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연의 시선을 느끼고 유강후는 손을 멈추더니 말했다.“어젯밤에 제대로 못 봤어?”온다연은 멈칫하더니 순간 귀까지 빨개졌다.온다연은 얼굴을 붉히고 유강후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런 말을 그렇게 막 내뱉지 마요...”유강후는 어떻게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일까.유강후는 온다연이 얼굴을 붉히고 놀란 모습을 제일 좋아한다. 이럴 때만 온다연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온다연의 눈을 쳐다보며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말을 막하다니? 어젯밤 누가 보겠다고 한 거더라?”온다연은 얼굴이 뜨거워 터질 것 같았다.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유강후의 눈빛은 평소보다 부드러워졌다. 허리를 굽혀 온다연을 안아 들고 귀 옆에 낮은 소리로 말했다.“말해도 괜찮아. 다연이가 원하는 건 다 해줄 수 있다고 했잖아.”뜨겁고 습한 기체가 귀에 닿자 온다연의 마음도 간지러운 것 같았다.머릿속에는 유강후의 어젯밤 모습이 가득했다.그땐 온다연도 제정신이 아니었다.비록 아프지만 또 다른 이상한 느낌, 그리고 부끄러움과 무력감도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온다연의 얼굴은 타오를 것 같았다. 빨리 머리를 숙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만 말해요.”온다연의 귀가 빨개 피라도 떨어질것 같은 모습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아서 차에 태웠다.이곳에서 영원시까지 세 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차가 얼마 동안 움직였으면 온다연도 얼마 동안 잤다.온다연은 너무 힘들었다.어젯밤 너무 늦게 잠에 들었고 오늘 아침 또 일찍이 일어나서 너무 피곤해 유강후의 다리에 누워 영원시까시 자면서 왔다.영원시에 도착했을 때 유강후가 안아서 내리려고 했을 때 온다연은 서서히 잠에서 깼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정신이 말짱하지 않은 것을 보고 옆에 있는 상자에서 보온 그릇을 꺼내어 온다연에게 건네주었다.“아직 뜨거우니까 좀 마셔.”온다연은 별로 입맛이 없었다. 하지만 흐리멍덩한 상태로 몇 모금 마셨다.“도착했어요?”아까 마실 때 입에
오늘 경원시에 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정리하고는 외투를 걸쳐주고 말했다.“좀 있다가 난 회의해야 하니까 먼저 내 사무실에 가서 놀고 있어. 안에 네가 좋아하는 간식도 가져다 놨고 졸리면 휴식실에서 자고 회의가 끝나면 밖에 나가자.”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고마워요.”유강후는 또 한 번 창문 밖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유민준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려고 했다.유강후가 온다연의 손을 잡고 목돌이를 온다연에게 둘러주고 말했다.“내려가자.’차 문을 여니 찬 공기와 놀래 하는 시선이 느껴졌다.유민준은 온다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가서 안을 뻔했다.하지만 이효진이 옆에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다연아, 여긴 왜 왔어?”온다연은 옆에 표정이 좋지 않은 이효진을 쳐다봤다.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일하는 곳에 와보고 싶어서요.”이효진은 안 그래도 화가 났다.온다연의 연약한 모습을 보니 앞으로 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하지만 유강후와 유민준 두 사람이 다 있으니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다연이가 오늘 손님으로 왔으니 작은아버지하고 민준 씨가 회의하는 동안 내가 데리고 둘러볼까요? 여긴 경원시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좋은 곳이 꽤 많아.”여주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유민준하고 결혼 한 지 몇 년이 되고 본가의 대권이 자신의 손에 잡고 있는 듯했다.온다연이 앞으로 가 유강후의 팔을 안으며 말했다.“괜찮아. 아저씨가 나보고 상관없는 사람하고는 또 모함을 당하면 골치 아프니까 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이 말에 유민준과 이효진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유민준의 낯빛이 더 좋지 않았는데 요즘 온다연하고 카카오톡을 하면서 점점 더 온다연이 철이 들고 귀여워 이씨 가문의 혼약을 받아들인 게 후회됐다.온다연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자신을 탓하는 줄 알고 말했다.“그날 일은 오해야.
