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선 유하령은 비싼 가구들의 우아한 기풍에 질투가 났다.유강후가 사는 곳은 장식이 언제나 고급스럽고 품격이 있었다.예를 들어 이곳 말이다. 발밑에 흰색의 순수한 수제 캐시미어 카펫을 현관에서 침대 옆까지 깔았는데, 밟으면 두툼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매우 비싸다는 것을 보여줬다.비싸다고 소문난 수작업으로 만든 페르시아 융단이었는데, 그녀의 방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이 없었다.그리고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인 온다연은 카펫 끝에 있는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부드러운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물들였다.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유하령은 온다연의 촘촘한 속눈썹이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연약하고 정교해서 사람을 잘 끄는 모습이었다.‘바로 이런 모습으로 아저씨를 꼬신 건가? 나도 아직 이 집에 발을 들이지 못했는데 이 천한 년이 먼저 들어왔다니! 무슨 근거로? 그럴 자격이 없어!’유하령가 질투 나서 미칠 것 같았다.그녀는 달려들어 온다연에게 뺨을 한 대 때리고 이를 악물었다. “온다연, 감히 내 아저씨에게 눈독을 들여? 너 죽고 싶어 환장했어?”그녀가 들어오자 온다연은 상대방이 집사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유하령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심미진인 줄 알았다.실망했지만 이내 유하령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걸 예감했다.하지만 여기는 유씨 가문이 아니니 그녀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그녀는 방금 맞은 곳을 더듬었는데, 그곳은 불타고 있는 것처럼 따끔했다. 얼얼하게 부어오른 그녀는 혀로 까진 입안을 헤치고 있었는데 초점 없는 두 눈이 차가워 보였다.“유하령, 뺏긴 기분은 어때? ”유하령은 몸을 부르르 떨며 온다연의 머리채를 잡고 흉악하게 말했다.“너 역시 일부러 그랬구나. 일부러 내 아저씨에게 접근해서 그의 동정을 이용하며 권세에 빌붙은 건 너에게 높은 가문의 자제를 소개해 달라고 하려고? 잘 들어, 너 그거 그냥 꿈이야!”“얼마나 오랫동안 동정해 줄 것 같아? 아저씨는 내년에 약혼을 앞두고 있어. 지금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연기였고, 그녀는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 본 적이 없는 그녀는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더러운 년, 감히 나를 모함하다니!”그녀는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힘껏 그녀를 걷어찼다.뾰족한 하이힐이 온다연의 복부를 걷어차자 온다연은 심한 통증을 느끼며 피를 토해냈다.그런데도 유하령은 화가 풀리지 않아 발을 들고 또 걷어차려 했지만 손을 쓰기도 전에 갑자기 유강후가 목을 졸라왔다.그는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채 유하령을 살의를 띤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그뿐이 아니었다. 유강후는 거의 죽을힘을 다했는데, 그 힘은 그녀를 그대로 목 졸라 죽이려는 것과 같았다.유하령은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었지만 얼굴이 조금씩 새빨개지며 쉰 목소리로 간신히 뱉었다.“아저씨...”그러나 유강후는 못 들은 듯 눈초리가 매섭고 살의가 짙어졌다. 잠시 후 유하령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녀는 순간 아저씨가 정말로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필사적으로 유강후의 손을 내리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곧 질식하여 기절할 것 같았다.그때 유자성이 달려들어 유강후의 손을 잡아끌며 호통쳤다. “강후야, 뭐 하는 거야? 놔! 네 친조카야!”유강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힘껏 뒤로 젖히자 유하령의 몸이 순식간에 날아가 벽에 세게 내동댕이치고는 땅바닥에 떨어졌다.거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유하령은 숨을 크게 몰아쉬며 기침을 계속했고 목이 끊어질 듯 아팠다.그녀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아저씨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아저씨가 방금 그녀를 죽이려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것도 외부인을 위해서 말이다!그러나 유강후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허리를 숙혀 온다연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피를 토하고 있었는데 하얀 카펫이 젖어 있어 그 모습이 섬뜩했다.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진 채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고 했지만, 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
