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그레이톤의 정장을 입고 있어 더욱 훤칠하고 늘씬해 보였다. 그의 고귀한 기품은 어떤 런웨이 모델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냉정하고 존귀하며 매우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온다연은 그보다 정장을 잘 소화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외투를 벗어 문가의 옷걸이에 걸어 두었다. 그의 몸에 딱 맞는 하얀 셔츠는 허리 안으로 들어가 있어, 그의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 완벽한 역삼각형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잘 다려진 바지 아래로 길고 탄탄한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온다연이 멍하니 있을 때, 유강후는 이미 온천 가장자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며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올라와서 내 옷을 벗겨 줘.”지금까지 온천 호텔에 머무는 동안, 온천에 들어가거나 아침에 외출할 때 유강후의 옷과 장신구는 반드시 온다연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 처음에 온다연은 이런 것까지 해줘야 하는 것이 달갑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익숙해졌다.온다연은 약간 따가운 눈을 비비며 물에서 나와 올라갔다. 물에서 나오자, 그녀가 입은 아찔한 올블랙 유니폼 스타일의 수영복이 유강후의 눈에 들어왔다.사실 이 옷은 노출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가려야 할 곳은 다 가려져 있었지만, 문제는 이 옷의 특수한 소재였다. 물에 젖으면 일부가 비치는 재질이라 볼륨감 있는 부분을 강조했고 아주 유혹적이었다.게다가 온다연의 완벽한 비율 덕분에 허리는 더 잘록해 보였고 다리는 더 길어 보였다. 걸을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에 유강후는 심장박동이 빨라졌다.지금 그녀는 온몸이 온천물에 젖어, 피부가 부드럽고 촉촉해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 하얀 목에 달라붙었고, 눈에는 아직 잠기운과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온다연은 도발적인 수영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유강후에게 다가가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유강후는 온다연의 허리를 휘감았고 그녀의
온다연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얼마 움직이지 못하고 다시 유강후의 품으로 끌려갔다. 그는 그녀의 하얀 목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도망가려고?”유강후의 입맞춤에 온다연은 비명을 질렀다.“아파요!”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꽉 잡고,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귀에 뿜어냈다.“음? 벌써 아프다고? 이따가 더 아플 텐데.”유강후의 낮고 자극적인 목소리에 온다연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다리에도 점점 힘이 빠졌다. 그녀는 유강후의 품에 기댔지만 의지할 곳이 없어 보였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에 떨며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했다.“아저씨, 무서워요...”“아파요! 그만 물어주세요... 아저씨, 제발...”온다연의 울먹이는 애원은 유강후의 소유욕과 지배욕을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그는 온다연의 허리를 따라 손을 아래로 움직이며 그녀의 가장 부드럽고 예민한 곳을 쓰다듬었다.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놀라움에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의 품에서 웅크리고 떨며, 이번에는 정말 피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온다연의 긴장감을 느낀 유강후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물고, 손은 여전히 그녀를 놓지 않았다. 거친 손가락이 얇은 천 한 장을 통해 그녀를 자극하자, 온다연은 몸을 움츠리고 떨었다.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의 팔에 갇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오늘 그녀에게 닥친 일은 모두 운명 같았다. 지금 앞에 있는 남자는 그녀의 아저씨였고, 그녀가 한때 숭배했던 아이돌이자 가까이할 수 없었던 신 같은 존재였다. 그런 유강후가 그녀에게 가장 친밀한 사이에나 할 법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이건 안 돼!’