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빛은 약간 어두웠다.이 녀석이 1억에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전에 해준 게 아직 부족한 것 같으니 더 많이 사줘야겠다고 유강후는 생각했다. 그 뒤로 온다연은 인터넷 쇼핑에 푹 빠진 듯했다.처음에는 별로 값어치가 없는 작은 물건을 샀다. 분홍색 공책, 햄스터 무늬의 붓 같은 물건을 한 무더기 샀다.그 후로는 구월이에게 작은 방울도 많이 사줬고 여자아이들만이 쓰는 포장 귀여운 스킨케어 제품도 이것저것 사들였다.별로 값어치가 없는 것들이지만 귀여운 것들이었다.양이 너무 많아서 장화연은 작은 방 하나를 비워 그녀의 이런 너저분한 물건들을 넣어줘야 했다.나중에는 천천히 더 비싼 것을 샀다.어떤 때는 새로 나온 이어폰을 사고, 어떤 때는 핑크의 작은 스피커를 산다.한 두 번 기분이 좋았을 때는 유강후한테 곰돌이 커프스 링크 한 쌍과 곰돌이 무늬의 컵을 사주기도 했다.유강후는 이 물건들을 받았을 때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저 장화연에게 대신 가지고 있으라고 했을 뿐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그의 냉랭한 태도는 마치 냉수처럼 온다연의 열정을 퍼부었다. 그 후부터 온다연은 그에게 무엇을 선물하지 않았다.나중에는 오히려 장화연에게 작은 선물 두 개를 주었다.하나는 아이리스 모양의 브로치였고, 또 하나는 부드러운 양가죽 장갑이었다.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정성 들여 고른 것 같았다. 장화연은 그녀가 소파에 엎드려 수십 개를 비교하면서 한참을 고르는 것을 보았다.장화연은 선물이 맘에 들었는지, 한 번은 연회에 참석할 때 그 아이리스 브로치를 하고 갔다.그 뒤로도 온다연의 쇼핑을 계속했는데 유강후는 천천히 묻지 않기 시작했다.그는 몇천 원, 몇만 원짜리 작은 물건은 그녀가 사고 싶은 만큼 사도록 했다. 안 되면 옆에 있는 집을 사서 그녀를 위한 창고로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다연이 나중에 휴대전화를 새로 사고 전화카드를 새로 사도 아무도 관여하지 않았다.거의 한 달 후, 온다연의 손은
하지만 그녀는 뼛속까지 전형적인 백인이었다. 오면서 유강후랑 많은 얘기를 했는데 자기는 예쁜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밝힐 정도였다.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그의 곁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했다.하지만 온다연은 오해를 한 것 같았다. 그가 예쁜 여자애와 같이 오는 것을 보고는 잠시 멍해 있다가 옆방으로 숨었다.유강후가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끌어내어 왜 숨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그 여자애를 바라보며 말했다. “새 친구를 사귀었나 봐요?”질투 섞인 말투였다. 마치 바람피우는 남편을 잡아낸 것처럼 말이다.유강후는 사실 속으로 좀 기뻐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온다연은 태도가 담담해서 그는 사실 줄곧 불안했었다.지금은 그녀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니 불안해하던 마음을 놓았다.그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라고만 하고는 온다연을 데리고 갔다.오히려 그 여자애가 몇 번이나 따라와서 온다연의 전화번호를 따려 했다. 근데 이권이 막아냈다.하지만 온다연의 눈에는 이게 다른 그림으로 보였다. 유강후는 며칠 동안 어린 여친을 데리고 외국에 있다가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어린 여자 친구는 가기 싫어했지만 그의 경호원에 의해 쫓겨난 것으로 보였다.유강후는 온다연이 질투한 일을 생각하며 기쁨에 젖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온다연의 속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집에 돌아와서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씻고는 온다연을 침대에 눕힌 채 덮쳤다.이번에는 유강후는 많이 부드러워진 듯했다. 통제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던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했다.온다연도 전에보다는 다소 얌전했다. 최대한으로 그를 받아들이려고 했다.이번에는 그래도 문제없이 잘 해낸 셈이었는데 유강후는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정말 너무 달았다. 그는 그녀가 성인이 되자마자 그녀를 데려가지 않은 것을 점점 더 후회했다.그 후의 시간은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었다.스킨십을 하는 것에서 유강후는 자기 생각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는 꼭 해야 했다.하지만 온다연이
