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임혜린을 보았다.그는 매일 도망만 치는 임혜린이 온다연의 곁에 오래 붙어 있으면 온다연에게 안 좋은 것을 알려주리라 생각했다.온다연의 친구이지 않았다면, 한이준의 여자친구이지 않았다면 임혜린을 이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을 것이다.그의 목소리는 아주 싸늘했다.“한이준, 네 여자나 잘 관리해.”한이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말을 하려던 순간 온다연이 왔다.온다연은 임혜린의 팔을 꼬옥 잡으며 말했다.“혜린아, 이러지 마. 난 괜찮아. 아저씨는 나한테 아주 잘해줘.”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임혜린은 그녀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온다연의 팔을 뿌리치며 바로 서재 안으로 달려갔다.그러나 두어 걸음 만에 바닥에 넘어진 온다연을 발견했다. 온다연은 어딘가에 부딪힌 듯 이마를 붙잡고 있었다.유강후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얼른 성큼성큼 다다다 온다연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물었다.“부딪혔어?”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내리며 확인했다.온다연의 하얀 이마에 빨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심지어 조금 까진 것 같기도 했다.그의 눈빛이 차가워지며 서서히 고개를 돌려 임혜린을 보았다.한기가 느껴지는 유강후의 시선을 받은 임혜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하며 주저앉을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속 가득 들어찬 공포를 억누르며 걸음을 옮겼다.발을 뻗은 순간 한이준이 그녀를 붙잡았다.“가자, 집에.”임혜린은 유강후를 노려보았다.“왜 다연이를 그렇게 대하는 건데! 왜 범죄자 취급하면서 집안에 가둬두느냐고! 넌 꼭 천벌을 받을 거야!”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그의 눈동자엔 한기가 서려 있었다.한이준은 정말로 화가 난 듯한 친구의 모습에 얼른 임혜린은 둘러업고 나가버렸다.임혜린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자신을 둘러업은 한이준을 때렸지만 건장한 한이준에게 그녀의 주먹은 그저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차 멀어져 갔다.온다연은 임혜린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다시 고개를 돌려 유
온다연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살짝 떨렸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며 두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가려버렸다.유강후의 옷을 꽉 잡고 있던 그녀는 다소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저 피곤해요. 몸도 아프고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작은 얼굴을 그의 어깨에 비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렸다.“오늘은 너무 무서웠다고요!”다소 서러움이 묻어난 그녀의 목소리에 유강후의 마음이 누그러졌다.아침에 그는 결국 이성의 끈을 놓고 끓어오르는 욕구대로 그녀를 다뤘기에 결국 다치게 했다. 그 탓에 그는 지금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게다가 자꾸만 두 사람의 궁합이 좋지 않다는 의사에 말이 떠올라 자꾸만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참아야 했다.특히 온다연이 자신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가져다주었다. 무엇을 원하든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산처럼 쌓아주면서 선물했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온다연은 아니었다. 온다연은 원해도 가질 수 없었고 잡아먹으려고 해도 잡아먹을 수 없었다.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었고 겨우 그녀를 잡아먹었건마는 결국 다치게 하고 말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다행히 그녀는 얌전했다. 아프면 그에게 찾아와 응석을 부리기도 했다.이렇게 생각하니 그의 어투도 다소 부드러워졌다.“앞으로 임혜린과는 친하게 지내지 마. 임혜린은 널 나쁘게 물들일 거야.”온다연은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으며 나긋하게 말했다.“가끔 만나는 것도 안 돼요? 혼자 집에 있으면 엄청 답답하다고요.”유강후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매일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거야?”온다연의 목소리가 작아졌다.“하지만 저한테 친구도 필요한걸요.”유강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구월이가 있잖아. 구월이로 부족하면 한 마리 더 키워도 돼.”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품에서 벗어나 몸을 틀어 가버리려 했
