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짝 내디뎠을 때 장화연이 그녀를 붙잡았다.“먼저 돌아가요. 여기는 한이준 씨가 있으니까 잠시 문제없을 거예요.”온다연은 수술실 방향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강후가 죽을까요?”장화연이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온다연은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지금 가면 앞으로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할 것 같았다.“가면 안 돼요. 저는 여기 그 사람 곁에 있을래요.”말을 마친 그녀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 재빨리 수술실로 향했다.장화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경호원을 불렀다.“온다연 씨를 끌어내요.”온다연은 억지로 끌려 병원을 떠났다.장화연은 그녀를 예전 호텔로 데려가지 않고, 병원에서 가까운 다른 호텔로 갔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그녀의 물건과 고양이를 데려오게 했다.몇 시간이 지났지만, 유강후에 관한 소식이 전혀 없었다.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온다연은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휴대폰을 켜니 유강후에 관한 뉴스로 떠들썩했다.[미래그룹 대표 유강후가 칼을 맞고 목숨이 위태로운 가운데 미래그룹 주식이 큰 폭으로 출렁였고 시가총액이 불안정한 상황이다.][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미래그룹 대표는 이미 사망했고 치료를 맡았던 병원은 전면 봉쇄됐다고 한다.][금융계 천재 유강후가 칼에 찔려 사망하고 그가 소유한 다수 회사 주식이 폭락했다.]...온다연은 이 소식들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고 목구멍이 타들어 갔다.아랫배도 자꾸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입가에 배어 나온 피를 닦았다.똑바로 서기도 힘들어 의자를 잡고 억지로 버텼다.“병원에 가보고 싶어요. 병원에 데려다주세요.”장화연이 그녀를 가로막았다.“가도 소용없어요. 병원이 봉쇄되어 누구도 출입할 수 없어요. 제가 가도 들어갈 수 없어요.”온다연은 휴대폰을 꽉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뉴스에서 미래그룹 대표가 칼을 맞고 사망했다고 하는데, 사실이에요?”“유강후가 죽었어요?”장화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 헛소문을 듣지 마세요. 한 대
“집에 돌아간 후 며칠 누워 쉬면 큰 문제 없을 거예요.”검사실에서 나왔을 때, 장화연이 복도에 서서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장화연에게 다가가 검사지를 건넸다.장화연은 검사지를 보더니 표정이 평온해졌다.“임신했네요.”“네, 의사가 거의 2개월 됐다고 합니다.”“지난번에 셋째 도련님께서 아시면 아이를 없애려 할까 봐 의사한테 진찰을 받지 않으려고 했던 거죠?”온다연이 고개를 숙였다.“네, 그 사람이 원치 않을 것 같아서요. 제가 낳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장화연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셋째 도련님이 다연 씨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단지 다연 씨의 몸이 견뎌내지 못할까 봐 그러는 거죠...”온다연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장 집사님, 유강후는...”그녀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테이프 커팅식에 가지 말 걸 그랬어요. 제가 왜 거기에 가서...”장화연이 그녀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주었다.“울지 말아요. 이건 다연 씨 잘못이 아니에요.”온다연이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을 했다.“유강후와 나은별이 외국에서 결혼했나요?”장화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말도 안 돼요. 두 사람 사이에 약속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혼인 관계는 아니에요. 그런 생각하지 말고 돌아가서 몸조리나 잘해요.”이때 장화연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은 후 그녀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내 예상대로 할머님이 우리가 이전에 살던 곳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모든 것을 부쉈대요.”그녀는 온다연의 아랫배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미리 대비해서 다행이네요. 작은 호텔이라 당분간 우리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지 못할 거예요.”“먼저 돌아가요. 모든 것은 셋째 도련님이 깨어나면 다시 얘기해요.”이틀간 침대에 누워 쉬면서 온다연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주한이 죽었을 때 그녀는 고통과 증오만 느꼈고, 머릿속에는 온통 복수하려는 생각밖에 없