말을 하면서 커다란 손이 온다연의 부드러운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 그리고 라인을 따라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동작은 느렸지만 느낌은 있었다.온다연은 몸이 굳었다.아저씨가 오늘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자기가 잠이 덜 깼을 때 이미 한번 해서 온몸이 아팠다. 점심까지 내내 잤더니 좀 나아졌다.저녁에는 당연히 안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흥이 오른 것 같았다. 아까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나 하고 온다연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아팠다. 여러 번을 해봤지만 아직 적응이 잘 안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내일 꼭 영원시에 가야 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를 만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그녀는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주동적인 적도 없었다. 그저 그의 모습을 따라 하며 그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기만 했다.그런데 그녀는 이게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아저씨가 이렇게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녀의 서툰 손길은 마치 그의 몸에 불을 붙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더는 제어할 수 없어 몸을 돌려 그녀 몸 위로 덮쳤다.침대는 오랫동안 흔들렸고 낮은 오열 소리와 빠른 숨소리도 오래 이어졌다.하룻밤으로는 부족했다.다음날 온다연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일어났을 때 유강후가 이미 식탁 옆에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한 손으로 새하얀 찻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방금 배달된 신문을 천천히 훑어보고 있었다.늘 그렇듯 새하얀 줄무늬 셔츠에 검은색 슈트 바지를 입었는데 차갑고 귀 티 나게 보였다. 그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세가 등등하였다.온다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어젯밤의 사람과 눈앞의 사람이 같은 사람이 맞는지 생각하면서 말이다.어젯밤의 유강후는 더없이 거칠었다. 마치 그녀를 잡아먹을 것처럼 눈 밑에 붉은 핏발이 가득 섰다.하지만 눈앞의 이 사람은 거리감 있고 존귀한 느낌이 있었다. 찻잔을 들고 있는 모습마저도 귀 티 나고 우아했다.이게 한 사람이라니, 정말 놀라웠다. 온다연의 시선을 느낀 유강후는 들고 있던 찻잔
유강후가 온다연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귀 뒤에 넘기며 말했다.“점심까지 자고 가도 돼.”온다연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 뜨거워 나는 작은 그릇을 쥐고는 손에서 놓지 않았다.유강후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온다연의 손을 당겨다가 보니 하얀 손바닥은 이미 뜨거워서 빨개 났다.유강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온다연, 너 이제 또 뜨거운 거 손에 쥐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보여줄게.”온다연은 잘못을 한 소학생처럼 작은 소리로 변명을 했다.“안 아파요.”유강후는 이 소리를 듣고 가슴팍에 내려가지 않는 화가 다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저번 일은 유강후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지금 온다연이 아프지 않다는 소리만 들어도 마음에 힘들다.온다연의 이런 극도의 참을성은 유강후를 난감하게 했다.손바닥이 찔리던, 아니면 새끼손가락이 끊어져도 참고 울고불고하지 않는다.더 무서운 것은 당시 갈비뼈가 부딪쳐 부러져 죽기 직전이었는데 유강후가 찾아가지 않아도 조용히 죽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온다연은 죽음을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이 세상에 여념할 곳이 없고 지금 당장 죽더라도 별로 큰 일이 아닌 듯 했다.이런 조용함과 인내심은 유강후에게 온다연은 틈이 없는 동그라미 같았다. 이렇게 오래됐지만 유강후는 조금도 온다연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못했다.사실 며칠 전 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필요하면 달라고 하고 싫으면 거절을 하게 하려고 기회를 줬다.어떨 땐 사람을 빡치게 하지만 귀엽다고 생각했다.유강후가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의 실수로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을 하니 눈빛은 더 어두워졌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고는 다친 손을 손바닥에 놓고 새끼손가락을 살살 눌렀다.“아직도 아파?”온다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 새끼손가락에 대해 아무런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안 아파요. 아무 감각도 없어요.”사실 여전히 아프다. 특히 밖에 나갔을 때 새끼손가락이 아파