온다연은 몸을 떨며 머리를 숙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갑자기 몸을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심미진을 향해 소리쳤다. “나가요.”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조금도 인정사정이 없었다.“세 사람, 내 집에서 나가요. 여기는 여러분을 환영하지 않아요!”유자성는 안색이 변하며 나지막하게 호통쳤다.“강후야, 말도 안 돼. 난 네 형님이야. 친형님이라고!”유강후는 손을 떼고 문을 향해 가리키며 소리쳤다. “당장 나가요!”유자성은 화가 나서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동생은 비록 성격이 냉담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두 사람은 그래도 화목한 편이었다. 그들은 심한 말 한마디도 약간의 다툼도 없었다.뜻밖에도 오늘 외부인을 위해 여러 차례 비꼬았을 뿐만 아니라, 방금 실수로 유하령을 다치게 할 뻔했다.지금은 더욱이 이 외부인을 위해서 그를 내쫓고 있다.형님으로서의 체면과 위엄은 앞으로 어디에 둬야 한단 말인가.그는 온다연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쟤를 위해서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유강후는 얼굴빛이 매우 차가웠다.“형, 잊지 말아요. 두 분이 버린 거예요. 두 분이 버린 걸 제가 주우면 당연히 내 사람이고, 내 사람은 아무도 괴롭힐 수 없어요!”유자성은 지금까지 누군가 이렇게 대든 적이 없었던 터라 화가 나서 손가락질하며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이 지지 벌게졌다.심미진은 형제가 싸울 것 같아지자 급히 유자성을 말리며 말했다.“자성 씨, 우리 먼저 가요. 도련님도 잠시 저러는 거지 나중에 깨달으면 자연히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그러더니 한 손으로는 유하령을 부축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자성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온다연이 갑자기 머리를 들었다.“이모! ”목소리가 잠긴 것이 마치 우는 것 같다.심미진은 못 들은 듯 빠른 걸음으로 갔다.그녀가 가는 것을 들은 온다연은 땅에서 일어나 더듬거리며 밖으로 나갔고, 유강후는 그녀를 잡아끌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를 확 밀어버렸다.그녀
“망가지지, 망가지면 안 아플 텐데!”그러더니, 자기 가슴을 후려갈겼다.유강후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기듯 아팠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다연아, 나 있잖아. 나 여기 있어.”온다연은 그를 피하며 목에 힘을 줘 소리쳤다.“아저씨가 필요 없어요. 난 아저씨를 원하지 않아요. 이모, 난 단지 내 이모를 원해요!”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문밖으로 뛰어갔다.그러나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녀는 문에 기대어 목청껏 소리쳤다.“이모!”“이모!"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바람 부는 소리와 돌 위에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다.그녀는 몇 번 불렀으나 대답을 듣지 못하고,문 앞에 서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았다.그 작고 연약한 모습에 유강후는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심장에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잠시 후 온다연은 처량한 목소리로 또 한 번 불렀다.“이모!”역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손에 닿는 것을 전부 땅에 쓸었다.“거짓말이야, 다 거짓말이야!”곧 입구 현관에 있던 물건들이 엄청나게 값비싼 도자기와 골동품을 포함하여 땅바닥에 널려 있었다.집사가 나서서 막으려고 했지만 유강후가 저지했다.그는 그녀가 물건을 아무렇게나 부수는 것을 눈도 깜박이지 않고 지켜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냥 놔둬.”집사는 아무 말 없이 산산조각이 난 명품 도자기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만 지었다.한참 후, 온다연은 지쳐서 깨진 도자기 조각 더미에 그대로 드러누웠다.도자기 파편이 그녀의 피부에 박혔지만 그녀는 전혀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유강후는 다가가서 그녀를 안아 올리고 그녀의 몸에서 작은 파편을 털어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됐어?”온다연은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힘들어요. 살고 싶지 않아요.”그녀를 꼭 껴안고 있는 유강후의 손은 무서울 정도로 힘이 세지만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살아야 해. 그것도 잘살아야 해.”온다연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혼잣말을 했