꼭 맹수가 자신의 영역에 영역 표시를 하는 것처럼 낙인만 찍으면 그가 좋아하는 것이든 아니든 다른 사람은 절대 가질 수 없고, 그가 버리기 전까지 절대 다른 사람의 손을 타서도 안 되었다.그랬기에 온다연의 말은 유강후의 역린을 건드린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는 온다연의 턱을 꽉 잡으며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목소리로 말했다.“날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당장 네가 방금 한 말 취소해!”온다연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하얀 손은 이미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마침 손바닥에 있던 상처를 자극하게 되어 피가 새어 나왔다.유강후는 이런 그녀의 모습에 목에 핏대를 세울 정도로 화가 났다.그는 이미 화를 참고 있었다. 최대한 그녀의 목을 조르지 않도록 말이다.가느다란 그녀의 목은 그가 조금만 힘을 주어도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보며 턱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곤 한 글자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온다연, 방금 한 말을 취소하라고 했어.”온다연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며 입술에 이가 박힐 정도로 앙다물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빤히 보았다. 숨소리가 거칠어진 것을 보아 분노를 억누르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이때 온다연이 작게 말했다.“아저씨는 약속을 안 지키잖아요. 안 아프게 할 거라면서 아프게 하고, 친구도 못 만나게 하고. 그럴 거면 아저씨랑 안 사귈 거예요! 우리 헤어져요!”작고 나른한 목소리엔 뾰족뾰족한 가시도 있었다.기죽은 목소리지만 온다연의 고집은 아주 셌다.유강후는 핏대를 세우며 눈을 가늘게 접은 채 그녀를 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호리호리한 허리를 확 잡더니 어깨에 대롱대롱 둘러업었다.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온다연, 내가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해줬더니 아주 그냥 기어오를 생각만 하지? 감히 내 앞에서 그딴 말을 지껄여?!”온다연은 그의 어깨에서 부단히 발버둥을 쳤다.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방은 크지 않았지만, 조명을 켜지 않아 아주 어두웠다.온다연은 그날 밤이 떠올랐다. 번개가 내리치며 비가 세차게 내리던 그날 밤, 그는 그녀를 온천방에 가두어 버렸다.그녀의 눈빛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아저씨는 나한테 벌줄 자격 없어요! 자격 없다고요!”유강후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그녀를 들어 방 한가운데 놓아주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잘못했어, 안 했어.”온다연은 울먹였다.“아저씨는 나한테 벌을 내릴 자격이 없다고요! 아저씨를 미워할 거예요!”유강후는 더욱 화가 났다. 그의 목소리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어느새 떨리고 있었다.“또 내 앞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할 거야?”온다연은 두려우면서도 화가 났다. 머릿속이 하얘진 그녀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아저씨랑 함께 있고 싶지 않아요.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에요!”“다들 나만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이에요!”뒷걸음질을 치던 그녀는 문을 잡고 바로 도망치려 했다.그런데 도망치기도 전에 유강후에게 또 잡혀버렸다.그는 그녀의 팔을 잡은 뒤 방 안에 있던 작은 소파에 던지듯 앉혔고 거칠어진 숨소리를 내면서 말했다.“그래, 그러면 여기에서 잘 반성하고 있어. 네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나면 꺼내줄 거야!”말을 마친 뒤 바로 밖으로 나갔다.온다연도 따라 나가려고 얼른 일어나 뛰어갔다.유강후는 다시 그녀를 잡아 소파에 앉혔다.“잘 생각해. 네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나면 내가 풀어줄 거야.”그는 바로 나가버렸다.온다연은 문이 닫히기 전에 어떻게든 나가보려고 달렸다. 그런데 유강후는 쾅 소리를 내며 매정하게 닫아버렸다.그녀의 손사락이 끼어버리고 말았다.엄청난 통증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뭐든 참고 보는 성격이었던지라 그녀는 끙 소리를 내며 이번에도 참아버렸다.문밖에 있었던 유강후는 자신이 평생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문이 잘 닫히지 않았다는 생각에 열어 다시 닫을 생각이었다.그가 문을 연 순간
