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빛은 약간 어두웠다.이 녀석이 1억에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전에 해준 게 아직 부족한 것 같으니 더 많이 사줘야겠다고 유강후는 생각했다. 그 뒤로 온다연은 인터넷 쇼핑에 푹 빠진 듯했다.처음에는 별로 값어치가 없는 작은 물건을 샀다. 분홍색 공책, 햄스터 무늬의 붓 같은 물건을 한 무더기 샀다.그 후로는 구월이에게 작은 방울도 많이 사줬고 여자아이들만이 쓰는 포장 귀여운 스킨케어 제품도 이것저것 사들였다.별로 값어치가 없는 것들이지만 귀여운 것들이었다.양이 너무 많아서 장화연은 작은 방 하나를 비워 그녀의 이런 너저분한 물건들을 넣어줘야 했다.나중에는 천천히 더 비싼 것을 샀다.어떤 때는 새로 나온 이어폰을 사고, 어떤 때는 핑크의 작은 스피커를 산다.한 두 번 기분이 좋았을 때는 유강후한테 곰돌이 커프스 링크 한 쌍과 곰돌이 무늬의 컵을 사주기도 했다.유강후는 이 물건들을 받았을 때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저 장화연에게 대신 가지고 있으라고 했을 뿐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그의 냉랭한 태도는 마치 냉수처럼 온다연의 열정을 퍼부었다. 그 후부터 온다연은 그에게 무엇을 선물하지 않았다.나중에는 오히려 장화연에게 작은 선물 두 개를 주었다.하나는 아이리스 모양의 브로치였고, 또 하나는 부드러운 양가죽 장갑이었다.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정성 들여 고른 것 같았다. 장화연은 그녀가 소파에 엎드려 수십 개를 비교하면서 한참을 고르는 것을 보았다.장화연은 선물이 맘에 들었는지, 한 번은 연회에 참석할 때 그 아이리스 브로치를 하고 갔다.그 뒤로도 온다연의 쇼핑을 계속했는데 유강후는 천천히 묻지 않기 시작했다.그는 몇천 원, 몇만 원짜리 작은 물건은 그녀가 사고 싶은 만큼 사도록 했다. 안 되면 옆에 있는 집을 사서 그녀를 위한 창고로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다연이 나중에 휴대전화를 새로 사고 전화카드를 새로 사도 아무도 관여하지 않았다.거의 한 달 후, 온다연의 손은
하지만 그녀는 뼛속까지 전형적인 백인이었다. 오면서 유강후랑 많은 얘기를 했는데 자기는 예쁜 여자애를 좋아한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밝힐 정도였다. 비행기에서 내려서도 그의 곁에서 끊임없이 이야기했다.하지만 온다연은 오해를 한 것 같았다. 그가 예쁜 여자애와 같이 오는 것을 보고는 잠시 멍해 있다가 옆방으로 숨었다.유강후가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끌어내어 왜 숨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그 여자애를 바라보며 말했다. “새 친구를 사귀었나 봐요?”질투 섞인 말투였다. 마치 바람피우는 남편을 잡아낸 것처럼 말이다.유강후는 사실 속으로 좀 기뻐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온다연은 태도가 담담해서 그는 사실 줄곧 불안했었다.지금은 그녀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니 불안해하던 마음을 놓았다.그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라고만 하고는 온다연을 데리고 갔다.오히려 그 여자애가 몇 번이나 따라와서 온다연의 전화번호를 따려 했다. 근데 이권이 막아냈다.하지만 온다연의 눈에는 이게 다른 그림으로 보였다. 유강후는 며칠 동안 어린 여친을 데리고 외국에 있다가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어린 여자 친구는 가기 싫어했지만 그의 경호원에 의해 쫓겨난 것으로 보였다.유강후는 온다연이 질투한 일을 생각하며 기쁨에 젖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온다연의 속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집에 돌아와서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씻고는 온다연을 침대에 눕힌 채 덮쳤다.이번에는 유강후는 많이 부드러워진 듯했다. 통제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던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했다.온다연도 전에보다는 다소 얌전했다. 최대한으로 그를 받아들이려고 했다.이번에는 그래도 문제없이 잘 해낸 셈이었는데 유강후는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정말 너무 달았다. 그는 그녀가 성인이 되자마자 그녀를 데려가지 않은 것을 점점 더 후회했다.그 후의 시간은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었다.스킨십을 하는 것에서 유강후는 자기 생각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는 꼭 해야 했다.하지만 온다연이