유강후는 있는 힘껏 온다연에게 키스를 했다. 온다연은 심지어 유강후가 자신을 씹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이곳에서 뭐라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깜짝 놀랐다. 온다연은 그럴 담도 없고 이런 곳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유강후는 온다연을 벽에 기대게 하고 두 손으로 잡고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유강후가 다른 한 손으로 온다연의 몸을 만지려고 하니 온다연은 급해서 유강후의 입술을 물었다.유강후는 따끔함에 온다연을 안았던 팔을 풀었다.유강후가 온다연을 바라보며 손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깨물어 껍질이 일어난 입가를 닦고 말했다.“유민준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방금 유민준이 온다연을 보는 눈빛을 보고 오늘 데리고 온 것을 후회했다.그 눈빛의 뜻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건 남자가 여자에 대한 점유욕이다.유민준을 온다연의 곁에 둔 건 온다연 옆에 들러붙는 남자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는데 전에 유민준은 전형적인 막 나가는 부잣집 도련님이어서 온다연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지도 알 수 없다.하지만 온다연이 차 사고를 당한 다음 유민준은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온다연을 찾아오고 심지어 유하령과 유자성하고 대판 싸운 적도 있다.이게 바로 유자성이 온다연을 쫓아내려고 하는 원인이다.근데 유자성의 생각은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저 온다연에게 꿍꿍이를 가진 사람은 절대로 곁에 있어선 안 된다.그래서 유민준은 경원시에 남을 수 없다.온다연은 아직도 숨이 가빴다. 유강후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유강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온다연이 말했다.“네, 그럴게요.”유강후의 옷깃을 정리해주고 말했다.“아저씨, 많은 분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보세요.”유강후는 온다연이 말을 듣는 모습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온다연의 턱을 올리며 말했다.“내 사무실에 가만히 있어. 어디도 가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온다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유강후는 그제야 떠났다.문을 나가니 유민준
유강후가 손에 쥐고 있는 산업을 마음대로 움직이면 이 절반의 H국 경제가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서 당연히 유강후 앞에서 유민준은 건방지지 못한다.그는 유강후의 눈을 똑바로 볼 엄두도 감히 내지 못했다. “작은아버지, 제가 가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앞으로 작은아버지께서 시킨 일은 제가 직접 가서 처리할게요.”유강후는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실로 갔다.유민준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사실 그는 이렇게 작은 일에 줄곧 냉담하던 작은 아버지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곧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이 회의는 3~5년 동안 영원시 전체의 전반적인 경제 동향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회의에 참석한 많은 사람은 모두 경원시에서 온 명망 있는 인물들이다.그가 말하고 싶은 그 일은 좀 늦게 다시 얘기해도 된다고 생각했다.저쪽에서는 회의가 한창인데 온다연은 혼자 사무실에 있으니 썰렁해 보였다.그녀는 유강후가 일하는 곳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멋지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사무실만 해도 수백 평이었는데 휴게실과 주방까지 딸려 있다.게다가 맞은편 창문으로부터 내다보면 건너편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풍경과 눈옷을 입은 수양버들이 한눈에 안겨 온다.매우 예뻤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녀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녀는 밖에 주차된 차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부분 경원시의 번호판 차량이었다. 그리고 입구에 경찰차와 경비원이 많이 있는 걸 보니, 분명 큰 인물이 여기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그 차들을 보며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잠시 휴대폰 너머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는 전화를 끊고 몇 개의 메시지를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떴다. 그녀는 가방을 들고 방문을 열었다.근데 방문 밖에는 진짜 총을 든 경비원 두 명이 서 있었다. 온다연이 문을 나서려