말을 마친 유강후는 바로 거실로 발을 옮겼다.그는 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문 열어주지 마! 사람 시켜서 문 앞을 지키고 있으라고 해. 온다연의 입에서 잘못했다는 말이 나오면 나한테 보고해!”장화연은 고개를 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점심이 되어서도 온다연은 문을 두드리거나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가 가만히 있을수록 유강후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집안에 감도는 분위기도 싸늘해져 도우미들은 숨을 쉬는 것조차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이때 나은별이 왔다.집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집안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후 웃는 얼굴로 장화연에게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왜 집안의 분위기가 이렇게나 싸늘하고, 집안에 웃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거예요?”장화연은 나은별에게 기본적인 예의만 지켰다. 다만 그녀의 얼굴엔 한결같이 표정이 없었다.“도련님께서 기분이 많이 안 좋으십니다.”나은별은 서재 쪽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돌려 현관에 있던 귀여운 실내화를 보았다.신발장 위엔 분홍색의 가방도 있었다.그녀의 안색이 변했다.고개를 돌려 얼른 집안을 둘러보았다.집안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현관 쪽엔 유강후가 아끼던 도자기가 있었고 벽에 걸린 것은 전부 가치가 몇십억 하는 그림이었다.집안에 배치된 가구도 장인이 직접 만든 가구였다.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손을 뻗어 현관 쪽에 있던 도자기를 만지면서 벽에 걸려있는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보았다.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이 그림은 어디서 가져온 거죠? 색상이 너무 튀잖아요. 이 집안이랑 하나도 어울리지 않으니까 당장 가서 버려요!”“그리고 이건 또 무슨 꽃이죠? 붓꽃인가요? 냄새가 역겨우니까 이것도 가서 버려요!”그녀는 자신이 꼭 이 집안의 안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다.장화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이 그림과 꽃은 전부 도련님께서 사 오신 겁니다. 매일 꽃을 갈지요. 그리고 붓꽃 냄새는 역겹지
유강후는 평소에 자주 입는 흰색 셔츠와 검은색 정장 바지만 입고 있었는데도 위압감은 엄청났다.귀티가 흐르면서도 차가운 분위기가 흘러나왔다.나은별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얼굴에 미소를 띠며 달려가 이름을 불렀다.“강후 씨.”자연스럽게 그의 팔에 팔짱도 꼈다.유강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여긴 왜 왔지?”나은별은 냉담한 그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교를 부렸다.“너 너무 나빴어. 왜 며칠이 지났는데도 날 보러 안 온 거야? 그래놓고 지금 왜 왔냐는 말이 나와?”그녀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유강후를 이끌고 소파로 갔다. 잊지 않고 안주인 행세까지 하면서 말이다.“장 집사, 블루 마운틴 커피 한잔 가져다줘요. 각설탕은 하나 넣고요.”장화연은 유강후의 팔에 걸려있는 나은별의 팔을 힐끗 보곤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 나은별 씨. 도련님께선 최근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아 집에 남아 있는 커피 원두가 없습니다. 나은별 씨가 원하는 커피는 못 드릴 것 같습니다.”나은별은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블루 마운틴 커피를 좋아한다는 거 알면서 왜 미리 사다 두지 않은 거죠? 됐어요, 그냥 아무 커피나 내와요. 강후 씨가 즐겨 마시는 홍차는 있겠죠?”장화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다른 커피도 없습니다. 어제 금방 다 마셔서요. 홍차도 마침 오늘 전부 떨어졌네요.”나은별의 안색이 변하더니 유강후의 팔을 놓아주었다.“강후 씨, 혹시 내가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거야? 그래서 다들 날 반겨주지 않는 거야?”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의외라는 얼굴로 장화연을 보았다.그가 기억하기론 어제 금방 커피 원두와 홍차의 재고를 채워 넣었다. 온다연이 이탈리안 밀크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장화연은 특별히 레시피를 익혔다.그러나 장화연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꼭 그의 시선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면 대홍포라도 내와.”장화연은 차가운 얼굴로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
장화연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했다.“그건 아닙니다. 저는 모든 것을 셋째 도련님의 뜻에 따릅니다.”나은별은 말을 하지 않고 억울한 표정으로 유강후를 쳐다봤다.유강후는 낯빛이 어두웠다.온다연이 헤어지자고 한 말이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 듯 했다.비록 온다연이 아직도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저 화가 나서 한 말일 거라는 것을 알지만 불쾌했다.이렇게 오래 접촉을 하면서 온다연의 성격이 겉으로 보이는 듯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나른한 성격이 아니라 실제로는 고집이 세다.여러 번 달아나는 건 물론이고 오늘 임혜린을 위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 이제 다른 일을 겪으면 어떤 사람을 놀라게 할 행동을 할지 모른다.