온다연의 시선을 느끼고 유강후는 손을 멈추더니 말했다.“어젯밤에 제대로 못 봤어?”온다연은 멈칫하더니 순간 귀까지 빨개졌다.온다연은 얼굴을 붉히고 유강후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런 말을 그렇게 막 내뱉지 마요...”유강후는 어떻게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일까.유강후는 온다연이 얼굴을 붉히고 놀란 모습을 제일 좋아한다. 이럴 때만 온다연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온다연의 눈을 쳐다보며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말을 막하다니? 어젯밤 누가 보겠다고 한 거더라?”온다연은 얼굴이 뜨거워 터질 것 같았다.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유강후의 눈빛은 평소보다 부드러워졌다. 허리를 굽혀 온다연을 안아 들고 귀 옆에 낮은 소리로 말했다.“말해도 괜찮아. 다연이가 원하는 건 다 해줄 수 있다고 했잖아.”뜨겁고 습한 기체가 귀에 닿자 온다연의 마음도 간지러운 것 같았다.머릿속에는 유강후의 어젯밤 모습이 가득했다.그땐 온다연도 제정신이 아니었다.비록 아프지만 또 다른 이상한 느낌, 그리고 부끄러움과 무력감도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온다연의 얼굴은 타오를 것 같았다. 빨리 머리를 숙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만 말해요.”온다연의 귀가 빨개 피라도 떨어질것 같은 모습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아서 차에 태웠다.이곳에서 영원시까지 세 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차가 얼마 동안 움직였으면 온다연도 얼마 동안 잤다.온다연은 너무 힘들었다.어젯밤 너무 늦게 잠에 들었고 오늘 아침 또 일찍이 일어나서 너무 피곤해 유강후의 다리에 누워 영원시까시 자면서 왔다.영원시에 도착했을 때 유강후가 안아서 내리려고 했을 때 온다연은 서서히 잠에서 깼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정신이 말짱하지 않은 것을 보고 옆에 있는 상자에서 보온 그릇을 꺼내어 온다연에게 건네주었다.“아직 뜨거우니까 좀 마셔.”온다연은 별로 입맛이 없었다. 하지만 흐리멍덩한 상태로 몇 모금 마셨다.“도착했어요?”아까 마실 때 입에
오늘 경원시에 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정리하고는 외투를 걸쳐주고 말했다.“좀 있다가 난 회의해야 하니까 먼저 내 사무실에 가서 놀고 있어. 안에 네가 좋아하는 간식도 가져다 놨고 졸리면 휴식실에서 자고 회의가 끝나면 밖에 나가자.”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고마워요.”유강후는 또 한 번 창문 밖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유민준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려고 했다.유강후가 온다연의 손을 잡고 목돌이를 온다연에게 둘러주고 말했다.“내려가자.’차 문을 여니 찬 공기와 놀래 하는 시선이 느껴졌다.유민준은 온다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가서 안을 뻔했다.하지만 이효진이 옆에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다연아, 여긴 왜 왔어?”온다연은 옆에 표정이 좋지 않은 이효진을 쳐다봤다.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일하는 곳에 와보고 싶어서요.”이효진은 안 그래도 화가 났다.온다연의 연약한 모습을 보니 앞으로 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하지만 유강후와 유민준 두 사람이 다 있으니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다연이가 오늘 손님으로 왔으니 작은아버지하고 민준 씨가 회의하는 동안 내가 데리고 둘러볼까요? 여긴 경원시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좋은 곳이 꽤 많아.”여주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유민준하고 결혼 한 지 몇 년이 되고 본가의 대권이 자신의 손에 잡고 있는 듯했다.온다연이 앞으로 가 유강후의 팔을 안으며 말했다.“괜찮아. 아저씨가 나보고 상관없는 사람하고는 또 모함을 당하면 골치 아프니까 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이 말에 유민준과 이효진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유민준의 낯빛이 더 좋지 않았는데 요즘 온다연하고 카카오톡을 하면서 점점 더 온다연이 철이 들고 귀여워 이씨 가문의 혼약을 받아들인 게 후회됐다.온다연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자신을 탓하는 줄 알고 말했다.“그날 일은 오해야.