말을 하면서 커다란 손이 온다연의 부드러운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 그리고 라인을 따라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동작은 느렸지만 느낌은 있었다.온다연은 몸이 굳었다.아저씨가 오늘 좀 심하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자기가 잠이 덜 깼을 때 이미 한번 해서 온몸이 아팠다. 점심까지 내내 잤더니 좀 나아졌다.저녁에는 당연히 안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흥이 오른 것 같았다. 아까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나 하고 온다연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아팠다. 여러 번을 해봤지만 아직 적응이 잘 안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내일 꼭 영원시에 가야 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를 만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그녀는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주동적인 적도 없었다. 그저 그의 모습을 따라 하며 그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기만 했다.그런데 그녀는 이게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아저씨가 이렇게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녀의 서툰 손길은 마치 그의 몸에 불을 붙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더는 제어할 수 없어 몸을 돌려 그녀 몸 위로 덮쳤다.침대는 오랫동안 흔들렸고 낮은 오열 소리와 빠른 숨소리도 오래 이어졌다.하룻밤으로는 부족했다.다음날 온다연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일어났을 때 유강후가 이미 식탁 옆에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한 손으로 새하얀 찻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방금 배달된 신문을 천천히 훑어보고 있었다.늘 그렇듯 새하얀 줄무늬 셔츠에 검은색 슈트 바지를 입었는데 차갑고 귀 티 나게 보였다. 그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세가 등등하였다.온다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어젯밤의 사람과 눈앞의 사람이 같은 사람이 맞는지 생각하면서 말이다.어젯밤의 유강후는 더없이 거칠었다. 마치 그녀를 잡아먹을 것처럼 눈 밑에 붉은 핏발이 가득 섰다.하지만 눈앞의 이 사람은 거리감 있고 존귀한 느낌이 있었다. 찻잔을 들고 있는 모습마저도 귀 티 나고 우아했다.이게 한 사람이라니, 정말 놀라웠다. 온다연의 시선을 느낀 유강후는 들고 있던 찻잔
유강후가 온다연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귀 뒤에 넘기며 말했다.“점심까지 자고 가도 돼.”온다연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 뜨거워 나는 작은 그릇을 쥐고는 손에서 놓지 않았다.유강후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온다연의 손을 당겨다가 보니 하얀 손바닥은 이미 뜨거워서 빨개 났다.유강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온다연, 너 이제 또 뜨거운 거 손에 쥐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보여줄게.”온다연은 잘못을 한 소학생처럼 작은 소리로 변명을 했다.“안 아파요.”유강후는 이 소리를 듣고 가슴팍에 내려가지 않는 화가 다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저번 일은 유강후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지금 온다연이 아프지 않다는 소리만 들어도 마음에 힘들다.온다연의 이런 극도의 참을성은 유강후를 난감하게 했다.손바닥이 찔리던, 아니면 새끼손가락이 끊어져도 참고 울고불고하지 않는다.더 무서운 것은 당시 갈비뼈가 부딪쳐 부러져 죽기 직전이었는데 유강후가 찾아가지 않아도 조용히 죽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온다연은 죽음을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이 세상에 여념할 곳이 없고 지금 당장 죽더라도 별로 큰 일이 아닌 듯 했다.이런 조용함과 인내심은 유강후에게 온다연은 틈이 없는 동그라미 같았다. 이렇게 오래됐지만 유강후는 조금도 온다연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못했다.사실 며칠 전 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필요하면 달라고 하고 싫으면 거절을 하게 하려고 기회를 줬다.어떨 땐 사람을 빡치게 하지만 귀엽다고 생각했다.유강후가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의 실수로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을 하니 눈빛은 더 어두워졌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손을 잡고는 다친 손을 손바닥에 놓고 새끼손가락을 살살 눌렀다.“아직도 아파?”온다연이 고개를 저었다. 그 새끼손가락에 대해 아무런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안 아파요. 아무 감각도 없어요.”사실 여전히 아프다. 특히 밖에 나갔을 때 새끼손가락이 아파