여기까지 생각하고는 유강후의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장화연, 그 학교에 대해서 알아봐.”장화연이 무표정으로 대답했다.“평판이 몹시 나쁩니다.”유강후가 말을 하기 전에 나은별이 눈을 붉힌 채로 유강후를 쳐다봤다. 그 모습은 아주 불쌍해 보였다.“강후 씨, 다연 씨가 어려 보여도 20살이야.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해도 진짜 혈연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어떤 일은 강후 씨가 직접 관리하기도 불편하잖아. 여자 학교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나를 따르게 하면 되잖아. 내가 얼마 동안은 강후 씨 대신 봐줄게. 제대로 가르치면서.”유강후는 대답하지 않았다.유강후는 낯빛이 어두운 채로 가만히 있다가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이 일은 후에 다시 말하는 거로 하자.”이건 유강후의 기분이 아주 더럽다는 뜻이다.나은별은 유강후를 오래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나은별의 눈에는 유강후는 자제력이 아주 강한 사람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화낼 때가 극소수였고 언제나 늘 차가운 모습이었다.하지만 이번엔 그 고아 여자애를 위해 화를 냈다.그뿐만 아니라 온다연을 지키려고 가족들하고 모순이 생겼다는 것도 들었다. 몹시 아끼고 있었다.나은별은 원래 믿지 않았다. 도저히 항상 냉정하고 차
나은별의 눈에 혐오감이 스쳐 지나갔다.부모님도 없는 사람이 감히 이 집에 들어오다니.진짜 자신이 본가 사람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나은별이 앞으로 걸어가 온다연을 찼으나 온다연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나은별은 불쾌해 또 세게 온다연을 두 번 찼다.여전히 반응이 없었다.방안은 불 정상적으로 너무 조용했다.나은별은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앉아서 온다연의 얼굴을 쳐다봤다.너무 예뻐서 모든 여자들이 질투를 할 만한 얼굴이었다.나은별은 눈빛이 삽시에 차가워졌다.사실 전에 온다연을 한두 번 본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어리고 출생이 비천해 거의 아무런 인상이 없었다. 그래서 며칠 전 온다연을 처음 봤을 때 알아보지 못했다.그때는 그저 여자애가 예쁘게 자랐다고만 생각을 했지 오늘 이렇게 자세히 보니 이 얼굴은 분명히 남자를 꼬시는 무기였다.피부는 하얗고 고와 나은별이 얼마를 줘도 사 올 수 없는 것이다.이 까만 머리카락은 머리숱도 많고 머릿결도 좋아 삭발을 밀어버리고 싶었다.나은별이 손을 뻗어 온다연의 얼굴을 살짝 다쳤더니 물이 묻었다.나은별은 그제야 온다연의 몸이 젖은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이 겨울에 유강후가 아무리 온다연을 싫어한다 한들 이렇게 젖은 옷을 입고 혼자 있게 할 리가 없다. 심지어 정신을 잃게 말이다.이건 분명히 땀에 젖은 것이다.나은별은 빨리 온다연의 상황을 검사해 봤다.손을 볼때 온다연의 새끼 손가락은 계란만큼 부어 있었다.나은별은 아무 말 없이 온다연의 손가락을 쳐다봤다.좀 시간이 흐르고 시선은 다시 온다연의 얼굴에 향했다.그 예쁜 얼굴이 너무 짜증이 났다. 나은별은 온다연의 얼굴을 때리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이뻐서 무슨 쓸모가 있어. 그냥 천한 년이잖아.”이때 온다연의 눈초리가 움직이고는 살짝 눈을 떴다.누구인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은별은 핸드폰 플래시를 껐다.나은별이 일어서며 온다연을 차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아저씨가 잘못을 승인해도 쓸모없으니까 여기서 잘 반성하라고 말했어
유강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온다연은 지려 하지 않았다.“고쳐야죠. 계속 이러면 제가 어느 날 정말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어요.”그녀의 허리를 잡은 큰손에 갑자기 힘이 실리고, 몸이 앞으로 확 끌려가 유강후의 다부진 몸에 찰싹 붙었다.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온다연, 다시 또 이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온다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화를 내면 어쩔 건데요?”유강후는 실눈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이렇게 벌을 내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곧 가쁜 숨소리가 전체 공간을 채웠다.온다연은 뒤에 있는 서랍장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강력한 공세를 견뎠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저번에 서재에서 관계를 가진 이후로 유강후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그녀가 만족할 수 있게 힘 조절과 수위 조절을 완벽히 해냈다.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그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래도 떠날 거야?”온다연은 모든 신경이 그의 몸에 집중돼 사고력을 잃은 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니, 떠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었다.온다연은 거의 통제력을 잃고 또 그의 옷을 더럽혔다.다 끝나고 그의 옷이 얼룩덜룩해진 것을 본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옅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고, 그녀가 자기 손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수줍어하거나, 참지 못하거나, 약간 요염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넌 이런 게 좋아?”온다연은 방금 방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감히 대답하