장화연은 약간 흥분한 것 같았다. 그녀는 쫓아가려는 충동을 애써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분이 유강후의 어머니 강해숙이에요. 강씨 가문의 아가씨죠.”온다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강해숙은 유재성의 부인인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한 번도 유씨 본가에 돌아간 적이 없었다. 그러니 온다연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그런 분이 갑자기 돌아왔다. 게다가 딱 봐도 급하게 돌아온 것이다. 유강후가 심각한 상태인 게 틀림없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방법을 대서 들어가야겠어요. 유강후는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이에요. 가봐야 해요. 더 이상 이렇게 기다릴 수 없어요.”장화연이 그녀를 잡아당겼다.“들어가면 뭐 해요? 수술해 줄 거예요? 무엇을 할 수 있는데요?”“셋째 도련님은 아직 위험한 고비를 넘기지 못해서 들어가도 보지 못해요. 중환자실에는 의사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쉽게 들어갈 수 없어요.”온다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병원 앞을 지키고 있는 완전 무장 경호원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다.잠시 후, 바람이 불기 시작해 곧 폭설이 내릴 것 같았다.장화연은 온다연이 감기에 걸릴까 봐 억지로 끌고 호텔에 돌아왔다.하지만 장화연이 약을 달여서 들고 왔을 때 온다연은 이미 방에 없었다.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승합차에서 온다연이 병원 간호사복을 갈아입고 있었다.임정아는 팔짱을 낀 채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지난달까지도 도망치지 못해서 안달이더니 그새 푹 빠졌어요? 유강후가 곧 죽는데, 지금이 도망칠 좋은 기회가 아닌가요?”온다연은 멈칫하더니 말했다.“정아 씨와 상관없는 일이에요.”“네네, 저하고는 상관없죠. 하지만 궁금한 게 있는데, 임 교수가 저의 삼촌인 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리고 제가 영원시에 있다는 것은 또 어떻게 알고?”“어려울 게 뭐 있어요? 회사에서 정아 씨가 여기서 촬영하고 있다고 매일 홍보하는데.”“임 교수님이 정아 씨 삼촌이라는 건 기사를 통
그가 싸늘한 시체처럼 여기 조용히 누워 있는 것을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다.이 장면이 앞으로 악몽이 될 것 같다.그녀는 천천히 걸어가 그의 차가운 손을 건드렸다.“유강후...”그의 잘생긴 얼굴은 유난히 거무스름해 보였고, 손에는 전혀 온기가 없었으며 건드려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예전에는 아침에 그녀가 조용히 이름을 부르면 그는 오랫동안 키스를 퍼부었다.이번에도 그가 일어나서 키스한다면 그녀는 열광적으로 반응할 것이다.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강후는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있을 뿐이고 들리는 건 차가운 의료기기의 작동 소리뿐이다.온다연은 그를 바라보며 괴로워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유강후,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이러면 제가 당신에게 목숨을 빚지게 되잖아요. 이런 방법으로 저를 묶어두고 싶으면 빨리 일어나세요.”이전의 여러 가지 일들이 뇌리를 스치면서 그녀는 갑자기 코끝이 찡했다.그녀는 링거를 꽂지 않은 손을 당겨다 자기 아랫배에 대고 울먹이며 말했다.“저 임신했어요. 당신이 아기를 포기하면 저는 당신을 다시 보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너무 괴로워 이 말을 했을 때 유강후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온다연은 말을 이었다.“다만 앞으로 저한테 아무것도 강요하지 마세요. 제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쓴 약을 마시라고 강요하지도 마세요.”“그리고 저는 나은별이 싫어요.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세요.”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유강후, 당신이 이 아이를 없애라는 말만 하지 않으면 저는 당신 곁에 오랫동안 머물 것이예요.”“사실 당신이 만든 음식은 맛있었어요. 갑자기 먹고 싶네요.”“아저씨, 보고 싶었어요...”그녀는 너무 상심한 나머지 목이 메어 말도 나오지 않았고, 주변의 기기들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움직이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잠시 후 문이 벌컥 열리더니 두 사람이 들어왔다.온다연은 뒤를 돌아보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모두 마스크를
온다연은 머리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났다.“유강후!”즉시 뛰어갔지만 그녀의 손이 이송침대에 닿기 전에 유강후는 응급실로 옮겨졌다.그녀는 간호사를 따라 들어가려다가 밀려났다.“여기는 수술실이에요. 나가세요.”현장은 어수선했고, 유씨 집안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온다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유자성에게 발각됐다.“너 온다연이구나.”그는 앞으로 다가와 온다연의 모자와 마스크를 확 벗겼다.온다연은 한발 물러서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저는 그냥 아저씨를 한 번 보고 싶어서...”“닥쳐!”유자성의 눈에는 싫어하는 기색이 가득했다.“강후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 너는 자격이 안 돼.”“너를 받아준 것이 후회되는구나. 