온다연의 시선을 느끼고 유강후는 손을 멈추더니 말했다.“어젯밤에 제대로 못 봤어?”온다연은 멈칫하더니 순간 귀까지 빨개졌다.온다연은 얼굴을 붉히고 유강후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런 말을 그렇게 막 내뱉지 마요...”유강후는 어떻게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일까.유강후는 온다연이 얼굴을 붉히고 놀란 모습을 제일 좋아한다. 이럴 때만 온다연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온다연의 눈을 쳐다보며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말을 막하다니? 어젯밤 누가 보겠다고 한 거더라?”온다연은 얼굴이 뜨거워 터질 것 같았다.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유강후의 눈빛은 평소보다 부드러워졌다. 허리를 굽혀 온다연을 안아 들고 귀 옆에 낮은 소리로 말했다.“말해도 괜찮아. 다연이가 원하는 건 다 해줄 수 있다고 했잖아.”뜨겁고 습한 기체가 귀에 닿자 온다연의 마음도 간지러운 것 같았다.머릿속에는 유강후의 어젯밤 모습이 가득했다.그땐 온다연도 제정신이 아니었다.비록 아프지만 또 다른 이상한 느낌, 그리고 부끄러움과 무력감도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온다연의 얼굴은 타오를 것 같았다. 빨리 머리를 숙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만 말해요.”온다연의 귀가 빨개 피라도 떨어질것 같은 모습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아서 차에 태웠다.이곳에서 영원시까지 세 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차가 얼마 동안 움직였으면 온다연도 얼마 동안 잤다.온다연은 너무 힘들었다.어젯밤 너무 늦게 잠에 들었고 오늘 아침 또 일찍이 일어나서 너무 피곤해 유강후의 다리에 누워 영원시까시 자면서 왔다.영원시에 도착했을 때 유강후가 안아서 내리려고 했을 때 온다연은 서서히 잠에서 깼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정신이 말짱하지 않은 것을 보고 옆에 있는 상자에서 보온 그릇을 꺼내어 온다연에게 건네주었다.“아직 뜨거우니까 좀 마셔.”온다연은 별로 입맛이 없었다. 하지만 흐리멍덩한 상태로 몇 모금 마셨다.“도착했어요?”아까 마실 때 입에
오늘 경원시에 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정리하고는 외투를 걸쳐주고 말했다.“좀 있다가 난 회의해야 하니까 먼저 내 사무실에 가서 놀고 있어. 안에 네가 좋아하는 간식도 가져다 놨고 졸리면 휴식실에서 자고 회의가 끝나면 밖에 나가자.”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고마워요.”유강후는 또 한 번 창문 밖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유민준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려고 했다.유강후가 온다연의 손을 잡고 목돌이를 온다연에게 둘러주고 말했다.“내려가자.’차 문을 여니 찬 공기와 놀래 하는 시선이 느껴졌다.유민준은 온다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가서 안을 뻔했다.하지만 이효진이 옆에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다연아, 여긴 왜 왔어?”온다연은 옆에 표정이 좋지 않은 이효진을 쳐다봤다.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일하는 곳에 와보고 싶어서요.”이효진은 안 그래도 화가 났다.온다연의 연약한 모습을 보니 앞으로 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하지만 유강후와 유민준 두 사람이 다 있으니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다연이가 오늘 손님으로 왔으니 작은아버지하고 민준 씨가 회의하는 동안 내가 데리고 둘러볼까요? 여긴 경원시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좋은 곳이 꽤 많아.”여주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유민준하고 결혼 한 지 몇 년이 되고 본가의 대권이 자신의 손에 잡고 있는 듯했다.온다연이 앞으로 가 유강후의 팔을 안으며 말했다.“괜찮아. 아저씨가 나보고 상관없는 사람하고는 또 모함을 당하면 골치 아프니까 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이 말에 유민준과 이효진의 낯빛이 좋지 않았다.유민준의 낯빛이 더 좋지 않았는데 요즘 온다연하고 카카오톡을 하면서 점점 더 온다연이 철이 들고 귀여워 이씨 가문의 혼약을 받아들인 게 후회됐다.온다연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자신을 탓하는 줄 알고 말했다.“그날 일은 오해야.