온다연은 불만스러운 듯 볼에 바람을 넣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왜 아저씨는 휴대폰을 쓸 수 있는데, 저는 안 돼요?”너무 귀여운 모습에, 유강후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알았어. 오늘은 업무용 휴대폰만 쓸게, 됐지?”몇 개 대기업을 관리하는 그에게 휴대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다연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중요한 일이 있을 때, 유강후의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금융시장에 꽤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온다연은 조금 걱정됐지만 기쁘기도 했다.그녀는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을 거예요?”그동안 유강후는 아침과 저녁에만 집에 있었고, 낮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하루 종일 같이 있는다니 약간 기대가 됐다.유강후는 그녀에게 뽀뽀했다.“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고 싶어?”온다연은 귀 끝이 빨개졌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도 함께했으면 더 좋을 텐데.”아기도 곧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가족은 원래 같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녀는 그런 가슴 쓰린 아픔을 알기에 자기 아이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커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며, 모든 고요한 밤과 희망찬 아침을 함께할 것이다.유강후도 이 아이를 몹시 아끼는 것 같고, 그녀가 지금까지 잃은 것들을 여기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그런 걸 간절히 원해?”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기대 어린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이건 저의 모든 희망이에요. 아저씨,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아기도 있고 아저씨도 있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저 같은 사람도 이런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도 아기를 위해 큰 노력을 했어요. 아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주혜성이고 오늘 실검에 오른 온다연의 죽마고우입니다. 우리 둘은 같이 자랐고, 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온다연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고 상간녀가 될 리 없습니다.”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온다연과 그 남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누군가가 지어낸 헛소문입니다.”수줍게 웃는 그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제가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도 온다연은 저를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늙은 남자에게 반할 수 있겠습니까?”“제가 그 남자들보다 못생겼을까요? 그래서 그 남자들을 선택하고 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온다연과 그 아가씨가 실랑이를 벌인 데는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 영상은 편집된 것입니다. 영상을 올린 분께서 전체 영상을 공개하시길 바랍니다. 일부만 공개해서 오해를 유발하지 마시고요.”“조금만 생각해 보면 헛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여러분, 법을 지키는 좋은 시민이 되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은 성에서 걸어 나온 왕자처럼 우아했다.유강후는 동영상을 꺼버렸다. 그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이 자식이 이런 방식으로 온다연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다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모르겠다.주씨네 형제는 둘 다 정말 성가시다.이때 온다연이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뒤에서 유강후를 끌어안더니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아침부터 뉴스를 봐요?”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돌아섰다.그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잘 잤어? 점심까지 자겠다고 하지 않았어?”온다연은 얼굴을 그의 손에 비비며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또 악몽을 꿨어요.”“무슨 꿈인데?”“꿈에 아기가...”그녀는 말을 멈추었다.왠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꾸 아이가 없어지는 꿈을 꾼다. 게다가 꿈속의 아이는 유강후와 똑 닮았다. 그녀는 꿈속에서 너무