너에게 이런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네. 유씨 가문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어.”유자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하령이 달려들어 뺨을 후려갈겼다.“천한 년, 감히 우리 오빠를 꼬시고 우리 삼촌을 이 지경이 되게 해? 죽여버릴 거야.”온다연은 몸을 낮추어 피했다.이때 최금영이 호통쳤다.“저년을 죽도록 두들겨 패거라.”경호원처럼 보이는 사람 두 명이 곧바로 온다연을 붙잡았다.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유씨 집안과 관계가 없다면서요? 무슨 자격으로 저를 때리는데요?”“이건 법을 알면서 고의로 법을 어기는 것입니다.”최금영은 화가 잔뜩 나서 온다연을 가리키며 말했다.“때려! 주둥이를 찢어놔!”손바닥이 곧 온다연의 얼굴에 닿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소리쳤다.“그만!”경호원의 손은 허공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강해숙이 온다연의 앞에 다가가더니 말했다.“놓아줘요.”경호원은 온다연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강해숙은 그녀를 자세히 훑어본 후 물었다.“네가 온다연이니?”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듣기 좋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박력이 있었다.온다연이 대답하기 전에 그녀는 유씨 집안 사람들 쪽으로 돌아서더니 말했다.“내 아들이 목숨을 걸고 구한 사람인데, 누가 감히 건드려?”그녀는 온다연의 앞에 서서 부드럽지만
온다연은 묵묵히 의자 위의 캐시미어 숄을 그녀에게 건넸다.“이걸 걸치세요.”강해숙은 그것을 받아서 어깨에 걸치더니 담배를 던지고 온다연을 바라보았다.“내 아들이 지금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엄마인 나는 너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내 아들의 성격을 내가 제일 잘 알아. 네가 걔 마음속에서 지극히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랬을 거야.”그녀는 다시 한번 온다연을 훑어보았다.“어느 단계까지 갔어?”온다연이 대답하기 전에 그녀는 또 말을 이었다.“대답할 필요 없어. 걔가 널 강박했다는 걸 알아. 수단을 써서 너를 억지로 곁에 두고 자유도 박탈했겠지.”그녀는 극히 지친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미안해. 내가 아들을 잘못 교육해서 너한테 폐를 끼쳤어.”그녀는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너를 위해 죽을 지경이 됐으니 이전의 일은 퉁친 셈이야. 이제 너는 자유로운 몸이니 떠나렴. 장화연한테도 너를 막지 말라고 말해둘게.”강해숙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던 온다연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한참 후에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가요. 아저씨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강해숙은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강후를 좋아해?”온다연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아까 하신 말씀이 절반만 맞습니다. 아저씨가 저를 통제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도 기꺼이 원한 것이고 저도 아저씨를 이용했어요. 그러니 피차일반이라 할 수 있죠.”강해숙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한참 후에야 말했다.“앞으로 나를 강 대표라고 불러. 네가 이렇게 담대할 줄은 몰랐네. 감히 내 아들을 이용하다니.”온다연이 나지막이 말했다.“아저씨가 저를 이렇게 아낄 줄은 몰랐어요.”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아픔이 다시 가슴속에서 치솟아 올랐다.알고 보니, 이 세상에 그녀를 이렇게 아끼는 사람이 있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아랫배에 올려놓고 침묵을 지켰다.강해숙은 마음이 초조해서 온다연의 작은 동작을 눈치채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온다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유강후가 언제 깨어났는지 힘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차분한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유강후...”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목멘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고, 손에 든 칼도 바닥에 떨어졌다.유강후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손을 가져와 봐.”온다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살살 해.”온다연은 잔뜩 긴장하며 이내 그를 놓아주었다.“미안해요. 혹시 상처 부위를 건드렸어요?”유강후는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큰 병을 앓고 난 후의 병색이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러워. 너무 오래 자서 그런가 봐.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온다연은 상처 부위가 갈라질까 봐 걱정하며 즉시 의사를 부르러 가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잔뜩 긴장한 그녀를 불러세웠다.