온다연은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유강후가 그녀의 손목을 꼭 잡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온다연은 부들부들 떨며 유강후의 신분과 두 사람 사이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되짚어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혼란스러운 가운데, 온다연은 두려움과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갈망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벨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일어나 온다연은 생각할 틈도 없이 미끄럽고 뜨거운 무언가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녀는 혼이 나갈 것 같아 필사적으로 유강후에게 애원했다.“아저씨, 안 돼요... 무서워요...”“아저씨, 제발 부탁이에요...”유강후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그의 가슴은 격하게 오르내렸다. 목소리도 마치 타오르는 불길처럼 거칠었다.“다연아, 늦었어.”온다연은 거의 울먹이며 몸을 들어 올려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잡고 아래로 눌렀다.그때, 바닥에서 작고 부드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야옹...”“야옹...”온다연은 마치 구조 신호를 받은 듯 몸부림쳤다.“구월이 왔어요. 우리를 보고 있어요...”유강후는 멈출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목을 따라 계속해서 키스하며 말했다.“고양이가 뭘 알아. 그냥 보게 둬...”온다연은 긴장해서 발가락까지 오그라들며 간절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그에게 애원했다.“안 돼요. 구월이가 보고 있어요. 안 돼요...”그때 작은 고양이가 유강후의 발치로 다가와 작은 발로 그의 발을 밟고, 그 위를 핥았다. 다시 한번 작고 부드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야옹...”이번에는 소리가 커서, 마치 위안을 구하는 듯했다. 그 울음소리는 주의를 끌 만했다. 후끈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깨졌고, 유강후의 몸이 굳어지며 온다연을 안고 있던 손이 느슨해졌다.‘이 작은 녀석, 정말 분위기를 깨는군!’온다연은 기회를 틈타 유강후의 품에서 벗어나, 재빨리 목욕 가운을 집어 입고 고양이를 안아 들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아직도 약간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경계하는 눈으로 유강후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구월이를 해치면 안 돼요!”온다연은 유강후가 반쯤 벗은 상태인 모습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가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급히 몸을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옷... 옷 입으세요...”
온다연은 고양이가 다치지 않게 하려고 급히 고양이를 앞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고양이를 내려놓을 공간이 없었고, 손에 계속 들고 있을 수도 없었다.결국 온다연은 한쪽 다리를 구부려 고양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무릎이 좁아서 고양이는 불편해하며 계속해서 작은 울음소리를 냈다.온다연은 손으로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달래주었다. 한쪽 다리를 구부린 그녀의 발목은 유강후의 손에 닿았고, 그는 그것을 잡고 살짝 눌러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말없이 발목을 어루만졌다.이렇게 유강후는 온다연을 끌어안고, 온다연은 작은 고양이를 안고, 두 사람과 고양이는 한동안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고양이가 놀이에 지쳐 온다연의 손에 누워서 일어나지 않으려 하자, 온다연은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뽀뽀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입술이 고양이 머리에 닿기도 전에 유강후가 그녀의 턱을 잡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유강후가 턱을 아프게 잡아당기며 놓아주지 않자, 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잠시 후, 고양이와 놀다가 기분이 좋아진 온다연의 몸에 작은 고양이가 앞발을 올리며 기대었다.그런데 고양이가 온다연의 가슴에 올라가자, 유강후는 눈을 부릅떴다. 그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 그는 손을 뻗어 고양이를 들어 올려 높은 탁자 위에 놓았다. 탁자가 높아서 고양이는 겁에 질려 계속해서 울부짖었다.온다연은 걱정이 되어 고양이를 내려주려 했지만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다시 고양이를 안으면 바로 보내버릴 거야.”온다연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계속해서 울었고, 그녀는 초조해지고 애가 탔다. 온다연은 유강후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은 두려움이 섞인 분노였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더니 그녀의 입술을 물었다. 유강후가 또 입술을 깨물자, 온다연은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아저씨, 좀 살살해요!”