더 돋보이게 했다.그의 시선을 느낀 온다연은 본능적으로 팔찌를 두른 손목을 몸 뒤로 옮기며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어두운 골목.가로등 하나가 깜빡거리고 있었다.온다연은 골목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갑자기 누군가에게 잡아당겨져 어두운 구석으로 끌려 들어갔다.벽 앞에는 술 냄새를 풍기는 취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고 그들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찢기 시작했다.코를 찌르는 알콜 냄새와 남자들의 거친 움직임에 온다연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그들 중 한 남자는 즉시 온다연의 뺨을 세게 때렸다.“감히 소리쳐? 뭘 잘했다고 소리치는 거야!”“오늘 네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가만히 있어. 이 오빠가 기쁘게 해줄 테니까.”...이때 갑자기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골목을 가로질러 왔고 차창이 천천히 내리자 차갑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드러나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 행위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나가서 말릴까요?”도련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가!”이때 온다연은 이미 옷이 찢어진 상태였고 갑자기 나타난 차량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몸부림쳤다.“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술 취한 남자는 온다연에게 아직도 도움을 청할 힘이 남아있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두 번 더 때렸다. 또한 온다연의 몸을 잡고 있는 손에도 더욱 힘을 주어 치마를 벗기려고 했다.온다연이 절망하려고 할 때 이미 시동을 걸었던 차가 갑자기 멈췄다.그리고 차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 두 명이 내려왔다.앞에 선 남자는 마른 체격에 브랜드 로고가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차갑고 위엄이 있어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것 같았다.그는 구석에서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온다연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불빛이 너무 어두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낮은 울음소리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남자의 기억 속 목소리와 다소 비슷했다.남자는 차갑고
온다연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꿈속에서 유강후가 나타나 지금과 똑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녀가 도망을 치면 어떻게든 찾아냈기에 그녀는 오후 내내 유강후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지만 인터넷에선 그저 성이 강 씨라고만 나왔다. 그런데 왜 아침엔 그녀에게 유강후라고 소개한 것일까?유강후라는 이름은 정말이지 너무도 싫었다! 이 세 글자만 들어도 그녀는 치가 떨려왔다.잠에서 깬 그녀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몸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왜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거죠?”온다연은 그제야 유강후가 자신의 집에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유강후는 오늘 그녀의 집으로 찾아온 손님이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강 대표님, 왜 연회 홀에 계시지 않고 멋대로 남의 집 후원에 오신 거예요? 이건 예의에 어긋나지 않나요?”유강후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 은은한 불빛이 그녀의 몸에 쏟아지니 더욱 연약해 보였고 예전에 그녀가 꽃방에서 지내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은은한 조명 아래서 그림을 그리다가 지친 그녀는 의자에 기대어 나른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면 항상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키스해 달라고 조르거나 귓가에 대고 나른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그때가 아마 살면서 제일 행복했던 때였을 것이다.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를 낯선 사람 보듯 보고 있었다. 고작 3년이 흘렀을 뿐인데 말이다. 그녀의 두 눈에 담긴 냉담함과 느껴지는 거리감에 그는 괜스레 짜증이 치밀었다.그는 어느새 어두워진 눈빛을 한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아침에 돌려달라는 걸 돌려줬더니 이젠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하는 거예요?”