“조금 있다가 불러. 먼저 내 곁으로 와 봐.”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그에게로 다가갔다.유강후는 그녀의 작은 손에 칼에 베인 상처가 가득한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어쩌다 이렇게 됐어?”온다연은 손을 빼며 말했다.“부주의로 긁힌 거예요.”사과를 너무 오래 깎다 보니 가끔 집중하지 않으면 다쳤다.유강후는 침대 가장자리를 툭툭 쳤다.“여기 앉아.”온다연은 얌전히 그의 옆에 앉았다.그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보드라운 얼굴을 건드리더니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살이 많이 빠졌네.”온다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도 살이 많이 빠졌어요.”그녀는 얌전하고 온순하게 그의 가슴팍에 엎드려 나지막이 말했다.“너무 오래 잤어요. 10여 일이 지났거든요. 아저씨 때문에 놀라 죽을 뻔했어요.”유강후는 말없이, 그저 조용히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졌다.칼날이 온다연을 향할 때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전에는 그녀를 지키지 못한 적이 많은데,
물론 물어봐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온다연이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일부러 그녀를 놀렸다.“너를 싫어할까 봐 걱정돼?”얼굴이 더 빨개진 온다연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무슨 헛소리하는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손바닥을 주무르며 나지막이 말했다.“온다연, 아무도 내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어. 유씨 가문이든, 강씨 가문이든, 그들의 취향은 아무 소용이 없어.”이때 임 교수가 들어오자, 온다연은 급히 한쪽으로 물러섰다.다시 한번 자세히 검사한 후 임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 대표님이 가져온 약이 효과가 좋아서 빨리 회복되셨네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며칠 일찍 깨어나셨어요. 앞으로의 회복도 이상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오늘부터 유동식을 먹을 수 있어요. 큰 운동은 하지 말고 너무 흥분해도 안 돼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이번에는 강해숙과 다른 유씨 가문 사람들이 들어왔다.그 속에 유민준도 있었다. 그는 온다연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다연아,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잠깐이면 돼.”그는 거의 애원하는 말투로 말했다.요 며칠 그는 온다연에게 말을 걸려고 각종 기회를 이용해 그녀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온다연은 항상 그를 피했고, 유씨 가문의 사람들도 단단히 감시해 온다연과 단둘이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오늘이 절호의 기회다. 온다연이 상대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온다연이 동의할 줄이야.“밖에 나가서 얘기해요.”온다연은 말하면서 유강후를 힐끗 보았다. 그의 눈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온다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문을 나서자마자 유민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딱 잘라 말했다.“잘 들어요. 저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전혀 좋아한 적이 없어요. 앞으로 더 이상 저한테 매달리지 마세요. 우리가 단둘이 얘기를 나누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에요.”유민준은 감정이 약간 격해졌다.“아니, 그럴 리 없어. 내가 이전에 너한테 못되
유자성이 차가운 얼굴로 문 앞에 나타나더니 경호원들을 향해 손짓했다.“유씨 저택으로 데려가요.”경호원이 망설였다.“문 앞의 경호원이 검문하면 어떡합니까?”유자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버지의 지시라고 말해요. 그 사람들이 감히 아버지 명령을 거역하지 못해요.”“네!”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말했다.“유자성 씨,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유자성은 혼수상태에 빠진 유강후를 힐끗 보고는 나지막이 말했다.“얼른 데려가요. 그 다음 일은 할머님이 지시하실 거예요.”말하고 나서 그는 유재성의 병실에 들어갔다.유재성은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고, 병색을 띠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그는 유자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정색하며 말했다.“또 강후에게 전화했어? 그냥 잔병이고 고질병이야. 2-3일 지나면 퇴원할 수 있어. 강후가 바쁠 텐데 방해하지 마.”유자성은 뜨거운 물을 따라서 그에게 건네주며 웃었다.“아버지, 걔가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방금 전화했더니 비서가 받더라고요. 지금 국내에 없고 며칠 후에야 돌아온대요. 