한 무리 중년 남성들 사이 유강후는 유난히 눈에 띄었고 기세도 강했다.온다연은 처음으로 이런 유강후의 모습을 봤다.유강후가 위에 앉아 발언하고 있었다.온다연의 각도로 바라봤을 때 유강후의 얼굴은 조각상이 따로 없었다. 고귀한 분위기가 옆에 있는 사람하고 선명한 대비가 됐다.온다연은 그제야 왜 경원시에 그 많은 부잣집 아가씨들이 들러붙으려 하는지 알 거 같았다.이때 온다연은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정신을 놓고 있을 때 유강후가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온다연와 눈이 마주친 순간, 온다연은 처음 보는 냉철함과 거리를 느꼈다.온다연이 마치 회의실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고 평범한 상하급 관계이거나 그저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 마음이 무거워 나며 온다연은 커튼을 내렸다.두 사람은 원래부터 다른 세계의 사람이고 유강후도 온다연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 아니라 속상한 마음은 연애를 할 때나 갖는 바보 같은 일이다.조금 시간이 지나고 유민준이 보낸 수십 통 문자를 봤다.아무거나 하나 눌러서 봤다.잠시 후 유민준이 들어왔다.들어오자마자 온다연을 안으며 급히 말했다.“다연아, 3분밖에 못 나오니까 좀 안고 있자.”온다연은 유민준을 밀어내며 말했다.“밖에 사람 있어요.”유민준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금 온다연의 손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확인을 받고 싶은듯했다.“다연아, 네가 말한 말 진짜지?”온다연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유민준은 급해 났다. “나 속인 거야? 며칠 전 금방 나랑 사귀기로 하고 오늘 왜 나를 보는 체도 안 하는 거야?”온다연이 문 쪽을 쳐다보고 말했다.“오빠, 미안해요. 전 도저히 이효진을 감당하지 못하겠고 여자 두 명이나 있는 거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연락하지 마요.”유민준의 낯빛이 급격히 변했다.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미 집에서 말을 하고 있고 요 며칠 사이에 작은아버지한테도 말할 건데 도대체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온다연은 유민준에게 잡힌 손가락 부분이 너무나도
유민준은 온다연을 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다.온다연은 문을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았다.유민준의 입술이 닿으려 할 때 온다연이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다. 이때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유민준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욕을 하고 소리쳤다.“누구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말이 끝나자마자 문을 더 세게 두드리면서 진우가 밖에서 말했다.“도련님, 문 좀 열어주세요.”유민준은 진우의 목소리를 듣고 욕을하며 문을 열러 갔다.문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유강후가 얼음장 같은 낯빛을 하고 문 앞에 서 있었다.유민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온다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온다연은 유강후를 보지 않고 바닥만 내려다봤다.유민준은 어딘가 이상한 것 같았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작은아버지, 다연이랑 할 말이 있는데...”“꺼져!”유강후의 말투는 아주 엄격했다.유민준은 놀랐다.“작은아버지, 저랑 다연이는...”“입 닥쳐!”유강후는 유민준을 스쳐 지나고 온다연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온다연, 오늘 나온 목적이 이거야?”온다연은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나려고 했으나 손목이 잡혀 움직일 수기 없었다.그 모습은 유강후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고 가여워 보였다.유민준은 그 모습을 보고 옛날에 괴롭힘을 당할 때도 이런 모습이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강한 후회와 가여움이 올라왔다. 유강후의 손을 빼고 온다연을 뒤에 보호했다. “다연아,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작은아버지이랑 잘 말해볼게.”온다연은 손이 떨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강후를 쳐다봤다.유강후의 낯빛이 아주 좋지 않았다. 온다연은 보기만 해도 무서워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오빠, 가세요. 나중에 말해요.”유민준이 말했다.“나중에 괴롭힘 더 이상 당하게 하지 않을게.”유강후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유민준의 기억에는 유강후는 항상 고귀하고 절제력이 강하며 화를 낼 때가 거의 없었다.하지만 최근, 유강후는 두 번이나 화를 냈고 두 번 모두 온다연 때문이다.두 사람이 커플인 것처럼 눈앞에서 알
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고 수조 옆으로 왔다.유강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온다연이 먼저 수도꼭지를 틀었다.날은 아주 추웠다. 온열기를 켜고 있어도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온 물은 아주 차가웠다.온다연은 뼈가 시릴 정도의 차가운 물에 손을 씻었다.너무도 차가워 피부가 아릴 정도였지만 그녀는 새끼손가락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묵묵히 참고 있었다.그녀의 손은 어느새 추위에 빨갛게 되어버렸고 곧 피부가 까질 것 같았다. 그제야 손을 들어 유강후 앞에 내밀며 나직하게 말했다.“이러면 될까요?”유강후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의 새끼손가락으로 보았다.