말하면서 시선을 돌려 그녀의 손목을 보았다. 그의 흑요석 팔찌는 그녀의 손목에 두 바퀴 감겨 있었고 다소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녀의 얇고 귀여운 손목을 더 돋보이게 했다.그의 시선을 느낀 온다연은 본능적으로 팔찌를 두른 손목을 몸 뒤로 옮기며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때 집사가 다가왔다.“아가씨, 손님이 곧 도착하실 겁니다. 사모님께서 얼른 옷을 갈아입으시라고 합니다.”온다연은 팔찌를 꽉 잡은 채 고개를 돌려 집사를 향해 대답했다.“어머니한테 전해주세요. 전 몸이 안 좋아서 오늘 저녁 연회엔 참석하기 힘들 것 같다고요.”집사는 뜸을 들였다.“하지만 오늘 저녁 연회는 아주 중요한 자리입니다. 크루즈에서 온 그분과 부통령님 부부가 오시는 아주 중요한 자리라 진씨 가문의 일원이라면 모두 참석해야 할 겁니다. 회장님도 아가씨가 꼭 참석하게 하라고 하셨는걸요.”진씨 가문은 강하긴 했지만 여하간에 상인 출신이었기에 정치계의 인물들과 인맥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크루즈 타고 오는 중요한 인물들은 당연히 진씨 가문 사람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었기에 그들과 친하게 지낸다면 앞으로 사업을 할 때 더 유리해질 것이다.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알겠어요. 가서 일보세요. 제가 직접 아버지께 말씀드려보죠.”말을 마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지내고 있는 방으로 가버렸다.이때 진씨 가문의 대문이 열리고 검은색 롤스로이스 여러 대가 천천히 저택 정원에 들어왔다.진수현은 집안에서 중요한 몇 명의 젊은이들을 이끌고 직접 마중하러 나왔다. 유강후와 함께 온 사람은 건국 이래 아주 젊은 나이에 부통령이 된 이경진이었다.그는 두 사람의 방문에 다소 놀라워했다. 진씨 가문은 3년 동안 확실히 돈도 많이 벌고 실력도 점점 강대해졌지만 이렇듯 위대한 인물이 직접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알다시피 오아시스 그룹이 이곳에서 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는 이유는 강한 경제력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요인이었다. 하지만 진씨 가문은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강점이 없었다.지금은 강점을 분석할 때가 아니었다. 진수현은 인사를 한 후 유강후와 이경진 부부를 연회장 안으로 안내했고 유강후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온다연을 찾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날 피하는 거야?'연회가 중반쯤 지나자 이권이 들어와 유강후의 귀에
유강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앞에서는 모든 것을 숨길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그의 두 눈을 직시할 수 없었던 온다연은 팔찌를 꽉 잡은 뒤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이를 빠득 갈았다.“이 팔찌는 제 거예요. 게다가 이건 비싼 팔찌도 아니라고요. 만약 팔찌를 좋아하는 거라면 다른 팔찌를 드릴 테니까 이것만은 안 돼요!”유강후는 깊은 두 눈으로 그녀를 빤히 보았다. 분명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는데 왜 이토록 이 팔찌에 집착하는 것일까? 설마 그 아이를 기억하는 것일까?그는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이 팔찌, 유나 씨에게 중요한 팔찌인가요?”‘중요해?'온다연은 잠깐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확실히 그녀에게 중요한 팔찌였지만 왜 중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어젯밤 그녀는 이 팔찌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녀에겐 팔찌가 아주 많았고 비싼 것도 가득했지만 이상하게도 흥미가 가지 않았고 오로지 이 호박석 팔찌만 매일 차고 다녔다.어느 하루 그녀는 이 팔찌를 전문가에게 보여주기도 했었지만 천연 호박석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인공 합성으로 만든 것이라는 대답을 듣게 되었고 호박석 안에는 인간의 머리카락 같은 것이 들어 있다고 했다. 그때의 진수현과 안심은 불길하다며 버리려고 했지만 만약 이 팔찌를 버리게 된다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플 것 같아 단호하게 남기겠다고 말했다.그런데 이 일은 눈앞에 있는 남자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그는 왜 그녀에게 물어보는 것일까?그녀는 팔찌를 꽉 쥐고 작게 말했다.“이 팔찌는 어느 장인이 만든 것도 아니고 비싼 게 아니에요. 저 대신 보관해줘서 고마워요. 만약 보상을 원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금액을 말씀하셔도 돼요.”유강후는 여전히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다.“전 돈 필요하지 않아요. 대신 앞으로 유나 씨가 절 볼 때마다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보상은 그걸로 받을게요.”온다연은 멍한