강씨 집안에 볼일이 있나 봐요.”유재성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이더니 한참 후에야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두 형제가 얼마 전 마찰이 있었다던데, 강후가 돌아오면 내가 화해시켜 줄게. 친형제 사이에 분란이 생기면 안 돼야. 계속 이대로 나가면 유씨 집안에 조만간 큰 문제가 생길 거야.”유자성은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걔가 남을 위해...”“그건 강후의 선택이야.”유재성은 언짢은 얼굴로 유자성의 말을 잘랐다.“누구와 결혼하는지는 강후 자신의 선택이야. 형이라는 사람이 축하는 못 할망정 방해하다니. 그게 말이 돼?”유자성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걔는 이제 우리 집안일을 전혀 상관하지 않고 하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하령이 어렸을 때 그 고아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를 들었는지 모든 잘못을 하령에게 돌리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하령이
온다연은 그의 손을 반대로 잡았다.“혼인신고는 하루 이틀 늦출 수 있어요. 아버님이 더 중요해요. 그리고 그분은 다른 유씨 집안 사람들과 달라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유씨 가문이 무너지든 말든 그녀는 관심이 없다.하지만 유재성은 유강후의 친아버지다. 게다가 집에 있는 시간이 극히 적어 그녀와 마주칠 기회도 거의 없었으니 유하령이 그녀를 괴롭히게 방임한 유자성과 달랐다.유강후의 눈빛은 유난히 어두웠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차에서 이권이 입을 열었다.“셋째 도련님, 강 대표님께 알릴까요?”유강후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 어머니는 아버지 소식을 듣고 싶지 않으실 거야.”이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생각에 잠겨 창밖을 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아버지 사무실에 전화해서 정말 귀국했는지 확인해 봐. 너무 공교로운 것 같아.”이권은 즉시 전화를 걸었고, 연결된 후 몇 마디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사무실에서 회장님이 어제 귀국하셨고, 아파서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합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권이 또 입을 열었다.“참, 영상을 올린 사람을 찾았는데, 자기가 아무 생각 없이 올렸고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은 몰랐다고 잡아떼고 있어요.”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간단해. 지금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뒤에 있는 사람이 두려워서야. 우리가 그쪽보다 더 무섭고 더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말하지 않을 수 없어.”이권이 고개를 끄덕였다.“각 플랫폼에서 인기 댓글과 동영상을 삭제하면서 이미 열기가 식었어요. 댓글 알바들도 우리 쪽의 맹렬한 반격에 꼼짝달싹 못 하고 있고, 일부는 신상까지 털려 아우성이에요.”“주희가 올린 영상도 한몫했어요. 열광적 팬들이 물고 놓지 않아 악성 댓글 작성자들이 뭇매를 맞았나 봐요.”유강후는 표정이 극히 차가웠다.“배후에 있는 자는 잘 숨는 게 좋을 거야. 누군지 알게 되면 내가 죽고
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오늘 휴대폰을 안 쓰기로 했잖아.”온다연이 잠시 머뭇거렸다.“아직 외출하지 않았으니 한번만 볼게요. 중요한 사람이 아니면 받지 않으면 되죠.”유강후는 성큼성큼 방에 들어가 온다연의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안색이 흐려졌다.“왜 염지훈에게 네 전화번호가 있어?”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휴대폰 번호는 그녀가 퇴원한 후 유강후가 특별히 새로 개통한 것이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염지훈이 어떻게 아는 거지?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강후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염지훈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연아, 괜찮아? 인터넷에서...”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유강후가 쌀쌀하게 잘라버렸다.“염지훈, 참 낯짝이 두껍구나. 우리 곧 결혼해. 나를 자극하지 마. 매번 네 형의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줄 수는 없어.”염지훈이 코웃음을 쳤다.“유강후 씨, 낯짝이 두꺼운 건 당신이에요. 아저씨라는 명분으로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숨겼잖아요. 왜 그렇게 친절하게 온다연을 곁에 두는가 했더니 그런 더러운 마음을 숨기고 있었네요. 당신이 강요한 거죠?”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더라도 너하고는 상관없어. 다시는 우리 앞에 얼쩡대지 마.”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온다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는 휴대폰 전원을 끄고 침대에 던져버렸다.아침을 먹을 때, 온다연은 혼인신고 후 기념사진을 찍을 생각에 약간 뒤숭숭했다.그래서 대충 먹고 수저를 내려놓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우유와 계란찜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조금 더 먹어.”이때 장화연이 휴대폰을 들고 들어왔다.그녀는 다급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셋째 도련님, 본가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대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디가 편찮으시대요? 해외 방문 중이었는데, 귀국하셨어요?”장화연이 대답했다.“뇌경색인데, 지금 병원에 계시다고 합니다.”유강후는 손을 멈추었다.“심각하시대요?”