유강후는 있는 힘껏 온다연에게 키스를 했다. 온다연은 심지어 유강후가 자신을 씹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이곳에서 뭐라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깜짝 놀랐다. 온다연은 그럴 담도 없고 이런 곳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유강후는 온다연을 벽에 기대게 하고 두 손으로 잡고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유강후가 다른 한 손으로 온다연의 몸을 만지려고 하니 온다연은 급해서 유강후의 입술을 물었다.유강후는 따끔함에 온다연을 안았던 팔을 풀었다.유강후가 온다연을 바라보며 손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깨물어 껍질이 일어난 입가를 닦고 말했다.“유민준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방금 유민준이 온다연을 보는 눈빛을 보고 오늘 데리고 온 것을 후회했다.그 눈빛의 뜻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건 남자가 여자에 대한 점유욕이다.유민준을 온다연의 곁에 둔 건 온다연 옆에 들러붙는 남자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는데 전에 유민준은 전형적인 막 나가는 부잣집 도련님이어서 온다연에 대한 마음이 진심인지도 알 수 없다.하지만 온다연이 차 사고를 당한 다음 유민준은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온다연을 찾아오고 심지어 유하령과 유자성하고 대판 싸운 적도 있다.이게 바로 유자성이 온다연을 쫓아내려고 하는 원인이다.근데 유자성의 생각은 별로 관심이 없었고 그저 온다연에게 꿍꿍이를 가진 사람은 절대로 곁에 있어선 안 된다.그래서 유민준은 경원시에 남을 수 없다.온다연은 아직도 숨이 가빴다. 유강후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유강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온다연이 말했다.“네, 그럴게요.”유강후의 옷깃을 정리해주고 말했다.“아저씨, 많은 분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보세요.”유강후는 온다연이 말을 듣는 모습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온다연의 턱을 올리며 말했다.“내 사무실에 가만히 있어. 어디도 가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온다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네.”유강후는 그제야 떠났다.문을 나가니 유민준
유강후가 손에 쥐고 있는 산업을 마음대로 움직이면 이 절반의 H국 경제가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서 당연히 유강후 앞에서 유민준은 건방지지 못한다.그는 유강후의 눈을 똑바로 볼 엄두도 감히 내지 못했다. “작은아버지, 제가 가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앞으로 작은아버지께서 시킨 일은 제가 직접 가서 처리할게요.”유강후는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실로 갔다.유민준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사실 그는 이렇게 작은 일에 줄곧 냉담하던 작은 아버지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곧 아주 중요한 회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이 회의는 3~5년 동안 영원시 전체의 전반적인 경제 동향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회의에 참석한 많은 사람은 모두 경원시에서 온 명망 있는 인물들이다.그가 말하고 싶은 그 일은 좀 늦게 다시 얘기해도 된다고 생각했다.저쪽에서는 회의가 한창인데 온다연은 혼자 사무실에 있으니 썰렁해 보였다.그녀는 유강후가 일하는 곳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멋지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사무실만 해도 수백 평이었는데 휴게실과 주방까지 딸려 있다.게다가 맞은편 창문으로부터 내다보면 건너편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풍경과 눈옷을 입은 수양버들이 한눈에 안겨 온다.매우 예뻤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녀에게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녀는 밖에 주차된 차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부분 경원시의 번호판 차량이었다. 그리고 입구에 경찰차와 경비원이 많이 있는 걸 보니, 분명 큰 인물이 여기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그 차들을 보며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잠시 휴대폰 너머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는 전화를 끊고 몇 개의 메시지를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떴다. 그녀는 가방을 들고 방문을 열었다.근데 방문 밖에는 진짜 총을 든 경비원 두 명이 서 있었다. 온다연이 문을 나서려