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다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면, 고양이도 다시 못 볼 줄 알아!”온다연은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갑자기 몸을 뒤집어 온다연을 침대와 자기 가슴 사이에 가두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그 자세가 싫다면 이렇게 하자!”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그녀의 가느다란 발목을 잡아당기며 몸을 덮었다. 온다연은 혼비백산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요! 알겠어요! 아저씨, 아저씨 말대로 할게요...”유강후는 깊은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온다연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몸이 떨렸다. 방 안에서 온다연의 신음이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온다연은 지쳐서 유강후의 품에 쓰러졌다. 유강후는 아주 느긋해 보였고, 그의 목소리에서도 한결 느슨한 느낌이 묻어났다.“피곤해?”경험이 없던 온다연의 몸짓이 너무 서툴기도 했고, 유강후도 처음이었던 만큼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맞춰나갔다. 결국 온다연은 버텨내지 못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건강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체감하며 제대로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완전히 받아들일 때까지 말이다.그때, 밖에서 이권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셋째 도련님, 이다 이치로가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습니다.”유강후는 방해받아 불쾌해진 듯 눈썹을 찌푸렸다. 온다연과의 시간을 방해받아 심기가 불편해진 유강후는 목소리가 차가워졌다.“기다리기 싫으면 그냥 돌아가게 해!”이권은 주저하며 말했다.“하지만 아주 진정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동양국 제3대 재벌가의 후계자이기도 하고, 가장 큰 공급자이기 때문에 너무 소홀히 대할 수는 없습니다”유강후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졌다.“이권,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거야?”이권은 멈칫하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셋째 도련님, 그럴 리가요. 단지 주의를 환기해 드리려는 것뿐입니다!”유강후는 냉랭하게 말했다.“먼저 가서 기다리라고 해. 곧 갈 테니.”“네! 셋째 도련님!”이권이 떠난 후, 유강후는 장화연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연이가 입고 나갈 만한 옷을 한 벌 준비해서 보내줘.”유강후는 전화를 끊고 나서 온다
유강후와 온다연은 한동안 서로를 감싸안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장화연이 옷을 가져왔다. 장화연이 준비한 옷은 온다연에게 매우 잘 어울렸다. 안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아이보리색 원피스였고, 그 위에는 연한 파란색 가디건이 있었다. 이는 온다연의 피부를 더욱 부드럽고 하얗게 보이게 했다.특별한 액세서리는 없었지만, 머리에는 사파이어 나비 모양의 머리핀 하나가 있었다. 이 핀은 약간 고풍스러운 스타일로, 오래된 나무 상자에서 꺼내진 푸른 보석 같았다.장화연이 그것을 온다연의 머리에 꽂아줄 때 매우 조심스러워 보였다.온다연은 이런 장신구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 핀이 매우 비싸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머리핀을 빼려고 했지만, 유강후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왜?”유강후의 한 마디에는 강한 압박감과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온다연은 심장이 떨려 손을 뒤로 뺐다.“너무 눈에 띄지 않을까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잘 어울려. 어머니가 쓰시던 건데, 너한테 참 잘 어울리는구나.”그는 온다연의 이마에 키스하고 그녀의 작은 손을 감싸 쥐며 말했다.“가자.”날씨가 쌀쌀해진 탓에 유강후는 정장 위에 같은 색 계열의 트렌치코트를 입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온다연은 그의 손에 이끌리며, 영화 속 대부들이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 같아 웃음을 지었다.“아저씨, 정말 카리스마 있어요.”유강후는 자기 외모와 위압적인 분위기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녀를 한 번 보고는 담담하게 물었다.“그래서 무서워?”온다연은 그의 말수 적은 무뚝뚝함에 흥미를 잃고는 고개를 떨구며 말을 아꼈다. 그와 몇 걸음 떨어진 후, 유강후는 갑자기 멈춰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를 무서워해도 되지만, 너만은 안 돼.”온다연은 그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그녀는 그를 두려워했지만 이 말을 꺼낼 용기가 없어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대답했다.