곽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약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숨겨진 섬에만 있는 약물이에요. 얼굴에 바르면 피부색을 바꿀 수 있지요. 거기에다 화장을 조금 해두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거든요.”다만 이건 중요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말했다.“솔직하게 말해주세요. 이 아가씨 마음고생 많이 하면서 살았죠? 이렇게 어린 나이에 내장 기관이 이토록 빨리 노화된 사람은 처음 보네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자 그녀는 더 엄숙하게 말했다.“이 아가씨 맥박도 미약하고 뒤죽박죽이에요. 고작 20대인데 몸 상태가 이 정도라는 건 분명 어릴 때부터 허약했다는 소리겠죠. 거기에다 여러 번 추위에 시달려서 더 나쁜 거예요. 요즘 시대에 평범한 집 아이들도 다 귀하게 키워요. 아이를 어릴 때부터 몸이 꽁꽁 얼 정도로 추위에 노출시키지 않는다고요.”유강후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입술을 짓이기고 있었다. 한참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다 제 잘못입니다.”곽혜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입구에 있는 남자를 째려보고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같은 사람들이 제일 극혐이에요. 알아요? 있을 때 잘해주지 않다가 잃고 나서야 후회하고 애타게 찾으려고 하죠!”입구에 서 있던 염동식은 아내가 화난 모습에 바로 축 처진 모습으로 말했다.“여보, 나 오늘은 잘못 한 거 없는데...”곽혜진은 염동식을 무시하곤 의약 상자에서 두 병의 검은색 알약이 든 약병을 꺼내 유강후에게 건넸다.“큰 거 하나, 작은 거 하나씩 사흘에 한 번 먹이세요. 가지고 나온 게 이것뿐이라 약병 다 비우고 나면 또 연락 주세요.”그녀는 깊이 잠이 든 온다연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실력 좋은 심리상담사를 모셔와서 치료해보세요. 상태를 보니까 최면 치료로 예전의 기억을 지운 것 같네요. 하지만 알려드릴 게 있어요. 만약 과거의 일이 아주 충격적이고 힘든 일이었다면 억지로 기억을 되돌릴 시 이 아가씨가 받게 될 고통은 더 커질 거예요. 몸도 마음도 약해 보이니까 제가 보기엔 아
빠르게 의사가 황급히 달려와 꼼꼼히 검사한 후 온다연에게 별다른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전보다 상태가 더 많이 좋아졌다.아무래도 진씨 가문에서 온다연에게 아주 잘해주는 듯했다.살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고 손바닥에 있던 굳은살도 전부 사라져 말랑말랑한 손이 되었다.잠든 온다연의 모습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유강후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기다란 손가락으로 보드라운 그녀의 볼을 쓸어내리며 나직하게 말했다.“날 떠나니까 그렇게 좋았어?”그는 갑자기 눈을 가늘게 접더니 그녀의 턱을 확 잡았다.“하지만 잊지 마. 내가 널 3년 동안 찾아다녔다는 거. 그 3년 동안 난 단 하루도 편히 잔 적도 없고 매일 지옥 같았다는 걸!”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인 후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익숙한 달콤한 향기에 감정이 북받쳐 오른 그는 눈가가 촉촉해질 것 같았다. 마치 끝없는 사막에 절망하다가 갑자기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고 눈 감았다 뜨면 모든 게 사라질 환각 같았다.유강후는 역시나 참지 못하고 다시 온다연의 입술을 약하게 깨물며 부드럽게 비비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야만 온다연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것처럼.이때 온다연이 움직임을 보였고 예전처럼 따듯한 온기를 찾아 품에 파고들더니 팔을 유강후의 허리에 둘렀다.유강후는 처음에는 당황했다가 이내 눈이 붉게 충혈되면서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온다연은 분명 그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예전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온다연에게 다른 남자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이 생각에 유강후의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온다연, 네게 다른 남자라도 생긴 거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이때 문이 갑자기 열리며 이권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곤 황급히 몸을 돌렸다.“도련님, 곽혜진 씨 쪽에 이미 연락해 두었습니다. 마침 곽혜진 씨도 그 작은 섬에 있다고 합니다. 사모님 상황을