유강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온다연은 지려 하지 않았다.“고쳐야죠. 계속 이러면 제가 어느 날 정말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어요.”그녀의 허리를 잡은 큰손에 갑자기 힘이 실리고, 몸이 앞으로 확 끌려가 유강후의 다부진 몸에 찰싹 붙었다.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온다연, 다시 또 이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온다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화를 내면 어쩔 건데요?”유강후는 실눈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이렇게 벌을 내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곧 가쁜 숨소리가 전체 공간을 채웠다.온다연은 뒤에 있는 서랍장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강력한 공세를 견뎠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저번에 서재에서 관계를 가진 이후로 유강후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그녀가 만족할 수 있게 힘 조절과 수위 조절을 완벽히 해냈다.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그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래도 떠날 거야?”온다연은 모든 신경이 그의 몸에 집중돼 사고력을 잃은 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니, 떠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었다.온다연은 거의 통제력을 잃고 또 그의 옷을 더럽혔다.다 끝나고 그의 옷이 얼룩덜룩해진 것을 본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옅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고, 그녀가 자기 손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수줍어하거나, 참지 못하거나, 약간 요염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넌 이런 게 좋아?”온다연은 방금 방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감히 대답하
온다연은 불만스러운 듯 볼에 바람을 넣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왜 아저씨는 휴대폰을 쓸 수 있는데, 저는 안 돼요?”너무 귀여운 모습에, 유강후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알았어. 오늘은 업무용 휴대폰만 쓸게, 됐지?”몇 개 대기업을 관리하는 그에게 휴대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다연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중요한 일이 있을 때, 유강후의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금융시장에 꽤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온다연은 조금 걱정됐지만 기쁘기도 했다.그녀는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을 거예요?”그동안 유강후는 아침과 저녁에만 집에 있었고, 낮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하루 종일 같이 있는다니 약간 기대가 됐다.유강후는 그녀에게 뽀뽀했다.“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고 싶어?”온다연은 귀 끝이 빨개졌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도 함께했으면 더 좋을 텐데.”아기도 곧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가족은 원래 같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녀는 그런 가슴 쓰린 아픔을 알기에 자기 아이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커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며, 모든 고요한 밤과 희망찬 아침을 함께할 것이다.유강후도 이 아이를 몹시 아끼는 것 같고, 그녀가 지금까지 잃은 것들을 여기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그런 걸 간절히 원해?”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기대 어린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이건 저의 모든 희망이에요. 아저씨,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아기도 있고 아저씨도 있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저 같은 사람도 이런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도 아기를 위해 큰 노력을 했어요. 아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주혜성이고 오늘 실검에 오른 온다연의 죽마고우입니다. 우리 둘은 같이 자랐고, 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온다연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고 상간녀가 될 리 없습니다.”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온다연과 그 남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누군가가 지어낸 헛소문입니다.”수줍게 웃는 그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제가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도 온다연은 저를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늙은 남자에게 반할 수 있겠습니까?”“제가 그 남자들보다 못생겼을까요? 그래서 그 남자들을 선택하고 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온다연과 그 아가씨가 실랑이를 벌인 데는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 영상은 편집된 것입니다. 영상을 올린 분께서 전체 영상을 공개하시길 바랍니다. 