나은별은 전화기 너머에서 울기 시작했다.“강후 씨,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뻔한 짓을 왜 하겠어?”“믿어줘. 정말 아니야. 강후 씨,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나에게 이 정도의 믿음도 없어?”유강후가 침묵을 지키자, 나은별이 울면서 말했다.“온다연 씨가 나를 오해하고 때렸어도 나는 온다연 씨한테 화풀이하지 않았어. 어쨌든 강후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강후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온다연 씨에게 손을 대지는 않아.”“내가 당장 해명 영상을 올려서 온다연 씨의 누명을 벗겨줄 테니 의심하지 마.”유강후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쌀쌀하게 말했다.“나은별, 이 일이 너랑 상관없기를 바랄게.”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이권이 가자마자 한이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떻게 된 거야? 지금 일이 너무 크게 번졌어. 여론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서 악성 댓글을 아무리 삭제해도 계속 올라와.”“실시간 검색어를 최대한 삭제하고 있지만 이미 널리 퍼져서 덮기는 어려울 것 같다.”“뒤에서 누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퍼질 수 없어.”유강후는 휴대폰을 잡은 채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덮어야 해. 악성 댓글 작성자 아이디를 전부 기록해. 헛소문을 퍼뜨렸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그는 전화를 끊고 즉시 몇몇 대형 SNS와 동영상 사이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들 중 몇 명은 평소에도 미래그룹과 사업상 접촉이 많은 터라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다른 몇 명은 유강후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미래그룹처럼 덩치가 큰 거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미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어쨌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다가 점차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졌다.하지만 유강후는 방심하지 않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라고 부하에게 시켰다.잠시 후 이권이 누군가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인터넷에서 온다연의 과거를 캐기 시
집에 들어선 후, 유강후는 시원한 연고를 가져와 온다연에게 발라주었다.그런데 장화연이 어쩌다 이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온다연은 한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밥도 먹지 않고 숨어 있었다.유강후도 너무 후회되어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다.저녁에 아기 보러 병원에 갈 때까지 이 상황은 계속됐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진 것을 보고 온다연은 그제야 겨우 화를 풀었다.이튿날 아침 유강후가 침실에서 나오니 이권이 벌써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인터넷을 좀 보세요. 온다연 씨가 인터넷 스타가 됐어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인터넷 스타라니, 무슨 소리야?”이권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건넸다.“일단 보세요. 제가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검을 세 번이나 눌렀는데도 상황이 정리가 안 돼요.”‘상간녀가 보석 가게에서 본처를 때렸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 비슷한 댓글이 가득 달렸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동영상을 열었다.어제 온다연이 보석 가게에서 나은별과 싸우는 장면이었다.동영상만 보면, 확실히 온다연이 먼저 때렸다. 게다가 온다연은 날뛰고 있고, 나은별은 한 번도 반격하지 않은 채 처참하게 맞는 모습이었다.동영상은 온다연이 나은별을 때리는 데서부터 시작돼 조아영이 그녀를 끌어낼 때까지 1분여 동안 지속됐다.중간에 편집 흔적이 전혀 없어 딱 봐도 원본 영상이었다.‘좋아요’가 600만 개 이상, 리트윗이 300만 개 이상에 달하고, 댓글 창은 온통 욕하는 말들로 도배됐다.[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상간녀가 이렇게 대놓고 날뛰어도 되는 거야?][이건 너무 심하잖아. 상간녀가 누군지 신상 털어!][진짜 뻔뻔스럽군. 유부남을 꼬신 주제에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이 여자와 부모의 신상을 털어 온 가족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해.][본처가 진짜 나약하네. 내가 저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상간녀 머리를 부숴버렸을 거야.][상간녀가 어려 보이는
