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들은 이강현의 약점을 찾아 브루스의 승리를 돕고 싶어하였다.그러나 이강현의 강대함에 절망한 이들은 브루스를 기술로는 도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편법을 쓰기로 했다.반응 속도를 높이고 통증 감지 능력을 떨어뜨리는 특수 약물이 있는데 이 약을 쓰게 되면 타격과 반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과 같다.과거 대회에서는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브루스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 경기는 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경기이다. 톰슨과 크레티가 이기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이강현을 이길 수 없다면 링에서 죽을 선택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온 가족이 연루될 것이다.“이거 무술을 배운 거야? 젠장, 나도 이전에 무술을 배워야 했어.”브루스는 불평하듯 말했다.“No no no!브루스, 그 말 틀렸어, 동양의 무술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의 MMA 격투기와는 비교가 안 돼, 그 무술은 완전히 틀에 박힌 것이니 에어로빅이라고 쳐도 돼.”“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많이 싸워봤지만 보기에만 좋았지 진정 실력이 있는 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무술은 그냥 아름다운 전설일 뿐 그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만들어낸 전설 속에 빠져 있는 거예요.”코치들은 브루스 말을 반박하며 무술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무술 대가라고 불리는 몇 명을 찾아내서 그 동영상을 브루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브루스는 에어로빅에 가까운 무술 동영상을 보고 이마를 힘껏 내리쳤다.“알겠어요, 근데 카빔의 죽은 건 뭐죠? 이강현의 실력이 가짜라는 말인가요? 카빔도 죽지 않았고요?”“그건 헛소리일 거야,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 한 말이 틀림없어, 그러니까 넘어가면 안 돼.”“별 다른 방법이 없으면 그냥 약물을 쓰죠, 준비해주세요, 양은 좀 늘려주고요.”브루스가 매섭게 말했다.코치들 전부 침묵했다. 브루스가 말한 것은 사실이다.약을 쓰고도 이강현을 짓누르지 못하면 브루스가 아무리
뇌는 반응 속도가 빠르지만 몸이 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그러면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몸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몸의 방어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그래서 크레티 그들이 개발한 약은 좋은커녕 심지어 실패작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최고의 약물이다. 용문에서 개발한 강화제는 강력하지만 아쉽게도 전혀 구할 없었다.잠시 머뭇거리던 브루스는 이마에 핏줄이 솟아오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더 말할 필요 없고, 그냥 주사 놔주세요, 크레티, 당신도 약속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만약 내가 링에서 죽으면 내 가족을 꼭 잘 돌봐주세요.”“걱정 안 해도 돼요,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약속 꼭 지킬게요.”브루스는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저, 혼자 있고 싶어요.”크레티가 손짓을 하자 코치와 의사들이 대기실을 빠져나갔다.마지막으로 떠난 크레티는 방문을 살짝 당기고 톰슨의 사무실로 향했다.7시 50분, 이강현은 혼자 경기장에 왔다. 측문에 서서 이강현을 맞이하던 정중천은 이강현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초조하게 맞이했다.“이 선생님, 왜 이제야 왔어요, 지금 경기가 첫 번째로 앞당겨졌어요, 듣자 하니 어느 중요한 분이 온다고 하던데요.”“누가? 누가 와요?”“누군지도 모르겠고, 라이벌인 브루스도 좀 이상한 거 같아요. 코치와 의사들이 대기실을 드나들었는데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정중천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긴장할 필요 없어요.”“네, 10분도 안 남았어요.”정중천은 이강현을 데리고 탈의실로 들어갔다.이강현은 경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홀가분하게 입장 통로로 들어가 대기하기 시작했다.경기장은 이미 관중으로 가득 찼고, 황후는 2층 정중앙의 룸에 앉아 있었다. “이번 경기 다 잘 준비했지?”황후가 담담하게 물었다.“네, 연락해서 이강현의 경기를 앞당기라고 했어요, 첫 경기가 이강현과 브루스의 경기예요, 브루스는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가진 자예요, 지난번 카빔은 브