일부만 공개해서 오해를 유발하지 마시고요.”“조금만 생각해 보면 헛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여러분, 법을 지키는 좋은 시민이 되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은 성에서 걸어 나온 왕자처럼 우아했다.유강후는 동영상을 꺼버렸다. 그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이 자식이 이런 방식으로 온다연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다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모르겠다.주씨네 형제는 둘 다 정말 성가시다.이때 온다연이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뒤에서 유강후를 끌어안더니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아침부터 뉴스를 봐요?”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돌아섰다.그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잘 잤어? 점심까지 자겠다고 하지 않았어?”온다연은 얼굴을 그의 손에 비비며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또 악몽을 꿨어요.”“무슨 꿈인데?”“꿈에 아기가...”그녀는 말을 멈추었다.왠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꾸 아이가 없어지는 꿈을 꾼다. 게다가 꿈속의 아이는 유강후와 똑 닮았다. 그녀는 꿈속에서 너무
나은별은 전화기 너머에서 울기 시작했다.“강후 씨,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뻔한 짓을 왜 하겠어?”“믿어줘. 정말 아니야. 강후 씨,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나에게 이 정도의 믿음도 없어?”유강후가 침묵을 지키자, 나은별이 울면서 말했다.“온다연 씨가 나를 오해하고 때렸어도 나는 온다연 씨한테 화풀이하지 않았어. 어쨌든 강후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강후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온다연 씨에게 손을 대지는 않아.”“내가 당장 해명 영상을 올려서 온다연 씨의 누명을 벗겨줄 테니 의심하지 마.”유강후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쌀쌀하게 말했다.“나은별, 이 일이 너랑 상관없기를 바랄게.”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이권이 가자마자 한이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떻게 된 거야? 지금 일이 너무 크게 번졌어. 여론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서 악성 댓글을 아무리 삭제해도 계속 올라와.”“실시간 검색어를 최대한 삭제하고 있지만 이미 널리 퍼져서 덮기는 어려울 것 같다.”“뒤에서 누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퍼질 수 없어.”유강후는 휴대폰을 잡은 채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덮어야 해. 악성 댓글 작성자 아이디를 전부 기록해. 헛소문을 퍼뜨렸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그는 전화를 끊고 즉시 몇몇 대형 SNS와 동영상 사이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들 중 몇 명은 평소에도 미래그룹과 사업상 접촉이 많은 터라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다른 몇 명은 유강후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미래그룹처럼 덩치가 큰 거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미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어쨌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다가 점차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졌다.하지만 유강후는 방심하지 않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라고 부하에게 시켰다.잠시 후 이권이 누군가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인터넷에서 온다연의 과거를 캐기 시
집에 들어선 후, 유강후는 시원한 연고를 가져와 온다연에게 발라주었다.그런데 장화연이 어쩌다 이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온다연은 한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밥도 먹지 않고 숨어 있었다.유강후도 너무 후회되어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다.저녁에 아기 보러 병원에 갈 때까지 이 상황은 계속됐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진 것을 보고 온다연은 그제야 겨우 화를 풀었다.이튿날 아침 유강후가 침실에서 나오니 이권이 벌써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인터넷을 좀 보세요. 온다연 씨가 인터넷 스타가 됐어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인터넷 스타라니, 무슨 소리야?”이권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건넸다.“일단 보세요. 제가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검을 세 번이나 눌렀는데도 상황이 정리가 안 돼요.”‘상간녀가 보석 가게에서 본처를 때렸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 비슷한 댓글이 가득 달렸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동영상을 열었다.