유강후는 있는 힘껏 온다연에게 키스를 했다. 온다연은 심지어 유강후가 자신을 씹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이곳에서 뭐라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깜짝 놀랐다. 온다연은 그럴 담도 없고 이런 곳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유강후는 온다연을 벽에 기대게 하고 두 손으로 잡고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유강후가 다른 한 손으로 온다연의 몸을 만지려고 하니 온다연은 급해서 유강후의 입술을 물었다.유강후는 따끔함에 온다연을 안았던 팔을 풀었다.유강후가 온다연을 바라보며 손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깨물어 껍질이 일어난 입가를 닦고 말했다.“유민준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방금 유민준이 온다연을 보는 눈빛을 보고 오늘 데리고 온 것을 후회했다.그 눈빛의 뜻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건 남자가 여자에 대한 점유욕이다.유민준을 온다연의 곁에 둔 건 온다연 옆에 들러붙는 남자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는데 전에 유민준은 전형적인 막 나가는 부잣집 도련님이어서 온다연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지도 알 수 없다.하지만 온다연이 차 사고를 당한 다음 유민준은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온다연을 찾아오고 심지어 유하령과 유자성하고 대판 싸운 적도 있다.이게 바로 유자성이 온다연을 쫓아내려고 하는 원인이다.근데 유자성의 생각은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저 온다연에게 꿍꿍이를 가진 사람은 절대로 곁에 있어선 안 된다.그래서 유민준은 경원시에 남을 수 없다.온다연은 아직도 숨이 가빴다. 유강후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유강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온다연이 말했다.“네, 그럴게요.”유강후의 옷깃을 정리해주고 말했다.“아저씨, 많은 분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보세요.”유강후는 온다연이 말을 듣는 모습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온다연의 턱을 올리며 말했다.“내 사무실에 가만히 있어. 어디도 가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온다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유강후는 그제야 떠났다.문을 나가니 유민준
유강후가 손에 쥐고 있는 산업을 마음대로 움직이면 이 절반의 H국 경제가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서 당연히 유강후 앞에서 유민준은 건방지지 못한다.그는 유강후의 눈을 똑바로 볼 엄두도 감히 내지 못했다. “작은아버지, 제가 가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앞으로 작은아버지께서 시킨 일은 제가 직접 가서 처리할게요.”유강후는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실로 갔다.유민준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사실 그는 이렇게 작은 일에 줄곧 냉담하던 작은 아버지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곧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이 회의는 3~5년 동안 영원시 전체의 전반적인 경제 동향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회의에 참석한 많은 사람은 모두 경원시에서 온 명망 있는 인물들이다.그가 말하고 싶은 그 일은 좀 늦게 다시 얘기해도 된다고 생각했다.저쪽에서는 회의가 한창인데 온다연은 혼자 사무실에 있으니 썰렁해 보였다.그녀는 유강후가 일하는 곳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멋지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사무실만 해도 수백 평이었는데 휴게실과 주방까지 딸려 있다.게다가 맞은편 창문으로부터 내다보면 건너편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풍경과 눈옷을 입은 수양버들이 한눈에 안겨 온다.매우 예뻤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녀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녀는 밖에 주차된 차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부분 경원시의 번호판 차량이었다. 그리고 입구에 경찰차와 경비원이 많이 있는 걸 보니, 분명 큰 인물이 여기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그 차들을 보며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잠시 휴대폰 너머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는 전화를 끊고 몇 개의 메시지를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떴다. 그녀는 가방을 들고 방문을 열었다.근데 방문 밖에는 진짜 총을 든 경비원 두 명이 서 있었다. 온다연이 문을 나서려