게다가 방금 뜨거운 사랑을 나눈 까닭에 얼굴에 옅은 홍조가 올라와 천진하고 아리따워 보였다.유강후는 한참 지켜보다가 또다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꼬맹이는 그런 것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 자그마한 양지옥 열쇠를 만지작거렸다.“진짜 예쁘네요. 언제 산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잡고 그 열쇠를 만지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산 것이 아니야.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거지.”온다연이 깜짝 놀랐다.“그렇게 비싸요?”유강후는 열쇠에 새겨진 정교한 무늬를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옛날에 왕이 쓰던 옥인데, 큰돈을 들여 낙찰받은 후 최고의 수공예 장인을 모셔다 3년에 걸쳐 완성한 거야.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물건이지.”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뽀뽀하더니 정색하며 말했다.“이건 강씨 집안 여주인의 물건이라 강씨 집안 여주인만 사용할 수 있어.”“이 열쇠는 강씨 집안 금고 열쇠야.”온다연이 화들짝 놀랐다.“이건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 받을 수 없어요.”그녀는 말하면서 목걸이를 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했다.“네가 감히 풀면 그 손을 분질러버릴 거야.”온다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건 너무 귀중한 물건이에요, 아저씨...”그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주그룹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재벌 그룹 중 하나이며 경제력이 탄탄해 한 나라의 경제를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그런 우주그룹의 금고 열쇠를 그녀가 어찌 감히 받겠는가.“풀어서 넣어두는 게 좋겠어요.”유강후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안 돼. 적어도 오늘은 꼭 착용해야 해. 오늘은 우리가 혼인신고 하는 날이잖아. 오늘부터 너는 내 아내야. 즉 강씨 집안의 여주인이 되는 거지. 앞으로 매일 재무에 관한 지식을 가르쳐 줄 거야. 덩치가 큰 강씨 가문을 관리하려면 장부를 보는 법과 자산관리를 배워야 해.”온다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유강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온다연은 지려 하지 않았다.“고쳐야죠. 계속 이러면 제가 어느 날 정말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어요.”그녀의 허리를 잡은 큰손에 갑자기 힘이 실리고, 몸이 앞으로 확 끌려가 유강후의 다부진 몸에 찰싹 붙었다.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온다연, 다시 또 이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온다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화를 내면 어쩔 건데요?”유강후는 실눈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이렇게 벌을 내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곧 가쁜 숨소리가 전체 공간을 채웠다.온다연은 뒤에 있는 서랍장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강력한 공세를 견뎠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저번에 서재에서 관계를 가진 이후로 유강후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그녀가 만족할 수 있게 힘 조절과 수위 조절을 완벽히 해냈다.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그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래도 떠날 거야?”온다연은 모든 신경이 그의 몸에 집중돼 사고력을 잃은 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니, 떠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었다.온다연은 거의 통제력을 잃고 또 그의 옷을 더럽혔다.다 끝나고 그의 옷이 얼룩덜룩해진 것을 본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옅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고, 그녀가 자기 손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수줍어하거나, 참지 못하거나, 약간 요염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넌 이런 게 좋아?”온다연은 방금 방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감히 대답하