어제 온다연이 보석 가게에서 나은별과 싸우는 장면이었다.동영상만 보면, 확실히 온다연이 먼저 때렸다. 게다가 온다연은 날뛰고 있고, 나은별은 한 번도 반격하지 않은 채 처참하게 맞는 모습이었다.동영상은 온다연이 나은별을 때리는 데서부터 시작돼 조아영이 그녀를 끌어낼 때까지 1분여 동안 지속됐다.중간에 편집 흔적이 전혀 없어 딱 봐도 원본 영상이었다.‘좋아요’가 600만 개 이상, 리트윗이 300만 개 이상에 달하고, 댓글 창은 온통 욕하는 말들로 도배됐다.[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상간녀가 이렇게 대놓고 날뛰어도 되는 거야?][이건 너무 심하잖아. 상간녀가 누군지 신상 털어!][진짜 뻔뻔스럽군. 유부남을 꼬신 주제에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이 여자와 부모의 신상을 털어 온 가족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해.][본처가 진짜 나약하네. 내가 저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상간녀 머리를 부숴버렸을 거야.][상간녀가 어려 보이는
유강후는 좀 세게 때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한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고작 몇 번 때린 것이 이렇게 빨갛게 부어오를 줄은 몰랐다.“많이 아파? 집에 가서 약을 바르자.”‘당연히 아프죠.’온다연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몹시 서러웠다.“화를 내도 된다면서요... 아저씨는 말한 대로 하지 않고 전혀 신용을 지키지 않아요.”유강후는 어이없었다.“화를 내도 된다고 했지, 반지를 던져도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 오늘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야. 또 한 번 반지를 던지고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는 아예 의자에 앉지 못하게 엉덩이를 부숴버릴 거야.”온다연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아저씨도 저를 때렸으니 맞비긴 셈이에요. 만약 아이를 보지 못하게 하면, 저도 아저씨의 점수를 깎아버리고 영원히 보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걸어가면서 말했다.“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왜 아기를 못 보게 하겠어? 오늘 나한테 순순히 반지를 끼워준 것을 봐서 벌을 취소할게.”“하지만 그 점수라는 게 뭔지 나한테 알려줘.”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엎드려 통증을 참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아저씨만 저를 벌할 수 있는 줄 알아요? 저도 아저씨를 벌할 수 있어요.”유강후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무슨 벌인데?”온다연이 코웃음을 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저한테 점수를 적는 공책이 있어요. 모두 100점인데, 아저씨가 잘하면 가산점이 붙고 잘못하면 감점이 돼요.”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원래 70점이었는데, 20점 깎여서 지금 50점이에요. 0점 혹은 마이너스 점수가 되면 저는 아저씨를 버릴 거예요.”유강후는 웃음을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하면 가산점이 붙고, 어떻게 하면 감점이 되는지 말해봐.”온다연이 정색하며 말했다.“예를 들면, 그웬을 데려다 아기를 살린 것은 589점, 주희를 구한 것은 50점, 저에게 불고기를 만들어준 것은
그는 손을 내밀고 반지를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네가 자발적으로 나한테 반지를 끼워줬잖아. 반지를 끼워준 건 프러포즈한 것과 같으니, 앞으로 네가 나를 책임져야 해.”온다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강요에 못 이겨 끼워준 것인데, 어떻게 그녀가 프러포즈한 것이 되는지?그녀는 눈을 비비며 울먹거렸다.“아저씨가 끼워달라고 했잖아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그거지. 별 차이 없어. 내가 끼워달라고 말했더니 네가 바로 끼워줬잖아. 이게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뭐니?”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못 보게 할까 봐 걱정인 온다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유강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반지도 꼈으니 결혼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온다연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나눠 껴도 결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부부가 된 거니까.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유강후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네가 프러포즈했고 내가 받아줬으면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어. 결혼했으면 영원히 서로의 곁에 있어야 하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안 돼. 알았지?”온다연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결혼했으면 둘이 같이 잘 지내야 한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서러웠다.“다시는 나은별을 만지면 안 돼요. 저는 그 여자가 싫어요.”