아이는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저는 엄마와 아빠를 닮고 싶어요. 아니면 나중에 외출했을 때 사람들은 남동생과 여동생만이 엄마 아빠의 아이라 하고 저는 길거리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할 거예요.”온다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누가 감히 그렇게 말한다면 너의 아빠는 그자의 입을 찢어 버릴 거야.”그제야 신이 난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또 말했다.“그러나 저는 제가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격세유전이라고 해요.” 온다연은 웃기 시작했다.“그래, 맞아. 너와 할아버지는 모두 키가 크고 위풍당당해.”아이는 비록 다섯 살도 되지 않았지만 키가 컸고 사나이의 기세가 있었다. 단단한 이목구비는 진수현과 조금 닮아 보였다.“외할아버지를 닮아도 괜찮아요, 멋있잖아요. 그러나 나중에 저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그래, 알았어. 우리 우림이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아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저는 또 좋은 오빠가 될 거예요. 저는 내일부터 격투와 복싱을 배울 거예요. 나중에 누군가 남동생과 여동생을 괴롭히면 제가 그들과 싸워서 쫓아낼 거예요.”“하지만 저 사격도 배우고 싶어요.”그는 온다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엄마, 아빠랑 말해주시면 안 돼요? 저 사격 배우고 싶어요. 저 아빠한테 몇 번이나 부탁드렸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온다연이 말했다.“너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선 아이로서 배워야 할 것을 잘 배워. 조금 더 크면 아빠가 배우게 할 거야”곧 얼굴이 굳어진 아이는 말했다.“네, 알았어요.”이때 유강후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본 아이는 바로 그의 등위에 업혔다.“강 대표님, 신용을 지키지 않네요. 어제 레이싱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유강후는 등에서 그를 끌어내리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전날 내가 회의 중일 때 스크린을 공표 영화로 바꿔버린 사람이 누구야?”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
유재성은 섭섭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온다연이 본가에 손자 손녀를 낳아 주는 것은 공을 세운 것이니 네가 잘 대해줘야 해.”유강후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들 부자는 한참 동안 겨우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결국 유재성이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미련이 남은 듯 멀리서도 뒤를 다시 한번 돌아보더니 서서히 사라졌다.유강후는 아이를 안아 다시 온다연이 있는 방으로 옮겼다.그는 온다연의 표정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방금 배달된 삼계탕을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방금 끓여온 삼계탕이야, 따뜻할 때 얼른 먹어봐.”온다연은 국그릇을 밀어내면서 말했다.“저 한 달 되도록 국물만 먹었어요. 이제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해요.”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을 달래며 말했다.“너 오늘 점심도 적게 먹었고 이제 오후가 다 되었으니 조금만 먹어봐. 내일 집에 가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한 상 차려줄게.”온다연은 마지못해 몇 숟가락 먹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의 이름을 줄줄이 말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지수현 부부랑 강씨 가문에서 일찍 병원에 왔다.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러 대의 차를 보내왔다.두 아이는 가운데 있는 승합차에 태웠고 앞뒤로 몇 대의 차로 빼곡히 둘러싸였다.강씨 가문 어르신은 그의 오랜 친구와 가는 내내 영상통화를 하며 얼굴에 주름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가족 연회에서 두 집안은 웃음이 끊기질 않았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며 또 결혼식 날짜와 절차도 확정했다.온다연은 필경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을 하는 것은 불편하니 간단하게 하려 했지만 강씨 가문 어르신과 진수현은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그들은 경원시에서도 거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해줄 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와 신국 쪽에서도 떠들썩하게 하려고 했다.온다연과 유강후는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어른들을 이길 수 없어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그들은 밥 한 끼를 네 시간이
한밤중이 되자 강씨 가문도 도착했다.어르신은 들어오자마자 두 아이를 보고 격동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나중에 조상을 뵐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온다연이 출산한 후 입원실은 매우 북적거렸다.유강후의 친구들도 시도 때도 없이 보러 왔고 온다연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그는 옆에 다실을 만들어 손님들이 와도 아이를 보기 편하게끔 했다.며칠 안 되어 받은 선물이 너무 많아 다실을 가득 메울 지경이었다.그 기간에 유재성이 찾아왔었지만 유강후는 그를 만나지 않았고 온다연 모자가 퇴원하기 전날에 또다시 찾아왔다.온다연이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며 유강후는 품에 안은 아이를 내려놓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나가 볼 테니 걱정하지 마, 들어오지 말라고 할게.”온다연은 아이의 부드러운 얼굴을 살짝 터치하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이번에 온 건 다섯 번째지?”