“아파요, 아파 죽을 것 같아요.”온다연은 아프다고 호소하며 손으로 명치를 꽉 움켜쥐고 몇 번을 두드렸다. 그러자 하얀 허리선이 살짝 드러났고 주 의사는 황급히 눈길을 돌렸다.유강후는 순간 그녀의 허우적대는 손을 잡고 담요를 그녀의 몸에 걸치며 조용히 말했다.“다연아, 움직이지 마. 선생님 보셔야지.”온다연은 정말 괴로운지 가슴을 잡으려고 했지만 유강후가 막았다.다시 한번 자세히 검사한 후, 주 의사는 신경을 진정시키는 약을 처방했다.가기 전에 온다연이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걸 보니 몸이 너무 약해 보였고, 기본적인 기운마저 사라진 듯 초점 없는 눈은 더욱 막막하고 무기력해 보였다.주 의사는 고개를 저었지만 어쩔 수 없어 다시 온다연에게 안정 주사를 놓고 강제로 잠을 자게 하는 약을 처방했다.온다연은 약을 먹고 곧 잠이 들었다.하지만 잠이 들어도 땀과 잠꼬대를 멈추지 않을 정도로 불안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새까만 머리카락이 새하얀 목에 닿아 점점 예쁘게 보였고 입술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유강후는 그녀가 잠든 모습을 침울하게 바라보았다.사실 오늘 일부러 그랬다. 온다연이 심미진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끊었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 이 극약을 먹여야 했다.그는 결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생각이 많은 그의 모든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되어 있다.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말 한마디, 모든 일의 시작은 모두 그의 통제 안에 있었다.유일한 사고는 온다연이 너무 자극받은 것 같다는 것이다.온다연의 심미진에 대한 애정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것 같았다.그녀가 바닥에 누워서 가슴을 쥐어짜면서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모습에 그의 심장도 덩달아 아팠다.그의 손은 그녀의 보드라운 뺨을 천천히 쓰다듬다가 그 위에서 부드럽게 멈췄다.잠든 얼굴은 희미한 불빛에 애꿎고 앳돼 보였고, 입술을 살짝 벌리고 있는 모습은 키스를 기다리는 듯했다.유강후는 잠시 바라보다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몸을 숙여 그녀의
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손에서 그녀가 이렇게 자랄 줄은 몰랐다.천천히 눈을 가늘게 뜨는 그의 눈 속 서리가 점점 더 두터워졌다.‘그 사람들은 전부 다 죽어야 한다!’온다연은 이번에 병이 심해서 정신이 조금 흐릿해졌다.처음에는 계속 열이 나서 이모를 부르기도 하고 하는지를 부르기도 했는데 강후의 손을 놓으려고 하지도 않았다.2, 3일 동안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한의사의 약이 효과가 있었고 4일째에는 점차 깨어났는데 시력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이전보다 더 말이 없었고, 이번에는 고양이를 안고 마루 앞에 서서 정원의 큰 나무를 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엷은 햇빛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창백하고 정교한 얼굴을 비추자 온다연은 마치 생기가 없는 조각상처럼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이권이 들어오자마자 유강후가 사무실을 거실로 옮긴 것을 보았다.오늘 유강후는 트윌 무늬의 고정 흰색 셔츠와 철회색 양복바지를 입었는데 깨끗하고 차갑고 존귀하기 그지없었다. 비록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사람을 보지 않았지만 그 상위자의 강한 기세는 여전히 얼굴에 띠고 있었다.이권은 만약 그가 유강후를 이렇게 오랫동안 따르지 않았다면, 외모로만 봤을 때 유강후가 인간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 뼛속까지 차가운 도련님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사실 유강후라는 사람은 정말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인내심을 보일 땐 부처님 같지만, 일 처리는 한 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게 하며, 독할 때는 순식간에 마귀로 변신해 상대방을 지옥에 떨어뜨린다..며칠 후에 일어날 일을 떠올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고는 손에 든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지막하게 말했다.“도련님, 물건은 다 준비됐습니다.”유강후는 고개를 들어 시계를 올려다보고는 옆에 있는 온다연에게 말했다.“다연아, 약 식어.”방에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온다연은 흰 긴 소매의 원피스만 입고 창가 쪽 카운터에 엎드려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유강후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유강후는 눈