사회자는 이강현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강현은 너무 말라서 복서다운 몸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근육이 얼마든 상관없고, 이기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죠, 우리 신인선수 자신있나보네요, 그럼 이어서 브루스를 무대에 모시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브루스는 링 위로 올라갔다.관객들 중 많은 재벌들도 킥복싱 대회 절차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경기의 짜릿함을 직접 보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도박을 하기 위해서이다.“맙소사, 브루스와 이강현이 맞붙다니 이강현이 틀림없이 망할 거예요, 어디에서 나온 녀석인지 몰라도 오늘 링 위에서 죽게 될 건데요.”“브루스, 백만 달러를 걸거야! 하늘이 내준 기회인데 잡지 않으면 바보이지.”“우리 같은 종족이라 나도 이강현이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은데 링에 올라간 이상 죽을 운명이니 저도 브루스 한 표 걸겠습니다.”부자들은 잇달아 브루스 우승에 베팅했다. 베팅하는 브루스의 수가 많아지면서 브루스의 배당률은 계속 낮아져 마이너스가 될 것이 뻔했다.이건 브루스가 이기면, 브루스 우승으로 베팅한 사람들이 딜러에게 돈을 물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황후는 링 위의 두 사람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브루스에 베팅해, 200억.”“네.”권무영이 사람을 불러 진행하고 곧 1억의 베팅이 내려졌다.순식간에 브루스의 배당률은 1 대 1로 바뀌었다.사회자가 헤드셋을 짚고 경기를 시작하라는 통지를 받았다.“좋아요, 경기가 곧 시작될 겁니다. 시작하기 전에 브루스에게 묻고 싶은데요. 상대를 쓰러뜨릴 자신 있나요?”“물론 자신 있습니다, 5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예요.”브루스는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자, 레이스 스타트!”외치고 나서 사회자는 링 위의 두 사람에게 다칠까 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세계 킥복싱 대회에는 심판이 없다.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외에는 아무 규칙도 없고, 선수들은 그냥 맨손 격투를 진행하는 것이다.브루스는 심호흡을 하며
관객들의 야유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강현은 여전히 제멋대로 산책하듯 천천히 브루스에게 다가갔다.룸 안의 권무영은 이강현의 걸음을 보며 시큰둥하게 고개를 저었다.“이강현 이 자식 브루스와 싸울 자신이 없는 게 분명해요.”권무영이 보기에 이강현은 웃기려고 온 것이지 전혀 링에 올라간 모습은 아니었다.황후는 평온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뭐가 그렇게 급해. 결과가 나온 다음에 결론을 내야지.”“네.”권무영은 몸을 굽히고 대답하고 나서 계속 모니터를 응시했다.브루스는 움직이지 않고 이강현의 걸음만 보았다.이 순간, 브루스의 눈으로 본 이강현의 동작은 아주 느리고, 어디 보아도 허점투성이였다.‘정말 신기한 약이야, 한 방에 날려버려야 해, 이강현의 허점을 잡아서!’브루스는 살며시 입가에 웃음을 보였다. 온몸의 근육이 점점 팽팽해지고 힘이 점차 축적되기 시작했다. 이강현이 접근한 후에 그에게 한 방을 날리기만을 기다렸다.브루스를 이상하게 여긴 이강현은 정중천이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브루스가 신체 기능을 자극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브루스에게 2m를 남겨두고 이강현은 브루스에게 공격을 가하려는 듯한 발짝 앞으로 다가섰다.브루스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오른손을 휘둘러 이강현의 뺨을 후려쳤다.이 주먹에는 브루스 절반 이상의 힘이 모였다. 제대로만 맞히기만 이강현을 반쯤 죽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브루스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이강현의 몸은 뒤로 물러났다.만히 브루스의 동작을 지켜보던 이강현은 브루스의 몸이 약간 이상한 것을 느꼈다. 이강현이 물러가는 것을 보고 브루스는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떠올랐다.‘빌어먹을 몸! 뇌의 반응 속도만큼 빠르면 얼마나 좋아! 그러면 방금 이강현을 주먹으로 때려죽일 수 있었을 텐데!’“이강현 너 혹시 겁먹은 거야?”브루스는 이강현이 자신을 희롱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무대 아래의 관중들은 덩달아 소란을 피우며 분분히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뭐하고 있는