전에 부러진 적이 있었던지라 다른 손가락보다 더 붉었고 살짝 구부러진 상태였다.매번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볼 때 그는 가슴이 아팠다. 깊은숨을 들이쉬며 속에서 들끓는 분노를 잠재웠다.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린 채 문 옆에 있던 서랍 위로 앉혔다.그는 두 팔을 벽에 지탱하며 그녀를 위아래 훑어보았다.원래부터 차가운 이미지였지만 속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었으니 온다연은 그의 위압감에 감히 고개를 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두 사람은 침묵했다. 협소했던 공간엔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얼마나 지났을까, 유강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놈이 너한테 뽀뽀했어?”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앙다물며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유강후는 그녀가 직접 안 했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고개를 젓는 그녀의 모습을 본 그는 오히려 더 화만 날 뿐이다.그는 이를 빠득 갈며 한 글자씩 내뱉었다.“말해, 너한테 뽀뽀라도 했냐고.”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며 작게 말했다.“아니요.”나른한 그녀의 목소리에 유강후는 순간 분노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도 듣지 않고 만나지 말라던 유민준을 몰래 만나지 않았는가.그러니 반드시 그에 따른 벌을 줘야 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의 턱을 잡곤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내가 말했잖아. 그놈 만나지 말라고. 그런데 왜 몰래 만난 거지?”온다연은 시선을 내리깐 채 작게
유강후가 무엇을 할지는 온다연도 몰랐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이런 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그녀는 더 거세게 반항하게 되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유강후는 화가 났다. 조금 전 그녀와 유민준가 다정하게 손을 잡은 모습은 꼭 연인 같아 보였다. 그는 이렇게 해야만 그녀가 자신의 것이라고 확인할 수 있었다.온다연을 벽에 고정한 뒤 두 손을 제압해버리곤 남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있었다. 힘을 조금만 주어도 그녀를 탐할 수 있었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온 그의 키스에 온다연은 아팠을 뿐 아니라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어젯밤의 통증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도 않았는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는 또 그녀를 탐하려고 한다.고통에 목을 뒤로 젖히며 애원했다.“안 돼요, 아파요. 여기서는 싫어요. 아저씨, 여기서는 싫다고요!”유강후는 그녀를 탐하면 탐할수록 달콤한 맛에 빠져 점점 이성을 잃어버렸고 그녀의 호리호리한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말해, 왜 둘이 만나고 있었던 거지?”온다연은 너무도 아파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힘들게 대답했다.“그런 적 없어요. 민준 오빠가 절 보러 온 거예요. 제발 그만해주세요. 아저씨, 제발!”나른하면서도 울먹이는 목소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말았다.그는 거의 이성을 잃은 채 자신의 것을 탐하는 짐승처럼 거친 숨소리를 내며 말했다.“그놈이 왜 너를 만나러 온 거지?”온다연은 통증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술을 꽉 깨물며 목을 뒤로 젖힌 그녀의 모습은 꼭 한 마리의 죽어버린 백조 같았다.유강후는 그녀의 목에 손을 감으며 억지로 목을 들게 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두 곳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온다연은 정신을 잃을 것 같았고 그의 몸에 기대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이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안에 계세요?”진우의 목소리였다.밖에 사람이 있었다.온다연은 화들짝 놀라며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힘으로 욕망에 휩싸인 남자를 밀어
자연스레 유강후도 주성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곧바로 흰머리 한두 가닥을 보게 되었다.그는 겁에 질린 채로 재빨리 다가가 온다연의 손목을 잡고 흔들었다.“다연아.”그러나 온다연은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유강후는 그녀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아직 뜨거웠다.가슴을 쥐어뜯듯 고통이 밀려왔다.유강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상황을 설명해 줬고 심지어 아이까지 보여줬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를 몰랐다.이때 주성원이 입을 열었다.“다연 씨의 현재 상태는 매우 심각합니다.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실대로 말했다.“대표님, 병원에 데려가 정밀검사를 받는 게 어떠신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자칫하다가 암으로 발전될 수도 있으니 검사를...”