유강후가 눈살을 찌푸리며 옅은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여기로 오라고 했어?”이남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거의 다 와서 저한테 연락했어요. 이쪽 마당을 보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도련님이 환영하지 않으니 돌아가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말하는 사이에 염지호가 이미 걸어 들어왔다.그는 30대 중반의 잘생긴 젊은 남자로 올백 머리를 하고 검은색 정장 위에 같은 색의 코트를 입었는데, 키가 크고 침착해 보였으며 눈빛에 장사꾼 특유의 총명함이 배어 있었다.그리고 그 뒤에 철회색 양복에 외투를 걸친 젊은 남자가 서 있었는데, 유강후도 최근에야 만났던 염씨 집안의 염지훈이었다.유강후의 눈빛은 조금 어두워 보였지만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다.“지호 씨 왔어요? 저기 탕비실에 가서 기다려요.”염지호는 코트를 벗어 마중 나온 직원에게 건네주더니 웃으며 말했다. “최근에 좋은 차를 많이 받았다고 해서 둘째를 데리고 와서 마셔보려고요.”그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옆에 있는 염지훈을 향해 말했다.“지훈아, 이분은 내가 자주 언급하던 유씨 가문 도련님이자 미래 그룹 현 대표님이쇼. 어때? 기품 있지? 사실 예전에 두 사람 만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니 다시 인사해.”염지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유강후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도련님, 또 뵙네요.”유강후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벼운 악수로 인사를 대신했다.그런 다음 그는 온다연을 돌아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다연아, 할 말이 있으니 방에 가서 쉬거나 꽃방을 둘러봐.”염지호는 그제야 소파에 앉아 있는 한 소녀가 연백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비단결 같은 검은 머리카락에 뽀얀 피부를 하고 있었고 눈썹과 눈이 매우 정교해 보였다.염지호처럼 많은 여자를 만나 미인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도 지금은 살짝 놀란 채 눈을 떼지 못했다.그 소녀는 품에 아주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베이지색 가죽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는데, 표정이
염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형, 언제부터 그렇게 가십거리를 좋아했어?”염지호는 그를 걷어차며 정색해서 말했다.“기억해, 오늘 일을 망치면 안 돼. 망치면 널 죽여 버릴 거야.”“알았어, 형!”탕비실에서 은은한 차 향기가 피어오르고, 우아한 분위기에서 국내 최고 대기업의 기술 재개 생사가 결정되었다.이야기가 거의 무르익자 염지훈은 담배를 핑계 삼아 탕비실을 나섰다.유강후의 사옥은 작지 않았다. 족히 수백 평은 되어 잠시 둘러보던 중 염지훈은 온다연의 작은 베란다에서 그녀를 보았다.온다연은 그가 올 줄 알았다는 듯 고양이를 안은 채 베란다 의자에 앉아 그를 지켜봤다.날씨가 추워서 그녀는 하얀 캐시미어 담요를 두르고 있는데 검은 머리와 하얀 피부에 빨간 입술이 유난히 빛났다.그녀는 고양이를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염지훈을 지켜보다가 그가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베란다에 들어서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괜찮아졌어요?”염지훈은 쯧쯧 하다가 웃는 듯 마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걱정하는 거야?”온다연은 대답하지 않고 하얀 손가락으로 품에 안긴 고양이를 쓰다듬었다.새끼 고양이는 처음 데려왔을 때보다 좀 컸는데 그래도 아직 약해 보여서 야옹야옹할 때 매우 귀여웠다.남자의 큰 몸집에 조금 위험을 느꼈는지 고양이는 고개를 들어 염지훈을 향해 몇 번 야옹야옹하다가 온다연의 품에서 불안한 듯 발을 움직였다.염지훈이 앞으로 나아가 고양이를 그녀의 손에서 들어 올려 손으로 쿡쿡 찌르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요 작은 것이 널 좀 닮았어.”고양이가 그의 손에 들려 허공에 매달려 계속 울며 발버둥 치는 모습이 좀 불쌍하다.온다연은 초조한 마음에 일어나 고양이를 빼앗아 오더니 사나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 것이니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요!”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담요가 바닥으로 미끄러지면서 원피스만 입은 얇은 몸매가 드러났다.염지훈은 허리를 굽혀 담요를 주워 그녀의 몸에 걸쳐주었다.“이렇게 입으면 안 추워?”온다연은 아까의 찬 공기에
장화연은 나지막이 물었다.“많이 피곤하시죠? 들어가서 잠깐 쉬시는 게 어때요?”한참 후 온다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요. 아저씨는 언제 돌아오나요?”장화연이 답했다.“방금 이권 씨한테 연락이 왔는데 상황이 심각해서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저쪽에 계실 거예요.”온다연의 눈빛에는 실망이 스쳤다.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샤워하러 갈게요.”문으로 걸어가던 온다연은 돌아서서 장화연을 바라봤다.“그 사람들이 일부러 아저씨를 속이는 건 아니겠죠? 저랑 아저씨가 결혼하는 걸 반대하니까...”장화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닐 겁니다. 아무리 유씨 가문이 대범한들 사람의 몸으로 협박하지는 않을 거예요.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도련님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온다연은 그제야 초조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내려놓았다.샤워를 마친 그녀는 구월을 안고 창가 자리에 앉아 입구를 바라봤다. 마치 다음 순간에 유강후의 차가 나타날 것처럼 말이다.