브루스의 주먹은 매우 빨랐다. 심지어 많은 관객의 눈에는 브루스 주먹의 그림자만 보였다.“오, 세상에, 브루스 주먹 좀 봐.”“힘이 너무 세, 내가 이태까지 경기를 봐온 경험으로 이강현 이 주먹에 맞으면 날아갈 거야.”“이게 경기지, 그 빌어먹을 이강현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어떻게 본선에 출전할 수 있었지?”모두가 브루스의 강력한 한 방에 탄복하고, 이강현은 브루스의 한 방에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권무영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이강현이 끝장날 것 같은데요, 아직 오픈키도 불어보지 않았는데 죽지 말아야 할 텐데요.”황후의 표정은 평온했지만 물컵을 움켜쥔 두 손과 손등에 솟아올라온 핏줄이 모두 황후의 긴장한 마음을 드러냈다.경기 백스테이지 사무실에서 톰슨과 크레티가 함께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어때? 이 경기에서 브루스가 이길 가망이 있어?”톰슨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모르겠어요, 브루스도 짐작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저 약물이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예요, 용문의 약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 약 진짜 세거든요.”크레티도 마음속으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강현이 이전에 보여준 실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비록 브루스는 카빔보다 강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카빔이 이강현의 손에 죽었을 때 이강현은 노는 것 같았다. 화면 속 이강현이 움직였다. 이강현은 브루스의 주먹이 자신의 주먹을 내리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팔을 들어올렸다.브루스의 눈꺼풀은 가볍게 뛰었다. 가슴에는 왠지 모를 위기감이 치솟았다.‘젠장, 내가 왜 두려워하는 거야!’‘그냥 팔은 들어올렸을 뿐인데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야, 내게 위협이 될 리가 없어! 그러니까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 돼!’브루스는 이를 악물고 공포감을 억누르며 의연하게 이강현을 향한 공격을 계속하였다.이강현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이강현은 허리에 힘을 주고 몸을 떨며 팔뚝에서 강한 힘을 냈다.
“젠장! 내가 이럴 줄 알았어!”크레티가 화를 내며 말했다.브루스의 기괴하게 변형된 팔은 이미 그의 실패를 보여주었다.크레티는 이강현과 브루스의 경기는 이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쪽 팔이 없는 브루스는 폐인이 되었고, 더 이상 이강현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톰슨은 스크린을 끄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 머리를 세게 긁었다.“정말 어려운 미션이야. 어쩌면 우린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 빌어먹을 이강현! 난 돌아가서 내 삶을 즐기고 싶어!”“내일 경기 또 있잖습니까, 방법을 생각해보죠, 용문 그 사람들 아직 룸에 있잖아요, 그들에게 강화제 조금 달라고 할까요?”크레티는 용문의 강화제를 손에 넣어야 이강현을 상대할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톰슨은 미간을 찌푸렸다. 황후가 강화제를 쉽게 내놓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게 지금 유일한 방법이야, 해봐도 손해 볼 게 없어.’“그래, 그럼 그 분을 찾아가서 좀 얘기해 봐.”톰슨은 나지막한 어조로 말했다.크레티는 어깨를 으쓱하고 일어서서 사무실을 나갔다.링 위에서 브루스는 머리 위의 강렬한 라이트를 올려다보며 가족의 모습을 떠올렸다.지금 이 순간 링 위에서 죽어야만 자신의 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오늘 우리 중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어! 죽어!”통증을 느끼지 못한 브루스는 뼈가 부서진 오른팔을 흔들며 갑자기 달려가 왼쪽 주먹으로 이강현을 때렸다.죽기 살기로 싸워야 마지막 승부가 난다. 링 위에서 마지막에 판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브루스는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이 판을 뒤집을 수 있기를 바랬다.이강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살길이 있는데 기어이 죽음을 택한다면 나를 원망하지 마.”브루스가 달려들자 이강현은 브루스의 가슴을 걷어찼다.엄청난 힘이 브루스에게 작용해 브루스는 포탄처럼 거꾸로 날아갔다.하늘로 날아간 브루스는 오장육부가 울렁거리더니 입에서 피가 확 뿜어져 나왔다.브루스는 죽음을 느꼈다. 마치 수많은 빛깔에 휩싸여 천사들이 자신을