온다연은 자기가 왜 숨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그나마 숨으면 덜 민망해 할 것 같았다.못 본 척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유강후가 나오라는 말을 듣고, 온다연은 자기를 부르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엄청나게 이쁜 사람이 바로 유강후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온다연이 나갈까 말까 고민중인데 유강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온다연!”목소리에 불쾌함이 느껴졌다.온다연은 숨을 돌리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고개도 들지 않고 조용히 유강후를 향해 걸어가면서 하루코의 경이로운 시선을 느꼈다.“강후 씨, 이분은 누구시죠?”역시 예쁜 사람은 다르다. 행동과 말투에서 아주 우아하다는 걸 알 수 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느리게 걷는 것을 보고는 뒤돌아 서서 온다연을 자기 품에 안았다.유강후의 손은 온다연의 작은 손을 감싸며 말했다.“누가 숨으래?”온다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친구분이 찾으시는데요?”하루코는 그들을 보고 놀라는 듯 물었다.“강후 씨, 이분은...”“조카입니다!” 유강후가 말하기도 전에 온다연이 단호하게 하루코를 보며 말했다.“조카!”하루코의 시선은 두 사람이 잡고 있는 손에 떨어졌다.“강후 씨, 나은별 씨랑 약혼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계속 기다릴 거예요. 일 년에 한 번만 본다고 해도, 강후 씨가 저를 받아준다면, 저는 기다릴 수 있어요. 하지만 왜...”“왜 이 사람은 되고 저는 안 돼요?”유강후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하루코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힘을 주고 온다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온다연이 식은땀을 날 정도로 힘을 주었다.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 “하루코, 제가 다른 사람과 약혼한 것도 알았으면,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마세요. 저는 당신한테 관심 일도 없으니까요.”하루코의 시선은 여전히 그들의 손에 머물러 있었고,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제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당신을 기다려왔는데, 왜 저를 택하지 않고...”유강후가 말했다.“우리는 그저 동창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온다연은 불안한 듯 작은 소리로 유강후를 향해 말했다.“아저씨, 저 좀 무서워요.”유강후는 온다연을 데리고 자가 옆자리에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난번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니까 밥 먹고, 함부로 도망치지 마!”방이 커서 딱 봐도 비즈니스용이었다.식탁도 길고 세련됐다.그들 옆에 앉은 사람들은 유강후의 수하들이다. 하나둘씩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맞은편에 앉은 건 바로 이다 가문의 사람들이다. 딱 봐도 한국인과 달랐고 구분할 수 있었다.하지만 온다연은 그럼 신경 쓸 겨를도 없다. 하루코가 끌려갈 때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온다연은 극도의 불안을 느꼈다. 그 불안감은 유강후를 두려워하는 느낌이랑 별개였다. 뭔가 곧 아주 무서운 사건이 일어날 듯했다.여기 온다고 일식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아까의 일로 뒤섞여 온다연은 입맛이 뚝 떨어졌다.조금 먹고는 유강후에게 간다고 했다.“아저씨. 몸이 안 좋아서 먼저 돌아가고 싶어요.”온다연이 접시에 담긴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걸 본 유강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입맛에 맞지 않는 거니? 내가 먹어도 좀 별로이긴 하다. 나중에 장 집사보고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할게.”온다연은 고개를 숙인 채 가볍게 대응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이 기운이 없는 걸 보고 또 아픈 줄 알고, 온다연의 이마를 만지는 데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잘래?”온다연은 눈을 내리깔고 불안감을 느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우리 돌아가면 안 돼요?”온다연이 처음으로 ‘우리’라는 말을 썼다.유강후는 좀 의외였다.만약 이전에 이런 말을 들었으면, 승낙했을 것이다.그러나 오늘 유강후를 위해 만든 자리이기 때문에 쉽게 떠날 수 없는 자리이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권 보고 데려다 달라고 할게.”온다연은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한참 뒤에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저씨랑 같이 돌아가고 싶어요.”온다연은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유강후에게 말을 걸었다. 게다가 온다연이 처음으로 유강후에게 요구하는 거다.