곧 온다연은 가방에서 한 장의 수표를 꺼내더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이건 M 국 은행의 국제 수표입니다. 보상이 필요하다면 금액은 원하는 대로 적으세요.”그 커다란 액면의 국제 수표를 본 순간, 유강후는 그녀가 진수현의 딸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이런 수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수천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대기업의 최고 인사들뿐이었다.‘역시 그랬구나.’오랜 시간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지만 단서 하나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명확해졌다.‘다연이가 진수현의 딸이었다니!’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정말 날 기억하지 못하겠어?”들어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온다연의 모든 행동은 방어적이었다.그것도 완전히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보이는 방어였다.유강후는 확신했다. 온다연은 정말로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가슴이 누군가 칼로 깊게 도려낸 듯 아팠지만 그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억누르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겁주지 말아야 해.’하지만 손에 쥔 펜을 너무 세게 잡아 펜이 약간 휘어질 정도였다.“다연아, 나 유강후야.”“유강후. 설마 너 정말 날 기억 못 한다는 거야?”‘유강후?’이 세 글자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온다연의 의식을 깊게 파고들었다.‘유강후!’그 이름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하지만 이름과 관련된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하면 머릿속이 터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그 어떤 통증보다도 극심했다.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내장까지 꼬이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온다연은 고통스러운 듯 신음 소리를 내며 머리를 부여잡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러자 유강후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그는 바로 그녀에게 달려가 안으며 외쳤다.“다연아!”익숙하고 차가운 스노우 우디향과 담배의 은은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그러나 그 순간, 온다연의 두통은 더욱 심해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너무 아파요!”“아파!”“건드리지 마요! 저리 가
눈앞의 남자는 압도적인 기운을 풍겼다.깊고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끝없는 심연을 품고 있는 듯했고 온다연은 그 시선에 빠져드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그녀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며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가장 소중한 그 보석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이 고통은 이 남자를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렬했다.그래서 크루즈로 다시 와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도 망설임 없이 헬리콥터를 준비하게 했다.온다연은 한 걸음씩 그의 쪽으로 다가갔다.낮의 밝은 빛 속에서 남자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고급 맞춤 수트가 그를 더욱 고귀하게 보이게 했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마치 신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 같았다.단순히 앉아 있을 뿐이었지만 그는 마치 온 세상을 발아래 둔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온다연은 심장이 떨리는 걸 느끼며 그를 바라봤다.무섭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그녀가 본 남자 중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다.그때 남자가 고개를 들어 온다연과 시선을 마주쳤다.그의 차갑고 깊은 눈빛이 그녀를 꿰뚫는 순간, 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숨이 막힐 것 같았다.남자와 가까워질수록 온다연은 더 답답함을 느꼈다.그리고 그가 왜 그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 눈빛은 마치 자신을 작은 사냥감으로 보는 것 같았는데 거대한 맹수처럼 그가 언제든 달려들어 삼켜버릴 듯한 느낌이었다.어젯밤 온다연은 인터넷을 뒤져 이 남자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 했으나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오아시스 그룹이 세계 해양 자원 개발의 선두 기업이라는 사실과 수많은 크루즈와 원양 항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정도뿐이었다.막대한 자산 규모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들의 대표, 즉 이 남자에 대한 정보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온다연은 그의 책상 앞까지 가지 못하고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물건을 찾으러 왔습니다.”유강후는 그녀를 가만히