유강후는 좀 세게 때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한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고작 몇 번 때린 것이 이렇게 빨갛게 부어오를 줄은 몰랐다.“많이 아파? 집에 가서 약을 바르자.”‘당연히 아프죠.’온다연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몹시 서러웠다.“화를 내도 된다면서요... 아저씨는 말한 대로 하지 않고 전혀 신용을 지키지 않아요.”유강후는 어이없었다.“화를 내도 된다고 했지, 반지를 던져도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 오늘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야. 또 한 번 반지를 던지고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는 아예 의자에 앉지 못하게 엉덩이를 부숴버릴 거야.”온다연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아저씨도 저를 때렸으니 맞비긴 셈이에요. 만약 아이를 보지 못하게 하면, 저도 아저씨의 점수를 깎아버리고 영원히 보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걸어가면서 말했다.“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왜 아기를 못 보게 하겠어? 오늘 나한테 순순히 반지를 끼워준 것을 봐서 벌을 취소할게.”“하지만 그 점수라는 게 뭔지 나한테 알려줘.”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엎드려 통증을 참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아저씨만 저를 벌할 수 있는 줄 알아요? 저도 아저씨를 벌할 수 있어요.”유강후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무슨 벌인데?”온다연이 코웃음을 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저한테 점수를 적는 공책이 있어요. 모두 100점인데, 아저씨가 잘하면 가산점이 붙고 잘못하면 감점이 돼요.”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원래 70점이었는데, 20점 깎여서 지금 50점이에요. 0점 혹은 마이너스 점수가 되면 저는 아저씨를 버릴 거예요.”유강후는 웃음을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하면 가산점이 붙고, 어떻게 하면 감점이 되는지 말해봐.”온다연이 정색하며 말했다.“예를 들면, 그웬을 데려다 아기를 살린 것은 589점, 주희를 구한 것은 50점, 저에게 불고기를 만들어준 것은
그는 손을 내밀고 반지를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네가 자발적으로 나한테 반지를 끼워줬잖아. 반지를 끼워준 건 프러포즈한 것과 같으니, 앞으로 네가 나를 책임져야 해.”온다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강요에 못 이겨 끼워준 것인데, 어떻게 그녀가 프러포즈한 것이 되는지?그녀는 눈을 비비며 울먹거렸다.“아저씨가 끼워달라고 했잖아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그거지. 별 차이 없어. 내가 끼워달라고 말했더니 네가 바로 끼워줬잖아. 이게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뭐니?”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못 보게 할까 봐 걱정인 온다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유강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반지도 꼈으니 결혼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온다연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나눠 껴도 결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부부가 된 거니까.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유강후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네가 프러포즈했고 내가 받아줬으면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어. 결혼했으면 영원히 서로의 곁에 있어야 하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안 돼. 알았지?”온다연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결혼했으면 둘이 같이 잘 지내야 한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서러웠다.“다시는 나은별을 만지면 안 돼요. 저는 그 여자가 싫어요.”그녀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살짝 닿는 것도 안 돼요.”“만나도 3m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유강후는 그녀가 덫에 걸린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아까 나은별이 너한테 어쨌길래 머리가 터질 정도로 쳤어? 