아이는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저는 엄마와 아빠를 닮고 싶어요. 아니면 나중에 외출했을 때 사람들은 남동생과 여동생만이 엄마 아빠의 아이라 하고 저는 길거리에서 데려온 아이라고 할 거예요.”온다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누가 감히 그렇게 말한다면 너의 아빠는 그자의 입을 찢어 버릴 거야.”그제야 신이 난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또 말했다.“그러나 저는 제가 외할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격세유전이라고 해요.” 온다연은 웃기 시작했다.“그래, 맞아. 너와 할아버지는 모두 키가 크고 위풍당당해.”아이는 비록 다섯 살도 되지 않았지만 키가 컸고 사나이의 기세가 있었다. 단단한 이목구비는 진수현과 조금 닮아 보였다.“외할아버지를 닮아도 괜찮아요, 멋있잖아요. 그러나 나중에 저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그래, 알았어. 우리 우림이는 외할아버지와 아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아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저는 또 좋은 오빠가 될 거예요. 저는 내일부터 격투와 복싱을 배울 거예요. 나중에 누군가 남동생과 여동생을 괴롭히면 제가 그들과 싸워서 쫓아낼 거예요.”“하지만 저 사격도 배우고 싶어요.”그는 온다연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엄마, 아빠랑 말해주시면 안 돼요? 저 사격 배우고 싶어요. 저 아빠한테 몇 번이나 부탁드렸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온다연이 말했다.“너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선 아이로서 배워야 할 것을 잘 배워. 조금 더 크면 아빠가 배우게 할 거야”곧 얼굴이 굳어진 아이는 말했다.“네, 알았어요.”이때 유강후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본 아이는 바로 그의 등위에 업혔다.“강 대표님, 신용을 지키지 않네요. 어제 레이싱 보러 가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유강후는 등에서 그를 끌어내리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전날 내가 회의 중일 때 스크린을 공표 영화로 바꿔버린 사람이 누구야?”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
유재성은 섭섭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온다연이 본가에 손자 손녀를 낳아 주는 것은 공을 세운 것이니 네가 잘 대해줘야 해.”유강후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들 부자는 한참 동안 겨우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결국 유재성이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자리를 떠났다.그는 미련이 남은 듯 멀리서도 뒤를 다시 한번 돌아보더니 서서히 사라졌다.유강후는 아이를 안아 다시 온다연이 있는 방으로 옮겼다.그는 온다연의 표정이 괜찮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방금 배달된 삼계탕을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방금 끓여온 삼계탕이야, 따뜻할 때 얼른 먹어봐.”온다연은 국그릇을 밀어내면서 말했다.“저 한 달 되도록 국물만 먹었어요. 이제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해요.”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을 달래며 말했다.“너 오늘 점심도 적게 먹었고 이제 오후가 다 되었으니 조금만 먹어봐. 내일 집에 가면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한 상 차려줄게.”온다연은 마지못해 몇 숟가락 먹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의 이름을 줄줄이 말했다.다음날 이른 아침, 지수현 부부랑 강씨 가문에서 일찍 병원에 왔다.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러 대의 차를 보내왔다.두 아이는 가운데 있는 승합차에 태웠고 앞뒤로 몇 대의 차로 빼곡히 둘러싸였다.강씨 가문 어르신은 그의 오랜 친구와 가는 내내 영상통화를 하며 얼굴에 주름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웃었다.가족 연회에서 두 집안은 웃음이 끊기질 않았고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며 또 결혼식 날짜와 절차도 확정했다.온다연은 필경 아이를 데리고 결혼식을 하는 것은 불편하니 간단하게 하려 했지만 강씨 가문 어르신과 진수현은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그들은 경원시에서도 거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해줄 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와 신국 쪽에서도 떠들썩하게 하려고 했다.온다연과 유강후는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어른들을 이길 수 없어서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그들은 밥 한 끼를 네 시간이
한밤중이 되자 강씨 가문도 도착했다.어르신은 들어오자마자 두 아이를 보고 격동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나중에 조상을 뵐 면목이 생겼다고 말했다.온다연이 출산한 후 입원실은 매우 북적거렸다.유강후의 친구들도 시도 때도 없이 보러 왔고 온다연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그는 옆에 다실을 만들어 손님들이 와도 아이를 보기 편하게끔 했다.며칠 안 되어 받은 선물이 너무 많아 다실을 가득 메울 지경이었다.그 기간에 유재성이 찾아왔었지만 유강후는 그를 만나지 않았고 온다연 모자가 퇴원하기 전날에 또다시 찾아왔다.온다연이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며 유강후는 품에 안은 아이를 내려놓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나가 볼 테니 걱정하지 마, 들어오지 말라고 할게.”온다연은 아이의 부드러운 얼굴을 살짝 터치하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이번에 온 건 다섯 번째지?”유강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온다연은 담담하게 이어 말했다.