유강후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병원의 분위기를 생각해 마지못해 꾹 참았다.유강후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온다연은 낮부터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렸다.그 시각 유강후의 방.장지현은 들어온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감히 잠들어 있는 남자에게 먼저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눈 앞에 있는 남자의 정보를 입수했다.이 남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래 그룹의 실질적인 권력자이자 경원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유씨 가문의 아들인 유강후다.장지현은 그동안 유강후를 TV에서만 본 적이 있었다.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어린 나이에 한국 비즈니스 리더의 자리를 꿰찼다.물론 외모 또한 출중하다.장지현은 그가 잘생긴 건 알았지만, TV에서보다 실물이 훨씬 더 멋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저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귀한 분위기는 조금도 빠지지 않았다.특히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카로운 얼굴 라인은 신의 만든 걸작이라 해도
“천한 년, 뛰긴 왜 뛰어? 오빠가 좀 만져보자.”“진짜야? 쟤 몸에 더러운 병이 있다던데, 감히 만질 수 있겠어?”“만져본다고 죽지는 않아.”“만지지 말자. 혹시라도 전염되면 큰일이야. 어차피 옷을 찢고 사진만 찍어도 돈은 받을 수 있잖아.”화면이 너무 흔들려서 잘 찍히지 않았지만 온다연은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유하령의 사주를 받은 몇몇 건달들이 그녀를 골목에서 가로막고 옷을 찢었고, 사진을 찍어 자기들끼리 공유했다.그 전체 과정에 유하령, 이효진, 고유정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랐다.온다연은 개를 보듯 하던 그들 셋의 눈빛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그녀가 반항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반항할 때마다 그녀에게 돌아온 건 더 무서운 학대와 모욕이었다.그들은 심지어 그녀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낸 선생님을 감옥에 보냈다.그때의 그녀에게 세상은 끝없는 어둠이었고 태양조차도 녹지 않는 얼음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유강후가 그녀의 세상에 쳐들어왔고 그와 함께 한 줄기의 햇빛도 새어 들어왔다.그녀는 새롭게 시작하려는 것일 뿐인데, 그 사람들이 또 이전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를 다시 깊은 구렁텅이에 빠뜨리려고 한다.이번에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눈을 감고 동영상을 복제한 후 동영상 계정을 새로 만들고 VIP를 개통했다.[흑백이 뒤바뀐 세상, 언젠가는 바로잡힐 것이다!]이 말을 쓴 후, 그녀는 온몸에 땀이 났고, 이마의 머리카락도 젖었다.장화연이 나지막이 말했다.“괴로우면 올리지 마세요. 다른 해결 방법도 있어요.”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올릴 거예요.”말하고 나서 그녀는 발송 버튼을 눌렀고,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도록 조작했다.곧이어 그녀는 두 번째 동영상을 클릭했다.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영상 속의 그녀는 화장실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있었고, 누군가가 더러운 물을 끊김 없이 그녀의 머리 위에 부었다.그들은 물을 끼얹으면서 듣기 거북한 말로 그녀를 모욕했다.동
장화연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봤어요? 셋째 도련님이 해결하고 있어요. 이제 열기가 많이 식었고, 이틀 안에 자취를 감출 거예요...”“어디 있어요?”온다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아저씨 컴퓨터에 있어요? 찾아주세요. 쓸데가 있어서 그래요.”말을 마친 그녀는 돌아서서 유강후의 사무실로 향했다.하지만 유강후의 컴퓨터를 켜고 한참 동안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온다연은 다시 한 번 장화연을 바라보며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진실을 공개할 거예요. 사람들에게 무엇이 진짜 학교폭력이고 누가 진짜 피해자인지 보여줘야죠.”“진실을 모르는 구경꾼들이 남의 불행을 가십거리로 삼고 있어요. 그들은 가해자를 도와 행패를 부리고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죠.”장화연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안 돼요. 그러면 더 고통스러울 거예요.”온다연이 말했다.“저는 이미 10년 동안 고통받았어요. 한 번 더 아파도 상관없어요.”장화연이 말했다.“셋째 도련님이 동의하지 않으실 거예요. 돌아오시면 다시 상의해요.”온다연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저는 이미 결정했어요. 제가 영원히 아저씨의 보호 아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편안히 살 수는 없어요. 