주먹을 꽉 쥐더니 아이의 눈가가 붉어졌다.“역시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아요! 이제는 내 분유까지 줄이겠다고요?”아이의 똑똑함은 누구나 인정할 정도였지만 기본적으로 아직 어린아이였다.특히 우유에 대한 집착이 심해 매일 밤 200mL를 마셔야만 잠이 들곤 했다.유강후가 분유를 끊겠다는 말에 아이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울음을 터뜨렸다.아이가 울며 상심해 하는 모습을 보자 유강후는 마음이 약해졌다.어렸을 때부터 손수 키운 아이였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저 친자식 같았다.특히 지난 3년 동안 둘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보통의 부자 관계보다 훨씬 더 가까웠다.그는 아이를 안아 의자에 앉히고 하인이 건네준 우유를 받아 아이 앞에 내밀었다.“마셔요, 작은 도련님.”아이는 한동안 거짓 울음을 흘리다 결국 우유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이내 아이는 우유병을 받아 들고 크게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말했다.“아빠는 사랑에 빠져서 많은 걸 제대로 못 보고 있어요.”그러고는 얼굴을 약간 들리더니 당돌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그 보석 가짜예요. 근데도 그 사람은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그걸 차고 있었어요.게다가 값비싼 장신구들과 함께 말이에요. 그건 그 보석이 엄청나게 중요한 물건이라는 뜻이죠. 평소 절대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것... 이해돼요?”“지금 분명 미친 듯이 찾고 있을 거예요!”“하지만 배로 찾아오진 않았어요. 그건 아빠를 두려워한다는 뜻이죠!”유강후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만족감을 내비쳤다.‘쪼끄만 녀석이 또 조금 더 똑똑해졌군. 잘 키워낸다면 양씨 가문은 앞으로도 걱정이 없겠어.’“혼수 얘기는 무슨 뜻이야?”아이는 손에 든 우유병을 흔들며 말했다.“아빠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했어요. 혼수는 크루즈 전부와 이 넓은 바다라고 했고요. 나랑 약속했어요. 그 약속은 깨지 않을 거예요!”유강후의 마음 한편이 찢어지는 듯했다.이 정도 재산이 뭐가 대단하겠는가.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준다고 해도 그녀가 받지 않을까 봐 두려
그 시각, 크루즈에서는 손님들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지만 유강후는 여전히 찾고자 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온다연은 마치 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결국 두 부자는 지친 모습으로 갑판에 앉아 멀어지는 헬리콥터를 바라보았다.작은 아이는 화가 나서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정말 쓸모없네요! 내가 간신히 찾아냈는데 아빠가 금방 놓쳐버렸잖아요.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조차 못 찾다니... 창피한 줄 알아요!”“차라리 집에 돌아가서 농사나 지어요! 진짜 너무 화나요!”유강후는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헬리콥터를 가만히 응시했다.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때 이권이 다가와 오늘의 손님 명단을 전부 유강후에게 건넸다.“도련님, 모든 명단은 여기 있습니다. 남성 손님은 전부 제외했고 사모님 연령과 체격에 맞는 여성 손님은 총 101명입니다.”유강후는 일어나 몇 걸음 걸어 난간으로 다가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았다.저곳이 바로 대진 그룹의 정원이라는 소문이 들리는 곳이었는데 진수현이 그의 부인 안심을 위해 조성한 사유 정원이었다.그곳에서 본 안심은 온다연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근데 왜 다연이가 딸이 아닌 거지? 분명 어딘가 잘못된 점이 있을 거야.’유강후는 저 멀리 반짝이는 불빛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조사할 필요 없어. 오늘 배에 탑승한 진씨 가문의 명단을 불러봐.”이권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시에 따라 진씨 가문의 명단을 읽기 시작했다.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진수현은 진씨 가문 사람들을 너무 철저히 보호하고 있었다.유강후는 이곳에 온 지도 오래되었고 신국의 다른 가문 정보는 대부분 손에 넣었지만 진씨 가문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전혀 얻지 못했다.진씨 가문의 실종된 딸을 찾았다는 소식만 있었을 뿐 그녀의 사진조차 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온다연이 오늘 밤 이곳에 나타난 건 분명했다.그녀는 이 재벌가의 딸일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