온통 유리 조각이던데, 손은 다치지 않았어?”유강후는 말하면서 온다연의 손을 당겨다 자세히 검사했다.그는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손에 상처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아무리 화가 나도 반지를 버리거나 결혼 문제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 알았어?”온다연은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가 허리를 꽉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제가 아니라 아저씨가 장난쳤잖아요. 아직도 나은별을 마음에 담고 있어요?”그녀는 너무 서러웠다.“아직도 그 여자가 좋으면, 아기를 데리고 떠날 테니 그 여자랑 사세요!”유강후는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생각했다고 그래? 뭘 보고 이러는 거야? 내가 나은별을 잡아당긴 것 때문에?”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은별이 유강후의 품에 기대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를 안고 있었잖아요. 가슴에 기대고 있던데요.”유강후는 웃음이 나왔다. 알고 보니, 질투하는 것이었다.어린 것이 질투심은 왜 이렇게 강한지?“질투 났어?”온다연은 몹시 화가 났다.“누가 질투해요? 놔요. 저는 갈래요.”유강후는 그녀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으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안았고, 언제 내 몸에 기대게 했는데? 똑똑히 말해봐.”그는 나은별을 바닥에서 잡아당겨 일으킨 후 온다연이 바로 폭발했던 기억밖에 없다.이 말을 들은 온다연은 더욱 화가 나서 얼굴까지 빨개졌다.“아저씨가 그 여자를 안았고, 그 여자가 아저씨 품에 기대어 있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는 이제 불합격이에요. 미워요. 이거 놔요.”발버둥 치다가 방금 맞은 곳을 건드렸다. 얼얼한 통증에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고, 엉겁결에 손으로 맞은 곳을 가렸다.유강후는 그녀의 동작을 보고 방금 너무 세게 때려서 부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그녀의 몸을 뒤집은 후, 치마를 올리고 살펴보려 했다.온다연은 그가 또 엉덩이를 때리려는 줄 알고 놀라서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만 때려요. 아파요.”“반지를 주워 왔잖아요. 또 때리면 다시는 당신을 안 볼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빼며 말했다.“붓지 않았는지 보려고
유강후는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10일.”“온다연, 너 계속 이러면 아기 퇴원하는 날에도 못 볼 줄 알아.”그 말을 듣고 얼어붙은 온다연은 재빨리 그의 손을 놓았다.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온다연은 알고 있다. 정말 그를 화가게 한다면 아마 한 달 동안 아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꾹 참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심하게 때려서 그런지 유강후는 온다연의 걷는 자세가 살짝 잘못된 걸 발견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던지고 걷어찼던 행동을 생각하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온다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는데 밖에는 수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이권도 그곳에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엉덩이를 맞은 걸 모든 사람이 들었다고 생각하니 분하면서도 수치스러웠다그러나 반지를 주워 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유강후가 아기로 협박을 하니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온다연은 유강후에 대한 호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에는 70점이었다면 이제는 50점밖에 되지 않았다.온다연은 씩씩거리며 눈물을 닦고선 마지못해 바닥에 있는 반지를 주웠다.온다연이 휴게실로 돌아오자 유강후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다.“끼워줘.”그 모습은 어찌나 무자비하고 싸늘한지 마치 인정머리 없는 제왕 같았다.온다연은 화가 나서 반지를 다시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아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분을 참으며 유강후에게 반지를 끼웠다.유강후는 반지를 한번 꼼꼼히 확인하더니 스크래치가 없는 걸 보고선 마음속의 분노가 절반 가라앉았다.그는 자리에 앉아 온다연을 품에 끌어안았다.“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온다연은 대답하기 싫은 듯 고개를 숙이고 계속 눈물을 닦았다.온다연의 빨갛게 부은 눈과 눈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보니 유강후도 마음이 반쯤 풀렸다. 그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네가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