“아이를 데리고 나가 보여줘요. 그래도 당신의 친아버지시고 아이들의 친할아버지잖아요.”온다연은 확실히 본가 사람들을 싫어하지만 그녀에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유하령과 유자성이었고 유재성은 그때 시정에 일 때문에 바쁜 탓에 본가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가끔 얼굴을 마주쳐도 온다연에게 그런대로 예의를 갖추었고 독설은 퍼부은 적이 없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말했지. 다시는 본가의 사람들이 널 귀찮게 하는 일이 없게 한다고.”“저도 알아요. 하지만 당신의 친아버지시잖아요. 적어도 당신을 교육하는 면에서 뒤처진 적 없었고 게다가 미래 그룹이 H 국에서 오늘날까지 있을 수 있었던 건 그의 권세 문제도 있는 거잖아요. 저한테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고 심지어 원망하기까지 했지만 미래 그룹이랑 아이의 체면을 봐서 가끔 아이를 보러 온다고 해도 저는 그냥 모른 척할 거예요.”온다연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최대 양보였다.만약 예전 같았다면 온다연의 마음속에는 미움만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으니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원망
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의 말에 당황해하며 말했다.“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지금 몸 상태도 안 좋고 열도 나고 하니까 약도 먹어야 하고 건강이 회복되면 그때 다시 보려고 한 거야.”온다연이 울먹이며 말했다.“그럼 저 약 안 먹을래요.”유강후는 급한 마음으로 말했다.“그건 안돼. 너 지금 면역력이 제일 낮을 때라서 의사가 처방해 준 약 먹고 푹 셔야 몸도 좋아지지.”그러나 온다연은 고집을 부리며 유강후가 아무리 달래도 다시는 그를 상대하려 하지 않았고 점심에 약 먹을 때에도 약을 바닥에 버리고 먹지도 않았다.다행히 열이 좀 내린 탓에 고열에서 미열로 되었고 유강후는 그냥 달랠 수밖에 없었다.저녁 무렵에 유강후가 나간 틈을 타서 온다연은 간호사에게 아기를 안아오게 하고 모유를 먹였다.이때 온다연은 금방 모유가 분비되기 시작했고 황색을 띤 액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사는 그것이 초유라며 아이들한테 아주 좋은 면역단백이라고 했다.비록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고 아이가 빨면 더 아파져 왔지만 온다연은 모유를 먹는 아이들을 보며 여태 느껴보지 못했던 평온함과 행복을 느꼈다.온다연은 전에 아이와 엄마가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지금은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에는 모유가 별로 없어 아이를 몇 모금밖에 먹이지 못했고 유강후가 들어 오기 전에 장화연에게 아이를 다시 침대로 안아가라고 했다.장화연은 아이와 온다연을 번갈아 보며 걱정되어 말했다.“사모님, 우선 몸조리부터 하셔야 해요.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는 배를 곯지 않아요. 그리고 초유도 준비해 뒀어요.”온다연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저 이틀만 먹일 거예요. 그때까지도 열이 안 내리면 안 먹일게요. 장 집사님, 부탁인데 저 약을 비타민으로 바꿔주세요.”장화연이 말을 안 하고 있자 온다연은 다시 말했다.“부탁이에요. 장 집사님, 저의 몸 상태는 제가 잘 알아요. 그냥 미열만 있을 뿐 아무 문제 없어요.”장화연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내일 오후가 되어도 열이
봉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도 요즘 아이랑 마누라 돌봐야 하니 시간도 없을 거잖아. 내가 알아서 방법 구해볼게.”말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송지원도 뒤따라 나와 봉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지예솔 씨가 진짜 큰맘 먹고 멀리 가버린 거 같은데 현수는 아직도 경원시 근처에서만 찾고 있어. 어쩌면 출국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을 해줄 수가 없네.”“현수 지금 상태가 매우 위험해. 마치 밧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정도로 한계에 도달한 거 같아. 저러다 큰일이 일어날까 봐 두렵네.”두 사람은 한마디씩 하고는 침묵하였다.한참 지나 유강후가 먼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우리도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본인이 스스로 해결하게 해야 해. 요 며칠은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 네가 옆에서 좀 더 신경 써줘.”송지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한이준은 며칠 동안 보이지도 않고 전화도 안 통하던데. 내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서가 그러는데 걔가 섬에 집을 사서 지금 장식을 하고 있고 외부 사람들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이 자식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어.”이때 방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강후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들어가. 현수랑 이준의 일은 네가 좀 더 신경 써줘. 내 쪽에 사람들은 필요하면 네가 알아서 조정해서 데리고 가면 돼.”들어가 보니 동생이 울면서 손발을 자꾸 흔들어 옆에 자고 있던 오빠도 깨웠다.오빠는 오히려 깜깜한 눈을 뜨고 조용하게 누워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였다.유강후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간호사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아이들이 배가 고픈가 봐요. 나와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말하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온다연을 한 번 보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장화연은 간호사의 뜻을 눈치채고 말했다.“분유로 먹여요. 사모님은 지금 몸이 편찮으셔서요.”이때 온다연도 놀라 잠에서 깼다.