온다연은 불만스러운 듯 볼에 바람을 넣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왜 아저씨는 휴대폰을 쓸 수 있는데, 저는 안 돼요?”너무 귀여운 모습에, 유강후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알았어. 오늘은 업무용 휴대폰만 쓸게, 됐지?”몇 개 대기업을 관리하는 그에게 휴대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다연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중요한 일이 있을 때, 유강후의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금융시장에 꽤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온다연은 조금 걱정됐지만 기쁘기도 했다.그녀는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을 거예요?”그동안 유강후는 아침과 저녁에만 집에 있었고, 낮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하루 종일 같이 있는다니 약간 기대가 됐다.유강후는 그녀에게 뽀뽀했다.“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고 싶어?”온다연은 귀 끝이 빨개졌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도 함께했으면 더 좋을 텐데.”아기도 곧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가족은 원래 같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녀는 그런 가슴 쓰린 아픔을 알기에 자기 아이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커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며, 모든 고요한 밤과 희망찬 아침을 함께할 것이다.유강후도 이 아이를 몹시 아끼는 것 같고, 그녀가 지금까지 잃은 것들을 여기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그런 걸 간절히 원해?”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기대 어린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이건 저의 모든 희망이에요. 아저씨,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아기도 있고 아저씨도 있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저 같은 사람도 이런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도 아기를 위해 큰 노력을 했어요. 아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주혜성이고 오늘 실검에 오른 온다연의 죽마고우입니다. 우리 둘은 같이 자랐고, 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온다연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고 상간녀가 될 리 없습니다.”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온다연과 그 남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누군가가 지어낸 헛소문입니다.”수줍게 웃는 그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제가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도 온다연은 저를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늙은 남자에게 반할 수 있겠습니까?”“제가 그 남자들보다 못생겼을까요? 그래서 그 남자들을 선택하고 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온다연과 그 아가씨가 실랑이를 벌인 데는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 영상은 편집된 것입니다. 영상을 올린 분께서 전체 영상을 공개하시길 바랍니다. 일부만 공개해서 오해를 유발하지 마시고요.”“조금만 생각해 보면 헛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여러분, 법을 지키는 좋은 시민이 되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은 성에서 걸어 나온 왕자처럼 우아했다.유강후는 동영상을 꺼버렸다. 그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이 자식이 이런 방식으로 온다연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다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모르겠다.주씨네 형제는 둘 다 정말 성가시다.이때 온다연이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뒤에서 유강후를 끌어안더니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아침부터 뉴스를 봐요?”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돌아섰다.그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잘 잤어? 점심까지 자겠다고 하지 않았어?”온다연은 얼굴을 그의 손에 비비며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또 악몽을 꿨어요.”“무슨 꿈인데?”“꿈에 아기가...”그녀는 말을 멈추었다.왠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꾸 아이가 없어지는 꿈을 꾼다. 게다가 꿈속의 아이는 유강후와 똑 닮았다. 그녀는 꿈속에서 너무