유강후는 고개를 휙 돌렸다.“뭐라고요?”주성원은 말을 이었다.“장난으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 일만 30, 40년 해왔는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다연 씨는 위에 문제가 생긴 게 확실합니다.”“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상태가 악화된 거죠? 불과 한두 달밖에...”순간 유강후의 머릿속에는 막연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어쩌면 온다연이 아이가 없어진 걸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저 이런 추측이 스쳐 지나갔을 뿐, 곧바로 그에게 부정을 당했다.유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연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잖아요. 굉장히 내성적이고 뭐든 속에 담아두는 성향이에요. 제가 아무리 옆에서 달래도 절대 입을 열지 않거든요. 아마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렇게 된 것 같네요.”“혹시 다연이의 입을 열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주성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이건 대표님이 공들여 유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연 씨는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 어쩌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좋습니다. 속에 담아둔
온다연은 심장이 도려내는 듯한 고통에 비틀거리며 비웃었다.“대면이라뇨? 이번에는 또 어떤 연극을 하려는 거예요? 내가 어떻게 협조하길 원하는 거죠?”그녀는 천천히 침대 위 아이를 바라보았다.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요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가 보였다.아이는 참으로 순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다.그녀의 마음은 누군가 마구잡이로 흔들어대는 것처럼 아팠다.내장이 모두 뒤틀리는 듯한 통증에 온다연은 견딜 수 없었다.지금 당장이라도 유강후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왜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지, 그리고 침대 위의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하지만 만약 지금 모든 것을 폭로한다면, 유강후가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쩌겠는가?그가 침대 위의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유강후는 차갑고 냉혹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아이 하나 없애는 건 그에게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온다연이 아이를 보며 움직이지 않자 유강후는 다가와 아이를 품에 안고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이 깼어. 안아 줘.”그는 아이를 온다연에게 건네려 했다.하지만 온다연은 받아들이지 않고 유강후를 밀쳐냈다.“꺼져요. 내 앞에서 위선 떠는 거 짜증 나니까!”그녀의 목소리가 다소 컸는지라 놀란 아이는 ‘와아’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던 유강후는 아이를 그녀에게 억지로 넘기려 했다.두 사람의 실랑이 끝에 결국 아이는 품에서 벗어나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순간 두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온다연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아이를 안아 올려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했다.다행히 방바닥에는 두툼한 카펫이 깔려 있었고 아이도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 크게 다치지 않았다.그러나 충격을 받은 아이는 더욱 크게 울기 시작했다.온다연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달랬다.그러나 왜인지 평소에는 얌전했던 아이가 이번에는 좀처럼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유강후는 장화연에
“내가 낳은 아이라고요?”온다연은 유강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의 영혼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어떻게 거짓말을 하면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 있지? 난 대체 얼마나 어리석었길래 이 사람의 모든 행동을 사랑이라 믿었고 진심이라고 여겼던 걸까?’갑자기 온몸이 지치는 듯한 피로감에 휩싸이더니 온다연은 차갑게 말했다.“아저씨, 나 속이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요?”유강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눈빛에 잠깐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널 속인 적 없어.”“속인 적 없다고요?”온다연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눈빛이 마치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을 평가하듯 차갑고 날카로웠다.