제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그녀는 가슴에 드리운 열쇠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앞으로 배울 것도 많고 마주할 것도 많아요. 아저씨는 아저씨가 할 일이 있고, 항상 저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어요.”장화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온다연은 계속 설득했다.“장 집사님, 우리는 이제 아이도 있어요. 언젠가는 아저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줄곧 그의 그늘 밑에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이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아저씨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거예요.”그녀는 강씨 가문이 얼마나 큰지 모르고 자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와 유강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다만 그 아이, 두 사람의 아이는...”최금영이 화를 냈다.“그년이 가지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게 해. 상간녀가 낳은 아이라 유씨 가문 족보에 들어가지도 못해. 몇 년 후, 강후가 그년한테 싫증 나고 다른 아이도 생기면 상간녀가 낳은 아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아무리 못해도 우리에겐 민준의 아들이 있잖아. 진설아가 하인의 딸이긴 하지만 상간녀보다 낫지. 내가 살면서 제일 싫어하는 게 상간녀야.”유자성이 말했다.“찾은 사람은 도착했어요?”최금영이 문밖에 대고 소리쳤다.“들어와.”얼마 안 지나 흰옷을 입은 아가씨가 방으로 들어왔다.청초한 외모를 가진 여인은 눈매가 온다연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온다연처럼 세련되지 않고 조금 거칠어 온다연의 저퀄리티 버전 같았다.최금영은 경멸에 찬 눈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내가 관찰한 바로는, 강후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 이번에 강해숙을 따라간 그 여자도 이런 타입이라 마음에 들었을 거야.”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여인에게 말했다.“네가 모셔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아? 비천한 집안의 여식이 강후의 아이를 가지게 되면 운이 트인 거지.”그 여인은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피했다.“알, 알아요...”최금영이 코웃음을 쳤다.“알면 됐어. 경원대학교 대학원생이니 집안이나 용모 같은 것이 그런대로 봐줄 만 해. 네가 유씨 가문의 아이를 가지게 되면 네 아버지 회사 빚은 청산될 거야. 들어가 봐.”여인이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유자성이 미간을 찌푸렸다.“나은별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저런 애를 데려왔죠?”최금영이 말했다.“내가 조사해 봤는데, 나은별은 깨끗하지 않더라. 소이섭이라는 사람과 애매한 사이여서 강후의 짝으로 맞지 않아. 그리고 나은별은 욕심이 너무 많아. 오히려 저런 비천한 집안의 여식이 말도 잘 듣고 좋아.”유자성은 그래도 걱정이 앞섰다.“강후가 깨어나면 무슨 소동이 일어날지 모르겠네요...”최금영이 일어서더니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며
유자성이 차가운 얼굴로 문 앞에 나타나더니 경호원들을 향해 손짓했다.“유씨 저택으로 데려가요.”경호원이 망설였다.“문 앞의 경호원이 검문하면 어떡합니까?”유자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버지의 지시라고 말해요. 그 사람들이 감히 아버지 명령을 거역하지 못해요.”“네!”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말했다.“유자성 씨,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유자성은 혼수상태에 빠진 유강후를 힐끗 보고는 나지막이 말했다.“얼른 데려가요. 그 다음 일은 할머님이 지시하실 거예요.”말하고 나서 그는 유재성의 병실에 들어갔다.유재성은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고, 병색을 띠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그는 유자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정색하며 말했다.“또 강후에게 전화했어? 그냥 잔병이고 고질병이야. 2-3일 지나면 퇴원할 수 있어. 강후가 바쁠 텐데 방해하지 마.”유자성은 뜨거운 물을 따라서 그에게 건네주며 웃었다.“아버지, 걔가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방금 전화했더니 비서가 받더라고요. 지금 국내에 없고 며칠 후에야 돌아온대요. 강씨 집안에 볼일이 있나 봐요.”유재성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이더니 한참 후에야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두 형제가 얼마 전 마찰이 있었다던데, 강후가 돌아오면 내가 화해시켜 줄게. 친형제 사이에 분란이 생기면 안 돼야. 계속 이대로 나가면 유씨 집안에 조만간 큰 문제가 생길 거야.”유자성은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걔가 남을 위해...”“그건 강후의 선택이야.”유재성은 언짢은 얼굴로 유자성의 말을 잘랐다.“누구와 결혼하는지는 강후 자신의 선택이야. 형이라는 사람이 축하는 못 할망정 방해하다니. 그게 말이 돼?”유자성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걔는 이제 우리 집안일을 전혀 상관하지 않고 하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하령이 어렸을 때 그 고아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를 들었는지 모든 잘못을 하령에게 돌리고 있어요. 그것 때문에 하령이