똑똑똑.“저 대회 위원회 크레티라고 하는데요, 황후를 뵙고 싶습니다.”황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소파에 다시 앉아 권무영에게 문을 열라고 눈짓했다.권무영은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할 말이 있는데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들어오세요.”황후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권무영은 자리를 비켜주고 크레티를 룸으로 들여보냈다.크레티는 공손히 허리를 약간 굽혔다.“안녕하세요, 저는 세계 킥복싱 대회 위원회 크레티라고 합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무슨 일로 왔는지 말해 봐.”황후는 사양하지 않고 말했다.“예, 이강현의 실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위해 용문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허허, 너희 경기를 용문이가 어떻게 도와줘야 해?”“용문 강화제가 좀 필요합니다, 음, 1인분만 있으면 됩니다, 내일 이강현의 상대에게 사용하려고요.”크레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황후와 권무영은 서로 눈이 마주치고, 잠시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희색을 보였다.원래 용문은 강화제를 꺼내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크레티와 미처 소통하지 못했다. 지금 클레이디가 먼저 찾아왔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어려울 거 없어, 내일 무영이가 찾아가서 주사를 놔줄 거야.” “아, 정말 감사합니다.”황후는 가볍게 하품을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난 피곤하니까 먼저 돌아가 쉬어야겠어.”“네네, 그럼 내일 권 선생님과 연락하겠습니다.”권무영과 황후는 경기장을 떠나 차에 올라 떠났다. 크레티는 뒤에서 그들을 배웅하였다.크레티가 경기장으로 돌아온 후 이강현과 추중천 멀지 않은 외딴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아까 그 두 사람이 바로 말한 그 중요한 분이라는 거예요?”이강현이 물었다.“네, 바로 그 두 분입니다.”정중천은 이후 와일드카드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그중 권무영이 이강현과 카빔의 전투 영상을 요구한 일을 중점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
“너희 둘 어디 간 거야? 왜 차에 없어?”이강현은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어? 이강현 오빠 벌써 끝났어요? 우리 곧 도착해요, 옆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있어요.”진효영은 재빨리 전화를 끊고 우지민을 불러 두 사람 모두 재빨리 경기장으로 달려갔다.아까 둘은 경기장에 들어가 관중석에서 이강현의 경기를 지켜봤다.게다가 이강현의 승리를 베팅한 두 사람은 10배의 높은 배당률로 지금 많이 돈 번 상태이다.판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떠나는 시간이 지체되었다.“서둘러, 이강현 오빠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진효영은 말하면서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다.우지민은 진효영의 걸음을 따라 함께 밖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두 사람이 다시 벤츠로 돌아왔을 때, 이미 지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허리를 굽혀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커피 마시러 갔다고? 경기장에 근처에 카페 없어.” 이강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하하, 이강현 오빠, 디테일한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는 너무 궁금해서 들어가 본 거예요, 그치 지민아?”“네네, 우리는 사부님의 우승하는 거 보고 싶어서 들어간 거예요, 방금 그 발차기 정말 멋있었어요.”“너희들 무사해서 다행이야, 거기 너무 복잡해, 어떤 사람을 만날 줄 알고, 정말 일 생기면 그때는 답이 없어.”이강현은 방금 정말 두 사람을 걱정했다. 세계 킥복싱 대회를 보러 온 사람들 선한 사람들은 아니고, 게다가 진효영 얼굴이 예쁘다보니 정말 누가 건드린다면 우지민 혼자서 진효영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진효영은 고개를 숙이고 다소 억울한 듯이 말했다.“알았어요,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 방금 우지민이 날 막고 못 가게 했는데, 내가 끌고 간 거예요.”우지민이 황급히 말했다.“사부님, 효영 씨를 탓하지 마세요, 모든 건 제 잘못입니다.”“너희 둘 하나같이 다 잘못이 있어, 그러니까 잘 반성해, 아니면 둘 다 돌아가.”“알았어요,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이강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살랑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