유강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온다연은 담담하게 이어 말했다.“아이를 데리고 나가 보여줘요. 그래도 당신의 친아버지시고 아이들의 친할아버지잖아요.”온다연은 확실히 본가 사람들을 싫어하지만 그녀에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유하령과 유자성이었고 유재성은 그때 시정에 일 때문에 바쁜 탓에 본가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가끔 얼굴을 마주쳐도 온다연에게 그런대로 예의를 갖추었고 독설은 퍼부은 적이 없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말했지. 다시는 본가의 사람들이 널 귀찮게 하는 일이 없게 한다고.”“저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의 친아버지시잖아요. 적어도 당신을 교육하는 면에서 뒤처진 적 없었고 게다가 미래 그룹이 H 국에서 오늘날까지 있을 수 있었던 건 그의 권세 문제도 있는 거잖아요. 저한테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고 심지어 원망하기까지 했지만 미래 그룹이랑 아이의 체면을 봐서 가끔 아이를 보러 온다고 해도 저는 그냥 모른 척할 거예요.”온다연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최대 양보였다.만약 예전 같았다면 온다연의 마음속에는 미움만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으니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원망
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의 말에 당황해하며 말했다.“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지금 몸 상태도 안 좋고 열도 나고 하니까 약도 먹어야 하고 건강이 회복되면 그때 다시 보려고 한 거야.”온다연이 울먹이며 말했다.“그럼 저 약 안 먹을래요.”유강후는 급한 마음으로 말했다.“그건 안돼. 너 지금 면역력이 제일 낮을 때라서 의사가 처방해 준 약 먹고 푹 셔야 몸도 좋아지지.”그러나 온다연은 고집을 부리며 유강후가 아무리 달래도 다시는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고 점심에 약 먹을 때에도 약을 바닥에 버리고 먹지도 않았다.다행히 열이 좀 내린 탓에 고열에서 미열로 되었고 유강후는 그냥 달랠 수밖에 없었다.저녁 무렵에 유강후가 나간 틈을 타서 온다연은 간호사에게 아기를 안아오게 하고 모유를 먹였다.이때 온다연은 금방 모유가 분비되기 시작했고 황색을 띤 액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사는 그것이 초유라며 아이들한테 아주 좋은 면역단백이라고 했다.비록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아이가 빨면 더 아파져 왔지만 온다연은 모유를 먹는 아이들을 보며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평온함과 행복을 느꼈다.온다연은 전에 아이와 엄마가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지금은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에는 모유가 별로 없어 아이를 몇 모금밖에 먹이지 못했고 유강후가 들어 오기 전에 장화연에게 아이를 다시 침대로 안아가라고 했다.장화연은 아이와 온다연을 번갈아 보며 걱정되어 말했다.“사모님, 우선 몸조리부터 하셔야 해요.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는 배를 곯지 않아요. 그리고 초유도 준비해 뒀어요.”온다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저 이틀만 먹일 거예요. 그때까지도 열이 안 내리면 안 먹일게요. 장 집사님, 부탁인데 저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주세요.”장화연이 말을 안 하고 있자 온다연은 다시 말했다.“부탁이에요. 장 집사님, 저의 몸 상태는 제가 잘 알아요. 그냥 미열만 있을 뿐 아무 문제 없어요.”장화연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내일 오후가 되어도 열이
봉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도 요즘 아이랑 마누라 돌봐야 하니 시간도 없을 거잖아. 내가 알아서 방법 구해볼게.”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지원도 뒤따라 나와 봉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지예솔 씨가 진짜 큰맘 먹고 멀리 가버린 거 같은데 현수는 아직도 경원시 근처에서만 찾고 있어. 어쩌면 출국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을 해줄 수가 없네.”“현수 지금 상태가 매우 위험해. 마치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아. 저러다 큰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하고는 침묵하였다.한참 지나 유강후가 먼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우리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해. 요 며칠은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네가 옆에서 좀 더 신경 써줘.”송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한이준은 며칠 동안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통하던데. 내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서가 그러는데 걔가 섬에 집을 사서 지금 장식을 하고 있고 외부 사람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 자식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이때 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들어가. 현수랑 이준의 일은 네가 좀 더 신경 써줘. 내 쪽에 사람들은 필요하면 네가 알아서 조정해서 데리고 가면 돼.”들어가 보니 동생이 울면서 손발을 자꾸 흔들어 옆에 자고 있던 오빠도 깨웠다.오빠는 오히려 깜깜한 눈을 뜨고 조용하게 누워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였다.유강후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이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나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다연을 한 번 보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장화연은 간호사의 뜻을 눈치채고 말했다.“분유로 먹여요. 사모님은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요.”이때 온다연도 놀라 잠에서 깼다.