유강후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뚫으려는 듯 온다연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마침내 눈물까지 흘러내렸다.“속인 적 없다니... 아저씨, 아저씨 입에서 진실된 말이 단 하나라도 나온 적이 있긴 해요?”“하늘을 걸고 맹세해봐요. 날 속인 적 없다고. 정말 진실만 말했었다고요!”“할 수 있겠어요?”그녀는 한 번도 이렇게까지 감정을 폭발시킨 적이 없었다.목이 터질 듯 외치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여 유강후는 온다연의 이마에 손을 대며 물었다.“어디 아픈 거 아니야? 주성원 선생님 부를까?”“손 치워요!”온다연은 그의 손을 세게 쳐내며 격렬히 숨을 몰아쉬었다.‘참을 만큼 참았어.’다정하면서도 유강후의 몸에서는 여전히 달달한 향수 냄새가 났다.역겨웠다. 정말 끔찍하게 역겨웠다.그와 얽혔던 모든 기억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온다연은 유강후를 밀쳐냈다.“아저씨는 정말 역겨워요. 진짜 끔찍해요!”순간 유강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창백한 온다연의 얼굴을 보며 그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온다연,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 방금 한 말 당장 취소해.”그러자 온다연은 차가운 웃음을
“예전에는 작은 도련님을 앞에 데려다만 놓으면 꼭 안아서 놓으려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만지려고도 하지 않아요.”잠시 망설이던 장화연이 이어 말했다.“사모님이 아마 이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아버린 것 같아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유강후는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장화연은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건네며 말했다.“차라리 이제 사실을 사모님에게 말하는 게 어때요?”유강후는 마음이 죄어드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안 돼. 견디지 못할 거야. 정말 죽을 만큼 아파할 거라고...”장화연은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이제는 제 말을 믿지도 않고 제게 응답도 하지 않아요. 진시현 씨 일은 직접 사모님에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려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방 안에서 온다연은 유강후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아이의 볼을 살짝 건드리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이제 이 아이만 보면 자신의 아들이 그 여자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 고통은 마치 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듯했고 유강후에 대한 증오가 점점 깊어졌다.그의 무정함과 거짓말이 더욱 미웠다.장화연을 시켜서 외부의 여자가 자신의 대역이라는 말이나, 누군가 그녀를 암살하려 했기에 보호를 위해 대역을 세웠다는 말까지 하게 만들다니.온다연은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이런 허술한 거짓말을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설령 누군가 내 목숨을 노렸다 해도 어떻게 내 아들을 그 대역한테 맡길 수 있어? 웃겨서 정말!’그의 입에서는 한 마디의 진실도 나오지 않았다.온다연은 멍하니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너는 내 아기가 아니지만 명목상 내 아이니까 정말 좋긴 해. 걱정 마. 내가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널 데리고 나갈 거야.”“하지만 지금은 널 좋아한다는 걸 티 내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아저씨가 널 이용해 날 또 옥죌 거니까.”“그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내가 얼마나 괴
병원에서.며칠간의 치료와 정성 어린 간호 끝에 나은별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그녀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며 소이섭이 깎아준 사과를 받아들었다.“그 사람은 어떻게 처리했어요?”소이섭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죽었어. 너무 많은 걸 아는 사람은 살려둘 수 없지.”나은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 사람... 강후 씨 비서였잖아요. 갑자기 죽으면 의심을 사지 않을까요?”그러자 소이섭은 냉소적으로 대답했다.“강후는 지금 온다연이라는 여자애를 찾느라 온 세상을 뒤지고 있어.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야.”곧 나은별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번 수는 제대로 먹혔네요. 비서를 이용해 강후 씨의 말을 왜곡해서 아래 사람들에게 전달하게 하고 강후 씨가 온준휘를 구하지 않으려 한다는 오해를 만들었잖아요. 그 결과 온준휘는 골든타임을 놓쳐 죽게 됐고 지금 온다연의 눈에는 강후 씨가 살인범이나 다름없겠죠.”“온다연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했어요. 자신이 잠깐 돌봐줬다는 이유만으로 심미진이 온다연을 학대하고 유하령이 괴롭히게 놔뒀는데도 아직도 심미진을 잊지 못하더라고요. 그런 애가 가장 중시하는 건 가족이에요. 그런데 온준휘가 강후 씨의 무관심으로 죽었다고 믿고 있으니... 온다연이 강후 씨를 용서할 리 없겠죠.”“게다가 온다연은 강후 씨가 자기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버렸다고 믿고 있어요. 이제 강후 씨를 더더욱 용서하지 못할 거예요.”“근데 정말 보고 싶어요. 그 여자가 자기 아이가 사실 이미 죽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해!”소이섭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지금은 온다연이 그 사실을 알게 하면 안 돼. 김원도와 계획한 대로 모든 걸 진행해야 해. 하지만 걱정 마. 온다연이 너한테 그런 짓을 했던 만큼 내가 온다연한테 그보다 더한 고통을 줄 거니까.”나은별은 이를 드러내며 비웃었다.“온다연 따위가 감히 나와 경쟁