유강후는 당황했던 마음이 그제야 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그 아이는 힘들게 임신했고 유강후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켜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출산까지 했고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온다연의 건강 상태였다.“주 선생님, 앞으로 제 아내의 건강을 잘 부탁드릴게요. 두 아이도 만약 두통이나 열이 있다 해도 많이 신경 써주셔야 해요.”주 선생님은 급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 큰일은 아니에요. 두 아이도 지금 봐선 건강 상태가 아주 좋으니 잘 키우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주 선생님을 보낸 후 유강후는 정성스럽게 온다연을 보살피며 약도 먹이고 재우기도 하였다.한참 뒤에 송지원과 봉현수가 아이들 보러 병원에 찾아왔다.송지원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시정 쪽에서 방금 온 것이 분명했다.봉현수는 비록 깔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이전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유강후는 보자마자 그의 정신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봉현수는 아이들의 선물을 유강후에게 건네고 나서 소파에 앉아 넋 놓고 있었다.반면 송지원은 두 아이에게 관심을 쏠리며 간호사에게 아이를 안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송지원은 아이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넌 아들딸을 한꺼번에 얻었지만 우리 몇 명에서 한재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네. 이 아이의 행운을 빌어 나도 나중에 쌍둥이가 생길 거야.”유강후는 얼른 아이를 뺏어 안고는 말했다.“저리 비켜, 누가 너더러 내 아들의 행운을 빌라 했어. 그렇게 행운을 갖고 싶으면 너 절로 절에 가서 빌던지.”송지원은 두 녀석을 매우 귀하게 여기며 또 손을 뻗어 여동생을 안았다.“핑크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니 여자아이겠지? 너무 귀여워, 나도 딸이 욕심나네.”송지원은 여동생의 작은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이 두 아이의 양 아빠가 될 거야. 앞으로 날 송 아빠라고 부르라고 해.”유강후는 송지원이 딸을 안고 놓지 않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온다연의 상처가 아플까 봐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아 보여줬다.조용하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다 건강하게 태어났어요. 이번에는 보온 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네요.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유강후는 속상한 마음으로 온다연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말했다.“보온 실은 필요 없어. 의사가 아이들이 모두 정상이라고 말해줬어. 하지만 그래도 그웬을 와서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만 우리 집에 있으라 했어.”“우리 아들을 데리고 와봐요, 한번 보게요.”유강후는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온다연의 옆에 눕혔다.온다연은 감히 몸은 움직이지 못하고 머리만 옆으로 돌려 쳐다보면서 이 아이가 꿈속의 그 아이를 닮았는지 궁금했다.안타깝게도 아이는 아직 너무 작아 이목구비가 모두 주름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온다연이 실망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아들은 날 닮았고 딸은 널 닮았어.”온다연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아이가 이목구비도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 수 있어요?”유강후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난 보이거든.”유강후는 몇 시간 동안 작은 침대 옆에 붙어 서서 아이의 이목구비와 윤곽을 수없이 분석한 결과 아들은 그를 닮았고 딸은 온다연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유강후는 희망컨대 두 아이가 모두 온다연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더니 남자아이는 좀 강하게 생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두 아이를 모두 온다연의 곁에 눕혀두고 팔을 뻗어 그들 세 모녀를 품에 안으며 아주 정성스럽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이젠 너희들은 내 인생의 전부야.”유강후는 앞으로 약점이지만 보호막이 될, 그한테는 세상 전부인 이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분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온다연은 유강후의 턱에 나온 수염을 만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당신 요즘 많이 피곤했죠? 안색이 너무 안 좋으니 이제 좀 쉬어