온다연은 그의 손을 반대로 잡았다.“혼인신고는 하루 이틀 늦출 수 있어요. 아버님이 더 중요해요. 그리고 그분은 다른 유씨 집안 사람들과 달라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유씨 가문이 무너지든 말든 그녀는 관심이 없다.하지만 유재성은 유강후의 친아버지다. 게다가 집에 있는 시간이 극히 적어 그녀와 마주칠 기회도 거의 없었으니 유하령이 그녀를 괴롭히게 방임한 유자성과 달랐다.유강후의 눈빛은 유난히 어두웠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차에서 이권이 입을 열었다.“셋째 도련님, 강 대표님께 알릴까요?”유강후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 어머니는 아버지 소식을 듣고 싶지 않으실 거야.”이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생각에 잠겨 창밖을 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아버지 사무실에 전화해서 정말 귀국했는지 확인해 봐. 너무 공교로운 것 같아.”이권은 즉시 전화를 걸었고, 연결된 후 몇 마디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사무실에서 회장님이 어제 귀국하셨고, 아파서 지금 병원에 있다고 합니다.”유강후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권이 또 입을 열었다.“참, 영상을 올린 사람을 찾았는데, 자기가 아무 생각 없이 올렸고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은 몰랐다고 잡아떼고 있어요.”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간단해. 지금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뒤에 있는 사람이 두려워서야. 우리가 그쪽보다 더 무섭고 더 위협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말하지 않을 수 없어.”이권이 고개를 끄덕였다.“각 플랫폼에서 인기 댓글과 동영상을 삭제하면서 이미 열기가 식었어요. 댓글 알바들도 우리 쪽의 맹렬한 반격에 꼼짝달싹 못 하고 있고, 일부는 신상까지 털려 아우성이에요.”“주희가 올린 영상도 한몫했어요. 열광적 팬들이 물고 놓지 않아 악성 댓글 작성자들이 뭇매를 맞았나 봐요.”유강후는 표정이 극히 차가웠다.“배후에 있는 자는 잘 숨는 게 좋을 거야. 누군지 알게 되면 내가 죽고
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오늘 휴대폰을 안 쓰기로 했잖아.”온다연이 잠시 머뭇거렸다.“아직 외출하지 않았으니 한번만 볼게요. 중요한 사람이 아니면 받지 않으면 되죠.”유강후는 성큼성큼 방에 들어가 온다연의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안색이 흐려졌다.“왜 염지훈에게 네 전화번호가 있어?”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휴대폰 번호는 그녀가 퇴원한 후 유강후가 특별히 새로 개통한 것이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염지훈이 어떻게 아는 거지?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강후가 수신 버튼을 눌렀다.염지훈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연아, 괜찮아? 인터넷에서...”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유강후가 쌀쌀하게 잘라버렸다.“염지훈, 참 낯짝이 두껍구나. 우리 곧 결혼해. 나를 자극하지 마. 매번 네 형의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줄 수는 없어.”염지훈이 코웃음을 쳤다.“유강후 씨, 낯짝이 두꺼운 건 당신이에요. 아저씨라는 명분으로 떳떳하지 못한 마음을 숨겼잖아요. 왜 그렇게 친절하게 온다연을 곁에 두는가 했더니 그런 더러운 마음을 숨기고 있었네요. 당신이 강요한 거죠?”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더라도 너하고는 상관없어. 다시는 우리 앞에 얼쩡대지 마.”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온다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는 휴대폰 전원을 끄고 침대에 던져버렸다.아침을 먹을 때, 온다연은 혼인신고 후 기념사진을 찍을 생각에 약간 뒤숭숭했다.그래서 대충 먹고 수저를 내려놓았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우유와 계란찜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조금 더 먹어.”이때 장화연이 휴대폰을 들고 들어왔다.그녀는 다급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셋째 도련님, 본가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대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디가 편찮으시대요? 해외 방문 중이었는데, 귀국하셨어요?”장화연이 대답했다.“뇌경색인데, 지금 병원에 계시다고 합니다.”유강후는 손을 멈추었다.“심각하시대요?”