유강후는 당황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그 아이는 힘들게 임신했고 유강후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출산까지 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온다연의 건강 상태였다.“주 선생님, 앞으로 제 아내의 건강을 잘 부탁드릴게요. 두 아이도 만약 두통이나 열이 있다 해도 많이 신경 써주셔야 해요.”주 선생님은 급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큰일은 아니에요. 두 아이도 지금 봐선 건강 상태가 아주 좋으니 잘 키우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주 선생님을 보낸 후 유강후는 정성스럽게 온다연을 보살피며 약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였다.한참 뒤에 송지원과 봉현수가 아이들 보러 병원에 찾아왔다.송지원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시정 쪽에서 방금 온 것이 분명했다.봉현수는 비록 깔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유강후는 보자마자 그의 정신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봉현수는 아이들의 선물을 유강후에게 건네고 나서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반면 송지원은 두 아이에게 관심을 쏠리며 간호사에게 아이를 안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송지원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넌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었지만 우리 몇 명에서 한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네. 이 아이의 행운을 빌어 나도 나중에 쌍둥이가 생길 거야.”유강후는 얼른 아이를 뺏어 안고는 말했다.“저리 비켜, 누가 너더러 내 아들의 행운을 빌라 했어. 그렇게 행운을 갖고 싶으면 너 절로 절에 가서 빌던지.”송지원은 두 녀석을 매우 귀하게 여기며 또 손을 뻗어 여동생을 안았다.“핑크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니 여자아이겠지? 너무 귀여워, 나도 딸이 욕심나네.”송지원은 여동생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이 두 아이의 양 아빠가 될 거야. 앞으로 날 송 아빠라고 부르라고 해.”유강후는 송지원이 딸을 안고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상처가 아플까 봐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아 보여줬다.조용하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번에는 보온 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유강후는 속상한 마음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보온 실은 필요 없어. 의사가 아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그래도 그웬을 와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만 우리 집에 있으라 했어.”“우리 아들을 데리고 와봐요, 한번 보게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온다연의 옆에 눕혔다.온다연은 감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만 옆으로 돌려 쳐다보면서 이 아이가 꿈속의 그 아이를 닮았는지 궁금했다.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직 너무 작아 이목구비가 모두 주름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온다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날 닮았고 딸은 널 닮았어.”온다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이목구비도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유강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난 보이거든.”유강후는 몇 시간 동안 작은 침대 옆에 붙어 서서 아이의 이목구비와 윤곽을 수없이 분석한 결과 아들은 그를 닮았고 딸은 온다연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유강후는 희망컨대 두 아이가 모두 온다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남자아이는 좀 강하게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두 아이를 모두 온다연의 곁에 눕혀두고 팔을 뻗어 그들 세 모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정성스럽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이젠 너희들은 내 인생의 전부야.”유강후는 앞으로 약점이지만 보호막이 될, 그한테는 세상 전부인 이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분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턱에 나온 수염을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요즘 많이 피곤했죠?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이제 좀 쉬어