그녀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살짝 닿는 것도 안 돼요.”“만나도 3m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유강후는 그녀가 덫에 걸린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아까 나은별이 너한테 어쨌길래 머리가 터질 정도로 쳤어? 온통 유리 조각이던데, 손은 다치지 않았어?”유강후는 말하면서 온다연의 손을 당겨다 자세히 검사했다.그는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손에 상처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아무리 화가 나도 반지를 버리거나 결혼 문제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 알았어?”온다연은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가 허리를 꽉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제가 아니라 아저씨가 장난쳤잖아요. 아직도 나은별을 마음에 담고 있어요?”그녀는 너무 서러웠다.“아직도 그 여자가 좋으면, 아기를 데리고 떠날 테니 그 여자랑 사세요!”유강후는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생각했다고 그래? 뭘 보고 이러는 거야? 내가 나은별을 잡아당긴 것 때문에?”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은별이 유강후의 품에 기대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를 안고 있었잖아요. 가슴에 기대고 있던데요.”유강후는 웃음이 나왔다. 알고 보니, 질투하는 것이었다.어린 것이 질투심은 왜 이렇게 강한지?“질투 났어?”온다연은 몹시 화가 났다.“누가 질투해요? 놔요. 저는 갈래요.”유강후는 그녀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으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안았고, 언제 내 몸에 기대게 했는데? 똑똑히 말해봐.”그는 나은별을 바닥에서 잡아당겨 일으킨 후 온다연이 바로 폭발했던 기억밖에 없다.이 말을 들은 온다연은 더욱 화가 나서 얼굴까지 빨개졌다.“아저씨가 그 여자를 안았고, 그 여자가 아저씨 품에 기대어 있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는 이제 불합격이에요. 미워요. 이거 놔요.”발버둥 치다가 방금 맞은 곳을 건드렸다. 얼얼한 통증에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고, 엉겁결에 손으로 맞은 곳을 가렸다.유강후는 그녀의 동작을 보고 방금 너무 세게 때려서 부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그녀의 몸을 뒤집은 후, 치마를 올리고 살펴보려 했다.온다연은 그가 또 엉덩이를 때리려는 줄 알고 놀라서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만 때려요. 아파요.”“반지를 주워 왔잖아요. 또 때리면 다시는 당신을 안 볼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빼며 말했다.“붓지 않았는지 보려고
유강후는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10일.”“온다연, 너 계속 이러면 아기 퇴원하는 날에도 못 볼 줄 알아.”그 말을 듣고 얼어붙은 온다연은 재빨리 그의 손을 놓았다.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온다연은 알고 있다. 정말 그를 화가게 한다면 아마 한 달 동안 아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꾹 참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심하게 때려서 그런지 유강후는 온다연의 걷는 자세가 살짝 잘못된 걸 발견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던지고 걷어찼던 행동을 생각하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온다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는데 밖에는 수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이권도 그곳에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엉덩이를 맞은 걸 모든 사람이 들었다고 생각하니 분하면서도 수치스러웠다그러나 반지를 주워 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유강후가 아기로 협박을 하니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온다연은 유강후에 대한 호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에는 70점이었다면 이제는 50점밖에 되지 않았다.온다연은 씩씩거리며 눈물을 닦고선 마지못해 바닥에 있는 반지를 주웠다.온다연이 휴게실로 돌아오자 유강후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다.“끼워줘.”그 모습은 어찌나 무자비하고 싸늘한지 마치 인정머리 없는 제왕 같았다.온다연은 화가 나서 반지를 다시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아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분을 참으며 유강후에게 반지를 끼웠다.유강후는 반지를 한번 꼼꼼히 확인하더니 스크래치가 없는 걸 보고선 마음속의 분노가 절반 가라앉았다.그는 자리에 앉아 온다연을 품에 끌어안았다.“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온다연은 대답하기 싫은 듯 고개를 숙이고 계속 눈물을 닦았다.온다연의 빨갛게 부은 눈과 눈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보니 유강후도 마음이 반쯤 풀렸다. 그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네가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