유강후는 온다연이 다른 남자를 위해 애원하는 모습을 보며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만약 내가 안 된다고 하면?”온다연은 침묵했다.그녀의 손에는 지금 그를 위협할 만한 아무것도 없었다. 유강후가 지금 신경 쓰는 건 아마 그녀의 목숨뿐일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완전히 가지고 놀지 못했다.한참을 망설인 끝에 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나쁜 소식을 들으면 나는 이곳에서 뛰어내릴 거예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까. 정말로... 너무 지쳤어요.”그녀의 눈에 가득한 피로감은 거짓이 아니었다.유강후는 가슴 한가운데가 쥐어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녀가 또다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그를 위협하니 말이다.며칠 동안 그녀를 찾기 위해 유강후는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다.염지훈과 그녀가 한 방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그럼에도 온다연이 김원도의 사람들에게 노출될까 봐 그는 끊임없이 조바심을 냈다.몇 차례 그녀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유강후는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도 그가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몰랐다.사실 유강후는 한 번도 이렇게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어린 시절 임씨 가문의 미치광이가 유강후를 방 안에 가둬두고 불을 지를 때도, 납치되어 피를 뽑히고 총구가 이마에 겨눠졌을 때도, 심지어 고층 건물에서 떠밀려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도 그는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온다연이 어딘가에서 고통받거나 모욕당할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는 미칠 지경이었다.심지어 그녀가 살해되었다는 거짓 소식을 들었을 때는 순간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릴 뻔했다.이런 이유로 그는 염지훈을 죽이지 않았다.그의 평소 성격대로라면 염지훈은 이미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비록 온다연을 데리고 갔지만 염지훈은 그녀를 김원도의 광기에서 철저히 보호했다.그런 점에서 염지훈을 죽이는 대신 단지 한 번 심하게 때리는 것으로 끝낸 것이다.물론 유강후는 여전히 염지훈을
그 대답을 들은 유강후는 애써 참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그는 천천히 온다연의 목에 감긴 붕대를 쓰다듬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참 안됐군. 너는 평생 나와 함께할 수밖에 없어. 죽어도 내 무덤에 묻혀야 하고 묘비에는 내 이름이 새겨질 거야.”이내 유강후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낮게 물었다.“온다연, 네가 내 곁을 떠나 있었던 날들이 며칠인지 기억이라도 나?”온다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답했다.“기억도 안 나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저씨 곁에 없는 동안 훨씬 자유로웠다는 거예요.”유강후는 그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었지만 차분히 온다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하지만 네가 그랬잖아. 절대 날 떠나지 않겠다고.”그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그 눈빛 속의 감정은 더없이 서늘해 그녀의 숨을 막히게 했다.온다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런 말 다 잊어버리세요.”그 순간, 유강후는 갑자기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며 말했다.“온다연,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그는 한 단어 한 단어를 곱씹어가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만약 이 일이 10년 전이었다면 난 염지훈을 내 손으로 죽였을 거고 너도 직접 목을 졸라 끝냈을 거야.”“5년 전이었다면 네 존재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웠겠지. 그리고 널 평생 감옥 같은 곳에 가둬뒀을 거야.”“하지만 지금은 내가 좀 나이를 먹었으니 참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 너 때문에 물러나 주는 거야. 이번 한 번만. 단 한 번뿐이야.”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널 새장 속에 가둬둘 거야. 내 말 하나하나 다 진짜니까 의심하지 마.”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온다연은 그의 말에서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차가움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유강후의 손을 피해버렸다.그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