“네가 정치일에 개입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이제 곧 은퇴할 것인데 만약 본가에서 나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린 경원시에서 설 자리도 없게 돼. 그럼 우주 그룹이나 본가나 다 영향받을 수 있잖아.”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연서는요? 연서의 일은 어떻게 말씀하실 건데요? 은혜를 갚고 싶으면 알아서 갚으세요. 아무도 당신을 막지 않겠지만 누나의 목숨으로, 또 저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려 하지 마세요.”“그리고 제 아이들은 유씨 성을 안 가질 거고 본적에도 넣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이름이 있어요. 하나는 강 씨 이고 하나는 진 씨 에요. 본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괜히 여기 와서 다연이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세요. 다연이는 본가 사람이라면 이제 치를 떨어요.”유재성은 급해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유 씨가 아니라도 내 손 군들이야. 다연이가 날 싫다 그러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만 잠깐 만나볼게.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통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이권이 걸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작은 도련님이랑 아가씨 이름은 준비하셨죠?”유강후는 이권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받아 그 위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그러자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미 생각해 놓으셨군요.”“남자아이는 다연이랑 같은 성씨로 진 강남으로 했고 이건 다연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거고 여자아이는 강아름으로 나랑 어르신이 같이 지은 거야.”이권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이 진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되면 어르신이 화 안 내실까요?”유강후는 종잇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어르신은 해외에서 평생을 살아 이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거야. 그럼 아이의 성이 둘 다 진 씨라면 강씨 가문의 자손이 아닌 거야? 다연이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들인데 하나는 진 씨 성을 가지면 또 어때? 둘 다 진 씨 성을 따른
유강후가 가장 세게 흔들고 있는 작은 손을 건드렸더니 녀석은 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이상하게도 녀석은 곧 칭얼거리지 않았고 작은 입을 쩝쩝대더니 조용해졌다.유강후는 갑자기 멍해지며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이것이 내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는 느낌인 건가?’분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막 아이를 안으려 할 때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입원실에 가서 안아봐요. 산모도 곧 나올 테니 여기 막아서면 안 돼요.”유강후는 몹시 아쉬워하며 장화연과 이권 더러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문 앞에서 온다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도 나왔다.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온다연은 아직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녀를 받아 입원실로 옮겼다.입원실은 예전 온다연이 쓰던 큰 방으로 이미 모두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두 꼬마 녀석은 침대 옆의 작은 침대에 두었다.두 아이와 온다연은 모두 조용히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들 모자 셋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잠깐 사이에 유강후는 많은 사진을 찍었고 한장 한장 들여다보면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모멘트도 일 년에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유강후가 오늘은 연속으로 세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다시 작은 그룹 채팅을 만들어 잘 아는 몇몇 친구들을 그룹에 끌어들이고 그중에는 염지훈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러고는 제목에 쌍둥이 남매가 부럽지 않냐고 그래도 소용없다고 계속 부러워하라는 글을 덧붙여 20장이 넘는 아기의 사진을 연이어 보냈다.얼마 안 되자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아이들이 태어난 거야? 축하해, 내일 보러 갈게.봉현수: 금방 태어난 거야? 난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 뒀어. 내일 지원이랑 같이 갈게.그 밑에는 붉은색으로 된 부동산 증명서 두 권의 사진이 첨부되었다.한재민: 축하해. 선물은 지금 오는 길에 있어. 설쯤에 제수와 아이들 보러 갈게.그웬: 벌써? 내가 아직 가지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