“네가 정치일에 개입도 하지 않았고 나도 이제 곧 은퇴할 것인데 만약 본가에서 나쁜 기사라도 터지면 우린 경원시에서 설 자리도 없게 돼. 그럼 우주 그룹이나 본가나 다 영향받을 수 있잖아.”유강후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유연서는요? 연서의 일은 어떻게 말씀하실 건데요? 은혜를 갚고 싶으면 알아서 갚으세요. 아무도 당신을 막지 않겠지만 누나의 목숨으로, 또 저의 행복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답하려 하지 마세요.”“그리고 제 아이들은 유씨 성을 안 가질 거고 본적에도 넣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은 이미 이름이 있어요. 하나는 강 씨 이고 하나는 진 씨 에요. 본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 괜히 여기 와서 다연이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세요. 다연이는 본가 사람이라면 이제 치를 떨어요.”유재성은 급해하며 말했다.“괜찮아, 나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아. 아이들이 유 씨가 아니라도 내 손 군들이야. 다연이가 날 싫다 그러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아이들만 잠깐 만나볼게. 그래도 할아버지인데 아이들에게 선물도 준비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통화를 끊어버렸다.이때 이권이 걸어오더니 말했다.“대표님, 아이들의 출생증명서에 이름을 써야 하는데 작은 도련님이랑 아가씨 이름은 준비하셨죠?”유강후는 이권의 손에 쥐어져 있던 종이를 받아 그 위에 아이들의 이름을 적었다.그러자 이권은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미 생각해 놓으셨군요.”“남자아이는 다연이랑 같은 성씨로 진 강남으로 했고 이건 다연의 아버지가 지어주신 거고 여자아이는 강아름으로 나랑 어르신이 같이 지은 거야.”이권은 다시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이 진씨 가문의 성을 따르게 되면 어르신이 화 안 내실까요?”유강후는 종잇장을 건네주며 말했다.“어르신은 해외에서 평생을 살아 이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 거야. 그럼 아이의 성이 둘 다 진 씨라면 강씨 가문의 자손이 아닌 거야? 다연이가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들인데 하나는 진 씨 성을 가지면 또 어때? 둘 다 진 씨 성을 따른
유강후가 가장 세게 흔들고 있는 작은 손을 건드렸더니 녀석은 바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았다.이상하게도 녀석은 곧 칭얼거리지 않았고 작은 입을 쩝쩝대더니 조용해졌다.유강후는 갑자기 멍해지며 신기하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이것이 내 아이와 실제로 접촉하는 느낌인 건가?’분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막 아이를 안으려 할 때 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입원실에 가서 안아봐요. 산모도 곧 나올 테니 여기 막아서면 안 돼요.”유강후는 몹시 아쉬워하며 장화연과 이권 더러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하고 자신은 문 앞에서 온다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도 나왔다.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온다연은 아직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녀를 받아 입원실로 옮겼다.입원실은 예전 온다연이 쓰던 큰 방으로 이미 모두 정리정돈이 되어 있었고 두 꼬마 녀석은 침대 옆의 작은 침대에 두었다.두 아이와 온다연은 모두 조용히 자고 있었고 유강후는 그들 모자 셋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잠깐 사이에 유강후는 많은 사진을 찍었고 한장 한장 들여다보면서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모멘트도 일 년에 한 번쯤 업데이트하는 유강후가 오늘은 연속으로 세 개의 게시물을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다시 작은 그룹 채팅을 만들어 잘 아는 몇몇 친구들을 그룹에 끌어들이고 그중에는 염지훈도 포함되어 있었다.그러고는 제목에 쌍둥이 남매가 부럽지 않냐고 그래도 소용없다고 계속 부러워하라는 글을 덧붙여 20장이 넘는 아기의 사진을 연이어 보냈다.얼마 안 되자 답글들이 올라왔다.송지원: 아이들이 태어난 거야? 축하해, 내일 보러 갈게.봉현수: 금방 태어난 거야? 난 선물까지 미리 준비해 뒀어. 내일 지원이랑 같이 갈게.그 밑에는 붉은색으로 된 부동산 증명서 두 권의 사진이 첨부되었다.한재민: 축하해. 선물은 지금 오는 길에 있어. 설쯤에 제수와 아이들 보러 갈게.그웬: 벌써? 내가 아직 가지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