그러자 이내 수화기 너머에서 염지호의 잔뜩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뭐라고?”유강후는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장 이난과 연락하고 직접 와서 확인하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전화를 끊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전화했어. 그러니까 이제 칼 내려놔.”온다연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칼을 내려놓았다.칼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유강후 또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재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상처를 확인했다.칼날은 매우 날카로웠고 그로 인해 생긴 상처는 생각보다 많이 깊었다. 만약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큰일이 날 뻔했다.유강후는 그녀를 재빨리 안아 들고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차에 오르자마자 유강후는 경호원이 건넨 붕대를 건네받더니 온다연의 상처를 간단히 응급으로 처치를 해줬다. 그리고는 곧바로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상처는 꽤 깊어서 열 몇 바늘을 꿰매고 지혈제를 맞은 후에야 겨우 피가 멈췄다.그제야 유강후는 안도하며 온다연의 손에 시선을 돌렸고 그제야 아까 자신에게 밟힌 손가락 중 하나가 부어오른 것을 발견했다.그것은 바로 예전에 문에 끼어 부러졌던 그녀의 새끼손가락이었다.온다연의 손가락을 본 유강후의 심장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한참 들여다보다가 낮게 물었다.“아프지? 왜 안 말했어?”온다연은 그런 유강후를 조롱하듯 대답했다.“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말하면 아저씨가 절 걱정이라도 해줄 것 같았어요?”“게다가 이 손가락도 아저씨가 부러뜨린 거잖아요. 한 번 더 부러진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어요?”유강후는 그녀의 눈에 깃든 증오의 감정을 보고 마음이 저려오는 듯했고 마치 누군가 그의 가슴을 쥐어뜯는 기분이 들었다.이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뗐다.“온다연, 말 그런 식으로 하지 마.”하지만 온다연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연기는 그만하죠. 구역질 나니까.”유강후는 그녀가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알고 더 이상 대응하지 않고 곧바로 의사를 불러 검사를 요청했다.결국 예
온다연은 옆에서 모든 장면을 보고 있었고 겁에 잔뜩 질려 얼어붙은 채로 유강후의 팔을 붙잡으며 외쳤다.“그만해요! 제발 그만두세요!”하지만 그녀는 곧 경호원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염지훈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유강후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혹시 당신이 신이라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사람의 생사까지 결정할 수 있는 줄 아시나 본데 그건 틀렸습니다. 유강후 씨가 이럴수록 온다연은 당신을 더 증오할 겁니다. 다연이를 보세요. 당신을 쳐다보는 것조차 싫어하지 않나요?”“유강후 씨가 아무리 다연이를 억지로 데려가도 쟤는 어떻게든 당신을 떠날 방법만 찾을 겁니다!”“당신 같은 사람은 절대 사람의 진심 어린 마음을 얻을 자격이 없거든요.”그 말에 유강후의 눈빛은 더욱 살기를 띠었고 그는 발을 들어 다시 염지훈을 거세게 찼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무자비했다.염지훈은 거친 기침을 하며 피를 미친 듯이 뱉어냈고 온다연은 깜짝 놀라 경호원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철저히 제압당해 꼼짝도 할 수 없었다.이 순간, 유강후는 온다연의 눈에 핏빛으로 물든 악마처럼 보였다. 그의 통제 불가능한 모습은 마치 염지훈을 죽일 작정인 것 같았다.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반드시 막아야 했다. 순간, 온다연의 시야에 방금 테이블 위에 놓였던 과도가 들어왔다.그러자 온다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집어 자신의 목에 갖다 댔고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 달려들며 외쳤다.“사모님, 안 됩니다!”“사모님, 칼 내려놓으세요!”온다연은 한 발짝 물러섰고 손에 힘을 주어 칼끝을 목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다가오지 마세요!”유강후는 갑작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온다연을 보고는 충격에 몸이 굳었다.하지만 온다연의 목에는 이미 날카로운 칼날이 깊이 박혀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온다연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본 유강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칼 내려놔. 온다연.”그러나 온다연은 벽 쪽으로 물러서며 단호하게 말했다.“다가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