나은별은 전화기 너머에서 울기 시작했다.“강후 씨,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뻔한 짓을 왜 하겠어?”“믿어줘. 정말 아니야. 강후 씨,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나에게 이 정도의 믿음도 없어?”유강후가 침묵을 지키자, 나은별이 울면서 말했다.“온다연 씨가 나를 오해하고 때렸어도 나는 온다연 씨한테 화풀이하지 않았어. 어쨌든 강후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강후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온다연 씨에게 손을 대지는 않아.”“내가 당장 해명 영상을 올려서 온다연 씨의 누명을 벗겨줄 테니 의심하지 마.”유강후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쌀쌀하게 말했다.“나은별, 이 일이 너랑 상관없기를 바랄게.”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이권이 가자마자 한이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떻게 된 거야? 지금 일이 너무 크게 번졌어. 여론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서 악성 댓글을 아무리 삭제해도 계속 올라와.”“실시간 검색어를 최대한 삭제하고 있지만 이미 널리 퍼져서 덮기는 어려울 것 같다.”“뒤에서 누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퍼질 수 없어.”유강후는 휴대폰을 잡은 채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덮어야 해. 악성 댓글 작성자 아이디를 전부 기록해. 헛소문을 퍼뜨렸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그는 전화를 끊고 즉시 몇몇 대형 SNS와 동영상 사이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들 중 몇 명은 평소에도 미래그룹과 사업상 접촉이 많은 터라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다른 몇 명은 유강후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미래그룹처럼 덩치가 큰 거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미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어쨌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다가 점차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졌다.하지만 유강후는 방심하지 않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라고 부하에게 시켰다.잠시 후 이권이 누군가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인터넷에서 온다연의 과거를 캐기 시
집에 들어선 후, 유강후는 시원한 연고를 가져와 온다연에게 발라주었다.그런데 장화연이 어쩌다 이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온다연은 한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밥도 먹지 않고 숨어 있었다.유강후도 너무 후회되어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다.저녁에 아기 보러 병원에 갈 때까지 이 상황은 계속됐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진 것을 보고 온다연은 그제야 겨우 화를 풀었다.이튿날 아침 유강후가 침실에서 나오니 이권이 벌써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인터넷을 좀 보세요. 온다연 씨가 인터넷 스타가 됐어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인터넷 스타라니, 무슨 소리야?”이권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건넸다.“일단 보세요. 제가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검을 세 번이나 눌렀는데도 상황이 정리가 안 돼요.”‘상간녀가 보석 가게에서 본처를 때렸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 비슷한 댓글이 가득 달렸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동영상을 열었다.어제 온다연이 보석 가게에서 나은별과 싸우는 장면이었다.동영상만 보면, 확실히 온다연이 먼저 때렸다. 게다가 온다연은 날뛰고 있고, 나은별은 한 번도 반격하지 않은 채 처참하게 맞는 모습이었다.동영상은 온다연이 나은별을 때리는 데서부터 시작돼 조아영이 그녀를 끌어낼 때까지 1분여 동안 지속됐다.중간에 편집 흔적이 전혀 없어 딱 봐도 원본 영상이었다.‘좋아요’가 600만 개 이상, 리트윗이 300만 개 이상에 달하고, 댓글 창은 온통 욕하는 말들로 도배됐다.[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상간녀가 이렇게 대놓고 날뛰어도 되는 거야?][이건 너무 심하잖아. 상간녀가 누군지 신상 털어!][진짜 뻔뻔스럽군. 유부남을 꼬신 주제에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이 여자와 부모의 신상을 털어 온 가족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해.][본처가 진짜 나약하네. 내가 저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상간녀 머리를 부숴버렸을 거야.][상간녀가 어려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