게다가 방금 뜨거운 사랑을 나눈 까닭에 얼굴에 옅은 홍조가 올라와 천진하고 아리따워 보였다.유강후는 한참 지켜보다가 또다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꼬맹이는 그런 것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 자그마한 양지옥 열쇠를 만지작거렸다.“진짜 예쁘네요. 언제 산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잡고 그 열쇠를 만지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산 것이 아니야.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거지.”온다연이 깜짝 놀랐다.“그렇게 비싸요?”유강후는 열쇠에 새겨진 정교한 무늬를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옛날에 왕이 쓰던 옥인데, 큰돈을 들여 낙찰받은 후 최고의 수공예 장인을 모셔다 3년에 걸쳐 완성한 거야.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물건이지.”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뽀뽀하더니 정색하며 말했다.“이건 강씨 집안 여주인의 물건이라 강씨 집안 여주인만 사용할 수 있어.”“이 열쇠는 강씨 집안 금고 열쇠야.”온다연이 화들짝 놀랐다.“이건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 받을 수 없어요.”그녀는 말하면서 목걸이를 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했다.“네가 감히 풀면 그 손을 분질러버릴 거야.”온다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건 너무 귀중한 물건이에요, 아저씨...”그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주그룹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재벌 그룹 중 하나이며 경제력이 탄탄해 한 나라의 경제를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그런 우주그룹의 금고 열쇠를 그녀가 어찌 감히 받겠는가.“풀어서 넣어두는 게 좋겠어요.”유강후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안 돼. 적어도 오늘은 꼭 착용해야 해. 오늘은 우리가 혼인신고 하는 날이잖아. 오늘부터 너는 내 아내야. 즉 강씨 집안의 여주인이 되는 거지. 앞으로 매일 재무에 관한 지식을 가르쳐 줄 거야. 덩치가 큰 강씨 가문을 관리하려면 장부를 보는 법과 자산관리를 배워야 해.”온다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유강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온다연은 지려 하지 않았다.“고쳐야죠. 계속 이러면 제가 어느 날 정말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어요.”그녀의 허리를 잡은 큰손에 갑자기 힘이 실리고, 몸이 앞으로 확 끌려가 유강후의 다부진 몸에 찰싹 붙었다.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온다연, 다시 또 이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온다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화를 내면 어쩔 건데요?”유강후는 실눈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이렇게 벌을 내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곧 가쁜 숨소리가 전체 공간을 채웠다.온다연은 뒤에 있는 서랍장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강력한 공세를 견뎠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저번에 서재에서 관계를 가진 이후로 유강후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그녀가 만족할 수 있게 힘 조절과 수위 조절을 완벽히 해냈다.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그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래도 떠날 거야?”온다연은 모든 신경이 그의 몸에 집중돼 사고력을 잃은 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니, 떠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었다.온다연은 거의 통제력을 잃고 또 그의 옷을 더럽혔다.다 끝나고 그의 옷이 얼룩덜룩해진 것을 본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옅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고, 그녀가 자기 손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수줍어하거나, 참지 못하거나, 약간 요염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넌 이런 게 좋아?”온다연은 방금 방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감히 대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